어디에 있든 자유로우라
틱낫한 지음, 류시화 옮김 / 청아출판사 / 200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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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관에서 삼십 분 남짓 앉아서 따사로운 봄 햇살을 맞으며 틱낫한 스님의 책을 읽었다. 읽을 글도 별로 없고, 전에 읽었던 스님의 글들과 별다른 이야기는 없었다. 그런데,

문득 드는 생각이, 나는 책 읽을 때만 자유롭고, 나머지 시간에는 욕심에 불안에 가득차 있지나 않은지, 나를 돌아보게 되었다. 신경질적이고, 짜증도 잘 내는, 툭하면 화를 내는 사람이 아닌지를...

책 읽고 리뷰 적을 때는 마치 큰 깨달음을 얻은 것처럼 그럴 듯한 말발로 글을 적고, 실제 생활에 돌아와서는 아집에 사로 잡혀 내가 최고인 악마가 내 속에 가득한 것은 아니었던지...

감옥에서도 부처를 찾을 수 있어야 한다는, 차를 마실 때에는 온 몸으로 차를 마시란 쉬운 한 마디가 생활에 들어오기는 얼마나 어려운 것인지... 아침에 일찍 일어나 이십 분이라도 내 시간을 만들어야 함을 새삼 깨닫게 된 고마운 책이다.

같은 말을 조금 다른 상황에서 읽어 보면, 또 다른 느낌이 다가와 말을 건다.

조용한 방안에서 걷기 명상에 대해 읽으면 언제라도 할 수 있을 듯 하지만, 도서관 삼 층까지 헐떡거리고 올라가서 읽는 책에서 걷기 명상을 만나면 금세 나를 반성하게 된다. 아침에 허겁지겁 밥을 먹었음도 깨닫게 되고, 내 들숨과 날숨에 정신을 모으기도 힘들었음을 되돌아본다.

어디에 있든, 자유롭기 위해 수련을 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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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이 내게 말을 걸어올 때 - 가장 나답게 사는 길은 무엇일까?
파커 J. 파머 지음, 홍윤주 옮김 / 한문화 / 200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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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유명한 사회운동가, 파커. J. 파머의 <삶이 내게 말을 걸어올 때>는 ‘가장 나답게 사는 길은 무엇일까?’를 곰곰 생각한 과정을 따라간 책이다.


파커가 유명한지는 모르지만, 그의 글은 상당히 솔직하고, 막히지 않아서 좋다. 그는 우울증을 겪고 세상의 어두움과 밝음을 다시 보았다. 그래서 그가 마지막에 인생의 계절을 나열할 때는 가을, 겨울, 봄, 여름의 순서로 적었다. 인생의 좌절의 계절에서 다시 피어난 봄과 여름 말이다. 좌절의 나락에 빠진 사람이라면 삶의 凋落(조락), 그 시들도 떨어짐의 계절에 몸서리 칠 것이다. 그러나 삶은 끝이 끝나는 점이 아니다. 그것은 새로운 시작이고, 싹틈이라 할 수 있다.


그건, 길이 닫힐 때, 불가능은 불가능으로 인정하고, 그 속에서 가르침을 발견하란 것이다. 인생의 가능성에 대해서 말이다. 그리고 인생은 의지로 시작하고 끝나는 것이 아니라, 세계 속의 한 사람, 신의 자녀로서의 “나”를 인정하는 데서 시작한다고... "소명은 의지에서 나오지 않는다. 그것은 듣는 데서부터 출발한다. 소명이란 성취해야 할 어떤 목표가 아니라 이미 주어져 있는 선물이다."는 그의 말은 이 글의 제목, Let your life speak...이 잘 말해준다. 저 유명한 비틀즈의 노래, let it be처럼 말이다. 지혜의 말씀, 냅둬유~~~.


그에게 우울증의 늪이 펼쳐졌을 때, 그는 더 많은 것을 배웠다. 그리고 그 경험에서 얻은 사유들을 이 책에서 담담하게 펼치고 있다. "우리는 영혼의 구멍을 채우려는 노력을 통해서가 아니라 그 구멍에 대해 잘 알아서 거기에 빠지는 걸 피해감으로써 더 나은 교사가 될 수 있다.", "소리쳐 부르고 어깨를 두드리고 돌을 던져도 소용없자 인생은 나에게 우울증이라는 핵폭탄을 터트렸다. 그것은 나를 죽이려는 의도가 아니라 나를 돌려세워 “당신이 원하는 게 무엇입니까?”라고 묻기 위한 최후의 노력이었다. 우울증은 나를 안전한 땅, 한계와 재능, 약점과 강점, 어둠과 빛이 복잡하게 뒤섞여 있는 나의 진실, 나의 본성의 땅 위로 내려서게 하는 친구의 손이었다.” 이런 말들은 그의 경험에서 우러난 깊은 통찰이라 할 수 있다.


적이 내 안에 있다는 것을 알지 못하면 우리는 누군가 ‘저 바깥에’ 있는 사람을 적으로 만들 방법을 수천 가지나 찾아낸다. 그래서 사람들을 해방시키기보다는 억압하는 리더가 되고 만다. 그래서 그는 다섯 가지 리더의 어려움을 잘 파악해서 이야기하고 있다. 학교에서 아이들 앞에서 서는 사람들, 누군가의 앞에서 리더 역할을 해야 하는 사람들은 나름대로의 스트레스를 안고 있다. 그 때, 생각해 볼만한 이야기들이다.


<리더가 갖기 쉬운 다섯 가지 그늘>

첫째, 자기 정체성과 존재 가치에 대한 불안.

둘째, 세상은 전쟁터이며 사람에게 적대적인 곳이라는 믿음.

셋째, 모든 일에 대한 최후의 책임이 우리 인간의 몫이라는 믿음.

넷째, 두려움, 특히 인생의 혼돈에 대한 두려움.

다섯째, 죽음에 대한 부정, 실패에 대한 두려움.


늘 심금을 울리는 비틀즈의 렛잇비를 조용히 듣고 싶은 오후... 트러블, 다크니스, 브로큰 하티드, 클라우디의 이미지와 마더 메어리, 챈스, 라잇댓 샤인즈온미...의 이미지, 그리고 렛잇비...의 풍부한 선율 속을 헤엄치며...


When I find myself  in times of trouble

Mother Mary  comes to me

Speaking words of wisdom, let it be

   

And in my hour of darkness

She is standing right in front of me

Speaking words of wisdom, let it be


Let it be let it be Let it be let it be

Whisper words of wisdom, let it be

          

And when the broken hearted people

Living in the world agree

There will be an answer, let it be

          

For though they may be parted

there is still a chance that they will see

There will be an answer, let it be

          

Let it be let it be Let it be let it be

There will be an answer, let it be

Let it be let it be Let it be let it be

Whisper words of wisdom, let it be

          

And when the night is cloudy

There is still a light that shines on me

Shine on until tomorrow, let it be

          

I wake up to the sound of music

Mother Mary comes to me

Speaking words of wisdom, let it be

          

Let it be let it be Let it be let it be

There will be an answer, let it be

Let it be let it be Let it be let it be

Whisper words of wisdom, let it b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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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두막 편지
법정 지음 / 이레 / 199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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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정 스님. 한자 법명을 풀면, 상당히 욕심어린 이름이다. 불법의 최고봉이란 이름이니 말이다.

그러나 그 분은 훌훌털고 산골짜기에 혼자 사신다. 이제 여든이 다 되셨을 연세에, 이 겨울 눈도 많이 내리는데... 걱정이 좀 된다.

몇 년 전에 사 두었던 오두막 편지를 다시 읽다. 책을 다시 읽다 보면 늘 드는 생각.

'정말 나의 기억력은 아무 것도 아니구나...'

이 책을 읽었던 기억은 거의 없고, 오히려 요즘 명상에 관심을 갖다 보니, 더 새로운 글로 보인다.

우리는 얼마나 모르면서 모르는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하지 못하고 살아가는지...

내가 끈질기게 리뷰를 적어대는 이유는 단 하나. 몇 년이 지나서 내가 읽은 책들을 어떻게 읽었는지 반추해 보기 위해서다.

이 책에서 두 구절을 얻다.

<무엇이 되느냐보다 어떻게 사느냐가 더 중요하다.>

<우리들의 삶에는 허상과 실상이 겹쳐 있다. 사물을 보되 어느 한쪽이나 부분만이 아니라 전체를 볼 수 있어야 한다. 꿈은 꿈 자체로서 아름다운 것이지 깨고나면 허망하다. 그것이 꿈인 줄 알면 거기에 더 얽매이지 않게 된다.>

스님은 버리기 위해 속세를 떠났고, 그 절집조차 떠나버렸지만, 가족을 끌어안고, 속세의 명예 이익을 좇으며 사는 나는 무엇을 어떻게 얼마나 버릴지에 늘 흔들리며 산다. 늘 흔들림 속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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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팽이 2005-02-23 20: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네, 선생님 단순히 육신의 나이가 아니라 삶을 수용하고 그 삶을 살아가는 정신적인 나이도 있습니다. 과연 우리는 우리 나이에 걸맞게 살고 있나 생각해보아야 하겠지요...
또 때로는 사람을 대할 때 단순히 현생의 나이가 아니라 그 사람의 정신적 성숙함을 통해 전후생의 모습을 헤아려보는 것도 필요할 것이라 생각합니다.
명상에 관심을 가지게 되셨다니 앞으로 더욱 선생님 자신에 대해 그리고 존재에 대해 깊은 눈을 갖게 되길 바랍니다.

글샘 2005-02-25 15: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존재에 대해서는 욕심을 내지만, 깊이에 대해서는 자신도 없고 욕심내지 않으려 합니다. 그저 관심을 두고 꾸준히 생각하려고 마음먹을 따름이지요.
 
주머니 속의 조약돌 - 틱낫한의 작은 이야기
틱낫한 지음, 김이숙 옮김, 정경심 그림 / 열림원 / 200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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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 화가 나고, 어떨 때 분노를 느끼는가. 일이 내 마음처럼 돌아가지 않을 때, 상대방의 검은 속셈이 훤히 들여다 보일 때, 가진자들이 더 가지려고 악다구니를 쓸 때, 내가 사랑하는 아이가 내 뜻대로 되지 않는다고 생각될 때...

날마다 날마다 분노를 느끼지 않고 살았던 하루가 있었던가. 내가 분노를 느끼지 않는다고 자기를 기만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스님은 이 책에서 화를 다스리는 법을 가르쳐 주신다.

열 세 편의 동화에 곁들인 이야기는 결코 어렵지 않다. 그리고 다른 책과 중복된 내용도 많다. 새로운 내용은 거의 없다고 할 수 있다. 쉽게 읽을 수 있도록 동화와 같이 그림까지 곁들였다. 이 책을 읽기 싫다면 일러스트레이터 정경심씨가 그린 그림들만 죽 훑어 봐도 될 정도로 핵심을 잘 그리고 있다.

이 책에서도, 깨어 있음의 중요함, 깨어있어야 할 필요성을 누누이 설명하신다.

지금 이 순간을 깨어 있다면 행복하지 못할 일이 없다. 마음의 평온을 누리러 산책을 갔던 날, 문을 열어두었다가 낭패를 당한 경험. 그러나, 스님은 조약돌 하나를 주머니에 넣고 화를 다스리신다. 지금 나는 존재한다. 그래서 지금이 가장 경이롭고 황홀한 순간인 것이다. 깨어 있음을 수행한다면, 우리가 태어나고 죽는다는 관념에 대한 근심 걱정 공포 두려움을 모두 잊을 수 있다는 것이다.

스님의 다음 시들은 여러 번 읽을 만한 것들이다.

오늘은 경이로운 날이다. 오늘은 더 없이 중요하다. 우리 삶의 가장 중요한 날이다. 그러니 잠에서 깨어나는 아침마다, 그날을 가장 중요한 날로 만들 결심을 해 보자. 일터로 떠나기 전에 자리에 앉거나 눕기 전에 몇 분 동안 천천히 숨을 들이 마시고 내쉬어 보라.  들이마시는 숨결을 느껴보라. 내쉬는 숨결을 누려보라.  그리고 미소를 지어 보라. 그대는 여기에 있다. 그대는 만족스럽다. 그대는 평화롭다.

숨을 들이쉬며 나는 느낀다. 숨을 들이쉬고 있음을. 숨을 내쉬며 나는 느낀다. 숨을 내쉬고 있음을. 들이쉬고, 내쉬고, 숨을 들이쉬며, 나는 한 송이 꽃. 숨을 내쉬며 나는 상쾌함을 느낀다. 꽃, 상쾌함, 숨을 들이쉬며, 나는 하나의 산, 숨을 내쉬며, 나는 견고함을 느낀다. 산, 견고함. 숨을 들이쉬며, 나는 잔잔한 물. 숨을 내쉬며, 나는 사물을 그 모습 그대로 비춰본다. 물, 비춰봄. 숨을 들이쉬며, 나는 공간. 숨을 내쉬며, 나는 자유로움을 느낀다. 공간, 자유로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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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다크, 그리운 시절에 살다 - 화가 최용건의 라다크 일기
최용건 지음 / 푸른숲 / 200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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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어 시간에 걸쳐 책을 읽고난 소감은, 한마디로 '별로'였다.

작가 최용건은 수묵화에 채색을 입히는 그림을 그리는 작가인 모양이다. 그런데 어쩌다 훌쩍 라다크로 가서 일년을 살았다. 그 훌쩍 떠남이 더없이 부러울 따름이지만, 루이와 미애의 버스여행처럼 그 시시콜콜한 사연을 다 듣자면 부러움이 반감될지도 모른다. 자잘한 우여곡절들이 얼마나 많았으랴...

살아 볼수록, '소박한 행복'을 그리워하는 듯한 내 핏줄 속에는 이미 <도회의 번잡한 불행>을 더 즐기게 되어버린 피톨들이 도도하게 흐르고 있다는 것을 느낀다. 시골집의 너무 뜨거운 황토방, 불편하기 짝이 없는 화장실, 조금의 비에도 질척거리는 마당... 이런 것이 정말 견디기 어렵다. 더군다나 나보다 훨씬 불편함을 싫어하는 아내 덕분에 나는 인도나 라다크를 갈 일은 없을 듯 하다.

지난 여름 유럽에 갔을 때도 열흘 동안을 호텔방에 머물며 따끈한 샤워기를 마음껏 썼고, 푹신한 침대의 쾌적함도 실컷 누렸다. 겨울 일본 여행때도 이십오층 부페식 식당에서 도쿄 도청을 바라보며 포근한 날씨에도 펄펄 날리는 눈송이들을 즐거이 보았고...

라다크는 헬레나 노르베리-호지 여사가 쓴 <오래된 미래>에서 잘 소개되어 있다. 라다크를 이해하기엔 그 책이 도움이 많이 되었다. 그래서 지금은 라다크도 관광객이 상당하단다. 그런데, 실상 라다키들은 라다크에 자동차가 드물던 80년대, 호지 여사가 기사까지 고용한 고급 자가용 지프를 몰고 라다크 골짜기를 누빌 때, 현지 라다키로서 그때까지 느껴보지 못한 상대적 빈곤감과 문화적 열등감이 대단했다고 한다. 이런 글을 읽을 때, 역시 이야기란 시각에 따라 이렇게도 달라지는구나 하고 느낀다.

줄레!하고 낯선 사람에게도 잘 웃으며 인사 건네는 라다키들. 소남이란 남자 이름과 앙모라는 여자 이름이 숱하게 많다는 라다키들. 그들은 잘 씻지 않는 예전의 우리를 닮았고, 잘 웃던 예전의 우리와 비슷하다.

"그럼요. 행복해요, 꼭 하늘을 나는 새처럼..." 라는 말을 할 줄 아는 라다크 소녀들의 마음 속에 우리와 같은 지향을 하면서도 우리와 다른 행복을 느낄 수 있는 기제가 담겨있는지도 모르겠다. 화장실에서 어떻게 뒤를 닦는지 모를 정도로 청결과 상관없는 삶을 통해서도 행복을 느끼는 사람들...

그들을 곁에서 보고, 같이 살다 온 최화백의 삶은 충분히 부러웠다. 그러나, 그가 훌쩍 떠나 1년을 체류하다 온 그 세계의 기록은, 남기고 싶다는 그의 열망에 비한다면 별로 읽을 거리는 되지 못했다는 느낌이다. 그리고 그의 그림들도 순간순간 기록된 것이 아닌, 작품 수준의 그것이어서 그의 감회들과 어울려 한 덩어리가 되지 않는다. 차라리 그가 찍었던 사진들도 같이 수록했더라면 이해에도 도움이 더 되지 않았을까 싶다.

요즘 사람들, 책을 내는 일을 너무 쉽게 생각하는 것 아닐까? 이 책 한권을 찍기 위해 얼마나 많은 나무들이 몸을 바쳐야 하는데... 특히 그림 관련 책들은 두툼한 재질의 종이를 써서 그림을 살린다는 명분으로 얼마나 많은 자연을 죽여버려야 하는지... 이 책은 수필집으로도 별로고, 도록으로써도 훌륭하지 않다. 차라리 그의 그림을 크게 싣고, 간단간단히 설명들을 덧붙였더라면 하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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