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사람으로 사는 법
크리스티 털링턴 지음, 김은령 옮김 / 명진출판사 / 2004년 2월
평점 :
품절


'행복한 사람으로 사는 법'.  이 책을 검색하려다 영어로 행자를 쳤더니 god이 되었다. 신과 행운은 함께 한다는 건지... 간혹 오타를 쳐 놓고 혼자 실소할 때가 있는데, 오늘은 영어로 웃게 되는군. 행과 지오디라니...^^

크리스티 털링턴이란 유명 모델이 요가의 길을 걸으면서 깨달음을 얻게 된 이야기다.

방학을 맞아 아들이랑 남구 도서관에 책을 빌리러 갔다가, 아픈 마음을 치료하는 책 코너에 <독서치료> 라벨이 붙어있는 이 책을 집었다. 읽고 나니 별다를 것도 없는 책이었지만, 마음공부를 놓고 있어서는 안되겠다는 격려 정도는 되는 책이었다. 요즘 상담과 명상에 대한 책을 놓고 있었는데, 우연히 오늘은 그 코너로 발길이 갔다.

한창 바쁘게 모델 생활을 하던 세계적인 모델이, 허탈함을 느끼고, 결국 요가를 통한 명상 전도사 겸 사업가로 변신하게 된다는 이야기다. 그의 삶이 풍족하고 여유있었으며 유명세를 타고 세계 다양한 곳을 방문할 기회가 있었기에 가능할 수도 있었지만, 그렇다고 해서 마음의 평화를 갖기는 쉽지 않은 일일텐데, 용케도 그는 일에 바쁘고, 지칠 때 요가라는 길을 찾아든 것이다.

나도 살다보면, 사람을 자꾸 미워하게 된다. 덧없음을 생각한다면 누구도 미워할 수 없는 것을. 그리고 누구에게 더 사랑을 줄 필요도 없는 것을... 마흔 명의 아이들을 만나다 보면, 더 찰싹 달라 붙는 아이도 있고, 무덤덤하고 정말 있는 줄도 모르는 아이도 있게 마련이다. 오히려 반항적인 아이들이 다루기 훨씬 쉽다. 그런 애들은 무턱대고 예뻐하다가 따끔하게 혼내주면 내 편으로 만들 수 있다. 같은 학년을 하는 선생님들도 모두 같지 않다. 어떤 분은 정말 존경스러울 정도로 아이들에게 깍듯하고 자상하신 반면, 어떤 선생님은 찬바람이 불 정도로 아이들에게 차갑고 무관심하시다. 어떤 교장 선생님은 늘 존댓말을 쓰시는 반면, 젊은(내 나이 이제 마흔인데 학교에선 아직도 젊은 축에 든다. 이해찬인지 뭔지 하는 놈이 정년 3년 줄이면 신규 교사를 세 배 뽑을 수 있다던 사기는 아직도 유효하다. 왜 신규를 안 뽑는거냐. 나쁜 놈!) 교사에게 반말 짓거리를 내뱉는 관리자들도 있다. 그렇게 무관심하고 싸가지 없는 동료나 관리자들을 술자리에서 늘상 씹어대며 안주로 삼건만, 그래서, 그게 뭐 어쨌는데? 한다면 할 말 없다.

나는 왜 작은 일에 분노하는가. 왜 본질적이지 못한 문제에 집착하는가. 집착을 놓아버리지 못할 망정, 술에 취하고 욕심에 휩싸여 백년 뒤면 나를 알아줄 사람 하나 없는 이 티끌 같은 세상에서 칭찬받기 원하고, 인정받기 바라는 어리석음의 근원은 도대체 어느 미망에서 나오는 것인가.

나를 돌아보는 겨울이 되어야 겠다. 내 미망의 백내장을 떨쳐버리고, 세상을 밝은 빛 그대로 시력을 회복하는 정진의 겨울로, 매섭고 시린 공기를 폐부 가득 채우고 나를 청청하게 세우는 겨울을 보내고 싶다. 행복한 새 학기를 맞기 위해서... 나를 만나는 아이들이 행복하게 하기 위해서... 아이들 하나하나 출석을 부르며 우리 아이들이 얼마나 소중한지를 잊지 않고 깨닫기 위해서...


댓글(3) 먼댓글(0) 좋아요(18)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비연 2005-01-05 09: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글샘님의 리뷰를 읽으니 이 책 한번 읽어보고 싶어지네요...^^

글샘 2005-01-05 16: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별로 재미있는 책은 아니니깐, 사서 보긴 좀... 그런 책입니다. 도서관 같은 데서 눈에 띄면 비슷한 종류가 많으니깐... 읽어 보시길... ^^

글샘 2005-01-05 16: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의 89쪽에 호흡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다.

"호흡이 불안전할 때 모든 것이 불안전하다.

호흡이 고요하면 모든 것이 고요하다.

호흡을 조심스럽게 다루어라.

들이쉬는 숨을 힘을 선사한다. 그리고 육체를 이롭게 한다.

멈추는 숨은 마음의 견실함과 장수를 선사한다.

내쉬는 숨은 육체와 정신을 정화한다."

매일 하는 숨쉬기건만, 마음의 안정을 취하는 호흡에 관심을 더 두어야겠다.
 
풍경소리 - 천천히 나를 들여다보게 되는 책
풍경소리 글, 정병례 전각 / 샘터사 / 2001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얄팍한 책을 읽고 싶었다. 그리고 글자가 적은 책을 읽고 싶었다. 한 페이지 읽고, 가슴에 책을 얹고 떨어져 뒹구는 낙엽을 보고 싶었다. 그리고 그런 책을 만났다. 천천히 나를 들여다 보게 되는 책, <풍경 소리>

말하지 않으면 마치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사랑도 사랑한다고 사랑한다고 수없이 뇌까려야 하고, 너 없으면 못산다고 말로 주절거려야 하는 이 "빠롤(실현된 발화)"의 시대에, 이 책은 말하지 않아도 거기에 그렇게 있는 것들, 있어왔던 것들을 이야기한다.

샘터 같은 책들에 간결하게 실렸던 글들인 듯, 특별한 주제의식 없이 다양한 이야기들을 실어 두었는데, 오래오래 바라볼 수 있는 책이라고 생각한다.

내일은 대학수학능력시험일이다. 아이들이 12년간 학교를 다닌 것을 불과 언어60문항, 수리30문항, 영어 50문항, 사회/과학 80문항의 220문항으로 판가름 한다는 것이 언어도단이라 할 수 있다. 아이들이 아파 한다. 마음이 아프고, 몸이 아프다고 한다. 아이들이 아픈 이유는 겉과 속이 다르기 때문이다. 마치 배를 타면 배멀미를 하듯이. 배멀미는 파도치는 대로 흔들리는 배와 흔들리지 않으려는 몸의 관성이 일치하지 않기 때문이다. 뱃사람들은 멀미를 하지 않는다. 뱃사람들의 전정기관에는 파도치는 대로 흔들리는 배와 같은 리듬의 움직임을 느끼고 예정대로 흔들 수 있음에. 그들은 오히려 흔들리지 않는 육지에 다다르면 멀미를 한다고 한다. 수험생은 온 몸이 밥이 되어 밥을 먹는 정신으로 시험과 하나가 되어야 아프지 않고 준비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런데, 내일 저녁이 되면, 60만 이상의 수험생은 이제 겨우 적응된 바닷생활에서 뭍으로 내려오게 된다. 육지멀미. 이것은 또 얼마나 심할 것인가.

최선을 다해 온, 우리반 서른 다섯 명의 수험생들이 내일 아침, 모두 좋은 결과 얻기를 바란다. 그리고 뜻한 것보다 좋은 성적이 나오지 않았다 하더라도, 우리반 간뎅이 큰 IMSSO말대로 '수능은 내 인생을 바꿀 수 없다'는 말이 맞다는 것을 아는 지혜를 지녔기 바란다. 내일 아침 고사장 앞에서 아이들 손이나마 잡아주고 나면 조용한 절에라도 가서 서른 다섯 이름을 되뇌며 그들의 마음에 안정이 깃들기를 기도해야 하리라.

원효 스님의 말씀 중, 옷을 짓는 데는 작은 바늘이 필요한 것이니, 비로 기다란 창이 있어도 소용이 없고, 비를 피할 때에도 작은 우산 하나면 충분한 것이니 하늘이 드넓다 하더라도 따로 큰 것을 구할 필요가 없다. 그러므로 작고 하찮다 하여 가볍게 여기지 말지니 그 타고난 바와 생김생김에 따라 모두가 다 값진 보배가 되는 것이라는 구절이 있다. 구구절절이 옳으신 말씀이다. 간혹 나더러 당신은 왜 선생님을 하고 있느냐고 묻는 사람이 있다. 그렇다. 모두가 다 값진 보배가 됨을 깨달아야 할 것이다. 이제 나는 답할 수 있다. 나의 쓰임이 선생님이라고.

어리석은 사람은 자기가 할 수 있는 일을 하지 않고, 할 수 없는 일을 하려고 애쓴다. 그러나 지혜로운 사람은 할 수 없는 일을 하지 않고 할 수 있는 일에 온 힘을 바친다. 이것이 성패의 갈림길이다. 중요한 것은, 온 힘을 바친다는 것이다. 세상의 오욕에 나부끼지 말고, 온 몸이 바위가 되어 온 몸을 바쳐야 사소한 하나라도 이룰 수 있다는 것이다.

세상이 더럽고, 불공평하다고 투덜댈 것 없다. 수레가 가지 않을 때는 수레를 탓해야 하는가, 소를 다그쳐야 하는가. 내 몸을 바쳐 내 마음을 다그쳐야 탁한 세상에 앞으로 나아갈 눈을 가질 수 있을 것이다.

어떤 이가 부처냐고 묻는 물음에,

"부드러운 사람이 부처지"

어떤 것이 부드러움이냐고 재차 물으니,

"여유롭고 한가하면서도 고요하고 섬세한 것, 서걱거리는 것이 완전히 제거되어 자연스러움 그 자체인 것, 원만하고 원융한 그것이 부드러움"이라는 가르침은 골수에 새겨두고 반추해야할 화두가 아닌가.


댓글(2) 먼댓글(0) 좋아요(16)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달팽이 2004-11-17 09: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온 힘을 바쳐야 한다..나는 너무 게으르게 살고 있지 않은가 하고 생각합니다...

글샘 2004-11-29 21: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주둥아리만 살아서 적어대는 것에 불과합니다. 정작 온 힘을 바쳐야 할 때, 세상이 너무 슬퍼서 아이들을 외면하고, 저를 다그치지 못할 때가 많습니다. 수레가 나아가지 않는 현실에서 수레를 탓하지 말고, 소를 다그쳐야 할 때입니다. 내 온 몸을 바쳐 다그쳐야 할 때입니다. 진심을 모아서...
 
예언자 - 칼릴지브란
칼릴 지브란 지음, 강은교 옮김 / 이레 / 2001년 10월
평점 :
절판


이 책을 한 열 번은 읽었던가? 읽을 때마다 느낌이 다르고 눈에 들어오는 부분이 다른데, 매번 완독하기 힘든 책이란 생각이 든다. 어느 한 부분 훌쩍 읽어 넘기곤 했더랬다.

레바논과 뉴욕만큼의 거리를 환상의 배를 타고 회귀하는 환상적인 찬트(chant)라고나 할까. 이 글을 읽노라면 그의 그림과 함께, 성당의 스테인드 글라스를 보며 웅장한 오르간의 화성이 어우러진 찬트를 듣는 것 같은 느낌에 싸이곤 한다.

중세의 엄숙함을 덮어쓴, 르네상스와 현대인의 거리감을 오가며 쓰는 이야기는 근본적인 삶의 문제들을 쓰다듬기도 하고 씹어버리기도 하며, 따스하게 바라보게도 한다.

'배가 오다'로 시작하여 '고별에 대하여'로 끝내기까지의 여정은 우리의 삶의 실타래가 어딘가에서 홀연히 툭- 끝나는 그 지점을 느끼게 한다. 그리곤,

잠깐, 바람 위에 일순의 휴식이 오면, 그러면 또 다른 여인이 나를 낳으리라...

윤회의 업을 싸고 안게 되고, 중세를 건넌 르네상스 시대 단테의 '신곡'처럼 영혼의 여행, 혼의 소풍을 읽게 된다.

인간의 면모들을 지나치게 2분적으로 다루고, 인위적으로 내분을 아우르려는 점은 좀 아쉽기도 하고, 지나치게 교훈적인 이야기는 우화 형식을 내게 깊숙이 각인시키는 데 장애물이 되기도 하는데...

아이들의 영혼은 내일의 집에 살고 있다. 그대들은 결코 찾아갈 수 없는, 꿈속에서도 가 볼 수 없는 내일의 집에... 아이들이 화살이라면, 그 화살을 날리는 신에게 우리는 흔들리지 않는 '활'의 존재라는 통찰은 이번 독서에서 얻은 화두이다.

화살인 아이들과, 많이 휘어질 수록 화살을 멀리 쏘아보내는 활과, 세계를 주재하시는 분과...

고통의 대부분은 스스로가 택한 것이라 했다. 자신이 활임을 알고, 많이 휘어질 수록 화살을 위해, 그들의 내일의 집을 위해 조금이라도 도움될 수 있다면, 휘어짐도 아름다우리...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곱게 싼 인연
이홍섭 지음 / 해토 / 2003년 6월
평점 :
절판


스님이 아닌 사람이 절간에서 쓴 글은 드문데, 저자는 절간을 친숙하게 넘나들며 감상을 담아내고 있다. 8500원이란 가격도 책의 크기에 비해 좀 비싼 편이고, 사진이 예쁘긴 하지만 지질이 너무 무겁다. 삶은 이렇게 무거운 것이 아니거늘...

상쾌한 가을, 따가운 햇살 맞으며 원색의 점퍼 차림으로 등산이라도 떠나고 싶은 마음과는 달리, 몸은 속세의 쾨쾨한 골방 형광등 아래서 밤까지 아이들 닦달하는 처지이다보니 책으로나마 가을 소풍의 호사를 누린다.

절집들에 얽힌 숱한 이야기들을 읽노라면, 내 마음 속의 찌끼들이 가벼이 녹아 내리는 듯 하다. 그래서 난 불교 신자가 아니면서 이런 글들을 즐겨 읽는다. 내 마음의 욕심과 헛된 상념들을 버리지 못하는 줄 번연히 알면서도 글을 통해서라도 정신적 다이어트를 체험한다고나 할까.

제목부터 예쁜 책이다. 곱게 싼 인연이라. 마치 향기나는 추억을 담듯이 곱게 싸는 인연. 아름답다거나 화려함과는 다른, 곱다는 말이 주는 단아한 품세가 내용을 한결 경쾌하게 한다. 물론 전문적으로 불교를 논한 글은 아니지만, 그래서 나처럼 허투루 절집들을 구경다니는 이들에게 어울린다.

정신이 몽롱해진다. 큰 대자로 누우면 이 고통에서 해방된다. 그러나 그렇게 되면 만사휴의다. 고행의 극한 상황들을 연상해본다. 설산에서 6년간. 눈이 떠지고 허리가 펴진다. 얼마가 지나면 또 눈이 감겨지고 허리가 굽어진다. 골고다의 십자가. 눈이 떠지고 허리가 펴진다. 그러나 얼마가 지나면 다시 눈이 감겨지고 허리가 굽어진다. 그러다가 비몽사몽간에 뒷방에서 잠자는 스님의 코 고는 소리가 들려왔다. 눈이 번쩍 뜨인다. 수마도 고통도 물러갔다. 화두가 앞장 서며 빨리 가잔다. 길은 멀고 험하지만 쉬자 않고 가면 된다면서... 이런 용맹정진의 구절들은 내 정신에 찬물 세례를 퍼붓기도 하고...

비치코머(beachcomber)가 되어 모래사장을 빗으로 긁듯이 한적한 삶의 여유를 꿈꾸게 해 주기도 하고...

줄탁의 인연. 줄이란 병아리가 알 속에서 다 자라 세상 바깥으로 나오려고 알 껍질을 쭉쭉 빠는 것을 말하고, 탁이란 어미닭이 그 순간을 알고 바깥에서 알을 탁탁 쪼는 것을 말한다. 줄탁동시란, 이 두개의 동작이 일치하는 순간, 그 아름다운 만남의 순간을 이르는 말이다... 이러한 스승과 제자의 인연은 눈물겨웁지 않은가. 줄탁의 인연을 맺은 병아리와 닭의 모습은 그 얼마나 아름다운가. 비록 병아리는 줄탁동시의 그 순간을 잊게 마련이지만, 닭에게는 그 순간을 추억함으로 노년을 보내는 것이 아닐는지...

임제선사의 일갈... 질질 땅에 끌려다니지 말라.

변소에 단청하지 말라.

惺惺歷歷密密綿綿하라. - 오직 또렷이 깨어 역력하고, 은밀하고 끊임없이 하여야 한다.

무릇 공부할 때는 닭이 알을 품듯 하고, 고양이가 쥐를 잡을 때와 같이 하고, 주린 사람이 밥 생각하듯 하며, 목마른 사람이 물 생각하듯 하고, 애기가 엄마 생각하듯 해야 한다.

살아있을 때는 삶, 이 자체가 되어 살아가야 한다. 죽을 때는 죽음, 그 자체가 되어 죽어야 한다.

밥을 먹을 때는 몸과 마음 전체가 밥이 되어 밥을 먹어라.

눈을 뜨자. 아니, 누가 내 눈을 감겼단 말인가.

가도 가도 본래의 그 자리요, 왔다 왔다 해도 출발한 그 자리다.  行行本處 至至發處.

이런 절절한 말들을 쉽사리 듣다가도 간혹 심장에 가시가 되어 걸린다. 하긴 매일 똑같은 걸음으로 걸을 수 있으랴. 조금 아파서 쉬는 날도 있어야 건강의 소중함을 깨닫게 되듯이...


댓글(2) 먼댓글(0) 좋아요(19)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파란여우 2004-10-29 22: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에게 하신 말씀 같습니다. 갈 길이 멀군요..^^

글샘 2004-11-29 21: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니, 저에게 쓴소리를 적어 본 겁니다. 비치코머가 되어 백사장을 쓸어 보게요.
 
자기를 바로 봅시다 - 성철스님 법어집
성철 지음 / 장경각 / 2003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돈오점수(頓悟漸修).

깨달음은 짬밥으로 이루어지지 않는다. 아무리 노력해도 돈오의 순간을 발견하지 못한다면, 노력의 한계를 느낀다. 변증법에서는 양적변화가 질적변화를 가져온다는 유물론적 접근을 하고 있지만, 유심론, 특히 불교에서는 질적 변화를 일으킨 후에 양적 변화가 필요하단다. 돈오 이후에 점수...

성철스님의 유명하신 말씀, 산은 산이요, 물은 물이다.

산이 산이듯, 물이 물이듯, 나 하나하나는 모두 부처고, 현실 이대로가 절대 선이다. 세계는 태어나는 것도 아니고, 사라지는 것도 아니다.(불생불멸). 내가 본래 부처임을 먼지낀 명경에 비유하신다. 먼지가 끼어 있어도 거울임은 변하지 않는 것. 눈을 뜨고, 깨달으면 그 뿐인 것을. 눈을 감고 3독에 싸여 있다는 것.

욕심, 성냄, 어리석음(탐, 진, 치, 貪瞋癡)이 우리 눈뜸을 방해하는 요소다. 그래. 욕심, 이 욕심이 나를 얼마나 어리석게 하는지. 욕심이 없다면 성냄도 없을 것을...

그래서 스님께서는 이 욕심(탐)을 없애려면 '남을 위해 살아라'고 가르치신다. 남을 위해, 나를 가장 해치는 자를 위해 삼천배를 올리라는 쉬우면서도 가장 어려운 가르침을...

그래서 세상 명예와 이익, 부귀영화와 거꾸로 사는 것이 깨끗한 나를 만드는 길이라고 하신다. 논어에  나오는 종심소욕불유구를 인용하시면서... 나이 칠십이 되니 마음에 내키는 대로 하여도 가로막힐 것이 없다는.

심원해자 심애호(深怨害者 深愛護). 참으로 수도를 하려면 최저의 생활로 최고의 노력을 해야한다고 누더기를 입고 다니시며, 동굴 생활을 하신다는, 그래서 영원한 진리를 위해 일체를 희생하시는 좌우명을 가지셨다는 큰스님의 가르침은, 영욕에 부유하는 내 탁한 영혼에 작은 위안이 되었다.

알라딘에서 불교에 관심을 가지신 몇 분의 글들을 읽다 보면 공부의 필요성을 강하게 느낀다.

8년 동안 한 번도 드러눕지 않고 잠도 앉은 채로 잤다는 경력과, 영독불일중 5개 국어에 능통하시다는 신비의 요인으로 널리 알려진 그 분의 가르침은 참으로 간명하였다. 원수를 부모 모시듯 사랑하라.

깨달음의 순간이 오기까지 나같은 중생들은 차근차근 읽고 되뇌는 작업이 필요하리라. 욕심을 없애고, 남을 위해 살아라. 남을 위해... 욕심을 없애고, 삼천배 하는 정성으로...


댓글(2) 먼댓글(0) 좋아요(26)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달팽이 2004-10-08 21: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세상을 보는 관이 깊어질수록 큰스님의 말이 더욱 마음에 찐득하게 다가올 것이라 생각합니다. 그 관이 깊어지고 깊어지도록 늘 마음 속에 가시를 잊지 말고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글샘 2004-10-09 18: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종교에 대해 상당히 냉소적인 편이랍니다. 물신숭배에서 벗어나지 못한 종교환자들이 많아서요. 그러나 삶의 진리는 종교와 통해있다고 생각합니다.
큰스님의 말씀들이 아직은 도덕처럼 들립니다. 곱씹어가면서 내면화하려고 여기 몇 가지 적어 둔 건데, 살다보면 또 잊고 살겠지요.
욕심을 없애고, 해 놓고 돌아서면 화내고...
마음 속의 가시... 깊이 심어 두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