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소짓는 발걸음 - 틱낫한의 걷기 명상
틱낫한 지음, 권도희 옮김 / 열림원 / 200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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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상이라 하면, 대부분의 책에서 식구들이 일어나기 전의 고요한 시간에, 혼자 조용한 장소에 앉아 일정 시간 마음을 가다듬는 것을 의미하는데, 틱낫한 스님의 경우 걷기 명상에 의미를 많이 두시는 것 같다.

걷는 다는 것은, 인간이 별 의미없이 하루에도 수천에서 만보 이상을 행하는 단순 동작이지만, 그것을 수행에 활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목적지가 삼분 걸리는 거리라면 십분 일찍 가서 넉넉한 걷기 수행을 하라는 것이다. 마음의 평화란 자신이 인식하고 있을 때만 찾아올 수 있는 것.

내가 아프면 손끝 조금 갈라진 것으로도, 코막힘으로도, 가벼운 배탈 정도로도 멀쩡한 사람들이 그렇게 부러울 수 없다. 내 몸의 순환을 각성하지 못하고, 그저 세상 살기가 힘들다고만 느끼고 스트레스를 받기 쉬운 게 나라는 인간이다. 그러나, 내 몸을 곰곰 생각하면서 호흡에 임하면, 내 몸 어디에도 상처가 없음이, 자유자재로 호흡할 수 있음에, 배고플 정도로 위장이 튼튼함에 감사를 느끼게 된다.

마음을 꽃처럼 아름답게, 산처럼 진중하게, 물처럼 자유자재하게 호흡과 더불어 가꾸어 나가는 법을 걷기 명상과 함께 실천하는 것은 시끄러운 뮤직박스에서 흘러나오는 음악에 맞춰 헬스클럽에서 런닝머신을 돌려대는 것과는 다른 의미를 가질 것이다. 물론 건강을 위해 활력이 넘치는 음악을 들으며 흠뻑 땀을 흘리는 것도 건강에 좋은 것이겠지만, 신체와 정신은 떨어진 별개가 아니기 때문에, 걷기 명상의 의미도 나름대로 큰 뜻을 지닐 수 있다.

가장 살기 좋은 나라라는 프랑스에 정신과 의사가 가장 많다는 아이러니처럼, 스님은 프랑스에서 자두 마을을 운영하고 있다. 자두 마을에 줄을 서서 죽 걷고있는 서양인들을 보면, 한편 배부른 고민인 듯도 싶지만, 그렇게 무더기지어서 무슨 명상이 될까 싶기도 하다. 하긴 우리처럼 죽자사자 산에 오르는 등산 인구가 많은 나라도 찾아보기 쉽지는 않을 터이지만... 스님의 의도대로 천천히, 기쁘게, 편안하게 걷는 걸음에서 화를 다스리고, 자신의 존재를 늘 감사하게 긍정하는 방법은 바쁘다는 말을 입에 달고 사는 나에게 핑계를 불식시키는 한편으론 두려운 깨우침이기도 하다.

몸에 나쁘다는 고기를 잔뜩 먹고, 몸에 나쁘다는 술을 잔뜩 마시고, 몸에 나쁘다는 남의 욕을 잔뜩 하고, 몸에 나쁘다는 소유욕으로 철철 넘치는 모자라는 나에게, 걸음의 의미는 쉽지만 쉽지 않다.

삶의 역사적 차원(생과 사, 시작과 끝 등)과 궁극적 차원(이 모든 것들이 그저 관념에 지나지 않음을 명백히 알게 되는 차원)이 있음을 깨닫는 경지까지 다다르진 못하더라도, 내 눈이 세상을 바라볼 수 있음을, 자유로이 숨쉬고 있음을, 수족을 자유로이 놀리고, 병들지 않은 육신임을 순간순간 느낄 수 있도록 도와주신 스님께 감사드린다.

이 책은 간단간단한 지도의 말씀으로 이루어져서, 걷기 명상을 실천하고자 할 때, 가벼이 접할 수 있다. 그리고 다른 책에 비해서, 걷기 명상을 하는 다양한 자세와 방향들을 제시하고 있어서, 미소짓는 발걸음의 도반이 될 만한 책이라 할 수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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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란여우 2005-01-19 22: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글샘님! 오늘 두 권의 책이 피곤함에 지친 발걸음으로 터덜터덜 걸어온 퇴근길에 도착해 있었습니다. 예쁜 포장지에 단정하게 매듭지어진 리본을 조심스럽게 풀어 보면서 님께서 저의 날림의 삶을 정말 염려해 주신다는 느낌을 강렬하게 받은 책을 보는 순간, 아 하는 감탄사가 나왔답니다. 잊고 있었던 그것이 자꾸만 가슴 속에서 떨려 옵니다. 부록으로 수록된 음반을 들으며 지금 하루의 끝을 흘려 보냅니다.무어라고 달리 멋있는 형용사가 떠오르지 않는군요. 지난번에도 그러하셨지만 이번에도 보내주신 책을 받아 들면서 정말 열심히 착하게 살아야겠다는 다짐을 다시 한 번 경건하게 해봅니다. 글샘님으로부터 전염된 이러한 마음의 평화를 위한 구원의 기도를 올리는 습관을 이젠 돌이킬 수 없게 되었습니다. 고맙습니다. 주말에 사진을 올려 동네방네 자랑질을 하고 싶습니다. 허락해 주실꺼죠?글샘님! 잘 읽겠습니다. 님처럼 명상의 리뷰를 멋드러지게 쓸 수 있을런지는 의문입니다만...고맙습니다!!!!^^

비연 2005-01-20 00: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리뷰 잘 읽었습니다..^^ 제 서재에 담아두어도 될런지요...

글샘 2005-01-20 13: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여우님, 기쁘셨다니 저도 기쁘네요. 마음의 평화를 얻을 수 있다면, 종교나 방법은 초월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비연님, 제 멋대로인 글을 담아 두지 마시고, 책을 직접 읽어보시길...
 
마음을 멈추고 다만 바라보라
틱낫한 지음, 류시화 옮김 / 꿈꾸는돌 / 200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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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에서 가장 인상 깊은 것은 표지다. 표지의 절반을 차지하고 있는, 조용히 눈 감고 졸음에 빠진 아이의 모습이, 한편 부처님의 모습같고, 한편 백제의 미소를 떠오르게 한다.

불가에서 여섯 단계의 수행을 이야기할 때, 첫째, 수식(호흡에 집중하는 수행), 둘째, 상수(호흡에 마음이 하나가 되는 경계), 셋째, (정, 또는 적, 사마타, 마음이 호흡을 의식하지 않고 한 곳에 응집되어 고요히 안정되는 경계), 넷째, (혜 또는 조, 위빠사나, 일체 대상세계에서 실상을 보는 깨어있는 마음), 다섯째, 환(지와 관의 수행을 닦아 자신의 내면으로 돌아와 일체 대상 세계의 일반적 특성을 체득하는 경계), 여섯째, 정( 내면의 영적 승화인 깨달음과 초세간적인 청정한 초월의 완성)을 일컫는다.

그 셋째와 넷째를 이른 것이 이 책의 제목이다. 마음을 멈추고, 다만 바라보기.

그 바라보는 경지는 일체의 망상, 잡념에서 벗어나, 현재의 나를 바라보는 것에서 시작한다. 고요히 명상에 잠기려고 하다보면, 얼마나 큰 망상들이 나를 둘러싸고 있는지 느끼게 된다. 아무리 고요한 곳에 홀로 앉아 있더라도, 그리고 내 몸을 스캔해 가면서 나의 현재가 감사함을, 오로지 현재만이 아름다운 것임을 깨달음의 순간, 늘 떠오르는 잡념들은 나의 어리석음이 교과서적임을 증명해 준다.

사람이 마음의 안정을 갖기 위해서는, 모든 망상을 놓아버려야 한다. 내 마음이 부질없이 흐르는 강물을 멈추고, 다만 바라보는 객관적인 안목을 기르는 법을 이야기로 풀어놓은 책이다.

불법의 오계, 위빠사나 명상 등의 개념을 개념으로써가 아니라, 간단한 예를 들고, 마치 이웃사람에게 동네 할아버지가 들려주는 이야기처럼 편안하게 읽을 수 있는 입문서라고 볼 수 있고, 불교와 상관없이도 마음의 평안, 평화를 찾기 바라는 사람들에게 큰 위안을 줄 수 있는 책이다.

틱낫한 스님의 가장 큰 장점은 글이 어렵지 않다는 것이다. 배운 사람을 대상으로 글을 쓰지 않는다는 것이다. 다만, 쉽게 풀고 대중적인 책을 내다보니 책마다 반복되는 말들이 많다는 것은 책을 부지런히 사는 사람에겐 조금 아쉬운 일일지 모른다. 그렇다면, 몇 번 읽고, 책을 남에게 주어버리는 것도 좋지 않을까? 도서관에서 스님의 책을 빌려 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고...

이 책에서 우리가 온 마음을 다해 수행하도록 도움을 주는 시가 있다.

숨을 들이쉬면서, 나는 숨을 들이쉬고 있음을 안다.

숨을 내쉬면서, 나는 숨을 내쉬고 있음을 안다.

 

숨을 들이쉬면서, 나는 나 자신을 꽃이라고 생각한다.

숨을 내쉬면서, 나는 신선함을 느낀다.

 

숨을 들이쉬면서, 나는 나 자신을 산이라고 생각한다.

숨을 내쉬면서, 나는 산처럼 흔들리지 않음을 느낀다.

 

숨을 들이쉬면서, 나는 나 자신을 고요한 물이라고 생각한다.

숨을 내쉬면서, 나는 모든 것을 있는 그대로 비춘다.

 

숨을 들이쉬면서, 나는 나 자신을 무한한 공간이라고 생각한다.

숨을 내쉬면서, 나는 자유로움을 느낀다.


그리고 결혼을 앞둔 이들에게 들려주면 좋을 말,

 

우리 모두는 변화하고 성장할 필요가 있다... 결혼을 할 때, 우리는 함께 변화하고 성장하며 삶의 열매를 함께 나누기로 약속한다. 한 쌍의 부부가 되어 행복하게 살아갈 때, 두 사람이 서로를 이해하고 조화롭게 지낼 때, 우리는 자신의 행복과 기쁨을 다른 많은 사람들에게도 나눠줄 수 있다... 상황이 어려울 때, 우리는 이혼을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그 생각 대신에 나는 그대가 결혼을 유지하기 위해 더욱 노력하고, 더 많이 포용하고 이해하면서 배우자에게 될아가기를 바란다.... 누군가를 사랑할 때, 그대는 그 사람이 행복해 지기를 바란다. 그 사람이 행복하지 않다면, 그대 또한 행복하지 않을 것이다. 행복은 개인적인 문제가 아니다....

 

자두마을의 '화를 푸는 법'도 상당히 인상적이다.

<평화의 서약>

1. 더 많이 상처 주고 화를 내게 만드는 말이나 행동을 삼간다.

2. 화가 나나 자신의 감정을 억압하지 않는다.

3. 호흡을 자각하면서, 자신 안에서 화를 가라앉힐 방법을 찾는다.

4. 마음을 가라앉히고 24시간 안에 자신을 화나게 만든 사람에게 자신의 화난 마음과 고통에 대해 직접 만한다. 아니면 '평화의 쪽지'를 통해 그것을 전달한다.

5. 며칠 지난 주말, 이를테면 금요일 저녁에 만나서 그 문제에 대해 진지하게 대화하자고 말하거나, '평화의 쪽지'로 그 뜻을 전달한다.

6. '난 화나지 않았어, 난 괜찮아. 고통스럽지 않아, 화낼 일이 뭐가 있어, 그만한 일에 화낼 필요는 없어.'하고 말하지 않는다.

7. 호흡을 하고, 자신의 일상생활을 깊이 들여다보는 수행을 한다. 앉고, 눕고, 서 있고, 걸어다니는 동안 수행하면서... "때로 나는 미숙하게 행동했다. 습관적으로 다른 사람에게 상처를 주었다. 내 안에 있는 강렬한 분노의 씨앗이 내가 화를 낸 가장 큰 원인이었다. 자신의 분노의 씨앗에 물을 준 다른 사람은 부차적인 원인이었다. 상대방은 단지 자신의 고통으로부터 위로받고싶어 그런 생동을 한 것이었다. 다른 사람이 고통받을 때, 나는 진정으로 행복해질 수 없다."

8. 자신이 깨어있는 마음 없이 미숙하게 행동했다는 것을 깨닫는다면, 즉시 사과한다.

9. 그를 만나서 차분히 말할 수 없을 것 같으면 약속을 뒤로 미룬다...

 

어려울 것은 하나도 없다. 나를 다섯 살 짜리 어린아이처럼 이해하고, 남도 같이 이해하면 된다. 이해하는 것은 어려운 것이 아니다. 그러나, 우리 마음의 흐름은 어디 쉬이 멈춰지던가. <의식은 흐르고 흘러> 나도 모르는 곳으로 가 버리고, 나를 객관적으로 바라보지 못하게 하지 않더냐. 지금 이순간, 가장 경이로운 순간을 깨닫고 살기 위해, 마음을 멈추고, 다만 바라보라. 깨달음이 <현재>를 <선물>로 돌려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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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릭 호퍼 자서전 - 떠돌이 철학자의 삶에 관한 에피소드 27
에릭 호퍼 지음, 방대수 옮김 / 이다미디어 / 200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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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깊이있는 수필들로 이루어진, 독특한 자서전을 한 편 만났다. 떠돌이 철학자의 삶에 관한 에피소드 27이란 부제가 붙은 에릭 호퍼의 자서전은 읽는 내내 마음을 설레게 한다.

비록 내가 떠돌이 생활을 하고 있지도 않고, 할 수도 없고, 할 생각도 없지만, 그의 의지와 뜻에 전적으로 동감하는 부분이 많았다.

학교를 다니지 않고도 또렷한 사상과 정신을 가질 수 있고, 떠돌아 다니면서도 독서를 통하여 삶의 의미를 구축해 나갔던 떠돌이 철학자. 레스토랑 웨이터 보조원, 농장의 품삯 일꾼, 사금 채취공 등의 밑바닥 삶을 전전하며 생의 풍족함을 누렸던 그에 비하면, 하나라도 더 가지지 않고서는 만족감을 모르는 현대인들의 멍청한 삶이 극명한 부조리로 대조되는 데 이 책의 가치가 있다.

물론 괴롭던 시절도 겪긴 했지만, 명상과 독서를 통해 삶의 방향을 제시할 수 있다는 것은 일견, 수도승들의 가난과 명상, 정진과 통하기도 하고, 오히려 구속받고 제약 속에서 진리를 탐구하는 승려들에 비하여, 훨씬 자유 의지에 의하여, 종교에 의지하지 않고, 인간답게 사는 법을 삶을 통하여 역설하고 있는 것이다.

그는 자신의 전기를 스물 일곱 편의 에피소드로 엮고 있다. 그 대부분은 자기 이야기가 아니라, 남들의 이야기다. 남들을 만나고, 헤어지고 하면서 잠시잠깐 느낀 생각들을 적는 것. 이것이 자서전이 되어 버린 것이다. 의식적으로 가벼운 삶을 만들고, 세계를 변혁하려 했던 이들의 전기와는 확연하게 다른 가벼움이 이 책에는 스며 있다.

물리적 중량도 아주 가볍다. 재생지로 만든 이 책은 편안히 누워서 읽기 좋을 만큼 가볍고, 즐겁고, 유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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틱낫한의 평화로움
틱낫한 지음, 류시화 옮김 / 열림원 / 2002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베트남의 조그만 스님, 틱낫한의 글은 어려울 것이 하나도 없다. 그저 흐르는 물에 발을 담그듯 내 마음을 조용히 던져두면 스님의 말의 흐름 속으로 내 마음도 따라 흐른다. 명상을 본격적으로 배우지 않아도, 이 책을 읽는 것만으로도 평화로운 명상의 마음을 얻게 된다.

자비의 눈으로 타인을 바라보는 법을 배우라. 慈眼視衆生. 지난 가을 읽었던 어느 책에서 원수를 위해서 삼천배를 하는 마음을 접했던 적이 있는데, 그런 비치코머의 마음을 쉽게 잊고 살았다는 생각이 든다.

스님의 <화>나 <힘> 같은 책에서 마찬가지의 내용들이 나왔지만, 사실은 그 내용이 옳다는 것을 알면서도 매일 실천하긴 얼마나 어려웠던지. 매 순간 나를 열어 두고, 나의 호흡을 통해 스트레스를 정화하는 방법을 안다는 것과, 실천하는 것은 가까우면서도 얼마나 먼 곳에 있는 것인지...

새 학기가 되면 잊지 말고 호흡과 걷기 명상을 실천해 보아야 겠다는 생각을 했다. 추운 겨울을 통해 맑은 정신을 북돋우게 시간을 주신 신께 감사 드린다.

마음에는 평화, 얼굴에는 미소, 지금 이 순간이 가장 경이로운 순간.

더 말할 것이 무에 있으리. 그저 실천과 깨어있음만이 책을 읽은 내가 해야할 일임에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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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leinsusun 2005-01-14 13: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방학이 있는 선생님이 부럽습니당.

<평화로움>에 제가 아주 사랑하는 말이 있는데요.

" 슬픔에게도 미소를. 우리는 슬픔 이상의 존재니까."

너무 아름다워요. 슬픔에게도 미소를 보내고 싶어요. 근데 슬픔 뒤에 기쁨이 오고, 기쁨 뒤에 또 슬픔이 온다는 싸이클을 깨닫고 받아 들이는 일이 쉽지 않네요.

글샘 2005-01-15 01: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방학 없으면 명예퇴직 하는 분 엄청 늘걸요? 저는 정말 오랜만에 쉬어보는 방학이라서 평화롭게 보내고, 충전도 잘 하고 있습니다. 스님은 기쁨도 슬픔도, 깨달음의 눈으로 보면 아무 것도 아니란 이야길 하시잖아요. 지금 이순간, 마음에는 평화, 얼굴에는 미소...^^
 
명상과 자기치유 -상
존 카밧진 지음 / 학지사 / 199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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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오랜만의 방학이다. 모르는 사람들은 방학이면 교사들은 집에서 뒹구는 줄 아는데, 일반계 고등학교(소위, 인문계)는 평소와 비슷하게 하루를 시작하고, 어떤 학교는 오후 5시까지 자습도 시킨다. 지난 몇 년간 바쁘게 사는 게 좋은 건 줄 알고 정신 없이 살다보니, 한 번도 쉰 적이 없었고, 오히려 방학중이 더 바빴다. 그렇게 사는 게 좋다고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었다. 남은 거라곤 혈압 오른 거, 비죽이 내어미는 뱃살, 마흔이라는 나이에도 아직도 혹하는 어리석은 나만 남았다. 그래서 이번 방학엔 죽을 힘을 다해서 보충수업에서 빠졌다. 처음엔 어떻게 놀까 머리를 많이 굴렸다. 아들과 둘이서 절에 가서 도를 닦을까 어쩔까... 하다가 요즘은 아들과 둘이 종일을 논다. 삼십 년은 젊어진 느낌이다. 그리고 노는 게 전혀 지겹지가 않다. 둘이서 운동도 하고, 공부도 하고, 밥도 해 먹고, 느긋하게 독서도 즐기고... 아이도 행복하단다.

이 책은 미국 매사추세츠 의과대학 의사인 존 카밧진의 명상 치유에 관한 이야기다. 스트레스, 고통, 질병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한 치료(caring)가 아닌 치유(healing)요법을 8주 과정으로 시행해 본 결과의 보고서라고 할 수 있다.

현대를 살아가면서 끝없는 보이지 않는 경쟁, 끝장날 듯한 스트레스, 그리고 운동 부족으로 오는 질병과 심리적 불안감, 공황... 이런 것들이 반복 순환되면서 인생은 점점 수렁으로 빠져드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라다크의 오래된 미래에서 보여주던 가난하면서도 순박한 웃음들은, 부유하면서도 강파른 인상들로 변화하는 현대, 질병도 그만큼 많아진다. 병원에 병문안이나, 조문객으로라도 가 보면, 세상에 아픈 사람이 그렇게도 많은가 놀라게 된다. 그러고 잠시 '아, 이러다가 큰일나겠다, 운동해야지...'하는 생각을 하고, 돌아나오면서 싸-악 잊고 산다.

병원에서 질병에 걸린 사람들의 마음의 고통을 치유해 주기 위해 8주간의 요법을 사용한다.

제1,2주 : 호흡과 보디 스캔

제3,4주 : 보디 스캔과 요가

제5,6주 : 정좌 명상, 요가 명상

제7주 : 개별적 정좌, 요가명상 혼합

제8주 : 공식 명상의 마지막 주인 동시에 스스로 훈련을 시작하는 첫 주(이 주는 여생동안 계속되는 주)

요즘 놀면서 아들을 따라 찜질방에를 처음 갔다. 후끈후끈한 한증막에 조용히 누워있으면서(어떤 때는 아줌마들의 수다로 방해받기도 하지만) 나의 호흡에 주의를 기울이면, 세상에 부러울 것이 하나도 없다. 정말 아무 생각이 없는 거다. 아무 생각 없는 시간이 이렇게 필요한 것인지... 역시 몸이 쉬라고 할 때는 쉬어야 하는 거다. 혈압이 160을 순식간에 넘어버리고, 한 번 넘어간 혈압이 내려오지 않아서 30대에 혈압약을 먹게 되니 이게 뭔가 싶었다. 정말 필요한 때 나타나 준 이 책을 보면, 한 편 신기하다. 어떻게 이 책이 내 손에 들어오게 되었던가. 도서관엘 자주 가도 그 코너엔 잘 안 갔는데... 공학 서적 옆에 이런 명상 관련 서적을 두다니... 나를 치유해야 하는 시간에 고맙게도 나타나 준 이 책에 감사한다. 그리고 나는 이런 우연을 가장해 만남을 주선하시는 장난 좋아하시는 그분의 존재를 믿게 된다. 

이 책을 읽으면서 건강이란 말에는 전체를 의미하는 뜻이 있다는 걸 알았다. 전체는 통합이다. 체계나 유기체의 모든 부분들이 내적으로 결합하여 완전한 존재를 의미하는 것이다. 전체성이란 언제 어느때나 존재하며, 그 치유과정이란 있는 그대로 사물을 받아들이는 과정이다. 마치 모리 선생님처럼. 나를 이해하기 위해선 특별한 방법이 있는 것이 아니라, 나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라는 것이다. 얼마나 나를 모질게 채찍질했던가... 이 책은 특별하지 않아서 좋았다. 새로운 것이 없어서 좋았다. 명상이란 그저 주의를 집중한 채, 따지지 않고,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관찰함에 따라 자기라는 존재의 올바른 내적 상태를 직접적으로 느끼는 과정이므로 인위적인 자세나 동작은 필요하지 않다. 그저 나를 관찰하고 있으면 되는 것이다.

이 책에서 아인슈타인의 편지의 한 토막이 인상적이다. : "인간이란 '우주'라고 부르는 전체의 한 부분이며, 시간적으로나 공간적으로 한정된 한 부분이다. 인간은 자신의 생각이나 감정이 자신의 신체 부위와 떨어져 있다고 생각하고 있는데 이것은 자기 의식에 대한 일종의 착각이다. 이 착각은 일종의 감옥과 같은 것으로서, 이곳에 들어가 버리면 개인적 욕망이나 매우 가까운 주의의 몇 사람에 대한 애정에 의해 속박되게 된다. 모든 살아있는 생명체와 자연 전체를 아름다움으로 널리 포용하기 위해서는 자비심의 범위를 넓혀, 이 착각의 감옥으로부터 우리 스스로를 해방시키지 않으면 안 된다. 어느 누구도 이것을 완벽하게 해낼 수는 없지만 이렇게 하려고 노력하는 자체가 착각의 감옥으로부터 당신을 해방시키고, 내적인 안정을 얻기 위한 기초를 마련해 준다."

9점 과제란 것이 있다.

ㅇ           ㅇ            ㅇ

ㅇ           ㅇ            ㅇ

ㅇ           ㅇ            ㅇ

이런 아홉개의 점을 네 개의 직선을 사용하되 연필을 떼지 말고 한번 그어진 선분 위로는 다시 반복하여 그리지 말고 아홉 점을 연결하라는 문제. 이 문제의 해결에는 습관적 인식을 탈피하고, 넓은 시야를 가져야 하는, 세상을 하나의 전체로서 체계를 보려고 하는 <시스템 관점(system view)>이 필요하다. 세상은 하나의 거대한 시스템인데, 나는 작은 낱낱의 프로그램에 얼마나 집착했던지...

치유란, 치료라기 보다는 관점의 변화였다. 치유란 나 자신이 본래적으로 가지고 있는 완전성을 인식하는 과정인 동시에 나 자신이 모든 것들과 서로 연결되어 있다는 연결성을 인지하는 것이란 말이다. 무엇보다 치유란 나 자신의 내부에서 평화를 느끼는 것이 되어야 한다. 화내지 말고, 원한 갖지 말고, 지비로 충만하고, 나 자신에게 친절하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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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연 2005-01-10 12: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리뷰 잘 읽었슴다^^ 방학이라니 넘넘 부럽구요...퍼갈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