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 화요일에는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열리고 있는 '바로크 로코코 시대의 궁정문화'를 보고 왔다.  

 

로비에는 이상봉 디자이너가 재현한 이 시대의 옷이 전시되어 있었는데 제대로 예뻤다. 얼마나 입어보고 싶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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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녀고양이 2011-07-08 09: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여름 계획 전시회를 이미 다 다녀오신거예요? 우아~
로코코 전을 저두 눈독 들이는 중인데, 혹시 저 전시회도 그림이 거의 전부인가요?
옷이나 폐물이나 그릇 같이 아기자기한게 있다면, 코알라가 더욱 좋아할거 같은데 말이죠.

마노아 2011-07-08 11:49   좋아요 0 | URL
하나 더 다녀왔는데 깜박해서 방금 하나 추가했어요.^^ㅎㅎㅎ
로코코전은 엽서에 보이는 가구들이나 도자기, 생활용품 들도 꽤 되어요. 코알라가 좋아할 거예요.
팬시상품으로 갖고 싶은 게 더러 있었지만 비싸서 말이죠...;;;;;

무스탕 2011-07-08 10: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호곡- 이걸 10일만에 다 클리어 했단 말이에요?! 바쁘셨네요.
옥함은 정말 화려함의 극치네요. 저런게 300개라면 어디에 뭘 넣어 뒀는지도 잊어버리겠어요.
하긴.. 하인들이 관리했겠지만요. ㅎㅎㅎ

2011-07-08 10:03   URL
비밀 댓글입니다.

마노아 2011-07-08 11:50   좋아요 0 | URL
방학 때까지 두루 다녀올 생각이었는데 어쩌다 보니 단시간에 후루룩 돌았어요.
그래서 생각이 하나도 안 나는 것도 있지만요. ㅎㅎㅎ
오르세전 좋아요, 좋아~
그날 제가 이승환 콘서트를 안 다녀왔으면 그날의 하일라이트는 오르세전이 담당했을 거예요.^^

무해한모리군 2011-07-08 13: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므낫 티셔츠 너무 귀엽다.
퍼머도 완전 잘나왔어요!

마노아 2011-07-08 14:17   좋아요 0 | URL
귀엽죠? 공연 주관사에서 만든 거라서 메이드 인 드림팩토리는 아니지만 예뻐서 샀어요.
가격도 만원으로 저렴했고요.^^ㅎㅎㅎ

꼬마요정 2011-07-08 13: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멋집니다. 단시간에...
18세기 복식은 제인 오스틴 영화들에서 많이 보던 것들이네요. 친숙하다고나 할까욤..ㅋ 보석함은 저도 탐나네요. 색깔도 이쁘고.. 체르노빌 사태 때문에 목에 나이테라니.. 너무 가슴 아파요. 로마노프 왕조 오골오골 모여 사진 찍은 거 보고 왠지 의천도룡기가 떠오릅니다. 조민 옷차림이랑 비슷한 듯 해서요. 문화의 힘은 대단해요. 대동여지도도 인상 깊네요. 전 길치라서.. 지도도 못 읽고.. 마치 밴드오브브라더스의 소블처럼 말이죠ㅠㅠ

마노아 2011-07-08 14:18   좋아요 0 | URL
영화 얘기를 하니까 마리 앙투와네트도 보고 싶고, 제인 오스틴 영화도 보고 싶어지네요. 어제 에뷔오네를 읽어서 더 그런가봐요.^^;;;
조민 주연의 의천도룡기는 보지 못했지만 얼추 상상이 가요. 오골오골-이 단어 재밌어요.ㅋㅋ
저도 심각한 길치인지라 대동여지도 할아버지가 와도 그거 들고서 길은 못 찾을 것 같아요...;;;;

순오기 2011-07-08 15: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시회를 주르르~~~~~~ 다녀왔군요. 부지런도 하셔라~~~~
빠짐없이 등장하는 마노아님표 길~~~~찾기!^^

마노아 2011-07-08 15:33   좋아요 0 | URL
그러게 말입니다. 단 한 번을 제대로 길을 찾지 못하네요. 같은 번호 두 개인데 왜 내가 탄 번호가 하필 잘못 탄 번호냔 말이에요..ㅜ.ㅜ

블루데이지 2011-07-08 16: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 마리 앙투와네트가 다시 보고싶어지게 하는 의상들이네요~~저런 옷은 어떻게 하면 입을수 있는거죠? ㅠㅠ~ㅎㅎ
진짜 마노아님의 행보가 정말이지 부럽습니다.~ 그런 부지런함은 뱃속에서부터 만들어지는 건가요?
저는 한국 고지도의 역사란 책을 찜해놨었는데...조선 고지도 여행시리즈를 한번 읽어봐야겠어요~~
오늘도 감사드려요!!

마노아 2011-07-08 16:56   좋아요 0 | URL
평생 저 비스무리한 옷을 한 번은 입어보고 싶은데 말입니다. 웨딩드레스 말고는 어케 길이 없을까요? ㅋㅋ
몇몇 전시들이 일정이 짧아서 부랴부랴 해치웠어요. 반값 할인에 폐휴대폰, 그리고 도록에 들어있는 입장권까지, 가격을 줄이려면 몸이 빨리빨리 움직여야 했답니다.^^;;;

pjy 2011-07-08 17: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구멍뚫린 프레임이 안타깝습니다~~ 아이라인을 멋지게 한 마노아님의 얼굴이 있어야 완성작인데요^^;
정말 화려한 장식의 옥함이네요,,크기가 궁금해요~
이런거 안에 결혼반지할 다이아몬드원석이나 목걸이용 진주알 잔뜩 담아서 선물주는 그런 남자 어디 없을까요? 없겠죠? ㅋㅋ; 아직 날짜 여유가 있으니 국립중앙박물관에는 좀 가봐야될듯 싶습니다~
저는 꼭 저 구멍뚫린 판넬에 얼굴을 넣고 찍어보도록 노력하겠습니다^^ 그리고 전 녹음 설명을 듣겠습니다*^^*
역사박물관에서 하는 '모스크바의 초상'도 가보고 싶고~ 아주 정보가 유용합니다

마노아 2011-07-08 17:29   좋아요 0 | URL
오르세전에서도 프레임에 얼굴 넣고 사진을 못 찍어서 아쉬웠어요.
옥함은 그렇게 크지 않았어요. 손바닥보다 약간 작은 정도?
그렇지만 그 안에 보석을 담는다면 결코 작지 않아요. ㅎㅎㅎ
모스크바의 초상은 애석하게도 이미 끝났어요. 월요일인가 일요일인가에 끝났을 거예요.
그래서 저도 부랴부랴 다녀온 거거든요. 이건 사이버 전시도 해서 컴퓨터로도 볼 수 있었는데 지금도 사이버 전시를 하는지 모르겠어요.
국립중앙박물관은 녹음 설명 택하셔요. 도슨트 하시는 분들이 복불복인지라...ㅎㅎㅎ
 
<이번 주말엔 무슨 영화를 볼까?> 6월 5주

1.

 트루맛쇼가 어떤 영화인지 사전정보가 전혀 없었고, 다만 70분이라는 짧은 시간이 마음에 들어서 선택했다. 영화 본 지 벌써 보름이 지났다. 개봉관이 많지 않던데 30분 안에 갈 수 있는 곳에 독립영화관이 셋이나 있다는 건 축복이라는 걸 새삼 알아버렸다.  

영화는 방송이 시청자들의 눈과 귀를 속여 입맛까지 속이는 행태들을 속속들이 파헤쳤다. 유명 맛집을 일부러 찾아다니는 일은 없지만, 어떤 밥집을 갔을 때 벽을 지저분하게 장식해 놓은 어느 방송 출연 사진들이 늘 피곤했다. 그런 간판 없어도 맛있고, 있어도 맛 없을 때가 많았으니까. 영화는 왜 그런 소문난 맛집이 맛 없는지를 있는대로 보여준다. 그들은 맛으로 소문난 것이 아니라 방송에 소개될 자격을 돈으로 샀다는 것이다. 심지어 브로커가 방송용 메뉴도 만들어 준다. 당연히 그 메뉴는 TV를 보고 군침 흘린 시청자가 다시 가서 맛볼 수 없다. 어디까지나 방송용이고 일회용이니까.  

방송에 잡힌 손님들은 이런 일에 전문적으로 고용되는 연출된 사람들. 아무 맛도 없지만 맛있다고 해야 하고, 죽도록 매워도 죽도록 좋겠다는 표정을 지어야 한다. 심지어 대사도 작가가 다 써준다. 이런 사례는 일반인 뿐아니라 연예인의 맛집에도 자주 적용된다. 어느 연예인이 자주 가는 맛집이라는 수식어를 내주고, 그에 대한 대가를 받아가는 것이다.   

TV 전파를 탔다는 그 한 번의 경험이 사람들의 호기심을 잔뜩 끌고 그로 인한 매출 효과가 분명 이익이 되니까 이런 당당하지 못한 방법을 너도 나도 쓸 것이다. 그 비용으로 맛의 증진과 서비스의 확대, 또 다른 참신한 홍보를 기대한다는 건 순진한 바람일까. 

오히려 맛집 간판 없는 집을 골라서 가는 손님들도 늘어가는 실정이다. 방송에 한 번도 나오지 않았다고 광고하는 집들을 보면 피식 웃으면서 한 번 가볼까 하는 마음도 생긴다.  

영화가 이런 속사정을 낱낱이 보여준 것은 무척 고마운 일인데 그걸 설명하는 과정도 좀 더 위트 있었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 어째 이런 것도 모르고 속았냐? 하고 나무라는 것 같아서 조금 언짢았달까. 뭐, 내가 속은 일도 없지만서도... 

 

이렇게 TV 맛집 신드롬과 또 공공연히 자행되는 브로커를 통한 거래가 비단 우리나라에만 있는 일일까? 다른 나라에서도 곧잘 있는 일인지 문득 궁금해진다.   

2.

지난 주 화요일에는 알라딘에서 이브 생 로랑의 라무르에 당첨됐다는 연락을 받았다. 이대 안에 있는 아트하우스 모모에서 상영을 했는데 학교 안에서는 '아트 하우스 모모'라는 이름으로 안내 표시가 되어 있지 않아 관리실 기사님도 이름을 몰라 찾느라 다소 애를 먹었다.  

이브 생 로랑은 패션의 문외한인 나에게 낯선 이름이다. 크리스찬 디오르의 제자였고, 그의 사후 디오르를 이끌다가 사주로부터 해고되면서 자신의 이름을 건 옷을 만들게 되었다고 영화 초반에 설명된다. 디오르의 특징은 모르지만 그 이름까지는 나도 안다.^^ 

그는 여성 옷에 최초로 '바지 정장'을 도입한 사람이라고 한다. 여성용 정장에 바지가 도입된 게 불과 100년도 되지 않았다니 놀랍다. 하긴, 100년 전 사진을 보면 바지 입은 여자는 보지 못한 것 같다. 로랑이 참 대단한 일을 했구나!  

몬드리안의 그림을 디자인으로 승화시킨 몬드리안 룩을 보는 순간 눈이 확 밝아지는 느낌이었다. 

 

요런 스타일인데 이것 하나만 있는 것이 아니라 변형시켜서 무척 다양한 컬러의 옷들을 선보였는데 그 순간 원피스를 아름답게 소화하는 여자가 가장 부러울 만큼 예뻐 보였다. 그 밖에 그가 유행시킨 많은 옷들을 볼 수 있었는데 내가 입지 못해도 눈으로 보는 즐거움도 꽤 큼을 알 수 있었다.  

1998년 프랑스 월드컵 개막식에서 그의 데뷔 40주년 헌정 패션쇼가 열렸는데, 전 세계에서 오디션을 통해 고용한 수많은 패션 모델이 그의 옷을 입고 그 넓은 잔디밭을 가득 채웠다. 

 

그의 이름 이브 생 로랑의 이니셜 모양대로 모델들이 서 있는데 그 자체로 하나의 장관이었다. 그에게도 더 없는 영광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말년의 그는 무척 힘들어 했다. 우울증이 심해서 치료를 받아야 했고 자신이 마약 중독자라는 것을 스스로 인정해야 했다. 더 이상 디자인을 할 수 없다고 여긴 그는 은퇴를 발표한다. 최고의 영예를 누렸고, 부귀와 명성도 얻었지만 그럼에도 스스로를 갉아먹는 우울증과의 싸움은 이 고독해 보이는 인상의 노신사를 지치게 했다. 2008년 그가 사망하자, 그의 연인이며 파트너였던 피에르는 그들이 평생에 걸쳐 수집했던 미술품 콜렉션을 경매에 내놓는다. ‘세기의 경매’라 불렸던 그들의 콜렉션은 3억7천3백50만 유로(한화 약 6천억 원)에 달하는 단일 경매 사상 최고의 낙찰액으로 화제가 되었고, 수익금 전액은 에이즈 재단에 기부되었다. 만약 자신이 죽고 로랑이 남겨졌다면 그는 경매에 내놓지 못했을 거라는 피에르의 인터뷰에 슬며시 웃음이 나왔다.   

 덕분에 관심을 갖게 된 책 두 권.

 옷 이야기 출간 이벤트에 '라무르'가 재상영된 것이니 당연히 꼽을 책이고 '사토리얼리스트'를 재밌게 봤기 때문에 '페이스 헌터'도 흥미가 생겼다.

 

 

3.  

그리고 세 번째 다큐멘터리 영화는 어제 본 플레이다. 

밴드 메이트를 처음 본 것은 유희열의 스케치북이었는데 노래가 무척 좋았다. 이후 스케치북에 한 해에 세 번을 나왔던가, 무척 밀어주는 분위기였는데, 기대에 잘 부응해 주었다. 건반과 보컬을 맡고 있는 정준일, 기타와 보컬을 맡은 임헌일, 그리고 드럼을 맡은 이현재가 어떻게 만나 밴드를 구성하고 성장하게 되었는지의 과정을 영화는 청춘 성장 드라마 보여주듯 펼쳐낸다. 물론, 이야기의 극적 구성을 위해서 그들의 연애 이야기가 섞였는데 이쪽은 픽션으로 보인다.  

정준일은 꽤 까칠한 캐릭터였고, 임헌일은 연기가 몹시 훌륭했다. 정은채와도 그림이 예뻐서 정말로 응원해 주고 싶은 기분. 드러머 이현재는 워낙 인물이 모델이니(실제로도 모델이었고!) 비쥬얼은 이미 책임지고도 남았다. 내가 좋아하는 그들의 노래가 이야기를 담아 계속 울리니 영화 보는 재미가 아주 컸다.  

오히려 원래 배우였을 (아마도?) 수현 역의 여배우가 발연기를 선보여서 옥의 티였다.  

서로 다른 개성을 가진 성인 남자 셋이 모였는데 왜 트러블이 없겠는가. 더구나 젊은 패기와 재능으로 무장했지만 사회와 현실의 벽은 언제나 높은 법. 그 벽 앞에서 그들은 좌절하기도 하고 서로 부딪치기도 하며 조금씩 앞으로 나아간다. 그들에게 큰 전환점이 된 것은 스웰시즌의 공연이었다.  

 

 

 

 

영화 원스의 성공 이후 스웰 시즌은 내한 공연을 가졌는데, 그때 세종문화회관 로비에서 공연 전 버스킹을 하던 메이트를 글렌 핸사드가 일부러 나와서 보고는 자신의 본 공연에 이들을 올렸던 것이다. 이때 글렌 핸사드는 이현재에게 먼저 접근을 했는데 아마 그의 외모를 보고는 영어가 될 거라고 여긴 게 아닐까. 나도 볼 때마다 혼혈 아닐까 무척 궁금한데 그는 영어 못하는 그냥 한국 사람이라고 한다.^^ 

이때까지도 밴드 이름이 없어서 글렌 한사드가 '친구(mate)'를 소개한다며 이들을 무대로 부르는 장면에서 영화는 극적인 마무리를 짓지만 그 이후의 행보는 지금 우리가 보아온 메이트의 모습으로 연결하면 되겠다.  

메이트 노래 '그리워'  

작년 7월, 이들이 진행하던 라디오에 이승환이 나와서 한 번 들어본 적이 있는데 무척 유쾌한 친구들이었다. 현재 임헌일은 군대에 가  있고 정준일은 솔로로 활동한다 했고, 이현재는 프로젝트로 재즈 연주를 한다고 했다. 이 젊은 열정의 친구들이 빨리 다시 뭉쳤으면 좋겠다. 공연의 게스트로는 만나 보았지만 그들만의 공연으로도 충분히 다시 보고 싶은 뮤지션들이다.

일부러 의도한 바는 아니지만 영화 세 편의 맥락을 이어보니 혀와 눈과 귀로 상징되는 주제들이다. 모두 서로 다른 스타일과 다른 의미를 부여해서 만든 영화들인데 '다큐멘터리' 안에서도 이렇듯 다양성을 맛볼 수 있다는 것이 참 즐겁다. 무엇보다도 오감을 제대로 자극하는 영화들이었다.  

이렇게 비가 많이 내리는 날, 원스 ost를 듣다가, 메이트의 노래를 듣다가, 다시 라디오 방송을 듣는다. 잘 어우러지는 음색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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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꼬 2011-06-29 17: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꼼꼼한 감상들도 좋지만 오늘 이 페이퍼에서 제일 좋은 것은 마지막 문장이에요. 그러고 있을 마노아님을 떠올리니까 되게 좋다.

마노아 2011-06-29 17:51   좋아요 0 | URL
헤헷, 네꼬 님이 좋다고 하니까 저의 오늘 오후가 더 근사해지고 있어요.^^

프레이야 2011-06-29 23: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노아님 이 페이퍼 좋아요.ㅎㅎ 눈과 귀와 혀.
트루맛쇼만 봤네요. 이거도 사실 눈만 즐거웠지요.ㅋ 맛은 보지도 못했으니..
저 이번 달 미션도 아직 수행 못하고 다음번 기수도 신청 못하겠어요.
오늘이 신청마감일이던데요. 아웅~ 흑..

마노아 2011-06-30 00:51   좋아요 0 | URL
트루맛쇼는 혀를 즐겁게 해주기보다 경종을 울려주었죠.^^;;;
영화 쿠폰 때문에 저도 신청해볼까 잠시 생각해 봤지만 분명 밀릴 것 같아서 도저히 신청할 자신이 없어요.
프레이야님은 그동안 참 잘해 주셨는데 아쉬워요.(>_<)

... 2011-06-29 23: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얼마전에 백지영이 네이버에서 몇몇 노래들을 추천하면서 메이트 1집을 같이 추천했거든요, 그래서 메이트를 처음 들어보게 되었는데... 1집에 담긴 노래들이 생각보다 훨씬 좋아서 깜짝 놀랐어요. 이번에 새로 앨범을 내면서 자신들의 이야기를 영화로 만들었다더니, 그게 플레이인가 보죠?

마노아 2011-06-30 00:52   좋아요 0 | URL
노래들 좋아요, 좋아. 영화는 원스 같은 감동을 기대하긴 힘들지만 그래도 풋풋하니 좋았어요.
연기 초짜들일 텐데도 제법 자연스러웠고요. 글렌 한사드 목소리도 막 반갑고요.^^ㅎㅎㅎ

BRINY 2011-06-30 19: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브 생 로랑의 라무르, 최근에 본 영화 중 가장 아름답고 몽환적이었어요. 튀니지의 별장이 특히요.

마노아 2011-07-01 01:17   좋아요 0 | URL
몽환적이란 말이 딱이네요. 게다가 이브 생 로랑은 어쩜 그렇게 지적으로 생겼나요. 젊었을 적 모습이 나이들어서도 고스란히 남아 있는 게 참 신기했어요.^^
 

나의 문화 유산답사기 6권을 예약 주문해 놓고도 정작 답사 전날 부여 부분을 다 못 읽어서 졸린 눈을 부릅뜨며 사투를 벌이다가 새벽 2시에 고꾸라졌다. 5시 20분에 기상해서 전날 못 읽은 부분을 마저 읽었지만 여전히 내 눈이 내 눈이 아닌 상태. 집에서 한 번에 가는 버스가 있다고 알고 있었지만 내가 원했던 압구정 역이 아닌 광림 교회에서 멈춘다기에 혹여 헤맬까 걱정되어서 지하철을 탔다. 그 새벽에 앉을 자리도 없이 사람이 빼곡해서 무척 놀랬더랬다. 다들 참 열심히 사는구나... 

우리를 실어다 줄 버스에 유홍준 선생님도 함께 승차하셨다. 하핫, 왠지 우린 1진이 되어버린 것 같고 괜히 어깨가 으쓱! 선생님은 마이크를 잡으시고는 그 달변을 발휘하시어 한 시간이 훌쩍 넘도록 많은 이야기들을 내려놓으셨다. 참여 정부 이야기도 해주시고, 어쩌다가 부여에 제2 고향을 잡게 되었는지의 긴 여정이었다. 잠이 부족해서 어느 순간 정신줄을 놓을 뻔했지만 재밌어서 열심히 경청했다. 노대통령은 퇴임 후 고향으로 가시는 게 마땅하다고 했더니 대통령님은 선생님께 시골로 내려가라고 권해 주셨단다. 이런 분들이 내려가서야 함께 발전할 수 있다며 가급적 섬을 권하셨지만, 차마 섬까지는 가지 못하시고 정착한 곳이 바로 부여였다. 주5일은 도시에서, 그리고 주말은 시골에서라는 의미로 5도2촌을 실천하고 계시는 선생님.  

버스 안에서 창비 출판사와 눌와 출판사 담당자 분들의 소개를 듣고 수십 년째 함께 답사 여행을 진행 중이신 마기사님 소개까지 들었다. 도착 시간까지 아주 잠깐의 여유가 생겨서 불시에 들르게 된 곳은 궁남지. 

 

백제의 별궁 연못인 궁남지는 무왕의 출생설화와 관련이 있다. 무왕의 부왕인 법왕의 시녀였던 여인이 못가에서 홀로 살다가 용과 통하여 얻은 아들이 바로 서동요로 유명한 무왕이라는 것이다.  이곳에선 7월에 연꽃 축제가 열리던데 아직은 축제 철이 아니어서인지 무척 한산했다. 우리는 가볍게 눈도장을 찍고 바로 버스에 탑승, 집결지로 출발했다.  

집결지에는 부여문화원에서 접수를 받은 회원들과 강남구청 평생 교육원에서 출발한 회원들이 잔뜩 모여 있었다. 선생님은 버스를 갈아타시고 우리는 그 뒤를 쫒아갔다. 그리하여 첫 번째 답사지는 장하리 3층 석탑. 원래 시기상으로는 정림사지 5층 석탑을 먼저 보아야 하지만, 너무 빼어난 아름다움으로 인해 먼저 볼 경우 다른 탑들이 모두 시녀로 전락해버리는 단점이 있기에 제일 마지막으로 밀려버리고 말았다. 원래 가장 특별한 요리는 나중에 나오는 법! 

 

이곳에서 출발한 고장이 어디인지 지역 조사를 했는데 우리는 지역주의 타파를 외치며 귀여운 항의를 하기도 했다. 고려 중기로 만들어진 것으로 추정되는 이 석탑은 1층과 2층의 가느다란 홈이 3층에서만 위쪽 반만 깎인 것이 특징인데 그것이 곧 매력 포인트가 되고 말았다. 석탑에서는 귀여운 사리장치가 출토되었는데 지금은 국립부여박물관에 전시돼 있다고 한다. 일정을 다 마치고 나면 박물관에 들를 수 있을 거라고 여겼는데 그것은 생각보다 만만치 않았다.  

이어서 찾아간 곳은 대조사. 책에서 인상적이었던 것은 이 사찰에서 키우는 꽃사슴과 산딸나무였다. 

 

산딸나무꽃은 나뭇잎 위로 피어나기 때문에 아래쪽부터 위에서 내려올 때 더 잘 보이는 꽃이었다. 보통의 꽃잎은 다섯 장이지만 이 꽃은 네장이어서 더 특별해 보인다. 엄밀히 말하면 꽃이 아니라 꽃받침이 변한 것인데 자세히 보면 하얀 꽃받침으로 보인다.  이곳 대조사 말고도 곳곳에서 산딸나무를 만날 수 있었는데 그때마다 참 반가웠다. 초록의 계절에 가장 눈에 잘 띄는 흰색이 반가웠다.  

이번 답사에서는 곳곳에서 무수한 꽃들과 열매들이 반짝반짝 빛나고 있었는데 이름은 알지 못하지만 저마다의 매력에 홀딱 반해버렸다. 다양한 곳의 사진들을 한데 모아봤다. 아는 꽃 몇 개 있는지 세어보시라. 그렇지만 내가 알지 못하므로 정답은 확인해 줄 수 없음...^^ 

 

(클릭하면 커지는 건 알죠?)

 

처마 너머로 은진미륵이 수줍게 보인다. 계단을 부지런히 올라가니 제법 큼에도 불구하고 2등신으로 보이는 까닭에 참으로 귀여운 미륵불이 우리를 반긴다. 

 

법당 뒤쪽 벽에 유리창을 두어서 예불한 자리에 무릎을 꿇고 앉으면 미륵보살의 얼굴 부분이 창을 가득 메운다고 해서 무척 보고 싶었는데 때마침 스님이 예불을 하고 계시기에 차마 들어가보지 못했다. 아쉬워라... 

미륵불은 56억 7천 만년 후에 중생을 구제하러 오신다는 미래불. 그때 땅을 뚫고 올라온다고 해서 머리 위의  저 네모난 판떼기가 땅의 형상에 해당된다. 뭐랄까... 참 무거워 보인다. 고생 많으시구나... 

대조사에 왔으니 명물 꽃사슴 해탈이를 놓칠 수가 없다. 

 

사람 사이에서 성장한 해탈이는 사람을 두려워 하지 않고 낯도 가리지 않는다. 된장을 좋아해서 여러 집 장독을 깨뜨리기도 했다던데 절에 있던 장독들이 염려스러웠다. 사람들이 마구 다가오자 스타 행세를 하며 빠르게 사라져버린 해탈이. 어느새 저편으로 건너가 무언가를 따먹고 있다. 멀어서 보진 못했지만 열매 등을 먹은 것일까? 내 평생 사슴을 이렇게 가까이서 본 것은 처음이었던 것 같다. 후훗, 뿔이 있었으면 더 근사했으려나? 

이어서 원래 답사 일정은 아니었지만 전국에서 가장 오래된 은행나무를 보기로 했다. 중간에 공사 구역이 나와서 하마터면 못 보고 지나칠 뻔했는데 어떻게 우회를 했는지 무사히 도착할 수 있었다. 너무 거대해서 사진이 잡히질 않아 한참을 뒤로 뒤로 후퇴해야만 했다. 

 

둘레가 총 9미터 30cm이고, 높이는 35미터. 백제 26대 임금 성왕 때의 전설이 남아 있어서 수령을 대략 1500년 정도로 추정한다고 한다. 세상에, 1,500년이라니... 아득하고 아득한 시간이다. 일제 강점기에 징용 나간 청년들이 모두 무사히 돌아왔다고 하니, 정말 이 마을을 지켜주는 수호목으로서 제 역할을 하고 있다고 보여진다. 천연기념물 320호로 지정되어 있다. 

축 처진 가지들을 부축해 주기 위해 대나무 지지대를 곳곳에 세워뒀는데 그 중 한 통에 은행나무 씨앗이 떨어졌는지 아주 작은 가지들이 올라오고 있었다. 어여쁘기도 하여라. 이어서 찾은 민들레꽃. 하나는 우리나라 것이고 하나는 서양 것이라고 같이 간 나의 야곱이 말해주었는데 어느 사진인지 까먹었다. 왼쪽이 우리나라 것이고 오른쪽이 서양 것이던가??? 

어느덧 시간은 무르익어 배꼽 시계가 꼬르륵 거릴 때. 무량사 사하촌 식당가에 예약이 되어 있었다. 우리 일행이 들아간 곳은 은혜 식당. 소박한 외관이지만 음식 맛까지 소박할 거라고 여기면 오산! 

 

비빔밥에 메밀전, 도토리묵과 청국장에 각종 나물까지, 하나같이 일품인 반찬들이었다. 우리쪽 테이블은 금세 사라진 메밀전이었건만 옆 테이블엔 저 맛있는 것을 무려 남기지 뭔가. 것 참 소식하는 분들일세...;;;;; 

메뉴가 탁주 한 사발 들이키면 딱 좋을 모양새건만 우리의 선생님은 음주를 아니 하시는 분. 답사하면 음주가 연결되건만 그걸 하지 않으시니 새벽같이 일어나 부지런히 움직여 오셨나보다. 식사 일찍이 마치시고 사인하기 바쁘신 유선생님. 관광버스 한 대에 딱 한 명만 책을 샀다고 해서 무척 구박을 받았단 강남구청 팀은 뒤늦게 창비가 들고 온 책을 현장 구매해서 사인을 받았더랬다. 정작 책을 샀던 나는 집에 두고 가서 사인을 못 받았지만...ㅜ.ㅜ 

일정이 바쁘니 빨리 빨리 움직여야 했다. 다음 코스는 당연히 무량사! 

천왕문을 다 통과하기 전에 시선을 들면 정면에 극락전이 보이고 그 앞의 탑과 석등까지가 한 줄로 보인다. 그 명장면을 액자처럼 보이게 해주는 역할을 천왕문이 해준다.  

 

보물로 지정된 것만 모두 6점에 해당하는 무량사에서 아무래도 제일 눈길을 끄는 것은 우리 나라에서 드물게 중층 건물인 극락전이다. 

 

현대의 기술로는 재현해낼 수 없는 저 고색창연한 단청 빛깔이 마음에 들어 오래오래 바라보았다. 

생육신의 한 사람인 김시습은 말년을 이곳에서 보냈는데 그의 영정이 남아 있다. 새로 지은 손님방 청한당은 현판 글씨에서 한가할 한(閒)자를 뒤집어 쓰는 유머를 보여주었는데 쥐20 그림의 그래피티가 떠오르는 대목이다. 이 정도의 유머도 승화하지 못하는 꽉 막힌 사회라니 씁쓸할 뿐이다. 

돌아나오는 길 사천왕이 각별해 보여서 크게 한 컷 찍었다. 무서운 표정을 지어 보이지만 오히려 해학적으로 보이는 사천왕 되시겠다. 

 

나올 때는 출입구에서 비켜난 샛길을 잠시 다녀왔다. 학생들 데리고 다니실 때는 입장료 안 내려고 이렇게 둘러가기도 했다 하신다. 우리야 그 길을 한 번 밟아본 것뿐. 물이 흐르는 길도 예쁘고 울창한 나무들도 근사하기만 하다. 

여길 지날 때 토양의 종결자 서어나무 얘기를 잠시 하셨는데, 자꾸만 언급하시는 나무들이 모두 궁궐의 우리나무에 나오는 이야기란다. 이거 이 책도 바로 보관함으로 직행하게 생겼다. 

일단은 오늘 도착한 나무에 새겨진 팔만대장경의 비밀을 먼저 봐야되겠지만... 

그밖에 매월당 김시습 사리탑을 잠시 감상하고 바로 다음 목적지로 이동했다.  

이어서 살 곳은 성주사터. 지금은 건물 하나 남아 있지 않지만 오히려 비어 있어서 꽉 찬 느낌을 주는 곳이었다. 

 

오래 전에 만복사지를 갔을 때는 그 황량함에 오히려 역사의 숨결이 느껴지는 것 같았는데 이곳 성주사지에서는 가슴이 따뜻해지는 충만감이 있었다.  

 

코를 만지면 아들을 낳는다는 미신으로 잔뜩 마모되어 시멘트로 땜질이 되어 있었다. 어쩐지 바보 별명 갖고 계시던 김수환 추기경 님을 떠올리게 하는 인상이어서 더 안쓰럽게 느껴졌다. 

성주사지에 이어서 외산 반교마을 돌담길을 차분히 걸어갔다. 햇볕은 쨍쨍했고, 반바지 입은 나는 정강이가 화상 입은 것처럼 후끈거렸지만 돌담의 예쁜 미소까지 놓칠 정도는 아니었다.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 6권에는 선생님이 반교리의 주민으로 거듭나는 이야기와 유난히 돌이 많은 이 지역과 그리하여 돌담을 등록문화재로 지정하기까지의 에피소드 등이 소개되어 있다. 충청도 사투리로 읽는 돌담사는 구수함에 유머까지 더해져서 오래오래 킥킥거리게 만들었다.  

저 돌담길을 돌아서 도착한 어느 아담한 집의 흙을 밟는 순간 악 소리가 나왔다. 책에서 보고 무장 부러워했던 선생님의 집 '휴휴당'이 아닌가! 

 

땅을 고를 때 나온 돌을 가지고 돌담을 쌓았다는 선생님의 예쁜 세칸 집은 아담한데도 눈이 부셨다. 계곡과 숲을 모두 집 안으로 끌어들인 선생님은 진정 욕심쟁이 우후후!! 

 

방문객이 많아 다들 한 호기심을 증명해 보인듯 구멍난 창문의 한지가 웃음을 자아낸다. 

 

주말에 잠깐 내려오면 잡초 뽑는 일로 해가 졌다는 선생님의 바쁜 나날이 눈앞에 그려졌다. 그렇지만, 그렇다 해도, 이건 정말 부러운 걸! 부러우면 지는 거라고 아무리 주문을 외어보아도 너무너무 근사해서 샘이 나서 혼났다. 선생님도 직접 배 아플 거라고 말씀하셨으니 두 손 두 발 다 든셈. 노대통령께서는 이곳에 와보셨냐고 질문을 드렸는데 애석하게도 오지 못하셨다고 한다. 무척 와보고 싶어하셨다는데 퇴임 후 봉하마을에서 그분의 삶이 너무 짧았다. 또 다시 안타까운 마음이 울컥 들고 말았다. 이 좋은 곳을 눈에 한 번 담아보지도 못하셨다니....ㅜ.ㅜ 

 

방문 앞과 대문 앞의 푯말이 귀엽기 그지 없다. 사모님은 이곳에서 지내실 때 너무 바빠서 쉬는 것을 오히려 쉬는 집이라고 부르셨다는데 그 역시 충분히 짐작이 가는 상황들이다. 돌아나오면서 혹시 청지기 필요 없냐고 나의 야곱은 재차 물었지만 선생님은 빙그레 웃으시며 노코멘트! 그런 질문 많이 받으셨을 것이다. 

 

왼쪽은 양파가 심겨져 있고 오른쪽은 마늘이다. 선생님이 책 속에서 바늘로 마늘쫑 뽑는 법에 대해서 소개를 하셨는데 그 모습을 재현해 보는 모습이다. 그냥 뽑으면 뿌리에까지 영향을 주어서 오히려 안 좋고 바늘로 마늘대 밑에서 서너번째 마디를 콕 찌르고 당기면 쑥 빠진다고 한다. 연대 공과대학 민옥기 교수님은 이것을 전문용어로 '응력집중'이라고 표현했다. 어려운 설명은 내가 못하겠으니 책을 읽으시라.^^ 

나오는 길은 내리막길이었는데 폐교를 수리해서 유스호스텔로 만든 건물이 나왔다. 

 

근사한 변신이다. 초등학교가 분교로 전락하고 다시 다른 학교와 통합되어 사라지는 것은 몹시 안타까운 일이지만 이렇게라도 그 터를 살려둔 것은 다행으로 보인다.  

그나저나 저 풀은 갈대인가 억새인가.... 그 차이점을 작년 가을에 설명 들었는데 그새 또 까먹었다. 아시는 분 설명해 주세요~

 

이어 우리가 도착한 곳은 답사의 대미를 장식해줄 정림사지 5층 석탑이다.  2006년에 세워진 정림사지 박물관 주변 곳곳에는 백제를 상징하는 무늬들을 확인할 수 있었는데 무척 기품이 있어 보였다. 

 

소문이 자자했던 정림사지 5층석탑은 소문에 눌리지 않을 만큼 진정 아름다웠다. 압도적인 크기에도 불구하고 우아한 자태를 잃지 않았고, 백제 석탑 특유의 말려 올라간 옥개석의 모서리도 버선코처럼 가볍고 정갈했다.

탑신에는 나당연합군 때 당나라 장수 소정방이 백제를 평정한 후 새긴 기공문이 남아 있다. 이 아름다운 걸작에 저런 걸 써 놓다니, 무식한 놈! 

뒤쪽으로는 고려 때 만들어진 많이 마모된 석불 좌상이 남아 있는데 정림사지 오층 석탑의 위용에 많이 비교가 되었다. 

박물관도 같이 구경하고 싶었지만 출발 시간이 다 되어서 아쉬움을 남기고 버스에 올라타야 했다. 그리고 차창 너머로 저것을 발견하는 순간 비명이 새어나왔다.

 

백제금동용봉봉래산향로, 기니까 줄여서 얘기하자. 백제금동대향로! 

아뿔싸, 부여까지 왔는데 부여 국립 박물관을 가지 못했군. 못 갔으니 저 명품도 보지 못했구나! 지나치게 아쉬워서 한숨이 나왔다. 부여를 꼭 다시 와야 하는 이유가 그렇게 생겨버렸다. 하루에 끝내긴 아쉬운 곳임을 이렇게 확인시켜 주는구나.  

돌아가는 차 안에서는 (아마도?) 모두가 곯아 떨어졌다. 나와 나의 야곱은 서로 고개를 떨구며 서울까지 내내 지당하십니다를 온 몸으로 표현하며 돌아왔다.  

서로가 일들에 치여 몹시 피곤한 컨디션이었지만, 다녀와서 안도가 되었던 하루의 답사길이었다.  

행사를 준비한 부여군과 창비/눌와 직원들과 우리들의 안내자 역할을 기꺼이 해주신 유홍준 선생님께 무척 고마운 마음이다. 남겨진 아쉬움은 책을 보며 달랠 것이다. 그리고 그 독서는 필시 또 다른 답사로 나를 안내해줄 테지. 20대 1의 경쟁률이었다고 하셨는데 정말인지는 모르겠지만 그 행운이 내게로 와서 무척 기쁘다. 아무래도 내가 복이 참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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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유홍준 선생님과 함께한 부여 답사
    from 엄마는 독서중 2011-06-03 13:15 
    '유홍준 선생과 함께하는 부여 답사'에당첨되고바로 책을 주문해 '당일배송'으로 받았다.'아는 만큼 보인다'고했으니까예습은 필수, 일단 답사지인 부여 문화권만 읽었다.우리 문화재에 대한 지식과 정보도 흥미로웠지만, 내고향 충청도 말의 오리지날 버전이 곳곳에 나와 깔깔 대며 읽었다. 충청도 사람이 느린 것은 동작의 문제가 아니라 마음에서 나오는 것이고,어리숙해 보이는 건속내를 드러내지 않는 충청도 기질을 모르는 사람들의 섣부른 판단이다. 유홍준 선생님은부여
  2. <답사기>의 유홍준과 시골의사 박경철의 대화
    from 그대가, 그대를 2011-08-09 14:39 
    일시, 장소 : 2011. 7. 26 서울 역사 박물관 7시.역사박물관 강당을 9시까지는 비워줘야 하기 때문에 박경철 씨가 청중을 대변해서 질문을 하는 것에 양해를 구했다. 얼마든지요!박경철 :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 6권을 통해 다시 돌아온 감회가 어떤가요?유홍준 : 빨리 돌아오고 싶었지만 숭례문 화재로 죄인의 이미지가 되어버렸다. 1년간 자숙하며 지냈다. 나의 본업은 미술사. 따라서 한국 미술사 강의 책부터 냈다. 분량상 3~4권 나올지
  3. 유홍준 교수님과 함께 한 창비 남도 답사 여행 첫째날!
    from 그대가, 그대를 2011-09-05 00:17 
    인생지사 새옹지마라고, 하나의 문이 닫히면 또 다른 문이 열리는 일을 목격하게 된다. 7월와 8월에 걸쳐 삼재가 꼈나 싶을 만큼 되는 일도 없고 뒤로 엎어져도 코가 깨지는 형상이 비롯되더니만, 그런 불운들을 다 엎어버릴 행운이 내게 찾아왔다. 바로 유홍준 교수님과 함께 하는 창비 답사 여행에 가게 된 것이다.계간 창비 인문사회팀과 편집 위원 교수님과 그들의 가족분들, 그리고 답사여행기 디자인을 맡은 비타 팀과 명지대 미술사학과 조교님들, 그리고 또 다른
  4. 유홍준 교수와 함께 하는 창비 답사 여행 둘째날!!
    from 그대가, 그대를 2011-09-18 13:30 
 
 
순오기 2011-05-31 02: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 상세한 후기 좋아요! 마노아님이 빼놓은 것은 내가 보출할 수 있겠네요.ㅋㅋ
역시 일행이 많아서 선생님 곁에 바짝 따라 붙지 못했을 땐 놓친 부분이 많군요.
답사길에 만난 꽃들은 나도 저렇게 편집하려고 많이 찍었는데~~~ 우린 통했네요.^^

마노아 2011-05-31 07:16   좋아요 0 | URL
사진 편집해 놓은 게 더 있는데 도저히 힘들어서 못 올리겠어요. 순오기님의 멋진 후기에서 부족한 것들을 모두 봐야겠어요.^^
중간에 김시습 설명할 때 땡땡이쳤는데 나중에 선문답을 하셔서 들킨 줄 알고 막 무안해했거든요. 알고 보니 다른 사람들한테도 다 물어보더라는...ㅎㅎㅎ 도둑이 제발 저렸어요.^^;;

hnine 2011-05-31 05: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대전에 살면서 부여와 공주는 몇 차례 가봤는데 마노아님 가신 곳은 제가 다음에, 다음에 라고 미루면서 아직 못 가본 곳이네요. 저는 부여 박물관만 몇 차례 갔었거든요. 얼마전에도 정림사지 석탑을 그냥 통과해서 집에 돌아왔는데 꼭 가봐야겠어요.
유홍준 님과 함께 하는 답사였다니, 특별한 답사 여행을 하셨습니다 ^^

마노아 2011-05-31 07:17   좋아요 0 | URL
저와는 반대네요. 전 충청권은 한 번도 가보질 못해서 볼 게 앞으로도 많아요.
무척 기대가 되는 곳이에요.
'유홍준 선생님과 함께 하는'이 붙어서 냉큼 신청해서 다녀왔어요.
아니었다면 쉽게 엄두가 안 났을 것 같아요.^^

BRINY 2011-05-31 10: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좋네요. 경상, 전라에 비해 충청권 답사는 못가봤어요...

마노아 2011-05-31 11:27   좋아요 0 | URL
저두요~ 경상도와 전라도랑 강원도는 한 번씩 가봤는데 충청도는 처음이에요.
이제 숫자로는 구색을 맞췄어요.^^

또치 2011-05-31 10: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이 생생한 후기...! 너무 재미있고 맛있게 후딱 읽었네요 >.<
저는 이쪽 고장에서 자랐어요. 부여에는 고모가 살고 계시고요.
해질녘에 능산리 고분군에 올라가 멍 때리고 있는 거 정말 좋아해요. 마노아님도 담에 부여박물관 가서 금동향로 보실 때 능산리 고분군에도 한번 들러보셔요. 경주 고분군이랑 좀 다른, 아주 편안한 느낌이랍니다.
불두화, 찔레꽃, 감자꽃, 개양귀비, 작약, 금낭화, 해당화, 패랭이... 여름꽃이 한창 이쁠 때 잘 가셨네요.
참, 저건 억새예요. 갈대는 물가에 살고 억새는 주로 들판에 사니까.
억새꽃은 부채꼴 비슷하게 퍼지고 갈대는 부들부들 솜뭉치 같이 생긴 꽃이 피어요 ^^

마노아 2011-05-31 11:29   좋아요 0 | URL
아아아, 능산리 고분군! 부여를 다시 가야만 하는 이유가 또 늘었네요.
꼭 가보고 싶어요. 공주도 가봐야겠고, 가야 할 곳이 참 많아요.^^
억새! 맞다. 작년 가을에도 갈대는 물가에 산다고 설명 들었는데 그새 또 까먹었어요.ㅜ.ㅜ
우와, 저 중에 이름 예쁜 꽃들이 많군요.
불두화랑 감자꽃이랑 금낭화, 패랭이까지는 봤던 것 같은데 사실 구분은 못하고요...ㅎㅎㅎ
양파도 양파 몸체를 못 봤으면 그냥 파라고 했을 거예요. 양파 머리만 봤지 저렇게 기다랗게 자라는지도 몰랐답니다..;;;;

pjy 2011-05-31 11: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와~~~~ 알차고 멋진 여행이었군요, 저는 피곤하기도하지만 멀미때문에 차만타면 내내 지당하십니다~입니다ㅋㅋ
휴휴당이라니 참 근사하네요~

마노아 2011-05-31 11:30   좋아요 0 | URL
멀미는 극복했지만 졸음은 극복할 수 없었어요.^^
휴휴당 창문 안에 창이 또 있어요. 한지 창 속에 유리창이 더 있더라구요.
사람 사는 집 티가 났답니다. 참 멋져요.^^

구름고래논술토론 2011-05-31 11: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토종 민들레는 꽃이 흰색이랍니다. 약으로 쓰는 건 토종 뿐이라고 엄니가 그러시더군요.

마노아 2011-05-31 12:36   좋아요 0 | URL
그럼 제가 왼쪽과 오른쪽을 바꿔 얘기한 거군요. 알려주셔서 감사해요.^^

글샘 2011-05-31 12: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잘 읽었습니다. 좋네요. 버스도 안 타고 공짜로 구경하는 맛이 ㅋ
저거 억샌데요.
갈대는 '갈색'이랍니다. 억새는 '은빛'이고요.
갈대 = 갈색! 외우기 쉽죠?

마노아 2011-05-31 12:37   좋아요 0 | URL
갈대가 갈색이군요. 그렇다면 저는 갈대를 한 번도 보지 못한 것이 아닐까 생각되네요.
갈대=갈색! 쉬워요. ^^ㅎㅎㅎ

세실 2011-05-31 12: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홋 이리도 상세히 올려주시니 함께 여행한 느낌입니다^*^
정림사지 5층 석탑 작년에 가보았는데 다시 보니 반갑네요. 배흘림기둥이라고 하죠~~~

마노아 2011-05-31 19:23   좋아요 0 | URL
맞아요. 배흘림기둥! 목조건물 양식으로 지었지요.^^
찍어온 사진이 많아서 골라내는데 애 먹었어요.^^ㅎㅎ

조선인 2011-05-31 15: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윽윽윽 부러우면 지는 거다 부러우면 지는 거다 부러우면 지는 거다. 난 이번 여름휴가로 부여갈 거다. 부러우면 지는 거다. 엉엉엉

마노아 2011-05-31 19:24   좋아요 0 | URL
신한카드 대전 행사에 이승환이 나오는데, 겸사겸사 한 번 더 뜰까 말까 지금 고민 중이랍니다.^^ㅎㅎㅎ
조선인 님의 여름 휴가를 기대할게요~

따라쟁이 2011-05-31 16: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난, 완전 기행문 싫어하는데, 어디 갔다왔다 이런글 진짜 잘 안 읽는데 (자기는 쓰면서.-ㅁ-;;;) 근데 이 사진들은 쫌 부럽지 말입니다. 어느새 읽고 있지 말입니다. -ㅁ-;;;

마노아 2011-05-31 19:24   좋아요 0 | URL
헤헷, 나도 기행문 잘 안 읽는데 제가 쓰고 나니 많이 읽어주었으면 하고 바라고 있다죠. ㅎㅎㅎㅎ

프레이야 2011-06-12 11: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걸 늦게야 봤네요. 알라딘 뉴스레터 보고요.ㅎㅎ
순오기님과는 또다른 색깔의 멋진 페이퍼에요!!
지금 마노아님은 교회 계시려나요?^^

마노아 2011-06-12 22:07   좋아요 0 | URL
알라딘 뉴스레터에 연이어 제 이름이 올랐네요.
오늘 방문자가 많았던 것도 뉴스레터 때문인가 봐요.
예배 잘 마치고 TV도 보고 그림책도 보고 그랬어요.
일요일이 벌써 저물어 가네요. 새롭게 한 주 우리 즐겁게 시작해요.^0^

선율 2011-06-14 10: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세심하고 꼼꼼한 글과 사진, 감사하게 잘 보았습니다. 답사여행을 정말 좋아하는데 이런 글과 사진들이 정말 좋은 길잡이가 되지요...^^

마노아 2011-06-14 15:39   좋아요 0 | URL
좋게 봐주셔서 감사해요. 오랜만에 다녀온 답사 길이었는데 얼마나 좋고 뿌듯하던지요. 좋은 책이 좋은 길로 또 인도하는 것 같아요.^^
 

 

요새 이 노래를 자주 접하게 되어서 동영상을 찾아보다가 지식채널이 눈에 걸렸다.  

역시나 마음이 찌잉하게 울리게 된다.  

정말, 이젠 그랬으면 좋겠네. 

개인이 역사를 잊을 때  역사도 스스로를 잊는다. 

그러나 역사를 잊지 않는 개인들이 있을 때 역사는 스스로를 잊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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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일에는 거국적인 황사가 예고되어 있었지만 일산까지 먼 걸음을 했다. 님 보러 가는 길, 황사 따위야 흥! 

 

토요일은 비가 많이 와서 행사가 취소되진 않았지만 환불해주기로 했단다. 나야 뭐 일요일 예매자였으니 해당사항 없음. 

일산까지 가면 야곱을 만나고 오려고 했는데 약속이 취소되었다. 가족 모임이 생겼다고. 역시 아쉽지만 님보러 가는 길을 막을 수는 없지. 

원래 저런 페스티벌은 일찌감치 가서 쉬엄쉬엄 즐기고 놀다 오기 마련이지만 혼자 가면 그런 것 짤 없다. 자리를 맡을 수가 없으니 화장실을 갈 수가 없고, 뭘 먹기도 힘들다. 그래서 나는 님 차례에 맞춰서 도착. 역시나 자리가 없다. 스탠드 맨 뒤에 서서 보자니 잘 보이지 않는다. 그래도 귀로 듣는 데는 무리가 없지. 소리가 시원하게 뻥뻥 뚫리는 것이 야외 공연의 묘미! 

 

단독 공연에서도 좀처럼 들려주지 않는 '변해가는 그대'를 엔딩으로 듣고 얼어붙은 몸을 녹이려고 우동 집을 찾아 헤맸다. 길을 건너서 한참 걸은 뒤에 김가네 발견. 얼라, 여기 아이콘 보러 왔던 그 동네구나! 똑같은 역이었는데 출구 번호가 달라서 몰랐다. 흐흠...;;;;; 

우동 한 그릇 먹고 다시 부랴부랴 돌아와서 박지윤의 무대를 보았다. 오랜만에 본 그녀는 그동안 유학 생활을 했다고 한다. 호곡, 그랬구나. 전혀 몰랐다. 드라마 복귀한다며 잠깐 소개도 했는데 드라마 제목은 까먹었다.  

암튼, 데뷔 시절 히트곡을 모두 뺀 채 그녀의 목소리와 의지가 더 많이 반영된 노래들을 내리 불러서 마음에 들었다. 감기 중이라 중간에 노래가 중단되기도 하고 꽤 힘들어 보였지만 그것도 예쁘게 보였다. 다만, 말주변이 너무 없어서 그냥 노래만 계속하면 좋을 뻔 했다. 본인도 꽤 답답할 것이다.  

어제는 저녁 8시에 이승환 서울 소극장 공연 1차분 예매가 있었다. 수영 시간과 겹쳐서 수영을 하루 빼먹을까 고민하다가 한 시간 일찍 가서 자유 수영을 했다. 다행히 추가 요금 안 받았다.ㅎㅎㅎ 그런데 8시 정각에 컴퓨터가 다운 됐다. 아씨... 지난 토요일에 싹 밀고 다시 깔았는데... ㅜ.ㅜ 결국 앞자리 사수는 못했지만 여하튼 예매는 성공. 2차분 예매는 내일 8시인데 백지연의 피플 인사이드 방청을 할 예정이므로 제때에 예매가 가능할지 모르겠다. 이래저래 내일도 수영은 나몰라라....;;;;   

(근데 보아하니 엄니도 오늘 수영 빠질 태세....ㅡ.ㅡ;;;;;)

오늘은 오전에 오랜만에 정장 차려 입고 볼일을 보았다. 아, 이제 스타킹 못 신을 것 같아.... 너무 더워..;;;; 

돌아오는 길목에 예전에 언니가 하던 가게 자리에 새로 들어선 스타벅스에 들렀다. 건물 싹 밀어내고 새 건물을 예쁘게 지었는데 거기 1층에 붐비지 않는 스타벅스가 있었다. 입지가 사람이 아주 많은 동네가 아닌지라 오래 앉아있기 딱 좋은 모양새였지만 나는 갈 길이 바쁘므로 캬라멜 프라푸치노를 테이크 아웃시켜서 나왔다. 아, 이젠 얼음을 갈아만든 음료가 먹힐 더위가 닥쳤다.  

걸어서 세종문화회관으로 가서 카쉬 전을 관람했다. 전시 소식을 알았을 때 조금만 버티면 소셜 커머스에서 분명 반값 티켓이 나올 것 같았는데 역시나 쿠팡에서 반값 세일을 했다. 

 

입장할 때 봉투를 하나 주었는데 열어보지 않았다. 나중에 나오면서 인상 깊었던 사진 몇 장을 샀는데 집에 와서 열어보니 역시 그 사진들이 아닌가. 기막히게 한 장도 안 겹쳤다. 행운이다. 

위의 두 장이 받은 사진이고 아래 세장은 내가 구입한 사진. 1장에 2천원, 3장에 5천원, 7장에 만원이다. 

 

전시장에서 압도적으로 많이 팔린 오드리 헵번의 사진. 카쉬는 오드리 헵번에게서 상처받기 쉬운 연약함을 끄집어냈다고 했다. 그 이야기를 했을 때 오드리는 2차 세계 대전 당시 겪었던 고난에 대해서 이야기했다고 한다.  

오드리 헵번의 사진은 작년에 본 '세실 비튼 사진전'의 사진이 훨씬 아름다웠지만 이 사진을 보고 나니 그녀에 대한 이야기까지 궁금했다. 전시장 밖에서는 책도 팔았다. 

아, 45,000원. 비싸다. 중고 알림 등록시켜놓았다. ...;;;; 

 

 

 

 

 

 재클린 케네디의 사진. 컬러로 보면 어떨지 모르겠지만 지금 생각에는 옷이 참 촌스럽다. 아마 당대에는 최고의 패션을 자랑했을 텐데... 그나저나 재클린은 소녀시대 효연과 무척 닮았다. 영화 아바타와도 좀 닮았고... 미간이 넓어서 그런가 보다.

 

 카쉬에게 사진가로서의 명성을 얻게 해준 유명한 사진의 주인공 처칠이다. 인상 잔뜩 찌푸린 이 노회한 정치가에게 위축되지 않고(게다가 물고 있던 시가마저 빼앗고!) 사진을 찍었다. 이 사진의 제목은 '으르렁 거리는 사자'란다. 처칠마저도 그에게 졌다고 생각했는지 이어서 한 장 더 찍을 것을 권했다. 다음 사진은 웃는 표정이었는데 그 사진은 인터넷에서 못 찾았다.

  

아아, 그레이스 켈리 너무 곱다. 저렇게 우아할 데가... 아래 진짜 여왕 사진도 나오지만 미모는 정말 최강이구나! 

그녀의 죽음에 대해서는 음모론 없나? 넘 일찍 죽은 것 같다...ㅜ.ㅜ 

 

 뒷모습에서 오히려 더 많은 이야기를 들려주게 한 파블로 카잘스의 사진이다.

  

개고기 사건이 아니었음 모르고 살았을 배우 브리짓 바르도의 육감적인 사진이다. 이 사진이 1958년 작인데 당시 그녀는 25세였다. 왕년에 인기 엄청 많았었겠다. 그렇지만 현재 네이버 대표 이미지는 이모양.... 

 나이 탓인가, 성형 부작용인가... 통 알 수가 없다. 

많고 많은 사진 중에 굳이 이 사진이 대표로 나와 있는 것은 혹시 국민 감정이 반영되었나????

  

 

 

 

 엘리자베스 공주의 사진이다. 그러니까 현 영국 여왕 엘리자베스2세의 젊었을 적(26세) 모습인데 깜짝 놀랐다. 지금과 완전 똑같이 생겼다. 저기서 주름만 추가하면 지금의 얼굴이 될 것 같다. 정면 사진을 보니 무척 어깨가 동그랗고 가냘펐다.

 

로렌스 올리비에와 비비언 리의 사진이다. 둘이 왜 같이 찍었지? 하고 찾아보니 20년 간 부부로 지냈구나. 

비비언 리는 체실 비치 전에서도 그 아름다움에 감탄에 감탄을 거듭했는데 세월의 힘을 무시하기는 어려웠다. 유난히 고왔던 만큼 유난히 나이의 무게가 느껴진다.(위 사진 찍혔을 때 42세) 이영애가 좀 더 나이들면 저렇게 되지 않을까... 피부에 탄력이 너무 없어서리...;;;;  

카쉬의 사진들은 흑과 백의 조화가 오묘했다. 인위적으로 어둠을 주고 빛을 주어서 인물에게서 잡아내고자 하는 바를 강렬하게 부각시켰는데 그것이 자연스러우면서 힘이 있었다. 여러 예술가들과 유명인들이 그의 사진의 모델이 되었는데 그들도 모두 자신을 찍은 사진들에 만족하지 않았을까. 

전시의 두번째 주제가 '손'이었는데 바이올리니스트 야샤 하이페츠와 권투 선수 무하마드 알리, 그리고 슈바이처의 손만 클로즈업한 사진들이었다. 그 손이 얼마나 위대한가에 대해서 새삼 생각하게 만들었다.

 

 

 

엘리자베스 테일러에 대한 포스터 설명은 문제가 없는제 전시장 사진의 설명에는 비문이 있다. 6줄의 '만난'이 두 번이나 들어가 있다. 전시회를 가 보면 단 한 번도 포스터나 설명에서 오타나 비문 없이 말끔한 문장을 본 적이 없다.(물론 내가 가본 곳에서) 꼭 어디선가 하나는 틀려 있다. 사소한 실수로 좋은 전시의 감동을 깎아먹어서 매번 불만이다.  

엘리자베스 테일러가 저 사진을 찍었을 때 나이가 14세였다. 우리나라 중학생을 떠올려보면 굉장히 조숙했음을 알 수 있다. 

슈바이처의 저 설명을 보면서 울컥해 버렸다. 그건 바로 사랑이라니, 아름다운 이름이다. 

슈바이처의 눈썹이 어찌나 무성하고 긴지 머리카락인 줄 알았다. 털투성이 슈바이처! 

광화문 광장은 마지막으로 내가 보았을 때보다 많이 정리되어 있었다. 세종로 지하에 레스토랑도 많이 들어섰고, 벽도 예쁘게 꾸며놓았다. 해가 눈부셔서 지하도를 통해 교보문고를 갈 생각이었는데 그 길목에서 이것과 마주쳤다.

 

아, 나도 해보고 싶었다. 게다가 부담 없이 무료라니! 그렇지만 난 혼자였는 걸. 게다가 오늘은 정장 차림. 사진 찍어줄 사람도 없었고... 다음에 조카 데리고 가서 해봤음 좋겠다. 어린이용 옷도 따로 비치되어 있단다. 그치만 왜 여자 옷은 없는겨? 중전 옷도 같이 해놓지.... 

오랜만에 교보를 가보았다. 지하도에 내려가서 길을 헤맸다는 건, 그래서 거기 서 있던 경찰에게 물어봤던 건 작은 해프닝. 오전에 가려던 곳도 무려 세 번이나 물어보고 도착했다는 것도 그저 해프닝이랄까.... 

교보에서는 화장실(벽의 그림이 참 멋지던 걸!) 앞쪽에서 유화 사진을 찍어서 팔고 있었는데, 일단 찍어보는 건 무료라고 붙잡는다. 예쁘게 나오면 살까? 이러면서 한 컷 찍었다. 나더러 눈 크게 뜨라고, 이빨 보이게 크게 웃으라고 갖은 주문을 하더니 30초 그대로 있으라고...;;;;; 

그리고 나온 사진은 그냥 봐줄만은 했지만 가장 작은 사이즈를 만원 주고 사기엔 포토샵으로 내가 해도 될 것 같은 그런 느낌이었달까. 그래서 그냥 고마웠다고 인사하고 나왔다.  

몇몇 책을 살펴보았는데, 확실히 책은 실물을 보아야 더 관심이 간다. 읽고 싶어진 리스트다.  

교보도 가볍게 한 바퀴 돌았고 이제 집으로 가야겠다고 생각했는데, 내가 버스를 타야 하는 쪽 출구를 못 찾겠다.  

아, 잠시 당황... 내 비록 교보를 몇 달만에 오긴 했지만 출구를 못 찾으면 정말 바보 되는 건데.... 

쿨럭, 한 바퀴 돌고 제대로 찾아서 나갔다. 순식간에 피곤이 몰려왔다.  

 

글을 마무리 지을 무렵, 다현 양이 유치원에서 돌아왔다. 달팽이를 갖고 왔다고 귀엽다며 호들갑을 떨며 자꾸 내게 내민다. 

아, 귀엽다고 맞장구 쳐주자니 바짝 소름이 돋았다. 차마 치워달라고 말은 못하고...ㅜ.ㅜ 

 

얼마 전에 친구가 달팽이 좀비? 흡혈귀? 어떤 영화 얘기를 해줬는데 제목이 기억이 안 난다. 뭐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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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phistopheles 2011-05-03 18: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처칠은...으르렁거리는 사자라기보단.....독오른 불독의 이미지가 강합니다...ㅋㅋ

마노아 2011-05-03 18:38   좋아요 0 | URL
오, 독오른 불독이라니, 이미지를 제대로 잡아내셨어요!

다락방 2011-05-03 18: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슬러그의 저주] 말입니까? ㅎㅎ

마노아 2011-05-03 18:41   좋아요 0 | URL
아, 슬러그구나... 난 스네일만 계속 검색했네요. 조카가 귀여우니까 이모 가지라며 책상 위에 달팽이 올려놨어요. 아, 징그러워...ㅜ.ㅜ

개인주의 2011-05-03 18: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가 주고 봤는데..ㅠㅠ
그치만 좋더군용.^*^

마노아 2011-05-03 20:16   좋아요 0 | URL
자료를 찾아보니까 2009년에도 예술의 전당에서 전시회를 한 번 가졌더군요.
이번 전시회에서는 중복도 있지만 그때 전시한 것 중 빠진 것들이 있고요.
만약 그때 보았더라도 이번에 또 보았을만큼 좋았어요.^^

이매지 2011-05-03 23: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은행나무는 훈늉한 책입니다.
절대 제가 만들어서 그러는 거 아니예요! ㅎㅎㅎ
그나저나 카쉬 전 쿠팡에 나왔을 때 저도 구매하려고 했더니 평일에만 관람 가능 ㅠㅠ
아, 꼭 가보고 싶은데 말입니다 ㅠㅠ

마노아 2011-05-03 23:21   좋아요 0 | URL
이매지님 페이퍼 보고도 관심이 갔는데 오늘 실물을 보니 더 매력적이더라고요.
은행나무를 응원해요.^^ㅎㅎㅎ
전 평일이어서 사람 없을 줄 알았는데 뜻밖에 단체관람 우글우글했어요.
주말이어도 끝나기 전에 꼭 가보셔요.^^

양철나무꾼 2011-05-04 01: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얼마전 카쉬전 보고왔어요.
또 보고 싶을 정도에요.
전 마냥 게을러져서 후기 쓰는 건 포기 했으면서...
님이 이렇게 페이퍼 한켠을 빌려 슬쩍 넘어가려 하심이 못내 아쉽습니다~^^

마노아 2011-05-04 02:01   좋아요 0 | URL
전 후기를 쓴 건데 슬쩍 넘어가다니요. 섭하다고 하시니 어쩔 줄 모르겠어요.(>_<)
도록을 샀으면 아마 리뷰로 넣었을 텐데 그게 아니니까 페이퍼로 감상을 남겼어요.
얘기하고 싶은 것들 몇 가지를 분리하느니 몰아서 얘기를 했죠.
그 바람에 너무 길어지긴 했습니다.^^

마녀고양이 2011-05-04 08: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달팽이가 얼마나 이쁜데요... 아유, 그 꼬물락거림이란.

카쉬 전은 이러다 결국 놓치지 않을까 시퍼요. <내 이름은 칸> 영화 놓친 것처럼.
오늘은 문화 생활 좀 하러 나가야겠습니다.
아무리 바빠도, 이건 요즘 머하는 꼴인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슬슬 들거든요. ^^

마노아 2011-05-04 23:16   좋아요 0 | URL
아아아, 그 꼬물거림을 참을 수가 없었어요.
작년인가 제작년인가 송충이 키울 때도 끔찍했는데 어제 언니 말로는 난이도가 송충이가 가장 견딜 만했답니다.
지금 그 집에는 개구리 뒷다리가 나왔다는데 징그러워 죽겠대요. 곧 방생할 거라고..ㅎㅎㅎ
오늘 영화 보고 오셨죠? 저도 소스 코드 조만간 봐야겠어요. 궁금한 영화예요.^^

무스탕 2011-05-04 09: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에이.. 전 님이랑 사진을 찍어서 그 사진을 봤으려나.. 그런 내용일까 했더니 각개의 전투였군요. ㅎㅎㅎ

집 없이 몸뚱이만 있는 달팽이는 좀 거부감이 있을수 있으니 집을 등에 얹고 다니는 달팽이부터 키워보세요. 더듬이도 상추 뜯어먹은 자리도 참 이뻐요 ^^
내일부터 애들은 자율휴교의 혜택에 힘 입이 몇날 며칠을 집에서 딩가딩가... 엄마는 슬퍼서 훌쩍훌쩍...

마노아 2011-05-04 23:17   좋아요 0 | URL
아아, 그 님에게 사인 받을 수 있을까 싶어 씨디도 가지고 갔지만 오늘도 택도 없었습니다.ㅎㅎㅎ

집이 있는 달팽이도 견디기 힘든데 집도 없는 달팽이라니... 아, 지금도 막 스물스물 끔찍해요.
제가 동물하고도 안 친하지만 곤충은 더더욱....ㅜ.ㅜ
오늘부터 재량휴일의 난이 벌어졌죠. 엄마들 고생문이 열렸어요. 힘내셔요!!

oren 2011-05-04 11: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일요일(5/1) 오후에 강아지를 데리고 정발산으로 산책을 나갔다가, 우연히 '노루목 야외 콘서트'를 엿듣고 엿보고 왔답니다. 저녁 무렵에 이승환의 무대가 계속 이어지는 동안 먼 발치에서 '대형 전광판'으로 공연을 봤는데, 이승환의 라이브공연을 보게 될 줄은 미처 몰랐고, 이런 공연에는 도대체 어떤 사람들이 올까 궁금했는데 마노아님이 거기 계실 줄은 더더욱 몰랐습니다. ㅎㅎ

마노아 2011-05-04 23:19   좋아요 0 | URL
헤헤헷, 이렇게 생각지 못한 우연 속에 우리들이 있었네요.
그런 공연을 찾아다니느라 멀리까지 원정을 다녀온 이가 저랍니다.
금년에는 일산부터 성남까지 좌로 우로 바빴어요.
어쩌면 여름에는 안산 정도로 남쪽 행을 택할지도 몰라요.^^ㅎㅎㅎ

섬사이 2011-05-04 13: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 저 콘서트, 무척 좋을 것 같아요.
내년 쯤 우리 큰딸 챙겨서 가보라고 할까, 마음에 담아둡니다.

마노아 2011-05-04 23:19   좋아요 0 | URL
민트 라이프에서 진행하는 페스티벌이 내용이 훌륭해요.
가을에는 그랜드 민트 페스티벌을 하는데 규모는 그쪽이 훨씬 커요.
뷰민라도 좋고 그민페도 저는 추천해요.^^

책가방 2011-05-04 14: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요.. 누군가를, 혹은 무엇인가를 열정적으로 좋아할 수 있는 사람이 굉장히 부러워요.
고등학교때 친구들이 전영록에 미치고 이선희에 미칠 때 전 이해를 못했거든요.
열정이 부족해서 그런가 봐요..ㅜ.ㅜ;;

마노아 2011-05-04 23:21   좋아요 0 | URL
제가 중학교 때는 집안에서 스트레스를 너무 받아서 이렇게 버닝할 무언가가 꼭 필요했어요.
저의 그간 버닝 리스트는 뉴키즈 온더 블럭의 조셉-터미네이터2의 에드워드 훨롱-칠협오의 초은준-그리고 이승환이에요. 가장 늦게 좋아한 이승환을 가장 오래, 열렬히 사랑하고 있어요.
만약 그때 당시 내 마음이 조금 덜 힘들었더라면 이렇게까지 안 빠져들었을 지도 몰라요.(>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