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박물관에서 온 메일을 보고서 다녀와야겠다고 결심했던 사진전이다. 보통은 혼자 가는 편인데 이날은 친구와 함께 갔다. 확실히 동행이 있으니 마음이 급해져서 여유있게 보지 못한 게 다소 아쉽다. 그러나 이날은 굽이 있는 샌들을 신었던 터라 발이 아파 나도 오래 서 있기 힘들었다. 어디든 앉을 수만 있다면 영혼이라도 팔 기세였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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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은 꽤 많이 찍었는데 편집하다가 힘들어서 몇 장만 골라냈다. 전에는 사진 올리고 마우스 오른쪽 버튼 눌러서 이미지 크기를 변경할 수 있었는데, 요새는 html을 체크하고 바꿔줘야 해서 좀 더 손이 많이 가게 되어버렸다. 기본 크기가 560으로 고정되어 있어서 사진을 좀 더 크게 올리고 싶을 때는 많이 아쉽다. 게다가 요새는 사진 클릭해도 팝업으로 안 뜬다. 포토리뷰가 아닌 이상... 여러모로 아쉽아쉽....

 

 

청계천변 노천시장 1947.5.31

 

강산이 몇 번 바뀐 시간인가. 달라도 한참 다른 게 맞다.

 

 

미군댄스홀 1947.6.23

입구에 댄스홀 운영시간이 적혀 있다. 어두워서 잘 안 보이지만 사진 속 여자분이 신은 구두가 어째 마음에 든다.

 

 

중앙청에 내걸린 북한 인공기를 내리고 있는 미해병대 1950.9.27

중앙청에 유엔기를 걸고 있는 군인들 1950.9.29

 

크기 차이가 장난 아니네. 이것도 의도된 것인가??

 

 

전쟁 중 안전수칙 1952.4.9

철모를 쓴 사람은 아직도 "살아 있다", "철모를 써라"

 

어쩐지 철모를 '안전벨트'로 바꿔서 읽고도 싶다.

 

 

중공군의 공격을 피해 한강 부교를 건너는 피난민들 1951.4.29

 

저 장면을 보니 언뜻 '온양이'가 떠올랐다.

 

  모진 추위 대신 따뜻한 볕이 내리기를...

 

 통일을 노래하다.

 

 

 

 

 

 

 

전쟁 중 부모를 잃은 고아 1951.2.16

 

저 어린 아이의 얼굴에 이미 표정이 사라졌다. 텅 빈 표정. 아이는 앞으로 살아가야 할 제 막연한 미래를 이미 느꼈을 것이다.

 

 

폐허가 된 종로 일대 1951.3.16

뒤로 북악산이 보이고 오른쪽에 조계사 건물이 보인다.

60년 전 종로의 모습이 이랬다. 시대도 그랬고 전쟁의 상흔도 이런 결과를 만들었다.

 

 

거리에서 빨래를 하고 있는 여인들 1951.5.3

부서진 건물에 문을 연 가게 1951.10.24

 

전쟁의 와중에도 일상의 삶은 꾸준히 진행된다. 당연한 일!

 

 

한 운동구점에 진열된 훌라후프 1958.12.26 후라후뿌 대매출이라고 적혀 있다.

훌라후프 판매를 위해 시범을 보이고 있는 청년 1958. 12.11

청년이었구나...;;;; 근데 머리띠 하고 계심???

 

 

이승만 대통령 84회 생일 경축행사 1959.3.26  

 

천년 만년 살 줄 알았을까? 욕심사나웠지...

 

 

3.15 부정 선거 규탄 시위 진압 1960.3.16

시위대를 진압하기 위해 물대포 발사 1960.4.19

 

역사가 깊은 물대포구나....-_-;;;;

 

휴전 성립하고 무기 반납하는 사진이 있었는데 전두환 생각이 났다. 월남전에서 무기를 암시장에서 사서는 포획한 거라고 상부에 보고했다던데....;;;;;

 

그리고 이 후기를 쓰는 지금은 '더킹 투하츠'가 더 간절히 떠오른다. 토요일에 올림픽 공원 오고 가는 지하철 안에서 보았는데 사람도 많건만 눈물 나서 혼났다. 분단된 조국에서 산다는 것의 위험성과 살벌함을 오감을 통해서 전달해 주었다. 우리에게 이토록 간절히 필요한 통일인데, 왜 간절히 통일을 원하는 것이 죄인 취급 받는 세상이 되어버렸는지 황망하다. 광화문 교보문고 앞에는 이것이 종북 좌파의 실체라며 나름의 사진전을 열고 계신 할아버지들이 계시다. 귀가할 때 여기서 버스로 갈아타는데 날마다 가슴이 뻑뻑해진다.

 

그건 그렇고, 승기! 정말 잘 자라주었구나. 그리고 홍작가와 이피디님 조합, 이번에도 좋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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격동기 서울을 보고 나오자니 옆쪽에 전시관이 하나 더 있다. 이탈리아 사람 로쎄티가 본 서울을 담아내었다. 어찌 보면 이쪽이 볼거리가 더 많기도 했는데, 이미 발바닥이 지나치게 중력의 압박을 받고 있어서 설명을 꼼꼼하게 읽지 못했다. 아쉽아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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헐리웃 영화의 범죄자들 수감됐을 때 찍은 사진처럼 보인다. ㅎㅎㅎ

 

 

 

 

 

저 장갑, 사람 손이 들어가는겨? 혹시 더운 물에 빨아서 줄어들었나???

 

 

글씨가 지나치게 디지털 느낌이다. 뭐 귀엽긴 하지만...

 

 

 

 

 

물지게도 무거워 보이는데, 저 안에 물이 가득 담기면 얼마나 무거울까. 그리고 문득 든 생각인데, 똥지게는 더 무거울 것 같아...;;;;;

 

 

방망이 파는 노인이다. 방망이 깎는 노인이 자동으로 떠올랐다. 중학교 때 국어 교과서에 실렸던 수필인데 말이지... 누가 썼더라??

 

 

가마가 곧 노점이 되어버렸다. 리어카의 대한제국 버전 같다.

 

 

 

 

아득히 넓어 보인다. 저렇게 건물들이 낮으니, 어쩌다가 높은 건물 위층에서 보면 세상 사람들이 모두 나보다 낮게 사는 것처럼 보일지도...

 

 

지도 접시 좋아! 역사박물관 앞 뜰에 고지도 모양의 분수대가 있다. 흑백일 때가 더 멋있었는데 아주 화려하고 컬러풀한 조명을 깔아서 운치가 사라져버렸다. 역시 아쉽아쉽....

 

 

책에 실린 사진이다. 외국인들 입장에선 무척 신선했을 것이다.

 

 

백년 전 책에도 저렇게 펼침 인쇄가 가능했구나!

 

 

150년 전인데, 몇 백년은 더 되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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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 돌아오면서 어떤 책이 생각이 날까말까 했다. 다행히 떠올랐다.

 

 대한제국의 제3대 이탈리아 영사를 지낸 카를로 로제티(Carlo Rossetti, 1876~1948)가 남긴 책 <꼬레아 에 꼬레아니(Corea e Coreani)>에 실린 사진 450여 장과 그에 대한 객관적이고 상세한 해설이라고, 책 정보에 써있다. 이 책, 중고샵에서 건지고 만세~를 불렀는데 아직 못 읽었다. 책을 먼저 보고 전시회를 봤으면 더 반가웠을 것이다. 이제 반대로 기억을 더듬으며 책을 봐야겠다. 이렇게 밀린 책은 늘 많지만, 뭐 언젠가는 보겠다는 다짐은 변함 없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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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오기 2012-05-29 23: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노아님 덕분에 접하기 어려운 전시회도 종종 보게 되네요. 감사~~~ ^^
오늘 무등산 숲해설하신 강사님이 숭례문 앞 남지 없애서
결국 화마가 한 인간에게 씌웠다는 얘기하셨어요.ㅜㅜ

마노아 2012-05-30 17:13   좋아요 0 | URL
즐겁게 봐주시는 분이 계셔서 기뻐요.^^
숭례문... 정말 슬퍼요.ㅜ.ㅜ 화마가 잡아가야 할 이는 따로 있는데...;;;;
 

 

 

24. 4월에 본 첫번째 영화는 '그녀가 떠날 때'였다.(순간 '그녀가 눈뜰 때'라고 쓰다가 고쳤다..;;;;) 출근을 5호선으로 하는데, 광화문 시네큐브에서 영화를 보고 커피 한잔 하고서 출근하면 딱 좋은 시간 대의 영화였다. 다만 영화 시작 시간을 잘못 알고 있어서 집에서 늦게 출발하고 앞에 5분 가량 놓친 게 무척 아쉽긴 했지만.

 

보고 나면 늘 좋았던 독일 영화다. 터키 사람들 이야기가 많이 나오지만 이야기의 배경은 독일이 맞다. 이스탄불에 살던 우마이가 가정폭력에 시달리다가 아들을 데리고 독일의 친정으로 돌아오지만 오랜 관습을 지켜온 가족들은 제 인생을 스스로 결정하고 개척해 나가려는 딸과 누이와 언니가 불편할 뿐이다. 자신과 아들의 삶의 새출발을 포기할 수 없지만, 가족과의 연대도 놓을 수 없던 우마이의 고군분투는 무척 슬프게 끝난다. 그런 관습을 인정하기도, 또 이해하기도 쉽지 않은 관객은 답답함과 무거움을 안고 의자에서 일어설 수밖에 없다. 무엇보다도 우마이가 업어 키우다시피한 남동생의 돌변이 가장 화가 났다. 독일에서 뿌리를 내리고 사는 가족들도 이렇다면, 이스탄불에 살고 있던 우마이 본가에서의 삶은 어떠했을까 충분히 짐작이 간다. 제목만 보고서는 무척 희망적인 내용일 거라고 여겼는데 씁쓸하다.

 

(포스터 이야기. 우마이가 아버지를 만났을 때 손등에 키스를 하고 저렇게 이마에 대는 장면이 무척 인상깊었다. 경의와 존경을 담은 인사처럼 보여서...)

 

★★★★☆

 

25. 간기남은, cgv무료 쿠폰이 있어서 별 생각 없이 고른 영화다. 당연히 아무 기대도 없었다. 그런데 대.박. 재밌었다. 깨알같은 애드립의 향연이랄까. 누가 더 센스 있게 대사를 치는가 대결이라도 벌인 느낌이다. 아무도 지지 않는다. 누구도 밀리지 않는다. 대단한 배우들이다. 내용에 대해서는 딱히 말할 것은 없고, 그저 가볍게 즐길 만한 영화였다는 것! 박시연은 한국에서 뜨기 전부터 지켜본 배우인데 얼굴이 갈수록 인공적으로 보여서 안타깝다.

 

 

 

(봉구황 시절의 박시연. 지금보다는 자연스러운 얼굴... 붉은색 잘 받는다.)

 

★★★★

 

26. 헝거게임은, 나의 삽질이 최절정을 이루었던 날 극적으로 본 영화다.

 

 

왜 그랬니.

 

반지의 제왕이나 해리포터 시리즈처럼 뒷 이야기가 길게 이어지는 영화일까봐 좀 걱정이었는데, 시리즈물이지만 한 에피소드로 끝나는 영화였다. 무척 다행!

 

독재국가 '판엠'이 체재를 유지하기 위해 만든 생존 전쟁 '헝거 게임'
12개 구역에서 남녀 두명씩 선발되어 24명이 생존을 겨루고, 마지막 한명만 살아남는 서바이벌 게임이다. 게임이라지만 이들에게는 목숨을 건 싸움이다. 어린 여동생이 추첨에서 뽑히자 대신 지원한 캣니스가 이 작품의 주인공이다. 활을 잘 다루고 씩씩하며 도도한 그녀의 캐릭터는 무척 흥미로웠는데, 그래도 수도 캐피톨에서 그녀의 옷을 지원해준 디자이너 시나의 호감은 잘 납득이 안 되었다. 뭔가 개인적인 이유가 있었을 것 같은데 영화에서는 그게 잘 나타나지 않았다. 아무튼 영화는 무척 볼거리도 많았고 나름의 로맨스와 액션을 잘 버무렸는데, 내가 유독 흥미를 느꼈던 부분은 독재 국가 판엠이었다. 과거에 있었던 식민지의 반란에 대한 본보기로 해마다 이런 헝거게임을 여는 것인데 '이키가미'가 떠올랐기 때문이다.

 

 

 

 

 

 

 

 

 

이키가미는 '사망 예고장'이다. 목숨의 소중함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우기 위해서 국가는 8살 아이들에게 예방접종을 통해서 칩을 넣는데, 1000명당 한 명 꼴로 사망 예고장이 18세에서 24세 나이까지의 청년에게 도착한다. 누구라도 그 한명이 된다면 24시간 전에 사망예고장을 받고 심장마비로 사망한다. 생명의 경각심이 아니라 국가가 국민을 통제하기 위해 설정해 놓은 무서운 시스템이다. 무척 극적이긴 하지만, 오늘날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도 어떤 의미에서건 분명 이런 통제가 진행되고 있을 것이다. 그 섬뜩함을 헝거게임에서 느꼈다. 비록 영화는 유쾌하고 신나게 해피엔딩이 될지라도.

 

★★★★

 

27. 은교는 그 다음날이 소풍날인 까닭에 평소보다 몇 십분 일찍 끝난 덕분에 역시 극적으로 보게 된 영화다. 맥주 한 캔 마시면서 영화 보는 로망을 꿈꾸었던 나는 맥주를 하나 주문했는데, 이게 캔이 아니라 컵에 담아 주어서 좀 놀랬다. 무엇보다 이게 좋은 선택이 아니었던 게 영화가 2시간을 넘겨 끝나기 때문에 후반 30분은 언제 끝나나 초조하게 기다려야 했다. 화장실이 어찌나 생각나던지...ㅜ.ㅜ 이게 바로 맥주의 함정!

 

 멈출 수 없는 욕망에의 질주

 

책을 읽은 지 일년 반이 지났기 때문에 아주 자세하게는 생각나지 않지만 전반적인 분위기는 기억한다. 영화는 우려했던 것보다 볼만했다. 소소한 웃음거리가 있어서 객석의 관객들이 다함께 웃을 기회를 제공해 주었다. 은교는 17세 고교생이라고 믿어도 좋을 만큼의 풋풋함과 싱그러움을 시각적으로 확인시켜 주었다. 반면 70대 노시인 역을 맡은 박해일은 좀 부족해 보였다. 일단 발성에서 그 나이대로 들리지가 않고 오랜 분장의 고생에도 불구하고 주름 깊은 피부의 표현도 만족스럽지 않았다. 덕분에 지난 날 '불멸의 이순신'에서 청년부터 죽음에 이르기까지 여러 나이대를 연기한 김명민의 연기가 떠올랐다. 젊은 이순신은 목소리가 가늘고 높았지만 통제사 이순신은 목소리가 굵고 낮았으며 중후한 깊이감이 있었다. 연기 내공이 비교되는 순간이다.

 

서지우 작가를 분한 김무열의 연기는 좋았다. 특히나 마지막 자동차 사고 장면에서 아주 느리게 화면을 잡은 것은 탁월한 선택으로 보인다. 그렇지만 '거울'에 담긴 함축적 의미를 이해하지 못하는 공대생 취급한 것은 좀 웃겼다. 공대생이라고 그런 감수성이 없을 리 만무고, 작가적 재능이 없는 평범한 사람일지라도 특별한 물건에 대한 애착을 이해 못할 리가 없지 않은가.

 

은교가 자신의 섹스에 대해 외로움이 원인이라고 말한 부분도 불편했다. 잘 납득이 되지 않았던 것이다. 오히려 원작의 은교는 좀 더 발랑 까진(...;;;;) 느낌인데 영화의 은교는 보다 순수하게 가려고 애쓴 느낌이다.

 

원작에서 시인이 은교의 남자친구라고 사칭한 남자에게 모욕을 당하는 부분이 무척 인상 깊었다. 시인의 노여움과 절망이 잘 드러나는 부분이었는데 영화는 들어낸 것이 꽤 아쉽다.

 

아무튼, 영화 은교는 생각보다 괜찮았다. 그래도 내게는 원작이 더 나았다.

 

★★★☆

 

28. 어벤져스 역시 극적으로(ㅋㅋㅋ) 본 영화다. 이날은 소풍 날이었는데, 비담임이었던 나는 교무실에서 온종일 전화를 받았다. 거의 12시간에 가까운 근무를 마치고 퇴근한 시간이 오후 7시 좀 넘어서였는데, 평소라면 맛볼 수 없는 거리의 공기를 즐기다가 충동적으로 극장에 갔다. 볼 수 있는 시간대의 영화가 어벤져스 뿐이었다. 그것도 3D! 다행히 나는 3D무료 쿠폰도 한장 있어서 더 가벼운 마음으로 관람!

 

 

 

 

 

 

 

 

오, 그런데 이 영화 끝내준다. 슈퍼 히어로가 떼거지로 나오는 영화가 어찌 재밌겠냐며, 사공이 많으니 배가 산으로 갈 것 같았는데 아니었다. 게다가 촌철살인의 대사들! 역시 깨알같은 재미는 언제나 대사빨에서 나온다. 내가 영화로 만난 슈퍼히어로는 아이언맨 뿐이었다. 토르는 천둥의 신이라는 건 알았지만 작품은 보지 못했고, 헐크 역시 보지 못했다.(작품의 주인공이 '빤스'라는 내 친구의 명언만 기억할 뿐이다.) 특히나 캡틴 아메리카는 캐릭터 자체도 처음 본 인물이었다. 그렇지만 그 모든 것들은 작품을 이해하는 데에 아무 문제가 되지 않는다. 영화가 좀 길긴 하지만 무척 통쾌하게 볼 수 있었다. 보고 나면 헐크의 팬이 될 수 있다. ㅎㅎㅎ 헐크가 나쁜 놈을 패대기칠 때 어찌나 시원하던지...^^ 얼마든지 2편이 나올 수 있는 구조인데 기꺼이 기다려보겠다. 특히나 스칼렛 요한슨은 아이언맨2에서도 그 액션에 홀딱 반했는데, 그 바람에 더 킹2하츠에서 하지원의 액션이 너무 비교되어 안타까웠다는 후문이다.^^

 

마블코믹스가 이리 뭉쳤으니 DC코믹스도 뭔가 한건 하지 않을까? 이미 나와 있는데 내가 모르나? 어쨌든 그리 되면 난 배트맨에 한표! ㅎㅎㅎ

 

★★★★★

 

29. 열두살 샘은 역시나 아침 7시 반에 진행된 회의가 있던 월요일에 보았다. 병원 진료가 예정되어 있어서 다시 집 주변까지 돌아와야 했고, 비어있는 시간에 이 영화를 보았다. 이날도 나 혼자 입장해서 영화를 보고 나왔는데, 피곤에 지쳐있던 나는 깜박 졸고 말았다. 홀로 극장을 전세낸 사람으로서 죄송함을 금할 길이 없다.

비록 조금 졸긴 했지만, 그래서 열두 살 소년의 버킷 리스트를 몇 개 빼먹고 보긴 했지만, 영화의 감동을 느끼기에 부족하지는 않았다. 백혈병 치료를 열심히 받았지만 결국 시한부 인생이 되고 만 샘은 죽기 전에 하고 싶은 것들이 많았다. 창의력이 넘친 샘의 버킷 리스트는 재밌고도 아름다웠다. 12년에 불과한 생이었지만, 샘은 진정 충만하게 자신의 인생을 살아냈다. 이 놀라운 에너지는 샘의 가족에게도 큰 유산이 되었다.

 

자신의 죽음과 맞닥뜨리면서, 생을 정리하면서 남겨진 자들과의 관계, 그리고 남다른 장례식에 대해서 이야기한 여러 작품들이 떠오른다. 영화 '청원'과 '레스트리스', 그리고 무엇보다도 '모리와 함께 한 화요일'이 생각난다. 보지 못했지만 아마도 관련되었을 한국 영화 '네버엔딩스토리'도 생각나고, 어떤 면에서는 일본 영화 '굿바이'도 함께 떠오른다. 내게 모두 좋은 작품들이었다.

 

★★★★★

 

바빴던지라 4월에 본 영화 정리가 꽤 늦어졌다. 덕분에 며칠 뒤면 5월의 영화를 정리할 판이다. 5월은 첫주 5일 동안 영화를 세편이나 보았지만, 그후 2주 동안은 1편밖에 보질 못했다. 그래도 꾸준히 뭔가 보려고 하는 중이다. 이틀 뒤에는 간송미술관에 갈 생각이다. 벌써 간송 시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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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이야 2012-05-21 09: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열두살샘, 은교 찌찌뽕 ㅎㅎ
마노아님도 은교는 원작이 더 좋다고 느꼈군요.^^
근데 간송미술관 시즌이에요? 가본 지 벌써 6-7년 아니 훌쩍 넘은 것 같은데.. 가보고 싶어요.
이틀 뒤 가보시고 페이퍼 써주세요^^

마노아 2012-05-21 13:44   좋아요 0 | URL
원작을 먼저 읽고 영화를 봤는데 영화가 더 좋기는 쉽지 않은 것 같아요. 영화를 먼저 보고 소설을 봤을 때도 비슷하고요.^^

몇해 전부터 봄가을 꾸준히 간송 미술관 다녀오고 있는데 가장 보고 싶은 것들은 아직 보지 못했어요. 그래도 꾸준히 가다 보면 언젠가 만나게 될 테지요. 다녀와서 후기 쓸게요.^^
 

3월 31일, 강풀 작가의 북콘서트에 다녀왔다. 작가님 데뷔 10주년 기념 행사다. 사회자로는 나는 가수다에서 김경호의 매니저를 맡았던 개그맨 정성호씨가 나왔다. 오프닝으로 가볍게 본인의 장기인 성대모사로 큰 웃음 주었고, 모던락 밴드 프리키가 노래 두곡으로 분위기를 띄웠다. 이미 포스터에 강풀 작가님 말고도 윤태호 작가님과 주호민 작가님도 나온다고 소개되어 있었는데, 미리 인지하지 못하고 있던 나는 평소 좋아하던 두 작가님도 같이 볼 수 있어서 더 기뻤다.

 

 

북콘서트에서 오고 간 질문과 답변들이다.

 

Q. 데뷔 10주년. 어떤 변화가 있었나?

결혼을 했다. 아주 행복하다. 살찐 것 빼고는 별 변화 없다. 오래 앉아 있어서 살이 많이 쪘다. 원래는 예뻤다.(오!)

처음엔 온라인에서 만화를 할 생각이 없었다. 하지만 받아주는 데가 없었다. 사실 나는 온라인의 수혜를 많이 받은 작가다. 그림 못 그리는 작가로 유명한데 많은 사람들이 사랑해 주어서 정말 감사히 여긴다.

 

Q. 10년 동안 가장 아끼는 작품은?

제 작품을 전부 다 좋아한다. 그래도 많이 봐줬으면 하는 작품으로 ‘26년’이 있다.

 

 

 

 

 

 

 

 

 

 

Q. 일쌍다반사.... 그런 이야기는 어디서 얻나?

그냥 하는 거다. 별다른 방법 없이 열심히 하는 것 뿐.

 

(내가 갖고 있는 일쌍다반사는 구판 노란색 표지인데, 요번에 개정판은 두 권으로 되어 있다. 아무래도 얘기가 추가된 것 같아서 고민 중이다. 다시 구입해야 하나....ㅜ.ㅜ)

 

 

 

 

 

Q. 강풀은 평소 어떤 사람인가?

윤태호 : 평소에 연락을 잘 안하고, 이벤트가 있을 때 연락한다. 몸이 안 좋아져서 늦게까지 술을 못 먹는 게 아쉽다. 지켜봐 왔는데 ‘그냥 하는 것’ 맞더라. 

 

Q. 강풀, 이 작품 최고다! 어떤 작품이 있나?

 

윤태호 :  아파트. 내가 느낀 것과 비슷하게 캐치하는 것 보고서, 아 나도 잘 될 수 있겠구나! 와 강풀 그림체에서 공포감을 느끼는 신비한 경험을 했다.

 (소장하고서 정리한 유일한 책이 아파트였다.  작품은 아주 재밌었고 인상 깊었지만 지나치게 무서워서 다시 들여다볼 자신이 없었다. 그런데 컬렉션으로 책을 모으다 보니, 이 시리즈만 빠진 게 아쉬워졌다. 그래서 다시 살까 생각 중이다. 새로 사는 책은개정판이 될 터. 초록빛 표지가 스산한 기분을 느끼게 한다.)

 

 

 

강풀 : 저는 만화계에 큰 공헌을 했어요. 저는 어디 가서 그림 못 그린다는 얘기 하기 싫은데, 물어보면 솔직히 얘기해요. 제 만화 주인공들은 절대로 옷을 갈아입지 않아요. 제가 이렇게 힘든 길을 개척했기 때문에 호민이 같은 얘도 만화할 수 있는 거예요.

 

(정다정 작가 얘기도 언급했는데, 내가 모르던 작품이어서 제목을 잘 못 알아들었다. 방금 찾아보고서 그림체는 확인했다. 강풀 작가의 지대한 공헌이 맞다! ㅎㅎㅎ)

 

주호민 : 제 이름으로 검색해 보면 질문에 강풀이 못 그리냐, 주호민이 못 그리냐?가 있는데, 답변이 이래요. 강풀은 열심히 그리는데 못 그리고, 주호민은 대충 그리는데 못 그린다. 결과적으로 내가 더 낫지 않나 생각합니다. ㅋㅋㅋ

 

Q. 최근에 가장 눈에 띄는 작품은?

주호민, 정다정 작가, 조석

 

Q. 지금 가장 사회적 이슈로 여기는 것은?

얼마 안 남은 총선. 반드시 이겨서 다 쫓아냈으면 좋겠어요. (관객 환호!!!!)

정성호 : 이 얘기 밖으로 나가면 안 됩니다. (>_<)

 

Q. 술집에 가게 되면 누가 계산하나요?

윤태호 : 저희 회사 대표가 냅니다.(오, 만화가들도 연예인들처럼 소속사가 있는 것일까???)

 

강풀 : 제가 아는 사람 중 가장 술을 맛있게 드시는 분이 윤태호 작가님이다.

 

Q. 어떻게 맛있게 먹나요?

윤태호 : 입을 다시면서.(ㅋㅋㅋ)

강풀 주량 소주 세병. 윤태호는 밥 먹듯이... 맥주 좋아하는데 아침이 올 때까지 마신다. 취했다 깼다 하면서...

 

주호민을 코흘리개 때부터 알았다는 강풀. 주호민, 그때 스물 다섯이었다고..;;;;

 

강풀 : 윤태호는 존경하는 만화가였다. 오프라인에만 계셨는데 온라인으로 오게 하려고 엄청 공을 들였다. 이끼 온라인 연재 다 내덕이다. (오, 큰 공을 세우셨어요!!!)

 

Q. 26년 말고 사회적 이슈 다루고 싶은 것 또 있나?

따로 다룰 생각은 없고, 사회 참여적 만화는 계속 그릴 것이다. 만화 그리는 사람이기 때문에 만화로 얘기하는 것뿐이다.

 

Q. 트위터 이야기도 해보자. 현재 팔로우는 얼마나 되나?

40만이다. 트윗에서 청순하다고 했는데 죄송해요. 잘못했습니다.ㅠ.ㅠ(깊이 반성하는 모습...ㅎㅎㅎ)

 

Q. 콤플렉스가 있다면?

그림에 대한 콤플렉스가 있다. 이걸 계속 갖고 살 수는 없어서 그림 한 컷 그릴 시간에 대사를 한 번 더 살핀다. 잘하는 것과 못하는 것을 구분하게 된 것이다. 10년 하면 만화가 쉬워질 줄 알았는데 하면 할수록 더 힘들긴 하다. 손 그리는 것 가장 어렵다. 거울 보고서 손을 그린다. 제 손을 비추면 반대로 나오니까. (포스터 속의 감춰진 손!)

 

 

Q. 원래 꿈은 무엇이었나?

없었다. 만화가가 될 줄 몰랐다. 대학교 때 총학생회에 있었다. 학생들이 대자보를 너무 안 봐서 홍보물을 만화로 그렸는데 학생들이 좋아해 주니 희열을 느꼈다. 졸업할 때는 만화가 아주 좋아졌다.

 

Q. 포기하고 싶었던 순간은?

없었습니다. (다 없대. 사회자가 아주 난감해 했다.^^)

 

Q. 유명한 사람 중에 팬이 있는지?

양희은 아줌마. 앨범을 다 샀다. 8년 전에.

 

(이렇게 유명한 사람이 자신의 팬이라는 것을 알게 되면 어떤 기분일까. 기분이 아주 붕 뜰 것 같다!)

 

 

 

 

 

Q. 자신의 그림을 보면 어떤지?

콤플렉스이긴 하지만 만족합니다.

 

Q. 만화가라는 직업을 후배들에게 권하고 싶은가?

윤태호 : 창작하는 사람으로서 참 좋은 게, 남한테 피해를 주지 않는다. 망해도 자기 혼자 망하지 다른 사람까지 끌어들이지 않는다. 영화 한편에 포함된 수많은 사람들을 생각할 때. 자기가 마음대로 할 수 있고, 다른 매체보다 매력적이다.

 

Q. 이런 사람은 하지 마라! 누가 있을까?

윤태호 : 그림으로만 현혹시키려는 사람, 게으른 사람. 작가 자신의 내면이 충족되었을 때 어떤 계기를 만나 작품이 발현되는 것이다.  조건이 완성되어 있을 때 기회가 오면 잡는 것. 성실함이 기본이다.(기회는 준비된 자에게 오는 법! 새겨들을 말이다.)

 

Q. 어디에서 영감을 얻나요?

주호민 : 제가 접하는 모든 매체. 책, 드라마, 다른 만화, 제가 하는 경험, 친구와 나눈 대화... 이 모든 게 필터링 되어서 나오는 게 만화 같다.

 

강풀 : 저는 노사모 활동을 해서 무슨 말을 해도 좌빨이란 소리를 듣고 있다. 좌빨이라고 스스로 생각하지 않지만, 너무 오른쪽에 있는 사람 입장에선 그렇게 보일 것이다. 그러거나 말거나 하고 싶은 말을 할 것이다. (관객 박수~)

 

Q. 영화화가 많이 되었다.

 

 

 

 

 

 

 

현재 다섯 편 제작되었다. 대부분 시원하게 망하고 '그대를 사랑합니다' 하나만 흥행했다. 영화에 거의 관여를 하지 않는다. 제일 망한 게 영화 아파트. 만화 아파트는 내 것이지만, 영화 아파트는 감독님의 것. 지금까지 한번도 영화 계약하고 나서 어떻게 하라고 주장해본 적이 없다. 앞으로도 그럴 생각이다.

 

잠시 쉬어가는 시간이 이어졌다. 강풀 작가가 직접 노래를 부른다고!!! 주최측에서 뭐라도 하나 해야 한대서 노래를 준비했다고 한다. 100번도 넘게 불렀지만 리허설 때 보니 머리가 하얗게 지워져서 가사를 준비했다고...

 

안치환의 '얼마나 더'를 불렀다. 앞서 공연을 했던 프리키가 다시 나와서 반주를 해주었다. 가사가 참 좋다.

 

해지는 저녁 창에 기대어 먼 하늘 바라보니
나 어릴 적에 꿈을 꾸었던 내 모습은 어디에
가슴 가득 아쉬움으로 세월 속에 묻어두면 그만인 것을
얼마나 더 눈물 흘려야
그 많은 날들을 잊을까
얼마나 더 기다려야
내가 선 이 곳을 사랑할 수 있을까...

세월이 흘러 내 모습 변해도 아름다울 수 있는
서툰 발걸음 걸을 수 있는 그런 내가 됐으면
가슴 가득 그리움으로 세월 속에 묻어두면 그만인 것을
얼마나 더 눈물 흘려야
이 먼 길의 끝을 있을까
얼마나 더 걸어가야
그 많은 질문에 대답할 수 있을까

얼마나 더 걸어가야
그 많은 질문에 대답할 수 있을까
그 많은 질문에 대답할 수 있을까

 

(노래 영상을 못 찾은 게 아쉽다. ㅠ.ㅠ)

 

Q. 이 노래를 선택한 이유는?

안치환 빠다. 재수할 때부터 안치환님 노래를 만나 지금까지 힘들 때마다 아주 많이 듣는 노래다.

 

 

 

 

 

 

Q. 트위터 에피소드는?

중독처럼 열심히 한다. 재밌어서 하는 거다. 이상한 사람도 많이 있다. 초기엔 그 말들 모두 RT를 걸었다. 좌빨 돼지야! 뭐 이런 말들. 이제는 그런가 보다 한다. 보람 있는 건 실종된 동물 찾아주는 일 많이 했다. 밤 12시 넘어서 음식 이야기 많이 한다. 모두 뚱뚱해져라! 이런 마음으로.

 

Q. 트위터 하고 나서 좋은 점은?

내가 말한 것이 잘못 보도될 때 수정할 수 있는 언로가 생긴 것. 트위터 하고 나서 마감을 어긴 적이 없다. 밤새 감시당한다. 다음 담당자도 팔로워다. 어디 놀러가지를 못한다.

 

Q. 강풀에게 존박은?

조만간 만나게 될 거다. 존박 주변인들을 안다. 조만간 술한잔 할 것 같다.

 

Q. 원래 동물 사랑하나?

원래 좋아한다. 고양이 11살 된 녀석 있다. 어릴 때부터 동물들과 많이 살았다.

 

정성호 : 의외다. 총 좋아하고 건담 좋아하고 미소녀 피규어 좋아하게 생겼다. ㅋㅋ

 

Q. 피규어 같은 것 많이 들어오지만 다 줘버린다. 물건 모으는 취미가 없다. 수집벽이 전혀 없다. 내 책도 없을 때가 있다.

(오오, 책을 읽기보다 수집하는 쪽에 더 열을 올리는 사람으로서 닮고 싶다!!!)

 

Q. 자기만의 습관은?

강풀 : 없는 것 같아요. 자꾸 없다고 해서 죄송해요.(진짜 미안해 하신다. 미안할 수밖에 없이 계속 없다~ 타령이었다.)

 

주호민 : 만화 그리는 게 취미였는데 직업이 되어버렸다. 그래서 현재는 취미가 없다.

윤태호 : 사람 소집해서 술마시는 것.

 

Q. 술 친구 중에 우리가 알만한 사람은?

강풀.

 

Q. 작업할 때 가장 중시하는 것은?

스토리. 대사까지 모두 나온 다음에 연재를 시작한다.

 

Q. 중간에 바뀌는 일은?

없다. 세부적인 것을 바꿀 수 있어도 결말을 바꾼 적 없다. 이야기가 다 나와 있지 않으면 불안해서 못한다. 연재 기간에는 그림만 그린다. 주변 반응에 흔들리지 않기 위해서 스토리를 다 끝내놓고 시작한다. 내 이야기를 완전하게 하고 싶다.

 

Q. 본인의 이야기가 어느 정도 반영되나?

캐릭터에는 제 감정이 들어간다. 제가 겪은 이야기는 아니지만 주인공 성격이 저랑 많이 닮아간다. 

아파트, 타이밍 등 귀신이 많이 등장한다. 귀신 본 적이 있다. 98년도 신문배달할 때 복도에서 체크무늬 입은 아저씨를 보았다. 뒤가 흐릿하게 보이는. 당시 재수 없게 조선일보를 돌리고 있었는데, 머리가 곤두서는 느낌이 아니라 신체적으로 정말 그렇게 되더라. 그후 귀신에 대해 관심 많아졌다. 나만 본 게 아니었다. 토요미스터리에 사연 보냈는데 모두 까였다. 3층에서 1층까지 으아아아 소리 지르면서 뛰어내려왔다. (그 모습이 더 무서워 보였겠다.ㅋㅋㅋ) 방위 가게 되어서 그만두었는데, 심심해서 다시 신문을 돌리게 되었는데, 그 6개월 동안 그 자리는 비워 있었고, 거기선 유명한 동네였다. 성내동 피자헛 뒷골목!(구체적인 설명까지!!!)

 

Q. 결혼은 어떻게 하셨는지?

6년차 되었다. 8년 전에 2년 연애하고 결혼했다. 학교 선후배 관계다. 졸업하고 오빠 동생으로 지내다가. 아직 애는 없고, 너무 사랑하게 되어서 결혼하게 되었다.

 

윤태호 : 아내 분이 아주 예쁘다.

정성호 : 원래 야수들이 미녀를 좋아한다. (ㅋㅋㅋ)

주호민 : 결혼한지 1년 됐다. 연애 4년. 벽화 그리다가... 여섯 명이 그렸는데 남자는 나 하나. 굉장히 쾌적한 환경이었다. (브라보!!)

 

Q. 결혼하고 바뀐 점은?

신혼 때 집 구할 돈이 없어서 파주로 이사를 갔다. 전세값이 싸서. 그때 어시를 못 구해서 아내와 ‘그대를 사랑합니다’를 함께 했다. 아내가 배경과 색칠을 다했다. 그리고 이웃사람까지 같이 하다가 너무 힘들어서 어시를 따로 구했다. 결혼하고 나서 작품의 변화라면, 사랑이 더 충만해진 것. (관객 박수~)

 

 

 

 

 

 

 

윤태호 : 강풀 작가는 결혼한 뒤 훨씬 외부적으로 잔인해졌다. 단호해지고. 총각 때는 약간 헐렁한 면이 있었다. 결혼하고 나서는 작업할 때에도 훨씬 외부와 단절을 많이 하고 인터뷰 제안, 영화사 도움 부탁 등을 단호히 자른다. 작업실에 앉아서 몰두만 한다. (둘이만 있기에도 시간이 부족하다는 강풀 작가! 손발이 오글거리지만 완전 부러움!!!)

 

Q. 강풀 작가의 장점은?

윤태호 : 좋은 작품이 나오려면 사람 자체가 건강해야 한다. 몸과 마음이 건강해야 좋은 작품이 나오고 남을 사기치지 않고 있는 그대로 감동을 준다고 생각한다. 저처럼 문하생 생활 많이 한 사람은 수가 많이 늘기 마련인데, 강풀 작가는 진실되어 있다. 그 지점들이 장점이다. 단점이라면 너무 진실하다는 것. 짜증이 나려고 한다. 농담을 하는데 진지하게 다가오면 갑갑...;;;

 

주호민 : 장점. 일단 만화가로서 훌륭한 덕목을 갖추고 계신다. 이야깃거리를 많이 갖고 계시다. 주제를 한문장으로 만들었을 때 재밌어야 한다고 하시는데, 그런 문장을 많이 갖고 계시다. 장점은 너무 분량을 많이 그려서 후배들이 힘들다. 강풀만큼 그려야 하니까.

 

Q. 조명가게 결말에 대하여. 조명가게의 역할은 무엇인가?

제 만화중 가장 어렵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 마지막 화가 굉장히 길었는데 1/3가량을 다 덜어냈다. 예전에는 일일이 설명하는 만화를 했는데 이번에는 그렇게 해보고 싶었다. 다음에는 다시 쉬운 만화 할 겁니다.

팁만 드리자면, 한 여자의 이야기. 한 여자가 저 남자가 과연 나를 사랑했을까?에서 출발한 것. 거기에 초점을 맞추면 이해하기 쉬울 것이다.

 

 (조명가게는 북콘서트를 다녀온 다음에 구입했다. 바빠서 아직 읽지는 못했다. 조만간 읽을 생각이다. 일단 세븐시즈 20부터 먼저 읽고...ㅎㅎㅎ)

 

 

 

 

Q. 양형사에게 넘긴 정보들은 무엇인가?

생명에 대한 이야기이다. 제 만화에 가장 많이 등장한 인물이 양형사. 타이밍 시즌5까지 생각 중이다. 양형사 계속 나올 것이다. 그 사람을 잊지 않기 위한 장치다.

 

 

 

 

 

 

 

 

(입장하면서 포스트잇에 질문을 적게 했나보다. 나와 친구는 시간에 딱 맞추어 입장해서 질문은 따로 쓰지 못했다.)

 

Q. 다음 작품은 언제?

원래 5월 예정이었는데 6월에 나올 것 같다. 순정만화다.

('당신의 모든 순간'의 감동이 아직 살아있는데 또 다른 순정만화 시리즈가 나온다고 생각하니 기대가 한가득이다. 강풀 작가는 정말 보배다!)

 

 

 

 

 

 

Q. 조명가게는 영화화 되는지?

아직 모른다. 올해 나와야 할 영화들이 더 있다.

 

Q. 강풀에게 야식이란?

제 생명입니다. 너무 큰 의미 두지 마세요. 배고파서 먹는 것 뿐입니다.(역시 진지한 답변!)

 

Q. 영화 실패의 이유가 뭔가요?

저는 모르죠. 제 만화를 영화로 만들려고 ... 조만간 이웃사람도 촬영 들어간다. 신나서 사가신 다음 한달 뒤 전화가 온다. 뭐 이러냐고. 만화에서 영화로 옮기는 과정이 힘들다고. 두시간짜리 예술인데, 만화는 시간이 기니까, 영화 만드는 사람에게 가장 힘든 건 만화의 팬들. 영화 보고 나서 적이 되어버린다고.

 

Q. 지금까지 작품 중 가장 애착이 가는 작품은?

26년. 캐릭터로는 바보의 승룡이. 승룡이 마지막 장면에서 내가 울었다. 옥상에서 담배 피우며 울다가 내려왔다. '그대를 사랑합니다'에서 할아버지가 송이뿐 할머니 보낼 때, 술 먹고 아내랑 대리 불러서 돌아오면서 그렇게 울었다고 한다.

 

Q. 엔딩 결정하기 가장 어려웠던 작품은?

역시 26년. 주인공들의 암살이 성공이냐 실패냐는 중요하지 않았다. 광주는 그때부터 지금까지 계속 진행형. 지금까지 살아오는 사람들의 이야기로 보이고 싶었다. 스토리 짜는데 오래 걸렸다.

 

Q. 솔직히 자기보다 못 그린다고 생각하는 작가님 있어요?

(주호민을 보는 그윽한 시선ㅋㅋㅋ)

 

Q. 스토리 전부 다 짜고 시작합니까, 갑자기 확 떠오릅니까?

철저한... 당신의 모든 순간은 한해 전부터 시작했고, 26년의 원래 제목은 23년이었다. 굉장히 긴 시간동안 머릿속에서 생각해 놓고 연재 들어가기 석달 전에는 대사도 다 쓰고 시작한다.

 

(전에 유시민 대표와의 인터뷰에서 보니 결혼하기 전에 시작해야겠다고 결심한 게 26년이었다고 한다. 결혼을 하게 되면 책임감도 더 커지니 겁이 나서 작품을 못 시작할까 봐 그랬다고... 그 부분 들으면서 막 울컥했더랬다.)

 

윤태호 : 저같은 경우는 제목에서 시작되는 경우가 있고 신문기사의 문장 하나에서 시작되기도 한다. 혹은 편집자와 이야기하다가 장르가 결정되기도. 이끼는 편집자와 3시간 동안 얘기하다가 제목, 장르, 씬3개 결정되고 해야겠다고 결정했다. 대부분의 작가가 자기만의 서랍이 있다. 이야기를 모아놓는. 이 이야기가 아직 결정되지 않았지만, 그 이야기를 하고 싶어졌을 때 이야기들이 조각이 된다.

 

 

 

 

 

 

 

 

주호민 : 흥미를 끌거나 마음을 움직이는 것에서 시작한다. 무한동력은 세상에 이런 일이~보다가 무한동력 만드는 아저씨가 나왔다. 공과대학 교수 앞에서 망신 주는 장면이 나왔는데, 저게 움직였으면 좋겠다~ 라는 짜릿한 상상을 했다.

 

 

 

 

 

 

 

 

Q. 강풀에게 웹툰이란?

제 직업이고 고마운 매체. 제 성격상 어떻게든 만화가는 되었을 것 같다. 웹이 있었기에 독자를 만날 수 있었다. 제 만화를 보여주는 공간이다.

 

Q. 강풀 작가님 펜션에 놀러가면 뵐 수 있나요?

부모님이 강풀 펜션 운영하신다. 가끔 가면 마주칠 수 있다. 일하러 갈 때 있다.

 

Q. 아직까지 기억나는 팬은?

너무 많은데 굉장히 기억나는 팬은, 예전에 작업실에 군인 커플이 외박 나왔다. 군인 둘이 아니라 여친과 함께 왔다.(ㅋㅋ) 군생활 하면서 즐겁게 봤다고. 작업 하는데 뒤에서 자더라. 숙면을 취하더라. 나중에 술 깨서 민망해서 뱀처럼 기어서 도망갔다. 밤새 작업하고 이불 덮어주었다. 그 이후로 한 번도 연락이 안 되었다. 그때 26년 그릴 때여서 누가 잡으러 온 줄 알았다. 군복...(웃긴데 슬프다.ㅜ.ㅜ)

 

Q. 질문 안 했으면 하는 질문 있어요?

죄송해요. 그것도 없어요.ㅠ.ㅠ

 

Q. 정성호. 옆모습이 임재범 닮았다. 본인 마음 속에 혹시 살기가 있나요?

 

윤태호 : 강풀 작가는 선과 악이 분명하다. 악의 포지션에 있는 분에게 굳이 관용을 베풀지 않는다. 잔혹해진다. 저는 어떤가 체크하게 된다. 나는 바람직한가 고민하게 된다.

 

강풀 : 많이 유순해졌어요. 예전에는 선악이 분명해서 싫어하는 게 분명했는데 요새는 많이 유해지려 노력한다. 그럼에도 싫어하는 사람은 정말 싫다.

 

Q. 정말 싫어하는 사람은?

이명박이요.

 

정성호 : 가장 만나고 싶어하는 사람은 존박, 싫어하는 사람은 이명박

 

관객 즉석 질문도 받았다.

 

Q. 주인공 한명이 이끄는 게 아니라 여러 등장인물이 이야기를 진행하는 비결은?

동시 다발적 사건이나 다중 인물을 좋아한다. 그게 이야기 쓰기 편하다. 캐릭터가 부딪히는 맛이 있다. 제 만화주인공은 최소 6명이 등장한다. 26년과 어게인만 열 명 이상이 나와서 힘들었다. 이 사람이 나와서 재미 없을 때 저 사람이 재미를 주면 장편을 이어갈 수 있다. 일쌍다반사 같은 만화는 이제 안 그릴 거다. 장편만 재밌어졌다. 최적화된 주인공은 6명. 앞으로도 그렇게 나갈 것이다.

 

 

 

 

 

 

 

 

Q. 영화 26년 제작이 힘들어졌는데, 캐스팅 변화 없는지?

26년은 처음부터 다시 들어가는 입장이다. 감독부터 배우까지. 외압설이 많이 돌았다. 캐스팅이 어찌 변할지는 모르겠다.

(류승범이 캐릭터에 딱인데 배우의 스케줄이 있어서 다시 맡을 수 있을지 모르겠다. 얼마 전에는 일반인 투자도 받던데 잘 완성되기를!!!)

 

Q. 괴물2 시나리오 쓰신다는 얘기. 어찌 진행되었는지?

작가님 여기 혹시 기자분 계시나요? 묻는다. 조심스러웠던 것이다. 객석에 노컷 뉴스 기자분이 한 분 계셨다. 엠바고 요청하고 이야기해 주셨다. 섬뜩하고도 짜릿한 내용이었다. 밖으로 새나가지 않길 원했으니 쓰지 않겠다. 총선 대선 다 이기면 그때 공개할까보다.

 

Q. 한 편 그리는데 몇 시간 걸리나?

새벽 4시 출근, 11시 퇴근. 연재 기간 5개월 동안 그렇게 산다.

 

주호민 : 그래서 후배들이 힘들어 한다. 강풀도 저렇게 하는데...

 

Q. 막힐 때는 어떻게 하는지?

다 결정하고 그리기 때문에 없다. 다만 체력 문제. 빵꾸 가장 많이 내는 작가였는데 양영순 작가가 치고 올라왔다.

 

Q. 통증은 웹툰 연재 없이 왜 영화로만 나왔는지?

만화로 다시 그릴 생각 없다. 여섯 명의 주인공이 아니었다. 써보고 나니 장편 만화 분량이 아니었다. 시놉시스로 열 몇 편 쓴 상태에서 영화사에서 사가서 영화화 됐다. 제가 생각했던 것은 좀 더 하드보일이었다. 영화로 그냥 만족한다.

 

Q. 트위터 지인 중 본인 빼고 청순의 순위를 매긴다면?

김제동 하죠. 뭐. 불쌍하니까. 김제동 씨는 어제 밤에도 전화가 왔어요. 진짜 일주일에 두세 번이 새벽 두시에 와요. 요즘엔 좀 뜸해졌는데, 새벽에 전화가 오면 아내가 제동오빠 전화 받아 라고 말한다고. 참 외로운 분. 제발 누가 좀 구해주세요. 진짜 잘 생긴 사람은 조국 교수님. 실제로 보고 같이 술을 마시는데 그림으로 그려도 그렇게 못 그리겠다고. 배바지가 어울리는 유일한 남자. 인품도 훌륭, 오빠 날 가져요~ 이런 마음먹을 정도. 많은 배우를 봤지만 제일 잘 생겼다.

 

Q. 하반기 개봉 영화는?

모르겠다. 많이 힘들어 하고 있다. 응원할 따름이다.

 

Q. 만화가 영화로 제작될 때 신경 쓰이지 않는지?

윤태호 : 이끼 연재 와중에 영화화 결정 됐다. 강우석 감독이 중간에 붙으면서 감독님 스타일대로 빠르게 진행됐다. 연재 와중에 일주일에 한번 만나서 시나리오 회의. 만화에 안 나오지만 영화에 나와야 하는 부분에 대해서 7~8시간 시나리오 써서 드리기도 했고. 그 작품은 영화가 맨 마지막 엔딩 찍을 때까지 시나리오가 안 나와서 에필로그까지 같이 썼다. 영화가 된다고 하면 그 작품이 다 잘 됐으면 좋겠다. 너무 많은 사람들이 이 작품에 매여 있다. 내 작품으로 인해 내상을 입거나 하지 않았으면 한다. 이끼할 때 강풀 작가에게 고마웠다. 강우석도 남의 작품 가져와서 하는 게 최초였다. 초기 편집 시사회 때 만화계 분들 모아서 확인하고 싶다고 해서 강풀, 이충호 작가가 편집실 와서 시사회를 했다. 물론, 아닌데요~라고 말할 수 있는 분위기는 아니었지만 강풀 작가가 긍정적 반응을 보여주어서 아주 기뻤다.

 

주호민 : 신과 함께 저승 편 영화화 진행 중. 시나리오 나왔지만 작업 중 제 얘기를 물어본 적이 한번도 없어서 신경을 써야 할지 어때야 할지 모르겠다.ㅎㅎㅎ

 

강풀 : 항상 자세는 같다. 참여는 하되 간섭하지 않는다. 영화는 영화의 것. 그저 응원만 할 뿐. 영화 나올 때 홍보하기 위해 폭풍 트윗을 한다. 블록하지 마세요.

 

마지막 정리 멘트~

 

윤태호 : 어떤 작가와 같이 나이를 먹으면서 성장한다는 게 기분 좋은 일이다. 출판만화가 주로 어린이 잡지였기 때문에 나이를 먹는 것이 굉장히 패널티가 되었다. 신인작가의 감을 따라잡지 못하는 것이. 웹툰으로 와서는 성인 독자들과 함께 살아갈 수 있다는 게 큰 행복이 되었다. 강풀 작가 이제 10년 되었으니 여러분과 함께 행복하게 오래오래 작품하면서 성장했으면 한다.

 

주호민 : 강풀 작가님은 저를 비롯해서 많은 후배 만화가, 또 만화가 지망생들에게 롤모델이 된 사람이다. 그 이전에 한국 만화에서 취약하다고 평가받는 스토리텔링에서 독보적인 사람. 그로 인해 영향을 받은 후배들이 많이 등장하면서 한국 만화 발전의 교두보가 된 사람. 앞으로 제 만화 많이 사랑해 주세요.(결론은 본인에게로!) 

 

강풀 : 열등감 전혀 없이 사는 사람이다. 저같은 사람도 만화를 그린다. 내가 좋아하는 직업을 가지고 만화를 그리는 것은 모두 여러분 덕분. 누군가 봐주지 않으면 만화는 그릴 수 없다. 가끔 생각해 보면 너무 행복할 때가 있다. 앞으로도 제가 할 수 있는 건 더 재밌는 만화로 보답하는 것. 나중에 20주년 행사도 꼭 할 수 있도록 하겠다. (20주년 때에도 같이 해요~)

 

이어서 출판사에서 준비한 소박한 선물을 퀴즈를 맞추는 사람에게 주는 시간이 이어졌다. 전문 사회자가 있으니 이런 진행들이 무척 재밌다. 마지막으로 프리키의 앵콜 공연이 이어지고, 관객들은 세분 작가님께 사인을 받기 위해서 줄을 섰다.

 

 

 

보컬 오른쪽에서 기타를 치던 낭자의 옷이 넘흐 예뻐서 사진을 몇 컷 찍었다. 앞에 리본으로 묶는 저 줄무늬 니트! 어디 가면 살 수 있으려나! 게다가 왼손잡이다. 왼손잡이 기타리스트.... 근사하다! 여러모로 멋있다.

 

 

프리키의 노래도 좋았는데, 이날 실내가 너무 건조해서 목도 마르고 코도 막히고, 피부도 숨을 못 쉬고... 스키니진 입어서 다리에 피는 안 통하고...ㅎㅎㅎ

 

아무튼! 몹시 추웠던 날인데 가슴 속에 불을 지닌 열혈 작가님들을 만나서 기분 좋은 시간을 보냈다. 한국에 보배로운 작가님들이 많이 계셔서 행복하다. 아울러 윤태호 작가님의 새 연재작 '미생'도 기대가 크다. 어여 단행본 나왔으면. 강풀 작가님의 새 연재작도, 주호민 작가님의 신과 함께~ 영화도 모두모두 기대가 된다. 이 모든 것들을 더 기쁜 마음으로 마주할 수 있게, 더 가벼운 마음으로 만날 수 있다면 좋겠다.

 

오늘 들은 명언! 정치인은 투표하는 유권자만 두려워한다. 우리 모두 반드시 투표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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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5.18광주민주화운동에 관한 강풀만화 “26년”의 영화 제작에 힘을 보태보아요.
    from 그대가, 그대를 2012-04-19 01:48 
    강풀 작가의 북콘서트에서 듣기로, 강풀 작가의 아픈 손가락은 '26년'이다. 결혼을 앞두고서 배우자가 생기면 더 용기를 내기 힘들까 봐 시작했던 작품, 그럼에도 처음 구상했을 때의 제목은 23년이었던 만큼 작품으로 만들기까지 힘들었던 작품, 연재 도중 군인 신분 팬이 찾아왔을 때 잡혀가는 줄 알고 놀랐다고 했던 모든 것들이 26년이라는 작품에 맺힌 피눈물을 대신한다. 이미 한번 엎어졌던 작품이 다시 넘어질 위기에 처했다고 하니 십시일반이 되었으면 하는
 
 
희망찬샘 2012-04-10 06:3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마지막 명언을 새기겠습니다.
아파트는 1권만 읽었는데 무서워서 다음 편을 못 읽겠더라구요. 저도 강풀 만화를 좀 읽었는 줄 알았는데 아니었군요. 너무 많은 책이 있네요.
좋은 곳에 다녀오셨는데 이렇게 글로 잘 정리까지 하시고... 꺄악~ 완전 멋진 페이퍼예요.
근데 이런 걸 어케 정리하세요. 녹음, 녹화 해 오시나요? 마치 콘서트 생중계같은...

마노아 2012-04-10 10:47   좋아요 1 | URL
상상력 죽이죠? 저도 오밤중에 오들오들 떨면서 읽었던 기억이 나요.
이거 다녀온 그 주에 뮤지컬도 놓치고 유홍준 교수님 것도 놓쳐서 무척 속상했는데 강풀 작가님 것 하나 건졌어요.
요 강연회는 녹음을 했고, 집에 와서 다시 들으면서 정리했어요. 시간이 무척 많이 걸려요.ㅜ.ㅜ

rosa 2012-04-10 09:3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와우~ 넘 꼼꼼한 콘서트 후기네요.
마치 현장중계를 듣는 기분입니다.
이사간 후에 첫 선거인데 기분이 좀 그래요.
제가 사는 곳은 여전히 ......가 될 것 같아요.
이사하지 말 걸 그랬나봐요.
제가 살던 동네는 1,2,3등이 모두 1% 차이 밖에 안나는 초박빙 승부처라는..^^;

마노아 2012-04-10 10:48   좋아요 1 | URL
이사간 후 첫 선거군요. 정말 기분이 묘할 것 같아요.
저는 이제 만 하루동안 엄니를 설득하는 미션이 남았어요.
선거 때마다 이것도 참 긴장되는 일이에요. ^^;;;
 

 

 

17. 3월의 첫 영화는 러브픽션이었다. 공효진에게 딱 적격인 매력적인 캐릭터였고, 하정우는 채식남 이미지가 아니라 육식남 이미지라는 것만 빼고는 능청스러운 연기가 일품인 재밌는 영화였다. '범죄와의 전쟁'과 아주 대조적인 캐릭터이다. 김어준은 연애를 해보면 자신의 밑바닥을 확인할 수 있다고 했는데, 그 말의 의미를 이 영화를 보면서 공감했다. 아주 많이 웃었고, 잠시 울적해지기도 했고, 그리고 즐거운 마무리로 가볍게 극장을 나설 수가 있었다. 빨간 립스틱이 이렇게 청순하게 보이는 여배우는 공효진 뿐인 것 같다.

 

★★★★

 

18. 화차는 혼자 볼 생각에 먼저 예매를 했는데, 엄니께서 같이 보시겠다고 해서 뒤늦게 한장을 더 예매했다. 내가 사랑해 마지 않는 우리동네 극장의 오후 시간, 관람자는 우리 둘뿐이었고, 그래서 엄니는 몹시 미안해 하셨다. 괜히 영사기 돌리게 했다고... 나 혼자 왔으면 더 미안할 뻔했다. 애석한 것은, 우리 둘이 나갈 때 그 다음 시간 상영을 기다리고 있는 관객도 달랑 둘 뿐이었다는 것... 울 동네 극장 망하면 안 되는데...ㅜ.ㅜ

 

영화는 우려했던 것보다는 괜찮았다. 사실 원작이 몹시 유명하고, 또 아주 인상적인 결말이었기 때문에 영화가 그것을 따라잡거나 고스란히 담아내기는 힘들 거라고 여겼다. 역시나 원작만큼은 좋을 수 없었지만, 책을 보지 않고 영화만 보았다면 그 자체로도 괜찮게 보았을 법도 한 영화였다. 김민희는 '굿바이 솔로'에서 이미 연기 잘하는 배우로 거듭났지만, 이 영화에서 미친 연기력을 보여주었다. 이선균은 좀 아쉬웠는데, 연기보다는 캐릭터의 문제이지 싶다. 조성하의 캐릭터는 원작의 형사보다도 좋았다. 한국형으로 잘 변신시켰달까.

 

가장 아쉬웠던 것은 마무리였다. 원작의 결말은 내가 손꼽는 가장 완벽한 엔딩을 갖추었다. 덜 보여주었기 때문에 더 많은 것을 보여준, 절제를 했기 때문에 더 큰 상상의 여지를 남기고 그 서늘함으로 섬뜩함마저 주었던 '완성'이었다. 하지만 영화의 마무리는 너무 많은 이야기를 함으로써 여백을 버린 아쉬움이 있었다. 그렇다 해도,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처럼 심각하게 원작에 못 미쳤던 것은 아니니 아직 보지 못한 분들에게는 추천하고 싶다. 특히 변영주 감독에게는 흠뻑 반했다. 영화보다 그의 언행에서지만...^^

 

★★★★☆

 

19. 언니의 자동차 보험회사에서는 해마다 영화 티켓을 두장을 준다. 이 극장이 해마다 더 안 좋은 극장으로 이동하는 문제점이 있는데....;;; 올해 받은 티켓은 프리머스였다. 서울에 프리머스 극장은 단 셋이다. 노원에 하나, 장안평에 하나, 그리고 독산에 하나. 언니가 장안평에 다녀오고 나서는 멀어서 다시 못 가겠다고 남은 한장은 내게 주었다. 같이 보기로 한 친구가 독산 근처에 사는데 우리 집에서는 한시간 반을 가야 한다. 노원은 우리 집에서 가깝지만 친구가 두시간을 와야 하고, 장안평은 둘 다 한시간 이상을 가야 한다. 그래서 그냥 한사람만 고생하자는 마음으로 내가 독산으로 갔다. 그런데 하필 이날은 볼만한 게 없었다. 괜찮은 영화는 이미 본 영화뿐. 그래서 선택의 여지 없이 고른 영화가 '세이프 하우스'다. 덴젤 워싱턴 주연이라는 것 말고는 아는 정보도 없었다.

 

10년 전 최고의 CIA 요원이었지만 이제는 군사기밀을 팔면서 미국의 공적이 되어버린 토빈 프로스트. 그랬던 그가 제발로 미국 영사관에 찾아온다. CIA에서는 그를 고문해서 비밀을 캐내려고 하지만 정체모를 자들의 습격을 받고, 신참 CIA 요원인 맷은 생애 첫 임무로 토빈을 다른 안전가옥으로 옮기게 된다. 그 과정에서 토빈이 조직을 떠날 수밖에 없던 이유를 알게 되고, 중요한 결정을 내리게 된다. 영화의 흐름은 '그린존'과 많이 닮아 있었다. 안보에 가장 큰 책임을 진 조직이 사실은 안보에 가장 위협이 되는, 평화가 아닌 전쟁을 조장하는 존재라는 것, 그리고 그러한 거대 조직에게 보내는 빅엿 한방까지! 그래도 나쁜 놈이 끝까지 잘 사는 결말보다는 얼마나 다행인가.ㅜ.ㅜ 극중에서 덥수룩한 털보로 나오던 덴젤 워싱턴이 원빈이 아저씨에서 자기 머리 스스로 깎는 것과 같은 장면을 연출하더니 갑자가 오바마가 되어서 나왔다. 그 순간부터 간지 좔좔~ 아무튼! 영화는 시간 낭비 정도는 아니었지만, 딱히 좋지도 않은... 그런 어정쩡한 작품이었다. 그 먼데까지 가서 봤건만...ㅜ.ㅜ

 

★★★☆

 

20. 2월에는 맥스무비 강냉이 시사회 응모가 모두 떨어졌는데, 3월에는 한차례 응모하고서 바로 당첨이 되었다. 그게 '핑크'였다. 영화관에 도착해 보니 왜 당첨이 됐는지 알 수 있었다. 독립 영화 중에서도 아주 마이너한... 좀처럼 관객이 들기 어려운 영화였다. 게다가 극장이 광화문 스폰지 하우스였는데... 찾느라 아주 애먹었다. 헤매다 헤매다 끝내는 파출소에 들어가서 물어보기까지 했지만 그분들도 모르셔...ㅜ.ㅜ 언니한테 연락해서 찾아가는 길 정보를 문자로 받고 나서야 극적으로 찾아, 영화 시작과 동시에 입장했다. 대사가 거의 없는 영화였는데, 나름 과감한 노출 연기가 연이어 등장했다. 어려서 아버지로부터 성폭행을 당한 수진이 재개발 지역 허름한 술집 핑크에 들면서 자신을 옥죄어 오는 과거와 단절하려는 몸부림에 대한 이야기였다. 이 영화를 보고 나니 '여자 정혜'가 얼마나 잘 만들어진 영화였는지 새삼 알게 되었다. 그 영화도 대사는 그리 많지 않았는데... 중간에 영화 보다가 나가는 커플들 몇이 있었다. 영화가 어렵긴 했지만 나갈 정도는 아니었는데...;;;;

 

★★★☆

 

21. 친구의 생일날 점심으로 피자를 먹고 영화 '가비'를 보았다. 이 책의 원작을 몇 해 전에 보았는데 소재는 기억이 나도 자세히는 잘 생각이 안 났다. 그때도 좀 심심하다고 여겼다. 내게 김탁환은 매번 용두사미 작가..ㅎㅎ 그랬지만, 영상으로 옮겨지면 제법 재밌을 거란 생각을 했다. 확실히 책보다는... 나았다.^^

 

배우들의 연기도 좋았고, 백여 년 전 조선을 무대로 동양과 서양의 미가 함께 담긴 화면이 참 예뻤다. 다만 이야기의 설득력은 좀 많이 약했다. 특히 주진모 캐릭터! 그가 마음을 바꾸는 계기라든가 의병 학살자에서 의병 대장으로 변신하는 고리 등이 영...;;;; 김소연은 한복은 별로였지만, 드레스 차림은 정말 예뻤다. 아마 빼빼 말랐을 테지만, 그 날씬한 자태가 저렇게 몸매를 강조하는 옷차림을 잘 소화시켰을 것이다.

 

이 사진말고도 예쁜 옷이 아주 많았는데 찾지 못한 게 아쉽다.

★★★☆

 

22. 우리동네 영화관에서 본 건축학개론! 모처럼 관객이 많았다. 한 10명은 같이 본 것 같다. 입소문이 많이 났나 보다.

이 영화는...  아, 많이 좋았다. 이 영화는 감상을 이미 썼으니 링크만 걸어둔다.

 

건축학개론-우리 모두는 누군가의 첫사랑이었다.

 

★★★★

 

23. 3월의 마지막 날에 급하게 현장 예매로 본 영화는 언터쳐블, 1%의 기적이었다. 영화의 줄거리를 보고는 좀 빤할 것 같았는데 보고 온 사람들의 반응이 아주 좋았다. 그래서 친구와 만났다가 헤어져 돌아오는 길에 극장에 들러 혼자서 보았다. 선택은 대성공이었다. 아주 좋았다! 감동도 있지만, 그 이전에 무척 재밌었다. 유쾌하고 상쾌했다. 프랑스 영화하면 일단 심각할 것 같은데 이렇게 가볍게 재밌다니, 신선했다. 실화를 옮긴 영화라는 것도 감동의 깊이를 더했다. 전신마비 장애라는 이 심각한 소재에서 이렇게 즐겁고 예쁜 이야기가 나올 거라고 생각 못했다. 나의 편견에 사과를!

 

비슷한 소재이지만 아주 다른 영화 '청원'도 떠올랐다. 역시 링크를 걸어본다.

 

청컨대, 내게 존엄한 죽음을 허락하소서.

 

★★★★★

 

그밖에 친구가 표를 얻어 주어서 연극 '인디아 블로그'도 보았다. 극단의 줄거리 소개를 보면 이렇다.

 

사랑을 찾아 떠난 남자 혁진과 사랑을 잊어버린 남자 찬영이 인도로 여행을 떠난다.
여행길에서 처음 만난 두 사람은 인도의 신기한 풍경과 새로운 문화를 경험하면서 이미 알고 지냈던 친구처럼 가까워진다. 사라진 여자친구를 찾으며 인도를 방황하던 혁진은 차츰 그녀를 찾을 수 없을 거라는 생각을 가지게 되며 인도여행의 진정한 목적이 무엇이었는지 고민하게 된다.
또한 4년전 인도 여행에서 여자를 만나 사랑에 빠졌던 찬영은 다시 찬아온 인도에서 사랑의 가치에 대해 다시 고민하게 된다. 바쁜 일상 속에서 잊혀졌던 사랑의 설레임과 아름다운 추억을 인도의 여행길에서 다시금 반추하게 된다.
두 청년의 여행길에는 어떤 기억과 추억 그리고 사랑이 남아있을까...?

 

연극을 영화처럼 자주 보지는 못하지만, 볼 때마다 놀라는 것이, 그 역동성과 순발력, 재치 등이다. 잠시도 가만 두지 않고 들썩일 만큼 웃게 하고 또 감동도 준다. 무대 위에 땀과 열정을 쏟는 그분들께 감사의 박수를!!!

 

★★★★★

 

그밖에 3월의 마지막 날엔 강풀의 북콘서트도 다녀왔다. 의미있는 시간이었다. 따로 시간을 내어 후기를 써야겠다고 생각해 본다. 이미 도착한 조명가게는, 아마도 후기 쓰고 나서야 보게 되지 싶다. 요새 많이 바빠져서 마음이 조급하다. 벌써 새벽 3시를 넘겼다. 이제 자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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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애(厚愛) 2012-04-08 04: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영화 많이 보셨네요.^^
관심가는 영화가 있는데 나중에 봐야겠어요.ㅎㅎ
한국에 있었다면 강풀 북콘서트 갔을텐데...ㅠㅠ

행복한 주말 되시길~ ^^

마노아 2012-04-09 11:21   좋아요 0 | URL
한국에 오시면 극장에서 영화보기도 도전해 보셔요. 건강이 좋아져서 거뜬히 그럴 수 있다면 좋겠어요.^^

무스탕 2012-04-08 20: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저 마~~이 부럽구려... T^T

마노아 2012-04-09 11:21   좋아요 0 | URL
아아, 무스탕님의 봄날이 아직 오지 않았어요.ㅜ.ㅜ

프레이야 2012-04-08 21: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노아님과 5개 찌찌뽕ㅎㅎ
'핑크'를 패스했는데 볼 기회가 있겠거니 해요.
'언터쳐블' 저도 정말 유쾌하게 봤어요. 패러글라이딩 하는 장면, 속이 후련하더군요.
모험을 못 해 본 걸 죽기 전에 후회한다던데 말에요.^^

마노아 2012-04-09 11:22   좋아요 0 | URL
헤헷, 많이 겹쳤어요.^^ 핑크는 참 난해한 영화..ㅎㅎㅎ
언터쳐블, 진짜 유쾌하게 시원하고 후련했어요. 버킷 리스트를 만들어야겠어요.^^

비연 2012-04-08 22: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부러워요. 전 3월에 영화 한편도 못 봤는데..ㅜㅜ

마노아 2012-04-09 11:22   좋아요 0 | URL
아아, 넘흐 바쁜 나날 보내고 계시군요. 바빠도 건강은 꼭꼭 챙기셔요!!!

순오기 2012-04-09 11: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4편 겹쳐요. 화차, 가비, 건축학개론, 언터처블~ 모두 괜찮았어요.^^
하정우 때문에 러브 픽션 보고 싶었는데~ 지나버렸어요.ㅡㅜ

마노아 2012-04-10 03:14   좋아요 0 | URL
헤헷, 많이 겹쳤어요. 좋은 영화들이 많아요.^^

마녀고양이 2012-04-10 12: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쩜 이렇게 영화랑 공연을 풍성하게 보실까.... 우아...
그런데 가비의 옷 너무 이쁘네요, 진짜 좋아하는 스타일....

그리고 마노아님의 이야기를 오기 언니 페이퍼에서 봤어요. 놀라운 능력, 다재다능함.
너무 축하드려요... 쪼옥~

마노아 2012-04-11 00:13   좋아요 0 | URL
외롭지 않으려는 발버둥 같은 걸까요.^^
가비에 등장하는 옷이 하나같이 모두 예뻤어요. 사진을 더 못 구해서 아쉬워요.
아주 날씬한 사람만 소화 가능한 옷들이긴 하지만, 보는 것만으로도 아주 흡족했답니다.
책 건은, 좀 과대평가 되었네요.ㅠㅠ 사실 아주 큰 역할을 하진 못했는데 말이에요.
그래도 축하 감사합니다. ^^
 
나에게 선물을 주었다.
소통하지 못하고 위로받지 못하는 아이들
1953년 7월 27일

서른 다섯 승민은 야근과 밤샘을 밥먹듯하는 건축 사무실에 근무한다. 여전히 밤을 새서 피곤에 찌들어 있던 어느 날, 미모의 여성이 자신을 찾아와 말을 건다. 누구...세요? 하고 묻는 그에게 그녀는 왜 자신을 기억하지 못하냐는 얼굴로 자신을 소개한다. 스무살 대학 새내기 시절 첫사랑 그녀와 다시 만난 순간이다.

 

 

 

 

 

대학을 졸업하고 아나운서 시험에 몇 차례 떨어지고 의사 남편 만나서 결혼을 했다던 그녀가 제주도의 고향 집에 집을 짓고 싶다고 건축을 의뢰한다. 승민은 내키지 않아 했지만 결국 이 일에 뛰어든다. 처음엔 집을 새로 지으려고 했지만 낯설어서 싫다는 그녀에게 승민은 증축을 권한다. 그리하여 그녀의 추억이 깃든 집은, 그 추억을 고스란히 떠안은 채 새옷으로 갈아입는다. 어릴 적 키가 얼마나 자랐나 높이를 재던 눈금이 담긴 벽이 살아 있고, 시멘트를 발라놓은 수돗가에 실수로 찍은 발자국이 그대로 남아 있는 연못들이 그것이다. 심지어 피아노를 들이기 위해서 빠듯한 일정에 설계를 변경해서 2층을 올려 방을 지었는데, 그 앞은 아랫층의 옥상으로 무려 한옥 기와가 얹어 있다. 영화 속의 집은 누구나 살고 싶은, 누구나 갖고 싶은 그런 아름다움을 지녔다. 그의 실력이 뒷받침 된 것이겠지만, 첫사랑 그녀에 대한 마음 한조각이 거기에 끼어들었음은 당연한 일이다.

 

 

 

 

스무살의 풋풋한 나이는 배우 이제훈과 배수지가 연기했다.(이제훈은 엄태웅의 16년 전이라고 해도 믿을 만큼 닮은꼴이다. 특히 긴 콧날이!) 워낙 동안을 자랑하는 이제훈은 스무살의 설익음과 대책없는 순진함과 가없는 설렘을 잘 표현했다. 배수지의 딱딱한 연기는 한가인의 딱딱한 연기와 비슷해서 이 아이가 자라 저 사람이 되었다는 설정이 설득력 있다. 다만 한가인은 빼어난 미모에 비해 부족한 연기력으로 쏟아지듯 튀어나오는 욕설을 잘 감당해내지 못했다. 그녀와 그닥 어울리지를 않는다. 좀 더 연기를 잘하는 배우였다면 그 고아한 외모에도 불구하고 좀 더 어울렸을지도 모르지만, 한가인의 욕설 연기는 NG!

 

 

 

 

(옷 예쁘다! ♡)

 

 

 

 

이제훈의 연기가 가장 좋았다. 지금 패션왕에서 못된 성깔 자랑하는 재벌 2세의 느낌과는 정반대편에 서 있다. 파수꾼에서도, 고지전에서도 그의 연기는 매번 훌륭했다. 앞으로의 성장이 더더더 기대되는 멋진 배우다.

 

 

 

 

눈을 즐겁게 한 상대로는 조정석도 있었다. 어린 승민의 친구로 재수생인 그는 재수까지 하는데 공부까지 열심히 해야 하냐며 퉁퉁거리는 캐릭터다. 독서실에서 마음을 싱숭생숭하게 하는 두 여학생을 가리켜 '싱숭'과 '생숭'으로 부른다는 이 친구는 순진한 승민과는 정반대의 캐릭터를 가졌다. 최근에 '킹 투 더 하츠'에서 이순재의 아들로 나오는 조정석은 내가 처음 만났던 뮤지컬 '바람의 나라'의 그 앳된 얼굴의 '호동왕자'에서 조금 삭아버렸다. 몸이 너무 좋아져버렸어. 운동을 많이 해서 남성호르몬이 과다 배출된 게 아닌가 싶다.ㅜ.ㅜ 어쨌든, 연기만은 역시 발군!

 

 

 

 

 

 

 

영화속 96학번의 대학 새내기 시절, 있는 집 자식인 선배의 새 팬티엄 컴퓨터는 하드 용량이 무려 1기가. 1000메가라고 신입생을 기죽인다. 아, 이 놀라운 디지털 시대의 속도감! 그 시절에 최고 사양 컴퓨터가 지금은 쳐다도 보지 않을 똥컴이라니, 진정 세월의 힘이 놀랍다.

 

영화는 첫사랑 그들의 재회 시점에서, 그들이 언제 어떻게 만나 가까워졌는지를, 그리고 어떻게 헤어졌는지를 차분히 보여준다. 하필이면 보지 못한 것 때문에, 하필이면 본 것 때문에 오해는 쌓이고, 오해는 서로를 향한 감정의 촉을 알아차리지 못하고 밀어낸다. 애석한 사랑이다. 그리고 그 사랑을 다시 확인했을 때는 이미 너무 많은 시간이 흐른 다음이었다. 돌이키기엔 지나치게 멀리 왔고, 잡지 못했던 사랑을 뒤늦게 잡기엔 포기해야 할 것들이 지극히 많다. 그 모든 것을 감수하고 첫사랑에 매달리기엔 우린 지나치게 현실적인 사람들. 그리하여 영화는 판타지를 보여주면서 현실적인 결말로 귀결한다. 그럼에도 그 아련함이 오히려 완성도를 더 높였달까. 영화같지만 영화같지 않은... 환상 같지만 환상같지 않은 접점을 잘 찾은 듯하다. 다행히.

 

영화에 삽입된 전람회 '기억의 습작'은 이 영화의 아련한 향수를 극대화시키는 최대의 무기다. 김동률의 목소리는 얼마나 깊고도 아득하고 또 가슴을 파고드는가. 한 시절을 떠올리게 하는 추억의 음악, 추억의 삐삐, 추억의 문화까지... 이 영화속에는 많은 향수가 담겨 있고, 그래서 많은 기억을 자극하고, 그래서 참으로 아련하고 뻐근한 감정을 느끼게 한다.

 

 

작품에서 중요한 공간 중 하나가 우리 동네다. 하하핫! 극장 안의 아주머니들이 우리 동네 나왔다고 어찌나 크게 웃으시는지... ^^

 

"우리 모두는 누군가의 첫사랑이었다."라는 문구가 가슴을 아리게 한다. 영화의 주제를 함축적으로 잘 묘사했다. 한때 누군가의 첫사랑이었던 그대, 한때 누군가의 첫사랑이었던 나... 추억은 추억으로 남아 아름답게 포장되기도 하지만, 추억으로만 남았기에 서럽기도 한 법. 그래도 처음이기에 더 특별한 우리 모두의 첫사랑. 첫사랑을 아득히 기억하는 이들에게 추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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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하늘 2012-03-28 00: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요거 봐야하는데~~~ㅎㅎ

마노아 2012-03-28 10:27   좋아요 0 | URL
여유있는 아침에 보고 오셔용~ ^^

프레이야 2012-03-28 23: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헤헤 마노아님도 보셨군요. 드뎌.ㅎㅎ
조정석은 일부러 이 영화를 위해 8킬로그램 찌웠다고 하더군요.
재미난 양념역할 좋았어요.
이제훈은 마냥 기대주에요.^^
우리도 누군가의 첫사랑이었겠지요? 아마? ㅎㅎ

마노아 2012-03-29 23:41   좋아요 0 | URL
오오오, 일부러 몸을 망가뜨리는 연기 투혼을 불사했군요.
그래서 지금 드라마에서 더 극적으로 멋있게 보이긴 해요.^^
이제훈 완소 배우~
아아, 나의 첫사랑은 지금 뭐하고 살려나...ㅎㅎㅎ

순오기 2012-03-30 00: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이거 영화 정말 좋았어요.
이제훈과 엄태웅~ 정말 한 사람의 성장을 보여주는 듯하죠.^^
첫사랑과 집~~~~ 잘 엮어냈어요. 저런 집~ 정말 부럽더라고요.
서연아~ 서연아~ 부르며 좋아하던 저 거리에서 엉엉 울어버린 승민의 첫사랑은 그렇게 막이 내렸죠.ㅜㅜ

마노아 2012-03-30 11:33   좋아요 0 | URL
그쵸? 참 좋았는데 넘넘 싫었다고 공개적으로 말하는 이들이 많아서 의아했어요. 한가인 때문인가, 정말 영화가 싫었던가 궁금하더라구요.
아, 승민의 애달픈 첫사랑... 서연아~ 하고 동네방네 떠들던 그 장면 진짜 벅찼는데 말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