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이라는 숫자가 아직도 더 익숙하지만, 이제는 이별해야 할 때. 헤어질 때 헤어지더라도 결산은 해보자.

 

2012년에는 224권의 책을 읽었다. 이중 동화책이 90편이고, 만화책이 66편, 소설은 19편, 그밖의 책이 49권이다.

 

손꼽게 좋았던 책들은 다음과 같다.

 

 

 

 

 

 

 

 

 

키워드로 보자면 '정치'와 '역사'가 되겠다. 공교롭게도 나꼼수 3인방의 책이 모두 나의 올해의 책이 되고 말았다. 기쁜 게 아니라, 슬프다. 재밌게도, 저 책들의 다섯 저자를 모두 보았다. 앞의 셋은 콘서트에서 본 것이고, 이주헌 씨는 우연히 같은 식당에서 밥을 먹어서 건너편에서 슬쩍 본 것이고, 문체반정 저자는 나의 야곱이니 자주 보았다.^^

2012년에는 이렇다 할 '올해의 소설'이 없었다. 많이 못 읽기도 했지만 흠뻑 빠질 만한 작품이 딱히 없었다는 게 살짝 아쉽다.

 

2012년을 점령하라.

대한민국 보수 몰락 시나리오

하다 못해 담벼락을 향해 욕이라도 해야지.

그림, 한눈에 역사를 통찰하다

지금 여기, 문체반정

 

2012년에 좋았던 만화책들이다.

 

 

 

 

 

 

 

 

 

이 작품들의 공통점이라면 기발한 '상상력', 깨알 같은 '웃음', 그리고 먹먹한 '감동' 이라고 할 수 있겠다. 또 하나의 공통점이라면 모두 기존에 보던 시리즈이거나, 좋아하던 작가의 작품이라는 것! 새롭게 읽고 확 빠져들었던 작품이 없다. 쌓인 책은 많지만 새로 챙겨본 게 그닥 없기 때문이다. 새해에는 밀린 웹툰 좀 읽었으면 한다. 새롭게 영화로 만들어지는 작품들이 있어서 기대되는 작품들도 많다. 그 중 갖고 있는 것도 많으니까 읽기만 하면 된다. 그러니까 읽기만 하면 되지만, 그게 좀처럼 쉽지는 않다는 거...

 

비밀을 향해 다가갈수록 위험은 커지고...

미래로 가야 했던 사람들

절망 속에서 구원을!

두 사람의 전몰자

세번째는 악동 신부!

집사와 주인, 과거와 오늘

그 집사, 학교에서도 유능하더군.

 

조명가게는 한 번 더 읽고 리뷰를 쓸 생각이었는데 몇 달째 계속 밀리고 있다. 그래도 꼭 한 번 더 읽을 생각이다.(>_<)

 

2012년의 독서에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한 것은 동화책이다. 그중 유독 좋았던 작품들은 이렇다.

 

 

 

 

 

 

 

 

 

내 친구 제인을 제외한다면 어느 정도 '슬픔'이 깔려 있는 작품들이다. 현실을 반영해서이기도 하고, '과거의 나'와 '현재의 나'가 화해하는 길목에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이 책들은 모두 지금은 내게 없다. 읽고 큰 감동을 받고서 친구의 아이들과 나의 조카들에게 선물했기 때문이다. 그들도 나처럼 찐한 감동을 받았으면 좋겠다.

 

몽골소녀와 파라과이 소년, 그리고 북한 축구 선수까지 모두 한자리에!

나와 당신, 우리의 관계를 생각합니다.

외롭고 외로웠지만 이제는 아닐 거예요.

내 친구 제인을 소개할게요.

신기루, 당신은 무엇을 보았나요.

 

2012년에는 모두 84편의 영화를 보았다. 모두 극장에서 보았다. dvd가 역시 많이 밀려 있다. 이놈의 부채 인생...

 

2012년 올해의 '소름' : 케빈에 대하여 , 공모자들

                               케빈이 '정서'적 측면이었다면, 공모자들은 '시각적' 충격으로 소름 돋게 했다.

2012년 올해의 '기적' : 우리는 동물원을 샀다, 진짜로 일어날지도 몰라 기적, 언터쳐블 1%의 우정

                              (설 연휴 추천 영화-기적을 꿈꾸며...)

2012년 올해의 '뭉클' : 이민자

2012년 올해의 '사랑스러움' : 미드나잇 인 파리

2012년 올해의 '처연함' : 피에타

2012년 올해의 '색감' : 광해, 왕이 된 남자

2012년 올해의 '아날로그' : 007 스카이폴

2012년 올해의 '말빨' : 대학살의 신

2012년 올해의 '시간' : 루퍼

2012년 올해의 '와이어' : 도둑들

2012년 올해의 '웃음' : 댄싱퀸, 러브픽션

2012년 올해의 '깨알' : 간기남, 내 아내의 모든 것, 어벤져스

 

 

2012년 올해의 '독립영화' : 밍크코트 (따뜻하지만 잔인한 이름, 밍크 코트)

2012년 올해의 '고전' : 다크나이트 라이즈

2012년 올해의 '장엄' : 레미제라블

2012년 올해의 '의상' : 가비, 위험한 관계

2012년 올해의 '캐릭터' : 건축학개론의 납득이(건축학개론-우리 모두는 누군가의 첫사랑이었다.)

2012년 올해의 '음악' : 26년 '꽃'

 

 

2012년 올해의 '난해' : 핑크

2012년 올해의 '유치' : 차형사

2012년 올해의 '졸작' : 어메이징 스파이더맨, 돈 크라이 마미

2012년 올해의 '용두사미' : 테이큰2

2012년 올해의 '뭥미' : 링컨 뱀파이어 헌터

2012년 올해의 '찝찝' : 원더풀 라디오(재밌었지만, 다른 작품과의 지독한 유사점들 때문에 이승환이 출연했음에도 곤란...)

2012년 올해의 '불편' : 범죄와의 전쟁

2012년 올해의 '우정 관람' : 회사원, 늑대소년(순전히 주연배우를 총애함으로 인해 봄)

 

2012년에 본 전시회와 뮤지컬, 콘서트 등등은 모두 합해서 44차례. 이중 가장 좋았던 뮤지컬은 '엘리자벳', '두 도시 이야기', '맨 오브 라만차'였다. 의도한 바는 아니지만 모두 류정한 주연이다. 류정한이 출연하는 뮤지컬들을 챙겨봤기 때문이지만, 역시나 좋아하는 임태경의 '루돌프'와 박은태의 '모차르트'는 최고점은 아니었다. 최고의 콘서트는 당연히 이승환의 콘서트였다. 이건 두말하면 잔소리!

좋았던 전시회는 '안녕하세요, 조선 천재 화가님(반가워요, 조선 천재 화가님!)'과 '스키타이 황금 문명전'이 떠오른다. 2013년에도 좋은 작품을 많이 만났으면 좋겠다.

 

전반적으로 읽기보다 듣고 관람하기 쪽에 더 치중한 한해였다. 능동적인 읽기에 더 집중하는 2013년을 만들어야겠다는 다짐을 살짝만 해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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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매지 2013-01-03 00: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보람찬 한 해 보내셨군요 ㅎㅎ

마노아 2013-01-03 02:45   좋아요 0 | URL
외로운 날들이었죠. 저 모든 걸 거의 모두 혼자 했으니까요.
우리 올해는 외로운 날들 바이바이 해요.^^

이진 2013-01-03 01: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크흑... 흑집사 15권 얼른 보고 싶습니다... 흑흑
적립금이 있으니... 하... 오늘이라도....

마노아 2013-01-03 02:45   좋아요 0 | URL
어이쿠! 늦었군요. 언능 지르세요. 흑집사가 달려올 거예요.^^

순오기 2013-01-03 02: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노아님의 2012년은 책과 영화와 공연!^^
올해 나는 책을 많이 못 봤어요.ㅠ

마노아 2013-01-03 02:46   좋아요 0 | URL
2013년엔 거기에 남자를 하나 추가해야겠어요. ㅎㅎㅎㅎ
저도 점점 책 권수가 줄기는 했는데 올해는 분발해야지요.^^

숲노래 2013-01-03 03: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지난 한 해 즐겁게 읽은 책처럼
올 한 해 수많은 이야기 담긴
아름다운 책과 영화 새롭게 누리셔요

마노아 2013-01-03 12:47   좋아요 0 | URL
예, 올해도 노력해야지요. 함께살기님도 더불어 살아가는 아름다운 멋, 올해도 맘껏 누리셔요.

turnleft 2013-01-03 08: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이렇게 보니 굉장히 넉넉한 한 해로 보이네요.
새해에도 좋은 책/영화 많이 만나길 빌어요. 해피 뉴 이어~ ^^/

마노아 2013-01-03 12:47   좋아요 0 | URL
원래 빵이 갈급한 자에게 꽃이 주는 위로가 큰 법이지요.
헤헷, 턴님도 해피 뉴 이어~ 반가워요.^^

Jeanne_Hebuterne 2013-01-03 10: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26년, 오히려 다 보여주지 못해서 슬펐습니다.
이게 뭐야. 절반도 이야기 못했는데 이제 극장에서 볼 수 없다니.
라고 생각한 건 나 혼자가 아니었을거라고 생각했습니다.

새해에요, 마노아님.

마노아 2013-01-03 12:49   좋아요 0 | URL
개봉이라도 했어요. 이제 힘들 거예요. 엉엉...ㅜ.ㅜ
저 어제 '라무르' 보았어요. 이자벨 위페니 보면서 Jeanne님 떠올렸어요~

아우, 정말 새해가 되어버렸어요. 이미 되었어요. 아아, 난감해요.(>_<)
우리 올해 눈 똑바로 뜨고 또렷하게 살아봐요. 아자아자!!!

Jeanne_Hebuterne 2013-01-03 15:15   좋아요 0 | URL
아니 이런 영광이!!!!!!!!!!!!!!

마노아 2013-01-03 16:17   좋아요 0 | URL
별 말씀을요~ 마이 플레져~

프레이야 2013-01-03 10: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ㅎ 류승용 저 광고 넘 웃기더라구요.
남자라면을 꼭 한번 먹어봐야겠다는 ㅋ
마노아님이 뽑은 수상작 중 겹치는 것 19편.
영화 정리도 올해는 못하고 넘어갔어요, 전. 흑흑..
문체반정, 담아가요~~ 땡스투유~

마노아 2013-01-03 12:50   좋아요 0 | URL
유튜브 보니까 2탄도 있던데 감상해야겠어요.
저음 처음에 소리 없이 영상만 보았는데 어찌나 웃기던지요.
내 아내의 모든 것에서의 카사노바 역할 정말 재밌었어요.
새해가 되고서도 내내 작년 정리하기에 바빠요.^^ㅎㅎㅎ

후애(厚愛) 2013-01-03 19: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와~ 많이 읽으셨네요.^^
부럽고 부끄럽고... 저도 앞으로 더 열심히 읽어야겠어요.ㅋㅋ
많이 춥습니다.
감기 조심하세요.^^

마노아 2013-01-03 22:22   좋아요 0 | URL
후애님 덕분에 영화를 많이 보았지요.
후애님도 이제 한국 나오셨으니 읽고 싶은 책들 맘껏 읽으셔요. 중고샵도 자주자주 이용하시고요.
리스트 갖고 있지요? 하나씩 지워나가면서 천천히 즐겨요~ ^^
후애님도 감기 조심하시고 건강 늘 챙기셔용~

무스탕 2013-01-03 21: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내 대신 많은거 해 줘서 고마워요, 라고 말하고 싶은 심정이에요 ^^

마노아 2013-01-03 22:23   좋아요 0 | URL
바쁜 무스탕님 대신 제가 문화생활을 아주 열심히 했어요. 하하핫, 올해엔 같이 해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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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8. 26년

 

이미 한주 전에 본 영화이지만, 엄마를 관람시켜 드리고 싶어서 한차례 더 보았다. 뜻밖에도 첫번째 보았을 때보다 더 절절하게 보았다. 영화적 완성도를 넘어서 봐야 마땅한 영화라고만 생각했는데, 두번째 보니 영화적 재미도 크게 문제 되지 않게 느껴졌다. 누적 관람객 300만 조금 못 된다고 들었는데, 혹시 아직도 상영하는 곳이 있다면 많이들 보셨으면 한다. 이런 영화가 점점 설 자리를 잃을지도 모르니까. mbc 연기 대상 시상식에서 완전히 팽당한 안재욱이 떠오른다. 아흐 동동다리...

 

★★★★

 

79. 맥코리아

 

엄마와 함께 26년을 보고 돌아가는 길에, 지역 도서관 겸 극장의 독립영화 전용관에 들러 혼자서 이 영화를 보았다. 나 혼자서 영화를 보는 풍경은 가끔씩 연출되지만, 그게 꼭 이 영화관이라는 게 슬프다. 구에서 운영하는 거라서 크게 걱정은 하지 않지만 이렇게 적자를 보아도 괜찮을런지....ㅜ.ㅜ

 

 

 

나꼼수를 들으며 처음 알게 된 이름 '맥쿼리'. 9호선 요금 인상 건 때문에 더 이름을 날렸던 바로 그 맥쿼리를 추적한 다큐 영화다. 맥쿼리의 작년 한국 수익이 1680억원 대라고 했는데, 이중 99%가 이자 수익이라고 한다. KB은행에서 싸게 빌린 돈을 갚기 위해 본사에서 20% 대의 비싼 이자로 빌려 갚는 황당한 구조!

 

다른 이용 가능한 길을 막아놓고 갈 수 있는 유일한 통로로 뚫어 놓은 우면산 터널. 그리고는 통행료 2천원 씩 받는다. 고속도로를 사유재산이라고 뻔뻔하게 말하는 이들. 과대포장된 예상 수익을 잡아놓고, 그 수익에 못 미치면 차액을 보존해 주는 얼척 없는 시스템. 이 모든 게 MB 시장 시절에 진행되었다고. 맥쿼리 코리아 사장은 대통령의 조카였다고. 길지도 않은 영화였는데, 그 시간 동안 뒷목 뻣뻣해질 일이 참 많았다. 영화 26년의 마지막 장면이 떠올랐다. 청와대를 배경으로 경찰관이 서 있는 장면인데, 대선도 여당 승리로 끝났으니 MB의 이 모든 업적들은 다 묻혀지는 것인가?

 

나래이션은 탁현민과 공지영이 담당했는데, 기대 이상으로 잘했다. 자연스럽게.

 

 

★★★☆

 

80. 심플라이프

 

 

 

무척 잔잔한 영화였다. 소소한 웃음이 있었고 잔잔한 감동도 있었다. 그야말로 심플한 영화!

유명 영화 제작자 로저와 그를 아들처럼 보살피는 여인 아타오. 어느 날 갑작스레 중풍으로 쓰러진 아타오는 로저에게 폐가 되지 않기 위해 요양병원 행을 가기로 한다. 아타오를 돌보면서 로저는 아타오가 자신과 가족에게 얼마나 큰 존재였는지를 새삼 깨닫게 된다. 평범한 일상을 유난 떨지 않고 자연스럽게 보내지만, 그 속에 깃든 특별한 이야기를 잔잔한 감동으로 표현했다. 더 놀라운 것은 이것이 실화를 바탕으로 했다는 거다. '천녀유혼'과 '황비홍'을 제작한 로저 리의 이야기다. 그 영화 제작자로 유덕화가 연기를 펼쳤다. 나이를 먹고 주름이 깊어져도 유덕화는 유덕화다. 여전히 멋지다!

 

로저의 집안에서 무려 60여 년을 가정부로 지낸 아타오. 집안의 대소사를 다 감당했고, 아이들을 키워냈으며 그 아이들의 아이를 보기까지 이 집과 함께 했다. 그가 이 집안의 '식구'라는 것을 누구도 부정하지 않았고, 또 그것을 생색내지도 않았다. 정말 자연스러운 가족이었다. 과장되지 않고, 넘치지도 않는 이 감정들을 영화에 잘 담아냈다. 담백하고 맛있는 영화다.

 

 

★★★★★

 

81. 레미제라블

 

대선이 있던 날, 투표를 마치고 친구와 함께 본 영화는 레미제라블이었다. 새로운 내일을 꿈꾸며 보기에 딱 좋은 영화라고 생각했다. 영화를 보고, 저녁 식사를 하고, 집에 귀가하던 그 순간까지도 단한번도 내가 지지하는 후보가 질 거라고 상상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어린 시절에 내가 읽은 쥬니어 문고에서 이 작품은 '장발장'으로 소개되었다. 초딩 시절에 읽었던 책의 내용에서 장발장과 자베르 경감, 어린 코제트까지는 기억이 나도 프랑스 혁명이라는 장엄한 배경은 전혀 떠오르지 않는다. 어쩌면 다 생략되어 아예 소개되지 않았을 수도 있다. 이 영화가 개봉한다는 소식에 여름에 책을 장만했는데 아직 읽지 못했다. 분량이 어마어마하기 때문에 밀린 일정들을 어느 정도 소화하고서 시작해야겠다고 미루다보니 영화도 이미 보았고, 해도 넘겨버렸고...;;;;

 

 

 

 

 

 

 

 

 

내가 갖고 있는 책은 동서문화사 것이다. 6권이다. 하하하...

 

 

 

 

 

 

 

영화는 시작부터 웅장하게 들어갔다. 배를 끌어당기며 노래를 부르는 모습이 무척 인상적이었다.

 

 

 

뮤지컬 영화라도 특정 부분만 노래로 부르는 게 아닐까 싶었는데, 모든 대사가 다 노래로 연결되어 있다. 여기 나오는 모든 배우가 다 노래를 부른다는 게 신기했다. 모두가 감탄할 만큼 노래를 잘한 것은 아니었지만, 연기가 부족하게 느껴지는 배우는 없었다.

 

 

 

 

앤 해서웨이가 어려서 수녀가 되고 싶었는데, 자신의 오빠가 동성애자라는 것을 알고는, 동성애를 반대하는 카톨릭에서 수녀가 되는 것을 포기했다는 글을 영화를 보고 나서 읽게 되었다. 어쩐지 이 배우가 더 좋아지려고 한다.

영화에서는 에포닌의 감정이 그렇게 많이 표현되질 않아서 절절한 사랑이 아주 크게 이입이 되지는 않았지만 안타까운 캐릭터다.

 

 

 

 

자신만의 정의 안에 갇힌 자베르 경감. 법이라는 질서를 맹신하고, 사람보다 법을 더 위에 두는 잔혹한 원칙주의자. 그러니 그는 장발장으로부터 목숨의 빚을 지고서는 살 수가 없을 것이다. 러셀 크로우는 자베르 역에 무척 잘 어울렸다.

 

헬레나 본햄 카터는 이런 캐릭터가 아주 잘 어울린다. 좀 엽기적이고, 좀 까칠하고, 좀 정신이 나간 것처럼도 보이지만 크게 밉지 않은 그런 캐릭터 말이다. 물론, 이 작품에선 무척 나쁜 역이지만, 아무튼 배우의 이미지는 그렇다.

 

 

 

 

휴 잭맨은 원래도 멋있는 배우였지만 이 작품 속에서는 여전히 멋있었다. 죄수일 때도, 시장일 때도, 아버지로서도 말이다.

 

 

 

 

 

인터넷에서 발견한 레미제라블 감상 종결자다. 장발장과 몬테크리스토 백작이 섞였다. 금성초등학교라고 한다. ㅎㅎㅎ

 

 

 

 

책의 표지로 쓰이곤 했던 그 어린아이의 이미지와 무척 흡사하다. 신기신기! 심지어 어른이 된 코제트와도 무척 닮았다. 하핫...

영화는 무척 좋았지만 기대보다는 살짝 못 미쳤다. 뮤지컬로 다시 보고 싶다. 노래에서 더 감동받을 것 같다.

 

영화를 보고 돌아와서 선거의 결과를 지켜보며 혁명을 생각했다. 얼마나 많은 피를 흘렸고, 그 혁명이 완결되기까지 또 얼마나 오랜 시간 싸워야 했는가에 대해서. 역사가 진보하는 일이 어찌 쉬운 일일까. 그러니 지치지도 말고 포기하지도 말아야 하는데, 아직까진 솔직히 멘붕이 완전히 해소되질 않았다. ㅜ.ㅜ

 

 

★★★★☆

 

82. 반창꼬

 

선거 다음날 7시 반에 회의가 있다고 연락이 왔다. 세상에, 7시 반까지 가려면 집에서 6시 전에 출발해야 하는데 미친거 아냐. 자주 말하지만, 내 정상 출근 시간은 오후 네시란 말이지..ㅜ.ㅜ

회의라고 말했지만, 가정통신문이 마음에 안 들어서 그거 야단치려고 부른 자리였다. 9시가 못 되어 끝이 났고, 긴긴 시간을 보내기 위해서 김포 cgv에서 이 영화를 보았다. 마음이 안 좋았기 때문에 좀 밝은, 따뜻한 영화가 필요했다. 내 마음에도 반창꼬가 필요했던 것이다.

 

 

 

 

눈이 촉촉해서 사슴같던 고수는, 이 영화에서 거친 남자로 열연했다. 소방관으로서 생명을 살리는 숭고한 일을 했지만, 정작 사랑하는 아내의 생명은 구하지 못한 죄책감으로 마음을 열지 않고 살던 이 남자에게 천방지축 여자가 대놓고 들이댄다. 그게 한효주다. 엽기적인 그녀의 전지현 캐릭터를 생각하면 될 것 같다. 그러고 보니 외모도 좀 비슷한 걸. 두 사람이 결국엔 사랑에 빠지고, 헤어졌다가 다시 만나는 그 러브 라인보다도, 소방관 강일이 자기 일에 충실하면서 생명을 살려내는 일련의 과정들이 더 뜨겁게 감동적이었다. 특히 이들이 위급한 상황에서 중대한 결정을 내려야 하는 그 '갈등'의 순간을 잘 표현한 것이 인상적이었다. '타워'에서 설경구가 기꺼이 제 자신을 던져 희생하는 영웅적 면모를 보여주는 것보다 갈등하고 번뇌하고, 그리하여 울면서 돌아설 수밖에 없는 인간의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더 사실적으로 보였고, 더 깊은 정서적 공감을 끌어내었다. 그 사이사이 조연들의 깨알같은 유머와 동료애도 아주 벅차게 다가왔다. 영화가 좋기도 했지만, 내 마음이 힘들어서, 영화를 핑계로 보는 내내 많이 울었다.

 

 

 

감독의 전작이 '애자'라고 하는데, 애자를 봤던 이들 중 좋았다고 한 이들이 많았다. 당시 보지 못하고 넘어간 게 많이 아쉽다. 동 감독의 다음 작품은 꼭 챙겨봐야지. 저 두명의 배우들 참 좋다. 왼쪽 배우는 '타워'에서도 나오는데 씬스틸러로서 점점 눈도장을 많이 찍고 있다.

 

 

★★★★

 

83. 타워

 

성탄절에 언니와 함께 본 영화다. 출연 배우 말고는 아무 정보도 없이 보았는데, 다 보고 나니 7광구의 감독이라고 해서 피식 웃었다. 하하핫....;;;;;

 

108층이라는 초고층 쌍둥이 빌딩 중간에서 화재가 났다. 그것도 명백한 '인재'로. 수많은 사람들이 죽었고, 죽을 위기에 처했다. 소방관들이 달려들어 불길을 잡지만 건물 자체를 포기해야 할 정도다. 사람 목숨에 등급이 있는 것이 아니건만, 그 와중에 국회의원 집 강아지(개새끼)보다도 못한 취급을 받으며 죽음을 강요당하는 사람들이 있어 갑갑했다. 위험에 처한 사람을 지나치지 못한 임산부가 있는가 하면, 혼자 살겠다고 그 임산부를 밀치고 달리다가 먼저 죽는 사람도 있었다. 누군가는 희생을 했고, 누군가는 투혼을 불태웠다. 그리고 살 사람은 살고, 죽을 사람은 죽었다. 재난 영화이다 보니 이야기 구조는 충분히 예상 가능했는데, 정말 조금치도 비켜가질 않았다. 영화 '타워링'을 보지 못했지만, 어릴 때 선생님이 이야기를 해주셨다. 그래서 그려볼 수 있었던 그 영화와 아주 흡사했다. 그래도 아마 타워링은 이 영화보다는 더 설득력 있게 전개해 가지 않았을까 막연히 짐작해 본다. 좀 막무가내 식으로 퉁치고 지나가는 장면들이 여럿 보인다.

 

 

 

꽤 괜찮은 배우들을 동원했는데도 왜 그리 부자연스럽던지. 특히나 저 주연 배우 두 사람의 연기가 쫌.... 손예진은 엘리베이터가 추락하기 직전의 연기가 가장 좋았다. 김상경은 부성애를 표현하는 장면이 좀 어색했다. 웃는 것은 둘 다 어색.

 

이 초호화 주상복합 아파트의 회장님으로 나온 차인표는 이 사고를 당하고 어찌 되었는지? 해외로 날랐나? 무책임한 생략이라고 하겠다. 주방장 박철민이 아들에게 전하려고 한 것은 무엇일까? 노년의 로맨티스트 송재호와 그 파트너도 너무 급작스럽게 죽고...;;;;

 

이 영화가 12세 관람가였던가. 아무튼 중학생은 되어야 볼 수 있는 영화인데, 11살 큰조카와 7살 둘째 조카가 보고는 무서워서 혼났다고 한다. 관람 등급은 역시 지켜야 마땅한 것이었다. 이런걸 보니 이 아해들은 '호빗'도 몇 년 뒤에나 봐야겠다. 세현군은 3편까지 다 나오고 나서야 볼 수 있지 않을까.

 

7광구에 비하면 많이 좋아졌지만, 아직도 이야기의 개연성보다는 시각 효과에 지나치게 의존하는 모습이 보인다. 괜찮은 배우들을 잔뜩 데려다 놓는다고 영화가 다 좋지는 않다. 하지원이 연기를 못하는 배우는 아니지 않은가. 감독님, 다음 작품을 또 봐야 할지는 고민을 좀 해보겠습니다.

 

 

★★★☆

 

84. 호빗-뜻밖의 여정

 

2012년의 마지막 영화는 호빗이 되었다. cgv 4dx 무료 쿠폰이 있어 용산 점에 가서 보았다. 초반에 좀 졸았는데, 모험이 시작되면서 의자가 엄청나게 요동을 쳐서 잠이 확 깨어버렸다. 바람도 나오고 뭔가 물도 뿌리고, 의자는 거의 덤블링을 하고... 4DX가 어떤 건지 확실하게 체험했다.

 

 

 

엘론드와 갈라드리엘. 신비로운 요정의 포스를 제대로 보여주었다. 혹시나 레골라스가 나오려나 잔뜩 기대했지만 아쉽게도 나오지 않았다. 혹시 나 조는 동안 나온 건 아니겠지???

그나저나 이분들은 수년이 지났는데 왜 늙지도 않는겨. 반지의 제왕 나온지 10년도 더 지났는데 말이다.

영화 속에서야 요정이라서 그렇지만 현실에서는? 역시 CG의 힘일까?

 

 

 

 

난쟁이들이랑 호빗들은 대체 어떻게 촬영한 것일까? 제대로 촬영해 놓고, 위아래 길이만 줄여놓은 것일까? 캐릭터 특성이 확실히 구분되는 재밌는 등장인물들이다.

 

 

 

회색의 간달프. 대학로 cgv 앞에는 간달프 동상이 있다. 오픈하면서 세운 건데, 반지의 제왕 시리즈를 보지 못한 나의 둘째 언니는 처음에 그 동상을 보고는 '모세'냐고 해서 나를 크게 웃겼더랬다. 원래 이 역할은 숀 코넬리에게 먼저 갔는데, 그가 거부하는 바람에 이안 맥켈런에게 갔다고. 어느 나라에나 그렇게 놓쳐버린 캐릭터로 발 구를 배우들이 있는 법이지...

 

영화는 반지의 제왕에는 못 미쳤지만, 그래도 충분히 스펙터클한 재미가 있었다. 반지의 제왕 프리퀼에 해당하는 내용이니 이것 복보 반지 시리즈 복습하면 재미가 더 클 것 같다. 물론, 이게 3부작 중 첫번째니까 다 보려면 몇 년은 기다려야 하지만.

 

 

 

 

 

 

 

 

 

 

 

 

 

 

 

 

 

 

 

 

 

 

 

이번에 기대했던 캐릭터는 역시 골룸이었다. 빌보 배긴스가 반지를 갖게 된 연원을 밝혀야 하니 스미골이 당연히 등장해야지.

 

 

 

 

캐릭터 얼굴이야 컴퓨터의 힘이지만, 그 움직임 자체는 배우의 몫이지 않은가. 앤디 서키스. 정말 대단한 배우다. '혹성탈출'에서 시이저도 이 배우가 맡았다고 하던데, 이런 캐릭터 전문 배우로 자리를 잡은 것일까. 실제 얼굴은 지극히 평범하더만...

 

 

 

 

요렇게 생겼다. 골룸 얼굴에서 주름을 펴면 좀 닮았으려나?

 

영화 볼 때는 사실 이 작품도 피터 잭슨 연출이라는 것을 몰랐다. 우와, 반지의 제왕과 굉장히 동질성을 보이는 걸? 하고 감탄했는데, 알고 보니 같은 감독이었다. 하하핫. ㅎㅎㅎ

작품에서 하늘을 훨훨 나는 장면이 아주 부러웠다. 나도 저렇게 날고 싶다. '물리적'으로 말이다.

 

빌보 배긴스는 뜻밖에, 예기치 않게, 본의 아니게 여정을 떠났고, 모험을 시작했지만, 결과적으로 필연이었고 운명이었다. 이 모든 이야기를 창조해 낸 톨킨에게 경의를! 그렇지만 난 소설 반지의 제왕을 아주 지루하게 읽었다는 것은 고백한다. 영화를 먼저 보았기 때문이기도 한데, 이 영화도 책 호빗을 사두고서 아직 보지 못했으니, 지루하게 읽을 가능성이 다소 높다. 아니길 바라지만.^^

 

★★★★☆

 

12월에는 연극을 여러 편 보았다. 친구가 표를 주어서 보게 된 '작업의 정석'은 영화 작업의 정석과 똑같은 내용이다. 다만 연극이다 보니 극중 설정을 몇몇 바꾼 정도의 차이만 있을뿐. 아, 남자 주인공은 송일국보다 훨씬 잘 생겼던 것은 분명하다. ㅎㅎㅎ 이 연극의 후속으로 '선수의 탄생'도 있던데, 기회되면 그 연극도 보고 싶다.

 

12월 22일에는 연극 두 편을 보게 되었다. 학교 동료 샘이 어딘가에 글을 기고하고서 연극 표를 자주 받게 되었다고 하던데, 그 중 하나를 내게 준 것이다. 중국판 '로미오와 줄리엣'이었는데, 문화 혁명기를 배경으로 한 두 원수 집안의 자제들이 사랑에 빠지는 이야기인데, 이름은 로미오와 줄리엣이 맞지만, 그 딱딱한 인민군 발성으로 이 사랑 얘기가 어디 가당키나 하던가. 대사가 지나치게 부자연스러운 거다. 세익스피어 희곡의 대사를 그대로 읊는데, 배경과 너무 어울리지 않았다. 게다가 난 피곤해서 내내 졸기까지.... 결국 1부만 보고 나왔다. 재밌는 것은, 내게 표를 준 선생님 일행도 1부만 보고 나왔다는 것... 다들 재미 없었구나..ㅎㅎㅎ

 

중간에 나오기까지 한 것은 저녁 연극도 남아 있기 때문이다. 동행했던 친구 덕분에 보게 된 작품으로 제목은 '스매싱'이다. 초반에 조금 지루하게 진행되어서 오늘은 연극 일진이 안 좋구나... 했는데 다행히 갈수록 재밌어졌다. 오늘날 어디서든 쉽게 마주칠 수 있는 청년들의 힘겨운 사랑과 생활에 대한 이야기이다. 적절히 유머도 있고 씁쓸함도 남는, 그런 작품이었다.

 

12월 30일에는 '환니발'을 다녀왔다. 이승환의 카니발이라고 보면 되겠다. '환니발'

 

 

 

 

31일 공연은 자정을 끼고 하기 때문에 송구영신 예배를 드려야 하는 나로서는 늘 포기해야 하는 공연이었다. 다행히 30일도 공연이 있어서 빼먹지 않고 볼 수 있었다. 볼거리도 많았고, 노래도 감동 범벅인 소중한 시간이었다. 열흘 이상 진행된 나의 멘붕을 가장 많이 치료해준 고마운 시간!

 

잠실 실내 체육관은 아주 크지는 않았기 때문에 3층 내 좌석도 전혀 부족함이 없었다. 무대 전체를 조망할 수 있고, 그 멋드러진 조명의 파도를 온전히 만끽할 수도 있었다. 다만 각종 이벤트 선물을 쟁취할 수 없다는 단점이 있지만, 그런 것들은 소극장 공연에서 만회하리라.

 

★★★★★★★

 

아, 마지막 사진은 친구의 결혼식 사진이다. 친구 덕분에 처음으로 함 사세요~ 문화를 경험했다. 뭐, 두번 해보고 싶지는 않지만, 이런 거구나... 하고 경험해본 것은 좋은 일. 함들고 온 이들이 모두 유부남이었다는 것은 안습이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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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오기 2013-01-02 11: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26년, 레미제라블, 반창꼬~ 3편 봤어요.
2012년 84편의 영화를 본 거에요?@@
친구의 결혼식 사진은 내렸나 안보여요. 함사세요~ ^^

마노아 2013-01-02 12:09   좋아요 0 | URL
한달 평균 7편의 영화를 본 셈이에요. 어휴, 제가 생각해도 많이 봤어요. 이게 다 빌어먹을 아침 회의 때문이에요. 중간에 시간이 마구 붕 떠서..ㅎㅎㅎ
친구 결혼식 사진은 포스터 여러장 붙여놓은 것 중 마지막 사진이요~ 알아보기 힘든 작은 사진이긴 해요.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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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1. 아르고

 

1979년 테헤란에 있는 미 대사관이 성난 시위대에게 점령당하자 6명의 직원들은 캐나다 대사 관저로 은밀히 피신한다. 이들을 구하기 위해 CIA의 구출전문요원 토니 멘데즈(벤 애플렉)가 투입된다. 토니는 '아르고'라는 제목의 가짜 SF 영화를 제작하는 영화사를 세워 인질을 구출하는 작전을 세운다. 헐리우드 제작자들과 협력해 가짜 시나리오를 만들고 배우를 캐스팅해 기자 회견까지 열었다. 그리고 장소 헌팅이라는 명목으로 테헤란에 잠입한다.

**

영화 소개란의 줄거리를 다시 조금 줄였다. 이 사건은 실화였으며, 이 일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그 전의 배경에 대해서 알아야 한다. 역시 영화사 소개를 좀 더 옮겨 보자면

 

1950년 이란 국민들이 선출한 모사데크 민주총리가 미국과 영국 소유의 정유시설을 국유화해 국민에게 돌려주자, 미국과 영국은 쿠데타를 음모해 모사데크를 축출하고 리자 팔레비를 그 자리에 앉혔다. 하지만 이 젊은 통치자는 국민들의 굶주림은 아랑곳 하지 않고 파리에서 점심을 공수해 올 정도로 사치를 일삼았으며 그의 아내는 우유로 목욕을 했다. 1979년 분노한 국민들은 기어코 그를 몰아냈다. 그가 미국으로 망명하자 성난 시민들은 미국대사관으로 몰려갔다.

 

영화 도입부에 이 영화의 배경, 그러니까 역사적 사실에 대해서 미리 설명을 하는데, 보면서 그런 생각이 들었다. 이와 비슷한 설정의 역사적 사건들이 얼마나 많았던가. 대체 미국은 전 세계를 상대로 얼마나 많은 범죄를 저지른 것인가. 그 죄값은 과연 치를 수 있는 것인가. 뭐 그런 생각들.

 

뭐, 그건 그렇고, 그렇다 해도 대사관 직원들을 목숨 걸고 구출해 낸 토니 멘데즈의 활약은 충분히 감탄할 만하다. 성공한 작전이라는 것을 알고서 영화를 봤는데도 잠시도 긴장을 늦출 수가 없었다. 영화는 조지 클루니가 제작했고, 주인공 벤 애플렉이 연출도 맡았다. 아, 다재다능하여라! 

 

 

 

저 멀끔한 배우가 저렇게 수염으로 덮어버리니 인상이 확 바뀐다.

 

이 작품에서 미국이 폐기한 문서들을 양탄자 만들던 솜씨로 조각조각 모두 이어서 복원했다는 내용을 보았는데, 정말 영화 속에서 그런 장면이 나왔다. 분쇄해버린 대사관 직원들의 사진을 하나하나 맞추며 대조하는 모습. 어린 아이들의 고사리 손을 빌리긴 했지만 아무튼 놀라웠다.

 

 

 

 

그러고 보니 이 작품을 사놓고 못 봤구나....  뭔가 좀 겹치지 않을까 기대가 되는데 아님 말고!

 

 

 

 

 

 

 

 

 

 

 

 

 

 

영화 속에서 무사히 구출된 대사관 직원들이다. 영화 말미에 실제로 구출된 진짜 직원들의 장면들이 나왔는데 어찌나 똑같이 분장을 시켰던지, 이 사람들이 진짜 그 사람들이라고 해도 믿을 것 같았다. 역시 영화를 핑계로 댈 만해!

 

★★★★

 

72. 내가 살인범이다.

 

15년 전 세상을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연쇄살인사건은 끝내 범인을 잡지 못한 채 공소시효가 끝났다. 사건 담당 형사 최형구는 자책감과 분노로 15년간 단 하루도 편히 잠들지 못한다. 그리고 다시 2년 후, 자신을 연쇄살인사건의 범인이라고 밝힌 이두석이 '내가 살인범이다'라는 자서전을 출간한다. 빼어난 미모를 자랑하는 이두석은 참회 퍼포먼스를 하면서 일약 스타로 자리매김한다. 최형구는 마지막에 발견되지 않은 실종자를 미끼로 던져 이두석을 궁지로 몰아넣는다.

 

공소시효는 끝났지만, 유가족의 고통은 당연히 멈추지 않았고, 특히나 마지막 희생자는 시체가 발견되지 않았기 때문에 더더욱 사적 복수를 꿈꾸고 있다. 어찌 보면 '친절한 금자씨'와 비슷하게 보이는데, 영화를 끝까지 보고 나면 이어지는 반전들에 금자씨와 다른 설정과 재미를 느낄 수 있다. 배우들도 연기를 잘했고, 특히나 초반의 액션씬과 차 위에서의 추격전은 무척 강렬해서 긴장감이 가득했다. 물론, 관성이나 중력 같은 물리학적 법칙들은 간단히 무시해 주지만 영화는 원래 그런 데에는 너그러워야 하는 법! 

 

 

이두석으로 분한 박시후의 수영장 씬이다. 아, 옷을 입혀도 벗겨도 훌륭해요!

 

 

촬영 도중 화장 손보는 장면일까. 공주 거울과 머리카락을 뒤로 넘기는 손가락이 넘흐 잘 어울려주신다. 예뽀라~

 

 

박시후의 머리 스타일이 멋져부러~ 하고 사진을 가져왔는데 지금 보니 옆얼굴 라인도 예술이다. 눈이 호강하네~

 

 

도가니 이후 무척 잘 나가주시는 장광 배우님. 그런데 이 영화에서는 그닥 좀재감이 없었다. 이분의 확실한 자취는 영화 26년에서 두둥!!!

 

영화 보고 돌아온 언니가 박시후 팬클럽에 가입을 하겠다는 둥 며칠을 설레발을 쳤다. 물론, 말뿐이긴 했지만 동감할 만큼 예쁘게 잘 나왔다. 다만, 그걸 너무 강조하다 보니 연쇄살인범 팬클럽 역할을 하는 중고생과 대변인 역을 했던 여변호사 등의 과장된 연기는 다소 불편했다. 하고 싶은 말이 뭔지는 알겠는데 이건 좀 촌스럽잖아!

 

이 영화 보고 나서 청담동 앨리스를 무척 기대했던 언니는 거기서 박시후가 찌질하게 나온다며 불만을 표시했다. 안 봐서 모르겠지만, 그런 캐릭터라고 하니 오히려 더 궁금해진다.  

 

★★★☆

 

73. 브레이킹 던 part 2

 

드디어 대망의 마지막회다. 파트 1에 해당했던 작년 개봉작에서 벨라는 딸을 낳으면서 죽음의 문턱까지 갔고, 에드워드의 노력으로 뱀파이어로 다시 태어나면서 끝이 났다. 그리고 이번 완결편에서는 그렇게 뱀파이어로 제2의 삶을 살게 된 벨라와 그녀의 가족, 친구들이 볼투리 군대와 최후의 일전을 벌이는 내용이 전개된다.

 

 

 

 

 

 

 

 

 

사실 원작을 다 읽긴 했는데, 매해 개봉을 기다리는 사이 벌써 수년이 지나서 영화의 일정 부분이 원작을 그대로 옮긴 것인지 아니면 영화에서 바꾼 것인지 확신이 가질 않는다. 친구에게 물어보려고 했는데 만났을 때는 홀랑 까먹어서 물어보질 못했다. 아쉽아쉽.... 그러니까 그 부분이란 미래에 일어날 일에 대한 총체적 부정? 이런 설정은 영화 '그리스도 최후의 선택'에서도 보았고, 강풀의 '타이밍'에서도 이미 만났지만, 극적 효과는 여전히 꽤 컸다.

 

볼투리가와의 전투는 기대보다 박진감 있었다. 중간에 저렇게 바뀌었어? 라고 비명을 지를 만큼!  아로 역의 마이클 쉰은 왜 그리 귀엽던지... ㅎㅎㅎ 테이큰에서 딸 역할을 했던 배우가 뱀파이어로 나왔는데 비중이 무척 작았다. 이 영화 출연할 당시에는 그닥 유명하지 않았던 것일까? 

 

 

소설이나 영화니까 가능한 설정이긴 하지만, 뱀파이어의 삶은 무척 매력적이다. 늙지도 않고 특별한 일이 없으면 죽지도 않는다. 아주 강하고 빠르며, 독특한 자신만의 능력도 갖고 있다. 늑대로 변신하는 늑대소년에 비할 수가 없다. 게다가 외모는 또 얼마나 출중해 지던지... 그렇지만 피를 보면 갈증을 느끼는 삶이라니, 그건 끔찍하다. 나름의 '채식'으로 연명하긴 하지만 먹는 즐거움이 고작 그거라니 그것 또한 비극이다. 아무튼, 뱀파이어로 거듭난 벨라는 몹시 예뻤다. 깡말랐지만 그게 흉해 보이지 않고 아주 예뻤다. 어휴 부러워... 딸로 나온 르네즈미도 인형같이 예뻤다.  

 

 

크리스틴 스튜어트의 저 단아한 이마라니! 옆에 르네즈미 역의 배우는 눈이 참 예쁘다. 똘망똘망~

얼마 전에 로버트 패틴슨과 크리스틴 스튜어트가 결혼한다는 기사를 보았는데, 이미 했다는 건가 할 거라는 건가. 둘 다 나이가 많지 않은데 헐리우드에선 결혼도 일찍 하고, 헤어지기도 잘 하고, 다시 합치기도 잘 하고... 그야말로 연애 천국인가???

 

 

(아마존 스타일이지만 '아바타' 스타일로 보인다. ㅎㅎㅎ)

 

하여간 영화는 끝났다. 그리고 이제 호빗이 3부작 중 1부를 개봉했다. 시리즈 영화를 시작하는 건 몹시 피곤한 일이지만 커다란 스케일은 보는 즐거움이 있다. 다음 편 나올 때는 앞의 이야기를 까먹는 단점이 있기는 하지만.

 

★★★☆

 

74. 26년

 

영화 26년은 제작이 여러 차례 무산되면서 시민들의 참여로 제작비를 모아 드디어 개봉하게 되었다. 이때 후원금을 보낸 사람들을 시사회에 초대해 주었는데, 그 자리를 언니와 함께 다녀왔다.

 

원작이 2006에 연재되었기 때문에 80년 광주로부터 26년이 지난 시점을 의미한다. 연재 당시 있었던 에피소드들은 강풀 북콘서트 후기를 참조하시라~

 

지금은 이미 2012년이니 80년부터 따지면 32년이 맞겠지만, 영화는 26년이라는 제목을 고수했다. 그러니 사실상 이 사건도 과거의 이야기가 되는 것이고, '현재'의 이야기는 영화의 마지막 장면으로 대체한다.

 

광주의 학살범은 여전히 통장 잔고 29만원으로도 호의호식하며 얼굴 빳빳이 들고 잘 먹고 잘 살고 있다. 영화 속 김갑세처럼 용서를 빌라는 말이, 이제는 무의미하게 들린다. 심미진의 대사처럼 우린 그 사람한테 사과할 기회, 충분히 주었으니까. 자그마치 26년, 그리고 또 6년이 흘러버렸으니 말이다. 혹시라도 대선 결과가 좋았다면 뭔가 변화가 있었을까? 추징금 기한이 내년이면 끝나는데, 그는 또 다시 그렇게 자유를 찾는 것일까? 다시 또, 한없이 한숨이 솟는다. 이런 파렴치한 사람들에게는 '명예'란 애당초 아웃 오브 안중. 그들이 가장 무서워하는 것은 돈을 빼앗기는 것일 텐데, 이거 법이 좀 바껴야 하는 것 아닌가 모르겠다. 후우....

 

초반 광주의 장면은 애니메이션으로 대체했다. 감독 인터뷰를 보니 제작비 때문이라고 했다. 실사로 찍으면 어마어마한 물량이 투입되어야 했을 것이다. 애니는 무척 잘 빠졌고(심지어 배우들도 똑같이 생겼고!) 시각적 효과도 컸다. 영화 초반부터 어찌나 놀랐던지...ㅜ.ㅜ

 

 

이전 캐스팅 류승범에 대한 아쉬움이 있어서 진구에 대한 기대가 그다지 없었는데, 그는 200% 연기로 답을 주었다. 배역도 잘 소화해 내었고, 울림도 컸다. 심미진 역의 한혜진도 다시 보였다. 소속사에서는 CF도 끊길 거라며 말렸다던데, 한혜진은 그래도 괜찮다며 출연을 결정했다. 개념 배우다.

 

장광 씨는 '그 사람' 역에 아주 잘 어울렸다. 이전에도 드라마에서 동 배역을 맡았던 적이 있다고 하신다. 흐음, 처음이 아니었구나.

 

이 영화의 탄생에는 강풀 작가뿐 아니라 이상호 기자의 활약도 큰몫을 했다. 그가 취재해서 고발한 많은 것들이 이 작품의 소재가 되었으니까.

 

 

 

 

 

 

 

 

요즘 젊은 사람들이 나한테 감정이 좋질 않아. 나한테 당해보지도 않고서... 껄껄껄~

 

이 장면이 그가 실제로 방송에서 말한 거라는 걸 알아차리고 뒤늦게 충격을 받았다. 영화 속 대사라고 해도 섬뜩한데 실제로 이런 말을 뱉었다니. 당시 그 방송을 본 광주의 유족들은 어떤 생각을 했을까. 다시 또 대선으로 돌아가서, 이번에 전라도, 특히 광주 분들께 많이 미안하다. 그분들의 상처는 언제 보듬어지려나.... 깝깝하다.  

 

 

영화가 끝나면 헨델의 '울게 하소서'가 울려퍼지고, 제작 두레에 참여한 깨시민들의 이름이 자막으로 올라간다. 저거 다 보는 데 대략 10분 정도 걸린다. 느긋이 음악 감상하며 이름 보는 재미가 컸다. 누군가 '미안합니다'라는 이름으로 입금을 했던데 마음이 짜안했다. 근데 저 이름들은 후원금 5만원 이상만 올라간 것이다. 2만원 후원금 보낸 사람들 이름은 지못미였다.ㅜ.ㅜ

 

 

영화의 1호 투자자이면서 ost '꽃'의 뮤직비디오를 담당한 울 공장장님의 귀여운 V자가 눈에 띈다.(라고 썼지만 잘 보이지 않는다.ㅜ.ㅜ) 임슬옹 군은 교통사고를 당했던가. 하여간 아파서 휠체어 투혼!을 보여줌.

  

 

울 보스의 A8 이어폰이 갖고 싶다. 비싸서 엄두가 안 난다. 보스는 저 이어폰을 노래할 때 '모니터링' 용으로 쓴다.

 

영화는 원작과 마찬가지로 이들의 작전이 실패로 끝나면서 끝이 난다. 처음 원작을 읽었을 때는 그게 불만이었다. 현실과는 다르지만, 그렇게라도 그 사람이 '심판' 받는 것을 보고 싶었다.  그런데 다시 생각해 보니 아니다. 그랬다면 '카타르시스'는 느낄 수 있겠지만 그걸로 끝일 테니까. 거기서 한발자국 더 나가려면 우리는 현실을 돌아봐야 한다. 이 영화의 엔딩에서 청와대가 멀리 보이는 광화문을 정면으로 보여준 것처럼.  

 

★★★★

 

75. 남영동 1985

 

이 영화는 보고 싶었던 영화이기보다 봐야 하는 영화라고 생각했다. 보는 게 꽤 힘들 거라고 여겼는데 확실히 힘들었다. 이 영화는 엄마를 모시고 언니와 함께 봤다. 나중에 엄마와 함께 26년도 보았는데, 이 모든 건 나름 투표를 위한 포석이었다. 힘들게 쟁취한 민주주의의 고마움, 그리고 그것을 탄압한 독재 세력에 대한 반감을 보여주기 위해서.  

 

 

 

저 두 배우는 영화 26년에도 같이 나온다. 배우 이경영은 26년의 김갑세보다 이 작품에서 맡은 이두한(고문기술자) 역이 더 잘 어울렸다. 미안하게도.

 

영화는 두시간 내내 김종태가 무참하게 고문받는 장면을 적나라하게 보여주었다. 사실 이 영화를 보려고 하는 사람들은 고 김근태 씨의 삶에 대해서 알고 있는 사람들이 대부분일 것이고, 반면 전혀 모르는 사람들이 울 엄니처럼 누군가의 손에 이끌려 온 경우도 일부 있을 것이다. 그런 사람들이 소화하기에 이 영화의 적나라한 고문들은 그야말로 관람 자체가 고문이 될 것만 같다. 물론 고문 당사자가 겪은 수십 년의 고통에 비하면 두달 동안 고생한 배우와, 두 시간짜리 고통에 참여한 관객으로서 불만을 내놓는 게 미안하기는 하다. 다만 이걸 좀 더 다른 방법으로 표현하고 소화시킬 수는 없는 것일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김근태는 유언으로 2012년을 점령하라고 했는데, 영화를 볼 당시에는 그 첫발자국을 잘 찍을 수 있을 것 같았는데, 지금 이 글을 쓰는 시점에서는 한숨만 푹푹 나온다. 죄송합니다.ㅜ.ㅜ

 

이 영화를 보고 나서 얼마 뒤 손석희의 시선 집중 '토요일에 만난 사람'에 방배추(방동규) 씨가 출연했다. 2주에 걸쳐 방송이 나왔는데, 이분 말씀이 당시 김근태 씨가 끌려갔을 때 말 안 들으면 방배추처럼 맞을 수 있다고 협박을 받았더랜다. 방배추가 받은 고문은 이보다 더 가혹했다는 이야기. 그런데도 방배추는 수십 년 뒤 길에서 마주친 이근안이 도망가는 것을 붙잡아서 기어이 고기를 사주셨다고 한다. 근데 염치 없게도 이근안이 너무 많이 먹었다고....;;;; 해서 돈이 모자라서 집사람에게 돈 들고 오라고 연락했다는 비하인드 스토리를 전해 주셨다. 이것 참 웃을 수도 없고....;;;;;

 

 

 

 

 

 

 

 

 

 

 

 

★★★

 

76. 비지터

 

광화문 씨네큐브의 주인이 바뀌었을 때 상업영화 일색으로 바뀔까 봐 걱정이었다. 다행히 그후로도 씨네큐브는 비상업적인 좋은 영화들을 많이 소개해 주었다. 이 작품도 그렇게 만났다.

 

20년째 같은 시간, 같은 대학에서 강의를 하며 단조로운 삶을 살던 월터 베일 교수. 논문 발표를 위해 뉴욕으로 간 그는 자신의 아파트에서 예상치 못한 불법 이민자 ‘타렉’ 커플과 마주친다. 월터는 갈 곳 없는 그들을 잠시 자신의 집에 머물게 하고, 타렉은 감사의 뜻으로 그에게 젬베를 가르쳐 준다. 밝고 경쾌한 젬베의 리듬은 경직된 그의 삶을 살며시 두드리고, 클래식만 듣던 노교수의 건조한 삶에는 서서히 활기가 찾아온다. 그렇게 어울릴 것 같지 않던 두 사람의 서먹한 관계와 경계의 벽이 조금씩 허물어지던 어느 날, 타렉이 불법 이민자 단속에 걸려 수용소에 들어가게 되는데…

 

단조로운 삶에 젬베라는 악기를 통해 변화를 준 것도 월터에게는 큰 일이었다. 그가 자신의 집에 무단거주를 한 이민자들을 머물게 해준 것은 신사적인 매너의 자연스런 발현이었을 테지만, 그가 불법 단속에 걸린 타렉을 위해 동분서주한 것은 그 자신의 마음을 움직인 보다 뜨거운 감정 덕분이었을 것이다. 아닌 척 포장하고 근엄을 떨기도 했지만, 그가 스스로 까발린 자신의 모습, 그리하여 자신이 마주친 제 모습과의 조우가 영화 속에서 참 좋았다. 해피엔딩으로 정리하기 위한 무리수를 두지 않은 잔잔함도 좋았다. 그런데 마음에 안 든 것은 제목이다. 꼭 '비지터'라고 영어 발음 그대로 써야 했을까? 이런 영화 제목은 비단 이 작품뿐 아니라 여러 작품 들에서 보여주는 추세이긴 한데 참 못나 보인다. 우리말로 번역해도 충분히 전달할 수 있는 것들을 굳이 영어 제목으로 표현하는 게 마음에 들지 않는다. 그냥 '방문객' 혹은 '방문자'라고 해도 중의적으로 여러 의미들을 전달할 수 있을 것 같은데 말이다.

 

★★★★★

 

77. 돈 크라이 마미

 

사실 이 영화는 26년과 남영동 1985를 보고 난 직후였다면 보지 않았을 것이다. 너무 감정적으로 힘든 영화만 연달아 보는 것이 될 테니까. 하지만 다행히 그 사이에 '비지터'를 보면서 감정의 순화 과정이 있었다. 해서 보았는데, 괜히 봤다는 생각이 든다. 줄거리 이상을 보여주지 않은 영화였다. 성폭행이라는 끔찍한 범죄를 저질렀는데, 단지 미성년자라는 이유만으로 법의 심판을 비켜가는 이야기는 많이 접했다. 만화 속에서, 소설 속에서, 그리고 영화 속에서도... 또 '내가 살인범이다'와 마찬가지로 유가족의 사적 복수에 대한 것도 이미 많이 접했다. 대표적인 게 친절한 금자씨와 세븐 데이즈. 그런데 이 영화는 뭔가 다 어설프다. 당연히 이 작품에 나온 범죄 사실은 공분을 일으키기 충분하지만 그걸 소재로 삼아 영화 속에 녹여내기엔 여러모로 부족해 보였다. 특히나 여기 출연한 동호는 심하게 연기를 못했다. 제목을 치니 연관검색어에 동호 발연기가 뜬다. 누구나 그렇게 보였나 보다. 드라마 로열 패밀리에서도 연기 참 못했는데 여전히 별로네. 남보라가 분한 피해자 학생이 어리기도 했고, 이 사건으로 너무 큰 충격을 받았고 도움의 대상이 마땅히 없기도 했지만, 두번째 사건은 답답해서 많이 화가 났다. 마지막에 유오성은 왜 총을 다리나 팔에 쏘지 않았는지도 좀 납득이 가질 않고... 여러모로 많이 부족했다.

 

 

 

 

 

 

 

 

 

 

 

★★☆

 

11월의 첫째 주에는 항상 정모가 있었다. 그러니까 십년 이상 이어지고 있는 우리가 좋아하는 배우의 생일 주간이기 때문이다. 외국 사람이기 때문에 늘 우리끼리의 모임이지만 그래도 꾸준히 이어지는 우리만의 모임이다. 이날도 어김 없이 멀티방을 예약해서 다섯 시간 동안 수다를 떨고, 2차로 떡볶이를 먹고, 3차로 커피를 마시는 시간이 이어졌다. 난 3차는 가지 않고 돌아오긴 했지만, 아무튼 몹시 재밌는 시간이었다. 그런데 애정도 10년 이상 훌쩍 지나가면 '빠'가 '까'가 되는 것은 순식간의 일! 우리는 초은준 얘기는 케이크에 촛불 끌 때와 그가 출연한 방송을 볼 때 정도로 대략 1시간이 못 되는 시간만큼만 쏟고, 나머지 네 시간은 오로지 이민호 얘기로 보냈던 것 같다. 때마침 드라마 '신의'가 끝난 시점이었고, 우리는 김희선의 연기 변화와 이민호의 미모 찬양에 열을 올렸다. 당시 우리가 가장 환호했던 사진은 이거다. 

 

 

드라마 1회의 한컷이다. 현재 내 핸드폰 바탕화면이기도 하다. ㅎㅎㅎ 푸른색이 잘 어울리네~ 신의는 송지나 각본이라는 게 믿어지지 않을 만큼 허술하긴 했어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무척 재밌게 보았다. 그 덕분에 뒤늦게 '시티헌터'를 챙겨보았는데, 원작 만화 시티헌터와는 너무 무관했지만, 불의를 응징하는 로빈훗이나 임꺽정 같은 캐릭터가 시원한 맛이 있었다. 그 안에서 묘사된 돈과 권력을 쥔 사람들의 나쁜 행태는 피를 끓게 했는데, 아마도 현실에서는 그보다 나쁜 사람이 더 많을 것이다. 그렇게 생각하면 또 속이 부글부글... 역시나 선거 결과를 떠올리며 부글부글.....;;;;;;;

 

 

 

 

 

 

 

 

 

11월 16일에는 시청 광장에서 있었던 '26년 콘서트'에 다녀왔다. 비가 몹시 많이 오는 날이었고, 그래서 우비를 입고 우산을 쓰고도 온통 다 젖었던 악조건이었지만 몹시 의미있는 시간이었다. 당시의 후기는 요것!

 

이날 집에 가려고 돌아나오려던 찰나, 누군가 나를 불렀다. 학생 둘이 카메라와 마이크를 들고서 나에게 잠시 인터뷰를 해도 되겠냐고 묻는다. 서울대학고 영상제작 동아리 생틀(생각을 담는 틀)이라고 자신들을 소개한 이들은 '제5공화국'에 대한 다큐를 제작 중이라고 했다. 여전히 비가 많이 쏟아지고 있었지만 잠깐 시간을 내어서 인터뷰에 응했다. 내게 던진 질문든 대략 이랬다.  5.18에 대해서 얼마나 아는지, 얼마 전에 있었던 육사 사열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는지, 이런 사건들에 대한 국민들의 반응과, 국민들에게 하고 싶은 이야기 등등등....

 

5.18과 전두환에 대한 이야기는 다소 흥분하며 이야기를 했고, 추징금 꼭 받아내야 한다며 역시 광분했고, 그 모든 것의 시작은 선거에서 일단 이기는 거라고 못 박았고...(ㅜ.ㅜ) 우리가 만들어야 하는 바른 사회에 대해서 열심히 이야기 했다. 그러기 위해서 언론이 바로 서야 하고 역사 교육 제대로 시켜야 한다고. 그리고 그를 위한 작은 실천의 일환으로 이 영화가 잘 되어야 한다고(막간을 이용한 홍보!) 강조했다. 질문을 더 던져 주었더라면 이 왜곡된 현대사의 뿌리는 전두환 박정희를 거슬러 올라가 이승만이 제일 문제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이 친구들이 생각보다 질문을 많이 안 던졌다. 자체 상영하는 작품이라서 내가 볼 기회는 없겠지만, 아무튼 그 학생들의 작업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11월에는 뮤지컬을 두편 보았다. 황태자 루돌프와 맨 오브 라만차. 두 작품은 같은 날 예매했다. 같이 보기로 한 언니가 멀리 진주에서 왔는데, 차비가 부담스러운지라 하루에 몰아서 보기로 했다. 먼저 오후 두시에 충무아트홀에서 '황태자 루돌프'를 임태경 버전으로 보았다.  

 

 

그 자체로 황태자스런 임태경이었지만, 작품은 많이 재미 없었다. 꽤 졸다가 나왔다. 내 돈...ㅜ.ㅜ 어제 만난 내 친구는 안재욱 버전으로 보았다던데 그 친구도 무척 지루했다고 한다. 배우의 문제는 아닌 것 같다.

루돌프의 엄마를 주인공으로 한 '엘리자벳'를 무척 인상 깊게 보았기 때문에 마찬가지로 오스트리아 작품인 이 뮤지컬을 꽤 기대했었다. 그런데 기대에 많이 못 미쳤다. 작품은 '자살'로 루돌프의 죽음을 다뤘지만, 프로그램을 읽어보니 '타살' 쪽으로 더 기운다. 어느 쪽이 진실인지 알 수 없지만...

  

 

 

 

 

 

 

 

 

이어 밥먹을 새도 없이 부랴부랴 잠실로 이동해서 샤롯데 씨어터에서 '맨 오브 라만차'를 보았다. 류정한 주연이었는데, 이 작품은 류정한 팬클럼 '건승정한'의 전관으로 보았다. 그러니까 전체 좌석을 류정한 팬들이 통으로 예약해서 본 것이다. 그 덕분에 40% 할인을 받아서, 루돌프보다 저렴하게 표를 끊고 더 좋은 좌석에서 볼 수 있었다. 가족석이 4자리 있었는데, 류정한은 할인 안 된 가격으로 전액 텔레뱅킹을 했더라. 그것 보고서 괜히 더 좋아함. ㅎㅎㅎㅎ

 

작품은 세르반테스가 감옥에 갇힌 상태에서 자신의 작품 속 돈키호테를 연기해 내는 액자식 구성이었는데, 내내 괴롭히던 졸음을 단번에 쫓아내는, 강렬하고도 감동적인 작품이었다.

 

 

 

 

 

 

 

 

 

 

 

뮤지컬이 끝나고 관객과의 대화 시간이 있었다. 출연 배우들이 나왔고, 무대 뒷이야기와 작품에 대한 보다 심도 깊은 이야기들이 오고 갔다. 내가 저 배우라면 이 시간이 얼마나 벅찰까, 괜히 감정이입이 되어서 더 뜨거웠다. 

 

 

팬클럽에서 준비한 티켓 봉투와 이벤트 선물이다. 예쁘다! 

 

 

정말 함께 해서 더 좋았다.  

 

   

프로그램을 배우 별로 따로 팔았다고 하던데, 나는 사지는 않았다. 지출이 많은 하루였으므로 자제 모드!

  

  

라만차 로고가 마음에 든다. 돈키호테스럽다. 자유롭고 당당하다.

 

그밖에 11월에 있었던 특별한 일이라면 역시 운전 면허증을 딴 일! 비록 자동차가 폐차장으로 직행해서 면허는 바로 장농행이 되었지만, 자가 운전할 어떤 날이 언젠간 오겠지. 그러면 지방으로 공연을 보러 다닐지도 몰라... 후후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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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오기 2012-12-23 23: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는 살인범이다, 26년, 남영동 1985~ 3편 겹쳐요.
바쁜 와중에도 많이 보고 정리도 꼼꼼하게 잘하는 친절한 마노아님!^^

마노아 2012-12-23 23:52   좋아요 1 | URL
중간에 딴짓을 하긴 했지만 다 쓰는데 몇 시간이 걸렸는지... 초반에 약간 날려서 다시 쓰기도 하면서 10시 넘어 올렸어요. 하루가 다 갔네요. ㅎㅎㅎ

라로 2012-12-24 04: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우,,건승정한 팬클럽 대단한걸요!!
암튼 저는 뮤지컬이 쥐약이라 이상하게 뮤지컬만 보면 졸;;
예전에 노클담의 곱추,,그 비싼 표,,,생각하면 속 쓰려요,,,근데 이 페이퍼 읽으니 그때 생각이;;;ㅎㅎㅎㅎ
암튼 26년의 진구,,,연기 정말 200%로 보답이라는 말씀에 추천요!!!

부지런한 마노아님~~~
2013년엔 꼭 민호닮은 멋진 남친을 위해 멀리서 빌어드립니다,
카드는 못 보내지만 댓글로 인사대신할께요.
메리 크리스마스 해피 뉴이어~~~~~.

마노아 2012-12-24 12:21   좋아요 0 | URL
뮤지컬을 좋아하고, 제가 좋아하는 배우가 출연하는데도 가끔 저도 보다가 졸아요.
엇그제는 연극이 너무 지루해서 역시 보다가 졸았어요.ㅎㅎㅎ
노틀담의 곱추를 보지 못했는데 넘넘 보고 싶어요. 뮤지컬 노래는 아주 좋더라구요.^^

아아아, 크리스마스 2부인 오늘, 영화 한편 볼까 하다가 혼자 보는 것 너무 처량해서 오늘은 자제할까봐요.
내년엔 나비님의 기도발이 꼭꼭 먹히기를 소망해요.^^
나비님도 메리 크리스마스 해피 뉴이어~
우리 따뜻한 시간 보내도록 해요~

프레이야 2012-12-24 05: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대단한 리스트에요. 마노아님표 영화 페이퍼^^ 비지터 보셨군요. 전 그걸 놓쳤어요. 너무 힘든 영화들 사이에 잘 보셨네요. 류승범보다 진구요! 전 류승범 자체가 힘들더라구요ㅎㅎ

마노아 2012-12-24 12:22   좋아요 0 | URL
비지터 주옥같은 영화였어요. 마음이 따뜻해지는 영화지요.
류승범은 확실히 캐릭터가 너무 강해서 그 자체로 힘든 면이 있는 강렬한 배우예요.
프레이야님 메리 크리스마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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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3. 루퍼

 

시간 여행이 가능한 세상은 몹시 매력적이지만 그만큼 위험하다. 누군가의 자의대로 움직여지고 변형될 수 있는 시간, 그 속의 역사라니. 위험하고 또 위험하고, 그렇지만 궁금한 세상이다.

 

암흑의 도시로 변해버린 2074년 캔사스. 시간 여행은 불법으로 규정되어 있지만 거대 범죄 조직들 사이에서 비밀리에 이용되고 있다. 완벽한 증거 소멸과 시체 처리를 위해 미래의 조직들은 제거 대상들을 2044년에 활동하고 있는 '루퍼'라는 킬러들에게 보낸다. 루퍼들은 계약직이다. 그들은 일을 하다가 결국엔 미래에서 보내진 '자신'을 제거해야 하고, 그 대가로 30년 동안 보장된 삶을 산다. 만약 마음이 약해져서 자신을 제거하지 못했다면? 그렇다면 조직의 제거 대상이 될 뿐 아니라, 미래에서 온 자신도 시간의 어그러짐 속에서 결국 비참한 최후를 맞게 된다. 이래도 저래도 암흑인 세상에서 보장된 30년이라도 충분히 살자는 마음으로 킬러 '조(조셉 고든 레빗)'도 은괘를 모으며 살았다. 그런 그에게 미래의 그(브루스 윌리스)가 온다. 영화는 미래의 자신을 무사히 제거하고 30년을 더 살아낸 브루스 윌리스의 궤적을 보여주다가, 그가 30년 계약이 끝나고 난 뒤 조직으로부터 버려져 과거로 돌려보내지는 장면에서 극적 전환을 이룬다. 30년 세월 동안 더 노련해지고 더 본능적으로 움직이는 브루스를 그보다 미숙하고 불안한 조셉이 따라가질 못한다. 둘 모두 목적이 있고, 지켜야 할 사람이 있다. 그 과정에는 필연적으로 희생이 따른다. 영화를 보면서 오이디푸스 왕을 떠올렸다. 나는 그가 겪은 모든 비극의 원천에는 신탁이 있다고 믿는다. 신탁을 받지 않았더라면, 아니 믿지 않았더라면, 아니 믿었다고 해도 아들을 버리지 않고 끌어안고 살았더라면... 그 모든 악순환의 고리를 잘라낼 수 있지 않았을까. 조는 고리를 끊어낼 줄 알았다. 다행이다. 무척 매끄럽고 마음에 드는 결말이었다.

 

 

 

 

조셉이 브루스로 변해가는 과정이 재밌었다. 단지 이마를 넓히고 머리 숱을 없게 했을 뿐인데 놀라우리만치 똑같은 한사람이 되는 게 아닌가!

 

 

 

 

 

 

 

 

 

★★★★

 

64. 우리도 사랑일까

 

설레임이 익숙함으로 변할 때, 사랑이 무뎌지고 더 이상 흥분되지도 긴장되지도 않을 때, 그럴 때에 새롭게 나타난 사랑이라니... 아침 드라마에 나올 것 같은 소재라고 생각했는데, 뜻밖에도 영화는 무척 섬세했고 그래서 무척 깊은 울림을 주었다. 마고와 남편 루는 아무 문제가 없어 보였다. 루는 좋은 남편이었고, 마고는 그런 루를 사랑했다. 그런데 모든 게 무료해진 찰나, 여행에서 마주친 설렘을 주는 마자가 바로 옆집에 사는 게 아닌가. 게다가 이 남자, 마음에 품은 여자가 유부녀이기 때문에 절대로 선을 넘지 않는다. 심지어 30년 뒤에 키스를 하자고 약속을 하는 로맨티스트!

 

 

 

이 영화에서 가장 로맨틱하고 섹시한 장면은 섹스 씬이 아니라 바로 저 마티니 씬이다. 손끝 하나 건드리지 않았지만 남자는 말로 여자를 애무하고 절정에 이르게 한다.

 

 

 

 

 

30년 뒤 등대 앞에서 키스하자는 그 엽서를 등장했을 때, 영화가 이대로 끝나기엔 너무 이르다는 생각을 했다. 물론 이 시점에서 영화가 시간을 뛰어넘어 30년 뒤 해후하게 된다면 로맨스는 완성이 될지도 모르겠지만(여자가 30년 뒤라면 남편에게 덜 미안할 거라고 말했다. 대충 그런 대사였는데 기억이 잘...;;;) 너무 영화같은 얘기 아닌가. 영화는 그런 뻔한 결말을 뒤집는다. 이렇게 마음을 뒤흔들어버린 남자하고도 시간이 흐르면 결국 첫 남편 때와 마찬가지로 권태가 오고 지루함이 스며든다. 그걸 대사 없이도 영화는 영리하게 표현한다. 첫 시작이 머핀 굽는 장면이었는데, 마지막도 머핀으로 끝난다. 그 사이에 흐른 시간과 여자의 변화, 그럼에도 제자리인 것만 같은 마음의 추까지.

 

캐나다의 국민배우로 사랑받은 감독은, 4살에 데뷔해서 30년 동안 배우 커리어를 쌓은 여성이다. 여성 특유의 그 섬세한 연출이 제대로 빛을 냈다. 듣기로, 앞의 저 마티니 씬은 일부러 긴장감을 위해 리허설 없이 바로 찍었고, 동네를 거니는 장면은 진짜 동네 주민처럼 보이기 위해서 익숙해질 때까지 리허설을 많이 했다고 한다.

 

수영장 씬처럼 곳곳에서 웃음도 터져 주었고, 마티니 씬에서는 에로틱한 감동을, 엽서에서도 소녀지심을 제대로 폭발해 주었다.

 

어찌 보면, 영화의 결말은 조금 씁쓸하다. 우리도 사랑일까...하고 물었다. 그럼에도, 사랑이라고, 그래도 사랑이라고 답해 주고 싶다. 내게 묻는다면.

 

참, 음악도 아주 좋았다. 오감이 만족스런 영화였다.

 

에미와 레오도 시간이 더 지나면, 혹시 마고처럼 될까?

그건 상상하고 싶지 않은 일이다.

 

 

 

 

 

 

★★★★★

 

65. 회사원

 

하하핫, 이 영화는... 그냥 소지섭을 위한, 소지섭에 의한, 소지섭의 영화다. 간지 소지섭을 보기 위한 것 이상의 어떤 의도도 없었다. 그래서, 생각보다 볼 만했다.

 

 

 

 

 

살인 청부 회사 영업 2부 과장 지형도가 부장으로 승진했다. 직장에서 무리 없이 잘 지내는 것 같지만 지형도는 슬슬 이 세계에서 벗어나고 싶다. 그러나 어디 조직이 그걸 허용하겠는가. 형도의 마음을 흔들리게 한 것은 역시 여자였다. 알바생 훈이의 엄마 미연 역은 같은 이름의 이미연이 맡았다. 십대 시절에 데뷔했던 가수 출신의 유미연(본명 육미연...ㅋㅋㅋ)은 현재 아들 하나 딸 하나를 둔 엄마이며 봉제 공장에서 일하고 있다. 형도와 미연이 서로에게 끌리는 과정은 그닥 설득력이 없었지만, 어쨌든 그렇게 진행됐다고 하고, 이제 회사로부터 버림 받은 형도가 그 회사에 복수하는 일만 남게 된다. 무지막지한 총격전이 벌어지고, 내용이야 어떻든 우리의 지섭 씨는 멋진 액션을 선사하고, 뭐 그런 영화였다. 내용은 좀 그래도 지섭 씨는 멋진 주인공이었는데, 이미연은 이 영화에 왜 출연했는지 도무지 모르겠다. 제작진 측에서는 십대 시절 풋풋한 모습을 간직한 그녀의 옛 사진이 필요했던 것일까? 요런 것 말이다.

 

 

 

 

손석희의 시선 집중에서 인터뷰한 것을 들으니 무척 오랜만에 고른 영화였는데, 심사숙고 끝에 악수를 둔 게 아닌가 싶다. 비중도 너무 없고, 역도 좀 별로고.....;;;;;

 

 

 

근데 20년도 더 전의 저 사진보다 이 사진이 더 근사한 걸!

 

이경영은 스캔들도 한몫을 했겠지만, 어째 나이들수록 더 기름지고 혼탁한 느낌이 들어서 악역에 점점 더 잘 어울리고 있다. 그래서 요즘엔 '활'처럼 좋은 역할은 좀 안 어울린다는 생각이 들어버림. 어쨌든 꾸준히 영화에 나오고 있다. 유령에서 호흡을 맞췄던 곽도원과는 사실 이 작품에서 먼저 만났다고 한다. 유령과는 차별된 연기를 보여주었다.

 

암튼, 무척 별로였던 영화지만, 그럼에도 지섭 씨는 멋진 까닭에, 이 영화를 보고 나서 출근을 해보니, 직장에서 가장 잘 생긴 미술샘 얼굴이 오징어로 보였다는 후문이다. 그래서 한동안 내 휴대폰 배경화면은 이 얼굴이었다.(지금은 다시 이민호...ㅎㅎㅎ)

 

 

 

 

 

 ★★★

 

66. 피오릴레

 

야곱이 뉴이탈리아 영화제 시사회에 가자고 연락을 해왔다. 영화는 91년 작이어서 몹시 옛스런 필름이었지만, 또 갈등 구조도 어느 정도 뻔하긴 했지만 그래도 200년에 걸친 사랑과 저주의 고리를 무척 선명하게 보여주었다. 저주를 믿지 않고 무시한 후손은 비교적 안전하게 살아남았지만, 선조들에게서 전해진 저주를 의식하고 믿고 살아온 후손은 그 덫에 걸려 헤어나지 못하는 모습이 무척 섬뜩하기까지 했다. 여주인공은 '지중해'의 주인공이라고 나오는데, 지중해를 어릴 때 무척 재밌게 봤던 것은 기억이 나지만 배우 얼굴까지는 생각나지 않는다. 아무튼, 지중해와 비슷한 시기에 만들어진 이 영화는 개봉이 2005년이던가, 무척 느즈막하게 소개가 되었다. 그리고 뉴이탈리아 영화제라는 타이틀 아래에서 2012년에 나와 만났다.

 

영화를 마치고 나서 다과회(?) 시간이 이어졌는데, 각종 음료와 와인이, 그리고 약간의 떡과 과일이 제공되었다. 오홋, 맛나라, 맛나!

 

 

 

근데 나는 와인을 잘 못 마셔서 그냥 포도 쥬스 마셨고, 와인은 모두 야곱이 마셨다. 술 좋아하는 야곱! ㅎㅎㅎ

 

 

책도 선물 받았는데 아직 보진 못했다. 영화 관련 책으로 보이는데 어째 제목부터 너무 어려워 보인다...;;;;

 

 

 

 

 

 

★★★★

 

67. 위험한 관계

 

워낙 리메이크가 많이 된 작품인지라 특별히 내용 소개는 불필요할 것 같다. 동제목의 헐리우드 영화나 발몽 등은 제목만 섭렵했고, 내가 처음 접한 것은 우리나라 작품 '스캔들, 조선 남녀상열지사'였다. 내 기억에 배용준과 전도연의 사랑이 무척 애틋하고 안타까웠는데, 다시 만들어진 허진호 표 위험한 관계는 그만큼 공감이 가지는 않았다. 1930년대 상해를 배경으로 더 화려해지고 볼거리도 많았지만 그게 마음을 울리지는 못했다는 게 나의 평.

 

 

 

중국어로 듣는 장동건의 목소리는 여전히 근사했다. 자신의 취향이든 아니든, 어쨌든 장동건은 공식 미남! 이 영화에서도 조각 미남의 진가를 제대로 발휘했다. 그렇지만 내 눈을 더 사로잡은 것은 장백지였다. 나는 그녀가 장쯔이의 역할을 했어도 무척 잘 해냈을 거라고 믿는다. 파이란의 그 청순했던 연기를 떠올려 본다면. 영화의 전개는 장동건이 장쯔이에게서 진정한 사랑을 찾는 걸로 나오지만, 글쎄... 영화를 보니 난 그가 장백지를 더 사랑했다는 생각이 드니 이를 어쩌나....

 

 

 

 

 

장쯔이 역시 장백지의 역할을 했어도 아주 잘 해냈을 거라고 믿는다. 빼어난 미모를 가졌다기 보다 천의 얼굴을 가졌다는 느낌이 더 든다. 그녀의 작품들은 대체로 좋았다고 기억한다. 얼라, 그런데 주연 배우 세명이 모두 장씨네!!

 

허진호 감독의 작품은 8월의 크리스마스가 가장 좋았다. 봄날은 간다는 호평에도 불구하고 내게는 그닥이었고, 외출도 내게는 설득력이 약했다. 오감도도 보긴 했는데 여러 작품 중 어느 걸 만들었지? 별로 인상적이지 않았나 보다.^^

 

뭐랄까. 멜로에 올인하는 감독같기는 한데, 그 멜로가 내게 감동까지 주지는 않는다. 내가 걱정할 일은 아니지만...

 

★★★☆

 

 

 

 

 

 

 

 

 

68. 용의자 X

 

히가시노 게이고 원작 소설을 무척 재밌게 읽었다. 이미 내용을 다 알고 있다는 것이 영향을 주었겠지만 나는 다소 지루했다. 무엇보다 여주인공을 연기했던 이요원이 캐릭터 설정과 이미지가 좀 안 맞는 것으로 보인다. 업소녀라고 이렇게 청순하지 말란 법 없지만 아무래도 좀 안 어울린다. 그에 비해서 류승범은 너무, 지나치게 잘 어울린다.^^;;

 

 

심지어 무대 인사 때의 모습도 캐릭터와 여전히 잘 어울림.ㅎㅎㅎ 뭔가 천재적이고, 음습하고, 위태로운 캐릭터에 잘 어울리는 얼굴이다. 사진은 올리지 않았지만 조진웅 씨도 연기 좋았다. 이분, 점점 더 좋아지고 있다. 방은진 감독의 작품인데 전작이었던 오로라 공주가 더 좋았다. 그런데 이 분 스릴러에 무척 관심이 많으신가 보다. 이번 작품은 그냥 그랬지만, 다음 작품은 여전히 기대가 된다. 그나저나 영화에 나온 그 도시락집 정말 있나? 무척 맛나 보이던데...

 

 

 

 

 

 

 

 

 

 

 

★★★☆

 

69. 007 스카이폴

 

007을 본 건 무척 오랜만이었다. 마지막에 본 게 007 네버다이였던가? 피어스 브로스넌 주연이었고, 못해도 10년은 훌쩍 넘었을 것이다. 본 시리즈와 미션 임파서블 시리즈에 열광하고 나니, 고전의 고전인 007은 그동안 내 관심 밖의 작품이었다. 그럼에도 이번 작품은 어쩐지 보고 싶었다. 50주년 기념판이어서는 아니고, 그냥, 끌렸다. 그리고 내 선택은 꽤 만족스러웠다.

 

 

원래 007은 최첨단 무기를 달고 다니던 그런 첩보원 아니었던가? 아무튼 이 영화에서 007은 무척 아날로그적이었다. 그가 작전 수행 중에 급하게 탈취해서 탄 오토바이도 구형이었고, 나중에 격전의 장소에서 쓰는 자동차와 총, 칼까지 모두 무척 옛스러웠다. 그런데, 그게 아주 잘 어울린다. 작품에서 그는 이제 늙었고, 체력테스트도 통과하지 못할 만큼 뒤쳐진 요원이 되어버렸지

만, 여전히 뚝심 있었고, 날카롭게 판단해냈고, 무엇보다 임무를 완수해내는 저력을 보여주었다.

 

 

폭탄이 터지는 볼펜 따위 만들지 않고도 Q는 멋있었다. 그가 향수에서 그루누이 역이었다니, 분위기가 몹시 다르다. 여기서 비행기도 못 타는 약골처럼 나왔지만, 저 비리비리 사내가 왜 그리 섹시하게 보이던지...

 

 

007하면 빠질 수 없는 게 바로 본드걸! 이번 편에서 본드걸이라 불릴 만한 인물은 이렇게 두 사람이다. 섹시함으로 무장한 첫번째 여자는 사실 별로 섹시해 보이지 않았고 역할도 너무 미미해서 본드걸이라 부르기도 민망했다. 두번째 배우는 첩보원으로서 역할이 좀 미미해서 역시 그닥 본드걸 스럽지 않았다. 이 여자가 가장 섹시했던 건 007의 수염을 면도해줄 때였는데, 사실 그때도 이브보다 007이 더 섹시했다. 그래서 고민의 결과, 본드걸은 주디 덴치였나보다.

 

 

 

가차 없이 명을 내리고 최소의 희생으로 최대의 효과를 끌어내려고 하는 냉혹한 책임자의 얼굴을 제대로 보여주었다. 무척 키가 작은 배우인데, 저 강인한 눈빛과 입매에선 거인의 흔적이 보인다.

 

 

 

 

과거 007의 적은 냉전시대의 인물들이었지만 이제는 내부의 적으로 돌아섰다. 그만큼 소재가 고갈된 것일지도 모르겠다. 바로 그 내부의 적으로서, 007만큼의 능력을 보유한 악당으로 하비에르 바르뎀은 무척 어울리는 조합이다. 그가 가진 분노도 잘 이해가 되었고 말이다.

 

본드 역할의 다니엘 크레이그는 인상으로 보면 무척 독일스럽다고 느꼈는데 영국 출신 배우다. 역대 본드가 모두 영국 출신이었나? 갑자기 궁금해졌는데 찾아보기는 귀찮구나.

 

초반에 본드가 총맞고 폭포로 떨어졌을 때 나온 아델의 노래가 무척 좋았다. 영화 제목과 똑같은 스카이폴이었다.

 

 

재밌게도, 이 영화를 보고 난 다음에 집에 돌아와 보니 나는 가수다에서 국카스텐이 한영애의 누구 없소를 편곡하면서 007주제곡을 샘플링해서 부르고 이달의 가수가 되어 가왕전에 진출하게 되었다. 절묘한 타이밍이다. 그 노래가 유독 더 좋았던 것은 두말하면 잔소리!

 

 

영화의 제목이기도 한 skyfall은 본드가 부모님이 돌아가신 뒤 떠나온 저택의 이름이기도 하다. 부모님이 돌아가셨을 때 저택의 지하에 숨어 있다가 나온 소년은 더 이상 소년이 아니라 사내가 되어 있었고, 정체성의 혼돈을 주었던 그 장소는 결전의 장소가 되어 무너지고 말았다. 작품 속에서 본드는 자신의 주특기가 '부활'이라고 했다. 그 말처럼 본드는 다시 부활하고, 007 시리즈 역시 50주년을 다시 기점으로 삼아 새출발하는 게 아닐까. M은 죽었지만 새 인물이 등장했고, 그렇게 이 유서 깊은 시리즈는 제 몫을 다해낼 것이다. 비록 앞서 말한 것처럼 액션으로 따지면 본 시리즈나 미션 임파서블 만큼의 극적인 재미는 덜해도, 007만의 장점과 특징을 잘 갖춘 작품이었다.

 

 

 

 

 

 

 

 

★★★★★

 

70. 늑대 소년

 

나야 송중기가 좋아서 본 영화인데, 이 영화가 예매율 1위를 점유하며 이렇게 잘 나갈 거라고 생각 못했다. 모두 나처럼 송중기 보러 온 건가???

 

뭐 암튼, 영화는 이미 현실을 살고 있는 순이 할머니가 47년 전에 만났던 늑대 소년을 추억하면서 과거로 거슬러 올라간다. 폐병을 앓고 있는 순이를 위해서 순이의 엄마는 요양차 시골의 저택으로 이사를 가고, 그곳에서 정체불명의 소년을 만난다. 이름도 없는 이 아이에게 범국민적 이름 '철수'로 명명하고, 순이는 그에게 글자도 가리키고 말도 가리키면서 소통을 해나간다. 이십여 년 간 세상에서 격리되어 살아온 아이가 말을 익힌다는 건 말이 되지 않지만, 뭐 암튼 영화는 판타지 멜로스럽게 이야기를 끌어나간다. 엄청나게 굶어서 눈에 뵈는 게 없는 짐승의 모습을 송중기는 열연해 주었고, 또 소녀밖에 모르는, 배우자 하나만 쳐다보고 사는 늑대의 본능도 제대로 보여주었다. 늑대 소년이 소녀와 헤어지게 되는 사건들의 전개는 좀 작위적이었지만, 소년과 소녀의 사랑은 동화스러움에도 불구하고 절절했다. 카피처럼 '세상에 없던 사랑' 말이다.

 

47년이면 긴 시간이다. 그 시간동안 소녀는 자신의 삶을 살았다. 그녀가 돌아오지 않았기 때문이 아니라 '잊고' 살았던 것이 더 큰 배신이 아닐까 싶다. 마지막까지 보고 나면 참 아련해진다. 말도 안 되는데, 참 슬퍼서 또 말이 나오질 않아...;;;;;

 

송중기가 여자 한복 입은 장면이 나오는데, 예쁘다! 화장으로 얼굴 망치기 직전까지는 말이다. CG는 정말 당황스러울만큼 조잡했는데 그냥 우정(?)으로 극복했다. 세상 어디에도 없는 착한 남자에 이어 세상에 없는 사랑을 보여준 송중기, 올해는 송중기가 갑인가 보다. 현재 내 핸드폰 바탕화면은 이민호인데, 이번주에 착한남자 끝나면 송중기로 갈아탈지도...ㅎㅎㅎ

 

 

 

 

 

 

 

 

★★★

 

그밖에 10월에는 '차카게 살자' 콘서트를 다녀왔는데, 그 이야기는 했고, 간송미술관 다녀온 이야기도 했던가? 명청 시대 회화전이 주제였는데, 드물게 사람이 적어서 5월 전시회보다 수월하게 관람했다. 그리고 용문사로 소풍 다녀온 이야기도 했으니 패쓰!

 

지금의 추세를 보건대 올해는 작년보다도 영화를 더 많이 보게 될 것 같다. 70편도 꽤 많지만, 두달 동안 몇 편이라도 더 보게 될 테지. 트와일라잇 시리즈 마지막 편도 곧 개봉을 할 것이다. 대미를 장식해 주었으면 한다. 졸작은 되지 않기를.

 

어제는 '내가 살인범이다'를 무척 재밌게 보고 왔다. 액션이 남다른 영화였는데 반전도 좋았고, 생각할 거리가 많았던 것도 좋았다.  지난 주에 본 '아르고'도 좋았고. 구국의 강철대오 보고 싶었는데, 아무래도 모두 내렸나보다. 좀처럼 상영관이 보이질 않는다.

 

페이퍼 작성하다가 12시가 넘어갔다. 내일은 새벽같이 나가야 하니 이제 마무리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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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연 2012-11-12 09: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이 영화를 10월에 다 보신거에요? 부럽부럽..전 영화 본 지 백만년은 된 것 같아요. 흑.

마노아 2012-11-13 23:34   좋아요 0 | URL
영화를 많이 보는 만큼 책을 못 읽고 있어요. ^^ㅎㅎㅎㅎ

프레이야 2012-11-12 19: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둘 찌찌뽕ㅎㅎ 어떤걸까용?

마노아 2012-11-13 23:36   좋아요 0 | URL
우히히힛, 우리도 사랑일까와 위험한 관계요~ 방금 서재 가서 컨닝하고 왔어요. ㅋㅋㅋㅋ

antitheme 2012-11-12 21: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용의자X와 위험한관계만 봤네요. 이렇게 많은 영화를 보시다니 부럽습니다.

마노아 2012-11-13 23:36   좋아요 0 | URL
우와, 안티테마님 엄청 오랜만이에요. 반가워요.^^
제가 요새 마음이 허해서 영화를 많이 보고 있답니다.^^;;;;

antitheme 2012-11-16 01:26   좋아요 0 | URL
잘 지내시죠?
엊그제 늑대소년을 봤는데 저희집 여자들은 눈물 흘리며 감동을 받았다는데 전 그냥 볼만한 수준으로만 느껴지더군요. 송중기가 아니었다면 이렇게 많이 봤을까 싶은 생각도 들었고, 오히려 박보영의 연기가 그나마 볼만한 것 같았어요.

마노아 2012-11-17 14:37   좋아요 0 | URL
굉장히 여성 취향의 영화였지요. 송중기 효과를 톡톡히 보았다고 저도 생각해요.
아마 저도 송중기 주연이 아니면 굳이 궁금하지 않았을 것 같아요.ㅎㅎㅎ

순오기 2012-11-13 00: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도 두편이요~ 위험한 관계와 용의자 X헌신!

마노아 2012-11-13 23:37   좋아요 0 | URL
그래도 매달 꼬박꼬박 몇 개씩은 겹쳐요.(^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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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6. 링컨 : 뱀파이어 헌터

 

그러니까 이날은, 이 영화를 보려고 봤던 게 아니다. 예정되었던 학교 행사가 다음 날로 미뤄졌다는 문자를 송정역 지나면서 받았다. 무려 6시간이나 일찍 출근했지만 도착 두정거장 전에 받은 문자 때문에 울화가 확 치미면서! 어쩔 수 없이 김포cgv에 들러야 했던 것. 그리고 전날 사연 많은 사건 때문에 친구가 예매해주었던 이 영화를 못 보았던 관계로, 내가 볼 수 있는 가장 이른 시간 영화이기도 해서 보게 된 건데, 아주 두고두고 후회할 만한 선택이었다. 아니 이런 걸 왜 돈들여 만들지? ㅡ.ㅡ;;;;

 

설마 하니 제목의 '링컨'이 우리 모두가 아는 미국의 대통령일 줄은, 몰랐다. 그 대통령이 뱀파이어 헌터가 되어서 남부에 진을 치고 흑인들의 피를 빨아 먹고 있는 뱀파이어 집단을 소통한다는 이야기이다. 그러니 필연적으로 흑인을 해방시켜준다는 설정....

 

'원티드'는 무척 재미있게 보았지만 이 영화는 내용도 별로고 액션도 그닥 흥미롭지 않았다. 친구가 예매했던 것은 3D였는데, 3D로 안 보길 잘했어....;;;;;

 

★★☆

 

57. 공모자들

 

기업형 장기밀매 조직의 이야기를 다루었다. 게다가 실화를 바탕으로 제작되었다고 하니 충격은 더 크다. 희귀 혈액형 소유자들은 더더더 조심하고 살아야 하는 게 아닐까. 진정으로 무서웠다. 화면의 끔찍함만 놓고 이야기한다면 피에타와 누가 더 잔인한가 대결하는 것만 같다. 임창정은 코믹을 하지 않아도 역시 잘 소화해내는 연기자다. 그에게도 보다 다양한 배역이 들어왔으면 좋겠다. 영화는 반전의 반전의 반전을 기록한다. 마지막 반전은 좀 지치는 감이 있었지만 아무튼, 그래도 괜찮은 영화였다.

 

★★★★

 

58. 피에타

 

베니스 영화제 수상을 얘기하기 전에도 보고 싶었던 영화였다. 포스터와 제목에서 이미 보고 싶게 만드는 힘이 있었다. 자비를 이야기하지만 참으로 잔인한 영화. <나쁜 남자> 조재현보다 더 나쁜 남자 이정진과, 그 나쁜 남자의 구원이자 절망인 어머니 조민수가 나온다. 이정진의 연기는 아주 나쁘진 않았지만 퍽 좋았던 것도 아니었다. 그렇지만 조민수의 연기는 탁월했다. 게다가 그 미모라니! 보톡스의 힘 따위 필요로 하지 않는 원숙한 미모와 물오른 연기의 조합은 이 영화의 최대 공로자가 그녀임을 부인할 수 없게 만든다.

 

 

고혹적인 깊은 눈매가 눈을 오래 사로잡는다. 눈빛으로 많은 것을 대신했다.

 

 

이 사진은 오늘 처음 보았는데 무척 매혹적이다. 제목과 아주 잘 어울린다.

 

 

영화를 보면서 내내 올리비아 핫세가 떠올랐다. 베니스 영화제가 중복 수상도 가능했다면 그녀에게 아낌 없이 여우주연상을 주었을 것 같다. 앞으로도 더 좋은 작품 기대해 본다.

 

 

드레스도 마음에 들고~

 

 

십자가에 매달린 예수님을 떠올리게 하는 포스터다. 영화 마지막에서 트럭이 새벽 도로를 지나갈 때 길게 이어지던 붉은 핏줄기. 무척 슬픈 장면이면서 동시에 무척 아름다운 장면이었다. 그 씬에서도 십자가에 매달려 돌아가신 예수님 생각이 났다. 속죄의 피 말이다. 이정진은 연기보다 이 작품을 선택했다는 안목에서 더 큰 점수를 주고 싶다. 레드카펫 위의 정장 입은 모습을 보니 역시 훤칠한 것이 눈이 아주 훈훈했다.

 

 

아, 붉은 카펫 위에 검은 드레스를 입은 고혹적인 여배우의 모습에 감탄감탄! 코디 누구신가. 정말 근사한 드레스다.

 

 

청계천의 모습을 담아내고 싶었던 감독님의 마음이 잘 그려진다. 미로 같은 골목골목길, 그곳의 기름밥 먹는 노동자들, 열심히 일하고도 빚더미에 싸여 사채빚을 쓰도록 내몰리는 사람들. 죽기 전에 원없이 돈을 써보는 게 애초 목표였다고 말한 자살 노동자가 아프게 떠오른다. 이 영화의 배경으로 등장했던 어느 장면이 비슷한 시기에 본 다른 영화에서도 겹쳐서 어! 하고 놀랐던 기억이 난다. 이 영화를 본 언저리였으니 '공모자들'이나 '간첩'일 텐데 뭐였더라? 폐가 같은 구조에 아테네 신전 같은 건물 구조가 네모 반듯한 모습이었는데 정확히 생각이 안 난다. 적어라도 둘 걸, 궁금하네....

 

아무튼, 김기덕 감독 작품 중에서는 비교적 '대중적'인 작품이었다. 짧고 굵게, 과감한 생략과 함께!

 

★★★★★

 

 

 

 

 

 

 

 

 

 

59. 광해, 왕이 된 남자

 

이 영화를 보던 날은 우리 집에서 3차대전이 벌어진 날이었다. 거의 육탄전이 벌어질 뻔한 엄마와 언니를 떼어놓고, 엄마를 달래 드릴 마음으로 억지로 극장으로 향했다. 기분이 너무 다운되어서 영화도 싫다고 버티는 엄니를 억지로 모시고 가서 본 광해, 덕분에 10분 늦게 들어가서 앞부분을 다소 잘리긴 했지만, 다행히도 영화를 보고 난 다음에 엄마는 기분이 많이 회복되어 있었다. 그만큼 깨알같은 재미가 쏟아지던, 또 다분히 감동적이기도 했던 영화였다.

 

광해군의 행보를 살펴 보면 잘한 것과 잘못한 것들이 명백히 구분된다. 뭐 누구라도 그럴 수 있지만 광해군은 꽤 극적으로 대비된다. 명나라의 눈치를 살피느라 백성을 총알받이로 내몰지 않은 것은 훌륭하나 그 백성들의 등뼈가 휘도록 역사를 일으킨 것은 무척이나 모순된 행동이다. 대동법을 시작하고 동의보감을 완성하고 그밖에 전란으로 무너지고 엉킨 것들을 다시 일으켜내려고 애쓴 것도 그의 치적이건만 무리한 옥사를 많이 일으킨 것도 또 역시 그의 과오이다. 영화는 이런 상반된 모습을 보인 그의 행적을 두 사람의 것으로 나눠버린다. 좋은 광해군과 나쁜 광해군으로. 좋은 광해군은 임금과 똑같은 얼굴을 가진 광대 하선이다. 그는 임금 대신 아바타 역할을 했던 보름 동안에 수많은 사람들의 마음을 얻고 진심을 전달한다. 나쁜 광해군은 끊임없이 의심하고, 이용하고, 그리고 사람을 버린다. 그게 마음이든, 목숨이든.

 

(아아, 한참 쓰고 있는데 갑자기 창이 꺼져버렸다. 임시저장도 되어 있질 않다. 광해 리뷰는 다 썼는데 홀랑 날아갔다. 아아아... 오늘 여러모로 일진이 안 좋다...ㅜ.ㅜ)

 

다시, 기운을 내보다. 훌쩍....

 

이 영화를 보면 '데이브'가 바로 떠오른다. 아주, 아주 비슷하다. 결말 부분이 조금 다르긴 한데, 사건의 전개와 인물들의 설정은 무척 흡사하다. 패러디인가 오마쥬인가, 아님 우연의 일치인가! 모르지만, 개연성을 놓고 이야기한다면 데이브가 훨씬 설득력이 있다. 이 영화 속에서 하선이 해낸 일들은 '보름'이라는 시간은 아무리 허구라도 많이 무리수다. 그 부족한 부분들을 깨알같은 재미와 놀라운 연기를 선보이는 배우들의 매력으로 메꿔버린다. 천만 관객까지 동원할 영화라고는 생각하지 못했지만, 아무튼 롱런하는 것은 축하한다. 내년에는 연극으로도 올라가던데 그 역시 몹시 기대가 된다. 영화 '왕의 남자'가 겹쳐 보인다.

 

 

붉은 색과 아주 조화로운 금색이 마음에 든다. 게다가 초조하고 예민하고 고독하기까지 한 임금 광해의 표정이 그대로 살아 있다.

 

 

다른 사진을 보니 오른쪽에는 감독이 저 자세로 앉아 있었다. 1인 2역이니 누군가 분명 대역을 하고서 장면을 찍었을 테니 당연한 구도다. 뭐 누군들 한 사람은 있었겠지. ㅎㅎㅎ 아무튼, 저 장면에서 손과 얼굴의 각도가 무척 예술이었다는 말을 하고 싶었다. ^^

 

 

수트를 입어도 멋진 이병헌. 그의 최고 양복발은 영화 '달콤한 인생'에서였다. 주먹을 쓸 땐 오히려 열려 있던 양복 자켓의 단추를 채우던 그 모습이 기억에 남는다.

 

 

한효주는 참으로 단아한 매력이 있다. 수애 같은 느낌. 동양적인 느낌이 있다. 고전 작품도, 현대 작품도 두루 잘 소화해낸다. 너무 비슷하게 성형을 해서 매력이 없는 여타 배우들과는 차별성이 보인다. 순수 천연 얼굴인지는 모르겠지만 아무튼! 저 시크한 블랙 원피스, 참으로 탐나는구나!

 

 

오오, 찬란한 저 금빛 광채! 눈이 부실 지경이다. 저기 앉아서 책보면 눈부셔서 책을 못 읽을 것만 같다. 입이 참 커서인가. 이병헌은 웃는 모습도 아주 시원하다.

 

 

그 꿈 내가 이뤄드리리다! 이 대사 명장면이었다. 유머와 진지함을 모두 갖춘 진정한 연기자 류승룡! 아아아, 그가 허균으로 나오고, 그가 또 주인공인 영화 한편 나왔으면 좋겠다. 최종병기 활에서도, 내 아내의 모든 것과 이 영화 광해에서도, 그는 참으로 신명나게 빛난다. 아아 멋지다, 류승룡!

 

영화 중간에 이조판서를 '병조판서'로 잘못 부른 장면이 하나 있었고, 관원의 관모 날개가 아래로 처진 것은 살짝 아쉽다. 성종 이후로 관모는 평행을 이룬다. 그러니까 이 시대는 저렇게 날개라 아래로 내려가면 안 됨. ㅎㅎ

 

 

연출도, 명암도, 그리고 눈빛도 모두 훌륭하다. 이병헌은 인물도 좋고 연기도 잘하지만 목소리도 또 으뜸이다. 그에게 부족한 것은 기럭지 외에는 없다. 20년도 더 전에 본 뮤지컬 '코러스 라인'에서 그는 심사위원으로 나왔는데 그때 원없이 그의 생목소리를 들었는데 아직도 내 안에 감동으로 남아 있다. 사생활에 대한 소문이 무성하지만 내 알바 아니고, 이병헌... 참 조으다.

 

 

★★★★★

 

 

 

 

 

 

 

 

 

 

60. 간첩

 

이 영화가 코믹물인 줄 모르고 본 덕분에 무척 재밌게 봤다. 영화 소개 프로그램에서 이 영화를 본 직장 동료는 그게 다일 것 같다고 했는데, 나도 동의한다. 다행히도 그 소개 프로그램을 미리 보지 않았으니 아쉬울 건 없다. 북한을 소재로 한다면 감동을 주든가 아니면 아예 코믹으로 가야 할 것 같다. 어줍잖은 반공 구도로 가면 역효과만 날 것 같고. 남한 생활 10년 이상 된다면, 정말 간첩신고보다 치솟는 물가상승이 더 무서울 것 같다. 전세값이 오죽 올랐는가. 간첩도 장애 아이를 키우는 게 쉬울 리 없고, 간첩도 독거 노인으로 늙어가는 것을 두려워할 것이다. 간첩도 시골에서 소 키우고 있다면 한미FTA에 촉각을 곤두세울 것이다. 여기 바로 그런 문제들 때문에 흰머리가 팍팍 늘어가는 간첩들이 십수년 만에 떨어진 지령 때문에 뭉쳤다. 표적을 제거하지 않으면 자신들의 목숨이 위태롭다. 지켜야 할 가족도 많은 이들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임무에 착수한다. 이 표적을 제거하려고 뛰어든 과정과 작전은 무척 심각해서 잠시 재미가 덜하기도 했지만, 초반의 웃음과 결말의 찡한 감동, 또 반가운 반전 등은 그럭저럭 이 영화를 본전 생각나지 않게 만든다. 전작 '파괴된 사나이'도 그렇게 제법 괜찮게 본 영화였다. 그래도 김명민은 이런 배역보다 곧 이어 공중파에서 볼 '드라마의 제왕' 같은 카리스마 있는 악역이 더 매력적일 것 같다. 하얀거탑의 부활이 되지 않을까 혼자 기대해 본다. 아님 말고. ㅎㅎㅎ

 

참, 유해진은 웃음기 하나 없이 인상 쓰면 정말 무서워 보인다. 후덜덜한 포스로 누구에게도 밀리지 않음. 많이 웃고 살아야 할 인상이다. ^^

유해진 따라다니는 부하로 뮤지컬 배우 김법래가 출연했다. 뮤지컬 배우답게 목소리 울림이 장난이 아니었는데 많이 오버스러웠다. 오만석이 처음 드라마 출연했을 때 마냥. 김법래 씨도 영화나 드라마 쪽으로 폭을 넓히려면 극무대와의 차별성을 좀 두어야 할 것 같다. 어쨌든 만나서 반가웠지만.

 

★★★☆

 

 

 

 

 

 

 

 

 

 

 

61. 메리다와 마법의 숲

 

추석 연휴를 앞두고 모처럼 단축수업으로 일찍 귀가하는 길에 왠지 아쉬워서 보게 된 영화다. 줄거리를 전혀 모르고 보게 되었는데 포스터에 바로 영화의 핵심 내용이 나온다. '곰이 된 엄마를 구하라!' 정숙한 공주의 삶을 강요하는 엄마와 달리 자유분방하고 에너지 넘치는 스코틀랜드 왕국의 공주 메리다는 활쏘기의 명수다. 붉은 머리를 휘날리며, 한호흡 참아내고서 날리는 그녀의 활은 그야말로 짜릿함 그 자체였다. 박제된 삶을 거부하고자 비밀의 숲에서 마법의 주문을 건 메리다는, 그 부작용으로 곰이 되어버린 엄마를 원래 상태로 돌려놓기 위함 모험을 다시 시작해야 했다. 엄마의 사랑을 메리다가 깨닫고, 자신이 지나쳤다는 것을 깨닫게 되는 엄마의 훈훈한 결말은 당연한 바. 그래도 감동이 덜하지는 않았다. 그런데 개구쟁이 삼총사 어린 동생들이 설치고 다니는 장면에서는 소름이 돋을 지경이었다. 영화지만 지나치게 현실감이 들었달까.ㅜ.ㅜ

 

영화 시작 전에 보름달을 쪼개서 초승달(그믐달이었나?)로 만드는 석공들의 짧은 애니가 한편 소개되었다. 영화 금방 시작 안 한다고 살짝 화가 날 뻔했지만, 이 짧은 애니가 어찌나 예쁘던지 그런 마음은 삭 사라져버렸다.

 

자막이 올라갈 때 스티브 잡스에게 헌정하는 문구가 등장했다. 아, 벌써 일년이 되었구나. 그나저나 아이패드 미니가 나온다는데, 내가 원했던 사이즈가 이제 나와서 살짝 아쉽다. 근데 여전히 전화 기능은 없나? 그 사이즈에 전화 기능까지 있다면 안성맞춤일 것 같은데 말이다. 나야 아이패드2가 있으니 당장 살 일은 없지만서도...

 

★★★☆

 

 

 

 

 

 

 

 

 

62. 테이큰2

 

추석 연휴, 집안의 불화로 스트레스는 쌓이고, 그래서 크게 보고 싶지는 않았지만 볼 게 없어서 보게 된 영화였다. 그냥 1탄으로 끝났으면 좋았을 것을... 싶었다. 벌써 몇 해가 지났고, 그때도 꽤 나이가 있었던 리암 니슨은 그 사이 더 늙고 말았다. 당연한 얘기지만. 그래서 액션 영화는 솔직히 무리로 보였다. 움직임이 많이 느렸고 둔해 보였다. 대사로도 나오지만 정말 '지쳐' 보인다. 아무래도 시리즈 3탄은 좀 무리이지 않을까? 딸 킴 역의 매기 그레이스의 연기가 엄마 팜케 얀센보다 더 좋았다. 근데 매기 그레이스가 브레이킹 던에도 나왔던데 도무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 다음 달에 브레이킹 던 마지막 편이 개봉되니 그때 확인해 봐야겠다. 설마 알아보지도 못할 만큼 슥 지나가는 역은 아니겠지??

 

★★★

 

 

 

 

 

 

 

 

 

영화 이외의 9월 문화 생활이 더 있었는데, '어린왕자전'과 '노블레스 명품 콘서트', 그리고 여의도에서 있었던 '평생학습축제'는 이전 페이퍼에서 얘기하고 지나갔으니 패쓰하겠다. 아, 루브르 박물관도 이야기를 했었구나. 역시 패쓰!

 

마지막으로 남는 게 뮤지컬 '두 도시 이야기'다.

이 작품을 예매해 놓고서 디킨스의 소설을 읽기 시작했다. 좀처럼 몰입이 되지 않고 진도가 썩 나가질 못했다. 추석 연휴 시작되던 토요일에 전을 4시간 부치고 충무아트홀에 도착해 보니 피곤이 노도처럼 몰려왔다. 그 결과 초반에 살~짝 졸았다.ㅜ.ㅜ

 

 

 

책에서는 주인공이 찰스 다네이지만, 뮤지컬에서는 시드니 칼튼 쪽에 더 중심을 두었다. 그러니 류정한이 시드니인 것 당연한 것!(편애 모드!) 소설은 충분히 훌륭했지만 지나치게 장황했다. 그래서 쫌! 몰입이 힘들었다. 반면 뮤지컬은 그것들을 효과적으로 압축해냈다. 소설의 줄거리도 제대로 반영했고, 극적인 요소도 극대화시켰다. 요즘 우리나라에서 소개되는 뮤지컬들을 보면 내용이나 노래에서 다소 기대에 못 미칠 때가 있기는 하지만 '무대 연출'에서만큼은 실망을 느껴본 적이 없다. 이 작품도 그랬다. 그 다양한 무대 연출들이라니. 기술과 자본, 그리고 쌓아온 노하우의 힘일 것이다. 암튼, 엔딩은 참으로 절절! 최근 개봉한 용의자 X보다도 더 절절한 희생과 사랑이었다. 류칼튼님, 사랑해요! 맨 오브 라만차에서 만나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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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phistopheles 2012-10-29 00: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여전히 영화를 많이 보시는군요..^^ 전 위의 영화 중 단 한편의 영화를 보지 않았습니다. 단지 테이큰2의 예고편을 보며 가족을 지키기 위해 무섭게 변신하는 아버지보다 세월의 위력을 다시 한번 실감했습니다.

마노아 2012-10-29 20:35   좋아요 0 | URL
세월의 힘, 막을 도리가 없네요. 메피님, 요즘은 조금 한가해졌나요? 메피님 이름이 보니까 무척 반가워요.^^

프레이야 2012-10-29 19: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번엔 셋 찌찌뽕ㅎㅎ 두도시이야기 뮤지컬 부러워요, 마노아님. 근데 언니랑 어머니 싸움은 잘 해결되셨는지요. ㅠㅠ

마노아 2012-10-29 20:36   좋아요 0 | URL
뮤지컬 참 좋았어요. 다시금 류정한 러브러브 타오르고 있답니다. ^^
아아아, 두 사람의 싸움은 1차, 2차, 3차... 뭐 끝이 보이질 않네요. 파장이 저한테까지 많이 미치고 있어요.ㅜ.ㅜ

순오기 2012-10-30 00: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겹치는 건 4편이네요~ 피에타, 광해, 간첩, 테이큰2~
세월 앞에 장사없는 리암 리슨~ ㅠㅠ

마노아 2012-10-30 01:07   좋아요 0 | URL
그렇죠? 그 변함 없는 사실이 슬펐어요. 흑...ㅜ.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