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트북 : 밤의 이야기꾼
J. A. 화이트 지음, 도현승 옮김 / 위니더북 / 201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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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렉스는 자신에게는 보물과도 같은 나이트북을 버리기로 결심했다. 무서운 이야기 쓰기를 즐겨하는 12세 소년에게는 '평범함'이란 가면이 필요했다. 남들과 다른 비범함을 감당하기에 알렉스는 아직 어렸다. 하지만 누가 알았겠는가. 본인이 떠나보내려고 했던, 기꺼이 버리려고 했던 그 이야기 덕분에 마녀에게 납치 당하고 어마어마한 모험을 하게 될 줄이야!


헨젤과 그레텔 시절에는 과자로 어린이를 유혹했다면 21세기의 마녀는 아파트로 유혹했다. 단순히 달콤하기만 한 과자와 초콜릿이 아니라 어린이들이 각자 좋아하는 자신만의 최애로 유혹했다. 그건 공포 영화일 수도 있고, 할머니와의 추억이 담긴 맛있는 음식의 냄새일 수도 있고, 상상 속의 유니콘일 수도 있다. 갑자기 맞닥뜨린 마녀와, 그녀가 살고 있는 '살아 있는' 집, 자신보다 앞서 포로로 잡혀 있는 다른 소녀와 투명하게 몸이 변하는 고양이까지! 모든 게 낯설고 무섭고 두려운 상황의 연속이지만 주인공은 마녀의 손아귀 안에서도 오래 살아남을 무기가 있었으니 그것이 이야기였다. 이야기, 그것도 '무서운' 이야기를 듣고 싶어하는 마녀라니, 신선한 설정이었다. 


알렉스가 태워버리려고 했지만 태우지 못한 가방 안에는 나이트북이 몇 권 있었다. 대부분의 이야기는 짧았고, 12세 소년이 쓴 글답게 대단한 완결을 보이지 않아도 꽤 그럴싸했다. 그리고 어떤 이야기는 정말 오싹했다! 천일야화의 세혜라쟈드처럼 가장 궁금할 부분에서 적당히 끊어주면 마녀는 소년을 살려둘 수밖에 없다. 이야기를 계속 듣기를 원한다면! 이야기가 바닥나기 전에 도망칠 방법을 찾아야 했다. 마녀의 집에 펼쳐진 도서관은 황홀했다. 넷플릭스 예고편을 보니 영상으로 보는 마녀의 집은 더 근사했다. 역시 환타지!!


마녀는 마녀답게 오래 살았을 것이고, 이 집에 억류된 아이들은 당연히 알렉스가 처음이 아니다. 그러니까 그 아이들 중에는 알렉스처럼 탈출을 감행한 이들도 분명 있었을 것이다. 성공했든, 성공하지 못했든! 인간은 도전하는 존재니까!


이야기는 천천히 달아오른다. 처음엔 고양이 레노어처럼 심드렁하게, 혹은 먼저 잡혀온 소녀 야스민처럼 퉁명스럽게 읽어나갔다. 알렉스가 마녀에게 읽어준 초기 이야기는 이야기를 하다 만 느낌이었다. 아직 좀 더 불을 지펴줄 필요가 있었다. 첫번째 반등의 계기는 80쪽에 가서야 나타났다. 이 집을 거쳐갔던 다른 아이의 흔적을 책 속에서 찾은 부분이었다. 단서가 더 필요했다. 그 아이의 이야기가 궁금했다. 주인공 알렉스처럼 그 아이의 흔적을 나도 찾고 싶었다. 그러나 알렉스가 마녀에게 잡혀 있는 것처럼 독자는 책이라는 형식에 발목이 잡혀 있으니, 궁금하다고 그 부분 이야기 먼저 내놓으라고 닦달을 할 수가 없었다. 좋은 이야기에는 인내심이 필요한 법!


그렇게 탈출 기회를 노리는 주인공들처럼 독자도 조바심을 이기고 다음 책장을 넘겼다. 하이라이트는 190쪽이었다! 알렉스가 쓴 소설 중 가장 긴 이야기였고 가장 재밌고 반전의 묘미가 큰, 통쾌한 이야기가 펼쳐졌다. 주인공들이 도망칠 수 있는 길도 열린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끝이 아니었다. 위기는 반복되고 마녀는 만만하지 않은 존재니까!


12세 소년에게 흔히 기대하는 성향들이 있을 것이다. 적어도 무섭고 오싹한 이야기가 가득한 이야기 책은 좀처럼 상상하기 어려울 것이다. 하지만 그 오컬트적 취향이 마녀로부터 죽지 않고 살아남을 수 있는 계기가 되었지 않은가. 팀 버튼은 어린 시절 내내 우울했다고 했다. 공동묘지에서 주로 놀고 일년 중 할로윈 데이 하루 반짝 빛나고 나머지 날들은 어둡게 지냈던 아이. 하지만 그 독특한 성향을 가졌던 아이는 자라서 최고의 이야기꾼이 되었다. 어둡고 기괴하고 신비로운 이야기의 마술사! 나다움을 포기하지 않고 지키는 건 사실 쉬운 일이 아니다. 아이가 어리다면 남들과 다르다는 데에서 오는 불안함은 더 클 것이다. 그게 너야, 너다울 때 행복한 거야!라고 말해주는 인생 선배를 언제 만날지 알 수도 없는 일이니까. 


그러니까 이 책은, 독자에게 책 속 책의 흥미진진함과 흔치 않은 소재의 반전 매력과 때마침 필요한 교훈도 적절히 섞어준 우수작이라고 할 수 있겠다. 아마 넷플릭스 영화도 같이 본다면 재미는 더 배가 될 테지! 오늘처럼 하루종일 비가 오는 날에 읽은 '나이트북'이라니, 타이밍도 적절했다!


추신) 작품을 보면서 수년 전에 보았던 영화가 떠올랐다. '몬스터 콜'이라는 영화였고 원작 소설 제목은 '몬스터 콜스'이다. 같이 소개하고 싶다. 아름답고, 슬픈 작품이었다. 

소녀는 가족이 너무도 보고 싶었다. 아프도록 끔찍하게 사랑했다. 소녀는 망토에서 얼린 빵을 꺼냈다. 오늘 아침 가족의 레시피로 만들었다. 괴물이 깨어나고 비명이 들리기 시작하자 소녀는 한 입 베어 물었다. 맛있었다. - P1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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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틀 산타
마루야마 요코 지음, 정회성 옮김 / 미디어창비 / 201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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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타에게도 휴식이 필요하죠. 산타의 가족에게도 크리스마스 선물은 필요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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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돌이 2021-01-02 17: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노아님 새해 복많이 받으세요. 크리스마스 인사는 너무 지나서.... ㅎㅎ 하지만 마노아님에게도 크리스마스 선물이 갔기를요. ^^

마노아 2021-01-04 00:11   좋아요 0 | URL
바람돌이님! 해피 뉴 이어~입니다! 크리스마스 2부는 되게 울적했는데 크리스마스 날은 즐겁게 보냈어요~ 새 출발하는 2021년도 선물같은 한 해가 되기를 기원합니다!! 우리 건강하게 한 해를 시작해 보도록 해요~

2021-01-05 10:13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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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1-07 00:53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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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2-03 17:09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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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2-06 00:13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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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2-24 16:59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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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2-25 00:46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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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3-09 16:49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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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3-12 00:36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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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킨토시가 만든 자세한 예시들 덕분에 많은 백인들이 자신의 특권을 돌아볼 수 있었다.
...
-내가 승진에 자꾸 실패한다면 그 이유가 성별 때문은 아닐 것이다.
-내가 밤에 공공장소에서 혼자 걷는 걸 무서워하지 않아도 된다.
-내가 책임자를 부르면 나와 같은 성별의 사람을 만날 것이 거의 분명하다. 조직에서 더 높은 사람일수록 더욱 확신할 수 있다.
-내가 운전을 부주의하게 한다고 해서 나의 성별을 탓하지는 않을 것이다.
-내가 많은 사람과 성관계를 한다고 해서 비난과 조롱의 대상이 되지는 않을 것이다.
-나의 외모가 전형적인 매력이 없더라도 큰 문제가 아니며 무시할 수 있다. - P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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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11-10 09:49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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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11-15 21:46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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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12-02 14:45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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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12-04 01:36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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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리 머그 - 위대한 개츠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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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꺼운 유리잔이 필요했는데 맞춤이 나타났다. 게다가 위대한 개츠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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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돌이 2020-11-01 01: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앗 마노아님 안녕하세요 오랫만이예요. 건강하시죠?

마노아 2020-11-01 01:10   좋아요 0 | URL
헤헷, 진짜 오랜만이지요? 요새 책을 통 못 읽어서 알라딘 방문이 뜸하네요. 그래도 이렇게 반가워해주시는 분들 계시니 힘이 납니다. 바람돌이님도 건강히 잘 지내고 계시지요?
 
어린 왕자 분리수거함 (3개 1세트) - 직사각_40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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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투명비닐과 투명 페트병도 분리해야 하니 여러모로 필수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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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7-06 10:27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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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7-08 00:28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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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8-03 09:44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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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8-05 11:40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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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8-27 22:25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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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노아 2020-08-27 22:38   좋아요 0 | URL
부직포 재질이라 책 담아 옮길 수 있을 것 같아요

2020-09-12 17:00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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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9-12 23:44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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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10-14 14:03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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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10-15 15:01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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