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11월에 머리에 폭탄을 한 방 맞았고, 그 덕분에 그 주와 그 다음주였던 지난 주에 무척 우울했더랬다. 지난 주 화요일에 야곱과 함께 시사부흥대성회를 가던 날도 꼭 그런 기분이었는데, 그날 야곱이 내게 천사가 되어주었다. 어떤 위로로도 내 기분이 풀릴 것 같지 않았는데 한 번도 들어보지 못한 단어가 내 가슴을 파고들었다. 야곱은 글만 잘 쓰는 게 아니라 말도 잘하는구나!
2. 아무튼, 그렇게 해서 화요일 밤에 떡볶기와 맥주 만찬을 즐기며 해피모드가 될 수 있었다. 수요일은 추적추적 비가 내렸고 여의도에 같이 가자고 할 만한 사람이 없었다. 혼자라도 가자!하는 마음으로 출발했는데 역시나 좀 외로운 길. 사람이 너무 많아서 화면도 안 보이지만 소리도 잘 안 들렸다. 몇 번을 자리를 옮기고 옮겨서 마침내는 바닥에 돗자리 깔고 앉을 수 있었다. 앉으면 덜 추울까 싶었지만 역시나 콧물은 고드름이 되는 수준!
많은 게스트가 있었는데 정동영 의원이 나왔을 때 야유가 터져나오고, 김선동 의원이 나왔을 때 환성이 터져나와서 좀 의외였다. 정동영 의원이 안티가 많은 것은 알지만 그래도 요즘은 좀 진성성이 보이지 않던가? 다른 건 몰라도 이 때는 김선동 의원이 좀 속상했다. 체루탄이 제대로 터지기라도 해서 뭔가 성과가 있었다면 방법이 후졌더라도 좀 좋게 봐줬을 것도 같은데 이도 저도 아닌 상태에서 괜히 아군 전력만 낮춘 것 같아서 말이다. 내가 너무 단순하게 생각한 것일까?
나꼼수 4인방의 목소리 중 정봉주 전 의원 목소리가 가장 선명했다. 마이크를 어떻게 쥐느냐에 따라서 들리는 소리가 다른데, 주진우 기자 목소리는 거의 들리지 않았다. 역시 정봉주 의원이 마이크를 쫌 안다.ㅎㅎㅎ
3. 이날 꽁꽁 얼어서 집에 돌아왔는데 엄마가 무슨 얘기를 하시려다가 관두신다. 피곤해서 더 묻지 않았는데 다음날 사정을 알았다. 엄마는 내가 수영도 가지 않고 갑자기 뛰쳐나가길래 속상해서 바람 쐬러 나갔다고 여기신 것이다. 그리고는 큰언니에게 전화를 걸어 애가 담대하지 못하다는 둥, 속상해서 어쩌냐고 하소연을 하셨단다. 하하하....;;;;; 내가 쫌 많이 속상하기는 했지만, 그래도 내 힘으로 어쩔 수 없는 문제에 대해서 길게 고민하지 않는다는 걸, 엄니가 아직 모르신다.ㅎㅎ
4. 요새 한 주 늦는 타이밍으로 보고 있는 드라마는 '천일의 약속'이다. 김수현표 대사는 듣는 사람을 몹시 피곤하게 만드는 힘이 있지만, 배우의 목소리에 따라서 피로도를 낮출 수도 있음을 알아버렸다. 수애의 나직하고 차분한 목소리는 많은 양의 대사를 치고 나와도 그 자체로 스트레스가 되지 않는다. 이 드라마는 김해숙의 재발견을 보여주었는데, 연기 잘하는 것이야 알고 있었지만 특유의 인상 찡그리는 표정이 싫었더랬다. 맡는 배역마다 지지리 고생 많이 하는 엄마의 전형이어서 그것도 싫었다. 그런데 이번에 아주 고상하고 교양 있고 소양 있는 어머니 역을 맡았다. 드라마 속 있는 집 여사님들은 하나 같이 양심도 없고 가식적이어서 그것으로도 참 피곤한데, 그렇지 않은 좋은 어머니 역할이다. 김수현 작가가 만들어 놓았지만, 그걸 잘 소화해 주어서 참 기쁘다. 그나저나 백지영은 대박 드라마 ost만 부르나보다. 잘 부르기도 하지만, 작품을 잘 만나는 운도 대단하다.
5. 드라마에서 수애는 알츠하이머, 치매 환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녀를 선택한 김래원의 캐릭터는 그야말로 순애보 그 자체다. 우여곡절이 많았지만 아무튼 그들은 목숨 걸고 사랑을 하고 있다. 지난 주 목요일에 만난 친구의 오빠는 1월 초에 결혼하기로 식장 예약까지 되어 있었다. 그런데 5년 전에 갑상선암을 앓았던 예비 신부가 병이 재발했음을, 그리고 폐에 전이 되었음을 알려왔다. 그야말로 마른 하늘의 날벼락이었을 것이다. 결국 결혼식은 깨졌고, 예비 신랑이었던 친구의 오빠는 현재 폐인 모드가 되어서 술로 지새우고 있다 한다. 중매 결혼이었으니 이 정도지, 만약 연애 결혼이었으면 파장이 더 컸을 것 같다. 드라마 속에선 치매 환자하고도 기꺼이 결혼을 하는 그런 순정파 사내가 있지만, 현실에서 그같은 결론은 참 힘들어 보인다. 어느 한쪽을 편들 수도 없는 난처함과 속상함이 있다. 지난 주까지 보았는데 수애가 임신까지 했더만, 참으로 잔인한 운명이다.
6. 그나저나 요새 내 안에 자꾸 수애가 자리하고 있다.
지난 주에 교무실에서 있었던 일인데, 오전에 먹으려던 약을 오후까지 안 먹었던 게 생각나서 물 한컵 뜨러 일어났다. 교무실 왼쪽 자리였는데 오른쪽 끝에 정수기가 있었다. 컵을 들고 가서 물을 한 컵 시원하게 마시고 자리에 돌아오니 남아있는 내 약들. 아뿔싸, 물을 뜨러 갔는데 물을 마시고 왔구나! 결국 다시 물을 뜨러 갔고 물 두컵 연달아 마셔야 했다.
그리고 오늘, 약을 먹고 컵을 식탁 위에 올려놓았는데 방금 먹은 약봉지 말고도 뜯어진 약봉지가 하나 더 있다. 얼라? 보아하니 내 철분약인데 이 무슨..... 기억을 더듬어 보니 어제 먹겠다고 약봉지를 뜯어놓고 물만 마신 채 방치해 둔 거였다. 그걸 오늘 알아차린 거다. 하아... 요새 이런 사례가 너무 많아....;;;;
얼마 전부터 야곱 덕분에 하게 된 알바가 있는데 며칠 전에 그와 관련해서 어떤 제안을 한 적이 있다. 전화 너머에서 야곱은 우리 책에는 꼭 필요한 정보가 아니기 때문에 아깝지만 버려야 한다고 했다. 생각해 보니 맞는 말이어서 알았노라며 전화를 끊었는데 왠지 기시감이 든다. 아뿔싸! 약 두 달 전에 이 일과 관련해서 모니터링을 먼저 했을 때도 내가 똑같은 제안을 했고 그때도 야곱은 본질에서 벗어난다며 사양했었던 게 떠오른다. 아, 챙피해 챙피해....;;;;
이런 식의 사례는 무지 많지만, 내 안의 수애가 자꾸 커져서 에피소드들을 잊어버렸다. 킁...;;;
7. 지난 달에 알라딘이 달력을 2종 내면서 이벤트를 열었다. 포토 리뷰 쓰는 거였는데 적립금 3천원 주는 거던가 그랬다.
마일리지를 천원씩 차감하는 달력인데 나는 서재 달력만 마음에 들었다. 그래도 리뷰 쓸 때 비교하면 좋을 것 같아서 두 개 다 구입했는데 바빠서 쓰지 못하는 사이 이벤트가 조기 종료되었다. 흑... 슬프다...ㅜ.ㅜ
8. 그리고 리브로. 지지난 달과 지난 달이었나? 50% 할인 이벤트가 있었다. 구간 도서에 한해서, 이미 할인된 가격의 책들을 다시 50% 할인해 주는 거였으니 할인 폭이 꽤 컸다. 그 바람에 엄청 질렀다는 건 두말 하면 잔소리. 암튼, 그 바람에 리브로 달력도 많이 생겼다. 여기에는 구간 도서를 2만원 이상 사면 3천원 할인해주는 쿠폰이 매달 들어 있다. 하여, 혹시 리브로에서 구간도서를 살 일이 있으신 분은 리플 달아주시면 쿠폰 번호 알려드릴게요. 2명 가능합니다. ㅎㅎㅎ
9. 올해도 어김 없이 머그컵 행사 시즌이 돌아왔다. 2일부터 행사 시작한 것은 나름의 홍보 전략일 테지? 신한 카드 소지자들은 대개 1일에 이미 질렀을 테지만, 나처럼 머그컵 행사를 피하지 못하는 인간은 다시 또 주문을 할 수밖에 없다. 이번에 도착한 머그컵은 노랑색이다. 색을 고르기 위해선 차후 8만원 어치를 더 지를 것인가, 아님 컵 하나로 만족할 것인가 고민해 봐야겠다. 컵이 좀 얇아 보이고 투박한 편이어서 아주 큰 미련은 없지만, 그래도 집착은 남아서 말이지....;;;;
그리고 다음 번 주문에는 아마도 이 녀석이 포함될 것이다.
이걸 보면서 웃을 수 있을지, 아니면 짜증이 더 날지는, 보고 나서 판단해야겠다.
10. 지난 달에 이벤트로 발급 받은 롯데 포인트 3천 점이 있었다. 사용하지 않으면 12월 초에 회수한다고 해서 7일 날짜로 영화를 예매해 놓았지만 바빠서 영화 시간을 세 차례나 연기했는데도 결국 보지 못하고 취소했다. 그리고 8일 날짜로 다시 브레이킹 던 1편을 예매했다.
목요일에는 낮에 약속이 있었는데 생각보다 일찍 헤어져서 내가 예매한 시간이 2시간 이상 붕 떴다. 6시에 극장에 도착해서 8시 40분 표를 6시 20분 표로 바꿔달라고 했다. 직원 분이 친절하게 예매 취소를 해주고 재예매를 진행했는데 또 다시 8시 40분 표를 끊은 것이다. 해서 다시 취소하고 예매를 하려고 했는데, 알고 보니 내가 전광판에서 보았던 6시 20분 표는 금요일 시간표였다. 목요일 당일 표와 금요일 시간표가 함께 제시된다고...(제기랄!)
해서 다시 예매해도 8시 40분인데, 내 표는 이미 취소되었고, 난 포인트도 쓰지 못했고, 할인도 받지 못했고! 어쨌든 시간을 죽이긴 싫어서 가장 빨리 볼 수 있는 영화를 골랐다. '오싹한 연애'. 우리 동네 극장에선 평일 주말 구분없이 7천원인 것을, 천원 더 주고 예매하고, 게다가 할인도 못 받고... 히잉.... 아무튼, 영화를 보았다.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무서웠고, 기대보다 더 재밌었고 애틋했다. 난 이민기가 참 좋더라. 태릉선수촌 시절부터 눈에 띄었다. 손예진이 연상이라는 게 너무 각인되어서 몰입을 방해했지만, 아무튼 참 예쁘더라. 어휴....!!!
극장에서 쓰지 못한 포인트는 결국 귀가하면서 롯데 슈퍼에 들러 다이소표 털바지 하나 샀다. 포인트 회수되기 전에 쓰기, 참 힘들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