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시 속의 새, 그림 속의 새 1
정민 지음 / 효형출판 / 2003년 6월
평점 :
절판


사실 그런 추억은 없지만, 이 책을 읽으면서 느낀 것은 추운 겨울 밤,  화롯불 곁에 모여 할머니의 구수한 옛 이야기 듣는 꼭 그런 분위기가 연상되었다.

옛스런 글들과 그림, 그 속에 담겨 있는 상징과 숨은 이야기들.

그러한 주제에 관심을 가진 작가의 호기심도 사실 놀라웠고, 그 많은 문헌들과 고서적들, 그림들을 다 어떻게 찾아 보았을까 신기하기 그지 없었다.

작가분이 워낙 신기록에 목숨 거는 타입이란 소리를 듣긴 했지만, 독자 입장에서는 그같은 호기심은 좋은 에너지가 아닌가 싶다.

다만 읽으면서 아쉬운 점들은, 작품에 대한 것보다, 우리들의 생활 패턴에 관한 것인데, 너무 서양식으로 길들여져 있어서 동양학, 동양화, 동양 문학 등등에 너무 문외한이라는 것. (일단 용어에서부터 문제가  벌써 있지 않은가.)

집안에 할머니 할아버지나 혹은 몹시 교양 따지는 식구가 있기 전에는 이런 종류의 시와 그림 등등은 부러 책을 찾아보기 전에는 결코 쉽게 만날 수 없는 문화 충격이다. 사실 나는 이 책을 도서관에서 빌려 보았는데, 대여자가 거의 없었다(ㅡ.ㅡ;;;;)

이런 책이, 이런 지식이, 이런 교양이, 특별한 것이 아닌 '상식'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대중에게 반드시 필요한 지식은 아니지만, 그래도 보다 가깝게 느껴지는 '문화'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그런면에서, 정민 선생님의 일련의 작업들은 박수를 치며 격려하고 싶다.  또 고맙다는 인사도 전하고 싶다.

그나저나 이미 여름과 진배 없는 날씨 속에서 한겨울에 읽으면 좋을 책을 추천하고 말았다. 으핫, 그래도 읽을 사람은 읽고, 무시할 사람은 무시한다.(ㅡㅡ;;)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혜성.유성.소행성 사이언스 어드벤처 3
존 맨 지음, 이충호 옮김 / 다림 / 2002년 1월
평점 :
절판


중학교 시절에 전라도 광주로 수련회를 갔다가 쏟아질듯 덤비는 별을 보고는 천문학자가 되고 싶다고 생각했다. 별보기를 좋아한다는 것만으로 천문학자가 될 수는 없다는 사실을 한 달 뒤 중3 학생이 되어서야 알았다ㅡ.ㅡ;;; 게다가 수학도 잘해야 된단다.

그래서, 포기했다. 난 그냥 별보기를 좋아하는 것만으로 만족할래...;;;;;

웃기지만, 정말 그랬다. 지금이야 애써 보려고 해도 겨울철 아니면 별이라고는 거의 보이지 않는 서울 하늘이지만, 바쁘다는 핑계로, 혹은 잃어버린 감성으로 하늘보기가 그리 녹록치 않다.

그래도 가끔 무심코 바라본 하늘에서 반짝이는 별 몇 개를 발견할 때는 몹시 기분이 좋아지고는 한다.

그래서 도서관에 들르게 되면, 별과 관려된 책자들을 흘끔흘끔 쳐다보고는 했다.

이 책은 그렇게 해서 고른 책이다. 혜성, 유성, 소행성... 책자가 얇고 그림은 올칼라에 글자도 그닥 작은 문고판이 아니었기에 만족한 마음으로 집어들었다.

아무래도 전문 내용이 많이 나오고 소프트하게 읽히는 책이 아니어서 산문처럼 휙휙 넘어가지는 않았지만, 꼼꼼히 읽어보고 나름대로 흡족해 했던 독서였다.

특히 표지 그림에서 속도가 느껴지는 혜성의 모습과 배경으로 자리한 숱한 별들의 존재가 꽤 맘에 들었다.

얼마전 우주인 신청 등록에 막 생일을 맞아 나이를 겨우 채운 학생이 하나 있었다고 기사를 보았는데, 난 우주에 대해서 호기심은 있어도 내가 직접 우주에 나가본다는 생각 자체에는 그닥 관심이 없어왔다. 뭐랄까. 그냥 낭만과 호기심, SF판타지의 영역만으로도 우주는 내게 매력적인 존재이니까... 그런 마음.

그렇지만 또 모르겠다. 우주를 여행할 수 있는 길이 열려지면 만사 제치고 우주여행에 목숨을 걸지도.

그러나 지금은 이런 책 하나 보는 것으로도 충분히 행복해진다. 꼭 신화를 만나는 것처럼.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체사레 보르자 혹은 우아한 냉혹 시오노 나나미의 저작들 18
시오노 나나미 지음, 오정환 옮김 / 한길사 / 2001년 12월
평점 :
품절


시오노 나나미가 주목하는 역사적 인물들은 비슷한 매력을 갖고 있다. 하나같이 뱀같이 지혜롭고 용같은 카리스마를 지닌 것. 

마키아벨리란 이름도 '정치적'인 카리스마가 있는데, 그가 모델로 삼았다고 하는 인물이니 체사레 보르자가 어떤 성격을 가졌을 지란 이미 상상이 되고도 남음이 있다.

그런데 캐릭터보다도 내게 매력을 주고 이 책을 보게 만든 것은 바로 '제목'이다. 우리나라 번역에서만 이렇게 지은 것인지, 혹은 시오노 나나미 그녀가 이렇게 지었는지 확실히 모르겠지만, 제목이 너무 근사하다. '체사레 보르자'와 '우아한 냉혹'은 대구를 이루고 있는데, 동일성격이 아님에도 둘은 같은 것이고 '우아한'과 '냉혹'도 동일 성격의 대구가 아닌데도, 동일인물을 묘사하면서 하나의 의미가 되어버렸다. 대체 우아하면서 냉혹하기까지 한 이 잔인한 전략가가 어떤 인물인지 궁금하지 않을 수가 없다.

작품은 마치 소설책처럼 읽혀진다. 난 이 책을 역사책으로 분류하곤 했지만, 막상 리뷰를 쓰자니 역사책으로 골라 놓기가 조금 망설여졌다. (알라딘 분류는 인물/평전이다.) 아무튼 이것도 시오노 나나미의 전형적인 특징인데, 너무 드라마틱하게 글을 써서 그것이 소설인지 역사책인지 모호하기까지 하다는 장점과 단점을 동시에 지니고 있다. 어쨌든 내 입맛에는 그래서 더 맘에 들지만. ^^ (무조건 쉽고, 감동적인 글을 좋아한다.)

페이지가 짧은 편이 아니지만 마치 스릴러 영화를 보듯이 내용이 전개되기 때문에 책은 금방 읽을 수 있다. 읽으면서 체사레 보르자에게 어느덧 동화되어 마지막에 비참한 죽음에 이르는 장면에선 안타까움마저 느낄 수가 있었다. 그런데, 다 읽고 나서는 뭔가 찜찜하다. 마치, 세뇌된 기분이 들었다.

그건 로마인 이야기를 읽고나서의 느낌과 조금 비슷한데, 몹시 매력적이고 몹시 탁월한 전략가이며 너무 뛰어나서 이런 사람은 죽으면 안 돼!!!하고 마구마구 외쳤던 카이사르가, 그래도 사실 독재자였던 것은 사실이지 않은가....라는 중얼거림과 비슷한 울림이다.

이를테면, 인기 드라마에 등장하는 '멋진 악역'을 보면, 그 사람이 그렇게 악독해진 데에는 이유가 있고, (더군다나 잘 생기기까지 한) 그래서 일종의 '모성애'를 자극하며, 그의 악행에 면죄부를 주고 싶어지는 마음 같은 것. 체사레 보르자가 카리스마 빵빵한 냉혹한 우아함을 마구 발산하기는 했지만, 그래도 좋은 놈은 확실히 아니었고, 그 죽음에 있어서는 인과응보적 성격도 있는 것인데, 그런 것은 아무래도 좋고 그저 죽음만이 안타깝게 느껴지니, 읽고나서도 나의 편애에 내가 혼란스러워지는 것이다.

그래서, 냉정해지기로 했다. 이 책의 수확은 황미나 作 '불새의 늪'의 '쥬델'같은 캐릭터 체사레 보르자의 우아한 매력을 느낀 것이 아니라, 그 시절 이탈리아의 분위기를 눈치챈 것이라고. 그렇게 생각하지 않으면 어쩐지 부끄러워지니까..;;;;

덧글, 그래도 나는 시오노 나나미의 이런 글쓰기가 좋다. 그녀의 에세이들은 사실 공감도 별로 안 되고 너무 딱딱해서 오히려 역사물을 쓸 때보다 더 건조하기 이를 데 없으니 내 취향은 절대 아니었으니 말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7)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농담
이형식 옮김 / 궁리 / 2004년 1월
평점 :
절판


읽기 어려웠다.

지은이의 스펙을 보건대 분명 나의 수준이 떨어지는 것일 테지?

동서양을 아우르고, 고전과 현대를 아우르며 농담을 펼치고 있는데, 전혀 웃기지 않음은 역시 나의 수준이 떨어짐이겠지?

열심히 모으고 열심히 정리했을 텐데, 짜집기로만 보이니 이것 역시 나의 수준이 미달인 것이겠지?

표지도 분위기 있고, 적당한 여백과 함께 '농담'이라고 하는 두 글자가 무게 중심을 잘 이루고 있는데 정말 가볍다 못해 날아가게 생겼는 것은 역시 나의 모자람 때문일 것이다.ㅡ.ㅡ;;;;

이 책 읽고 진지하게 웃어보자고 저자는 이야기 하는데, 하나도 진지해지지 않고 하나도 웃기질 않으니 나는 정말 함량 미달의 독자임에 분명할 게다.

21세기를 살고 있는 우리는, 웬만한 것 아니고는 좀처럼 웃지도 않고, 사교성을 요구하는 모임에서 적당한 유머 한마디를 알지 못하면 센스부족으로 낙인 찍히는 이 시절에 떡!하니 나온 책인데 설마 독자들의 웃음 보따리를 고려하지 않았을까. 그러니 분명 나의 한없는 부족함 때문일 거야...!!

그렇지만 그럼에도 내게 부족하지 않았던 선견지명 하나 있었으니, 이 책을 사보지 않고 도서관에서 빌려보았다는 것.

첫 몇장에서 책을 놓아버리는 선견지명은 부족했지만, 그래도 사서 본 후의 후회는 막았으니 조금은 현명한 판단이었잖아. 그래, 그럴 거야.ㅡ.ㅡ;;;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매트릭스로 철학하기
슬라보예 지젝 외 지음, 이운경 옮김 / 한문화 / 2003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매트릭스가 한참 2,3탄이 나오면서 열풍이 불 때. 또 이런 제목류의 책이 많이 나올 때 이 책을 만났다.

사실 번역을 하신 분과 친분이 있어 책을 얻어보았다. 아직 대학생일 때였는데, 지하철로 등학교 하면서 보려니, 영 집중이 안 되는 것이다. 음악을 들으면서 책을 보아도 역시 마찬가지였다.

그래서 결국, 도서관에 앉아서 보았다. 조용히, 생각을 집중하고... 그랬더니 내용이 이해가 되는 듯 보였다.

여러 교수님들이 이 책의 집필에 참여했는데, 솔직히 모든 사람의 논리가, 그들의 주장이 다 이해가 되지는 않았다. 당시 나의 지적 수준으로는 솔직히 어려웠다.

그래도 2/3 정도는 잘 이해가 되었고 꽤 재미 있었다. 이런 깊은 의미가 있었단 말인가?

게 중에 가장 인상 깊었던 내용은, 빨간약을 먹었든 파란 약을 먹었든.... 즉 매트릭스 안에서만 살든, 그것의 허구를 알고 살건 결국 결론은 똑같다는 내용이었다.  읽은 지 오래 되어서 지금 정리하자니 말이 잘 안 이어지는데, 이때 작가가 전개한 논리가 꼭 소피스트들이 궤변을 늘어놓으며 상대적 논리로 다른 사람에게 논리적 수긍을 받아내던 장면이 떠올랐다.

사실 그때는 잘 못 알아차렸지만, 이 책 안에, 그리고 영화 매트릭스 안에 무수히 많은 철학적 사변이 담겨 있었다.  내 친구의 학교에서는 교양 철학 시간을 이 책으로 공부했다고 하던데 무척 재미 있었고 또 감탄도 많이 했다고 말했었다.

좀 더 나이를 먹은 지금 이 책을 다시 읽으면 아마 더 많은 숨은 뜻들을 찾아낼 것만 같다.

철학적 공부를 더 힘쓰고 이 책을 본다면 아마 더더욱 많은 메시지들을 간파하며 읽을 것 같다.

그렇지만 그리 되려면 내가 보다 부지런해져야 할 것 같다.

 


댓글(4) 먼댓글(0) 좋아요(8)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2008-01-21 23:0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8-01-22 02:14   URL
비밀 댓글입니다.

candism 2008-01-23 16: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헤아려주셔서 감사합니다.
편집자로서 원서의 유머 감각을 너무 사랑한 나머지
번역자에 대한 소개글에서도 그런 톤을 이어가고 싶었답니다.
하지만 더 많은 분들이 공감할 수 있는 유머를 생각하지 못한 점이
제게도 아쉬움으로 남습니다.
너그러운 마음을 보여주셔서 감사합니다.(^^)(--)(__)

마노아 2008-01-23 16:27   좋아요 0 | URL
별말씀을요. 덕분에 좋은 책 보았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