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크 로드: 사막을 넘은 모험자들 시공 디스커버리 총서 4
장 피에르 드레주 지음 / 시공사 / 1995년 2월
평점 :
품절


시공 디스커버리 총서는 가격 대비 만족도가 높은 책이다.  적은 페이지지만 여백 없이 빼곡하게 정보며 자료가 꽉 차 있으니까.  다만 사진이 들어간 관계로 광택이 있어 눈이 좀 아프다는 게 흠이지만... (대체 왜 이걸 해결한 종이가 없을까? 단가가 너무 센가??ㅡ.ㅡ;;;)

아마도 관심 분야가 더 많은 쪽인지라 폼페이 최후의 날보다는 빨리 읽혔다.  다행히도^^

대체로 맘에 들었는데, 지은이가 서양인이기도 하지만 너무 서구 중심적, 혹은 그쪽에 비중을 두고 이야기를 해서 불만이었다.

동양에서 서양으로의 진로는 비단과 자기가 전해졌다는 것 정도로 짧게 언급되었을 뿐이고, 서양에서 동양, 즉 중국을 찾아간 길은 시대별로 사람별로 자세하게 그리고 정성을 들여 페이지를 할애하고 있는 것이다.   

물론, 여기엔 근본적으로 중세까지 역사 발전 속도가 동양이 월등히 빨랐다는 이유가 전제되어 있다.  당시 선진국은 중국을 비롯한 동양권이었기에 중국쪽에서 서양으로 이동할 필요성은 크게 느끼지 못했다.  오로지 서양 쪽에서 목매어 중국과 교류하기를 원했을 뿐.

그러나, 작가가 어디 그런 설명을 하는가?  그냥 서양인들이 더 모험정신이 투철하고 호기심이 많아서 중국 여행을 많이 했다~라는 식으로 생각하지.

그래도 이 책을 읽고 난 뒤의 감상은 대체로 만족스럽다.  마르코폴로의 동방견문록과 이븐 바투타의 여행기 등도 한 번씩 찾아보고 읽고 싶다는 충동감을 주었으니 말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조선 사람들, 혜원의 그림 밖으로 걸어나오다
강명관 지음 / 푸른역사 / 2001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학생들한테 조선 시대 유명한 화가 두명만 말해 봐! 라고 물어본다면, 십중 팔구 김홍도와 신윤복을 얘기할 것이다. 뭐... 나한테 물어봐도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

제목도 긴 이 책은, 혜원의 그림을 통해 당시의 시대 모습을, 금기시되었던 많은 것에 대해 과감히 도전한 신윤복의 재기 넘치는, 그리고 적당히 긴장감을 주는 그림들에 대하여 얘기하고 있다.

저자는 그림이 아닌 '풍속'을 읽고 싶다고 말했는데, 그의 말대로 이 책은 그림 이상의 것을 보여준다.

혜원의 그림은 특이하게도 항상 여성이 나온다.  그것도 양반댁 부녀자가 아니라 기생이나 주막집 주모 등, 비교정 당시 시대에 공개되었던 여성에 대하여서 그렸고, 또 이야기를 한다.  그리고 이들과 함께 나오는 남성이란 모두 욕망을 드러낸 사람들이다.

여인네들이 단오날 머리 감고 목욕하는 장면을 훔쳐보는 것이나, 뱃놀이 가서 여인을 희롱하는 모습이나, 또는 한밤중에 몰래 만난 남녀의 모습 등, 정도의 차이는 있어도 '욕정'을 가진 사람들을 묘사하고 있다.  그것을 천박하지 않게, 그러나 또 너무 점잖지는 않게 묘사한다.  그 수위를 맞추는 것도 보통 일이 아닐 것 같은데, 혜원의 그림은 아찔한 순간을 묘하게 비켜간다.

물론, 이것은 우리가 흔히 떠올리는 풍속화에 춘화집을 포함시키지 않았기 때문. 김홍도의 그림도 춘화집에서는 얼마나 적나라하게 나오는지, 그의 그 익살스런 그림들과 동일인물이 그렸다고 상상하기 어려울 지경이다.  게다가 조선 시대에!(이 책 뒷부분에도 언급된다..;;;)

이 책엔, 우리가 잘못 알고 있는 상식들을 바로잡아 주는 역할도 한다.  이를테면 사극에서 대갓댁 양반들이 기방에 출입하면서 술잔을 기울이는 장면이 나오는데, 당시 조선에서는 그게 가능하지 않았다는 것.  술을 마시고자 하면 이른바 출장!을 와야 했다.  바로 기생들이...

가마에 대한 이야기도 나는 인상 깊었다.  지붕이 있는 유옥교는 양반의 부녀자만이 탈 수 있고, 지붕이 없는 가마바탕은 기생이나 첩이 타는 용이라는 것.  당시엔 지붕있는 가마를 탈 수 없는 기생들이나 첩이 억울했겠지만, 글쎄.. 꽁꽁 갇혀 사는 것도 부럽지는 않아 보인다.

조선 시대 의녀들에 관한 정보도 매우 놀라웠는데, 덕분에 허준이나 대장금에서 보여지던 의녀들에 관한 에피소드들이 잘 이해가 되었고, 개화기 이후 간호사들에 대한 사람들의 선입관도 잘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그림을 보다 보면, 절 풍경, 놀이 풍경, 절기, 등등을 조금씩 들여다볼 수 있는 단서가 된다.  혜원은 속세의 육욕을 넘어서야 할 스님들의 욕망도 비틀어 보여주며 은근한 비판을 가한다.  일종의 만평같다고 할까.

이 책은 오주석씨의 "한국의 美 특강"만큼 재밌게, 매끄럽게 읽히지는 않는다.  나름 집중력을 요구하는데, 그래도 대중적인 책임에는 분명하다.  화보가 실릴 때는 대부분 광택이 있는 그림을 써서 눈을 피로하게 하는데, 이책은 그 느낌도 적은 것이 장점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생일 - 사랑이 내게 온 날 나는 다시 태어났습니다 장영희의 영미시산책
장영희 지음, 김점선 그림 / 비채 / 2006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장영희씨를 떠올리면 서강대 교수님... 보다 칼럼니스트, 번역가란 이름으로 먼저 떠오른다.  아마도 내게는 선생님으로 만난 적이 없으니 그녀의 책을 먼저 떠올리기 때문일 것이다.  아마도 그녀의 수업은 충실하고 멋질 테지만, 내게는 이렇게 책을 통해서 만나는 것도 몹시 좋은 만남이다.

이 책의 제목이 왜 생일인가 했더니, 부제로 이유를 설명한다. "사랑이 내게 온 날 나는 다시 태어났습니다."라고.

진정한 생일은 지상에서 생명을 얻은 날이 아니라 사랑을 통해 다시 태어난 날이라고... 더 어릴 때에는 아마 몰랐을 테지만, 삼십 년 가까이 살아보니 그 말에 전적으로 동의할 수 있다.

그녀가 신문에 실은 칼럼 중 사랑에 관한 시를 모아봤다.  여러 나라의, 여러 시대의 시인들의 목소리가 이 책으로 고스란히 담겨 있는 셈.

표지 그림에서 느껴지듯이 순백의 하얀 바탕 위에 거친 느낌의 그림이 그려져 있다.  매 시마다 영어 원문과, 한글 번역, 그리고 장영희씨의 에세이와 그림이 같이 실려 있다.  하나의 책 안에 여러 매체가 섞여 있어 다양하고 다채로운 느낌을 전달해 준다.

나로서는 영어 원문의 진맛을 느낄 재량이 없어서 순전히 한근 번역에만 의존했지만, 영시 자체를 즐길 수 있는 사람이 이 책을 보았더라면 아마 더 깊은 맛을 느낄 수 있었을 것이다.  때로 시가 좋을 때가 있고, 때로 그 시인의 삶을 표현해 준 짧은 정리글이 좋고, 때로 장영희씨의 에세이가 더 좋을 때도 있었다.  참 예쁘고 고운 책이었고, 우아한 독서였다. ^^

여러 시 중 유독 내 마음에 닿은 시 한편을 옮겨 본다.

 

당신의 아이들은

칼릴 지브란

당신의 아이들은 당신의 소유가 아닙니다. 

그들은 당신을 거쳐 태어났지만 당신으로부터 온 것이 아닙니다.

당신과 함께 있지만 당신에게 속해 있는 것은 아닙니다.

당신은 아이들에게 사랑을 줄 수는 있지만

생각을 줄 수는 없습니다.

그들은 자기의 생각을 가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당신은 아이들에게 육체의 집을 줄 수는 있어도

영혼의 집을 줄 수는 없습니다.

그들의 영혼은 내일의 집에 살고 있고 당신은 그 집을

결코, 꿈속에서도 찾아가면 안 되기 때문입니다.

당신이 아이들처럼 되려고 노력하는 건 좋지만

아이들을 당신처럼 만들려고 하지는 마십시오.

삶이란 뒷걸음쳐 가는 법이 없으며,

어제에 머물러 있는 것도 아니기 때문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우리 궁궐 이야기
홍순민 지음 / 청년사 / 1999년 4월
평점 :
절판


특별 수업을 위해서 공부하기 위하여 장만한 책이다.  특별수업은 이 책 덕분에 잘 마쳤다^^;;

이렇게 사진이 들어가면 광택이 있어서 눈이 번쩍거려 책 재질을 좋아하지 않지만 책 내용은 너무 훌륭하므로 별을 한개도 뺄 수가 없다.

이 책의 내용은 저자의 박사 논문을 각색(?)하여 책으로 출판한 것이란다.

조선왕조의 5대 궁궐인 경복궁 창덕궁 창경궁 경희궁 경운궁(덕수궁)의 역사와 그곳에 살았던 왕들의 이야기가 담겨 있는데, 우리나라 사람이고 서울에 살면서도 우리의 궁궐에 대해서 잘 몰랐던 사실에 대해 깊이 반성할 수 있었다.(읽기 전에는 내가 이렇게 모르고 있는 지도 사실 몰랐다..;;;;)

책은 무척 친절하게 설명되어 있다. 심지어 난 경복궁을 답사하면서 이 책을 들고갔는데, 너무 넓고 다리 아파서 책 보면서 다니기는 솔직히 무리였음..;;;;(막아놓은 데도 많고.)

그리고 우리가 잘못 알고 있는 상식에 대한 것도 잘 밝혀놓아서 교양을 올리는 데에도 아주 적합한 책이었다.

우리 궁궐의 흔적을 짚어나가면 피할 수 없이 아팠던 역사의 단면을 보게 된다.  전쟁의 참화, 짓밟힌 권위와 명예... 그런 것들.

현대의 왕족들이 얼마만큼 행복/불행하게 사는 지 나야 알 수 없지만.(우리같은 평범한 사람들에게는 그들은 드라마나 소설의 소재 정도로만 인식될 뿐이다.) 우리의 왕조가 단절된 것은 늘 안타깝다.   그것도 프랑스처럼 국민의 힘으로 끌어내린 왕조인 것도 아니고 외부의 압력과 방해로 사라진 왕조니 말이다.(그래서 드라마 '궁'에 더 열광했는 지도 모른다.^^)

퇴락해버린 궁궐을 보면서 그런 생각이 더 많이 들었다. 경복궁은 원래 경복궁 내용물의 10% 정도만이 남아 있는 것이니 도대체가 할 말이 없다ㅠ.ㅠ  그나마 전혀 흔적도 찾기 어려운 경희궁에 비하면 뼈대는 남아 있으니 다행이라고 해야할 지두..;;;;

이 책에는 에피소드가 있다.  너무 재밌게 읽고, 동료 샘과 이야기하다가 저자의 이름을 두고 서로 내기를 한 것!

그 샘은 강순민이라고 했고, 난 박순민이라고 했다. 아무리 해도 결과가 안 나와서 인터넷을 쓸 수 있는 사람에게 전화 걸어 확인해 보니 '홍순민'이라고 한다...;;;

책 가격이 조금 나가는 편이지만, 교양과 상식과 그리고 우리 것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집에 한 권 정도 소장해야 할 의무가 느껴지는 책.  그리고 재미도 있으니 지루할 거란 걱정은 안 해도 됨^^


댓글(2) 먼댓글(0) 좋아요(1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비로그인 2006-07-16 15: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런 책이 있었군요.. 보관함에 넣어요^^;;
그런데.. 비싸다..;;;;;;; 끙!

마노아 2006-07-16 23: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죠? 책값이 좀 나가더라구요.ㅡ.ㅡ;;;
 
한국사회 풍속야사 서문문고 281
임종국 지음 / 서문당 / 1980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임종국 선생님은 워낙 유명하신 분이라 존함은 익히 들어왔지만 책을 접한 것은 처음이다.  원래 친일문학론 쪽에 더 관심이 갔는데, 페이지가 너무 거대해서 작은 것부터 읽어보자는 심사에 이 책부터 사게 되었다.

처음엔 역사책이라고 생각했는데, 그것보다는 전설이나 신화, 옛 이야기에 더 가까운 부분이 많다.  그러니까 제목도 '야사'라고 지었을 테지. (삼국사기보다 삼국유사에 가까운 이야기랄까.)

이 책이 나온 때가 1979년이니, 근 30년 전 책이다.  놀랍고 의아한 것은, 30년 전에 쓴 책인데 못 알아듣는 말이 참 많았다.  일단 어려운 한자어가 부담스러웠고, 전혀 들어보지 못한 단어들은 국어사전을 동원해야 할 정도였다.  그래서 앞부분은 몰입하는데 엄청 방해됐다ㅠ.ㅠ

제1장은 생활과 풍속의 야화...라는 제목인데, 시작이 최초의 요정이다.  음... 이쪽으로 일가견이 있다는 것은 알았지만 나는 좀 당황스러웠다.  일반 민가의 이야기보다 왕가의 이야기가 더 재밌었고, 초가보다 대궐이 더 끌리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ㅠ.ㅠ

신분사회에 대한 글이 제2장인데, 제목은 "신분사회의 뒷골목"이다.  한순간에 벼락출세한 운 좋은 사나이들 이야기는 몇 페이지에 걸쳐서 줄을 그을 만큼 재밌었다.  노비, 백정 이야기는 참 가슴 아팠다.  천대받긴 마찬가지인데 무당이나 기생은 별로 그런 기분 안 들었는데 말이다.  일제치하 때 "형평운동"을 벌였던 백정 이야기가 나올 때는 근현대사 교과서에 나올 법한 이야기인지라 귀가 쫑긋해지는 기분이 들기도 했다. ^^

마지막에 기생 이야기를 하면서 "밤에 피는 꽃"이란 제목을 썼는데, 시인 아니랄까 봐 표현도 참 문학적이다.^^

백정들은 상투를 틀지 못했고, 기생 집에선 장작도 쓰지 못했다는 것.  천하기 때문에 소외된, 그러나 소외됐기 때문에 조선 사회에서 자본의 축적이 가능했다는 백정의 이야기는 새롭고도 재밌게 읽혀졌다.

그런데 이 책은 몇몇 단점도 있으니, 앞서 지적한 어려운 말투와 단어 선택으로 독서가 용이치 않다는 게 하나고, 아마도 그 시절의 연구성과로는 덜 밝혀진 것들이 지금보다 많았을 터이니, 지금은 사실로 인정되지 않고 전설이나 왜곡으로 알려진 부분들을 사실처럼 기록한 부분들이 꽤 보였다는 것이다.  대표적인 예로 신돈을 "요승"이라고 부른 것 등.

아마도, 지금 내가 공부하고 사실로 알고 있는 많은 것들은, 이렇게 30년 쯤 지나면 전혀 다른 내용이 사실로 되어 있을 지도 모를 일이다.  어찌 보면 다행인 일이고 또 어찌 보면 무섭기도 하다^^

100% 진실이나 사실은 절대로 기대할 수 없으니... 최대한 사실에 가까이 가는 게 중요하지만, 그것에 집중하면 또 중요한 것들을 간과할 수 있으니, 정도를 지키며 중용을 지키는 것은 참 어렵다는 생각을 한다.

그나저나 이 책은, 재밌게도 읽히면서 지루한 부분도 있고, 어렵고도 새로운 부분들이 있으니 장단점이 두루 있다 하겠다.  그렇지만 별점을 주고자 할 땐, 별 다섯에서 멈추고 말았다.  하핫. 무슨 조화런가...


댓글(0) 먼댓글(0) 좋아요(9)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