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장부의 삶 - 옛 편지를 통해 들여다보는 남자의 뜻, 남자의 인생
임유경 지음 / 역사의아침(위즈덤하우스) / 2007년 3월
품절


혹하게 만드는 디자인이다. 수묵의 느낌을 주면서 초록색의 그윽하면서도 은은한 칼라가 앙상한 나무의 뒤에서 여백의 미를 주고 있다.

왼쪽의 붉은 톤의 종이와 그 위의 무늬, 그리고 책 가운데에 나눔선에도 무뉘가 있고, 단락의 구분에 사용된 도장 무늬도 참 감각적이다.

왼쪽 바닥의 난이 고아한 느낌을 준다.

왼쪽 바닥의 단풍잎이 청명한 기운을 느끼게 한다.

"책갑"
선비들은 책을 보관하거나 휴대할 때 이 상자를 사용했다. 이 책갑은 상자를 만든 뒤 능화판 무늬의 종이로 마감을 하고 띠를 둘렀으며, 대나무와 창살무늬를 각 면에 붙여 장식하였다. 열고 덮기 편하도록 뚜껑에 지승 고리를 달았다.

-이 책의 내용 사이사이에 등장하는 사진들을 옮겨 본다. 전에 몰랐던 독특한 것들이 많이 눈에 띤다.

"시전지와 시전지판"
선비들도 편지를 시를 쓸 때에는 무늬를 넣은 시전지를 종종 사용했다. 초충, 화접, 석류, 매화 등 그 종류도 다양했다. 목판 시전지판에 무늬를 새겨 한지에 눌러 찍었는데 자기만의 고유한 시전지를 가진 이들도 있었다.

"갓집"
갓을 담아 보관하는 데 사용했다. 8각 양 태들이 위에 다시 8각 총모자들이를 올려 갓의 형태로 만들었다. 주칠에 장식을 둘렀으며 내부는 빨간색 종이를 발랐다.

-저 위에 올려놓는 것인가? 하고 생각했는데 뚜껑이 열리는 것을 보니 안에다가 보관했나 보다.

"잡등"
종이에 그림을 먹이고 주름을 잡아 접어서 만든 팔각등이다. 바닥에 초를 꽂을 수 있는 장치가 있고, 뚜껑에 고리를 만들어 나무 손잡이를 연결하여 들고 다닐 수 있었다.

-등불 속에 불이 있겠거니 생각만 했지 촛대가 있을 거라곤 생각지 못했다. 빈약한 상상력이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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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바람 2007-04-12 23: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 디자인 좋네요

마노아 2007-04-12 23: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책이 참 예뻐요^^

비로그인 2007-04-13 09: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 옛날에도 상당히 '과학적이고' '실생활에 유용한' 물건들이 많이 있었던 것을
보면, 지금 사람들이 과거 사람들에 대해 갖는 '우월감'은 없애야 한다고 봅니다만.
지금 생활의 기록을 제대로 해두지 않으면, 미래 사람들도 우리가 굉장히 '미개한 삶'을
살았다고 생각할 것 같습니다. 그런데 재밌는 것은 -
모든 '현재'의 물건들이나 생활 방식은 '과거'에서부터 발전되어 온 것이기 때문에
'현재인'들은 '과거의 물건이나 생활 양식'을 보고 '아하-'하고 금방 이해하지만,
'미래의 물건이나 생활 양식'을 만약 보게 된다면 '뭐야, 저게-! 말도 안돼-!' 하고
'현재'의 기준으로만 평가를 하게 되는 것이 보통의 인간이라는 것입니다.(웃음)

마노아 2007-04-13 10: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엘신님 얘기가 맞아요. 우월감이라니 당치도 않죠. 미래의 물건에 대해 생각해 보니 웃음이 나올 것 같아요. 정말 올챙이 적 모르는 게 사람들이죠^^

비로그인 2007-04-16 10: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러나 인간은 우월감을 갖음으로 인해 자신이 커보이려는 만족감을 얻으려고 하죠.
많고 적음의 차이가 있을 뿐, 누구나 우월감은 있습니다만.
대체로 쓸데없는 것들이 주입니다. (웃음)

마노아 2007-04-16 11: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쓸데 없는 것들이 많다는 것에 동감해요. 그리고 반성도^^;;;;
 
스물일곱 송이 붉은 연꽃 샘깊은 오늘고전 3
허난설헌 지음, 이경혜 엮음, 윤석남.윤기언 그림 / 알마 / 200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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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답고 즐거웠던 시절...
제목에 어울리는 이미지

곱고도 단아해서 찰칵!

색감은 따사롭고 아름다운데, 연꽃의 이미지에서 쓸쓸함이 묻어난다.

깊은 절망의 무게가 느껴진다.

구름 타고 지나가는 선녀의 꽃신. 너울지는 세상과의 거리.

꽃신의 향연. 곱고도 화려하다. 그런데 박제된 슬픔이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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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07-04-05 01: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름답군요.
금방이라도 단아하게 한복을 입은 여인이 나올 것 같습니다.

마노아 2007-04-05 08: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상상할 때 더 멋있는 것 같아요. 오히려 책 속에서 인물상은 너무 음침했거든요^^
 
스물일곱 송이 붉은 연꽃 샘깊은 오늘고전 3
허난설헌 지음, 이경혜 엮음, 윤석남.윤기언 그림 / 알마 / 2007년 4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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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난설헌을 이미지화 한다면, 이 책의 표지같은 느낌이지 않을까 생각했다.  비단 감촉이 나는 표지는 그 광택과 문양과 화려하지 않고 고아한 색감으로 우아함을 들이밀며 고상을 컨셉으로 잡았다.  그렇다고 무게만 잡는 무거운 책은 절대 아니다.  어린 아이들도 읽을 수 있는 쉬운 고전이면서, 동시에 어른의 감성으로도 능히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는 깊은 이야기가 담겨 있다.

허난설헌은 개방적인 분위기의 가정에서 태어나 천재 소리 듣는 형제들과 학문을 공부했고, 훌륭한 여류 시인이며 문장가로 이름을 날렸지만, 개인적인 삶은 불행했던 가엾은 여자다.

남편과의 사이는 살갑지 않았고, 시어머니의 사랑도 받지 못했고, 남편보다 뛰어난 여자라고 오히려 입방아에 오르기 일쑤였다.  뿐이던가.  딸아이와 아들 아이를 연이어 잃었고, 뱃속의 아이도 잃고 말았다.  제사 받들어줄 후손 하나 없이 난설헌은 그 자신도 스물 일곱의 젊디 젊은 나이에 병도 없이 죽고 만다.  가슴 속 깊은 한만 남긴 채.

그녀는 자신의 시가 남겨지기를 바라지 않았지만, 그녀만큼이나 자유를 갈망했던 동생 허균의 애정과 부지런함으로 시가 오늘날까지 남을 수 있게 되었다.  더군다나 중국에서 일본에서 시집으로 엮이어 국제적 명성까지 드날리게 된다.  그들 형제의 불우했던 삶과는 너무도 대조적인 죽음 이후의 모습이다.

작가 이경혜씨는 번안하다시피 시를 가다듬어 직역보다는 의역에 가깝게 독자 앞에 펼쳐놓았다.  시 한수 읊어주고 그 시의 풀이를 말해주고 자신의 경험담과 느낌을 담담하게 서술했는데, 몹시 편안하게 읽혀진다.  그리고 독특한 그림이 뒤따라 오는데 현대미술의 창의적인 감각을 십분 발휘했으면서도 묘하게 고전적인 느낌을 전달해 준다.

난설헌이 품었던 신선의 세계, 드넓은 광야를 달리고 싶었던 남성적 꿈이라던가, 자신이 겪은 삶은 아니지만 가난하고 아픈 이들의 마음을 표현한 시들이 모두 가슴에 와서 박힌다. 

쉽게 빨리 읽히지만, 천천히 곱십으며 느리게 읽어야 더 맛있을 아름다운 책이었다.  책장에 꽂혀서는 그 우아함으로 한 번 더 값어치를 해낼 책이다.

맛보기 시. 
평범한 여성으로서의 감정에 충실한, 또 평범한 행복을 원하기도 했던 그녀의 마음이 드러난다.

나한테
화려한 비단 한 필이 있어요.

쌓인 먼지 털어 내니
비단 광채가
눈부시기 짝이 없네요.

두 마리 봉황이 마주 보게 수를 놓았는데
그 무늬가 어찌나 찬란한지요.

몇 년이나 상자 속에
고이 간직해 오다
오늘 아침 낭군께 가져다 드립니다.

님의 바지야
얼마든지 지어도 좋지만

다른 여인 치마를 지어서는
절대 안 된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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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돌이 2007-04-04 23: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허난설헌의 삶은 너무 비극적이어서 그녀의 평범한 시조차도 너무 마음이 아파요. 때로 전 그녀가 차라리 황진이처럼 기생이었다면 조금은 더 행복할 수 있지 않았을까? 아니 잠시 행복한 순간이라도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한답니다.

마노아 2007-04-05 00: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재주를 펼칠 수 없는 세상에선 너무 뛰어나다는 것만으로도 사람이 비극적인 삶을 살수도 있나 봐요. 참 안타까운 인재예요ㅠ.ㅡ

비로그인 2007-04-05 01: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영화 [항후화]에서 쉴 새 없이 국화 자수를 놓던 황후가 생각납니다.
10만의 군사들의 목에서 나풀대던 그 아름답던 국화 스카프가 상당히 인상적이었는데.
재능은 시대를 잘 만나야 하는 것이죠. 가슴 아프지만 어쩔 수가 없는 우주의 움직임.

마노아 2007-04-05 08: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시대가 알아주지 않을 때, 받아주지 않을 때, 때로 재능이 독이 되기도 하다니 참 안타까운 일이에요. 평범한 나, 만만세..;;;;;

비로그인 2007-04-05 13: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거의 모든 사람들은 자신의 재능을 펼치기보다는 현실에 타협하거나 미처 재능을
모르고 있는 경우, 일부의 사람들 중에서는 시대에 맞지 않는 재능을 펼치다가
단명하거나 혹은 적절히 현실과 타협해서 마음껏 펼치는 경우가 있습니다만.
문제는 세상 밖으로 나와 자신의 소명을 다하고 떠난 영웅,천재,위인들보다
그늘에서 괴로워하다 죽어간 이들이 더 많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30%가 환경적 요소이고,. 70%가 자신의 의지라고 생각합니다.

마노아 2007-04-05 13: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세상에 그 재주를 다 떨친 사람들도 개인적으로 얼마만큼 행복했는가는 또 말하기 쉽지 않은 문제지만 그 덕분에 많은 사람들이 덕을 보고 살기도 하는 것 같아요.
환경적 요소를 무시할 수 없지만 의지와 노력의 중요성 역시 간과할 수 없죠.

비로그인 2007-04-05 14: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천재, 영웅, 위인들, 그리고 기이하고 특이한 특소수의 사람들은 -
신이 보낸 '노동자들'일 뿐입니다. 자신의 역할을 최대한 다하고 죽는 것이 그들의...
태어난 존재 의의가 아닐까....하는.
감사합니다. 마노아님이랑 대화를 하다보니 뭔가 머리 속이 정리되어 가는 느낌입니다.

마노아 2007-04-05 23: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노동자들'....
그러니까 그 훌륭한 재주를 공익을 위해서 사용하지 않는다면 '직무유기'가 되겠군요. 공익도 이루고 사익도 이루어지면 좋겠어요. 더불어 행복하게... ^^

비로그인 2007-04-05 21: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직무유기...입니까. (쩝-)

마노아 2007-04-05 23: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너무 잔인한가요??? ..;;;

비로그인 2007-04-05 23: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니요. 뭐, 그냥. (긁적)

마노아 2007-04-06 00: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냥... 뭐..... 쿨럭..;;;
 
오주석의 한국의 美 특강
오주석 지음 / 솔출판사 / 2005년 5월
구판절판


<군선도>
김홍도, 1776년, 종이에 수묵담채. 132.8*575.8cm, 호암미술관 소장, 국보 139호.

<씨름>의 여백의 구조와 구심적 구조

무동(舞童)의 구조. 오른쪽 위에서 왼쪽 아래로 내려오는 사선을 읽을 수 있다.

<기로세련계도>의 구도선과 여백 구조(놀랍고 정교하다.)

<마상청앵도>의 구조다.
역시나 사선으로 떨어지는 각도를 읽을 수 있고, 심지어 강조된 글씨의 굵기마저도 사선을 이루고 있다.

<송하맹호도>의 여백 구조
여백에서조차 계산된 각이 있음에 놀라고 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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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노아 2007-03-20 23: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선물하려고 주문한 김에 다시 한번 책을 들춰보았다. 여전히 감탄이 나오는 멋진 책. 고인이 유독 그리워진다.

비로그인 2007-03-21 00: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저도 "단원 김홍도"의 그림을 좋아합니다. 시대에 비해 굉장히 앞서 있던 분이죠.
그런데 왜 서양의 과거 미술가들은 '천재 아티스트'라는 호칭을 주면서 -
어째서 동양의 미술가들에게는 그런 칭호를 잘 쓰지 않은 것일까요.
정말 대단한 천재인데 말입니다.

마노아 2007-03-21 00: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듣고 보니 그러네요. 정말 시대를 앞서간 천재였는데 말입니다. 당대에도 인정을 받은 인재인 것을요. 그나저나 동 저자의 '단원 김홍도'도 읽어야 하는데... (먼 산...;;;;;)

비로그인 2007-03-21 01: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랏, 위 책이 "단원 김홍도"의 그림만 소개한 것이 아니었습니까? (띠잉-)

마노아 2007-03-21 07: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헤헷, 단원 김홍도의 그림만 나온 게 맞는데요, 오주석씨의 "단원 김홍도"라는 책도 따로 있거든요. 제가 사놓고 보지 못한...;;;;;;;

rzza102 2007-05-08 16: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좋네요

마노아 2007-05-08 22: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멋진 그림에 멋진 책이에요^^
 
평양 - 프랑스 만화가의 좌충우돌 평양 여행기
기 들릴 지음, 이승재 옮김 / 문학세계사 / 2004년 9월
평점 :
절판


평양 프로젝트를 읽을 즈음 같이 봐야지...하고 꼽았던 책이다.  평양을 직접 체험한 사람이 하나는 남한 사람이고 하나는 캐나다인이라는 차이 외에도 다녀온 시점에 차이가 있고, 체류 기간도 차이가 있고, 무엇보다도 정서 차이가 크기 때문에 얼마만큼 다른 관점을 보여줄 것인지 궁금했다.

평양 프로젝트는 좀 더 해학적이고 코믹적인 요소가 많았는데, 그럼에도 그것이 남의 이야기가 아니라 '우리'의 이야기라는 점에서 많이 씁쓸했었다.

이 책은, 철저히 이방인의 관점에서 들여다 보는 북조선의 모습인데, 두 달이라는 체류 기간 동안 그가 느낀 감정은 아마도 다른 모든 나라의 사람들이 생각하는 북한의 그것과 다르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너무도 폐쇄적인, 자유라고는 없는, 강요되고 강제된 사상과 노동, 그리고 감정의 표현.

노상 따라다니는 가이드와 통역은 사실상 감시자이고, 보여주기 위해서 꾸며놓은 전시관이라던가 백화점, 지하철 등등.  어디에도 실제 '필요'를 위한, '생활'을 위한 대상이 없다.  전력 부족으로 조명도 켜지 않는 그곳에서 라스베이거스를 연상시키는 지하철 역사에 작가가 당황한 것은 당연하다.  그 지하철이 달랑 한 정거장만 운행되고, 누구도 두 정거장을 가본 사람이 없다는 것에 웃음 아닌 웃음을 지어본다.

김일성의 가슴에는 김정일의 배지가, 김정일의 가슴에는 김일성의 배지가 박혀 있었다.  그 배지를 들여다 보면 또 다시 서로의 얼굴을 박고 있는 부자의 모습이 계속 교차할 테지.  마치, 어디서든 내려다 보고 있고 굽어 보고 있고, 감시하고 있는 그들 부자의 모습인 듯 해서 섬뜩함마저 일었다. 작가가 거울에 비친 김정일의 모습에 소스라치게 놀라던 부분이 인상적이었다.  단지 벽에 걸린 초상화가 비친 것뿐이지만 노이로제처럼 따라다니는 망령에 작가는 제 얼굴을 잊은 듯한 착각을 느꼈을 것이다.  그게 생활이고 인생인 그곳 주민들은 얼마나 진저리 날까.  아니... 그게 문제가 있다는 것도 알지 못하는 것은 아닐까.  알아도 안다고 말하지 못하고 살 터인데...

너무도 빈약한 물자에 낙후된 환경, 생기라고는 없는 박제된 도시의 전형.  그 안에서 앵무새처럼 반복되어지는 찬양과 고무의 외침들.

작가가 외국인이어서 말을 다 못 알아들었기에 그 정도로 끝났지, 말을 알아들을 수 있는 사람이었다면 두달이 지나기도 전에 머리에서 비상신호가 울리지 않았을까.

갑갑했다. 답답하고, 안스럽고, 답이 없는 그 물음에... 끝이 보이지 않는 출구에 참으로 막막했다.  달리 무엇을 해야할 지도 모르겠고, 무엇을 할 수 있는 지도 모르겠고, 아니, 무엇을 하고자 하는 의지라는 게 나에게 우리에게 있는 지도 자신이 없다.  '남'의 얘기가 아님을 알지만, '나'의 얘기로, 나의 일로 체득되지도 않는다.  답답하지만 그 답답함을 해소할 어떤 행동도 나오지 않는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사는 것도 결코 만만한 일이 아니지만, 빛이 보이지 않는 동굴 속에서 사는 듯한 북한 동포들의 모습은 너무 잔인하게 보인다.  (아이러니하게도, 남한으로 귀순한 동포들이 그쪽에서보다 잘 살고 있다는 소리도 별로 들리지 않는다ㅠ.ㅠ)

그들 내부의 소위 선택받은 사람들은 그 상태로도 충분히 만족스러울까?  모두의 피값을 대가로 제 배만 부르는 게 감당되어질까?  아니, 그런 사람은 여기도 많고 어디에도 많으니 다르게 물어보자.  억만 금의 크기로 그곳에서의 삶이 보장된다 할지라도, '유지'하고 싶은 가치를 스스로 부여하고 있는 것일까?  다수의 피폐한 사람들 말고 선택받은 소수의 사람들에게 말이다.  힘 없는 자의 바람이 커지면 혁명이라도 일어날 테지만, 무엇을 바래야 하는지, 무엇을 원하는 지도 모르고 산다면 그들에게 어떤 미래가 있을까.  그들 안과 바깥의 차이를 아는 사람들이 영원토록 그 체제의 유지를 바라고 산다면?

비약이 심했을까.  갑갑한 마음에 두통만 커진다.  그들만큼이나 이곳에도 그들과의 공존 공생을 원치 않는 사람이 많은 듯해서...... 어쩐지... 못 견디게 서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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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수맘 2007-03-15 09: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님의 리뷰를 읽으면서 저도 갑갑한 마음이 드네요. 잘 읽고 갑니다.

마노아 2007-03-15 09: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리의 오랜 숙제죠. 딱히 해답이 보이지 않는...ㅜ.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