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하는 영어사전 ing - EBS 3분 영어
EBS 3분 영어 제작팀 지음 / 인물과사상사 / 2009년 4월
평점 :
절판


지식e에 워낙 반했던지라 이 책도 비슷한 느낌이 아닐까 짐작했다. 짐작은 맞아 떨어졌다. 이 책은 지식e의 거의 복사판이었던 것이다. 시사적이고 인문학적인 이야기를 영어 단어를 통해서 설명해준다는 게 다를 뿐. 그래서 '영어사전'이란 타이틀을 들고서 나타났지만, 이 책은 사전보다 인문 교양 도서에 더 적합해 보인다. 그렇다고 영어 사전으로서의 기능을 아주 무시하지는 않는다. 영어 단어의 어원을 살피며 단어에 얽혀 있는 이야기, 단어가 들어간 연설이나 문장 등을 통해서 더 다양한 표현들을 적극적으로 싣고 있다. 다만 인용된 문장들과 책에서 선별된 단어가 주는 묵직한 느낌들로 인해 영어 공부보다 역사, 시사 공부를 하는 느낌을 더 준다는 게 장점이자 단점으로 작용한다.  



책에는 총 30개의 단어가 수록되어 있다. 그 단어들을 설명하기 위해서 각각의 표지를 장식한 인물들을 한 자리에 모아놓은 사진이다. 저 유명한 인물들을 통해서 어떤 단어를 설명할지 궁금해지지 않는가? 

하나만 예를 들어보자. 



시작은 은은하고 조용히 시작한다.
'흰 옷을 입은 자만이 자격을 얻는다'라고 되어 있다.
그림은 무엇을 표현한 것일까?
유세장이 떠오르는가? 



저 귀엽고 앙증맞은 인형 뒤로 힌트가 되어주는 단어가 보인다. 'toga'  

고대 로마 지배계급의 공식복장 '토가'. 뭔가 정치적인 단어가 나올 것으로 짐작될 것이다.  

책에서는 더 많은 힌트를 내어준다.  

소중한 한 표를 얻기 위해 열심인 자들...
그리고 소중한 한 표를 누구에게 던질까 고민인 자들... 

자, 주인공을 만나보자.



candidate 

후보자, 지원자 a politician who is running for public office 

주인공을 공개했으니, 굳히기 작업이 필요하다. 저 단어가 사용된 예시문. 그리고 그 문장이 포함된 전체 글이 주는 감동이 꼬리를 물고 이어진다. 



사용된 인용문은 오바마의 2008년 대통령 선거 당선 기념 시카고 연설이다. 우리말 문장 자체로도 명연설이 되는 글에 주요 숙어를 아래 쪽으로 정리해 주었다. 그리고 그 숙어의 다른 예시문도 제시한다.  

영어를 공부하는 색다른 접근이 신선하고, 영어 단어 공부하면서 그 단어에서 파생할 수 있는, 혹은 유추할 수 있는 인문학적 지식으로의 만남도 군침이 돈다. 'jeopardy'라는 단어를 설명하면서 1999년에 개봉된 영화 '더블크라임(Double Jeopardy)'의 내용을 설명하면서 '일사부재리의 원칙'과 '일사부재의의 원칙'을 같이 설명해 주었는데, 읽으면서 쓴웃음을 짓고 말았다. 이 책이 좀 더 늦게 나왔다면 헌법재판소의 어처구니 없는 판결 내용도 같이 실렸을 테니 말이다.  

'카리스마(karisma)'도 인상 깊었다. 

   
  기적, 영(靈)의 식별이나 예언 등 신으로부터 부여받은 초자연적, 초인간적, 비일상적인 능력을 의미하는 그리스어다. 기독교에서는 '위에서 내린다'라는 의미로 신이 내린 은혜, 은총 또는 '성령의 은사'라는 개념으로 사용된다. 인간으로서는 선택의 여지가 없는 신의 주권인 셈이다. 히브리어로는 '투브'다. 은혜, 은총이라는 의미에서 '카리스charis'는 로마서 25회, 고린도후서 18회, 사도행전 17회, 에베소서 12회, 기타 복음서 5회 등 신약성경 속에 총 156회 등장하며, 은사라는 의미에서 '카리스마charisma'는 총 17회 쓰였다. 초기 기독교가 세계화되는 데 초석을 쌓은 인물로 평가되는 사도 바울은 "은사는 그리스도를 통하여 죄인에게 값 없이 주어지는 하느님의 선물"이라고 했다. 즉, 그리스도의 존재야말로 원죄적 존재들에게는 가장 큰 은사(카리스마)라는 의미다. 막스 베버 이후 '자발적 복종을 유발하는 비이성적인 권위'를 의미하는 관용어가 되었다. (212쪽)  
   

 그러나 이 책은 '사전'으로 기획된 책이고, 때문에 영어공부의 '효율성' 자체도 무시할 수 없는데, 그 점에 있어서는 좀 회의적이다. 이 책에 수록된 단어는 모두 30개에 불과하다. 30개의 단어를 공부하기 위해서 한 권의 책을 몇 시간에 걸쳐 읽었다고 한다면, 그 단어를 기억하기 위해서 투자한 시간이 너무 길다. 때문에 수험생이 단순히 영어 공부를 목적으로 이 책을 고른다면 별로 좋은 선택이라고 추천하지는 못하겠다. 그렇지만 영어공부와 더불어 인문 교양적 지식을 함께 흡수하기 위한 것이라면 더할 수 없이 좋은 선택이 될 수도 있다. 청소년 이상의 나이라면 꼬리에 꼬리를 물어서 다양한 방면으로의 지성을 만날 수 있을 테니까.   

책을 다 읽은 뒤 ebs 홈페이지에 가 보았다. 90개의 영어 단어를 대략 3분 정도에 해당하는 동영상으로 만들어 놓았는데, 이 책의 컨셉과 같은 느낌으로 영상이 나오지만 수시로 해당 단어가 원어민 발음으로 읽혀지며 눈을 자극하니 기억하는데 큰 도움을 받았다. 2차원 종이로 만나는 것과 3차원 영상으로 만나는 것 사이의 차이도 확 느껴진다. 애석하게도 90개의 단어가 끝이라는 게 아쉽지만. 시험 삼아 2개의 단어만 골라서 보았는데 지식채널을 볼 때처럼 좋은 느낌을 받았다. 틈틈이 다른 단어들도 더 찾아보려고 한다.  

마지막으로 사소해 보이지만 사실은 중요한 오점.
내가 갖고 있는 책은 초판 인쇄인데 오타가 제법 눈에 띈다.  

35쪽 마지막 줄에 고흐의 그림 <파이프를 문 귀를 자른 자화상>의 제작 시기를 1899년이라고 적었다. 고흐는 1890년에 사망했다. 해당 작품은 1889년일 것이다.   

53쪽의 예시문 중, do our bit 본분을 다하다 
                         Do you think you're doing your big as a student? 라고 적었다. bit의 오타다.                     

179쪽 밑에서 두번째 줄, '구도에 있어 수학적인 계산을 동원했을 정도 감정을 배제하고'라고 적혀 있는데 '동원했을 정도로' 고쳐야 문장이 매끄러울 듯하다. 

248쪽에서 '이이령 전 문화부장관'이라고 적었는데 '이어령'으로 고쳐야겠다.

책을 더 찍으면서 수정이 됐는지는 모르겠다. 아니라면 이제라도 반영되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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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09-11-23 09: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건 추천하지 않을 수 없는 리뷰!!

마노아 2009-11-23 09:57   좋아요 0 | URL
헤엣, 감사합니다. 다락방님! 와락!(>_<)

다락방 2009-11-23 10:09   좋아요 0 | URL
더 세게 안아줘요, 마노아님 ㅠㅠ

마노아 2009-11-23 11:11   좋아요 0 | URL
다락방님, 오래오래 안아줄게요. 포옹의 위로를 전하고 싶어요!ㅠㅠ

메르헨 2009-11-23 10: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와락 안아주세요...^^
멋진 리뷰에요..오호호호 저도 추천했답니다.

마노아 2009-11-23 11:12   좋아요 0 | URL
헤헤, 메르헨님, 와라라락! 이리오세요, 제 품은 넓어요.(>_<)

hnine 2009-11-23 12: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 제가 관심가지고 있던 책이었어요. 영어를 가르치시는 선생님들이 가지고 계시면 좋을 것 같군요. 수업 시간에 학생들이 지루해할때 이렇게 단어에 얽힌 얘기를 하나씩 들려주면 좋을 것 같아서요.

마노아 2009-11-23 15:35   좋아요 0 | URL
오, 영어를 가르치는 선생님껜 정말 좋은 도우미가 되겠어요. 때로 재밌고, 때로 심오해지는 이야깃거리를 제공해줄 테니까요.^^

같은하늘 2009-11-24 22: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호~~ 외계어 같은 영어를 이런 느낌으로~~~ ㅎㅎ

마노아 2009-11-25 00:06   좋아요 0 | URL
그러게나 말입니다. 이런 느낌으로 전달하네요.^^
 
오주석이 사랑한 우리 그림
오주석 지음 / 월간미술 / 2009년 4월
평점 :
품절


몽유도원도를 보러 국립중앙박물관에 갔을 때, 동행했던 분이 기념품 판매 매장에서 오주석 선생님 책을 아주 감명 깊게 읽었다고 하셨다. 나 역시 너무 좋았다고, 최근에 나온 책도 한 권 샀다고 하니 이미 돌아가신 책이 어떻게 나오냐고 하셨다. 아, 그게 말이죠. 그러니까... 유작이랍니다...ㅜ.ㅜ 

그렇다. 이 책은 유작이다. 머리말까지도 선생님이 직접 쓰셨지만 출간되는 것은 보지 못하셨다. 무려 4년이나 지났으니 더 말할 것도 없다. 머리말은 돌아가신 뒤 선생님의 컴퓨터 안에서 발견되었다고 한다. 그나마 다행이랄까...ㅜ.ㅜ 

오주석의 한국의 미 특강 이후 선생님 작품엔 모두 눈이 반짝 떠졌다. 이 책은 동아일보에 기고한 칼럼 21편과 타 매체에 소개된 원고 6편(그 중 4편은 이미 공개되어 중복된 원고이긴 하다)을 모아 실었다. 200자 원고지 7장을 넘지 않아야 하는 경계 안에서 독자들에게 흥미와 재미와 교양을 같이 전달할 원고를 쓰는 게 보통 일이 아니었을 텐데도 선생님은 예의 그 실력을 한껏 발휘해서 맛깔스런 책으로 만나게끔 하셨다.  

감탄과 감동을 전해주는 작품 소개가 하나 둘이 아니지만, 그 중 몇몇 작품만 사진을 찍어 보았다. 



김홍도가 그린 '황묘농접도' 

봄빛깔이 물씬 나는 풀밭 위에서 주화빛 새끼 고양이가 검정빛 큰 제비나비와 고운 주홍색 패랭이꽃, 그리고 수줍은 자주색 제비꽃과 화폭을 장식했다. 고양이와 나비가 함께 노는 그림은 생신 축하 선물이라고 한다. 중국어로 고양이 묘(猫)는 칠십 노인 모, 나비 접은 팔십 노인 질 자와 발음이 같다. 그래서 각기 칠팔십 세의 노인을 상징하는 것. 패랭이꽃은 석죽화. 竹은 축하한다는 祝자와 통하니 역시 돌처럼 장수하시기를 빈다는 의미다.  

나비의 날개가 상한 것이 아쉽긴 하지만, 미술관에서 소장하고 있고 기회가 닿으면 볼 수 있다는 생각에 흐뭇해진다. 간송미술관은 김홍도 전을 열어달라!!! 



김홍도의 스승 강세황이 그린 '영통동구도'이다. 수년 전, 내가 오주석의 한국의 미 특강을 막 읽자마자 우연히 예술의 전당에서 보게 된 강세황 전이 다시금 떠오른다. 루벤스를 보러 갔다가 뜻하지 않게 맞닥뜨린 강세황이 더 빛나고 사랑스러웠다. 김홍도의 스승이었다는 명함 이상의 것을 보여준 멋진 작품들... 이 그림에 등장하는 바위들은 정말 어마어마하다. 오주석 선생님은 이 그림을 볼 때마다 작곡가 그로페의 '그랜드 캐년 조곡' 가운데 '산길에서'라는 악장이 떠오른다고 한다. 대자연의 기이한 경관이 작곡가와 화가에게서 재탄생된 것이니 말이다.  

그림 속 저곳은 황해도 개풍군 오관산 기슭이라고 한다. 그림 속 선비처럼 말 타고 유람하진 못하더라도, 언젠가는 저 곳을 내 발로 걸어갈 수 있는 날이 오겠지? 힘들면 자가용이라도...;;;; 



겸재 정선의 '금강전도'다. 이 시리즈를 신문에 연재할 때 선생님이 첫 회 원고로 찜해 두셨다가 김홍도의 '씨름'에 밀렸던 그림이라고 한다. 아무래도 독자들에게 더 친숙한 그림을 골라 대중성을 먼저 보여주기 위해서였다. 확실히 이 그림, 보통 전문가스러운 게 아니다. 하지만 친절한 우리의 선생님은 우리 눈높이에 맞춰 설명해주는 데에 아낌이 없다.  

그저 금강산 일만 이천 봉우리를 형상화 했거니... 했는데, 이 그림 안에 주역의 태극을 담아냈다고 한다. 정선 자신이 원래 주역의 대가라고 하니 더더욱 고개가 끄덕여진다. 오른쪽 그림에서 보다시피 번호까지 매겨가며 그림의 의미에 대해서 차분히 설명해 주시는데, 요약하자면 이 그림을 통해서 정선은 겨레의 행복한 미래, 평화로운 이상향의 꿈을 기린 것이라 한다.  

음양의 조화라고 하니 어째 그림이 더 오묘해 보인다. 이 그림은 삼성미술관 리움 소장이다. 책을 펼치다 보면 리움 소장 작품을 곧잘 만나게 되는데, 아직 가보지 못한 그곳을 꼭 가야겠다는 생각이 불끈 든다. 입장료도 비싸고, 사주도 맘에 안 들지만, 그래도 그림은 탐나지 않은가..ㅜ.ㅜ 



드디어 김홍도의 씨름도다. ^^ 

문제를 내겠다.  

1. 이 그림의 배경은 어느 계절일까? 절기로 짐작하시오.
2. 어느 지방에서 유행하는 씨름일까?
3. 누가 이길까?
4. 다음 선수는 누굴까?
5. 그리고 의도적인 오류가 있다. 무엇일까? 

어떤 질문은 너무 쉽고, 어떤 질문은 당최 알 수 없기도 하다. 책에는 친.절.하.게. 설명되어 있다. ^^ 




김홍도의 송하맹호도다. 호랑이의 눈매가 부리부리하고, 꼬리에서도 굵직한 힘이 느껴진다. 저 가느다란 털을 표현하기 위해서 무수한 붓질이 한지 위를 스쳤을 것이다. 이 그림을 완성하기까지 얼마의 시간이 걸렸을까? 

이 그림에선 여백의 분할이 아주 과학적이고 섬세하다. 호랑이 다리 근처 오른쪽부터 1.2.3으로 점차 여백이 커져 가고, 위쪽 소나무 가지의 여백도 4.5.6 순서로 공간이 커진다. 꼬리로 나윈 여백의 7.8도 마찬가지. 한 가운데 9가 가장 넓은 공간을 차지해서 시야를 툭 터주는 배려도 잊지 않았다. 너무 꽉 차서 답답하지 않고, 적절한 순서로 공간이 나뉘어 있어 그림을 과학적으로 느끼게 만든다.  그러고 보니 드라마 바람의 화원을 앞 부분만 보았는데 거기서 김홍도 역을 맡은 박신양이 몰래 호랑이 그림을 그리느라 숨어 있던 장면이 떠오른다. 특이한 안경을 슨 채로 말이다.^^ 



마지막으로 찍은 사진도 김홍도 작품이다. 제목은 '마상청앵도' 

말 위에서 꾀꼬리의 갖은 소리 굴림을 듣는다는 의미.  

동양의 그림은 세로 읽기가 기본이고, 오른쪽 상단에서 왼쪽 하단으로 비스듬히 경사지게 시선이 오는 게 일반적이다. 이 그림은 인물과 나뭇 가지 뿐 아니라, 상단의 싯 귀까지 모두 그 경사도를 지키고 있다. 더군다나 의도적으로 굵게 쓴 글씨마저도 그 배열의 법칙에서 벗어나지 않는다. 그림을 자세히 들여다 보면 꾀꼬리를 바라보는 선비의 표정이 그윽하기 짝이 없다. 신비롭고 만족스럽고 설레는 듯한 느낌. 고요한 봄날의 정적이 그림 밖으로 스며나와 독자에게까지 전달된다. 쩌릿하다! 

선생님의 칼럼 마지막 연재 그림은 '일월오봉병'이었다. 임금님 용상 뒤에 펼쳤던 해와 달이 있는 그 병풍말이다. 여기에 몰랐던 정보가 담겨 있다.  

조선의 왕은 반드시 이 병풍 앞에 앉는다.
멀리 행차를 할 때도, 죽어서 관 속에 누워도, 심지어 초상화 뒤에도 '일월오봉병'이 놓인다.

궁을 나가서도, 죽어 관에 누워서도, 초상화 뒤에까지 이 병풍이 놓이는 줄은 몰랐다. 언제나 음양의 조화 속에서 중심을 잡고 있는 지존하신 임금. 부담스런 영광이란 생각도 든다.  

처음 나를 열광시켰던 '오주석의 한국의 미 특강'만큼 입에 착착 붙는 재미는 확실히 덜 하다. 그 책이 강연의 내용을 글로 옮긴 거라면 이 책은 칼럼을 그대로 엮은 것이기 때문에 현장의 느낌이 덜하기 때문일 것이다. 물론, 이렇게 책을 볼 수 있다면 뭔들 불만이 되겠냐마는...... 

김홍도를 유독 사랑했던, 사랑할 수밖에 없었던 선생님 덕분에, 이제는 김홍도 그림을 보면 자연스레 선생님 생각이 같이 난다. 그리고 고마운 마음도 늘 같이 갖게 된다. 안타까운 마음이야 두말하면 잔소리다. 또 다른 소개되지 않은 원고가, 아직도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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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꾸는섬 2009-11-01 23: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주석선생님 책은 정말 쉽고 재미있어요. 이 책은 아직 못봤는데 저도 한번 봐야겠어요.^^

마노아 2009-11-01 23:49   좋아요 0 | URL
이 책은 비교적 짧아서 더 빨리 보게 될 거예요. 재주 많은 선생님이 일찍 가셔서 참 안타까워요..ㅜ.ㅜ

Kitty 2009-11-02 02: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리움이 한남동에 있는거 맞죠?
제 친구 신랑이 그 근처 패션인가 하는 카페 점장이라서 가끔 가는데 갈 때마다 이건 뭥미 했더니 친구가 리움이라고;
근데 입장료 비싼가요? ㄷㄷㄷ

마노아 2009-11-02 08:17   좋아요 0 | URL
한남동 맞아요. 방금 홈페이지 들어가봤어요.^^
전에 어떤 분 페이퍼에서 입장료가 2만원이라고 했는데 지금 가보니 상설전시관은 1만원이네요. 그땐 아마 특별 전시였나봐요. 상설전시치고는 좀 세지만 걱정했던 것보다는 덜하네요.
6호선 한강진 역이 가깝던데 금년 안에 갔으면 좋겠어요. 오늘처럼 추운 날은 꼼짝도 하기 싫지만요.^^;;;
이 책 읽으면서 키티님 생각 잔뜩했어요. ㅎㅎㅎ

섬사이 2009-11-02 08: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 주문배송중이에요. ^^
오주석 님의 <그림 속에 노닐다>도 사두기만하고 읽지를 못했는데,,,,
아유,, 언제 다 읽죠? ㅠ.ㅠ

마노아 2009-11-02 11:11   좋아요 0 | URL
아악, 저도 그 책 샀는데, 어디 꽂혀있는지도 기억이...ㅜ.ㅜ
다시 마음 속에 죄책감 한 움큼이에요..;;;;

소나무집 2009-11-02 09: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몇 년전 간송에서 열린 김홍도전 보고 왔지요.^*^
그때 생각하면 지금도 정말 행복해요.
삼성은 반성해야 합니다.
리움 같은 곳은 입장료를 무료로 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부자들이 해야 할 당연한 의무로서. 노블리스 오블리제...
미국에 가보니까 세계적으로 유명한 게티 센터와 그리니치 천문대 같은 곳,
개인 거지만 모두 입장료 무료였어요.
그런 사람들 덕분에 가난한 사람들도 어느 정도는 문화적인 평등이 가능한 사회.
그런 힘이 바로 미국이 싫으면서도 외면할 수 없는 이유 같더라구요.

마노아 2009-11-02 11:13   좋아요 0 | URL
제 옆자리 샘이 리움 다녀왔을 때의 환희에 대해서 얘기를 하는데, 이런 걸 보게 해줘서 고마웠단 얘기를 했어요.
소나무님과의 생각과 정반대죠? 어느 쪽만 옳다고 손들을 수 없는 건데도, 이런 양극화 현상이 좀 화가 나요.
그들이 마치 시혜라도 베푸는 양 과시하는 것 같아서 불편하고, 그럼에도 그렇지 않고는 볼 기회도 없는 사람들이고, 성질 나는 거죠.
미국도 유럽과 비교하면 노블리스 오블리제를 과시하는 것 같지만 그마저도 부러운 우리네 현실이에요. 어휴...ㅜ.ㅜ

바람돌이 2009-11-02 10: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10월에 리움에서 정선 특별전 하고 있었거든요. 인왕제색도와 금강전도가 한꺼번에 나와 있었어요. (이런 일 드문거 아시죠? 소장품이라고 늘 전시되는건 아니랍니다.자기들 나름대로 바꿔주더라구요)
지금도 특별전이 하고 있는지 한 번 알아보시고 가보세요. 입장료의 가치는 충분히 하고도 남습니다. ^^ (아 저는 개인적으로 금강전도보다 인왕제색도가 정말 감동이었습니다. ㅎㅎ)

마노아 2009-11-02 11:14   좋아요 0 | URL
제 옆에 분이 인왕제색도에 눈물 날 정도로 감동이었다고 하네요. 겸재 정선 상설 전시회 문구는 봤는데 날짜는 딱히 안 적혀 있어요. 그림 내려갈까 봐 빨리 가고 싶은데 가면 볼거리도 많은 것을 4시 퇴근해서 5시 입장까지 어케 가냐구요..ㅜ.ㅜ 가도 한 시간만 보고 오긴 너무 아쉽구요. 방학 후에도 전시가 이어지는지 확인을 해봐야겠어요.^^

순오기 2009-11-02 11: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은 한국의 미 특강보다는 글밥이 적어서 읽기는 더 수월하지요.
오주석 선생님 덕분에 우리 그림에 대한 이해와 애정을 갖게 됐으니 참 감사한 일이지요.
나도 이거 리뷰 써야 하는데...^^

마노아 2009-11-02 12:37   좋아요 0 | URL
리뷰 쓰기 전에 다른 책을 읽어버리면 리뷰 쓰려고 할 때 잘 생각이 안 나는 거예요ㅠ.ㅠ
바로바로 리뷰를 써야 하는데 어쩌다 보면 잘 안 될 때가 있어요.^^

카스피 2009-11-02 12: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 좋은 책이네요^^
이런 좋은 그림을 책속의 그림으로 밖에 볼 기회가 없다니 좀 안따갑군요.

마노아 2009-11-02 12:37   좋아요 0 | URL
그렇죠? 진품을 실물로 본다는 건 대단한 기회예요.^^

2009-11-02 13:5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9-11-02 13:59   URL
비밀 댓글입니다.

같은하늘 2009-11-03 18: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리나라 그림에 관한 책이라니 급관심 가는걸요.
거기다 저 위에 질문에 5번 밖에 아는게 없으니 책이 더욱 궁금해요.ㅎㅎㅎ

마노아 2009-11-03 20:25   좋아요 0 | URL
오주석 선생님 책은 모두 강추지요. 김홍도의 씨름도는 한국의 미 특강에도 자세히 나와요.
어제 무슨 퀴즈 프로그램에서 김홍도의 씨름도에 상투 튼 사람이 몇 명 나오냐는 질문이 있더라구요.
호곡이었어요.^^;;
 
촛불세대를 위한 반자본주의 교실
에세키엘 아다모프스키 지음, 일러스트레이터연합 그림, 정이나 옮김 / 삼천리 / 200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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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살고 있는 사회의 기본 체제가 자본주의인 까닭에, 그것은 지극히 자연스럽고 당연한 순리처럼 느껴졌었다. 적어도 초등학교 고학년까지는 반공 교육을 받았고, 그래서 왜 나쁜지까지는 파악하지 못하더라도 북한은 나쁜 체제를 유지하는 나라로 인식되어 있었고, 그래서 그 대척점에 있는 남한의 자본주의 체제는 아주 효율적이고 합리적이고 따라서 선에 해당하는 사회로 알고 있었다. 이 사회의 운영 체제가 상당히 비합리적이고 불공정하다는 것은 아주아주 오랜 후에 알았다. 아마도, 내가 학생일 때는 못 알아차렸던 듯하다.  

전근대 사회도 아닌데, 자본주의 체제가 상당히 억압적인 형태라고는 차마 생각지 못했던 것이다. 그러나 곰곰이 짚어보면 자본이 곧 권력인 사회이고, 자본을 가진 자가 대다수 시민 위에 군림하고 있는 이 행태를 직시한다면 자본주의 체제가 얼마나 다수의 군중을 억압하고 있는 사회인지 쉽게 알아차릴 수 있다. 그리고 그 도구로 이용되는 것이 '교육'에 의한 줄세우기라고 생각하면 뒷못이 뻣뻣해지는 서늘함을 느끼게 된다.  

자본은 사람을 계급과 계급으로 구분해서 서로를 분리시키고 적으로 만들 뿐 아니라, 소수의 지배자가 다수의 억압받는 자의 시간과 노동과 위엄까지도 잠식하거나 하는 중이다. 그것을 알고 있든 모르고 있든. 그래서 더 무서운 것일 게다.  

자본주의가 만들어낸 국가과 민족이라는 경계. 그것이 개인의 존엄함보다도 더 우위에 있다는 은연중의 강요와 세뇌가 무섭다. 영화 '태풍'이 역겨웠던 데에는 '국가'의 명이라면 불가능을 가능으로 만들어내겠다는 주인공의 호언장담도 크게 한몫 했을 것이다. 오늘 보았던 영화 '국가대표'에서는 미국으로 입양되었던 아이가 엄마 찾기 위해서 귀화한 후 대한민국 국가대표로 뛰는 이야기가 나온다. 재미와 감동을 적절히 선사해준 이 영화가 만약 '애국심'에 호소하는 신파로 기울었다면 음향사고로 인한 환불 소동의 방향이 조금 달라졌을 것이다. 감동을 방해해서가 아니라 짜증을 배가시킨 탓으로.  

이 책은 우리가 쉽게 쓰는 용어 자본주의와 사회주의(그밖의 마르크스주의, 레닌주의, 아나키즘 등등)와 같은 단어들을 좀 더 근원적으로 파헤쳐서 쉽게 설명해주는 데에 공을 들였다. 거기에는 자주 삽입되는 일러스트도 큰 몫을 담당하고 있다.  

이를테면 이런 식이다. 



32쪽의 국가과 조국, 민족의 개념을 자본주의와 대조시켜 설명한 부분이다. 비유가 아주 쉽고 강렬하게 다가온다.  

18세기에 시민혁명이 일어났을 때 많은 사람들은 소수의 특권계급에게 몰려있던 권력이 민중에게로 돌아갈 수 있다고 기대했을 것이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자 왕과 귀족, 성직자와 같은 특권계급보다 좀 더 넓어지긴 했지만 역시 대다수 민중에 비하면 소수에 속하는 부르주아들이 권력을 잡아챘다. 그들은 오늘날의 자본이라는 권력을 가진 소수의 사람들을 떠올리게 한다.  

사회주의 국가들도 그랬다. 그들이 이상으로 삼았던 평등사회와 달리, 군부를 장악하여 권력을 잡은 독재자가 꼭 등장했고, 그들은 사회주의 국가 건설의 실패 이후 빠르게 신자유주의화 되어버렸다.  

좌파들은 어떠했던가. 그들은 권력을 잡으면 세상을 바꿀 수 있을 거라고 믿었다. 또 많은 사람들이 그걸 기대했다. 그러나 우리가 김대중 노무현 정권 십년 동안에 이미 경험을 했지만 정권을 잡는 것만으로 사회가 변하지 않는다. 그들의 정책도 마찬가지였다.  

   
 

 ‘권력을 잡는 것’에 대한 재검토가 필요하다. 그 일이 불가능하기도 하지만 그런 방법이 바람직하지도 않기 때문이다. 권력은 가까이 오는 모든 것을 변질시키는 법이어서 그것에 대항하는 사람들까지 무력화시켜 버리고 만다. 국가 기구를 장악하려고 하는 사회운동이 때때로 권력관계를 재생산하거나 강화시키기까지 하는 경우도 있다. 선거에서 이기거나 국가를 ‘장악’하기 위해서 과거의 반자본주의자들은 당이나 해방군 같은 조직을 만들었다. 하지만 그런 조직은 사람들을 분리하고 단죄하고 종속시키는 기관이 되어 버렸다. 국가 권력을 장악하고 나면 어김없이 과거 권력자보다 더 심하게 억압하거나 더 세련된 억압 형태를 만들어 냈다. 99쪽

 
   

 지난 선거들에서 압도적인 1위 후보를 따라잡기 위해서 진보 정당에게 표를 나눠주는 건 사표라고 강조했던 것들이 생각난다. 그 전제조건에서 이미 정권을 잡기 위해서 타협이 필요하고, 정권만 잡으면 일단 해결된다는 무모한 확신이 들어있는 것이다. 그런 생각들은 역으로 정권을 빼앗기면 어떤 꼴도 감당해야 한다는 역설을 만들어내기도 한다. 그러한 함정에 대해 이 책은 '권력에 포섭되지 않는' 노력에 대하여 이야기한다.  



'민중 권력' 혹은 '반권력', 또는 '대항 권력'에 대해서 우리가 깊이 곱씹어야 할 이유이기도 하다. 우리는 흔히 '혁명'이란 다가와야 할 거대한 무엇이라고 생각하고 납득하곤 하지만, 혁명은 항상 우리 주변에서 바로 지금도 진행되는 부분들이다. 그것이 참 혁명인지 반동인지는 각자가 판단할 수 있을 것이다. 삶 속에서 말이다. 우리의 생활을 지배하고 생각을 잠식해 들어가는 자본의 올가미와 권력의 억압을 뿌리치는 것 역시 일상의 혁명 속에서만 지속적으로 가능할 것이다.  

반미하면 좀 어떻습니까....라고 했던 질문이 떠오른다. 빗대어서, '반자본주의' 하면 좀 어떻습니까...라고 묻고 싶다. '좌파'라고 하면 '빨갱이'로 몰리는 아직도 후진 한국 문화를 이젠 좀 바꿔야 할 때가 되지 않았을까. 책에선 전통 좌파와 창조적 에너지를 갖고 있는 반자본주의를 구별하기 쉽게 표로 만들어 놓았다. 



좌파라는 것이, 반자본주의라는 것이 숨막히는 도덕주의가 아니라 융통성도 있고 포용력도 있는 가치라는 것을 알아차릴 차례다. 그리고 그렇게 만들어가는 것이 이 희망 없는 자본주의 세상에서 새 힘이 되어줄 것이다.   

제목이 좀 딱딱하고 표지가 덜 호감이 가고, 가끔 오타도 나오곤 하지만, 이 책은 '정독'해볼 만한 가치가 충분히 있는 책이다. 자본주의의 역사와, 거기에 대항해 온 역사를 파악할 수 있고, '반자본주의'라는 명제 우리가 힘을 모아야 할 우리를 만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이 책 안에 만병통치약이 들어 있지는 않다. (있을 수 없다.) 취할 건 취하고, 버릴 건 버리면 된다. 그건 당신의 몫이다. 

ps. 점점 더 낯선 도시에서 이뤄지는 정상회의들에는 이런 이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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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큐리 2009-08-01 11: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이 책가지고 사람들하고 한 번 쯤 토론해보고 싶었어요....

마노아 2009-08-01 12:15   좋아요 0 | URL
그런 분위기가 조성된다면 참 바람직할 것 같아요. 근데 쉽게 쓰여진 책인데도 전 어려웠어요ㅠ.ㅠ

다락방 2009-08-01 12: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노아님이 찍어 올리신 사진을 보고 있자니 마지막에 말씀하신 것 처럼 정독해볼 만한 가치는 있는것 같은데 말이죠, 제목에 '촛불세대를 위한'은 좀 거부감이 들어요. 저 수식어 말고 다른 말을 쓸 수는 없었을까요? 아, 전 왜 저렇게 저 말이 맘에 들지 않는걸까요? ㅜㅡ

마노아 2009-08-01 22:44   좋아요 0 | URL
나름 고심해서 지은 제목일 텐데 오히려 독자층을 너무 구속하는 느낌이에요. 길기도 하구요. 그런데 또 우리 사회에서 '반자본주의'라는 말이 불편하게 다가가잖아요. 여러모로 고민한 결과인가봐요.^^;;;

치니 2009-08-02 12: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다락방님처럼 '촛불세대를 위한'이 끝끝내 맘에 들지 않더라구요. 마노아님은 출판사의 고민을 헤아려주시는 관대한 독자. ^_^ 좋은 리뷰 잘 읽고갑니다.

마노아 2009-08-02 14:35   좋아요 0 | URL
아하핫, 졸지에 관대한 독자가 되었어요. ^^;;;;
책을 선택하게 할 때 제목이 주는 역할과 영향을 무시할 수 없어요.
흔한 제목은 너무 식상하지요.^^
 
100℃ - 뜨거운 기억, 6월민주항쟁
최규석 지음 / 창비 / 2009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77년생 작가가 이 책의 의뢰를 받았을 때 마다하려 했던 이유처럼, 87년 그해에 난 어렸고, 그래서 그 뜨거웠던 열기를 기억해내지 못한다.  

다만, 그 시절 어쩌다가 시내로 외출을 하게 된 날 둘째 언니가 저 사람들 곁에 가지 말라고 조심하라고 가리키던 전경들은 기억이 난다.  내가 초등학교 3학년이었고 언니가 6학년으로 둘 다 어리긴 마찬가지였는데, 그래도 언니는 그네들이 멀쩡한 시민들을 어떻게 대했는지는 알고 있었던 것이다. 그 시절에 대한 기억이 남아 있냐고, 나중에 한 번 물어봐야겠다.(문득, 궁금해졌다.) 

광주의 이야기를 처음 들은 것은 중학교 3학년 때였고, 그 사건들을 책으로 접하게 된 것은 대학교에 들어간 이후였다. 그렇듯 '민주주의'란 글자는 늘 내게 간접적으로 만날 수 있는 대상이었다. 당시의 절박했던 상황들은 극적 긴장감을 불러 일으켰고, 울분도 뱉어내게 했으며, 뜨거웠던 젊음과 피눈물엔 감동도 따라오기 마련이었다. 그렇지만 여전히, 거리감은 있다. 그러니까 그건, 내가 '직접' 경험한 게 아니기 때문에 더 쉽게 환호할 수 있고, 그랬기에 더 쉽게 잊어버리거나 비판도 해버릴 수 있는 거리감인 것이다.  

책은 6월 민주 항쟁의 전개 과정을 드라마틱하게 보여주는 서사 부분과, 청소년을 위한 민주주의 교육을 바탕으로 한 부록 '그래서 어쩌라고?'로 구성되어 있다.   





앞의 이야기는 짧은 단락으로 이야기를 빠르게 진행시키다 보니 서두르는 감이 있지만 주어진 페이지 안에서 발단 전개 절정을 제대로 구성한 연출감을 자랑한다. 저마다의 목소리를 낼 각기 다른 캐릭터들이 모두 등장하지만 그들은 모두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다. 데모하는 아들에게 역정내는 술만 마시는 아버지, 보도 연맹 사건으로 어머니를 잃은 뒤 '빨갱이'에 경기 일으키시는 엄마, 장남의 책임으로 양심의 울림을 외면했던 큰 형, 반공 웅변대회 출신으로 이제는 짱돌 들고 데모대의 앞에 서는 막내 동생까지. 나라에서 나쁘다고 하니까, 그게 죽어 마땅한 죄라고 하니까 마냥 그런 줄 알고만 살아왔던 이 어머니의 자식을 향한 모정이 시대에 대한 각성으로까지 이어지는 장면은 반전을 위한 소재만은 아니었다. 실제로도 그렇게 바뀌어진, 달라진 어머니들은 종종 관찰되곤 한다. 작품 속에서 교도소 담을 뛰어넘는 에피소드가 나오는데 작가님 설명에 의하면 실제로 인터뷰 대상에게서 들었던 실화라고 한다. 



 

 

 

 

 

 

 

 

 

 

 


가장 인상깊었던 대목은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 이후 술자리에서 벌어진 언쟁이었다. 젊은 혈기로 핏대 올리는 새파란 후배한테 변절자 소리 들었던 장남이 지적한다.  

   
  "학생들 보기엔 우리가 위선자나 변절자로 보이겠죠. 그래서, 변절자는 같이 울면 안돼요? 지금 싸우고 있는 사람들만 슬퍼하고 분노할 자격이 있는 건가요? 그렇게 해서 학생들이 얻는 게 도덕적 우월감 말고 뭐가 있어요? 같이 슬퍼하는 사람들까지 밀쳐내면서 뭘 어쩌겠다는 건지 모르겠네요."   
   

자칭 진보라고 외치는 사람들에게, 그 살벌한 도덕적 우월감 앞에 해주고 싶은 말이기도 하다. 사실 어제 작가와의 만남 시간에도 저 한 마디를 던져주고 싶은 사람이 있기도 했다. (내 앞에 앉았던 어떤 사람...;;;;) 

결과적으로 볼 때, 87년의 항쟁은 실패했다. 20년이 지난 지금 우린 그때 성취한 민주주의가 우리 것이 아니었음을 뼈저리게 깨닫고 있다. 그러나, 그렇게 얘기한다면 3.1운동도 실패한 운동이었다. 그 후로도 우린 식민 지배를 26년이나 더 버텨야 했으니까. 그렇지만 소원하던 독립을 당장 이루어내지 못했다고 해서 3.1운동의 가치가 훼손되는 것이 아닌 것처럼, 87년 항쟁도 그 의미가 퇴색하지 않는다고 믿는다. 그만큼 희생했기에, 그만큼 덤볐기에 지금 이 정도까지라도 온 것이라고. 본의든 아니든 거기에 무임승차해온 사람으로서 왜 그것밖에 못했느냐고 감히 손가락질 할 수는 없는 노릇인 것이다. 그 시절 투쟁을 반사이익 삼은 욕먹을 만한 정치인들이 있다 할지라도. 



(젊은 작가에게서 나오는 특유의 유머 감각이 순간순간 빛을 보인다. 심각하게 읽다가도 피식피식 웃게 되는 대목) 

청소년들을 위한 학습교재로 만들어진 목표답게 앞쪽에 서사적 구성과 뒤쪽의 심층 강의로 진행한 것은 탁월한 선택이었다. 책 한 권으로 다 담을 수 없는 더 많은 내용은 작가의 당부처럼 일선 교사들의, 그리고 어른들의 몫으로 남겨둬야 할 것이다.  

여전히 제도적 민주주의조차도 타는 목마름으로 기다려야 하는 우리로서는 아직도 이런 이야기들을 목놓아 울며 봐야한다는 것이 서럽기 그지 없지만, 수업의 보충교재로 쓰일 수 있는 이런 책이 나와준다는 것으로도 일단은 감사해야 하지 않을까. 물론, 한 학급 40명 규모의 고등학교에서 근현대사를 선택한 학생이 달랑 2명 뿐인 현실은 여전히 쓰디쓰지만 말이다.  

솔로몬은 1,000번째의 번제에서 세상에서 가장 빛나는 지혜를 선물로 받았다. 999번째 까지는 응답지 않았던 그 신으로부터. 

물은 100도씨에서 끓는다. 99도까지는 끓지 않는다. 작품 속 사내의 말처럼, 99도에서 포기해 버린다면 얼마나 아까울까. 조금만, 조금만 더 버티면 되는데...... 

한 사람의 열 걸음이 아닌 열 사람의 한 걸음이 더 중요하다는 걸, 더 값지다는 걸 우린 살면서 배워냈다. '민주주의'가 단지 교과서에서 등장하는 고리타분한 단어가 아니고, '정치'라는 것이 단지 욕할 때만 필요한 것이 아님을 우린 또 살면서 알아차리지 않아던가. 결국엔 우리의 삶이고 우리의 생을 관통하는 주제다. 외면하지 말고 관심을 갖고, 참여하고, 연대하고... 그렇게 모이다 보면 우리의 온도는 어느덧 99도를 지나 100도에 도달하지 않을까. 20년 전에 참 승리를 맛보지 못했다면, 이제라도 진짜 승리를 찾아야 하지 않을까.  

우리도, 이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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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꾸는섬 2009-07-10 23: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 우리도, 이겨야죠.^^

마노아 2009-07-11 09:15   좋아요 0 | URL
승리의 화이팅이에요~

순오기 2009-07-11 00: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제 만남은 잘 다녀왔나요?
민주는 카페를 못 찾아 헤매다가 시간이 늦어서 못 갔다는....ㅜㅜ

우리도 이길 수 있다!

마노아 2009-07-11 09:17   좋아요 0 | URL
이리 카페가 홍대 전철역에서 90도로 쭉 올라가면 바로 나오는 곳에 있는데 지도만 보면 당최 여기가 어디인지 알아보기가 힘들어요.
전에 차인표 작가와의 만남 때 제가 엄청 헤맸거든요.
이번엔 그때 경험으로 쉽게 찾았는데 민주도 고생했을 거예요. 지난 번에 저도 물어물어 갔거든요.
민주를 못 만나서 아쉽네요.
다음을 기약해죠.
역시 승리의 기약~!

행복희망꿈 2009-07-11 17: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 책 읽었어요. 마음이 많이 아팠답니다.
어제 다녀오셨나요? 좋은 시간 보내셨는지 궁금하네요.

마노아 2009-07-11 20:05   좋아요 0 | URL
초반에는 말이 너무 안 들리고 자리가 불편해서 앉아있기가 힘들었어요. 마칠 때 쯤 되니까 질문도 재밌어지고 답변도 인상적인 것들이 들리더라구요.^^

다락방 2009-07-11 21: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노아님 읽으셨군요!
마노아님은 엄청나게 책을 읽으시면서, 그 모든 책들을 그리 꼼꼼하게 보시다니. 감탄하고 말아요, 정말.

마노아 2009-07-11 22:56   좋아요 0 | URL
그림책을 더 좋아하면서, 그림이 있을 땐 오히려 그림을 주의 깊게 못 보고 넘어갈 때가 많아요. 차분한 독서를 해야 하는데 늘 좀 급히 달리는 느낌이에요. ^^;;

같은하늘 2009-07-13 10: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노아님을 볼 때마다 언제 이리도 많은 책을 읽으시는지 궁금...
그나저나 마노아님 나이가 들통나버렸어요...^^

마노아 2009-07-13 15:12   좋아요 0 | URL
하핫, 숨기려던 것도 아니니 괜찮아요.^^;;;
 
한국의 글쟁이들 - 대한민국 대표 작가 18인의 ‘나만의 집필 세계’
구본준 지음 / 한겨레출판 / 2008년 8월
평점 :
절판


 작년 8월 달에 첫 장을 열었는데, 어찌 된 일인지 다 읽는데 이렇게 오래 걸리고 말았다. 이렇게 챕터 구성이 짧아서 토막토막 읽기 좋은 책은 짬짬이 읽다가 오래 묵히게 되는 일이 종종 있다. 뭐, 나의 게으름 탓이다. 

모두 합해서 열 여덟 명의 작가들을 인터뷰했다. 인터뷰 대상이 많은 까닭에 한 사람에게 많은 페이지를 할애할 수 없었지만, 액기스만 모아서 핵심만 얘기해주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만약 내가 그닥 좋아하지 않는, 혹은 관심이 전혀 없는 사람에 대한 인터뷰만 책 한 권이라면 그 책을 읽을 가능성이 너무 없지 않은가.  

이 중 2/3는 내가 아는 사람이고, 그 중에서 책까지 읽어 본 사람은 대략 절반 수준으로 떨어진다. 몇몇 분은 앞으로도 그 책을 만날 가능성이 별로 없기도 하고, 몇몇 분은 꼭 만나고 싶다고 책 제목까지 받아 적기까지 했다. 이 사람은 이렇게 공부하고 이렇게 책을 쓰고, 이렇게 사시는구나...하고 감탄은 할 수 있지만, 그게 꼭 닮고 싶은 사람은 아닌 까닭에 평가가 박해질 수 있다. (그 사람이 공병호 씨라고 말하면 좀 거시기한가???) 

다양한 분야의 글쟁이들을 인터뷰 했지만, 인문학 분야에서, 미술 분야에서, 역사 분야에서 등등... 분야가 겹칠 수 있기 때문에 앞의 분에 관한 내용을 쓰면서 '최고의 저술가'라고 해놓고, 뒷 사람도 최고의 저술가라고 평가하는 내용이 곧잘 나온다. 어쩌겠는가. 누구는 2인자라고 쓰긴 힘들지. 나름의 차이와 다양성이 있으니 그 정도는 각자 알아서 새겨 듣자.  

국문학 저술가 정민 교수님. 

성실한 글쟁이시다. 동시에 지독한 지식탐구가이기도 하다. 다른 어떤 취미보다도 공부하기를 더 즐겨하는 학자라니, 천성이며 운명이며 팔자라고 할 수 있겠다. 그 덕분에 대중들은 그가 쏟아놓은 결과물들로 지식의 달콤함을 함께 맛본다. 고마운 일이다. 파일이 꽂혀 있는 회전 거치대가 인상적이었다. 그의 아이디어 싹들이 모여 있는 곳. 많은 인터뷰이들이 각자 저만의 메모 보관법을 갖고 있던데, 순간순간 떠오르는 생각의 파편들을 얼마나 성실하게 잘 모아두고 활용하는가에 따라서 연구 성과가 달라지는 듯하다. 새겨들을 일이다. 정민 교수님은촌각의 시간도 아껴서 알뜰하게 사용하는 경제적인 사람이다. 21세기의 다산 정약용이랄까. 어머. 성씨도 같네. 정약용과 정민! 정민 교수님의 책은 읽은 것은 평범했고, 아직 읽지 않은 책 중에 소장하고 있는 책들은 평가가 썩 훌륭한 것들이다. 조만간 빨리 만나고 싶다.

글 잘 쓰는 팁이 인상적이다. 형용사와 부사를 줄이고 -이다. 형 어미를 쓰되 강조할 때 '-있다'와 '-것이다'를 쓸 것. 거품을 들어내라는 말. 김훈의 글쓰기가 생각나는 대목이다.  전혀 염두에 둬본 적이 없는데 내가 쓰는 글들이 어떤 형태로 읽히는지 점검해보고픈 욕구가 생긴다. '낭독'을 활용해서 잘 읽히는지 짚어본다는 것은 꽤 효과적으로 들린다. 언젠가 나도 해본 듯하다. 권해준 책 '생각 없는 생각'은 품절이다. 아쉽다. 아무튼, 그의 스승 이종은 교수와의 에피소드는 기억에 오래 남을 듯하다. '텅 빈 산에 나뭇잎은 떨어지고 비는 부슬부슬 내리는데" 가 "빈 산 잎 지고 비는 부슬부슬'이 되는 순간, 내공의 깊이와 차이를 깨닫는다.  덜어내고 가벼워지는 더 채워지고 깊어졌다. 아름답다.

미술 저술가 이주헌씨.

멀기만 했던 예술을 대중 가까이 끌어온 저술가다. 한겨레 미술 기자 출신인 그는 신문기자로 일하면서 쉽게 설명하는 훈련을 쌓았다.  회사를 나와서 잡지사도 그만두고 직업 저술가의 길을 택하기 위해 그가 던진 출사표는 장엄하기까지 했다. 학고재가 출판사 겸 화랑이란 것은 처음 알았다. 그곳에서 나오는 일련의 책들에 대한 수긍이 조금 더 가는 단서다. 선인세라 치고 받은 1100만원. 거기에 저금 300만원을 보태어 일가족 네 명이 함께 떠난 유럽 여행. 그리고 나온 책이 <50일 간의 유럽 미술관 체험>. 땀과 노력이 밑바탕이었지만 우선 '기획'의 승리에 방점을 찍고 싶다. 기획자로서의 탁월한 능력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연수입이 억대란다. 엌!소리 나온다.  스테디 셀러는 확실히 다르구나. 각주를 거의 쓰지 않는 글쓰기에 박수를 보내고 싶다. 나도 각주 읽는 것 정말 싫다. 그나마 책 아래에 나온 것은 덜 부담스럽지만, 책의 맨뒤에 몰려 있는 각주는 정말...ㅠ.ㅠ '나쁜 사마리아인들' 읽을 때 책 넘기다가 화딱지 났던 기억이 떠오른다.

그는 자기가 쓰고 싶은 것보다 독자들이 읽고 싶어하는 책을 써야 한다는 의식이 확고하다. 그건 대중연합주의가 아니라 그가 대중을 최우선으로 두고 있다는 반증일 것이다.

그의 책이 진짜 빛을 발하려면 해당 미술관을 좀 가보고 실제로 경험해 보는 작업이 따라줘야 하는데 애석하게도 그런 경험이 없는 게 슬프다. 그래도 언제고 다녀올 날이 있겠지... 

개인적으로는 오주석 씨의 글이 너무 편안하게 읽히는 까닭에, 그 후에 만난 이주헌 씨의 글들은 내게 너무 딱딱하게 읽혔다. '눈과 피의 나라 러시아 미술사'는 그나마 덜 했지만, 훨씬 앞서 나온 50일 간의 미술관 체험은, 사실 읽다가 중도 포기했다. 다시 만날 날을 나 역시 고대한다..;;;; 

가만 보니 각 인터뷰이마다 사진 찍은 사람이 다르다. 오옷! 한 번에 인터뷰한 것이 아니라서 그런가 보다. 신선하다. 사진이 칼라였다면 눈은 더 즐거웠겠지만, 그건 고스란히 독자의 부담으로 돌아올 테니 만족해 하자. 책의 도판도 아니니 말이다. 

역사 저술가 이덕일 씨는 내가 참 좋아하는 분이다. 학벌과 인맥이 너무 강조되는 한국의 풍토에선 교수직을 따내기 어렵다고 여긴 그는 일찍부터 역사 저술가의 길을 택했다. 그 자신은 꿩 대신 닭의 선택이었을지 모르지만, 독자 입장에선 고마운 차선책이었다. 그리고 솔직히 그분의 강연을 들어봐서 하는 얘긴데, 말하기보다 글쓰기가 훠얼씬! 훌륭하신 분이다. 말솜씨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글솜씨가 워낙 탁월하기 때문에 그렇다. 인문학 서적에서 '문학적 감성'을 느낄 수 있게 해준다는 게 나로서는 정말 신선했고 자주 감동을 받게 되었다.  

그는 정통 사학자의 코스를 걸어왔음에도 불구하고 유독 '재야 사학자'라는 꼬리표가 늘 달려왔었다. 그것 역시 학연 지연 서열 중시하는 한국의 풍토가 낳은 선입견으로 여겨진다. 이덕일 씨를 좋아한다고 얘기하면 그 사람 의견은 비주류야! 라고 잘라 말하는 사람들도 여럿 보았다. 무조건적으로 절대적 지지를 보내던 초기에 비해서 요즘엔 조금 거리를 두고 읽고 있지만, 그래도 여전히 내게는 참 좋은 글쟁이이신 이덕일 선생님!(갑자기 호칭이 바꼈다!) 앞으로도 부지런한 저작 활동을 기대한다. (그렇지만 개정판 말고 새 책을 원해요!) 

NGO 저술가 한비야 씨. 삶과 글이 일치하는 글쟁이라는 제목의 표현이 딱 들어맞는 듯 싶다. 쓴 책을 너무 많이 읽어서 외우다시피 한다는 그녀. 직접 '낭독'을 한다는 것은 독자의 입에 어떻게 읽히는지를 확인하는 작업이다. 보통 완벽주의자가 아닌 것이다. 게다가 부지런하기까지! 이 책에는 여러 베스트셀러 작가가 나오지만 한비야 씨의 책이 팔린 숫자는 어마어마했다. 내가 짐작했던 것보다 훨씬. 지구 세바퀴 반이란 표현은 그녀에게 여러모로 딱이다. 지구 세바퀴 반을, 필요한 부분만 발췌해서 읽었는데, 제대로 순서대로 다시 찾아 읽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인터뷰이들 중에는 '교수님'이 많았다. 이 분들은 안정된 수입이 뒷받침 되기 때문에 아무래도 다른 분들보다는 좀 더 연구 활동에 몰입하기가 좋은 조건을 갖고 계시다. 게다가 '방학'이 있지 않은가. 그것도 유급 방학! 반면, 그런 고정 수입이 없으신 분들은 연구, 강연, 저술, 재차 강연...의 순서를 반복하시면서 작업을 수행하신다. 노성두 씨 인터뷰에서 제일 놀랐던 게, 가장 쓰고 싶은 책은 고고학 책인데 외국의 사진을 저작권료 지불할 재간이 없어서 못 쓰고 계신다는 사실이다. 도판 사용료는 미술이나 건축처럼 사진을 많이 쓰는 출판 분야에서 책을 못 내는 결정적인 요인이라는 것이다. 비싼 도판의 경우 책 한 페이지 정도 크기로 쓰는 데 10만 원 가량 들기도 한단다. 300쪽 짜리 책 한 권을 만드는 데 사진 100장 정도 쓴다면 수백 만원에서 1천만 원 정도가 도판 사용료로 들어가니, 책을 만드는 비용이 너무 어마어마해지는 것이다. 게다가 그 비용을 건지려면 최소 3천 부는 팔려야 하는데 우리나라 출판문화와 독서 문화를 생각한다면 가능하지 않은 손익 분기점이다. 책 한 권 내고 출판사 망하라고 할 수도 없고, 사재를 털어 책 내라고 할 수도 없는 노릇 아닌가. 

이런 부분들이 보완될 수 있게 정부 차원의 지원이 시급한데, 그런 성숙한 풍토가 없으니 안타까울 뿐이다. 우린 그저 고고학의 즐거움을 '마스터 키튼'으로 달래야 한단 말인가! 

훌륭한 책을 쓰기 위해서 영어는 기본으로 깔고 가고, 독일어 불어에, 심지어 라틴어까지 1차 사료 강독이 가능한 저자들의 지적 수준을 보며 입이 쩍 벌어진다. 그래, 학문의 길은 이렇게 치열하구나! 이분들이 펜을 꺾는 일이 없도록 오래오래 지지해 주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모두가 함께 할 일이다.  

대학에서는 논문 발표만 중요한 성과로 취급하고, 책을 출판하는 일에 대해서는 경원시하는 분위기라는데, 그런 것도 바뀌어야 한다. 언제까지 학문이라는 것이 소수 엘리트들만을 위한 지적 허영심으로 자족해야 하겠는가.  

초반에는 리뷰 쓸 생각에 메모를 하면서 읽었는데, 그 후 수개월 방치해뒀다가 이번 주에 다시 읽으면서 촤르륵 읽는 바람에 메모를 못 했다. 좀 더 성실한 리뷰를 쓰지 못한 것이 막 미안해지고 있다. 인상깊었던 책들을 다시 찾아 읽는 것으로 그 미안함을 달래보련다.  

다음엔, 인터뷰어 구본준 기자의 글쟁이로서의 이야기가 듣고 싶다. 그의 서재도 너무 궁금하다. 블로그에 올라오는 글들이, 이 인터뷰보다 훨씬 재미있었음은 물론이다. 그게 가능했던 것들도 이런 만남, 이런 인터뷰, 그들의 저작물들의 도움이었겠지만. 아무튼 간에! 

참, 인터뷰이들에게서 글쓰는 Tip이 인터뷰 말미에 나오는데, 뒤로 갈수록 그게 사라진다. 팁도 안 준 분들은 왜 안 주셨을까? 혼자만의 비법으로 남겨두신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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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5-31 20:18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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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5-31 22:14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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