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토리뷰 대회
베트남에서 보물찾기 세계 탐험 만화 역사상식 20
곰돌이 co. 지음, 강경효 그림 / 미래엔아이세움 / 200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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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존에서 살아남기를 재밌게 보았는데, 이번엔 필요에 의해서 베트남에서 보물 찾기를 구입했다.
사실 어린이들 눈높이에 맞춘 책이라서 어느 정도의 유치함은 각오해야 한다.
과장된 만화 캐릭터의 행동까지도.
가끔은 진행보다는 얘기하기 위한 소재가 삽입되지만, 크게 눈살을 찌푸리지 않는 전개가 진행되니 작가님의 내공이 훌륭하다.

봉팔이는 부와 명예를 위해 보물과 유물을 찾는 자칭 유물 에이전트다. 이번엔 요리 비평가 스미스 씨의 전 재산을 유산으로 물려받는 조건으로 베트남 왕조의 전설의 요리를 찾아 떠난다.

그리고 주인공 지팡이와 지구본 교수는 세계 요리 대회의 심사 위원으로 초청받아 베트남으로 출발한다.
이은주 조교의 팔불출 행각은 여전히 이어지고, 그녀의 봉팔이에 대한 사랑도 여전하다.
베트남은 아시아 3대 요리라 조명을 받는다고 한다. 태국, 중국과 함께.
(중국 요리가 정말 맛있는지는 동의 못하겠음!)
베트남에 대한 이야기를 하기 위해서 요리 대회를 소재로 삼은 것은 탁월한 선택!

간혹 간혹 쉬어가는 페이지를 내어서 진짜 하고 싶은 이야기를 몰아서 설명한다.
베트남은 어떤 나라인가, 그곳의 자원과 경제 활동은?
그리고 우리나라와의 관계가 첫번째 설명 창에 소개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계단식 밭이 있지만, 여긴 계단식 논이 많다.
확실히 기후 차이를 느낄 수 있다.

최고의 요리법이 담긴 응웬 왕조의 전통 비법서가 전쟁 와중에 사라지게 된 경위를 설명하는 부분.
저기 저 남자가 봉팔이에게 최고의 요리를 다시 먹게 해달라고 부탁하는 그 스미스 씨.

어린이 책이라고 해서 복잡하고 어렵고 심각한 전쟁 이야기를 돌아가거나 피해가지 않는다.
호찌민의 제법(!) 잘 나온 사진을 실었다.(모처럼!)
한국이 이 베트남 전쟁에 참가해서 잘못했던 것에 대한 간략한 소개가 있고, 그에 대해 사과한 사실도 담아두었다.
그게 없었다고 하면 이 책은 나쁜 책이 될 뻔 했다.

모험과 탐험이 주 소재이다 보니, 최고의 요리법이 담긴 응웬 왕조의 전통 비법서를 찾는 과정은 추리기법으로 풀어 나간다. 중요한 키워드는 노래!
그 바람에 베트남의 전통 악기를 소개하는 장면도 나온다.
개인적으로는 한 줄 악기인 단바우의 소리를 듣고 싶다.

6개월 이상 열심히 다니고 있는 피아노 학원에서는 방학 때마다 아이들 대상으로 특강을 하는데 금년엔 드럼이 편성된다는 정보를 입수했다. 성인반도 개설되는지 물어볼 생각이다. 드럼과 기타는 나의 오랜 로망!!

아이들에게 얼마만큼의 인기가 있는지 모르겠는데, 계속 출간되는 것을 보니 이 시리즈에 대한 호응이 제법 높은가 보다. 다음 시리즈는 오스트리아라고 한다. 이원복 교수의 먼나라 이웃나라 같은 만화도 훌륭하지만, 이 책은 그보다 좀 더 저학년 아이들에게 적당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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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스탕 2009-05-18 20: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닛-! 이런 책도 보세요?! 이거 울 정성이가 완전 팬이잖아요 ^^
처음부터 베트남까지 다 있어요. 나오면 바로 사 줘야지 안그랬다간 귀찮아요 -_-
저도 드럼이 로망이야요. 내년에 정성이 드럼 배우기로 했는데 저도 어떻게 같이 다닐수 있는 수를 내든지 해보려구요. ㅎㅎ

마노아 2009-05-18 20:54   좋아요 0 | URL
프하하핫, 아마존에서 보물 찾기도 읽었어요.^0^
유치함 속에 깃든 맛깔스런 정보의 우물이랄까요.^^
드럼과 기타, 건반만 있으면 그야말로 밴드지요. 아유, 우리 꼭 성공해요!
 
포토리뷰 대회
구스타프 클림트 (포트폴리오) 마로니에북스 Taschen 포트폴리오 9
마로니에북스 편집부 옮김 / 마로니에북스 / 2006년 3월
절판


마로니에북스의 포트폴리오 시리즈를 처음 구입했다.
클림트전을 다녀오기 전에 MD님 추천 도서 중 비교적 저렴하면서 페이지가 적은 걸로 골랐다.
200페이지 넘어가면 그림 보기 전에 읽다 지칠까 봐.
그래서 고른 게 이 책!
제본이 훌륭하다.
양면으로 쫙 갈라질 수 있는데, 안정적으로 붙여놓았고, 마감 처리도 고급스럽다.
이 제본 때문에 이 시리즈를 더 구입할 마음이 생겼다.

너무나 유명한 '키스'다.
처음으로, 그림 아랫 부분을 집중해서 봤다.
여인의 발이 보인다.
무릎을 세우고 앉았었구나.
그럼 남자는? 남자의 발이 안 보인다. 남자도 여자와 같은 자세일까?
교차된 두 사람의 팔과 손이 보이고, 남자의 좀 더 짙은 피부색도 눈에 들어온다.
직접 그림을 봤으면 얼마나 환상일까!
침이 꼴깍 넘어간다.

그림의 뒷장에는 흑백처리한 작은 사진이 나오고 설명이 나오는데, 영어와 독일어랑 불어로,
그리고 한글과 일본어로 주석을 달아놓았다.

어쩐지 운율이 느껴진다. 똑같은 내용일 텐데도 한글이 유독 짧다.
한글이 이렇게 경제적인 문장구조를 갖고 있었다니!

그림은 모두 열 네장이 들어 있는데, 그 중에서 내가 맘에 드는 그림만 찍어보았다.
형광등 불빛이 안 나오게 사진 찍는 법 아는 사람...ㅜ.ㅜ
플래쉬를 켜놔서 그런가?

플래쉬 끄고 찍었다.
오늘 원화를 보고 온 그림인데 실감이 안 난다.
사람이 너무 많아서 정면으로 쳐다보지도 못했다.
애석하다ㅠ.ㅠ

그림을 보면서 자꾸 누가 떠올랐다.
일단 케이트 윈슬렛이 떠올랐고,
그 다음엔 탤런트 김정화가 생각났다.
아마도 눈썹 때문인가 보다.

스토클레 벽화의 오른쪽 부분이다. '키스'의 전조가 되는 인물들.
모자이크 기법을 사용했다.
자세히 보면 밑그림이라고 해야 할지, 자잘한 글씨들이 보인다.
어쩐지 정겹다.

내가 제일 좋아하는 '생명의 나무'
까마귀가 신성하게 보인다. 죽음을 상징하고 있음에도...

이 책 시리즈를 살펴보니, 현재로서는 클림트만 10% 적립으로 혜택이 가장 크다.
다음으로 내가 갖고 싶은 책은 '클레'다.
미하엘 엔데의 동화에 삽화가 실려서 인상 깊었던 화가였다.
책은 얇고 판형은 크다.
설명은 적지만 그림으로 모든 걸 대신한다.
그거면 족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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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SHIN 2009-05-11 07:2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구스타프, 이 사람의 그림 특징은, 모두 몽환적인 표정 - 아름답죠.^^
제가 즐겨하는 퍼즐 게임이 있는데요, 모두 명화로만 구성되어 있다보니 [키스] 작품도 있거든요.
고생 고생하면서 끼워 맞춘 경험이 생각나니..갑자기 울렁거리더군요.(웃음)
저 옷차림을 보세요. 퍼즐용으로 조각조각 내면...다 똑같아 보이거든요.-_-

마노아 2009-05-11 10:44   좋아요 1 | URL
그 몽환적인 표정 때문에 유디트 그림은 지극히 고혹적이었어요.
아, 다 똑같아 보이는 퍼즐조각들, 정말 멀미 나요...ㅜ.ㅜ

후애(厚愛) 2009-05-11 09:2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 그림들이 정말 아름답네요...
<생명의 나무>를 거실에 걸어놓고 보면 참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해 봅니다. 이름도 마음에 들어요.^^

마노아 2009-05-11 10:45   좋아요 1 | URL
어제 저 세트 그림을 50만원에 팔더라구요. 벽에 걸어두면 제대로 멋질 것 같았어요.
그런 벽을 가진 집도 필요하고, 그런 돈도 필요하지만요.^^ㅎㅎㅎ

비로그인 2009-05-12 10:0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키스와 라이프트리(생명의 나무), 그리고 기다림, 이 세 작품이 원래 하나의 작품이었다는 것을 알았을 때의(남들은 다 아는데 혼자만 모르다가 알았음) 충격이란. 그런 다음 `기다림'을 다시 보았을 때의 그 여자의 눈이 그냥 눈으로 보이질 않았어요.

마노아 2009-05-12 21:33   좋아요 1 | URL
아, 맞아요. 각각의 이름을 알고 나서 함께 들여다 보면 더 찐하게 깊이 느껴지는 울림이 있어요.
감동이 막 밀려와요!(>_<)
 
전쟁의 기억 기억의 전쟁 - 베트남과 친구되기
김현아 지음 / 책갈피 / 200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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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에 대해 좀 더 알아야겠다는 어떤 목표가 생기기 전까지, 베트남은 그저 뜨거운 밀림의 나라였을 뿐이었다. 베트남에 대해 알고 있던 여러 사실들도 그저 '사실'일 뿐이었다. 그건 구체적으로 내게 어떤 '느낌'으로 다가오지 않았다. 다른 많은 나라들이 그렇듯이 단지 그렇게 누군가였고, 무엇인가일 뿐이었다.  

그런데 베트남에 대해서 알아가게 되자 처음엔 경이로움을 느꼈고, 다음엔 감탄을 했고, 그리고 그 다음엔 미안하고 부러워지기까지 했다. 어쩌다가...... 

이 책은 '나와 우리'라는 시민 단체가 1999년부터 2001년까지 세 차례 베트남을 답사하면서 만난 사람들의 인터뷰를 담고 있으며 그 사이에 이들이 가졌던 연민과, 깨달은 성찰을 담고 있다. 그리고 그건 비단 그들만의 것이 아니고 우리 모두의 것이어야 할 유산이기도 했다.  

'나와 우리'에서 집중한 것은 '베트남전'이었고, 그곳에서 한 역할을 담당했던 한국군의 '기억'이었다. 그들이 기억하는 것과 우리가 기억하는 베트남전은 서로 달랐다. 그리고 거기서 비극이 시작된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갖고 있는 베트남 참전에 대한 보편적인 기억은 '용사'다. 귀신 잡는 해병대의 활약상. 나라를 경제 위기에서 구한 역군들. 참전의 대가로 우리가 받은 돈은 10억 불이었다. 맞다. 그 돈으로 우린 고속도로를 건설했고, 그 길을 따라 수출 대국으로 열심히 성장했다. 얼마만큼은 사실을 반영한다. 그런데, 그 전쟁이 어떤 전쟁이었는지부터 생각했어야 마땅했다. 베트남전은 '독립' 전쟁이었다. 우리가 그랬듯이 지난한 식민지 시절을 겪었던 베트남 민중들의 한서린 독립 전쟁이었는데, 우린 거기서 명분 없는 미국의 손을 들었다. 한국 전쟁의 기억으로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고들 말하지만, 깊이 들어가보면 그건 박정희 정권의 이득을 위한 것이었지 보은의 대가도 아니었고 우리가 치렀던 기회비용을 고려할 때 대한민국의 앞날을 위한 선택도 결코 아니었다.   

   
  한국은 베트남 전쟁을 통해 10억 달러를 벌어들였고, 한진 등은 대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었다. 그러나 그 10억이라는 숫자는 우리가 벌어들인 것만 계산할 뿐, 우리가 치러야 했던 대가나, 파병을 하지 않았더라도 우리가 거둘 수 있었던 경제적 성과를 의미하는 기회비용은 전혀 고려되지 않았다.
게다가 미국의 용병이었다는 역사적 오명은 영원할 것이고, 이러한 명분이 쿠데타를 정당화시키고, 인권탄압을 자행하고도 국가의 이름으로 이것을 정당화하는 역사를 만들기 시작했다고도 할 수 있다. 역사는 그렇게 단순한 것이 아니다. 베트남전에서 벌어들인 10억 달러는 박정희의 독재를 공고화하고 군사 문화를 이 땅에 뿌리 깊이 심는 데 기여한다. 장기집권, 의문사, 고문, 전두환의 집권과 광주학살 등이 베트남전으로 배태되었다고 한다면 그 10억 달러는 이후의 한국현대사가 두고두고 갚아야 할 부채가 된 셈이다. (110)
 
   

베트남인들에게조차도 상처뿐이었던 승리를 준 그 전쟁에서 우리는 32만 명의 젊은이를 보냈다. 그 중 5천 명은 살아돌아오지 못했다. 그리고 살아돌아온 사람들은 전쟁의 기억을 안고 지금도 살아간다. 그들 중 많은 사람들은 고엽제의 저주를 대를 이어 물려주고 있고, 전투 중에 민간인을 학살하기까지 했던 처참한 기억을 가진 군인들은 그 상처의 외상을 끌어안은 채, 자신이 병들었다는 것도 모르고 괴로움에 몸부림 치고 있다. 그 고통이 그들만의 것이었던가? 그들의 가족은 물론이요, 희생된 유가족을 가진 베트남 민중들의 절망과도 한 길에 놓여 있다.  

'나와 우리'가 만난 민간인 학살 마을의 사람들. 그들은 '과거를 닫고 미래를 열자'라는 당국의 지령에 따르기 위해 애쓰고 있었다. 게 중에는 좋은 의도로 찾아간 이들조차도 만나고 싶지 않을 만큼 증오에 싸여 있는 사람도 있었지만 그때 그 군인과 지금 이 시민 운동하는 사람들이 서로 다름을 알고 고마워하는 이들도 있었다. 뿐인가. 게 중에는 참전했던 한국 군인들, 뭣도 모르고 명령에 따라야 했던 어리디 어렸던 그 사람들을 동정하는 이들도 있었다. 희생을 당했던, 분노를 품었던 그들이 이렇게 나오는데, 그 동안 한국 정부의 태도는 어떠했던가. 구체적인 증거가 드러나기 전까지는 한국군이 베트남에서 자행했던 비인간적인 행위를 모르쇠로 일관했고, 희생 지역에 위령비라도 세울라치면 과거의 행적은 덮은 채 '시혜'의 대상으로만 접근을 하고, 정작 필요한 곳이 아닌 잘 보이는 곳에 학교를 지으려는 등의 전시행정만 보였을 뿐이다. 그건 우리가 그토록 비난했던 위안부 할머니들을 대하는 일본 정부의 태도와 뭐가 다른가. 부끄럽고 또 부끄러운 일이다.  

과거에서 아무 것도 배우지 못하는 자들은 절대로 미래를 향해 나아갈 수 없음을, 우리는 역사를 통해서 배워왔지만 또 다시 같은 실수를, 잘못을 저지르는 우를 범하고 있었다. 식민지살이와, 동족상잔의 비극을 알던 우리가 베트남에서 자행했던 패륜적인 행위들, '국가'라는 이름으로 군림하고 있는 포악한 권력앞에 짓밟힌 광주의 기억, 대추리의 기억 그리고 용산의 기억. 정부는, 그리고 국가 권력은 모든 영광과 이익은 자신의 손아귀로 끌어당기고, 모든 희생과 비극은 국민 '개개인'의 것으로 돌려버린다. 월남에서 베트콩을 쏘아 죽이고 그 대가로 훈장을 거머쥔 참전 군인이 그랬고, 자신이 쏘아죽인 베트남 민간인의 어머니의 눈빛을 보고 돌아와 그 참혹함에 일생을 방황하며 사는 가엾은 군인도 마찬가지였다. 그들은 자신의 행위를 정당화하거나 미화하거나, 아니면 그 죄값으로 인해 감당할 수 없는 생의 무게를 버티며 살아야 했다. 어느 쪽도 정상적인 삶이 아니었다.   

   
  권력은 정신과 일상을 교묘하게 조작해 사람들을 자발적으로 굴종하게 만들고 일상 생활의 미세한 국면에까지 지배력을 행사한다. 제도교육과 미디어, 다양한 상징을 통한 지배논리는 개인의 일상을 치밀하게 파고들어와 삶 자체를 그들의 논리로 내재화한다. 은밀한 폭압적 시스템 속에서 살아온 내 몸은 나도 모르는 사이 이 논리들을 내면화한다. 무엇이 억압인지를, 무엇이 자발적 복종인지를 알 수 없게 만드는 것으로부터 시작된 일상의 파시즘은 우리 사회의 소수집단들과 제3세계 민중들에게 폭력을 휘두른다. 내 몸 속에 면면히 흐르는 반공 이데올로기, 자기 검열, 체제 순응적 태도, 가부장성, 외국인에 대한 이중 잣대, 무관심....... 내면화되어 정신과 의식을 지배하는 이 일상의 폭력, 일상의 파시즘을 직시하지 않는 한 나 역시 언제 베트남 사람들을 죽일지, 우리 사회의 소수자를 박해하는 데 일조할지 알 수 없다. (280)  
   

적어도 미국에서는, 그 전쟁이 옳은 전쟁이 아니었다는 것을 알고 있고, 자신들의 만행을 언론을 통해 접하면서 무엇이 잘못된 것인지에 대한 반성이라도 할 수 있었지만, 우린 너무나 오래도록 진실을 몰랐고, 외면했고, 또 방조했다. 그리고 그 덕분에 녹슬어버린 올바른 양심의 부재를 아직도 겪고 있다.   

   
  미국에서 베트남전에 참전을 했다는 것은 자랑거리가 될 수 없었다. 그러나 한국에서는 상황이 달랐다. 한국에선 여전히 월남의 자유와 평화를 수호하러 갔던 귀신 잡는 해병대에 경의를 표했고, 아무도 베트남에 가서 무슨 일을 했는지 묻지 않았다. 참전군인은 한 집안을 일으킨 장본인이기도 했고, 경제발전의 주역이기도 했다. 월남전의 성격에 대해 말하는 이도 없었고, 민간인 학살에 대해 이야기하는 이는 더더욱 없었다. 그와 함께 참전 군인들이 겪어야 했던 혼돈과 갈등 또한 묻혀졌다. (177)  
   

때로, 시간이 해결해 주는, 덮어두어야 더 바람직한 상처도 있다. 그렇지만, 베트남 참전에 대한, 그리고 학살에 대한 기억은 마땅히 수면 위로 올려서 공론화해야 하는 업보였다. 그것이 우리 스스로 우리의 상처를 치유하고, 또 우리가 상처입혔던 사람들의 아픔을 달래주는 마땅한 방법이었다. 그리고 그래야만 우리가 염원하던 민주주의와 인권을 향해 나아갈 수 있다.  

물론, 진실과 마주한다는 것은 고통을 수반한다. 명령 때문이었다고, 나는 아무 것도 몰랐다고, 혹은 내가 태어나기 전의 일이라고, 나와는 상관 없는 일이라고 변명할 수 있다. 하지만 우리는 또 알고 있다. 죄가 없어도 책임은 있다는 것. 그건 그들의 일이 아니라 '우리'의 일이라는 것.  우리가 풀어야 할 몫이라는 것을.

이 책은 제목이 책의 절반을 얘기해 준다. 전쟁은 어떻게 기억하는가에 따라서 또 다른 2차 피해를 남긴다. 해석하지 못하는 전쟁은 우리에게 치유할 수 없는 아픔과 상처만을 남긴다. 우리는 전쟁의 기억 속 진실을 제대로 파악해야 한다. 그리고 제대로 기억해야 한다. 똑같은 비극을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서라도.  

읽으면서 많이 울컥했다. 아프고, 또 아프다. 모두가 모른 척하고 살아갈 때 앞장 서서 베트남을 찾아가고, 그 속에 학살로 희생된 유가족들을 찾아가 위로해 주고 사과하는 '나와 우리'가 고맙고 미안하고 부끄럽고 또 대견했다. 훗날 내가 베트남을 방문했을 때, 관광 이상의 것을 보고 올 수 있다면, 그건 어디까지나 '나와 우리' 그리고 이 책의 공로일 것이다.  

다 좋은데, 뒤로 갈수록 오타가 많고 유독 띄어쓰기 오류가 많은 것이 이 책의 유일한 흠이다. 하지만 그 정도는 생채기 축에도 끼지 못할 만큼 이 책이 품고 있는 메시지와 표현하는 가치는 지극히 아름답다. 저자 분이 아프리카에서 인류의 절멸이 지구를 위해 인간이 할 수 있는 유일한 것이 아닐까 생각했던 장면이 나오는데, 아이러니하게도 이런 분들 덕분에 인류에겐 희망이 있다는 것을 역설적으로 깨닫는다. 역시 감사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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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오기 2009-05-16 09: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블로거뉴스 특종이네요~ 축하!^^

마노아 2009-05-16 11:24   좋아요 0 | URL
순오기님도 한약 편(?) 당선되셨지요. 축하해요.^^
 
지식 e - 시즌 4 가슴으로 읽는 우리 시대의 智識 지식e 4
EBS 지식채널ⓔ 지음 / 북하우스 / 200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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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식 채널 <17년 후> 사건으로 피디님 떠나시는 것 보면서, 이 방송이 중단될까 봐, 이 책을 더는 만날 수 없게 될까 봐 얼마나 조마조마 했는지 모른다. 다행히도, 방송은 계속해서 전파를 타고 있고, 책은 '씨즌 4'라는 이름을 걸고 내게로 왔다. 다음 번 칼라로 예상했던 표지인데, 내가 원했던 새 봄 연두색이 아니라 좀 촌스러운 풀색이라는 게 약간의 실망을 주었을 뿐..;;; 

책이 참 따끈따끈하다. 2월 출간된 책인데 2월 달에 있었던 사건도 곳곳에 포진되어 있다. 이 극적인 현장감이라니. 그건 신선하면서 동시에 아픈 일이다.  

영상이 그렇듯이, 이 책의 틀도 짧고 강렬한 글과 그림으로 먼저 임팩트를 준 뒤, 더 자세한 이야기와 소개는 그 뒤에 짜잘한 글씨로 대신한다. 1권에서는 참고 도서를 소개하면서 짧게 언급하고 넘어갔는데 씨즌 2부터는 이 체제를 유지하고 있다. 익숙해지니 참 좋다. 참고 도서는 아쉬운 대목이지만.  

그러나 이번엔 삽입 '음악'을 함께 소개한다. 같이 출시된 음반 '지식 e'에 대한 안내다. 박정현 신보를 구입하면서 같이 구매하고 싶었지만, 적립금 부족으로 참았다. 음반 이벤트 당첨 안 되면 바로 달려가서 구매할 음반이지만.^^ 

난 이 책을 아껴 읽었다. 하루에, 꼭 잠들기 전 시간에만, 한 주제 혹은 두 주제 정도로만. 당연히 제법 긴 시간이 소요되어 책을 다 볼 수 있었지만, 오래오래 그 여운을 간직할 수 있었다. 이렇게 벅찬 주제를, 내용을, 감동을 한 번에 다 삼켰다가는 소화불량이 될 것만 같았다. 두고두고 곱씹을 여운이 간절했던 것이다.  

그래서, 매일밤 조금씩 아팠더랬다. 2009년 대한민국의 인권 현주소를 보여주는 모든 항목들에서, 전 세계의 굶주리는 나라들의 아픔에서, 역사 속의 무수한 상흔들을 발견하면서...... 

그렇다고, 이 책을 아주 슬픈 책으로만 생각하면 착각이다. 이 책은 아픈만큼 성숙해지고, 아픈만큼 단련되어지는, 그리고 더 배우고 더 실천하라고 밀어주는 책이기도 하니까.  

세르반테스의 긍정 마인드가 인류에게 돈키호테라는 유쾌하고 소중한 선물을 안겨주었음을 발견했고, 세상에서 가장 싼 밥에서는 그래도 아직 인정이 살아있는 우리네 사는 모습을 들여다 보았다. 루스벨트 대통령의 '뉴딜'이 진정 누구를 위한 정책이었는지 지켜보면서 부러움과 부끄러움을 같이 느끼기도 했다.  90%를 위한 디자인-편은 발상의 전환을 주었는데, 정말 누구를 위한 디자인이었는지...... 당연하지 않은데 당연하게 생각해왔던 것들에 대한 경종을 울려주었다.  

   
 

 "지금까지의 디자인은 상위 10% 사람들만을 위한 것이었다."

빈곤층...
저개발국가의 사람들...
인류의 90%를 위한
또 다른 디자인

 
   

점점 기계화되고 사람이 사람으로서 제 가치를 갖지 못하고 물질화되는 이 땅에서, 제주도 잠녀 할머니의 말은 우리가 뼈아프게 새겨야 할 진실을 담고 있었다. 

   
 

 "스킨스쿠버?
그게 있으면 한 사람이 백 명 일도 할 수 있다며?
근데 그렇게 하면
나머지 아흔아홉은 어떻게 되나?"

 
   


87년 6월 항쟁의 결과 대통령 직선제가 결정되었을 때, 웃지도 못하게 터져나온 금강산 댐 사건, 그리고 KAL기 폭파 사건. 바로 얼마 전에도 그 사건의 주역 김현희가 방송을 화려하게 장식했었다.  또 무엇을 가리기 위해서 저리 대대적으로 전파를 탄 것인가 의혹을 갖게 하는 시간이었다. 이젠 뉴스를 보아도 저 기사 이면에 무엇이 있는 것인지 잔뜩 긴장하고 바라보게 된다. 넋 놓고 있으면 눈 뜬 채로 코 베어갈까 봐. 뭔 사단이 나도 또 날까 봐 두려운 것이다.  

그렇게 위태위태롭고 어질어질한 이 대한민국에서 이런 책 한 권은 보석처럼 빛나면서 등불이 되어주는 좋은 위로자다. 우리가 가슴으로 읽어야 하는 지식이 무엇인지 말해 주면서, 가슴과 머리의 판단이 우리의 발을 어디로 인도해야 할지 말해주는 전달자이기도 하니까.  

그렇기에, 이 책의 앞과 뒤를 장식한 세르반테스의 돈키호테는 의미심장하다. 방랑기사로 살지언정 도망치지 않았던 그 사나이. 외팔이가 되어서 좌절한 것이 아니라 남은 오른 손으로 글을 썼던 세르반테스. 우리의 하루하루가 지극히 절망적이어도 우리가 종국에는 웃을 수 있다는 희망 한 줌 손에 쥔 채 책을 덮는다.  

ps. 다음 번 표지는 촌스럽지 않은 주황색이었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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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오기 2009-03-18 02: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밤늦게 돌아온 성주가 4권 나왔다고 사달라고 하던데, 님 리뷰가 올라와서 딱이네요.^^
진즉 나온줄은 알고 있었지만 만날 남의 책 주문하느라고 우리 책은 밀려 있었네요.ㅋㅋ
오늘 주문합니다~~ 땡스투!^^

마노아 2009-03-18 02:51   좋아요 0 | URL
헤헷, 감사해요. 우리 또 통했어요~! 저는 공지영 산문책 순오기님께 땡스투 했거든요.
아직 주문 전인데 낮에 하려고 해요. ^^

2009-03-18 02:3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9-03-18 02:5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9-03-18 11:5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9-03-18 11:55   URL
비밀 댓글입니다.
 
프랑스 국립 퐁피두센터 특별전 : 화가들의 천국 - 천국의 이미지
디디에 오탱제 외 지음 / 지엔씨미디어(GNCmedia) / 2008년 11월
평점 :
절판




램브란트와 서양 미술 거장전을 보러 가기 전에 도록을 먼저 보았더니, 전시품 관람할 때 훨씬 눈에 잘 들어오고 감상도 즐거웠었다. 그 기억에 의존해서 퐁피두 전도 도록을 먼저 구입했다. 그 안에 들어있는 평일 관람 티켓도 요긴하니 더 안성맞춤.  

도록의 구성은 램브란트 전 때의 도록보다 좀 못했다. 서두에 해설이 어찌나 길고 지루한지 도저히 참아줄 수 없는 압박. 무조건 첨부터 읽는 성미를 버리고 그림 장으로 넘어갔다. 이번 전시회의 주제는 '아르카디아' 아르카디아를 내 언어로 설명하기는 너무 힘이 드니 검색을 이용하자...;;; 

실제 전시장에서도  

제1장 황금시대
제2장 전령사
제3장 낙원
제4장 되찾은 낙원
제5장 풍요
제6장 허무
제7장 쾌락
제8장 조화
제9장 암흑
제10장 풀밭 위의 점심식사 

요런 구성인데, 책도 마찬가지다.  게다가 푸생의 저 그림 안에 이 주제가 모두 부분별로 녹아 있다. 이 부분은 확실히 전시장에서 멀티미디어로 설명해주던 것이 귀에 쏙쏙 들어오니 쉽게 다가왔다.   

책에서는 해당 전시 그림이 어떤 배경으로 그려졌는지, 관련 그림과 참고 그림은 어떤 것인지 함께 보여주기 때문에 더 많은 그림을 볼 수 있다. 전시장에는 그렇게까지는 안 나오지만 도록을 먼저 감상하면 그런 뒷 이야기들이 있어서 그림 보는 재미가 더 크다.  

연세 지긋하신 할아버지 한 분이 혼자 뒷짐 지고 그림을 보시는 모습, 다리가 불편한 할머니 한 분이 느릿하게 그림을 감상하시는 모습이 참 좋았더랬다. 다른 누구랑 같이 하지 않고 혼자서 그림에만 집중하는 모습이 근사했던 것이다.



멀티 룸에서 감상하던 수 메이 체의 "메아리" 4분 55초 짜리 동영상이다. 화가는 음악과 미술을 같이 공부했는데 절벽 위에서 첼로를 연주하고 그 울림을 녹화해왔다. 연주를 중간중간 쉬는데 그때마다 메아리쳐서 돌아오는 첼로의 낮고도 육중한 소리가 좋았다. 4분 55초를 다 채우지 못하고 나가는 분들이 많았는데 느긋이 앉아서 관람하는 기분이 고즈넉하니 좋았다.  



호앙 미로의 "블루 II" 저 푸른 색과 붉은 기둥, 검은 점까지. 그림이 꽤 컸는데 도록에 그림 크기가 적혀 있지만 실제로 눈으로 볼 때 확실히 양감이 느껴진다. 이 그림은 비어있어서 채워진 듯한 느낌을 주어서 오래오래 바라봤었다.  



이 그림은 아마도 사진 위에 채색을 한 것 같았다. 게다가 저 얇은 요와 밀짚 모자는 그림이 아니라 실제 물건을 그림 앞에 갖다 놓았다. 앞에 돗자리 깔아놓고. 다양한 시도가 신선했다. 



앙리 마티스의 그림이 여러 점이었는데 이 그림이 가장 마음에 들었다. 실제 전시장에선 따로 걸려 있지만 도록에는 한 페이지에 실려 있다. '폴리네시아, 하늘'과 '폴리네시아, 바다'다. 색종이를 오려 만든 꼴라쥬 작품.  

색깔도 그림도 맘에 들고, 무엇보다도 별로 빈틈이 없는데도 자유롭게 느껴진다. 마음이 탁 트이는 그런 기분. 



마시모 비탈리의 '피크닉 거리' 

무려 7미터 높이에 특수 삼각대를 세워놓고 찍었다. 그런 까닭에 저렇게 깊이 저 많은 사람들이 화면에 다 잡혀 버렸다. 의도된 연출이어서인지 같은 모양 이불이 보인다. 주최측(?)에서 나눠줬나보다. 이런 저런 카메라 의식 않고 낮잠을 자고 무언가를 먹고 수다를 떠는 사람들. 그야말로 피크닉 그 자체다. 1.5m x 1.81 크기인데 눈이 즐거워서 한참 보았더랬다. 전시관 거의 끄트머리에서 볼 수 있었는데 그 바람에 나로서는 피크닉이 끝나가는 기분도 느껴야 했지만. 

방학이 끝난 까닭에 사람도 너무 많지 않아서 좋았고, 중간중간 쉬어갈 틈이 있는 의자와 전시장 구성도 마음에 들었다. 교통편이 불편한 것만 빼면 시립미술관 전시는 늘 좋은 편이다.  

퐁피두 미술관 개관에 대한 영상물도 보았는데 지루할 줄 알았건만 뜻밖에 그것도 재밌었다. 아픈 다리를 쉬어서만은 절대 아니다. 6^^ 

실제 미술관에서 소장하고 있는 예술품에 비하면 이번 전시회에 가져온 것들은 새발의 피일 터지만, 한 주제 아래 묶여진 여러 작품들을 감상하는 소중한 기회였다. 그 기회를 더 의미있게 해준 것은 다름 아닌 도록이었고.  

또 다시 이런 전시회가 눈에 띄면 도록부터 보고 다녀오는 걸 잊지 않으련다. 그리고 기를 쓰고 혼자 다녀온 건 아니지만, 혼자 다녀오는 미술관, 참 낭만적이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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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노아 2009-03-13 22: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진을 얼마나 못 찍었는지 온통 탁하게만 나왔다. 흑..ㅠ.ㅠ

웽스북스 2009-03-14 00: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노아님. 저 퐁피두, 렘브란트, 루벤스 다 다녀왔는데, 오늘 갔다온 한국근대미술전시가 제일 좋았어요. 좀 많이 좋아요. 22일까지니까 시간 괜찮으시면 꼭 다녀오세요. 덕수궁 입장료 1000원만 내면 되요 저는 오늘 저녁에 2시간 잡고 갔는데 시간 모자라서 다 못보고 내일 다시 갈까 해요. ㅜㅜ

마노아 2009-03-14 01:03   좋아요 0 | URL
오옷, 제가 덕수궁까지 갔으면 더 좋은 구경을 할 뻔 했던 거군요! 22일이요! 일주일 남았네요. 정보 고마워요. 덕수궁 못 가봤는데 이 참에 가야겠어요^^

Alicia 2009-03-14 12: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마노아님^^ 저두 지난 토요일에 퐁피두전 다녀왔는데 너무 좋았어요.
저는 도록이 없어서 좀 불편했는데 도록파는데 서서 도록 읽어보고 엽서만 사왔어요.ㅎㅎ
비디오설치 작품 <메아리>도 좋았구요.
모스부호를 찍는 것처럼 첼로를 연주하다 멈추었다 연주했다..이렇게 진행되잖아요.
결국 소통을 얘기하고 싶었던건 아닌가 이런 생각도 들구-
위에 웬디양님 덧글을 보니 근대미술전시도 다녀와야겠네요^^

마노아 2009-03-15 01:07   좋아요 0 | URL
알리샤님~ 엽서도 사오셨군요! 전 엽서 생각은 못했네요^^
아, 모스 부호, 소통... 제가 생각지 못한 부분인데 공감이 가요.
추리소설에 보면 모스 부호 자주 나오던데 어쩐지 배우고 싶은 생각도 막 나는 거 있죠. 아주 잠깐씩이지만요~(좀 있어 보여서요. 호호홋!)
저도 담주 사이에 근대미술전 다녀와야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