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눈에 반한 우리 미술관 - 풍속화에서 사군자까지 우리 옛 그림 100 한눈에 반한 미술관
장세현 지음 / 거인 / 2007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어린이를 대상으로 써서 쉽게 서술되어 있지만 어른이 읽어도 심심하지 않을 책이다. 
풍속화, 산수화, 동물화, 민화와 불화, 문인화, 인물화, 사군자화까지 모두 7마당으로 구성되어 있다.
넓은 분류이기 때문에 한 꼭지에 많은 내용을 깊게 담아내지는 못했다. 
간혹 설명에 있어서 조금 부족하다고 여겨지는 부분도 등장했지만 대체로 쉽고 즐겁고 유익한 내용으로 채워져 있는 수작이다. 

풍속화 파트는 고 오주석 선생님이 너무나 압도적으로 멋진 책을 남겨주신 턱에 어떤 책으로도 쉽게 만족하지 못했다. 
그렇지만 다른 파트라면 얘기가 달라진다. 



이징의 '니금 산수도'다. 17세기 조선. 보통 산수화는 먹물을 사용해서 흰 종이에 그리지만,  니금 산수는 금가루를 물감으로 사용하기 때문에 검은색 바탕에 그렸다. 그래야 도드라져 보일 테니까. 따라서 산수화이면서도 느낌이 많이 다르다. 좀 더 웅장하고 압도적이 느낌. 개인적인 취향은 물빛 투명한 일반 산수화를 더 좋아하지만 이런 그림도 가끔 들여다 보면 감동을 느낄 듯하다. 지난 해 국립중앙박물관에서 니금 산수를 본 것 같은데 기억이 정확하지가 않다. 



이 그림은 '청록산수'다. 금색과 벽색 계통의 색으로 그려진 화려한 그림이다. 금색은 노랑, 분홍, 빨강 계열이고 벽색은 초록, 파랑, 보라 등을 말한다. 그림 자체가 화려하기 때문에 주로 궁중이나 귀족들의 주문에 따라 그려진 게 많다. 기교도 화려하고 장식적이다. 
이 그림은 안중식의 <도원문진도>의 세부 그림이다. 1913년 작품이니 확실히 덜 오래된 느낌을 받게 한다. 아무튼, 개인적인 취향으로는 역시 소박한 색을 사용하는 전통 수묵화가 더 끌린다.


남쪽의 주작-작은 상상의 새인 봉황이에요. 전설에 따르면 봉황은 벽오동 나무에만 깃들고, 백 년에 한 번 열린다는 대나무 열매만을 먹는다고 해요. 仁, 義, 禮, 智, 信의 다섯 가지 덕목을 갖춘 새로, 천하가 태평할 때만 나타난다는 전설이 있어요.

북쪽의 현무-현무는 북쪽을 지키는 수호신으로, 검은색 거북이를 일컫는 말이에요. 그림은 보통 거북의 몸을 뱀이 감고 있는 모습으로 그려져 있어요. 뱀은 수컷, 거북은 암컷을 상징하는데 음과 양의 조화를 나타낸 거예요. 거북은 오래 사는 동물로 옛 사람들이 장수의 상징으로 여겼지요. 거북의 등 껍질을 사용하여 점을 치기도 했답니다.
 
페이지 : 80  

동물화에서 재밌는 그림을 발견했다. 16세기 초 이암이 그린 그림에는 강아지가 나오는데 다른 그림에 같은 강아지가 나온다. 필시 본인이 기르던 개를 그린 듯하다. 좀 더 어릴 때와 좀 더 자랐을 때의 모습. 의도하지 않았건만 기록화가 되어버렸다. 게다가 귀엽기까지 하다!



맑은 눈망울이 동심을 자극한다. 새끼를 바라보는 어미 개의 눈길도 따스하고 자애롭기 그지 없다. 이암의 눈길도 그렇지 않았을까.


옛 조상들은 소를 한 가족처럼 소중하게 여기며, '생구(生口)'라 부르기도 했어요. 한 집안의 식구란 의미지요.  소는 여러 가지로 쓰임새가 많았는데, 특히 농부들에겐 없어서는 안 될 귀중한 존재였어요. 밭갈이를 하거나 무거운 짐을 옮길 때, 수레를 끌 때 꼭 필요했지요. 따라서 소에 대한 대접도 달랐어요. 새해 들어 처음 맞는 축일(丑日)은 소의 날이라 하여, 이 날은 소에게 일도 시키지 않았을 뿐더러, 콩을 듬뿍 넣고 끓인 좋은 먹이를 주기도 했어요.
 
페이지 : 94  



18세기. 이인상의 <검선도> 꼿꼿한 선비의 기개를 느끼게 하는 문인화다. 이인상 본인의 자화상일지도 모르겠다.
이 그림을 보니 드라마 황진이에서 황진이의 엄마를 사랑했던, 진이에게 거문고를 가르쳤던 배우가 떠오른다. 이름은 모르겠다. 그 배우의 분위기를 좋아하는데 최근에 추노에서도 출연했었다. 사극에 잘 어울리는 배우이지 싶다.^^

그림 속 인물은 도를 닦은 듯 속세를 초월한 눈길을 하고 있다. 당장 부채 하나를 들고서 무림의 여러 고수를 꺾을 듯한 상상도 가능하게 한다. 이 그림, 참 좋다!


김시는 어엿한 사대부 가문의 아들로 태어났어요. 그의 아버지는 한때 권력을 한손에 쥐고 휘두르던 김안로예요. 그는 간신으로 악명이 높아 여러 사람으로부터 손가락질을 받은 인물이에요. 결국 권력을 함부로 휘두른 죄로 김안로는 사약을 받아 죽었는데, 하필 그날이 아들 김시의 혼인식 날이었어요. 김시는 이로 인해 마음의 상처를 받아 벼슬할 생각을 접고, 그림의 세계로 깊이 빠져 들었지요. 그는 양송당 외에 '취면(취하여 자다)'란 호를 쓰기도 했어요. 기구한 운명의 사슬에 얽매여 '취해서 자듯' 세상과 담을 쌓고 지내며, 마침내 삼절이란 명성을 얻었던 것이지요.
 
페이지 : 143  


이것은 진짜 머리가 아니에요. '다리'라 불리는 일종의 가발이에요. 여자들이 머리숱을 많아 보이게 하려고 덧넣는 장식용 딴머리예요. '다래' 또는 '다레'라고도 하나 한자로는 '가체'라고도 해요.
여인들이 머리를 아름답게 꾸미기 위한 이런 장식은 아주 오랜 옛날부터 있어왔어요. 기록에 따르면 통일신라 시대에 가체는 신라의 명물로 외국에 수출하기도 했다고 해요.
 
페이지 : 171  



조희룡의 홍매도. 19세기.

매화 색이건만 사실이 어둡게 나와서 본연의 느낌을 잃어버렸다. 안타깝다. 
먹으로 그리기 마련인 매화도를 밝은 분홍으로 칠한 게 색달라 보인다. 
왼쪽의 그림은 무게 중심이 아래에 가 있는데 반해, 오른쪽 그림은 위쪽에 가 있다. 보는 이들의 눈길을 위 아래로 당기는 힘을 지녔다. 빈 공간에 써 넣은 글씨도 그림의 일부로 느껴지게 만든다. 한마디로 조화가 아름답다.

한 번 보고 한눈에 반하기보다, 사실 이 책의 맛은 여러 번 보면서 거듭 반하게 만드는 듯하다. 도서관에서 빌려 읽었는데 소장하고 싶은 욕심을 갖게 한다. 좋은 책이다.

댓글(8) 먼댓글(0) 좋아요(2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섬사이 2010-03-29 16: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 참 괜찮죠?
곁에 두기 아깝지 않은 책이죠.. 이런 책 만나면 흐뭇해요. ^^

마노아 2010-03-30 00:00   좋아요 0 | URL
50%할인이던데 이 참에 챙겨두면 좋을 책이에요. 이 작가님의 서양편도 궁금해졌어요.^^

꿈꾸는섬 2010-03-29 17: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 반할만하겠어요.^^

마노아 2010-03-30 00:00   좋아요 0 | URL
여러모로 유익한 책이었어요.6^^

순오기 2010-03-29 18: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2주전부터 컴터 앞에 두고도 리뷰를 못 쓰고 있어요.
저어기서 쓰고 옮겨왔군요.^^

마노아 2010-03-30 00:01   좋아요 0 | URL
보통은 여기서 먼저 쓰고 옮겨갔는데 어쩌다가 그렇게 되었어요.
저도 읽고 한참 지난 뒤 반납 생각이 나서 부랴부랴 썼답니다.^^

후애(厚愛) 2010-03-30 08: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정말 그림들이 너무 멋집니다.
조희룡의 홍매도 갖고 싶어요. 너무 아름다워요.^^
전 조희룡의 홍매도에 반해버렸어요.^^

마노아 2010-03-30 09:18   좋아요 0 | URL
저는 후애님 서재에서 반했는데, 서로 홍매화에 반했어요.^^ㅎㅎㅎ
 
백설 공주는 공주가 아니다?! - 발도르프 선생님이 들려주는 진짜 독일 동화 이야기
이양호 지음, 박현태 그림 / 글숲산책 / 2008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오래된 동화속 여주인공일수록 마음에 들지 않을 때가 많았다. 그 중 단연 최고는 백설공주였다. 도대체가 눈처럼 흰 피부에 흑단같은 머리카락에 피처럼 붉은 입술의 조화가 주는 아름다움 말고는 건질 미덕이 없어서 말이다. 나쁜 왕비의 속임수에 세 차례나 속아 넘어간다면 이 여자는 매력이 없을 뿐만 아니라 멍청하기까지 하다고 속 타 했다. 그런데 이 책을 읽고 나면, 그런 기존 감정이 상당히 머쓱해진다. 우리에게 너무 익숙한 그 백설공주가 그 백설공주가 아니라고 알려주기 때문이다. 아니 어떻게? 

간단히 말하면 잘못 번역되어 읽힌 선입견 때문이다. 일단 그녀는 '공주'라고 불리지 않았고, 그리고 우리가 생각하는 '아이들을' 위한 동화의 주인공이 아니다.  

   
 

 <동화학>이라는 두툼한 책을 지은 루돌프 가이게르. 그는 자기 책 머리말에 "메르헨, 즉 동화는 본래 어른을 위한 이야기였다. 그렇긴 하나, 동화의 위대함은 어린이에게도 그것을 들려줄 수 있다는 데에 있다"고 쓰고 있습니다. 경북대 독문과 교수인 김정철 님도 <그림 형제의 동화>에서 "동화가 원래는 성인들을 위해, 성인들이 구연한 이야기였다는 사실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라고 쓰셨습니다. – 13쪽  

우리 말 '동화'로 옮긴 독일어 낱말은 메르헨인데, 그 낱말은 단지 '작은 이야기'라는 뜻일 뿐 거기에 '어린이'를 뜻하는 어떤 것도 들어 있지 않다. – 14쪽

 
   

한자로 아이 동자를 쓰기에 또 그렇게 알아온 대로 우리는 모두 동화는 아이들을 위한, 기본적으로 아이들 용 책이라고 생각해 왔는데, '메르헨'은 그런 게 아니라는 것이 몹시 충격적이다. 단지 '작은 이야기'를 우린 '아동용'으로 오래오래 판단해 오고 있었다니...... 

그림 형제가 언어학자였다는 것은 이 책을 통해서 처음 알았다. 그들이 고르고 골라서 썼을 독일어 원어의 의미와 그 상징의 중요성을 뒤늦게 알아차렸다. 무심히 읽어 나갔지만, 이 '새하얀 눈 아이'의 탄생과 성장과 고난과 극복의 과정은 무수한 상징과 기호로 덮여 있다. 거기에는 서양의 역사와 정체성, 독일의 정서까지 모두 담겨 있다. 

저자는 일단 '이름'부터 제대로 설명했다. 왜 '백설 공주'라고 번역하는 게 옳지 않은지, 왜 '새하얀 눈 아이'라는 표현을 굳이 쓰는지 말이다. 또 왕비라는 칭호 대신 '여왕'이라고 쓴 이유를 설명했고, 우리가 알고 있는 그 새하얀 피부와 붉은 입술과 검은 머리카락이 아닌, '새하얗고 붉고 또 검은' 아이를 원했고, 그런 아이가 태어났다는 것의 차이를 쉽게 대조해 주었다. 역시 무심히 지나가곤 했지만 그 간극은 꽤 컸다. 독자는 번역된 그대로 읽어나갔고, '동화'라는 선입견에 그저 익숙한 이야기 하나로만 치부했을 뿐인데, 이야기 속에 숨어 있는, 저자들이 정말로 하고 싶은 이야기의 실마리를 푸는 순간 충격과 감동을 받고 말았다. 이건 무슨 서프라이즈인가! 

이 책의 구성은 이렇다. 맨 처음에는 한글 번역본이, 그 뒤를 이어 독일어와 영어 원문이 나란히 실려 있어서 비교할 수 있게 해주었고(그대가 읽을 수 있다면!) 이 짧고도 긴 이야기가 끝나면 친절한 해석과 해독을 풀어주었다. 그러니까 일곱 살 그 아이가 왜 일곱 개의 산을 넘어 일곱 난쟁이가 사는 오두막에 다다랐는지, 왕비가 분한 세 가지 직업군과, 세 번의 죽을 고비, 새하얀 눈 아이의 죽음을 슬퍼하는 세 날짐승까지, 3이라는 숫자는 왜 그리 자주 반복되는지를 말이다.  

   
 

 세 가지가 무더기 짓는 것을 한 번 세어볼까요? 눈처럼 새하얀, 피처럼 붉은, 창틀처럼 검은;피 세 방울; 뾰족뾰족한 돌, 가시투성이, 사나운 짐승; 띠, 빗, 사과; 세 날에 걸친 난쟁이들의 울음; 올빼미, 까마귀, 작은 비둘기까지 여러 번 나오지요? – 185쪽

 
   

우리한테는 하나의 종교로서 인식되는 기독교가 서양 문명의 뿌리로 얼마만큼 녹아 있는가를, 이 책을 읽으면서 새삼 파악하게 되어 꽤 놀라고 말았다. 그것이 곧 삶이고 역사이고 생활이라니...... 

저자는 마치 논술 수업을 해나가듯 친절하게 질문과 대답을 번갈아 해가면서 독자들을 '본디' 이야기 속으로 이끌어간다. 가끔은 그 메시지가 우리에게 울리는 현실적 경종도 함께 짚어주면서. 

책의 맨 뒤에는 진짜 독일 동화 '순금 아이'를 실으면서 여러 질문들을 던져 놓았다. 해답은 없다. 독자가 생각하고 판단하여 찾을 수밖에 없다. 어렵게 느껴진다면, 저자의 다음 책 '신데렐라는 재투성이다'를 읽으면서 좀 더 고민해야 하지 않을까? 

오역되어 잘못 이해되고 있는 대표적인 동화 '신데렐라' 편이라니, 기대가 클 수밖에 없다.  

제목은 다소 식상하지만, 내용이 주는 만족도가 몹시 크다. 오래오래 깊은 오해를 입어온 '새하얀 눈 아이'의 진실에 다가갈 수 있었던 건 행운이다. 이런 행운은 좀 더 널리 나눠야 한다.


댓글(6) 먼댓글(0) 좋아요(1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비로그인 2010-02-25 08: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haettt ich ein Kind so weiss wie Schnee, so rot wie Blut, und so schwarz wie das Holz and dem Rahmen.'

눈처럼 새하얗고, 피처럼 붉고, 흑단 나무처럼 검은 아이를 가질 수 있다면'


이 대목 정말 좋았지요.

마노아 2010-02-25 10:50   좋아요 0 | URL
저렇게 표현하니까 너무 문학적으로 들리는 겁니다. 멋졌어요. 독일어는 전혀 모르지만, 그냥 저 글자들도 아름다워보여요!

카스피 2010-02-25 09: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실 그림 동화는 현대 아이들이 읽어야 될 그런 류의 책은 아니라고 하더군요.위에서 말한대로 메르헨은 동화가 아니 그냥 작은 이야기지요.실제 각 지역의 이야기를 채집한 그림 형제의 책은 여러가지 인간의 부덕한 내용들과 잔혹한 내용들이 다수 있읍니다.그런 내용들이 시간이 지나면서 차츰 순화되어 가긴 했지만 책 내용의 본질은 소름끼치는 내용들이지요.
책을 읽으면 어린 아이에 대한 잔혹한 처사들이 많은데 그림 형제가 활동하단 시기에 어린이는 현재의 어린이가 아닌 근냥 작은 어른들로 취급했다고 하더군요.그래서 당시 아이들도 어른들의 부도덕한 것들을 자연스레 배웠다고 합니다.

마노아 2010-02-25 10:51   좋아요 0 | URL
그치요? 잔혹동화라고 불러도 될만큼. 지금 우리 기준으로는 이래저래 놀라워서 꺼리게 되는 것 같아요.
그래서 그 안에 녹아 있는 배경과 상징을 읽어내는 게 더 중요한 것 같아요. 역시 제대로된 번역이 일단 중요해요. ^^

L.SHIN 2010-02-25 13: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에 TV에서,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동화'는 사실 어린이용이 아니었다, 라고 했던 것이 기억나네요.
그 원문을 보고 싶다고 생각했는데...
하지만 월트 디즈니사도 그 명작들을 '어린이 동화'로 만드는데 지대한 몫을 했다고요.(웃음)

마노아 2010-02-25 14:56   좋아요 0 | URL
월트 지드니는 어린이용을 어른과 함께로 바꾸더니, 이제는 어른용이 되어버린 것 같기도 하구요.
디즈니는 양다리지만 확실히 픽사는 어른용이라고 생각해요.^^
 
이집트에서 보물찾기 세계 탐험 만화 역사상식 5
강경효 그림, 곰돌이 co. 글 / 미래엔아이세움 / 2005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집트 맛보기용 책. 유치한 재미가 일품!

댓글(2) 먼댓글(0) 좋아요(7)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전호인 2010-01-16 16: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맞습니다. 유치한 것이 더 재미있는 법이지여.
부담없는 허접한 재미. 생각없는 재미가 좋긴합니다. ㅋㅋ

마노아 2010-01-17 00:58   좋아요 0 | URL
맞아요, 그런 재미도 때로 많이 필요해요. 단순하지만 몰입이 편해서 오히려 기억에 더 남아요.^^
 
바시르와 왈츠를 - 대량학살된 팔레스타인들을 위하여, 다른만화시리즈 02 다른만화 시리즈 2
데이비드 폴론스키, 아리 폴먼 지음, 김한청 옮김 / 다른 / 2009년 2월
평점 :
품절


2009년도에 극장에서 처음 본 영화가 '바시르와 왈츠를'이었다. 의미심장한 영화를 진지하게 감상하다가 피곤에 지쳐 그만 졸았다는 게 큰 아쉬움이었다. 그래서 책으로 나온 것을 다시 찾아보게 되었다. 

처음엔 원작이 만화인가 했는데, 영화를 만화로 옮긴 것이었다. 따라서 소리만 없을 뿐이지 영화와 똑같다. 다만 영화를 볼 때처럼 속도감이 느껴지지 않는 지루함은 여전했다. 피곤하지 않았어도 졸았을 가능성이 조금 있다. 

이스라엘이 주변 국가에 자행하는 폭력은 익히 알고 있는 터... 전투를 경험했던 주인공이 과거의 어느 한 부분의 기억만 잊고 있어서 그것을 찾아가는 과정에서 뱉어내게 되는 잔인한 폭력의 진실에 대한 이야기이다. 주인공뿐 아니라 함께 전투에 참가했던 친구들도 그렇게 자신을 잊고 악몽에 시달리며 전혀 다른 인생들을 살고 있었다. 살아는 있지만 그 스스로 감당해내기 힘든 잔혹한 전쟁의 참상 때문일 것이다. 

레바논의 총리가 될 바시르가 임기 시작 직전에 암살되고, 거기에 대한 민병대의 보복을 이스라엘 군 당국이 부추기거나 방조했던 역사적 사건을 배경으로 하고 있는데, 당시 바시르의 커다란 초상화 앞에서 기관총을 쏘던 병사의 모습이 마치 왈츠를 추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고 해서 이같은 제목이 나오게 된 것이다. 

그때 책임을 지고 국방부 장관 자리에서 물러났던 인물은 훗날 결국 이스라엘의 총리까지 되어버리는 역설 앞에서 광주의 잔인한 기억이 떠오른다. 

조 사코의 책에 비하면 글밥이 적고 그림도 알아보기 쉽게 되어 있다. 무거운 내용이지만 소화불량이 걸릴 정도는 아니니 일독을 권해본다. 이스라엘 레바논 분쟁에 대해서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되는 것도 좋은 기회일 것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만화 김대중 1
백무현 글 그림 / 시대의창 / 2009년 9월
평점 :
구판절판


김대중 전 대통령이 서거하시고 얼마 뒤 이 책이 나왔다. 온 국민의 이목이 집중된 가운데 책이 나온 것이 마케팅적 차원에서 전혀 무관하진 않겠지만, 작가 백무현 씨는 이미 3년 전부터 이 책을 준비하고 있었다. 그러니 때맞춰 나오기 위해서 급하게 준비한 작품일 거란 우려는 버려도 좋을 듯하다.  

전5권으로 구성된 책 중 1권에서는 지난 2000년, 역사적인 방북의 한 장면을 실사로 먼저 보여주고 난 뒤 아득한 과거로 돌아간다. 바로 김대중 전 대통령이 태어난 '하의도'의 굴곡진 역사의 현장 말이다. 오랜 수탈과 억압과 투쟁이 서린 하의도. 마치 그분의 삶이 섬의 운명을 닮은 것처럼 느껴질 정도로 피눈물이 서려 있었다.  

목포항에서 서남쪽으로 57km 떨어진 하의도. 뱃길로 2시간 30분이 거리에 있는 작은 섬이다. 섬이지만 어업보다 농사가 발달한 순 농촌지역. 선조가 사랑하는 딸 정명 공주에게 하삼도를 주겠다는 망언(!)에서 비롯된 섬의 수난은 인조 대에 와서 구체적인 현실로 나타난다. (그런데 31쪽에서 정명공주가 영창대군의 동생으로 나오는데 오류가 있다. 영창대군이 동생이다!) 20결의 결세를 조정을 대신해 정명공주가 시집간 홍씨 가문의 4대손까지 받도록 한 것 자체는 문제가 없다. 그러나 80여 년이 지난 뒤 하의도의 수확량이 무려 160결로 늘어났을 즈음 욕심 사나운 홍씨 가문 후손이 140결에 대한 세금을 걷어간 것이다. 하의도 백성들은 조정에 내고 홍씨 가문에 내고 이중 과세를 하게 된 것. 여기에 대한 투쟁이 무려 300년에 걸쳐 진행된다. 조선 왕조를 거쳐 일제 강점기, 그리고 미군정 지배 하에서까지 내리 수탈 당하고 저항하다가 끝내 1950년에 가서야 제 권리를 찾게 되는 것이다.  (이 부분에 대한 더 자세하고 친절한 설명은 '조선공주실록'을 추천한다.)

김대중이 1924년 생인지라, 섬의 수난의 역사에서 비켜가지 않는다. 태어났을 때의 집안은 짐작했던 것과 달리 보통 수준의 생계를 유지했다고 한다. 그보다 6년 먼저 박정희가 태어났고, 3년 늦은 1927년에는 김영삼이 태어난다. (뒤로 가면 후배 권노갑도 나오는데 현대사에서 익숙한 이름들이 등장하는 것이 당연함에도 불구하고 꽤 신선했다.) 아이 김대중은 똑똑했고 학구열도 높았다. 겁이 많기는 했지만 해야할 일을 피하지 않는 굳센 성정도 갖추고 있었다. 남다른 아이의 교육을 생각해서 어머니의 주장으로 목포로 나와 상급 학교로 진학하게 된다.  

스무 살 나이에 마음을 사로잡은 아가씨에게 열렬히 구애해서 결혼했고 두 아이의 아버지가 된다. 해방 정국에서 여운형 선생의 건.준.위에서 활동하였으나 남과 북에 미군정과 소련 군정이 들어선 복잡한 정세 속에서 장인 어른의 강경한 태도로 인해 한민당에 입당한다. 좀 뜻밖이긴 했지만, 박정희가 한때 조선공산당에 몸담았던 전적을 생각하면 있을 수 있는 일이란 생각도 든다. 차이가 있다면 어쨌거나 저쨌거나 일평생 빨갱이 소리를 들으셨고, 지금도 그 '수괴'로 찍혀 친북인명사전에 이름을 올려야 한다는 억지 주장을 받고 있지만... (여기서도 오타가 있다. 173쪽에 백남운이 참여한 '민족주의민주선선'이라고 적었는데 '전선'이 맞겠다. 그리고 정식명칭이 앞뒤가 바뀐 게 아닐까 싶기도 한데 편집부에서 확인을 해줬음 좋겠다.) 

그 무렵의 청년 김대중은 사업가였다. 김사장이라 불리던 그는 전쟁 와중에도 제법 사업을 크게 확장시키는 배포도 있었고, 여러 식구들을 책임져야 할 입장에 놓여 있었다. 그런 그를 정치판으로 뛰어들도록 피를 끓게 만든 것은 다름 아닌 이승만이었다. 온 나라가 전쟁 와중에 신음하고 있던 와중에 집권 연장 야욕에 불타서 국회의원들을 납치 협박하여 헌법을 뜯어고친 부산정치파동. 이것이 실업가 김대중을 민주주의 투사 김대중으로 바꾸는 계기가 되어준다.  

여기까지가 제1권의 내용이다. 일제 때 징집을 피하기 위해 애 쓰고, 한국전쟁 때 공산군에 의해 반동자본가로 붙잡혀 사형당할 위기에서 빠져나왔던 그는, 이후로도 숱한 생명의 위협을 받으며 일생을 살아가게 될 것이다. 그의 고난의 역사는 뒤로 갈수록 더 높은 강도로 그를 압박할 것이다. 그러나 그 와중에도 화해와 용서의 삶을 포기하지 않고 살았던 그 자취를 미리 짐작해보니, 아직 뒷권을 읽지 못했음에도 벌써부터 숙연해진다.   

만화 박정희나 만화 전두환과는 달리 이 책은 우리를 감탄시키거나 감동시킬, 혹은 측은해할 내용들이 더 많이 나올 테지만, 살아온 행적이 전혀 다르니 저자의 정치적 입장이나 시각 탓을 할 일은 아닐 것이다. 그리고 1권의 내용만으로는 어떤 판단도 없이 객관적인 사실들만 소개하고 있을 뿐이다. 서문에서 잠시 안타까움을 토로하긴 했지만, 그 정도 감회도 없을 수야 있겠는가.

   
  '빨갱이'라는 약발이 통하지 않자, 그들은 김대중을 '대통령 병에 걸린 환자'로 몰아붙였다. 하지만 그들은 18년이나 대통령의 권좌에 있었던 박정희와 대통령에 눈이 멀어 광주 시민을 무자비하게 학살한 전두환에 대해서는 그 어떤 비판도 하지 않았다. 그들의 눈엔 김영삼도, 노태우도, 이회창도 들어오지 않았다. 유독 김대중에게만 '대통령 병 환자'라는 낙인을 찍었던 것이다. 여기에는 타당한 논리도, 합법적인 검증도 없었다. 그저 김대중이라는 인간에 대한 무서운 저주만이 담겨 있을 뿐이었다. (7쪽)  
   

아직도 그의 이름을 저주에 차서 내뱉은 사람들이 많음을 안다. 그를 숭배하는 사람도, 그를 혐오하는 사람도, 모두 그의 이야기를 들어볼 필요가 있다. 뜻을 더 확고히 할지, 생각의 방향을 바꿀 지는 그때 가서 정했으면 한다. 오랜 시간을 잡지 않고 쉽게 말해주는 이런 책들이라면 더할 나위 없이 좋은 텍스트가 되지 않겠는가. 물론, 이 책은 그림도 있지만! 

덧글) 5권의 작업이 다 끝나면, 그 다음 인물은 누가 될까? 이 작업을 계속할 마음이 있다면 '만화 노무현'도 만나봤음 좋겠다. 아마 많이 아프고 답답할 테지만......


댓글(5)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순오기 2009-11-29 16: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애들 기말시험 끝나면 구입하려고요, 물론 땡스투는 마노아님께!^^

마노아 2009-11-29 19:34   좋아요 0 | URL
헤헷, 미리미리 배꼽인사예요~(^^)
책 한 권을 사도 온 식구가 다 읽으니 정말 경제적인 순오기님 가족이에요. 완전 부럽!!

희망찬샘 2009-12-01 06: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만화 전두환, 박정희는 집에서 보이던데(물론 읽지는 않았지만...) 읽으시는 분께 김대중도 사라고 해야겠어요. 저도 꼭 마노아님 땡스투 할게요.

마노아 2009-12-01 09:13   좋아요 0 | URL
아하핫, 알라디너들 때문에 제 적립금이 풍성해지네요. 고맙습니다.^^
만화 박정희가 제일 재밌었어요. 샘도 읽어보셔용^^

같은하늘 2009-12-02 01:09   좋아요 0 | URL
앗!!! 이런 책도 있군요. 어떤 얘기가 쓰여 있을까? 궁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