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 아틀라스 - 지도로 배우는 세계의 문화와 자연 아틀라스 시리즈 2
브누아 들라랑드르 지음, 제레미 클라팽 그림, 이희정 옮김 / 문학동네 / 200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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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틀라스 세계사보다 훨씬 재밌게 보았다. 어른 책도 이렇게만 나오면 공부하기가 얼마나 즐거울까.

어린이를 위한 인문,사회,역사 종합 안내서이다.  세계를 대륙 별로 크게 나누고, 그 안을 또 세분화해서 각 나라의 역사, 풍습, 문화, 언어 등등을 그림과 함께 설명하고 있다.

날개를 펼칠 수 있는 큼직한 지도를 들여다보면 제작진이 얼마나 신경을 썼는지가 눈에 들어온다.  나라 간의 경계도 입체적으로 그려내어서 각 경계가 눈에 선명하다.



책의 맨 뒤에는 세계지도가 큼직하게 달려 있는데 벽에 붙여놓고 틈틈이 들여다 보면 즐겁게 공부할 수 있을 듯하다.

기네스북에 오를 법한 전세계 지리적 정보도 같이 담아놓았다.  땅과 바다, 바람과 사막, 동물 등의 내용이다.











소소한 정보들이 눈에 띄는데, 나로서는 사해와 흑해가 같은 건 줄 알았던 오류를 바로잡았고, 스머프가 일본 만화인 줄 알았는데 벨기에 만화라는 사실도 신선했다. 산호초가 식물이라고 여겼는데 강장류에 속한다는 것도 놀라운 사실.

지도들이 어린이 눈에 즐거운 색감과 입체감을 지녔기에 평소보던 지도보다 예쁘게, 멋지게 인식된다.  이런 것도 하나의 큰 즐거움일 것이다.



사진이 흐리긴 하지만, 북극권을 위에서 바라보니 캐나다 미국과 러시아가 얼마나 가까운지 대권항로도 짐작해볼 수 있었다.

여러모로 내가 더 갖고 싶어 탐이 나는 책이다.  그냥 나 주면 안 될까? 했더니, 언니가 너도 하나 사란다. 흑...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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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경을넘어 2007-11-20 09: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거 대박이네요. 바로 질러봐야겠습니다 ^^*

마노아 2007-11-20 12:52   좋아요 0 | URL
책 너무 재밌어요. 어른용도 이렇게 나옴 좋겠어요^^ㅎㅎㅎ

진/우맘 2008-08-08 09: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땡스 투~ 딸래미랑 같이 봐야겠네요.^^ 잘 지내시죠?

마노아 2008-08-08 20:54   좋아요 0 | URL
진/우맘님 오랜만이에요^^ 이 여름날 잘 보내시죠?
 
사라지지 않는 사람들 - 20세기를 온몸으로 살아간 49인의 초상
서경식 지음, 이목 옮김 / 돌베개 / 200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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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이 주는 느낌이 묵직하다.  '사라지지 않는 사람들'이라니... 사라질 수 없는, 사라져서는 안 될 사람들을 힘주어 꼽아보는데, 애석하게도 이 책에 등장한 47인의 이름은 이미 많은 사람들에게 잊혀졌거나 혹은 젼혀 알려진 바 없는 사람들이기도 했다.  20세기의 거대한 혼돈과 독재라는 재앙에 맞서 싸우거나 혹은 저항했던 이들인데, 21세기를 살아가는 우리들은 그들의 이름이 낯설거나 혹은 관심을 크게 두지 않는다.

많은 숫자의 사람들을 한꺼번에 언급하기 때문에 1인당 큰 지면을 할애하지는 못했지만, 그 사람의 마지막 장면, 그리고 그 사람이 태어날 때의 배경, 그리고 성장과정과 행적 등을 짧고 굵게 지나가면서 강렬한 인상을 심어준다.  혹여라도 그들의 생애에 더 관심이 간다면 참고도서로 올려준 책들이 큰 도움을 줄 것이다.  내 경우 참고도서 다음에 실어준 보충 페이지가 더 인상 깊었는데, 본문 속에서 언급된 사람 혹은 사건 등에 대한 부연 설명이다.  아마도 출판사에서 덧붙인 참고자료가 아닐까 싶은데 쉽고 간결하게, 압축적인 문장으로 꼭 짚고 넘어가야 할 것들을 잡아주었다.

책에 등장한 사람들은 독재와 전체주의, 부당한 폭력과 차별에 항거하거나 혹은 거기에 저항하는 의미로 자살을 하기도 하였다.  그러나 또 어떤 이들은 자아와의 고된 싸움 끝에 분열된 모습을 보여주거나 비참한 종말을 맞기도 했는데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위인'의 반열에 충분히 드는 사람들도 있지만 꼭 거기에 맞춰지는 느낌은 아니다.  누군가에게선 본받아 마땅한 교훈을 얻을 수 있겠지만, 또 누군가를 향해서는 아련한 동정과 긍휼의 마음을 느낄 수 있고 어떤 면에선 반성으로 조용한 사색의 시간을 가져야 할 필요도 느낀다.

개인적으로는 앞쪽에 등장한 스페인 내전에서 용감히 싸우고 또 희생되었던 사람들과 라틴 아메리카에서 독재자에 항거하다가 스러진 인물들이 유독 마음에 남았다.  파블로 네루다나 파블로 카잘스보다 프랑코나 피노체트 같이 악명을 떨친 인물들이 더 오래 기억에 남는 것이 비극인지 희극인지 모를 일이다.  독재자는 이곳이나 그곳이나 반성 없이 보상 없이 저 세상으로 갔는데, 남겨진 희생자들은 여전히 그 가난과 고통을 되물림하고 있고, 독재자들의 후예들은 떵떵거리며 잘 살고 있는 현실에는 답답한 한숨이 치민다.

나치 치하에서 수용소 생활을 겪고도 살아남은 시대의 증언자 프레모 레비.  그러나 남은 생애를 온전히 살아내기엔 그가 겪었던 치욕의 깊이가 너무도 어두웠다.  그의 마지막은 자살로 마감되어졌으나 그의 저작물들은 여전히 남아서 '증언'을 멈추지 않고 있다.  가네코 후미코는 박열보다 더 내 기억에 오래 남아있는 이름인데, 사형에서 무기형으로 형이 감면되자 오히려 그 사법조치를 치욕으로 알고 자살을 택한 그녀.  그녀은 천황의 이름으로 '은총'처럼 부여된 삶을 온 몸으로 거부한 것이다.  죽음 앞에서도 당당할 수 있었던 자들로 '아무도 미워하지 않는 자들의 죽음'도 빼놓을 수 없다.  나치 독일의 만행을 사람들에게 알리기 위해 당당하게 선전물을 뿌렸던 숄남매.  그들은 자신들이 죽으면서 사람들을 자극시켜 분연히 일어날 것을 기대했지만, 현실은 그렇게 유연하지 않았으니, 오히려 그들의 죽음에 환호하는 군중들이 있었을 뿐이다.  그러나 역사는 그렇게 단시간 내에 평가되지 않는다.  결국 독일은 전쟁에서 패배했고, 전쟁 발발과 학살에 대해 깊이 사과했으며, 그들의 과오는 역사책 바깥에서도 자연스럽게 회자되고 있다. 

책의 맨 마지막에는 70년대 군부 독재에 의해 정치범으로 모진 옥살이를 해야 했던 두 아들을 둔 어머니. 바로 저자의 어머니의 이야기가 소개된다.  식민지배와 가난에 휩쓸려 이국땅 일본에서 터전을 잡고 열심히 살았던 그녀이지만, 해방 후 조국도 일본도 편안한 안식처가 될 수는 없었다.  재일 조선인으로서의 한계를 자각하며 조국에서 공부하기를 희망했던 두 아들은, 그러나 부르기도 버거운 조국 땅에서 죄인의 탈을 쓰고 말았다.  사상전향을 설득할 것을 강요당했지만, 배움이 없었던 어머니는 그것이 자신이 해서는 안될 몫이라고 판단하셨다.  결국 아들들이 풀려나기 전에 먼저 세상을 등진 어머니이지만, 자식 사랑에 눈이 어두울 법도 한 그녀에게도 세상의 부조리는 완연히 눈에 비친 모양이었다.  그렇게 '저항'은 혈기 왕성한 젊은 청년들에서부터 등굽은 어머니에게까지 모두의 몫이 되어 있었다.

인류의 역사는 새로운 세기에 접어들었음에도 지난날의 폭력과 부조리함이 그대로 남아 있다.  지금껏 희생되었던 사람들의 그 땀과 피눈물을 아직도 요구하는 지도 모른다.  사람들은 이전보다 덜 순진해졌고 훨씬 더 약아졌으며 감동에 무뎌지기까지 했다. 그럼에도, 지금도 사라지지 않고 투쟁하는 시대의 사람들이 분명히 존재한다.  그 기억을 올곧이 안고 가는 것 또한 작은 투쟁의 한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명확한 감시와 전달, 그것이 우리에게 놓여진 가장 기본적인, 동시에 필수적인 사명이 아닐까.   그렇게 우리 또한 역사의 한 부분으로 남을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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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07-11-10 12: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님의 말씀처럼 묵직한 내용이네요.
한 사람 한 사람은 작은 존재지만 역사라는 물줄기를 이루게 되지요.

마노아 2007-11-10 21:03   좋아요 0 | URL
그 역사 속에 우리도 한 몫을 하고 있네요.

멜기세덱 2007-11-15 15: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저 안 읽었어요....마노아 님의 평이 좋으니,,,읽고 싶어요...ㅎㅎ(추천 한 방~~~)ㅋㅋ

마노아 2007-11-15 16:17   좋아요 0 | URL
헤헷, 주문완료 했습니다~ 내일쯤 도착할 거야요.
저는 멜기님의 리뷰를 기다려야겠군요.^^

2007-11-15 15:27   URL
비밀 댓글입니다.
 
하나의 대한민국, 두 개의 현실 - 미국의 식민지 대한민국, 10 vs 90의 소통할 수 없는 현실
지승호 지음, 박노자 외 / 시대의창 / 200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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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을 하나 읽고나면, 그 다음에는 비소설을 읽어야지...하는 조그마한 원칙을 세웠다.(그러나 무시될 수 있다.;;;) 그래서 집어든 책이 "하나의 대한민국, 두 개의 현실"이다.

박노자, 홍세화, 김규항, 한홍구, 심상정, 진중권, 손석춘, 우리 사회의 진보적 좌파 지식인이라고 할 수 있는 이들을 전문 인터뷰어 지승호가 만났다.  각각의 사람들을 따로 시간차를 두고 만났지만, 그들에게서 묻고 있는 것들은 결국 대한민국의 현주소이며 우리가 나아가야 할 방향이었다.  대한민국의 현 주소란 신자유주의가 판을 치는, 자본이 주인이 되어버려 파시즘에 이르른 광기 어린 우리 사회이며, 10%의 가진 자(강자)를 위해서 희생되고 있는 90%의 약자가 사는 곳이란 얘기다.  여기에 보수와 진보를 함께 물으며 공존하지 못하고 대립되고 있는 대한민국의 두 개의 현실을 긴 대화를 통해서 정리하였다.

첫 인터뷰이는 박노자씨였다.  한국에 귀화한 독특한 이력을 가진 이 지성인은, 우리가 안에 있기 때문에 미처 발견하지 못하는 모순들을 우리 바깥에서 거침없이 끄집어내는 역할을 하곤 했는데, 우리 안에 인이 박혀버린 '노예근성'을 얘기할 때에는 부끄러움에 얼굴이 달아오르는 것을 느꼈다.  조승희 사건 때에 제대로 밝혀졌지만, 백인(특히 미국인)에게 과도하게 친절하고, 유색인종은 얕잡아 보는 이중적 태도란 우리 스스로 존엄성을 포기하는 무지막지한 폭력이 아닐 수 없다.  가르치는 자들이 먼저 그 습성을 버려야 하는데, 우리 사회의 어른들이란 이미 뼛속 깊이 노예근성이 박혀있을 때가 많아서 자라는 아이들에게도 그 영향력을 끼치고 있으니 이만저만 걱정이 아닐 수 없다. 

고등학교 시절 수학 시간이었는데, 무슨 얘기를 하다가 '노동자'라는 표현을 쓰고는 선생님께서 불편해하시는 것을 보았다.  그리고는 애써 '근로자'라고 단어를 바꾸셨는데, 그와 같은 경우처럼 우리 사회에서는 '노동'의 신성함을 알아차리지 못하고 비천하게 보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땀흘려 일하고 그에 대한 정당한 대가를 받는 것에 대해서 수치를 느끼는 것이야말로 진짜 수치임을 모르는 사태이다.  작년에 본 급훈 중에서 충격적인 문구가 있었다.  '대학 가서 미팅할래, 공장 가서 미싱할래'라는 글이었는데, 명확하게 나눠진 대립적인 계급과 가치에, 그것이 교실 높은 곳 한 가운데에 버티고 있다는 사실에 소름이 돋을 지경이었다.  (그리고 그 급훈을 정한 사람이 그 학급 담임이라는 사실에 더 기가 막혔다.)

그나저나 조승희 사건을 얘기하였는데, 인터뷰 날짜가 2006년인 것은 2007년의 오기가 아닐까 싶다.

두번 째 인터뷰이는 오랜 세월 망명의 시간을 보냈던 홍세화씨.  그는 보수와 진보의 개념에 대해서 일갈을 두었는데, 생각해 보면 우리 사회에서는 '보수'라는 단어를 '수구'와 혼동해서 쓰이곤 했던 것이 아닐까 싶다.  '보수'라는 말 자체에는 지켜야 할 아름다운 가치가 포함되어 있는 것인데, 우리 사회의 자칭 보수파들은 지킬 가치라는 게 고작해야 자신들의 '기득권' 뿐이었으니 이 단어가 혼용되어 섞이는 것이 이상치는 않다만 주의해야 할 일임은 분명하다.

홍세화씨는 '삼성 공화국'이란 단어를 쓰지 말라고 당부하셨는데, 부패공화국, 도박공화국, 부동산 공화국 등등... 건전치 못한 부정한 단어에 붙어 쓰기엔 '공화국'에 내포되어 있는 공공의 가치가 지나치게 훼손되기 때문이다.  미처 감지하지 못했는데 맞는 지적이다.  은연중 이런 단어를 자꾸 쓰다 보면 모르는 새 '공화국'이라는 가치마저도 동반격하될 수도 있으니까.

세번째 인터뷰이는 김규항씨.  개인적으로는 김규항씨 관련된 글을 처음 읽은 듯했다.  이렇게 신랄하면서 유머러스한 논객을 미처 알지 못했던 것에 내심 섭섭함을 느꼈다.  이제라도 알게 되었으니 다행이지만.

김규항씨는 어린이 교육에 무척 힘을 쏟고 계신데, 그래서 어린이 잡지 "고래가 그랬어"를 열심히 발간하고 계시는 중이기도 하다.  "왜 사회는 민주화 되었는데 아이들은 더 권위주의적인 체제에 살고 있는가?"라는 질문에 식은땀이 흘렀다.  옳은 말이다.  부족하다 할지라도 과거에 비해서 분명 민주화된 사회이건만, 아이들의 삶은 더 권위주의에 휘둘리고 있다.  성인 근로자의 적정 노동 시간이 8시간인 것처럼, 아이들의 적정 공부 시간이라는 것이 8시간을 넘지 않는 것이 공평할 듯한데, 우리 아이들은 학교에 학원에 도서관에 과외에 얼마나 이리 치이고 저리 치이는가.  거기에 얼마만큼의 자발적 의지가 동원될까.  가엾고 안타까운 우리의 아이들이다. 

위인전에 대한 지적도 낯 뜨거웠다.  과거의 위인이란 군사 파시즘의 일환으로 이용된 면이 있었는데, 오늘날의 위인이란 오로지 돈 잘 버는 사람이 되어 있었다.  얼마 전의 일인데 옆 학급에서는 CA 수업을 위해서 거둔 돈이 남았는데, 그 돈으로 피자를 사먹을까, 균등분배해줄까 하고 물었더니 돈으로 돌려달라고 했단다.  중학교 1학년 학생들이.  본인들의 돈이니 원하는 대로 해줬다지만 그 나이 또래 아이들답지 않은 반응에 영 찝찝했다는 담당 선생님의 말씀.  나 역시 동의했다. 아이들의 책임이 아니라 그렇게 아이들을 길러낸 우리 사회, 어른들의 문제이다. 

황우석 사태 때도 마찬가지였다. '국익' 망령에 사로잡혀서 온 나라가 미쳐 돌아갔던 부끄러웠던 시간.  그의 연구가 '돈'이 되는 것이 아니었더라도 그런 반응이었을까.  물론, 이것은 우리나라만의 문제는 아닌 것 같다.  영화 다이하드 4를 보면서, 국가 전복을 거의 실현시킬 뻔한 악당의 최종 목표라는 것이 단지 '거액의 돈'이었다는 사실이 너무 시시하고 비현실적이라 여겼는데, 사실은 지극히 '현실적인' 설정이었다는 것을 뒤늦게 인정한다. 

우리 사회에서 '진보'를 외치는 것은 이상주의자이거나 몽상가라는 평을 듣기 일쑤인데, 김규항씨는 진보를 외치는 것이야말로 지극히 현실적인 것이라고 힘주어 얘기한다.  우리가 본질을 제대로 바라보지 않았기에 그렇게 멀고도 아득하게 느껴진 것이지, 두눈 부릅뜨고 현실로 뛰어들어 덤볐다면, 진보가 그렇게 머나먼 곳에 떨어져 있다고 느끼지 않았을 것이다.  새삼 민주노동당을 지지하는 사람들의 들뜬 목소리가 떠올랐다.  단 10석 만으로도 재평가되었던 그들의 입장과 노력이.

개인적으로 7명의 인터뷰이 중에서 가장 편하게, 재밌게, 또 의미있게 읽혀진 이가 한홍구씨였다.  아무래도 대중적 역사 쓰기에 익숙해 있는 인물이었기 때문인지, 아니면 개인적인 관심 분야이기 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가장 반가운 인터뷰 대상이었다.  그가 사용하는 단어들은 쉽고도 편안했으며 구체적이었다.(홍세화씨의 관념적이고 어려운 단어들과 설명과 대조적이었다.)  그리고 비관적이었던 박노자씨와는 구별되게 최소한의 '희망'이 느껴졌기 때문에 더 반가웠을 지도 모르겠다.  그렇지만 내 생각에 그 수염은 영 아니었다.  지금도 기르고 계시는 지는 모르겠지만..;;

IMF위기와 탄핵 정국이 우리에게 있었던 최대 반전의 '기회'였다는 지적에 몹시 속이 쓰렸다.  극적이었던 만큼 반전의 효과도 더 클 수 있었는데 그 기회를 살리지 못한 것이 못내 아쉽고 안타깝다.  상처란 치유해야 새 살이 돋는 법인데, IMF때 외환위기를 몰고 온 재벌들은 오히려 승승장구 살아남고 애꿎은 서민들의 경제만 파탄난 것이 10년이 지난 오늘날까지도 발목을 잡고 있는 원수로 느껴져 속에서 울화가 치민다.  뿐아니라 친일파라던가 군사 독재 시절의 의문사라든가 기타 등등 비슷한 경우가 너무 많았다.  처벌하지 않았기에 보복이 생기는 것이라는 지적은 얼마나 섬뜩하게 울리던지....(강풀의 26년을 꼭 같이 보길 바란다!)

평화박물관 일도 같이 하시는 한교수님과 '평화'에 대한 얘기가 많이 오갔는데 반핵, 북한 끌어안기, 파병반대 등등 어느 한 구절도 버릴 말씀이 없었다.  40년 전 박정희 정권 때에도 파병을 하면서 '부끄러움'을 알았는데, 21세기 현 정권은 파병연장을 하고 있으니 이래저래 부끄러워 미칠 노릇이다.

북한이 핵을 포기할 수 있게 만드려면, 핵을 포기하고도 먹고 살 수 있는 최소한의 안전망이 구축되어야 하는데, 그 역할은 남한이 해야 할 몫이다.  그것은 일방적 퍼주기가 아니며, 우리가 함께 일어설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다.  우리가 서로 감군을 결정하고, 서로를 감시하며 적정한 예산을 편성할 때, 여기에 병역거부에 대한 대체복무 문제도 같이 해결할 수 있고 예산의 적절한 사용으로 경제 발전도 같이 이룩할 수 있을 것이다.  즉 한쪽이 이기고 한쪽이 지는 것이 아니라 둘 모두에게 윈-윈 전략이라고 할 수 있겠다.  문제는 우리가 미국에 대해서 북한을 감싸안으며 큰소리 칠 배짱 혹은 밝은 지성이라는 게 있느냐인데, 아직까지는 답답한 답만이 떠오른다.

심상정씨와의 인터뷰에서 인상 깊었던 것은 온화하면서도 단단한 어조와 한미 FTA 반대에 대한 열정이었다.  반대를 위한 반대가 아닌, 진정 이 나라 대다수의 국민을 위한 발로 뛰기에 감동을 받았으며, 민주노동당에 대한 더 깊은 믿음으로까지 연결이 되었다. 

진중권씨는 앞으로 본업에만 충실하겠다고 말씀하셨는데, 사회적으로 안타까운 손실이란 생각이 들지만 강요할 수 없는 문제니 뭐라 할 수가 없었다.  내 아이만 잘 되기를 바라는 부모들의 독단적인 마음들에 일침을 가하며, 우리 모두를 위한 교육에 힘껏 지지를 보낸다.  그 방법 역시 다 함께 고민하고 연구해야 할 것이다.  대통령 누구 하나 뽑아 놓으면 만사가 다 잘 될 거라는 사람들의 무책임하고도 무지한 생각이 얼마나 비합리적인지도 힘주어 얘기하셨는데, 틀린 말이 하나 없었다.

손석춘씨와의 인터뷰에서 R통신에 관심을 갖게 되었는데 책으로 이미 출간되어 있는 줄 몰랐다.  좋은 책을 더불어 건진 셈.

초반 홍세화씨 인터뷰에서 가독성이 떨어지는 느낌이었는데, 그 후부터는 물 흐르듯이 자연스럽게, 그리고 유익하게 이어진 독서였다.  우리가 마땅히 알아야 할 우리나라의 현실과 달라져야 할 부분들에 대한 일정한 정리가 스스로 이루어질 수 있었고, 그 작업들이 가능하게 길을 터준 인터뷰어 지승호씨에게도 고마움을 느낀다.   다만 열 몇 군데 정도 오타가 눈에 띄는데 책이 많이 팔려서 다음 번 찍을 때에는 모두 수정되었으면 하는 '소박한' 바람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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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오기 2007-11-04 15: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어제 이 책 몇 분만 맛보기를 했어요. 날 잡아서 진중하게 봐야 할 책이라 아직은...
님의 리뷰로 훨씬 친근하게 읽게 될 것 같아요. 홍세화씨.. 정말 강연도 어찌나 졸립고 재미없게 하던지~ㅎㅎ

마노아 2007-11-04 18:19   좋아요 0 | URL
아하핫, 순오기님 홍세화씨 강연 가보신 적 있군요^^ㅎㅎㅎ
같이 식사해 본 어느 기자분이 대단히 친근한 아저씨 분위기라 돌출되어 보이지 않는다는 얘기를 한 적이 있어요. 뭐랄까... 너무 선비 분위기라 좀 나와 동떨어진 세계의 사람 같은 분위기에요. 책에서 읽혀지는 느낌이 말예요.^^;;하지만 이 책은 참 좋은 인터뷰집이었어요. 읽고 나니 좀 더 힘이 나기도 했구요~

마냐 2007-12-14 14: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노아님...감사, 그리고 님도 축하드려요. ㅎㅎ 님이 아니었음, 암 생각 없이 모르고 지나갈 뻔 했슴다. 워낙 요즘 게으름 피우고 있어서요. 처음에 리뷰대회 공지났을땐...저 중에 3~4권은 해볼 수 있겠거니 했는데..실제로는 달랑 하나 밖에 못썼슴다. 타석에 한번 서서 1루타는 날렸으니..흐흐. 고마울 뿐이죠.

마노아 2007-12-14 16:07   좋아요 0 | URL
저도 처음에 공지 떴을 때 욕심냈던 책이 많았는데 날이 갈수록 목표량이 줄었어요^^;;;;
1루타 남기신 마냐님, 승률이 높아요. 헤헷^^

순오기 2007-12-14 19: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노아님 리뷰보고 이 책 구입했었는데... 전 읽지를 못해서 못 올렸어요.
3관왕이시던가요? 축하축합니다!!

마노아 2007-12-15 00:30   좋아요 0 | URL
4관왕했어요^0^ 그치만 순오기님의 한건에 미치질 못합니다^^ 저도 마구마구 축하 날려요~
 
여기에는 아무도 없는 것만 같아요 - 고뇌의 레바논과 희망의 헤즈볼라, Pamphlet 002
박노해 지음 / 느린걸음 / 2007년 6월
절판


고립된 섬이 되어......

이스라엘의 침공이 시작되면서 맨 먼저 사라진 것은 레바논의 길이었다. 고속도로도 다리도 하늘길도.
그렇게 레바논 주민을 고립된 섬에 가두어 놓고 고사시키자는 것이 이스라엘 군사 작전의 핵심이었던 것일까?
레바논은 고립된 섬이 되어 홀로 화염 속에 불타고 있었다.

절묘한 선별 폭격......

이스라엘의 폭탄은 참으로 정밀하게 기독교 마을과 부잣집들을 비껴갔다.
회복할 수 없는 피해를 입은 것은 가난한 레바논 남부 무슬림들의 집이었다.
폭탄의 상흔 너머로 건너다보이는 부촌의 평화.
이 기묘한 공존의 상황은 이스라엘의 선별적 자비인가, 레바논의 모순인가?

폭격 현장마다 나붙은 'Made in USA'표지.
이번 전쟁의 배후가 미국이라는 점잖은, 그러나 신랄한 야유다.

남부는 전쟁의 상처로 신음하고 있는 반면 북부의 주니예 항구는 완전히 다른 나라 같았다.
작지만 복잡한 나라 레바논의 단면이 드러난다.

폭격을 맞은 빈트 주베일의 공동묘지. 이스라엘은 죽은 자들과도 전쟁을 해야만 했던 것일까.

오지 마을 빈트 주베일의 삼성 대리점.
우리 상인의 정신은 여기까지 벌써 와 있는데 우리의 인류애는 어디쯤 오고 있을까.

하산, 6세

이스라엘 폭탄에 죽은 나의 누나 자이납
천국의 장미를 따다

마르다 마흐무드 샬흡, 5세

하느님으로부터 온 승리예요
하느님의 약속을 믿어요
까나는 약속했어요

평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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禁止를 금지하라 - 지승호의 열 번째 인터뷰집
지승호 지음 / 시대의창 / 200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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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 인터뷰어.  낯선 직업이다.  '기자'와 다른 것인가?  잘 모르겠다.  내게는 낯선 사람 지승호를, 책을 통해서 만났다.

그 이름을 알게 된 것은 다른 분들의 리뷰 덕분이었다.  리뷰를 맛깔스럽게 읽다 보니 책도 궁금해지지 않을 수가 없었다.  선물로 받게 된 책을 품어안고 일주일 쯤 읽었나 보다.  생각보다는 오래 걸렸다.  금방 읽히지 않는, 가볍지 않은 울분과 메시지들과 격한 호소들이 책속에 살아 있었다.

우리 사회에서 금기시 되어오던, 혹은 금지된 일을 거부하면서 격한 시간을 보내온 사람들을 인터뷰어 지승호가 만났다.  인권변호사, 참여연대, 아름다운 재단, 그리고 지금 희망제작소에서 일하시면서 사회운동의 큰 숲을 가꾸고 계신 박원순 변호사, <태백산맥>, <아리랑>, <한강>32권으로 한국 근현대사를 꿰뚫은 작가, 그러나 태백산맥으로 국가보안법 위반 고발을 당한 조정래, <즐거운 사라> 사건으로 사회와 학계에서 공개적인 왕따를 당했던, 그러나 굴하지 않고 위선을 벗어던질 것을 종용하는 마광수 교수, 인혁당 사건 때에도 그 자리에 계셨던, 그리고 평택 대추리에서도 묵묵히 가장 약하고 낮은 민중들과 함께 길을 걷는 구도자 문정현 신부님, 정부의 한미 FTA 졸속 추진에 대해 강한 경고의 목소리를 내고 있는 전 청와대 국민경제비서관 정태인, 성역으로 간주된 삼성 공화국에 돌을 던지며 X-파일을 취재한 이상호 기자, 온 국민의 눈을 가린 황우석 사태를 파헤친 PD수첩의 최승호 CP, 그리고 이 사람들을 '인터뷰'를 통해서 독자 곁으로 다가서게 만들어준 지승호까지.  그렇게 8명과의 대화가 책 한 가득 실려 있다. 

각기 다양한 직업을 갖고 있고, 사회적 위치와 입장이 다른 사람들이지만, 결국 인터뷰의 대상이 된 사람들은 모두 제 분야에서 발벗고 뛰면서 사회의 낮은 자를 위해서 고심하고 또 사회의 발전을 위해서 애쓴 분들이다.  민주주의, 올바른 시민 정신, 표현의 자유, 계급 간의 불화 타파, 과장된 국익에 대한 신화 깨기 등등이 이분들이 일궈낸, 그리고 일구고 있는 너른 밭들이다.

각 개인에 대한 면모는 워낙에 유명하신 분들이니 신문상에서 이름과 얼굴을 아는 정도로 지나치곤 했지만, 진짜 그 속내와 진심까지 다 알아차리기는 쉽지 않았다.  독자와 시청자들에게 한발자국 이상 떨어져 있는 그 대상들은, 지승호의 질문 속에서 한발자국 그 안으로 다가서게 되고, 그들이 목울대를 세우며 던지는 화두들에 공감하게 된다.  그 과정들은 지극히 자연스럽게 진행되어서 인터뷰어의 존재는 자연스럽게 망각하게 되고, 인터뷰이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게 만든다.  그들의 목소리는 그들이 직접 쓴 저서를 만날 때보다 논리정연하지 않고 중첩되는 말이 반복되기도 하지만, 오히려 그래서 날것 그대로의 사실감을 피부로 느끼게 한다.  그들은 솔직하다.  대답하기 곤란한 것은 곤란하다고 말하고, 설명하기 어려운 것은 난색을 표한다.  지승호는 구태여 그들을 구석으로 몰아 자극적인 답변을 얻어내지 않는다.  독자는 제3자의 입장에서 접근하고 있지만, 인터뷰가 진행되고 있을 때의 두 사람의 관계는 몹시 친근하고 또 민주적이었을 거라는 상상을 할 수 있다.

인터뷰어는 드러내지 않은 채 인터뷰 대상이 하고 싶은 말을 잘 끄집어 낸 것은 지승호의 능력이었다.  어쩌면 그 과정에서 묻히는 인터뷰어의 존재가 좀 고독하게 보일 수도 있는데, 맨 마지막에 본인의 셀프 인터뷰를 싣는 순간, 독자는 인터뷰어 자신과 지극히 가까워지고 그의 생각을 들여다볼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된다.

개인적인 느낌으로는 이상호 기자와 지승호 인터뷰어가 비슷한 느낌이 들었다.  모두들 사회를 위해 애쓰시는 분들인데, 특히 이 두사람이 갖고 있는 불합리한 세대에 대한 분노와 이를 타파하기 위한 열정 등이 닮은 느낌이다.  비슷한 세대여서 그런 것일까?

우리 사회가 절차적 민주주의에 들어섰다고 말하지만(혹은 믿고 싶어하지만), 아직도 금서가 있고 국가보안법이 살아있고, 멀쩡한 국민들을 생존의 터전에서 몰아내는 국가가 여전히 떡 버티고 서 있다.  상대적인 의미로 과거보다 민주화를 이룩했지만, 아직도 갈 길이 먼 것은 사실이다.  애석한 일은, 어렵던 시절 반대급부 하나 없이도 자발적으로 이 땅의 민주주의를 위해서 뭉칠 수 있었던 시민들이 더 이상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때보다 훨씬 잘 살게 되었고, 보다 열린 자유를 누리고 살지만, 이제 사람들은 서로에게 더 이상 관심과 온정을 보이지 않는다. 

그렇기에, 이 책의 인터뷰 대상자들 같은 사람들의 자취가 더 고귀해 보이고 박수를 보낼 수밖에 없다.  인터뷰어 지승호는 발로 뛰지 못하고 글로써 움직이는 자신에 일정한 열등감을 느끼듯이 표현했지만, 발로 뛰어야 할 사람이 있고, 붓을 들어야 할 사람이 있음을, 우린 알고 있다.  그런 사람들이 있기에 우리가 '희망'을 잃지 않으며 살고 있는 것이다.  또, 그들처럼은 아니어도 말없이 후원하며 그들의 대화에 공감하며 고개 끄덕이는 독자가 있다는 것도 자그마한 희망의 빛이 될 것이다.

탁해 보이는 표지와 디자인, 조금은 강경한 어조의 제목.  읽기 전에는 부담스러웠는데, 책을 읽고 나니 왜 이런 컨셉을 고수했는지 알 것 같다.  '그들이 있어 진실은 외롭지 않았다'라는 부제도 가슴을 깊게 울린다.  딱 하나 이 책의 흠이 있다면 종종 보이는 오타들.  책이 많이 팔려서 이 오타들이 모두 수정되어서 다시 찍혔으면 좋겠다.

내게는 낯선 이름 인터뷰어.  이제는 낯설게 느껴지지 않는다.  이 작업을 하는 사람을 '기자'라고 부르든 뭐라고 정의하든 중요치 않음을 책을 덮으며 깨닫는다.  중요한 것은 진실을 위해 일하고 있는 사람들이며, 그 진실을 전하기 위해 또 애쓰는 사람이고, 그 진실을 알아차리는 사람들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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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오기 2007-08-30 14: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은 나도 아는 유명인들이라 쉽게 접근할 수 있겠네요~~~
이주의 리뷰 적립금 아껴둬도 살 되지 않을테니 오늘 몽땅 지릅니다~~~ ^*^

마노아 2007-08-30 15:19   좋아요 0 | URL
적립금 지르기! 오옷, 화끈해요! 뭐뭐 주문했는지 페이퍼 알려주세요. 궁금해요^^ㅎㅎㅎ

2007-08-30 16:0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7-08-30 20:5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7-08-30 17:3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7-08-30 20:58   URL
비밀 댓글입니다.

프레이야 2007-08-30 20: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님, 대문사진 예뻐요^^

마노아 2007-08-30 20:58   좋아요 0 | URL
엄훠~ 기뻐요~ 히힛^^ㅎㅎㅎ

라로 2007-08-31 00: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넘 귀여우신거 아녜요???

마노아 2007-08-31 00:04   좋아요 0 | URL
아앗? 실제로 보면 징그럽다고 하실 거야요^^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