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양미술거장전 - 렘브란트를 만나다
(주)기홍앤컴퍼니 엮음 / 컬처북스 / 200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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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도록 속에 들어있는 전시회 티켓의 날짜가 12월 31일인 까닭에 부랴부랴 읽게 되었다.  

小도록도 있었지만 티켓도 그렇거니와 아무래도 큰 도판으로 보고 싶었는데, 역시 내 선택이 더 나았던 듯 싶다.  

전시장에서 본 소도록은 너무 작고 표지가 얇아서 사람 손을 타니 말리고 후줄근해지는 게 영 마뜩치 않았다.  

표지는 두 개던데, 내가 갖고 있는 도록은 알라딘 이미지에 나와 있는 이 그림이다.  

예술의 전당 한가람 미술관에서 전시 중인 '서양 미술 거장전-렘브란트를 만나다'는 러시아 국립 푸시킨 미술관에서 소장하고 있는 그림들을 가져온 것이다. 작년 이 맘때 러시아 미술 거장전을 참 즐겁게 보고 왔는데, 이번에도 그때와 같은 감동을 받고 돌아왔다. 그땐 이주헌씨의 '눈과 피의 러시아 미술'을 미리 읽고 갔음에도 겹치는 그림이 별로 없어서 좋게 말하면 신선했고, 나쁘게 말하면 좀 막막했다. 이번엔 전시작을 미리 도록으로 한 번 확인을 했고 안내 글과 소개를 짚고 갔기 때문에 좀 더 깊이 각인되고 좀 더 많은 것들이 눈에 들어오는 감동을 맛볼 수 있었다.   

국립 푸시킨 미술관의 역사와 소장 경로 등은 좀 지루했지만, 그림이 본격적으로 나오기 시작하면 눈과 마음이 함께 황홀해진다.



小 피터르 브뤼헐의 사계 테마 중 겨울 스케이트 타기와 봄 정원 가꾸기다.  

이 도록의 센스 만점은, 이럴 경우 전시장에 걸리지 못한 '여름'과 '가을'의 작게나마 보여준다는 것이다. 왼쪽 모서리의 그림이 바로 여름과 가을이다.  모두 함께 연작으로 볼 수 있다면 더 만족스럽겠지만, 적어도 이렇게 소개시켜준다는 것만으로도 굉장히 만족스럽다.  현장에서는 도슨트로 여름 가을 그림도 있다고 '안내'는 해줄지 모르겠지만 눈으로 볼 수는 없지 않은가. 그러니까 미리 도록을 보고 관람하는 것이 더 멋진 일이라고 나는 자꾸만 강조해 본다! 

그리고 그림이 작다고  느껴져 감질 날수도 있기 때문에 가끔 부분 확대 씬을 시원하게 보여주기도 한다. 이렇게! 



재밌게도, 때로 어떤 그림은 크기가 너무 작아 도판이 더 크게 나올 때도 있다. 그럴 땐 좀 어리둥절하기도 했다. 어째 인쇄물이 더 근사해보일까... 하고. ^^ 

작년 전시회에서는 칸딘스키의 이름을 앞세웠지만, 사실 칸딘스키의 그림은 네 점에 불과했다. '유화'만 생각한다면 이번 전시회에서 램브란트의 작품은 달랑 하나 뿐이었다. 하지만, 램브란트의 이름을 앞세워도 부끄럽지 않게 만드는 것은 바로 '에칭' 덕분이다.  

'에칭'이란 동판 위에 질산에 부식되지 않는 초 같은 것을 바르고 그 표면에 바늘로 그림을 새긴 다음에 질산으로 부식하여 만드는 판화를 말한다. 판화 같지 않은 느낌을 주는데 대량 인쇄가 어렵다는 게 아쉬운 대목이다. 램브란트의 작품에는 몇번째 찍은 인쇄물인지가 표시되어 있는데 가장 많이 찍은 게 6번이었다. 그리고 단 한 번 찍은 작품도 꽤 됐다. 재료비가 적게 들기 때문에 선호하는 작업 방식이라고는 하지만 적어도 램브란트가 상업적인 목적 만으로 에칭을 대한 것은 아니란 생각이 든다.  

큰 도록은 에칭 그림을 전부 한 장씩 분리해서 두꺼운 종이에 인쇄를 했다. 반면 소 도록은 그걸 생략하고 설명 글만 실었으니, 설명 글 옆의 안내 그림은 아주 쬐끄마해서 도록을 미리 보는 즐거움은 많이 줄 듯하다. 실제로 에칭 그림은 6cm크기의 아주 작은 그림도 있기 때문에 도록이 훨씬 시원시원하게 보일 때도 많았다.  



왼쪽의 램브란트 자화상이 아주 작은 그림인데 도록은 큼직하다. 오른쪽 그림은 램브란트의 어머니다.  

이렇게 보면 연필이나 목탄으로 그린 것 같은 느낌인데 이게 판화라니 놀라울 뿐이다. 게다가 '명암차'가 어찌나 잘 묘사되었는지 그 역시 신기했다. 이러니 그를 빛과 명암의 화가라고 부를 수밖에! 





십자가에서 내려지는 예수! 

이 작품은 예수라는 인물의 고난을 압도적인 분위기로 묘사해 주었는데, 재밌게도 램브란트의 얼굴이 들어가 있다.  

빨간 동그라미 속의 인물을 위 자화상과 비교해 보시라. 마치 김홍도의 풍속화를 보면 부러 왼손에 오른손을 그려놓은 것 같은 귀여운 트릭이 생각난다.  



유명한 돌아온 탕자 그림이다. 소개 글이 인상적이었다. '소리'가 들리는 그림이라는 것. 

탕자기 짚고 돌아왔다가 떨어뜨린 지팡이, 막 문을 나서는 빨래를 든 하인, 그리고 창을 여는 사람. 울며 참회하는 아들, 그 아들을 붙잡아주는 아버지까지. 그림 속에는 무수한 소리들이 살아 울리고 있는 중이다. 전시장에서 볼 때도 그들이 내는 시끄럽지 않은 소음들에 귀 기울였다. 그림이 살아 움직이는 것 같은 느낌. 정말 근사하다! 



근데 이사한 점! 유독 팔이 너무 짧게 그려져 있다. 램브란트의 자화상도 그렇고 다른 사람을 그린 그림도 그렇다.  

그런데 팔만 짧은 게 아니라 전반적으로 '키'도 엄청 짧다. 현재 네덜란드인이나 유럽인들의 평균 키를 생각한다면 왜 이렇게 작게 그려진 건지 의아할 정도. 약 350년 전 사람들이니 작을 수도 있는 거겠지만, 그때 당시엔 그들도 이렇게 '정겨운' 키를 자랑했다는 게 재밌게 느껴진다. 설마 램브란트만 일부러 이렇게 작게 그린 건 아니겠지? 



에칭 그림을 먼저 감상하고 나면, 해당 그림에 대한 설명을 볼 수 있다. 함께 실었다면 그림 감상에 조금 방해가 됐을 듯하다. 가독성은 떨어지지만 그림이 더 중요한 거니까 이런 스타일의 편집은 환영이다.  



세바스티아노 마초니의 '삼미신'이다. 각각 정숙, 청순, 사랑을 상징한다고 하는데 이들의 포즈가 꽤 인상적이었다.  

한 명은 반드시 등을 보이고 있는 형태를 보여준 이 그림은 루벤스나 부셰의 '삼미신'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그러니까 이 친절한 도록의 왼쪽 구석에서 보여주는 바로 이 그림 말이다. 

세종문화회관에선 루벤스 전이 열리고 있는데 이 그림이 와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몹시 궁금한 삼미신이다.  

미처 사진을 찍진 못했지만 최근 키티님의 서재에서 보았던 무리요의 이름이 익숙해, 딱 한 점 와 있던 그의 그림을 오래도록 전시장에서 바라보았다. 소녀인 듯 순진한 웃음을 짓고 있지만 어찌 보면 창녀의 교태스런 웃음같기도 했던 그 신비로운 그림이 오래오래 잔상에 남는다.  

이번 전시회에서 내게 가장 깊은 인상을 주었던 그림은 부셰의 '헤라클레스와 옴팔레'였다. '귀족들의 은밀한 사생활'에서 반가웠던 이름이었기에 더 그랬을지도 모르겠다. 1,000피스 퍼즐로 어찌나 갖고 싶던지..ㅜ.ㅜ 

한 해의 마무리를 멋진 책과 멋진 그림으로 장식할 수 있어서 행복했다. 비록 리뷰는 해를 넘겨 쓰게 되었지만.;;; 

퐁피두전 도록도 주문했는데 어여 도착하기를...! 

보너스로 지식채널에서 방송했던 램브란트의 모델을 링크 걸어본다. 좀 더 짠한 감동이 전해질 것이다.  

http://serviceapi.nmv.naver.com/flash/NFPlayer.swf?vid=C337C92E57D53D51A8F6D6D300F32DEE5025&outKey=V129c468b5ad068b97d200e798e7b382bb0e8927d6aa30ddcc4ce0e798e7b382bb0e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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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1-03 00:10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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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1-03 01:05   URL
비밀 댓글입니다.
 
[기후 커넥션] 서평단 알림
기후 커넥션 - 지구온난화에 관한 어느 기후 과학자의 불편한 고백
로이 W. 스펜서 지음, 이순희 옮김 / 비아북 / 200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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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단 도서입니다.

서평단 도서를 신청할 때, 이 책은 우리가 익숙해져 있는 지구 온난화에 대한 경종을 울리는 그런 책일 거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받고나서 보니 그 반대였다. 지구 온난화는 과장되어 있고, 특정 집단의 이익을 위해서 부풀려진 허구일 뿐이라는 게 저자의 일갈이다.

당황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익히 알고 있던, 진실이라고 믿고 있는 내용이 거짓이라고 하니 당황스러운 것이고, 그보다는 그같은 주장을 거침 없이, 그것도 꽤나 독설을 섞어서 뱉어내는 이 사람의 진심과 진실을 믿을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왜냐하면, 미국은 전 세계 이산화탄소 배출의 28%나 차지하면서도 그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줄이는데 합의한 도쿄의정서에 서명을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나로서는 이 책이, 그런 미국의 추잡한 의도를 감춰내기 위한 역공작 책이 아닐까 하는 의심이 먼저 들었다. 지금까지 99가지 거짓말을 해왔다고 해서 남은 한 가지도 꼭 거짓말일 거란 장담은 할 수 없는 거지만, 그만큼의 신뢰를 잃어온 것은 사실이니 저자가 억울해 할 일은 아닐 것이다.

저자는 기후의 시스템에 대해서 꽤 긴 장을 할애해서 설명을 하는데, 중구난방이다. 과학적인 매커니즘인지라 나의 소양 부족으로 이해가 더딘 것일 수도 있겠다. 이미 '의도'에서 신뢰를 잃었기 때문에 더 읽기 싫었을 지도 모르겠다. 아무튼, 그나마 다행이게도 뒤로 갈수록 좀 더 가독성은 늘어난다. '다행히도'!

앞쪽에서 가상의 풍자뉴스 실험 얘기가 나온다(52p)
절반 이상이 사실이라고 생각했다는데, 꾸며낸 이야기를 믿는 사람들은 환경에 대한 우려가 높은 사람들이었고, 거짓임을 알아차린 사람들은 환경 재앙에 대한 우려가 낮은 사람들이었단다. 설문 결과의 도출 과정이 자연스럽지도 않고 인과관계도 설득력이 없는데, 게다가 설문 내용도 정확한 결과도 제시하지 않은 채, 저자가 비아냥거리며 내뱉는 말투를 견디기가 참 불편했다. 그토록 좋아하는 '과학적 설득력'이 어찌나 부족하던지!

저자는 얘기한다. 환경론자들은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서, 로비 자금을 위해서 사람들의 불안감을 부추겨 기후 위기론을 만들어낸다고. 그들은 모두 정치적인 어떤 의도가 있는 자들이라고.

글쎄. 그럴 수 있겠지만, 그렇게 얘기하는 저자 자신도 충분히 정치적인 의도가 있는 사람이라고 나는 말하고 싶다.

중요한 건 경제라고?

그 말에도 동의한다.

아프리카나 남미 등 저개발 국가에서 '환경보호'란 당장 직면해 있는 가난과 굶주림을 생각한다면 사치스러운 구호가 될 것이다. 그럼, 그들이 아마존 강의 밀림을 얼마든지 태워버려도 방치시켜야 하는가? 그들이 초지를 태워서 사막이 자꾸 늘어나는 것도 두고 볼 것인가?  환경보호로 그들이 힘들어 하니까 환경보호를 외치지 말자! 이 등식이 말이 되는가?

그 사람들이 환경을 보호하면서도 먹고 살 수 있게, 성장이 가능하도록 돕는 것이, 이미 성장해 버린, 이미 충분히 잘 살고 있는 선진국들이 해야 할 몫이며 의무이지 않은가?

저자가 결국 거품 물면서 반대하는 이유는 그같은 환경보호 때문에 '경제 성장'이 저해된다는 것이다. 아프리카 얘기를 했지만, 사실은 미국의, 잘 사는 나라들의 거대 기업이 불편하다는 것이다.

그러니까 꼭 광복절 사면이 생각난다. 온갖 추악한 범죄를 저지른 경제사범들이 대거 석방된다. 대통령은 뭐라고 말을 하는가? 경제를 위해서 특별사면을 허락했으니 경제 발전에 꼭 힘쓰라고. 추하다! 본말을 전도하고 있다. 미친 쇠고기를 만들어내는 그 소의 사료를 위해서 사용된 옥수수. 그 옥수수는 사실 굶주리고 있는 다른 난민들를 위해서 먼저 쓰여져야 마땅했다. 그런 반성은 없으면서 자신들의 거침 없는 돈벌이에 방해를 하지 말라고 외치다니.

새만금에 막대한 세금이 들어갔다. 환경보호단체들이 끊임없이 반대를 해왔다. 새만금 행사에 초대된 가수들은 출연 거부를 외쳤다가 소송을 당했다. 어쩌면 지역 주민들의 경제적 이익을 위해서 개발을 환영할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그 사람들이 다른 생계 수단이 충분했어도 그런 반응을 보였을까. 농업이 망해버린 이 나라에서 그 땅 메워 쌀 농사를 지을 것인가, 아니면 관광지로 사용할 것인가? 국토가 작으니, 그 땅 더 늘여서 나라 발전에 혁혁한 공을 세울 것인가? 바다를 죽여서, 갯벌을 망쳐서, 그 어마어마한 돈을 들여서?

우리의 상식으로는 지구의 생명줄인 자연을 먼저 생각하고, 그 자연을 해치지 않는 범위 안에서의 건강한 성장을 도모해야 마땅하지 않은가. 지구 온난화도 그리 접근해야 옳다고 생각한다.  저자가 자꾸 공격하는 '불편한 진실'의 앨고어. 그 사람이 일단 정치가였기 때문에 좀 더 색안경을 끼고 볼 수는 있겠다. 그렇다 하더라도 통계로 제시한, 사진으로 보여준, 기후 변동에 대한 온갖 자료들이 내게는 더 설득력 있게 느껴진다. 실제로, 우리는 피부로 기후에 이상이 있다는 것을 느끼지 않는가?

북극 곰들이 해빙으로 인하여 설 땅을 잃고, 얼마 전에는 아프리카에서 눈이 내렸다. 내년부터는 장마 예보를 하지 않겠다고 기상청은 밝혔다. 추측히 힘들어지는 것이다. 너무 자주, 그리고 괴상하게 변하고 있는 이 땅의 기후가 말이다.

지구가 오래오래 살아오는 동안, 기후는 계속해서 변화해 왔다. 급격한 변동으로 생물의 종이 멸망한 적도 있었다. 그렇지만 그런 변화가 지금처럼 사람의 짧은 생을 사는 동안 눈에 띄게 나타나진 않았을 것이다. 우린 우리 후손 역시 마땅히 누려야 할 아름다운 자연을 훼손하고 있고, 그 점에 대해서 불편하게, 미안하게 생각해야 마땅하다. 저자는 그런 죄책감이 쓸데 없다고 억울하다고 마구 외치고 있지만.

지구가 점점 따뜻해져서 극지방이 녹지화되고 있다는 게 과연 축하할 일인가? 빙하가 녹고 있는데 그게 걱정할 일이 아니란 말인가? 저자가 태연스럽게 들고 있는 온난화의 반가운 전망들이 내게는 엽기적으로 보인다. 그리고 아주 적은 온도의 변화만 예측된다고 했는데, 지구 전체의 온도가 아주 조금 올라가는 것도, 지구가 겪을 몸살로는 어마어마한 결과가 아니던가?

저자는 앨 고어가 제시한 소박한 대안들을 비웃었다. 하이브리드 자동차 사용, 집안에서 전기 플러그 뽑기 등등.

하이브리드 자동차 등은 아직 시기상조이고 또 저자의 말대로 에너지를 만들어내는 과정에서 다른 문제점을 가져올 수 있으니 일단 두고 보더라도, 집안에서 전기 플러그 뽑아두는 것 등의 에너지 절약 운동이 왜 비웃음을 사야하는지 모르겠다. 국가가 나서서 움직여야 하는 대안 정책과 개인이 소소하게 해낼 수 있는 대안책이 어떻게 같단 말인가. 중요한 것은 실천이고 그 작은 움직임들이 모여서 큰 힘으로 돌아오는 것 아닌가? 실제로 여름철에 에어콘 사용량이 많을 때 전체 가구가 플러그를 뽑아두는 습관을 들이면 에너지가 얼마만큼 절약이 되고 그 돈이면 급식을 못하는 굶주리는 어린이들에게 식사를 대접할 수 있다고 공익광고는 선전하지 않았던가. (물론 우리나라 광고지만.)

저자는 기후 문제보다 경제 문제 얘기에 더 공을 들이고 더 쉽게 써 나갔는데, 결국 핵심 얘기는 그거다. 교토 의정서와 같은 탄소세, 국가 간 소득 재분배 계획은 기존의 부를 파괴하고 새로운 부의 창출을 막는다는 것. 이런 처벌 위주의 정책들은 비생산적이고 새로운 에너지 기술의 개발을 지연시킨다는 것.

게다가 지구온난화가 현실이 되더라도 반가운 소식이 있으니, '미국'이 특단의 조치를 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 특단의 조치는 미국 정부가 새로운 에너지 기술을 연구하는데 해마다 수천만 달러의 세금을 투자하고 있다는 것.

하하. 그러니까, 미국이 연구 중이니까 니들은 걱정말고 에너지 팡팡 써라. 우리가 에너지 팡팡 쓰는 것도 토달지 마라. 교토의정서는 짤없다! 뭐 이런 결론?

혼자 이렇게 외치려니 뻘쭘하고, 사람들 시선도 곱지 않으니 불편할 테지. 그러니 외친다. 양심의 가책 따윈 필요 없다. 지구는 안전하다. 지금 이대로 살아도 괜찮다. 니들도 불편한 것은 싫지? 에너지는 넘친다. 만만세!

맙소사. 정말 충격적인 책이다. 저자가 말한대로 우리가 속아왔기 때문이 아니라, 이렇게 뻔뻔한 얘기를 당당히 하고 있고, 그게 또 책으로까지 나왔다는 게 충격이다. 세상엔 발로 차버려도 속이 시원찮을 쓰레기 책도 많으니까 이 책만이 독자의 분노를 세우는 것은 아니지만, 지난 한 달여간 이 책을 붙들고 어떡해서든 읽어내려고 애쓴 내가 좀 가엾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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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오기 2008-10-05 00: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헉~ 기후 커넥션이란 게 그런 거였어요? 정말 커넥션이란 말이 붙을만한 책이군요.ㅜㅜ
미국의 횡포는 세계가 느끼고 있는데 혼자서만 의연한 척, 고고한 척~~~ 써글넘의 책이군요.^^
이런 책은 냉정하게 평가해서 쓰레기 처리장으로 보내야겠군요.ㅋㅋㅋ

마노아 2008-10-03 20:59   좋아요 0 | URL
아주 엽기적이었어요. 읽기 싫어 죽을 뻔한...;;;;
그런데 다시 읽어보니 오타가 어마어마하군요. 아침에 쓰면서 무지 흥분했었던 흔적이 곳곳에 보입니다^^

메르헨 2008-10-04 12: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으허허헉 이런 이야기였군요. ㅋㅋㅋ 제목과 다른 이야기를 만나면 참으로...대략난감과 함께...^^;;
마노아님 덕분에 한권 읽은 기분입니다.^^

마노아 2008-10-04 15:03   좋아요 0 | URL
설마하니 이런 역공격일 줄이야 상상도 못했지요. 대략 난감 그 자체였어요^^
 
지식 e - 시즌 3 가슴으로 읽는 우리 시대의 智識 지식e 3
EBS 지식채널ⓔ 지음 / 북하우스 / 200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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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추천글을 쓴 우석훈 교수는 지하철 안에서 이 책을 읽다가 찔찔 짜는 꼴불견을 연출했다고 고백했다. 나 역시 그랬다. 면접보러 나가는 지하철 안에서 이 책을 보다가 훌쩍훌쩍 울고, 그러다가 중요한 전화 한통을 못 받기까지 했다. 앉아 있었으면 덜 챙피했을 텐데 서서 울었으니 더 민망했다.

충격의 크기라는 것이 있기 때문에 내게는 노란색 표지의 씨즌 1 지식 e가 가장 최고의 책이었다. 그때는 지식e라는 프로그램을 알고는 있었지만 보지 못했기 때문에 마음의 준비가 전혀 되어 있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후 방송으로 많이 접하고 씨즌2에 이어 씨즌3까지 만났지만, 감동의 크기가 줄어들지 않는다. 슬픔의 면역이 되어있질 못하다. 우리가 가야할 길이 멀고 또 멀다는 것을 알기 때문일 것이다.

서른 편의 에피소드가 실렸다. 10개씩 잘라서 homoartex, homoviolence, homoethiques로 인간의 창조성, 폭력성, 윤리성을 말하고 있다.  본문의 내용은 실제 방송에 나왔던 그 자막들과 영상들을 편집했는데 시적인 운율감을 자랑한다. 그리고 보완할 내용들은 그 뒤에 이어서 여러 페이지에 걸쳐 진지하게 설명한다. 1편에서는 참고문헌에 붙여서 설명을 한단락씩 끊었는데 책이 2편, 3편 나오면서 보여주는 것들에 대한 일종의 균형점을 찾은 듯하다. (책으로는 음악을 들을 수 없지만, 삽입된 곡에 대한 제목만이라도 소개해 주면 참 좋겠다. 개인적인 바람이다.)

지식e의 방송이 많은 정보를 주며 또 이 사회에 요구되어야 할 바람직한 지식을 전달하지만 가장 감탄을 끌어낸 것은 그 '창의성' 때문이었다. 기존에 이런 방송이 있었던가, 이런 시도가 있었던가.  교육방송인 탓에 주목을 덜 받았지만 그 덕분에 오히려 시청률에 개의치 않고 뚝심으로 밀어붙일 수 있었던 역설이 성립한 듯 하다. 시청자로서 독자로서는 참 고마운 일.

homoartex에서 개인적으로 인상 깊었던 내용은 '대부분이 우울했던 소년'과 '콜라와 햄버거, 그리고 '미국의 정신''편이었다. 개인적으로 팀버튼을 선호하지는 않지만 그의 독특함과 천재성에는 손을 꼽아주고 싶다. 그 음울함마저도 창의력으로 바꿔버리는 놀라운 재주라니.  아울러 워렌 버핏의 가치 투자라는 말이 참 신선하게 들렸다. '실용'이라는 말이 천박하게만 들리는 대한민국 현재에서 경제활동의 올바른 '가치'를 생각하게끔 만들었다. '오직 그들만이 알고 있다'는 낙타에 관한 이야기인데 뭐랄까... 선문답 느낌이었다. 그들만이 알고 있는 신의 100번째 이름은 대체 무엇이란 말인가. 그들만이 알고 있다니 내가 알 도리는 없지만 이런 설정이 나온 것은 대체 무엇 때문? 방송 볼 때도 궁금했는데 책이 나오면 혹 의문이 풀릴까 했지만 여전히 의문으로 남았다. (제작진은 알까?)

homoviolence와 homoethipues는 동전의 양면처럼 붙어있는 내용이었다. 폭력을 지양하고 앞서 생각해야 하는 윤리성. 그 윤리성을 파괴하는 폭력성. 그래서, 두 챕터 20개의 이야기는 참으로 아팠다. 내가 지하철에서 찔찔 짜야만 했던 바로 그 이야기들.

이미 본 내용이 많았음에도 다시 봐도 면역이 생기지 않는다. 이 이야기들이 아프지 않으려면 적어도 우리나라에서 이 비극적인 주인공들이 다시 보이지 않을 그런 세상이 되어 있어야 하지 않을까. 그때가 언제일지 감히 짐작할 수가 없다. 그래서 아프고 더 서럽다. 그런 날이 빨리 다가오도록 앞장서는 매체로 이 책이, 이 방송이 꾸준히 한 몫을 해내기를 바랄 뿐.

국가가 자행했던 온갖 폭력. 그들은 잘못을 인정하지 않고 사과하지 않고 그리고 피해에 대해 보상하지 않는다.  보상을 받을 수 있었던 사람은 정말 극소수.  국가는 그 잘난 이름을 앞세워 '민영화' 칼바람을 일으키고 있는데, 오늘자 뉴스에서 가스 민영화 소식을 들었다. 이제 좀 더 지나면 민영화 아닌 것을 찾는 일이 부질 없어질지도 모르겠다. 대체 국가가 그 모든 것을 멋대로 해치울 권리를 누가 주었을까. 아니 이 정권이 그래도 된다고 누가 허락했을까. 우리가 동의하지 않았는데 멋대로 굴러가는 이 시스템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한숨에 갑갑증만 더 늘어난다. 존 레논이 노래했던 'imagine'이 문득 떠오른다. 국가가 없다고 상상해 보세요....

초등학교 6학년 때, 짧은 글짓기 숙제가 있었는데 교과서에 밑줄을 잘못 그어서 선생님이 내주지 않은 엉뚱한 단어에 '밑줄'을 그어 본의아니게 짧은 글을 지었었더랬다. 단어는 '제국주의'였고 교과서 본문은 삼일운동에 관한 내용이었다. 6학년 짜리가 제국주이란 어려운 단어로 어떻게 짧은 글짓기를 할 것인가 고심을 하다가 '우리나라가 일본과 같은 제국주의 국가가 아니어서 다행이다'라고 적었었다. 잘못 해간 숙제였으니 달리 써먹을 일도 없었지만 그때의 기억이 지금도 내게 남아있는 것이 아이러니다. 과연, 우리나라는 제국주의 국가가 아닌 것일까. 해외에 식민지를 세워본 적 없건만, 이 나라가 자행하는 부도덕한 일들로부터 자유롭지는 않다. 버마에 군수품을 수출했던 대우인터내셔널, 티벳을 억압하는 중국에게 찍소리도 못하고 달라이 라마의 방한은 극구 거절하기, 국외뿐 아니라 국내로 들어오면 더 디테일해지고 더 한심해진다.  국가란 국민을 보호해주는 울타리라고 믿고 살았던 그 시간을, 지금의 어린이들에게도 줄 수 있는 날이 올까?

책의 말미에 제작진들이 제작 후기와 감상 등을 나눈 페이지가 있다. 이제는 그곳을 떠나고 없는 김진혁 피디를 생각하며 또 다시 한숨 한번 베어 문다. 다른 제작진들이 처음 제작동기를 잃지 않고 의미있고 보람된 작업을 계속 해주기를 소망해 본다.

ps. 노랑 표지가 개인적으로 가장 예뻤고, 빨강 표지도 못지 않게 예뻤지만 파랑표지는 좀 안 이뻤다. 다음엔 어떤 색이 나올까? 주홍색도 예쁠 것 같은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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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오기 2008-09-02 00: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2편을 골라만 읽고 제대로 안 읽어서 3편은 못 샀어요.ㅜㅜ 읽은 거는 밀리고 사고 싶은 책은 불어나고...^^
그렇게 찔찔, 훌쩍훌쩍 했다니 봐야겠군요.

마노아 2008-09-02 01:04   좋아요 0 | URL
동시에 읽고 있는 책이 많아서 이 책도 오래 걸려서 다 읽었어요. 저도 딱 그래요. 사놓은 것은 엄청 밀렸고, 그럼에도 새로 갖고 싶고 또 막 읽고 싶은 책은 줄줄이구요. 오늘 생각했는데, 제 유일한 충동구매는 책사기인 것 같아요^^;;;

순오기 2008-09-02 09:01   좋아요 0 | URL
흐흐흐~ 저도 지난 겨울에 태그 페이퍼 쓰기에서 내 인생의 유일한 충동구매는 오직 '책'뿐이라고 썼지요. 그런데 쌓이는 책이 많다보니 애들 눈치가 보여서~ 사는 것 또한 자유롭지 않아요.ㅋㅋㅋ

마노아 2008-09-02 12:13   좋아요 0 | URL
저도 오늘 결심했어요. 당분간 중고샵 '출입'을 끊겠다구요. 보면 흔들리니까 차라리 보지 않는 게 방법이에요. 더 이상은 정말 안 되어요. 감당이 ㅠ.ㅠ

바람돌이 2008-09-02 01: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개인적으로 이번 3권이 가장 좋았습니다. 감동이 있는 글들이 많았다고나 할까요? ^^

마노아 2008-09-02 01:26   좋아요 0 | URL
첫충격이 커서 1권을 최고로 꼽지만 이번 책도 정말 감동이었어요. 배울 게 많은 책이에요. 제작진에게 늘 감사하고 있어요^^

건조기후 2008-09-02 23: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공개장소가 아니었어서 눈물 맘껏 주르륵거리며 봤다는.. 음 전 요 파란색도 이쁘던데. 지식e 표지는 모두 색감이 무척 고와서 참 보기 예뻐요.

마노아 2008-09-02 19:34   좋아요 0 | URL
이런 강렬한 원색이 참 좋아요. 노랑 빨강 참 예뻤어요. 개인적으로는 파랑보다는 하늘색을 좋아하거든요. 제가 입은 저 옷 색깔 같은 거요.(제가 원색이 참 안 어울립니다..;;;)
근데 지식e의 느낌을 말하자면 원색이 더 가깝다는 느낌이 들긴 해요. 블랙과 화이트도 강렬한 것이 잘 어울릴 것 같구요^^

건조기후 2008-09-02 23:09   좋아요 0 | URL
책은 계속 또 나올까요? 에혀.

마노아 2008-09-02 23:12   좋아요 0 | URL
실리지 않은 방송 분량이 많으니까 책의 내용물이 없지는 않을 테지만, 지금으로선 참 걱정이 되지요. 정말, 계속 책이 나오고 또 방송이 무사히 진행 될지요...ㅜㅜ
 
불편한 진실 - 앨 고어의 긴급환경리포트
앨 고어 지음, 김명남 옮김 / 좋은생각 / 2006년 9월
평점 :
절판


애석한 일이다. 이 책을 지난 주에 학교 도서관에서 빌려 읽고 반납하기 직전 포토리뷰용 사진을 찍었는데, 착오로 인해 사진 아홉 장을 날렸다ㅠ.ㅠ

사진이 없이 기술만으로는 느낌이 제대로 전달되기 어려울 텐데, 그렇다고 먼저 작성해둔 기록을 지우긴 또 아까워서 그냥 남겨둔다. 나중에라도 다시 책을 빌려 사진을 찍을 기회가 있다면 그때 채워야겠다.

내 휴대폰 설정을 마구잡이로 바꿔버린 조카 녀석을 좀 혼내줘야겠다ㅠ.ㅠ

책을 읽기 전에 마이클 무어 감독의 여러 유명한 영화들을 떠올렸다. 그 영화들의 느낌으로 이 책이 다가오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많이 달랐다. 덜 자극적이고 덜 시각적이고 덜 재미있다. 심각한 주제를 다루고 있기 때문에 재미로 가치가 떨어질 일은 아니지만 앨고어가 확실히 예술가이거나 학자이기 이전에 정치가라는 생각을 하게 만들었다. 지구 기후 변화를 걱정하는 그 마음까지 의심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리고 자전적인 이야기가 많이 실렸는데 역시 사람은 환경의 동물이라는 생각을 했다. 참 유복한 가정에서 바르게 교육 받으며 사랑스럽게 자랐구나....하는 부러움의 마음. 근데 대체 우리나라 정치인들은 어떤 환경에서 자랐기에 그렇게들 커버렸을까???

아래는 내가 사진을 잃어버린 페이지들의 내용인데, 페이지도 안 적어놓고 번호만 적어두었다. 흑...아까벼....

 

1. 미국 국립빙하공원은 머지 않아 '한때 빙하가 있었다는 공원'으로 이름을 바꿔야 할 것이다.

볼더 빙하 몬태나 주, 1932년& 1988년

(엄청나게 녹아버린 빙하 사진이 있었다.)

2. 이 아름답고 장대한 빙하는 남아메리카 대륙 끄트머리 파타고니아에 있다. 약 80년 전의 웅장한 모습이 경이롭다.

그 많던 얼음은 이제 다 녹고 없다.

웁살라 빙하, 아르헨티나 파타고니아, 1928년&2004년

3. 바다가 따뜻해지면 폭풍도 점차 거세진다.

2004년, 미국 플로리다 주에는 유례없이 강력한 허리케인이 네 개나 불어 닥쳤다.

 

허리케인 이반, 미국 남부 전역, 2004년 9월

 

4. 2004년에는 세계의 모든 과학 교과서도 다시 써야 했다. 교과서는 그동안 '남대서양에서는 허리케인이 발생할 수 없다'고 가르쳐 왔다. 하지만 그해 사상 최초로 허리케인이 브라질을 강타했다.

 

허리케인 카타리나, 브라질, 2004년 3월

 

 

5. 기후 변화로 인해 강수량이 각 지역에서 균일하게 늘지는 않았다. 지구 온난화 때문에 20세기의 총 강수량이 는 것은 사실이지만, 도리어 강수량이 감소한 지역도 있다.

파란색 점이 찍힌 곳은 강수량이 늘어난 지역이다. 점이 클수록 증가량이 많다는 것을 의미한다.

주황색 점은 강수량이 줄어든 지역과 그 규모를 보여준다.

이처럼 적잖은 패턴 변화가 일어나면 그 결과는 심각할 수 있다. 이를테면 아프리카 대륙 사하라 사막 인근을 눈여겨보라.

(다른 곳에 강수량이 마구 늘어날 때, 아프리카 사하라 사막은 점점 더 사막화가 가속화되고 있었다. 보고만 있어도 뜨겁다!)

6. 알래스카 사람들은 이 나무를 '만취한 나무'라고 부른다. 사방으로 기우뚱거리기 때문이다. 술 취해서 그럴 리는 물론 없고, 바람 때문도 아니다. 나무들은 수십 년, 어쩌면 수백 년 동안 꽁꽁 얼어붙은 툰드라 대지에 뿌리를 박고 서 있었다. 그런데 요즘 툰드라가 녹기 시작해 잡는 힘이 느슨해지자 마구 나부끼게 되었다.

 

7. 얼음이 녹는 것은 북극곰 같은 동물들에게도 나쁜 소식이다. 한 연구에 따르면 북극곰의 익사 사고가 상당히 증가하고 있는데, 과거에는 거의 없었던 일이라고 한다. 요즘 곰들은 한 부빙에서 다른 부빙으로 건너가기 위해 훨씬 먼 거리를 헤엄쳐야 하는 것이다. 얼음에서 해안까지 거리가 50~60킬로미터 되는 곳도 있다.

 

8. 태평양 저지대 섬들에 사는 사람들은 해수면 상승 때문에 벌써 하나 둘 고향을 떠나고 있다.

 

푸나푸티 환초의 밀물, 폴리네시아, 투발루

 (투발루에 관해서는 지식채널 e의 영상을 참고하면 좋을 듯하다. 이젠 기후 난민도 등장하는 시대가 되어버렸다.)

9. 삼림을 어떻게 다루느냐 하는 것은 정치적 문제다.

아이티와 도미니카 공화국 국경 지대의 사진이다. 아이티와 도미니카 공화국의 삼림 정책이 얼마나 다른지 확실히 드러난다.

 
(한쪽은 나무를 마구 베어버렸고, 한쪽은 무성한 나무를 자랑했다. 소탐대실이라!)

 

10. 아마존의 파괴는 특히 심각하다. 브라질 론도니아 지역을 촬영한 위성사진인데, 고작 26년 만에 달라진 풍경을 보여준다.

대부분의 삼림 파괴는 방화 때문이다. 매년 대기로 방출되는 이산화탄소의 양 중 30% 정도는 농지를 확보하기 위해 관목림을 불태우거나 땔감용으로 나무를 잘라 태워서 생긴다.

 

11. 미국 국방성 위성이 6개월 동안 밤마다 지구를 촬영한 사진이다. 희게 빛나는 것은 도시의 불빛이다.
푸른 부분은 밤중에 조업하는 대규모 어선 선단의 불빛이다. 아시아와 파타고니아 일대에 많다.

붉게  보이는 부분은 불이 난 지역이다. 아프리카는 나무를 땔감으로 사용하는 곳이 많기 때문에 심하다.

노란 부분은 유정에서 가스가 타는 것이다. 페르시아 만 일대보다 시베리아 유정이 도드라지는 이유는 페르시아 만에서는 가스를 태우기보다는 채취하여 저장하는 일이 많아졌기 때문이다.

 

12. 지구 온난화에 영향을 미치는 정도

이 그림은 각국이 지구 온난화에 얼마나 영향을 미치는지 상대적으로 따져 본 것이다.

미국은 남아메리카, 아프리카, 중동, 호주, 일본, 아시아보다 온실 가스를 많이 방출하고 있따. 심지어 그들 모두를 합친 것보다 많은 양이다.

 

13. 전 세계 개발국 중에서 132개 국가가 이미 교토 의정서를 비준했다. 선진국 중에서 교토 의정서를 비준하지 않은 국가는 단 두 나라 뿐이다. 미국과 오스트레일리아다.

미국은 전 세계가 앞으로 나아가는 동안 언제까지 뒤처지려 하는가?

 

우리나라도, 북한도 가입되어 있는데 말이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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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8만원 세대 - 절망의 시대에 쓰는 희망의 경제학 우석훈 한국경제대안 1
우석훈.박권일 지음 / 레디앙 / 2007년 8월
평점 :
품절


유신세대, 386세대라는 말들을 자라면서 간간히 들었고, X 세대니, N 세대니 하는 말들도 유행처럼 듣고 살았던 때가 있었다. 그리고 지금은 이 단어, '88만원 세대'라는 말이 귀에 더 익숙하다. 그 안에 내가 포함되어 있기 때문에 더 참혹하게 들리는......

청소년들은 좋은 대학에 들어가는 것이 가장 큰 미덕으로 알고 공부를 하고, 대학에 들어가서는 좋은 직장을 얻기 위해 또 취업 준비를 한다. 직장에 들어가서는 구조조정 되지 않기 위해 애써야 하고, 어떻게든 밥벌이를 위해서 무한경쟁의 세계에서 아둥바둥 애쓰고 살아가게 된다. 모두라고 말할 수는 없어도 대체로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신의 앞날을 위해서 웬만큼씩은 노력하고 산다. 그런데, 사회의 시스템상, 필연적으로, 어쩔 수 없이 자기 힘으로 어찌할 수 없는 장애들을 만나게 된다. 개인이 맞닥뜨린 비극을 그 개인 한 사람의 탓으로만 치부하고 또 그 사람들 역시 자신의 못남을 탓하게 만드는 구조를 볼 때, 우리 사회가 건강하지 못하다는 것은 분명하다.

이 책은, 우리 사회의 세대간 경쟁, 세대 내 경쟁의 측면들을 분석하면서 지금과 같이 88만원 세대가 양태된 비정상적 자본주의의 역사를 경제학자의 눈으로 풀어주고 있다.  분명 어느 세대 안에 포함되어 있는데도 스스로 알지 못했던 우리들의 이름들을 쏙쏙 집어주며 그 세대의 특징도 적나라하게 짚어주고 있다. 그들의 업적과 과오와 모순까지도 함께.

1부에서는 첫 섹스가 슬픈 까닭과, 18세에 독립하지 못하는 우리 아이들, 청소년들의 알바 시장, 럭셔리 마케팅의 함정 등등은 알지 못했던, 혹은 상상하지 못했던, 또는 미처 간파하지 못했던 우리 사회의 단면들을 제대로 보여주는데 어느 순간 아찔함을 느낄 지경이었다.  그렇지만 벌써 놀라기엔 아직 이르다. 2부에선 20대가 만나게 될 세상을 보여주는데 개미지옥과 배틀로열이란 단어들과 마주하게 되면 앞이 캄캄해질 지경이다.  독자의 이런 절망감을 미리 눈치챘는지, 저자들은 각각의 대안들을 앞에서 먼저 제시해주는 수고를 기꺼이 해준다.  물론, 그 해법들은 '제안'의 수준이기 때문에 실질적인 행사력은 없다. 그럼에도 절망 끝에서 부르는 희망 노래의 역할은 충분히 해준다. 그런 고민을, 걱정을, 연구를 해주는 사람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일단은 큰 위로가 된다.

적을 알고 나를 알아야 이길 수 있다고, 88만원 세대의 당사자들은 자신들을 둘러싼 이 세계가 어떻게 움직여가고 있는지에 대한 고찰이 필요하다.  설령 그것이 더 깊은 나락으로 밀어넣는 기분이 들지라도 도망쳐서는 안 된다. 피할 수 없는 길이니까.

지금의 20대 언저리의 사람들은 구세대들이 가졌던 마인드, 이를테면 기왕이면 아는 사람, 혹은 이웃의 것을 팔아주는 마음씀씀이가 없다. 구내매점과 스타벅스의 커피 한잔의 값어치가 그들에게 그렇다. 내 돈 내고 내 맘에 드는 소비를 하겠다는데......라고 하면 할 말이 없어지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 번 더 재고해 보려는 여지를 가질 수 있다면, 그 자체만으로도 이 비극적인 세대에게 조금 더 희망이 되어줄 수 있을 것이다. 

68혁명 당시 프랑스에서 모든 대학을 국립대학으로 만들어낸 것은 대학생이 아니라 고등학생들이었다는 사실에 꽤 충격을 받았다. 필요가, 갈망이 그들을 움직였다. 그들 자신을 위해서, 또 그 이후 세대를 위해서 말이다. 우리나라의 386세대가 민주화를 위해 그렇게 싸워놓고도 결국 자신들은 원정출산에, 사교육 강화에 힘쓰는 모습과는 몹시 대조적이었다. 일종의 배신감... 그런 기분이 들었다. 그리고, 우리 이후의 세대에게도 그같은 감정을 느끼지 않기 위해서 지금 우리가 잘해내야 한다는 책임감도 함께.

광우병 사태가 불궈졌을 때 제일 먼저 달려나온 것은 여중생들이었다. 역시, 필요가 그들의 걸음을 움직였다. 미친 교육 반대라고도 외쳤다. 도저히 답이 없다는 것을 아이들도 이미 알고 있다. 그 외침에 동참해 주고, 연대해주는 마음마음들이 우리에게 필요하다. 가까이에는 당장 일주일도 남지 않은 교육감 선거에 참여하는 것도 우리가 반드시 해야할 일이다. 냉소와 무관심으로는 무엇도 바꿀 수 없다. 그건 위악만큼이나 나쁘다.

저자는 경제학적으로, 또 역사적으로 접근할 수 있는 모든 통로를 비춰주며 우리 세대의 이야기들을 힘주어 열심히 얘기한다. 다만 그 열기가 지나쳐 좀 어지러이 흩어놓는 경향이 좀 있다. 뭐랄까, 응집력이 좀 떨어진다. 조금만 더 힘을 빼고 조금 더 차분하고 냉정하게 말해준다면 하고자 하는 얘기의 요점과 진심이 좀 더 빠르고 곧게 전달될 것으로 보인다. 무수하게 드러나는 오타들은 편집진들의 책임일 것이다.  여러 쇄를 찍었다는 것은 그만큼 책이 팔렸다는 얘기이고, 그만큼 이 책의 내용들을 필요로 하는 세대가 많으며 또 그 이상으로 절박하다는 증거가 될 것이다.  그건 참 마음 아픈 얘기이지만 더 많은 사람들이 이 책을 읽고 하나의 깨달음을 가질 수 있다면 그것은 또 기쁜 일이 될 것이다. 책의 절단 단면이 고르지 않아 우둘툴한데, 그 정도는 이 책의 가치를 떨어뜨리는 데에 전혀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  '경제학'이라는 학문이 좀 더 가깝게 느껴지게 된 것도 하나의 수확이다.

이 절박한 세대들에게 전해주고자 하는 메시지들이 '희망고문'이 아닌 올곧이 '희망'이기를 함께 소망해 보며, 바리케이드 치고 짱돌을 들 준비를 해본다. 그것이 우리가 마땅히 가져야 할 인간에 대한 '예의'이며 '도리'이니까. 내가 받고 싶은 바로 그 예의와 도리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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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오기 2008-07-24 03: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직 제대로 안 읽고 좌르르~ 훑어만 봐서 님의 리뷰가 도움되었어요. 감사 ^^

마노아 2008-07-24 09:02   좋아요 0 | URL
헤헷, 다행이에요^^

픽팍 2008-07-25 16: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책 사놓고 같이 온 소설 보느라 아직 읽지 않고 있었는데 얼렁 읽어야 겠네염;;
하지마나 역시 바리케이드 치고 기껏 짱돌보다는 역시 김정일과 쇼부쳐서 핵무기 하나 정도는 들어야;;

마노아 2008-07-25 19:35   좋아요 0 | URL
핵무기가 바람직하지도 않지만 그걸로도 이 문제는 해결하기 힘들 것 같아요. 에효, 한숨부터 나오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