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명성황후 시해의 진실을 밝힌다 - 개정판
최문형 지음 / 지식산업사 / 2006년 8월
평점 :
어떤 인물은, 그 사람의 삶의 궤적과는 별개로, 비극적인 죽음을 맞이하는 바람에 동정표를 흠뻑 사기도 한다. 프랑스의 마리 앙투아네트 왕비가 그랬던 것 같고, 박정희 전 대통령이 그랬고, 또 이 사람... 명성황후가 그래 보인다.
굳이 따지자면 내가 제시한 세 사람 중에서 가장 비참하게, 그리고 비극적으로 죽었다. 마리 왕비야 그 자신이야 억울함이 없지 않겠지만, 국민의 '심판'을 받은 것이고, 박정희 전 대통령은 측근 손에 죽었지만, 명성황후는 외국 자객(이라 부르긴 웃기지만) 손에 엌 소리도 못하고 죽은 것이다. 그렇다고 사과를 받기를 했나, 그 배후에 대해서 명확하게 밝혀지기를 했나...
그렇게 오랜 시간 묻혀 있던 그녀는 뮤지컬로, 드라마로, 기타 등등 화려하게 부활했다. 부활을 했더니, 이게 또 너무 미화되어 버린지라 여전히 진실은 오리무중이었다. 그녀의 살아있는 동안의 행적에 대한 평가와 분석도 오랜 시간이 지나서야 깊어진 느낌이고, 그녀의 죽음에 대한 진실은 더 오랫동안 암흑 속에 묻혀있었던 듯 하다.
이 책은, 명성황후의 일대기... 비슷한 형식으로 진행되나, 우리에게 잘못 알려진, 선입견과 같은, 혹은 왜곡되어진 부분들을 다시 파헤치는 데에 많은 부분을 할애한다. 각종 사진 자료도 첨부하고 있고, 동원할 수 있는 문서자료도 꼼꼼히 살펴서 보여주었다.
너무 흥분하면서 강조하는 바람에 반복되는 말들이 많았던 게 흠이라면 흠이지만 그만큼 힘주어 얘기하고 있다는 것은 충분히 알 수 있었다.(마치 화랑세기가 위작이 아니라고 침 튀기며 얘기한 이종욱씨의 글을 보는 듯한 기분이 들었달까...;;;;;)
명성황후와 흥선대원군의 대립을 어떤 각도로 보느냐에 따라서 두 사람에 대한 평가나 입장은 굉장히 달라진다. 관련된 여러 책을 보더라도 100% 수긍가는 내용을 찾기도 어려웠다. 그래서 이 책을 통해서도 그 부분에 대한 것은 그저 하나의 견해로만 읽힐 뿐이었다. 다만, 명성황후의 시해 배경을 두고 일본에서의 준비 과정과 배후 인물, 그들 사이의 파벌 다툼, 교묘한 전략 등은 흥미롭게 읽혔다.
책이 그다지 두꺼운 편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책이 아주 잘 넘어가는 편은 아니었다. 일단, 서술이 딱딱하다. 그리고, 제목은 정말 촌스럽다...;;; 멋부릴 주제는 아니지만, 너무 길다고 할까... 오히려 "늙은 여우를 단칼에 베다"라고, 자극적인 제목을 달았지만, 보다 인상에 확 박히는 진평팔씨의 감각을 더 손들어 주고 싶다.^^
명성황후에 관련된 많은 텍스트 중 하나로 읽어볼 만한 자료가 된다고 하면 너무 박할까. 같이 읽어보면 좋을 책으로 "조선의 최후"를 추천하겠다.(역시나 제목은 좀 아니지만...;;;;) 세 사람이 공동 집필했지만, 오히려 응집력이나 집중도는 더 좋았다고 하겠다. 이 책이 아주 나빴다는 얘기는 아니지만 2% 부족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