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시백의 조선왕조실록 1 - 개국 박시백의 조선왕조실록 1
박시백 지음 / 휴머니스트 / 200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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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한권으로 읽는 조선왕조실록... 이런 류의 책에서 좀 질린 감이 있었기에, 이 책이 나왔을 때도 별로 관심을 갖지 않았다.  그런데 계속 지켜보니, 한 권당 하나/둘 정도의 임금만 나오는 것을 보니 실록을 꼼꼼히 옮기는 것이라 여겨졌다.  그때부터 흥미가 생겼다.  '야사'는 거의 흥미 위주이고 비사실적 내용들이 너무 많아서 불편할 때가 많았는데, 차라리 '정사'를 제대로 볼 수 있다면 그보다 좋은 게 어디 있을까 싶었다.  게다가 '만화'로 그려주니 얼마나 재밌을까... 뭐 이런 계산으로 책을 구입하게 된 경로다.^^;;;;

조선왕조실록으로 조선이 주인공이지만, 아무래도 조선의 창업을 얘기하기 위해선 몰락해버린 고려의 이야기를 빼놓을 수가 없었다.  그리고 조선의 창업자 이성계의 가계도 살펴보지 않을 수 없었다.  작가가 만화적 장점을 제대로 살린 게 '유머감각'인데, 충분히 진지하면서도 풋! 소리가 나올 만큼 재밌는 씬들이 종종 나온다.

대체로 익숙한 이야기들이었지만 '공양왕'에 대한 해석은 신선했다.  무능과 겁쟁이로만 통했던 공양왕의 면모를 다른 각도로 비쳐보았고 어느 정도 설득력도 있었다.

정몽주에 대한 묘사는 꽤 반어적이었는데 충신의 대명사 정몽주의 또 다른 속내를 볼 수 있어 의미심장했다.

반면, 최영에 대한 묘사는 조금 부족했던 듯 싶다.  황금 보기를 돌같이 하라 했는데, 역으로 말하면 황금도 돌처럼 볼 만큼 흔했던 집안이란 얘기도 된다.  내노라 하는 권문세가였던 그를 단지 '보수적'이었던 사람 정도로만 묘사한 것은 약간 아쉬운 부분.

이방원이 정몽주를 치고 이성계가 언짢아 하는 장면도 인상적이었다.  오홋, 이성계의 '버럭'이 그런 의미였을 수도 있겠군... 싶어서.^^

책이 재밌다.  20권 목표로 작업하고 있다고 하는데 앞으로도 읽을 게 많으니 신난다.  2권도 바로 읽어야겠다(>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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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오기 2007-10-19 17: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 1권부터 구입합니다~~~~~지름신이 강림하셔서... ^*^

마노아 2007-10-20 00:06   좋아요 0 | URL
헤엣, 결국은 그 순서대로 가게 되셨군요^^
 
로마인 이야기 1~15권 양장본 세트 로마인 이야기 시리즈
시오노 나나미 지음, 김석희 옮김 / 한길사 / 2007년 2월
품절


완결작품을 다 소장했을 때의 기쁨 중 하나... 이런 것 해보고 싶었다.
전부 다 늘어놓고 사진 찍기^^
끝의 두권은 14권 샀을 때와 15권 샀을 때의 1+1이다.

세워놓고 사진 찍었다가 책도장의 이름이 생각나서 포토샵으로 지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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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조선은 대륙의 지배자였다 - 우리 역사 바로잡기 1
이덕일, 김병기, 신정일 지음 / 역사의아침(위즈덤하우스) / 200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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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덕일씨의 근간으로 "그 위대한 전쟁"에서도 느낀 바지만, 제목이 다소 자극적이다.  중국의 위협적인 동북공정에 대한 국민들의 환기를 요구하기 위한 일종의 '전략'이라고 좋게 생각하련다. ^^;;;

고조선, 단군 신화와 함께 떠오르는 멀고 먼 나라. 지금으로부터 고구려까지의 아득한 시간만큼의 거리가, 고구려에서부터 고조선의 시작에 걸쳐져 있다.  분명 국사 교과서에 고조선이라는 나라 이름이 나오고, 단군도 나오고, 뭔가 그럴싸한 척(?)을 하며 우리에게 가르쳐주는 듯 보이지만, 정작 고조선에 대해서 알려주는 것도, '제대로' 가르쳐주는 것도 없다.

왜 나라 이름이 '고조선'인지, 기원전 2333년이라는 숫자가 어디서 나온 것인지, 위만은 누구인지, 고조선은 왜 멸망했는지, 우리의 국사책은 문헌적으로 설득력 있게 설명해 주지 않는다.

심지어 국사책 안에서도 왜곡된 서술이 들어가 있지만 이의를 제기하지 않는다.  우리나라의 청동기시대는 기원전 10세기부터 시작된다고 말해놓고, 최초의 국가인 고조선은 기원전 2333년에 단군이 세웠다고 말하고, 또 '국가'의 성립은 청동기 시대부터라고 말해놓고는, 단군의 고조선이 신석기 시대에 시작되었다고 말하는 모순을 버젓이 싣고 있다. 

더 답답한 것은, 그것이 왜 잘못되어 있는 것인지 교과서를 읽으면서도 의문을 품지 못하고, 또 답하지 않는 우리의 주입식 교육이다.  설령, 잘못된 것을 지적한다 할지라도, 무려 '국정교과서'가 잘못 서술하고 있는 이 황당 시츄에이션은 또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중국의 동북공정 문제는 단순히 '밖'의 문제가 아니라 '안'의 문제도 심각함을 우리가 깨달아야 하는 부분이다.

저자들은 식민사관에 의해서 왜곡되어진 우리의 고대사 인식 수준과, 역사 서술 방법이 얼마나 위험한 일인지를 중국의 동북공정의 자매판으로 설명하고 있다.  (책에서는 '쌍둥이'라고 묘사하지만^^;;)

이 책에서 쟁점으로 삼고 있는 논제들은 이런 것이다.

우리 국사 교과서에 단군조선은 없다
일제 식민사관이 단군조선을 부인하고 고조선의 강역을 한반도로 축소시키는 것은 동북공정의 논리와 일치한다
단군조선이 존재한다면 동북공정의 모든 논리는 성립되지 않는다
고조선은 많은 제후국을 거느린 황제국이었다
한나라에 항복한 고조선의 항신(降臣)들은 유민들과 함께 대대적인 고조선 부흥운동을 일으켰다.
그간 한반도에 있다고 주장되어왔던 낙랑군 수성현은 중국의 하북성 창려현임이 밝혀졌다.
대동강 유역에 있던 국가는 낙랑국이며, 한사군의 하나인 낙랑군은 한반도가 아닌 현재의 중국 요서 지역에 있었다.
고조선의 청동 및 철기 기술은 한나라보다 앞선 세계적인 수준이었다.
중국 연나라 화폐로 알려진 명도전은 고조선의 화폐일 가능성이 높다.
붉은 악마의 상징 치우는 중국의 한족이 아닌 동이족의 조상이다.

작은 한반도 안에서 지지고 볶고 사는 우리는, 과거 우리 조상들이 광대한 영토를 가졌었다...라는 표현들에 대해 시니컬한 반응을 보이기도 한다.  과거에 그랬다는 게 다 무슨 소용이냐는 의견도 있고 혹은 민족주의적 관점에서 우리 역사를 미화시키는 것은 아니냐는 소리도 들린다.  물론, 과거에 우리 땅이었으니 내놔라! 라고 말할 수 없고, 우리 역사니까 미화시키는 것도 물론 안 될 말이지만, 적어도 우리 역사에 대해서 '제대로' 알아야 하는 게 우리나라 사람으로서의 최소한의 의무이며, 또 자국 역사를 가로채고 왜곡시키려는 자들에게 적절한 대응을 하는 것 역시 우리의 권리일 것이다.   그리고 그 과정은 가슴은 뜨겁더라도 머리는 차갑게 접근해야 할 것이다.

이 책은 고조선에 대한 기존의 학설이 왜 잘못되었는 지를 여러 고문서를 통해서 객관적이고 논리적으로 설명하고 있다.(밑줄긋기에 엄청 옮겨놓았다..;;;)  중국측 사서는 물론이요, 우리나라의 사서들도 총동원하여 증명할 수 있는 것들은 모조리 쏟아놓았다고 할 수 있겠다.  책 곳곳에 포함되어 있는 작은 지도들도 큰 도움이 되지만, 부록으로 같이 따라온 고조선의 강역도를 펼쳐놓고 책을 읽으면 이해에 더 보탬이 된다. 

고조선의 실체에 대해서 다룬 몇몇 책들을 보았는데, 그 동안 읽었던 책 중에서는 이 책의 기술이 가장 쉽고 논리적으로 이해가 잘 되게 서술되어 있다.  같은 저자인 이덕일씨의 책 안에서도 고조선에 관한 내용을 많이 보았지만, 역시 이 책이 가장 잘 정돈된 느낌으로 다가온다.(중첩된 독서로 내가 익숙해진 탓일 수도 있겠다.)  저자는 둘이지만, 둘 중 누가 썼는지 잘 구분이 안 가게 서술의 시점도 튀지 않고 흩어져 있지도 않은 것 역시 하나의 장점이다.

그에 비해서 2부 뒤에 실린 신정일의 '고조선 답사기'는 일종의 기행문이나 일기같은 성격을 지니고 있어 다소 기대를 했다면 조금 실망스러울 수 있겠다.  그러나 고조선에 대한 눈에 띄는 흔적을 찾기가 쉽지 않고, 중국측의 의도적이고 정치적인 방해가 항상 있기 때문에 우리가 손가락질 할 일은 아니라고 본다.  관련된 문장을 많이 소개해 주었는데 꼭 필요한 내용이라기보다, 알아두면 좋을 내용으로 가볍게 읽어도 좋겠다.

고조선의 생활사에 대해서 접근하는 것은 현재 발견된 유물을 놓고 역으로 추적해가는 방법을 썼는데 앞서의 심각한 내용보다는 재밌게 읽을 수 있는 텍스트가 되겠다.  훌륭했던 것을 훌륭했다라고 말하는 데에 괜히 주저할 필요도 없겠다.  어느 정도의 자부심은 스스로에게도 약이 될 것이다.  그 동안의 식민사관에 입각한 역사 서술은 '알아서 깎아먹는' 형식이었다면, 이젠 적극적으로 찾아가고 제대로 이해하는 서술이 되어야 할 것이다. 

동북공정에 대항하는 의미 이상으로, 우리 역사에 대한 올바른 인식을 갖는다는 의미에서도 고조선은 우리가 재조명하고 적극적으로 탐구해야 할 우리의 유산이다.  그 유산 찾기에 이 책이 큰 도움이 될 것이다.  그리고 그런 노력들이 끊어지지 않고 계속 이어져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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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틀라스 세계사 - 역사읽기, 이제는 지도다! 아틀라스 역사 시리즈 2
지오프리 파커 엮음, 김성환 옮김 / 사계절 / 200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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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계절 출판사에서 나오는 역사책들은 '기획'에서 점수를 많이 먹곤 했다.  이 책은 외국인이 쓴 것이지만, 출판사 편집진들의 수고도 무시는 못 할 것이다.

사실 내가 추천받은 책은 '아틀라스 한국사'였다.  지도가 아주 잘 나와있다는 지인의 말에(그녀는 사계절 출파사에서 일하기도 했었다.)  귀가 솔깃해졌는데, 내게 필요했던 책은 세계사여서 더불어 좋을 거란 생각에 이 책을 구입했다.

구입한 지는 좀 되었는데 지난 달에 2/3 정도 보고 오늘 나머지를 본 듯 싶다.

일단 지도는 대단히 참신했다.  세계지도의 평면성을 탈피하여 '입체적'으로 묘사를 하였는데, 지구본을 돌려보는 것 같은 느낌을 준다.  그래서 각 나라와 나라의 거리, 공간감이 상당히 유기적으로 느껴진다.

무엇보다도 좋은 것은 '객관적인 시각'이었다.  단순히 역사적 사건을 나열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그 역사적 사건의 이면 뒤에 있는 역사적 진실과, 또 그 사건이 뒤이어 불러온 세계사적 파장을 편향되지 않은 시선으로 잘 표현해 주었다.

지도와 사진과 그래프 등등 아주 꽉 찬 내용이었고, 사계절 출판사의 편집 특징인, 한 페이지를 넘어가지 않는 마침표도 나를 흡족케 해주었다.

그럼에도 절대로 별을 다섯 개 줄 수 없었던 것은, 너무 잦은 오타와, 너무 많은 오기 때문이었다ㅡ.ㅡ;;;;

사실, 성질 버릴 뻔 했다.

기원전 세기를 표현하면서 숫자가 왔다리 갔다리를 하고, 중세와 근대를 구분하는 중요한 사건에서 년도가 먼나라로 되어 있고, 국가 이름 표기의 오타도 아주 많고, 서술 상의 오타도 헤아릴 수가 없다.  연도를 틀리게 적은 것은 작가의 실수인지는 알 수 없지만, 편집 과정에서 체크를 하지 못한 것은 출판사 쪽 잘못이다.

그리고 그 수많은 오타도 역시.. 편집인들에게 책임을 묻지 않을 수 없었다.  아마 내용이 이만큼 좋지 않았더라면 출판사에 항의했을 지두.ㅡ.ㅡ;;;;

게다가, 방금 전 입체 지도가 얼마나 좋은 지를 사진 찍으려다가 비싼 카메라 떨어뜨려 망가뜨린 실수까지... 어흑.. 내 탓이지만 우리 만남이 안 좋다.  쿨럭....;;;;

오타라고 생각되는 부분들을 옮긴다.

20쪽

 

왼쪽 위의 세로로 긴 박스 있죠.

거기에서 500만 년~1180만 년 전

이라고 나오죠.

1180이 아니라 180이 맞을 것 같네요.

 

32쪽

 

왼쪽 위의 연대표있죠.

세번째와 네번째가 이상해요.

BC 약 1150 멕시코 올멕 문명 시작

BC 약 1749 멕시코 몬테알반에 사포텍 문명 수도 건설

이라고 나오는데요.  아래쪽 숫자가 더 오래된 시점이에요.

둘의 연대가 바뀌었던가, 아예 틀렸던가 뭔가 문제가 있습니다.

 

36쪽

 

역시 연대표 다섯번째를 보면

BC 약 486 이라고 나오죠.

석가모니 탄생 연대가 아니라 사망 연대예요.

 

본문의 설명도 밑에서 세번째 줄에 "기원전 6세기에 아시아 최대 종교인 불교를 창시한 고타마(붓다)가 그 국가들 중 하나에서 태어났고.........

 

라고 나오죠?

 

BC 약 486 은 기원전 5세기거든요.  역시 표기에 문제가 있습니다.

 

48쪽

 

지도 왼쪽을 보세요.

아프리카 위쪽의 지금의 에스파냐 지역을 보면

 

430 경 반담족, 북아프리카 정복

이라고 나오죠.  '반담'이 아니라 '반달'이 맞아요.

 

56쪽

 

연대표 맨 마지막에 1459 콘스탄티노플 함락

이라고 나오죠.

1453이 맞습니다.

 

60쪽

 

왼쪽 하단의 사진 옆에 설명이 나오죠. '샤를마뉴 대제의 모습'이라고 나오는데, '샤를마뉴의 모습'이라고 쓰던가 '샤를 대제의 모습'이라고 표기해야 합니다. '마뉴'가 '대제'란 의미거든요.

 

142쪽

 

왼쪽의 연대표에서 보면, 밑에서 세번째

1982 1차 5개년 계획 시작이라고 나오죠.

1928이 맞습니다.

 

163쪽

간디의 사진 왼쪽에 설명이 나오죠. 여섯번째 줄에 '석망되어'는 '석방되어'의 오타입니다.

 

168쪽

왼쪽 연대표 밑에서 세번째

1974~1945 앙골라와 모잠비크, 독립 획득이라고 나오죠.

오타입니다.  정황상 1985가 맞을 것 같네요.(아래 1986년도가 나오니까 그 이전일 테죠)

 

어쩌면 더 문제가 있을 수도 있는데 제가 못 찾았을 수도 있어요.

2007년도 여름에 오타 수정해서 재판 본 나왔습니다. 걱정하지 마셔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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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바람 2007-01-09 05: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치명적이겠군요 오타

마노아 2007-01-09 08: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게다가 역사 책에 연도까지 엉망으로 나오는 것은 황당 그 자체예요.ㅡ.ㅡ;;;

marine 2007-01-09 15: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호호, 오타... 것 참 문제죠 전 이 책 재밌게 읽었어요 이런 화려한 책 보면 괜히 뿌듯해지죠^^

마노아 2007-01-09 15: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예, 저도 재밌게 읽긴 했는데 너무 거슬렸어요. 따로 표시해둔 것들이 어찌나 많이 나오는지^^;;;; 책이 값이 나가는데 비싼 값을 했죠^^

juhin 2007-12-04 18: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타 아직도 안 고쳤을까...? 출판사분들 좀 보시지...

마노아 2007-12-04 18:25   좋아요 0 | URL
오타 수정되어서 재판되었어요. 전 재판 본 출판사에서 보내줬답니다^^
 
간도는 누구의 땅인가 살림지식총서 140
이성환 지음 / 살림 / 200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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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유권 분쟁이 터지면 항상 지목되는 것은 독도와 간도지만, 상대적으로 간도에 대한 관심은 적은 편이었다.  아니, 적은 정도가 아니라 간도를 얘기하면 그게 무엇인지, 어디에 있는 것인지 모르는 이도 많다.  대개의 반응은, "섬인가?" 이 정도...  간도의 '도'자가 섬도인 것은 맞다.  그렇지만 섬은 절대 아니다.^^ 백두산을 중심으로 동쪽과 서쪽으로 나누어 동간도, 서간도라 부르고 한반도의 북쪽을 가리켜 북간도라 부른다.  일반적으로 한민족이 서간도보다 북간도에 집중적으로 이주하여 살기 시작하면서 북간도(동간도)를 그냥 '간도'라 부르게 되었다.

간도는 우리 민족이 일제의 식민지로부터 독립하기 위해 치열하게 투쟁했던 지역인데 가곡 '선구자'의 일송정이나 김좌진 장군의 청산리 대첩, 홍범도 장군의 봉오동 전투, 그리고 윤동주의 '서시' 등이 모두 간도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

근래에 간도협약(1909) 체결 100년이 되는 2009년 이전에 간도 영유권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주장이 있었다.  그 이유는 국제법 또는 국제관례상 100년을 넘기면 영유권 주장을 할 수 없다는 '100년 시효설'에 근거를 두고 있는데, 100년 시효설에 관해서는 국제법적으로 확립된 이론이나 원칙은 없다고 책은 전한다.  다만 과거 제국주의 국가들이 영토 할양의 한 방법으로 사용했던 조차가 최대 99년을 기한으로 하고 있기 때문에, 100년을 넘겨버리면 조차가 아닌 영유권으로 인정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일종의 추론이라는 것이다.   따라서 근거 없는 '100년 시효설'로 우리 스스로 자가당착에 빠져 간도 영유권에 족쇄를 채우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될 거라고 저자는 당부한다.

간도가 우리 땅이었던 시간과 우리 땅이 아니었던 시간을 비교했을 때, 우리 땅이었던 시간이 압도적으로 더 길지만, 저자는 굳이 고조선이나 고구려, 발해 시절의 역사를 들먹이지 않는다.  짧은 페이지의 이 책이 집중하고 있는 것은 조선말 일제 침략기 시절 간도의 역사이며, 그로부터 지금까지의 관계에 대해서만 언급하고 있다.(만주 전체의 지역을 살펴보더라도 한족이 지배하지 않은-못한-기간이 훨씬 더 길다.)

조선과 청나라는 간도 지역을 건국의 상징으로 중요하게 취급하여 이 지역은 무인지대였었고, 일종의 중립지대였다.  게다가 이 시기는 아직 국경이 선의 개념이 아니라 지대의 개념이었기 때문에 이러한 무주지 또는 봉금지대가 국경으로서의 역할을 하였다.  그리고 양국이 국경을 명확히 할 필요성을 갖고 세운 것이 "백두산 정계비"이다.  백두산 정계비에 의한 국경선도 중국이 일방적으로 결정한 것이라고 볼 수 있는데, 그나마도 비문의 해석을 두고서도 중국 쪽은 억지 주장을 펼치고 말았다.  중국에서 간행된 지도나 책들을 살펴볼 때, 중국 자신도 압록강 이북의 서간도를 조선의 영토로 인정하고 있는 흔적을 많이 발견할 수 있는 것으로도 증명이 된다.

간도가 뜨거운 감자가 될 수밖에 없었던 것은 제국주의가 판을 치던 그 시절의 국제관계의 역학 때문이다.  중국은 러시아의 남하를 견제해야 했고, 러시아는 남하를 위한 전진기지가 필요했고, 조선은 임오군란 시절 청나라에게 신세를 진 게 있으므로 눈치를 봐야 했고, 청일 전쟁 이후 일본은 러시아를 견제해야 했고, 러일 전쟁 이후로는 조선을 안정적으로 지배하기 위해서 간도 땅에서의 분쟁을 종식시켜야 했다. 

중국은 조선인의 실생활 거주지와 이전 등에도 일체 간섭 없이 오로지 영유권과 법률권만 요구했다.  그건 현실적으로도 그 지역을 개간하고 발전시키고 계속해서 살고 있는 조선인들을 몰아낼 수가 없었던 것이고, 그들을 몰아내고 중국인으로 채워넣을 수도 없는 자국의 입장 때문이었다.  일본으로서는 조선을 안정적으로 지배하는 것이 일차적 목표였고, 간도 지역의 국제 사법부 관할로 넘어가기라도 한다면 열강의 간섭으로 조선의 실지배마저도 간섭을 받아 다 된 밥에 코 빠뜨릴 법한 순간이었다.  그래서 양쪽의 이해관계가 맞물려 나온 타협안이 "간도협약"(1909)이다.

간도협약이, 단순히 만주의 철도 부설권과 간도 지역을 맞바꾼 것이 아니라 한반도를 삼키기 위한 일본의 선택이었다는 점에서 지금의 동북공정 문제와 맞물린 간도 영유권 문제는 중국 뿐 아니라 일본과도 밀접한 관련이 되어 있다.

허면, 간도협약의 효력은 어떻게 되어 있는가?  결론부터 이야기하면 이 협약은 법적 효력이 없으므로 간도는 한국의 영토가 되어야 한다는 것이 한국 쪽의 일관된 주장이다.  을사조약이 원천적으로 무효이므로 간도협약은 성립할 수 없고, 설사 을사보호조약이 유효하다 하더라도 일본이 간도협약을 체결할 권리는 없었다.  일본이 가져간 외교권은 '한국의 외교를 감리, 지휘'하는 것으로 조약 체결의 주체(당사자)는 어디까지나 한국이기 때문이다.   백번 더 양보해서 을사보호조약이 유효하고 일본이 조약 체결의 당사자 능력이 있다고 하더라도, 그것은 을보호조약상의 보호권의 범위를 벗어나고 있기 때문에 간도협약은 역시 무효가 된다.  말인즉슨, 보호국(일본)이 피보호국(한국)의 외교권을 대리하는 데 있어서 그 범위는 피보호국의 이익을 보호하는 목적에서 이루어져야 하는데 간도협약은 일본이 자국의 이익을 위해서 팔아 치운 것이므로 역시 보호국의 권한의 범위를 벗어난다.  마지막으로, 간도협약이 유효하다고 가정하더라도, 협약의 당사자는 일본과 중국으로서 조선은 제3국에 해당된다.  조약은 당사국에게만 효력이 있을 뿐, 제3국에게는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국제법의 일반 원칙에 의해서도 간도협약에 의한 간도 영유권의 변경은 있을 수 없다.

그러니, 간도협약에 근거하여, 그 후 간도를 현실적으로 지배하고 있는 중국에 대한 부당성만을 지적할 것이 아니라, 일본 책임론에 대한 검토도 필요하다.   그밖에 196년의 한일기본관계조약에서도 1910년 8월 22일 및 그 이전에 한국과 일본 사이에 체결된 모든 조약 및 협정은 '이미 무효'라고 밝히고 있고, 카이로 선언에서도 "일본은 만주, 대만, 팽호도 제도 등 중국으로부터 뺏은 지역을 전부 중국에 반환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또 샌프란시스코조약(1951)에서도 "1941년 12월9일 이전에 일본과 중국 사이에 체결된 모든 조약, 협약 및 협정은 전쟁의 결과로서 무효로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런데 여기서 우리가 주의해야 할 것은 간도협약이 무효라고 해서 그것이 곧 바로 간도가 한국 땅이 된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간도협약이 무효라는 것은 1909년 간도협약 체결 이전의 상태로 되돌아간다는 것을 의미하므로, 한국과 중국 사이에 간도 영유권 확정을 위한 새로운 논의가 필요하다는 것을 의미할 뿐이다.

역사와 영토 문제에 있어서 객관성을 상실하고 감정적으로 대응하면 자칫 영토확장주의로 빠져들 위험이 있다.  그러나 지금처럼 왜곡된 역사의 굴절을 그대로 남겨둔 채 방치하는 것 역시 함께 지양해야 할 문제다.  더군다나 온 국민의 의식 속에 너무나 먼 나라 얘기같은 '간도'에 대한 인식을 바로 세우는 것 역시 우리의 필연적 과제일 것이다.  간도협약의 원천적 뮤효를 자각시키고 새로이 간도 영유권 문제를 원점으로 돌려 시작한다 할지라도 우리의 장애는 아직도 남아 있으니 분단 조국의 현실이 바로 그것이다.  단숨에 통일이 될 수 없고, 단숨에 간도 문제를 해결할 수 없고, 단숨에 뭐든 바로 잡을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적어도, 우리가 관심을 갖고 주시하고 또 앞장서서 풀어나가야 할 과제가 무엇인지 정도는 '인식'하고 '기억'해야 할 것이다.   그것이 우리 역사에 대한 책임이며 의무일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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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ouCanDoIt 2006-12-29 10: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역사를 잊어가는 우리들을 생각하면 서글픕니다. 분명히 우리 땅이거늘..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죠

마노아 2006-12-29 10: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역사를 너무나 멀게, 그리고 현실과 동떨어진다 생각하는 고정관념도 슬픈 일이구요. 더 많은 사람들이 더 분발해야겠습니다. 인생을즐기자님 반가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