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러의 위기 세계 경제의 몰락
리처드 던컨 지음, 김석중 옮김 / 국일미디어(국일출판사) / 200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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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얼마 전에 환율이 1,000원대로 떨어졌죠. 지금도 큰 변동은 없는 것 같습니다만.

환율 떨어지면, 당장 괴로운건 수출기업들입니다. 수출을 해서 달러화를 벌어와도 환전하면서 손해를 볼테니까요.


얼마 전에 한은 총재와 한국개발연구원의 연구원이 환율하락에 따라 다른 평가를 냈다고도 하는데, 다른 평가라기 보다는 환율하락의 일면만을 다룬 평가 같더라구요.

한은 총재는 수출의 입장에서, 한국개발연구원은 수입의 입장에서. 수출은 줄어들고 수입은 늘어나기 마련입니다. 상대적으로 원화가치가 오른 셈이니, 팔기는 어렵지만 사기는 쉬운 셈입니다.


여튼, 한국을 비롯한 동아시아 국가들의 경제구조는 수출의 비중이 크다는 공통점이 있는데, 비중이 큰 수출이 환율 때문에 발목이 잡혔으니, 단지 몇몇 수출기업들만의 문제는 아닌 것 같습니다.


『달러의 위기 세계 경제의 몰락』이라는 험악한 제목으로 책을 발표한 리처드 던컨 (이하 던컨) 은 IMF, 세계은행과 같은 국제금융기구에서 오래도록 일해온 경제 분석가라고 하는데요, 던컨은 이를 두고 ‘수출주도형 성장시대의 종결’ 이라는 제목을 붙였더군요.

중국, 일본, 한국을 비롯한 동아시아 국가들은 물론 남미 국가들까지, 대미 의존도가 낮은 유럽을 제외하고는 모든 국가들이 영향을 받을 것으로 예측하고 있습니다.


대미 의존도가 높은 세계경제라 함은, 쉽게 얘기해서 세계 각국에서 생산된 상품을 주로 미국 소비자들이 구매했다는 것을 뜻합니다. (세계경제를 100으로 보면, 미국 소비자들이 약 30, 그 다음 15개국 정도가 50, 최하위 150개국은 1에도 미치지 못한다는군요.)


그런데, 문제는 이제 미국 소비자들이 더 이상 구매를 하지 않는다는겁니다. 화투판에서 주머니 사정도 고려하지 않고 마구 바둑알을 사용하며 돈을 잃어주던 친구 덕분에 오늘 저녁 뭘 먹을까 고민하고 있었는데, 이 친구가 주저주저하는겁니다.


눈치빠른 친구들이라면 이미 눈치를 챕니다. ‘ 저 녀석 주머니 사정이 별로 안좋구나. ’

그리고는 계속 생각합니다. ‘ 이러다가 저 녀석이 아예 판 깨는거 아니야? ’


이런 의심 속에서 이 친구 회심의 제안을 합니다. 제안인 즉은, 바둑알당 30원 하던 판을 바둑알당 10원으로 하자는거죠.

이미 여러판을 따서 바둑알이 이마만큼 쌓인 이 친구. 속이 쓰렸겠지만, 한푼도 받지 못하는 것 보다는 낫다는 생각을 했을겁니다.

바둑알당 10원으로 대폭 낮추어 화투판은 계속됩니다.


이것이 환율하락의 배경입니다. 매년 엄청난 경상수지 적자를 기록하면서도 세계경제를 부양했던 미국경제. 01년에 투자가 멈추고, 03년에 소비마저 멈추면서 엔진이 꺼지자,

막대한 달러화를 보유하고 있던 국가들, 쓰린 속을 움켜쥐고 달러화의 가치를 하락시킬 수 밖에 없는겁니다.


#

처음 시작할 때부터 가진 돈 모두를 바둑알과 바꿨다면, 주머니사정 이상으로 화투판을 벌이지는 않았겠죠.


하지만, 문제는 귀찮음과 우정이었습니다.

이 친구들 매번 돈과 바둑알을 교환하는게 귀찮았을뿐더러, 수도 없이 바둑알을 꺼내 빚을 지더라도 꼭 갚을거라는 믿음이 있었던거죠.


수도 없이 일어나는 크고작은 국제무역에서 신용이라는게 그렇습니다. 물물교환 시절부터 환거래에 이르는 화폐변천사는 다름아닌 무역의 규모가 커지는 것과 연관이 있습니다. 화폐가 등장했을 때부터, 이미 화폐를 실물과 교환한다는 신용거래를 시작한 것입니다.

국제무역으로 더 많은 부를 창출하기 위해서 신용거래는 필수적이었죠.


이렇듯, 신용이란건 편리하기도 하고, 위험성을 잠재하고 있기도 한 것입니다.


#

그럼, 문제는 이 신용이 가진 위험성을 어떻게 보완할 것인가겠죠.

신용을 무역에 필요한 만큼만 이용하는겁니다.


그런데, 오늘날 실물경제를 엄청나게 압도해버린 금융경제는 이것이 실패했음을 보여줍니다.

오늘날 주식시장에서는, 신용(화폐)으로 신용(화폐 변화의 차액)을 거래하기까지 하니까요.


리처드 던컨이 주목하고 있는 것도 바로 ‘통제할 수 없는 신용‘입니다.

통제할 수 없는 신용은 항상 문제점을 안고 있습니다.


그는 신용이 통제에서 벗어나기 시작한 것을 환율제의 변화, 즉 73년 브레튼우즈협약의 파기에서 찾고있습니다.

미국정부가 금과 달러의 교환을 중단하면서, 달러는 금이라는 고정된 가치로부터 멀어진 것입니다. 신용이 통제로부터 멀어지는 순간이죠.


#

던컨은 책의 서두에서 73년 이후의 변화들을 기술하고 있는데,

각국의 지급준비금 구성이, 금에서 달러로 변했을 뿐 아니라 각국 달러보유고가 엄청나게 늘어났음을 알 수 있습니다.


( 이제 금이 보전하는 화폐가치란 미국정부에 의해 보증된 고정된 가치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이번에도 환율이 떨어지 후 금을 사모으는 분들이 있었지만, 이제 금의 가치는 엄연히 시장의 시세라는 것이 존재합니다. )


‘지급준비금’이란, 은행에서 예금자들의 돈을 대출해주는 것으로 수익을 올리면서도 일정정도는 금고에 보관하는 것과 같이, 화폐의 신용을 유지하기 위해서 반드시 필요한 것인데,

각국 중앙은행의 경우 국제무역에서 필요한 달러를 일정정도 보유하죠.


그런데, 달러보유고가 2,000%까지 늘어났다는 것은, 그동안 금으로 가지고있던 가치를 변제하고도 훨씬 남는 액수입니다.

이 정도면 브레트우즈협정이 파기된 이후에 달러 자체가 엄청나게 많이 찍혀나왔다고 볼 수 있는 것입니다.


각국 중앙은행에 지급준비금으로 쌓인 달러의 출처는 미국의 중앙은행밖에 없을진데,

협정 파기 이후로 달러화의 생산, 즉 얼마나 신용이 부풀려졌는지 알 수 있는 대목입니다.


미국은 이 신용을 가지고, 전 세계의 개발도상국들의 경제를 부양한겁니다.


#

던컨이 분석한 것과 같이,

73년 이후로 세계적으로 많은 달러들이 넘쳐났고, 통제를 벗어난 달러화에 의해 세계경제가 침체기에 빠져들었음은 기정사실로 보입니다.


그는 이것을 빗대어 ‘과음에 따른 숙취‘ 라고 하는데요.

몸이 감당할 수 없을 만큼의 음주, 즉 소비가 감당할 수 없을 만큼의 과도한 생산이 이루어졌다는겁니다.

술을 한참 마실 때는, 풍요로운 생산과 소비 속에서 모든 것이 완벽해보이지만, 술이 자신의 주량을 넘어가게 되면서 과도한 생산을 소비가 감당하지 못해 진통이 따르게되죠.


그런데, 저는 신용이 과도하게 남발된 원인을 협정의 파기에서 찾는 던컨에게 의구심을 갖게됩니다.


협정 파기 이후의 세계경제를 과음에 빗댈 수 있다면,

협정은 ‘오늘은 1병만 마시고 집에서 공부해야지.’ 라는 다짐에 불과할 터인데,


오늘날 경제위기의 원인이 협정을 파기한 데 있다고 한다면,

이는 전날 몹시도 과음한 친구에게, ‘너 1병만 마시기로 했잖아’ 라고 질책하는 것 밖에 더 될런지요.


화폐경제는 지속적인 확장의 역사였습니다. 오늘날 경제규모는 상상도 못할 만큼 커졌고, 이런 경제규모를 감당해야 할 화폐의 양도 어마어마하게 늘어났습니다. 어렸을 적 삼양라면의 가격이란 십여년의 시간이 지난 오늘날 천원을 낸 거스름돈 정도니까요. 그에 따라 환율제 역시도 물물경제에서 단순화폐경제로, 금본위제로, 금달러본위제(브레튼우즈협정)로, 오늘날의 달러본위제까지 발달했구요.


날이면 날마다 다짐을 깨고 술독에 빠져사는 친구라면,

다짐이네 뭐네 잔소리를 늘어놓기 보다는, 다른 방법이 필요하지 않을까요?


뭐 병원에 데려간다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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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Choice - 자유무역과 보호주의, 도전할 것인가 도망칠 것인가
러셀 로버츠 지음, 유종열 옮김 / 생각의나무 / 2003년 7월
평점 :
절판


#1
<경제학 카페> 의 저자 유시민씨는 '경제학은 반직관적 학문'이라고 말한 바 있습니다.
'반직관적'이라 함은, 직관적으로 옮고 그름을 판단하기 힘들다는 것을 뜻합니다.

유시민씨는 '자유무역의 수해자와 피해자'라는 대목에서 이 얘기를 꺼내는데,
결국, 자유무역은 잃는 것 보다 얻는 것이 많다는 결론을 내릴 유씨는,
아마도 자유무역에 반대하는 사람들의 논리가 심히 직관적인 나머지 그릇된 판단을 내리고있다는 얘기를 하고싶었던거겠죠.

직관적인 판단.
사람들은 보통 자신의 이익에 해가 될 때, '이건 안돼'라고 직관적인 판단을 내리게 됩니다.

사실, 어떤 사안이든 그렇습니다.
'옳으냐 그르냐'를 따지는 것 보다는 '나에게 이익이 되느냐 해가 되느냐'를 따지기가 훨씬 쉽죠.
'옳으냐 그르냐'에는 하나 이상의 입장을 따져봐야 하는 양적 어려움도 있지만, 여러 이해관계들 사이에서 기준을 세워야하는 질적 어려움도 있죠.
하지만, '나에게 이익이 되느냐 해가 되느냐'는 양적 어려움도, 질적 어려움도 없는 것입니다.

#2.
그럼, 유시민씨의 얘기대로,
자유무역에 반대하는 사람들이 직관적인 판단을 내리고 있다 함은,
곧 자유무역에 반대하는 사람들은 '나에게 이익이 되느냐 해가 되느냐'로 판단을 내리는 사람들이 되는 것입니다.

'나에게 이익이 되느냐 해가 되느냐'로 자유무역이라는 국가적 사안을 판단하다니.. 라고 하면서, 몇몇 분들은 눈살을 찌푸릴지 모르겠지만,
사실, '자신의 이익을 추구하는 행위'는 정당한 권리 아닐까요. 모든 경제활동이라는게 기실 자신의 이익을 추구하는 욕심으로부터 시작되는 것이니까요.

자칭 '자유주의를 표방하는 얼치기 경제학도' 유시민씨 역시도 이 생각에 동의합니다.
그리고, 그는 바둑의 귀퉁이집과 본집을 예로 들면서, 자유무역에 대한 반대는 이들에게 귀통이 한집을(당장의 이익) 내주기 싫어 본집을(장기적인 이익) 내어주는 것과 같다고 말하며 이 대목을 마무리 짓습니다.

#3.
하지만, 유시민씨의 견해는 자유무역에 대한 반대논리의 일부분을(그것이 주류이긴 하지만) 다룬 것 뿐입니다.
그가 자유무역에 대한 독자들의 판단을 왜곡할 여지를 가지고있는 것도 바로 그 때문입니다.

그러니까, 자유무역이란 반직관적으로도 반대할 수 있는 사안이며,
'자유무역이 나에게 이익이 되느냐 그렇지 않으냐'가 '자유무역이 옳으냐 그르냐'를 기준으로 판단하는 반대논리도 있다는 것입니다.

을순이가 갑동이를 좋아하지 않는다고 해서,
을순이가 갑동이를 싫어한다고 할 수는 없는거니까요.
을순이는 단지, 갑동이의 이러이러한 점이 마음에 들지 않을 수도 있는 것입니다.

그런데, 이런 난점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입장들을 접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긴 하나,
무엇보다도 자유무역을 둘러싼 논점/쟁점들을 정리해나가는 것 또한 하나의 접근법이 될 것입니다.

러셀 로버츠의 는,
유시민씨와 같이 도전하는 자유무역이 도망치는 보호주의를 설득하는 내용입니다만,
소설의 형식으로, 자유무역과 관련한 논점들을 풍부하게 펼쳐보였다는 데에서 나름의 의의가 있습니다.

#4.
'생각의 나무' 출판사에서는 연이어 두편의 경제소설을 내어놓았습니다.
한편은 『국부론』의 저자 아담 스미스에 대해서, 한편은 『정치경제학 및 과세의 원리』의 저자 데이비드 리카르도에 대한 것입니다. 제목은 각각, <아담 스미스 구하기> 와 입니다.

두편 모두, 19세기의 고전경제학파 경제학자들의 환영이 등장한다는 공통점이 있죠.
<아담 스미스 구하기> 에서는 스미스의 영혼이 정비공 해럴드 팀스에게 투영되고, 에서는 리카르도가 하늘나라의 허락을 받아 직접 20세기 중반의 미국으로 내려옵니다.

의 리카르도가 현실세계로 내려온 이유는 텔레비전 공장을 운영하는 사업가 에드를 설득하기 위해서인데요,
에드는 자국(미국)의 텔레비전 시장 개방에 반대하는 찬조연설을 준비하고 있었죠.

리카르도와 에드의 대화는 전편에 걸쳐 이루어지고,
기네스 펠트로우가 주연한 <슬라이딩 도어즈> 처럼, 에드가 지지하는 그 법안이 통과된 1990년대 미국과 그렇지 않은 경우 1990년대 미국을 뛰어넘으며 서술됩니다.

그런데, 실제 이 두사람의 대화는 설득에 더 가깝습니다.
당연하겠지만, 이 우화의 기획이라는게 실제 데이비드 리카르도의 사상을 잘 이해하는 것일테니까요.

#5.
우리가 익히 알고있는 아담 스미스와 같은 시대를 풍미했던 데이비드 리카르도는 두가지로 우리에게 알려져있습니다.
상품의 가격은 그에 투입된 노동시간에 비례한다는 '노동가치설'이 그 하나이고,
1814년 영국의 농산물 보호법이었던 곡물법("영국에 들어오는 농산물에 세금을 먹이겠다!") 논쟁에 맞추어 쓰여진 대표적인 저작. 『정치경제학 및 과세의 원리』로 시작된 자유무역/보호무역 논쟁이 그것입니다.

뒤에서 말씀드리겠지만,
그가 주장한 '비교우위설'은 오늘날까지도 자유무역을 옹호하는 많은 경제학자들에게 인용되고 있구요.

그렇다면, 에드는?
에드는 당장 미국 텔레비전 시장의 개방으로 자신의 텔레비전 공장과 소속 노동자들의 밥벌이를 걱정하고 있던 차였죠.

앞서 '옳으냐 그르냐'를 따지는 것 보다는 '나에게 이익이 되느냐 해가 되느냐'를 따지기가 훨씬 쉽다고 말씀드렸는데,
에드 역시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는 텔레비전 시장 개방이 자신의 공장과 소속 노동자들의 일자리를 빼앗기 때문에 옳지 않다고 판단하게됩니다.

경제학자 명함을 달고있는 리카르도의 경우 '비교우위설'이라는 이론을 통해서,
자유무역이라는 것이 직관적인 피해의식과는 달리, 무역을 하는 양국 모두에게 이로운 일이라는 것을 반직관적으로 증명해내구요.

#6.
<아담 스미스 구하기>에 이어 까지,
[생각의 나무] 출판사의 연이은 저작들에 대해 호평을 드리고 싶습니다.

저자의 생각에 공감하느냐 그렇지 않으냐를 떠나서,
'19세기 경제학자들과 21세기 사람들과의 만남'이라는 인위적인 설정 자체가,
경제학이 우리 삶과 즐거운 접점을 시도하는 것일 테니까요.

아주아주 긍정적인 시도입니다.

#보탬1.
쓰다보니 서론에서 시작해 서론으로 끝나버렸네요. 다음엔 본론을 올릴께요. ^^;

#보탬2.
오늘날 맹위를 떨치고있는 경제학은 신자유주의 경제학이라는 말씀을 드렸었죠.
얼마 전 <10년 후 한국>을 낸 공병호 소장을 비롯해서 유수의 경제학자들이 인용하는 <자본주의와 자유>가, 바로 신자유주의가 이론적으로 생산된 시카고 학파 밀턴 프리드먼의 저작입니다.

신자유주의 관련해서는 밀턴 프리드먼과 F.A.하이예크의 <노예의 길>을 꼭 읽어보셔야 해요.

여튼, '新자유주의'에서 '新'을 빼면 '자유주의'인데,
20세기 말에 새롭게 시작하려는 '舊자유주의'가 바로 [생각의 나무] 출판사의 고전경제학 시리즈들입니다.

묘한 맥락이 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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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학'이란 학문 자체가 짠하고 세상에 나오게 한 사람들을 고전경제학파라고 합니다.
유명한 사람으로는 『국부론』의 아담 스미스, 『정치경제학 및 과세의 원리』의 데이비드 리카르도 등등이 있습니다.

그런데, 많은 분들이 모르고있는, 고전경제학파를 이해하는 핵심 열쇠 중에 하나가 바로 '중상주의'입니다.
고전경제학이란 '중상주의'에 대한 반정립으로 나왔거든요.
"중상주의는 우리를 풍요롭게 하는게 아니야!" 하면서 나왔습니다.

중상주의가 지배적인 시절에는 무역이라는 것 자체에 대해 억압적이었죠.
예를 들어, 영국이 프랑스에서 쌀 10가마를 사고 금을 한덩이 주면, 금이 유출된다 하여 싫어했습니다.
'자국이 보유한 금'이 바로 부의 척도였죠.

무역을 못하게 하니, 무역하는 사람들이 가장 불만이 많았겠죠.
오늘날 세계무역기구(WTO, World Trade Organization)가 각국의 관세를 없애고, 자유로운 무역을 하려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따라서, 고전경제학파는 '무역'을 아주 좋아합니다.
무역이란, 내꺼 팔고 니꺼 사는건데요. 이게 대충 분업이죠.

고전경제학파 경제학자들의 이론을 보면,
'분업'에 대한 강조가 꼭 있습니다. 아담 스미스는 분업 일반에 대해서, 데이비드 리카르도는 국가간 분업인 자유무역의 이로움에 대해서 강조합니다.

저는 자유무역에 초점을 두고 말씀드릴께요.

# 서울과 부산 對 칠레와 한국

한-칠레 FTA 협정이나, 쌀시장 개방, 등등 자유무역과 관련한 진통들을 옅보면서,
자유무역이란 것에 대해서 한번쯤 고민해보신 분들이라면.

국가 내 자유무역과, 국가간 자유무역의 차이점은 무엇인지 생각해보세요.
서울 사람이 부산에 물건 파는건 아무렇지 않은데, 칠레 사람이 한국에 농산물 파는건 왜 문제가 될까.

위에서 말씀드린 중상주의가 지배적이었던 시절에는,
서울 사람이 부산에 물건 파는 것에도 세금이 붙고 그랬다고 합니다. 그래서, 서울 상인들은 집단적으로 반발해서 프랑스 혁명같은 부르주아 혁명을 일으켰죠.
그래서, 국가 내 자유무역이 성립이 되었습니다.

서울을 서울 나름대로, 부산은 부산 나름대로 생산의 이점들이 있겠죠.
그 이점을 활용하는 것이 바로 분업이고 무역입니다.

사람 많은 서울에서는 공장 지어 물건 만들고, 바다와 가까운 부산에서는 물고기 잡습니다.
그리고, 공산품이 필요한 부산 사람들과 생선 요리를 좋아하는 서울 사람들이 서로 교환을 합니다.

이렇게 분업에 의한 특색화가 진행되면서,
우리는 어디는 무슨 도시, 어디는 무슨 도시 하는 명칭들에도 익숙해지게 됩니다.

국가 간 무역도 본질적으로 마찬가지 아닐까요.
도시 뿐만 아니라 국가 전체적인 생산의 이점들이 있을 것입니다.
이런 이점을 살려서 자유무역을 하는 것은 참 바람직한 일이겠죠.

하루 24시간 우리가 소비하는 것들을 모두 직접 생산한다는거,
쉽게 상상하실 수 없을겁니다.

현실적인 얘기로,
한국의 경우 자동차, 무선통신, 반도체, 조선과 같은 주력산업이 있고,
이 주력산업을 하기 위해서는 중동의 석유나 해외 자원들이 꼭 필요하죠.

인정하든 인정하지 않든,
우리는 세계적인 분업체제에 한발을 담그고 있는 것입니다.

# 우회적으로 부유해지는 방법

제가 위 단락에서 말씀드린 '효율적인 생산을 위한 분업'.
이것을 수치적으로 정식화 한 것이 데이비드 리카르도의 '비교우위론'입니다.

영국에서 반도체보다 자동차를 더 잘 만들고,
프랑스에서 자동차보다 반도체를 더 잘 만든다면,
한 국가 내에서 비교우위가 있는 영국의 '자동차'와 프랑스의 '반도체'를 교환하는 것은 양국에게 이롭다는 것이죠.

『The Choice』에서 1960년대 미국으로 내려온 하늘나라의 리카르도는 '비교우위론'이라는 딱딱한 명칭 대신,
'우회적으로 부유해지는 방법'이라고 표현하죠.

영국에서도 직접 반도체를 만드는 것 보다,
자동차를 프랑스에 판 돈으로 프랑스에서 반도체를 사다 쓰는 것이 더 효율적이라는 것입니다.

# 자원의 효율적 배분

왜 효율적인고 하니, 바로 '자원의 효율적 배분'이 이루어지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여기서 자원이란, 꼭 석탄/석유와 같은 지하자원 만을 말하는 것은 아니고, 생산에 필요한 여러 요소들을 모두 포함하죠.

국가마다 특성이 있으니만큼,
우격다짐으로 한 국가가 반도체, 자동차, 모두 만들기 보다는,
반도체 만들기 좋은 국가(프랑스)는 반도체만 만들고, 자동차 만들기 좋은 국가(영국)는 자동차만 만들자는 겁니다.

어차피 각국의 주력산업,
우리나라의 반도체, 자동차, 조선, 무선통신, 등등은 자국의 제품들이 경쟁한 결과로 선택된,
자국의 생산입지에서 가장 유리한 제품들일테니까요.

# 괴리에 있어서 현명한 판단을

개인적인 오만인지 모르겠지만,
전 여기까지를 부정할 사람은 별로 없다고 생각됩니다.

그런데, 이렇게 좋은 자유무역을 두고 현실에서는 티격태격입니다.
현실의 자유무역화란 실제 굉장히 폭력적인 과정이죠.

자국의 산업을 보호하려는 국가와 그 국가의 수출품에 매기는 보복관세와 같은 국가 간 갈등 뿐만 아니라,
국내에서 상대적으로 경쟁력이 취약한 산업들의 경우 엄청난 반발이 있기도 하죠.

이론과 실제.
이 괴리에 있어서 우리는 현명한 판단을 내려야 합니다.

세계화가 대세이니 모든 산업의 경쟁력을 향상시켜야 한다고 침튀기는 사람들이나,
자유무역에 반대하는 모든 갈등들이 당장 자기 이익에만 집착한 '직관적 판단'이라 매도하는 사람들이나,
자국의 산업을 몰락시키는 세계화는 나쁜 것이라고 말 그대로 '직관적 판단'을 내리는 사람들이나,

그다지 현명한 것 같지는 않습니다.

# 다양한 스펙트럼

사람들은 흔히 명쾌하게 말할 것을 주문합니다.
"그래서, 니가 하고싶은 말이 뭐야?"

전 "윽박지르지 마세요." 라고 말하고 싶군요.

이 좋은 자유무역을 두고 찬성과 반대로 나뉘어져 있다 하더라도,
실제 찬성하는 측이든, 반대하는 측이든 다양한 스펙트럼이 있습니다. 찬성하는 이유, 반대하는 이유는 제각각입니다.

요즘 TV에서 하는 드라마 『미안하다 사랑한다』를 보면,
극중 소지섭은 실로 다양한 행동을 하지만, 그 이유는 자신을 버린 어머니에게 복수를 하기 위해서잖아요.
소지섭군이 서지영양에게 접근한다고 해서, '소지섭이 서지영을 좋아하는구나' 라고 감탄하는 사람이 있다면?

'TV 좀 봐라.' 그러겠죠.

# 스펙트럼 나눠 보기

'사랑'이란 것은 마냥 좋은 것이지만,
현실에서의 사랑이 보여주는 모습이란 천차만별인 이유는 무엇일까요.
누가 어떤 마음으로 사랑하느냐의 차이입니다.

마찬가지로,
자유무역 역시도 마냥 좋은 것이지만,
누가 어떤 이유로 추진하느냐에 따라 현실에서 드러나는 모습은 달라지는 것입니다.

지금 자유무역을 추진하는 주체가,
리카르도가 강변한 자유무역의 진정한 장점인 '자원의 효율적 분배'니 '우회적으로 부유해지는 방법'을 위해서 추진하고있지 않기 때문에 문제가 되는 것입니다.

# 선택, 합의 對 압박, 생존

아시겠지만, 자유무역을 추진하는 힘이란 '자원의 효율적 분배'에 대한 공정한 합의가 아닙니다.
'자원의 효율적 분배'를 대의로 밀어붙여지고 있죠.

제가 이렇게 뭉뜽그려 말씀드릴 수 있는 것은,
오늘날 세계화의 화두가 되고있는 국제무역기구들 때문입니다.

세계화 하자면서도, 실제로는 크게 NAFTA, EU, ASEAN, APEC, ASEM, 등으로 쪼개어져있죠.
이중 결속력이 강한 것은 NAFTA와 EU뿐. (결속력이 약한 ASEAN에 대한 NAFTA와 EU의 구애의 결과가 바로 APEC과 ASEM입니다.)

이렇게 자국의 이해를 중심으로 시장을 넓히는 방식으로 진행되고 있다는 사실이,
세계화가 '자원의 효율적 분배'를 위해 이루어지고 있지 않다는 근거가 됩니다.

이런 상황에서, 상대적으로 결속력이 약한 - 즉, 자국의 이해를 반영할 시장이 좁은 - ASEAN 이나 중국, 일본, 러시아와 같은 국가들에게 세계화란,
선택이나 합의가 아니라 압박이고 생존의 논리가 되는 것입니다.

압박에 의해 이루어진 '자원의 분배'가 '효율적'이라는 수식어를 달 수 있을지는 정해져있지 않습니다.

이를테면, 갑동에서 빵장사를 하던 갑이 을동에서 신발장사를 하던 을에게,
" 빵을 만들기엔 갑동이 더 낫군. 내가 보니 을동에서는 신발 만들기가 더 좋구.
을, 자네 갑동에다 신발 팔게. 대신, 난 을동에 빵 팔게. " 라고 한다면?

갑동의 신발장사들과 을동의 빵장사들은 억울하지 않을까요?
사실, 갑은 자기 빵을 을동에서도 팔려고 할 뿐인데.

# 윽박지르기

얼마 전에, 공병호 소장의 <10년 후 한국>을 보니,
곧 몰락할 위기에 놓인 한국 농업인들을 보고 그동안 정부가 준 지원금으로 경쟁력 향상 안시키고 뭐했냐고 하시던데,
이다지도 윽박지르시다니.

이 분은 자유무역의 요체인 '자원의 효율적 배분'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시는걸까요.
정부가 준 지원금이면 한국 농업은 동등한 경쟁의 조건을 갖춘 것이고,
농업인들이 제정신만 차렸다면 모든 산업을 한국이 떠맡을 수 있다는 생각이신지?

갑이 을과 자유무역 체결하면서, 갑동 신발장사들에게 윽박지르기까지 한다면?
좀 그런데요?

하긴, 공병호 소장님.
자유무역이 무엇인지에 대한 얘기는 없고, '대세' '추세'만 강조하시더라구요.

# 자원의 이동성에 대해

자유무역에 따른, 전체적인 부의 증대, 그리고 일자리의 교환.

당장 국내 취약 산업의 일자리는 사라지더라도 주력 산업의 일자리가 늘어나니 손해보는 장사는 아닌데에다,
주력산업이 활기를 띄니 경제가 활력을 보일 것이라는 소기의 목적.

그런데, 못된 사랑이 파국으로 치닫는 것 처럼,
주체와 방법이 비틀어진 자유무역도 소기의 목적을 달성하는데에도 어려움이 있음은 어쩌면 당연한 결론일런지요.

일단, 갑동의 을동에서 빵을 팔게된 갑이,
갑동에서만 빵을 만들라는 방법은 없기 때문입니다.

갑동의 신발장사 중 빵공장에라도 들어가려고 준비하고 있던 이들 허탈해집니다.
을동이면 또 몰라도, 농업 하려고 칠레 건너가기는 힘든 일 아니겠습니까.

'자원의 각기 다른 이동성' 문제입니다.

세계화와 관련한 필독서로 알려진 한스 페터 마르틴의 <세계화의 덫> 서문을 보면 이런 얘기가 있습니다.
세계화라는 것이 일반 사람들 - 월급쟁이들을 뜻하겠죠? - 에게 살갑지 않은 이유 중의 하나는, 이동성의 문제가 크다는 것입니다.
기업하는 사람들에 비해 취업하는 사람들은 이동성이 떨어진다는 것이죠.

즉,
갑동에 빵공장이 증축될거라는 보장은 없는겁니다.
대신, 갑동 사람들은 을동 사람들과 경쟁력 싸움을 해야겠죠.

기업이 하나둘 한국을 떠난다는 '산업공동화'니,
주력산업에 대한 '경쟁력 강화 주문'이 바로 그것입니다.

갑동 사람들, 갑에게 배신감을 느끼지 않을까요. ^^;

-------------------------

#
오늘날 자유무역에 대한 찬반논쟁의 논점은 어느정도 왜곡되어 있는 것 같습니다.

『The Choice』의 경우, 데이비드 리카르도의 ‘비교우위론‘을 쉽고 재미있는 방식으로 보여주는 것을 목적으로 쓰여진 듯 한데, 비교우위론이란 아직까지도 자유무역 찬성론자에게 두고두고 인용되는 고전이론입니다.

제가 자유무역에 대해서 선뜻 찬성이니 반대를 논하지 않으면서도 굳이 『The Choice』를 들먹이는 이유는,
저자의 생각에는 동의하기 힘들지만, 어느정도 찬반논쟁상의 논점을 바로잡아 주기 때문입니다.

#
이를테면, 우리는 한국 기업이 외국계 자본에 매입되는 것에 대한 두려움을 가지고 있습니다. 흔히 반대론자들이 갖는 논점상의 왜곡입니다.

얼마 전에 소버린이라는 투자기관이 LG그룹의 경영권을 인수할 ‘뻔’한 일이 있어서 이슈가 되었던 그런거요.
기업의 인수합병이 어제오늘 일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특별히 이슈가 되었던 이유는, 주체가 외국계 투자기관이라는 이유 때문이었을겁니다.

흔히들, 외국계 투자기관은 핫머니(hot money)니 뭐니 해서 기업경영에는 관심이 없고, 자산 불리기에만 관심이 있다고 하는데,
외국계 자본은 그렇고, 한국계 자본은 그렇지 않다는 믿음은 어디로부터 오는 것인지.

굳이 역설할 필요없이 현실적인 예를 들어볼께요.

01년에 대우자동차가 GM에 매각된다고 말이 많았었는데, GM에 매각되어 GM대우가 된 이 자동차회사. 어떤가요?
버젓이 자동차 개발하고 생산하고, TV에 광고도 내고있습니다. 매각되면 무너진다던 부천경제 역시 그대로입니다.

#
자본을 자본으로 보지않고, 자본의 국적을 따지기 때문에 자유무역의 진정한 논점이 왜곡됩니다.
그럼, FTA라는 국가간 협정을 통해 이루어지는 상호간의 무역과 투자에서 자본의 국적을 빼버린다면?

시장의 확장만이 남게됩니다.
‘자원의 효율적 분배’도, ‘국가기반산업의 보호’도 결국은, 시장의 확장에 대한 찬성반대를 두고 그럴듯한 명분을 붙인 것 뿐입니다.

한번 속는 셈 치고, ‘시장의 확장‘을 논점으로 자유무역의 찬반논쟁을 살펴보도록 하죠.

#
시장이 확장된다는 것의 의미.
그런데, 시장이란 재화나 서비스를 매매하는 공간에 불과하니만큼, 같은 확장이라도 매매의 주체마다 느끼는 바가 다릅니다.

A국가의 특정산업에서 업계순위를 A1, A2, A3가 각각 차지했고, B국가의 특정산업에서 업계순위를 B1, B2, B3가 각각 차지했다면,
통합된 A, B 양국의 특정산업시장에서 업계순위는 A1-B1-B2-(A2-B3-A3) 뭐 이런 식으로 되겠죠?

이렇게 되면, 소비자들에게는 선택의 폭은 넒어진 것을 제외하고는 큰 문제가 없어보입니다.
하지만, 생산자들은 다르죠. 상위 3개 업체만 살아남을 수 있는 업계특성상 과거 A2, B3, A3가 차지했던 시장은 A1, B1, B2에게 적당히 흡수될테니, 상위 3개 업체들 입장에서는 더 넓은 시장과 더 많은 이윤을 뜻합니다. 물론, 하위 3개 업체들은 아니겠죠.

#
이제 예상했던 반응을 기준으로 찬성반대로 편가르기를 해보죠.
[소비자와 A1, B1, B2] - [A2, B3, A3]
이렇게 나눌 수 있습니다. 전자는 찬성을 후자는 반대를 할 것이라 예상해 볼 수 있습니다.

그런데, 저 간단한 편가르기에서 또 많은 얘기를 할 수 있습니다.
우선, 소비자 그룹이 제 예상과는 달리(훌쩍) 현실에서 그다지 목소리를 내지 않는 것도 특이할 만한 사항이구요. 생산자 그룹이 찬성과 반대로 나뉜 것이 인상적이에요.

찬성과 반대로 적당히 나뉜 생산자 그룹의 경우, 현실에서 나타나는 그대로입니다. 찬성 그룹은 반대 그룹의 ‘경쟁력 없음‘ 을 질타할 것이 뻔하죠.
그럼, 이 생산자 그룹에게 남는 선택이란, B국가에서 업계순위 2위를 하던 B2社와 같이 경쟁력 상승을 도모하야 업계 3위로 살아남는 방법 밖에는 없는겁니다.
오늘도 경쟁력 내일도 경쟁력. 다들 노력해도 승부는 상대순위겠지만.

한편, 소비자 그룹의 경우 현실에서 그다지 목소리를 내지 않는 이유는, 그들이 소비자인 동시에 생산자이기도 하기 때문일겁니다. 소비자가 아마 위 6개 중 어느 한 곳에 소속되어 찬성이든 반대를 주장할 것입니다.

결국, 이론상의 편가르기가 아닌 현실의 편가르기는,
[A1, B1, B2] - [A2, B3, A3]
이렇게 되겠네요.
생산자의 이해관계가 소비자로서의 이해관계에 우선하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지.. 의미심장합니다.

#
결국, 자유무역에서 중요한 논점은 ‘시장의 확장’ 이고, 시장의 확장에서 중요한 것은 생산자의 이해관계라는 그림을 그려봤습니다.

생산자의 입장에서 시장의 확장이란, 더 많은 생산요소를 이용할 수 있는 기회임과 동시에 경쟁의 심화를 뜻합니다.

생산요소. 고등학교 때는 토지-자본-노동 이렇게 배웠는데, 이제 토지-자본-노동-지식 이렇게 된다더군요.
여튼 이런 생산요소들을 더 널리 확보할 수 있다는 것을 뜻합니다. 선택의 폭이 넓어진거죠. 그리고, 넓어진 선택은 더 나은 조합을 만들어내기도 할 것입니다. 찬성론의 명분인 ‘자원의 효율적 분배’ 가 여기서 나오게됩니다.

하지만, 더 많은 생산요소를 이용할 수 있는 대가는 경쟁의 심화입니다.
그 결과에 따라, 상위 3개 회사는 추가적인 시장을 확보할 수 있고, 하위 3개 회사는 자신의 시장을 잃어야합니다.

#
이제까지 엉터리 그림을 인내심과 더불어 지켜봐주신 분이라면,
자유무역 찬성론자들의 ‘자원의 효율적 분배’ 가 왜 명분에 불과한지를, 그리고 왜 소비자의 목소리보다 생산자의 목소리가 더 큰지를 알게되셨길 바랍니다.

‘자원의 효율적 분배’ 는 시장의 확장에 따른 단면만을 담고 있기 때문입니다.
아니, 찬성론자들이 ‘자원의 효율적 분배’ 만을 부각시킨다고 표현하는 것이 낫겠군요.

자원의 효율적 분배란,
나의 토지 대신에 타인의 토지를 사용할 수 있듯이, 나의 노동 대신에 타인의 노동을 사용할 수 있음을 뜻하고, 물론 동시에 타인의 노동 대신에 나의 노동을 사용할 수 있음을 뜻하고, 결국 그의 노동과 나의 노동이 생존의 경쟁을 해야함을 뜻하기도 합니다.

선택은 국적이 아닌 상대순위입니다.
그리고, 상품의 꽃(?)은 피어납니다.

#
한국은 90년대 초반까지 FTA에 반대하다가 뒤늦게 이에 합류했습니다. 한-칠레를 시작으로 미국, 일본, 싱가포르, 아세안에 이어 인도, 유럽까지 확장할 계획이라고 합니다.

한국이 회원국 전체를 대상으로 하는 다자간협정인 WTO에 머무르고 싶었던 것은, 아마도 B2社와 같은 어정쩡한 위치에 있었기 때문일겁니다.
다자간협상이라는 방식은 모 아니면 도와 같은 방식이었는데, 이것이 난항을 겪으면서 FTA라는게 등장합니다. 협정을 맺은 상호국 사이에 WTO협정을 벗어나지 않는 선에서 특혜협정이 가능한 FTA.

땅따먹기 하듯이 EU는 물론, NAFTA(북미대륙FTA)니 AFTA(아세안지역FTA)가 잠식해오는데, 눈치만 보고있다가는 순식간에 따가 될수도 있는 상황이었죠.

뒤늦게 FTA를 추진하기 시작한 한국에서,
앞으로도 찬반논쟁은 계속될 수 밖에 없을 것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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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후, 한국
공병호 지음 / 해냄 / 200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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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공병호경제연구소 홈페이지에 들른 적이 있는데, 이분 굉장하더라구요.

집필한 책도 어마어마할 뿐더러, 기업 대학 할 것 없이 강연도 엄청나게 많이 하시는 분입니다.
목록을 훑어보니 경제의 이해나 기업경영에 대한 도움글을 많이 쓰시던데, 『10년 후 한국』이 나온지 얼마 되지않아 『성찰』이라는 에세이를 또 발간했다니 집필력이 꽤 왕성하신가봐요.

구설수에 오른 공병호 소장의『10년 후 한국』을 대충 뒤적이고 몇자 적어봅니다.

# 주객전도

공소장께서 후반부에 직접 말씀하시길, 평소와 다르게 다소 비관적인 내용의 글을 썼다고 하시더군요.
실제 그렇습니다. 현재 한국사회의 비관적 요소를 꼬집고, 이 요소들이 향후 10년간 지속된다면 한국사회가 낮은생산성-높은실업률 이라는 암담한 지경에 이를 것이라는 경고가 주를 이루고 있죠.

공소장님의 시종일관 걱정하시는 내용이 무엇인고 하니, 경제가 어렵고 빈부격차가 심화되는 사회적 분위기를 틈타 분배니 평등이니를 외치는 자들이 판을 친다는 것입니다.
더군다나, 이런 경향이 향후 10년은 계속될 것이라는 예측까지 하시네요.

바로 이런,
진보세력의 성장이나 한국사회의 좌선회에 대한 두려움.
『10년 후 한국』의 하나를 이루는 주제입니다.

그런데, 어째 한발 앞서 나가시는 듯 합니다.
진보세력의 성장이니 좌선회니 보다는, 다수의 빈곤을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가 더 고민되어야 할텐데요.

# 조삼모사

시험성적이 안좋았던 아이에게,
" 공부 좀 열심히 해라. 넌 그러다가 인생 망친다. " 라고 거듭 윽박지르는 부모님이 있다고 치죠.

아이에겐 두가지 선택이 있습니다.
하나는, 새롭게 자극받아 오늘도 학교로, 야간 자율학습으로, 학원으로, 도서관으로 코피 쏟으며 열심히 공부하는 것입니다.
또 하나는, 적당히 엄마 눈치보며 읽고싶던 책도 읽고, 친구들과 밴드활동도 하는겁니다.

시간이 흘러,
짜자잔- 대학수학능력시험 결과가 나왔습니다.
어떤 길을 선택한 아이가 행복해졌을까요?

답을 내리셨나요?
전 어느 누구도 쉽게 답을 내리지 못했을거라고 생각합니다.

아주 비관적인 얘길 하자면,
고등학교 때 불행해지고 나중에 대학졸업장으로 좀 덜 불행해지느냐,
고등학교 때 좀 덜 불행해지고 고등학교 졸업 후에 본격적으로 불행해지느냐의 차이입니다.

조삼모사.
공소장님의 해법이란게 그렇습니다.

고등학교 때 공부를 하지 않으면 왜 불행해지느냐에 대해서 아주 친절히, 다방면으로 설명해주고 계신데요,

10년 후에 낮은생산성-높은실업률 사회로 이르는 것과,
오늘 당장 그의 해법대로 치열한경쟁-저임금 사회로 이르는 것과 그다지 큰 차이는 없어보입니다.

『10년 후 한국』을 팔아준 어깨 축쳐진 30-40대분들이,
도토리 4개에 기뻐하기 전에, 도토리가 총 몇개인지 세어보았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불행인지 다행인지, 이 책에 대한 네티즌들의 평가는 극과 극이라네요.)

# 다소불쾌

제게 그리 유쾌한 책은 아니었던 것 같습니다.

큰 단락의 제목에서 말씀드린, 주객전도 더하기 조삼모사는 둘째 치고라도,
표현 자체도 굉장히 거칠어서 다소 불쾌했습니다.

빈곤에 대한 책임을 완전히 개인에게 떠넘기는 것이나,
사회적 부가 창조적 소수의 전유물인양 얘기하는 것은,
저로서는 도무지 이해하기 힘든 태도입니다.

더군다나, 한국이 부유한 사회로 나아가기 위한 테스트로 제시한다는 토머스 프리드먼의 '성공하는 국가들의 9가지 습관들' 의 일곱번째 항목이라는게,
" 당신의 나라는 부상자를 쏘아 죽일 용의가 있는가? " 라니,

두손 두발 다 들었습니다.
이쯤 되면,
'시장주의자-자유주의자' 라는 자칭을, '시장만능주의자' 라는 타칭으로 대체하는 것은 어떨지.

# 통화주의

매듭은 짓고, 좀 더 구체적으로 들어가겠습니다.

공병호 소장님의 책을 보면,
오늘날, 정치적으로는 자유주의 경제적으로는 통화주의를 표방하는 분들이 대거 등장합니다. 많이 인용되어 있죠.
제가 아는 분 중에 빠진 분이 있다면, 서울대 경제학과의 송병락 교수님 정도?

특히 자주 인용되는 『자본주의와 자유』, 『노예의 길』(본문에는 『예종의 길』로 번역되어 있습니다.) 는 각각 밀턴 프리드먼, 프리드리히 폰 하이예크의 저작입니다.
우리나라에서는 『한국, 한국인, 한국경제』『자본주의와 공산주의』의 저자 송병락 교수, 『현실과 지향』의 복거일씨가 그렇습니다.

( 앞의 두 저작은 품절되어 구할 수가 없었고,
뒤의 몇가지 저작은 처음 '경제학이 뭐야?' 하면서 뒤적일 때 접했던 책들입니다. )

『10년 후 한국』도 많이 팔렸다고 합니다만, 『자본주의와 자유』이 책 정말 엄청났었죠. 이 책이 나온게 1960년대인데, 그 한해에 50만부 이상이 판매되고, 그 인기가 1970년대까지 이어져 그의 이론을 주제로 한 TV 및 라디오 프로그램까지 만들어졌다고 합니다. 급기야 그는 76년에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하게 되구요.

그 다음은? 정책에의 반영이죠.
미국의 닉슨-레이건, 영국의 대처, 이스라엘의 베긴, 칠레의 피노체트 정권까지 광범위한 정책적 영향력을 발휘합니다. ( 레이건과 대처의 경우 책에도 인용되죠. 다 나온다니까요. ^^; )

# 다음에는

다음엔, 위 경제정책의 결과가 어떠했느냐에 대해서 후기를 올려보겠습니다.

사실, 공병호 소장이 제시하는 정책의 결과를,
밀턴 프리드먼이 정책적인 영향력을 과시했던 미국, 영국, 이스라엘, 칠레 정부의 과거와 부등호로 연관시키는 데에는,
제 깜냥으로 다소 무리가 있지만,

일정 이상의 시사성은 분명히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왜냐하면, 공병호 소장 역시도 책 후반부에서,
한국이 취해야 할 경제정책 아홉가지와과 도덕률 여덟가지를 제시하는데,

작은정부, 민영화, 탈규제, 금융자유화, 정도는,
위 경제학자 및 논자들의 공통적인 지향점이 되기 때문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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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ks2108 2005-01-30 19: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 역시 이책을 읽고 짜증과 불쾌감을 떨칠수가 없었습니다.
엄청난 저서를 내고 강의도 많은 사람의 생각이 너무나 편협되고, 정말...답답합니다. 이 책 사신분들 삼가 위로의 말씀 올립니다.
각종 자료 짜집기해서 책내는거 이런거 나빠요....
 

1권 목차



ㆍ [칼 마르크스] 헤겔 법철학 비판을 위하여. 서설
ㆍ [칼 마르크스] 기사 「프로이센 왕과 사회개혁, 한 프로이센 인이」(『전진!』제060호)에 대한 비판적 평주들[발췌]
ㆍ [칼 마르크스] 1844년의 경제학 철학 초고[발췌]
[프리드리히 엥겔스/칼막스] 신성가족 혹은 그 비판적 비판에 대한 비판, 브루노 바우어와 그 일파에 반대하여[발췌] - 변증법적 유물론의 입장에서 근대 철학사를 분석
[프리드리히 엥겔스] 잉글랜드 노동자 계급의 처지. 개인적 관찰과 확실한 출전들에 의거하여[발췌]
[칼 마르크스] 포이에르바하에 관한 테제들 - 사회발전에서 실천이 지니는 중요성을 해명
[칼 마르크스/프리드리히 엥겔스] 독일 이데올로기 - 사적 유물론을 체계적으로 해석
포이에르 바하, B. 바우어, 슈티르너를 그 대표자로 하는 최근의 독일 철학과 그 다양한 예언자들의 독일 사회주의에 대한 비판[발췌]
ㆍ [칼 마르크스] 철학의 빈곤. 푸르동의 『빈곤의 철학』에 대한 응답[발췌]
ㆍ [프리드리히 엥겔스] 공산주의달과 칼 하인?
ㆍ [프리드리히 엥겔스] 공산주의의 원칙들
ㆍ [칼 마르크스/프리드리히 엥겔스] 폴란드에 대한 연설들
ㆍ [칼 마르크스] 자유무역 문제에 관한 연설. 1848년 1월 9일
[칼 마르크스/프리드리히 엥겔스] 공산주의당 선언
ㆍ [프리드리히 엥겔스] 1874년의 운동들
ㆍ [칼 마르크스/프리드리히 엥겔스] 독일에서의 공산주의당의 요구들
ㆍ [칼 마르크스/프리드리히 엥겔스] 1948ㆍ1849년 『신 라인신문』에 실린 기사들
ㆍ [프리드리히 엥겔스] 프랑트푸르트 회의
ㆍ [칼 마르크스/프리드리히 엥겔스] 프랑크푸르트 급진 민주주의 당의 강령과 좌파의 강령
ㆍ [칼 마르크스] 6월 혁명
ㆍ [프리드리히 엥겔스] 독일의 대외 정책
ㆍ [칼 마르크스] 봉건적 부담들의 폐지에 관한 법률 초안
ㆍ [칼 마르크스] 부르주아지와 반혁명
ㆍ [칼 마르크스] 혁명운동
ㆍ [칼 마르크스] 라인 지구 민주주의자 위원회에 대한 재판, 변론
[칼 마르크스] 임금노동과 자본
ㆍ [칼 마르크스] 전시 법규에 의한 『신 라인신문』의 폐간
ㆍ [칼 마르크스/프리드리히 엥겔스] 서한들과 서한들로부터의 발췌들



2권 목차



ㆍ [칼 마르크스] 1848년에서 1850년까지의 프랑스에서의 계급투쟁 - 정치 현상에 대한 연구 속에서 실제적으로 활용되고 있는 마르크스의 통찰력. 폭력적 혁명과 정치적 음모, 집단적 술책 그리고 개인적 변덕 등의 드라마 속에서 야기된 개인적 이해 관계와 계급적 이해 관계 사이의 복잡한 상호작용을 살피며 그 시대 프랑스의 정치적 사건들을 분석함.
ㆍ [칼 마르크스/프리드리히 엥겔스] 동맹에 보내는 중앙 위원회의 1850년 3월의 호소
ㆍ [프리드리히 엥겔스] 독일 농민 전쟁[발췌]
ㆍ [프리드리히 엥겔스] 독일에서의 혁명과 반혁명
ㆍ [칼 마르크스] 루이보나빠르뜨의 브뤼메르 18일
ㆍ [프리드리히 엥겔스] 퀼른에서의 공산주의자 재판
ㆍ [칼 마르크스] 중국 혁명과 유럽 혁명
ㆍ [칼 마르크스] 영국의 인도지배
ㆍ [칼 마르크스] 영국의 인도 지배의 장래의 결과
ㆍ [칼 마르크스] 노동자 의회에 보내는 서한
ㆍ [칼 마르크스] 1856년 4월 14일 런던 『인민신문』 창간 기념 축하회에서의 연설
ㆍ [칼 마르크스] 공장 노동자들의 처지
ㆍ [칼 마르크스] 인도의 봉기
ㆍ [칼 마르크스] 『정치경제학 비판을 위한 개요』의 서설
ㆍ [칼 마르크스] 정치경제학 비판을 위하여. 서문
ㆍ [프리드리히 엥겔스/칼 마르크스] 『정치경제학 비판을 위하여』
공상적 사회주의에 대한 과학적 사회주의의 비판
ㆍ [칼 마르크스/프리드리히 엥겔스] 서한들과 서한들로부터의 발췌들



3권 목차



ㆍ [칼 마르크스] 국제 노동자 협회 발기문
ㆍ [칼 마르크스] 국제 노동자 협회 임시규약
ㆍ [칼 마르크스] 아메리카 합중국 대통령 에이브러함 링컨에게
ㆍ [칼 마르크스] P. J 프루동에 관하여. J.B.v. 슈바이처에게 보내는 서한
ㆍ [프리드리히 엥겔스] 프로이센의 군사 문제와 독일의 노동자당[발췌]
[칼 마르크스] 임금, 가격, 이윤
ㆍ [프리드리히 엥겔스] 노동자 계급은 폴란드에 대해 무엇을 해야하는가?
ㆍ [칼 마르크스] 임시 중앙 평의회 대의원들을 위한 개별 문제들에 대한 지시들
ㆍ [칼 마르크스] 자본. 정치경제학 비판
ㆍ [프리드리히 엥겔스] 『민주주의 주보』를 위한 『자본』 제1권의 서평
ㆍ [칼 마르크스] 합중국 전국 노동자 동맹에 보내는 글
ㆍ [프리드리히 엥겔스] 『독일 농민 전쟁』 제2판과 제3판 서문
ㆍ [칼 마르크스] 독일ㆍ프랑스 전쟁에 관한 총평의회의 첫번째 담화문
ㆍ [칼 마르크스] 독일ㆍ프랑스 전쟁에 관한 총평의회의 두번째 담화문
ㆍ [칼 마르크스/프리드리히 엥겔스]



4권 목차



ㆍ [칼 마르크스] 『프랑스에서의 내전』 첫번째 초고[발췌] - 혁명주의자들이 파리의 시 통제권을 장악하고 있었던 파리코뮌이 실패하였던 것에 대한 논평
ㆍ [칼 마르크스] 프랑스에서의 내정, 국제 노동자 협회 총평의회의 담화문
ㆍ [프리드리히 엥겔스] 노동자 계급의 정치활동에 관하여
ㆍ [칼 마르크스/프리드리히 엥겔스] 인터네셔널의 이른바 분열
ㆍ [칼 마르크스] 빠리 꼬뮌 일주년 기념일 행사의 결의안
ㆍ [칼 마르크스] 토지 국유화에 관하여
ㆍ [칼 마르크스/프리드리히 엥겔스] 1872년 9월 2일에서 7일까지의 헤이그 일반 대회의 결의안ㆍ [칼 마르크스] 헤이그 대회에 관한 연설
ㆍ [프리드리히 엥겔스] 주택문제에 대하여
ㆍ [칼 마르크스] 정치문제에 관한 무관심
ㆍ [프리드리히 엥겔스] 권위에 관하여
ㆍ [프리드리히 엥겔스] 바꾸닌주의자들의 활동상. 1871년 여름 에스빠냐 봉기에 관한 각서
ㆍ [프리드리히 엥겔스] 망명자 문헌[발췌]
ㆍ [프리드리히 엥겔스] 러시아의 사회상태
[칼 마르크스] 고타 강령 초안 비판 - 독일사회민주당의 기초가 된 라쌀레파와 리프크네히트파의 공동 강령을 비판
ㆍ [프리드리히 엥겔스] 칼 마르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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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권 목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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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드리히 엥겔스] 유토피아에서 과학으로의 사회주의의 발전 - 마르크스를 신랄하게 비판했던 오이겐 뒤링에 대한 엥겔스의 비판글 중 일부 장을 따로이 발간한 것.
[프리드리히 엥겔스] 공정한 하루 작업에 대한 공정한 하루 임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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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권 목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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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드리히 엥겔스] 루드비히 포이에르바하 그리고 독일 고전 철학의 종말
ㆍ [프리드리히 엥겔스] 아메리카에서의 노동자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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ㆍ [프리드리히 엥겔스] 반유태주의에 관하여
ㆍ [프리드리히 엥겔스] 『작센ㆍ노동자 신문』 편집부에 보내는 응답
ㆍ [프리드리히 엥겔스] 『사회민주주의자』 독자들에게 보내는 고별 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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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드리히 엥겔스] 1891년 사회민주주의당 강령 초안의 비판을 위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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ㆍ [프리드리히 엥겔스] 『잉글랜드 노동 계급의 처지』 독일어 제2판 서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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ㆍ [프리드리히 엥겔스] 장래의 이딸리아 혁명과 사회주의당
ㆍ [프리드리히 엥겔스] 프랑스와 독일의 농민문제
ㆍ [프리드리히 엥겔스] 칼 마르크스의 『1848년에서 1850년까지의 프랑스에서의 계급투쟁』 단행본 서설
ㆍ [프리드리히 엥겔스] 서한들과 서한들로부터의 발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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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유의 종말
제레미 리프킨 지음, 이희재 옮김 / 민음사 / 200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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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물질과 정신의 관계는 어떠하냐?' 고 묻는다면,
열에 아홉은 심드렁한 반응을 보일겁니다.


흔히,
유물론이라 하면, 물질이 정신에 끼치는 영향을,
관념론이라 하면, 정신이 물질에 끼치는 영향을 중시하죠.


예를 들어,
갑 을 모두 '성매매'에 반대한다고 가정하고,
두 사람이 술자리에서 얘기를 하는데, 이런 얘기가 오고갔다 치죠.


갑: 사람이 돈을 주고 사람을 사는건 있어선 안돼. 남자들이 각성해야 한다구.
성매매는 근절되어야 하니까, 특별법을 강력하게 시행해서 성매매를 못하게 해야한다구.


을: 성매매는 나쁜 것이고 특별법은 시행되어야 하지만, 근본적으로 달라질 수 있을까.
중요한건 돈 문제라구. 성매매를 두고 돈을 지불할 용의가 있는 남자들과 돈이 필요한 여자들이 있는 한, 그들은 어떻게든 포주를 통해서 만날거야. 따라서, 보이지 않는 곳에서 포주들의 행포가 더 심해질거라는 부작용도 예상해야돼.


뭐 충분히 있을 수 있는 이런 얘기들 속에는,
갑과 을이 철학에 관심이 있든 없든을 떠나서, 물질과 정신에 대한 갑과 을의 철학적 사고가 담겨있다고 봐야합니다.


비유인 만큼 비약이 심하긴 하지만,
제도라는 강제를 통해서 사회적 의식을 변화시키고자 하는 갑은, 관념론에,
의식변화는 바람직하지만, 의식변화 만으로는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을은, 유물론에 가깝습니다.


2.


몇일 전에 제레미 러프킨 교수의 <소유의 종말>을 읽고 난 느낌은,
그의 저서 <노동의 종말> 은 물론이고, 앨빈 토플러의 <제3물결>, 한스 페터 마르틴이 공저한 <세계화의 덫>, 등과 유사한 그것이었습니다.


첫번째 공통점은, 풍부한 사료를 바탕으로 쓰여졌다는 것입니다.
풍부하다 못해 질려버릴 정도죠.


제레미 러프킨 교수는 이 책 <소유의 종말> 을 쓰기 위해서,
꼬박 6년 동안, 350여권의 책과 1천여편의 논문을 읽었다고 합니다. 그래서, 주석 부분도 굉장히 두텁구요.


두번째 공통점은, 과거를 분석하는데 있어서 굉장히 탁월하다는 것입니다.
<세계화의 덫> 의 경우는 세계화 자체를 화두로 하기 때문에 다소 한정되지만,
나머지 책들은 자본주의 사회의 변화 자체를 고찰하고 있습니다.


굉장히 세심하죠.
자연과학, 사회과학, 인문과학을 쉴새 없이 넘나들면서, 흐름을 정식화합니다.


그런데, 문제는 그 다음입니다.
제기되었던 문제에 대한 해결책이 어떠한가.


저는 여기서도 공통점을 발견합니다.
굉장히 관념적이죠. 제도나 의식의 변화에 매여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제3물결>이야 낙관적인 미래상을 제시하는 것이었으니 다소 필연적인 귀결이었다 치더라도,
제3부문 비시장경제 <노동의 종말>, 유럽 경제공동체와의 균형 및 세계적 규모의 통치기구 <세계화의 덫>, 지역 문화 및 교류의 활성화 <소유의 종말> 의 귀결은 서로 공통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맥이 풀린다고 해야할지.
지금까지 세밀하게 사회의 변화들을 고찰하고서는, 반면 너무 쉽게 결론을 내리는겁니다.


" 이렇게 이렇게 변했는데 이게 문제니까 이제 이렇게 하자? "


그래서, 열심히 책을 읽고 난 독자의 한마디.
" 그게 말처럼 그리 쉽간디? "


물론,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구난방식으로 이것저것 끄집어내는 즉흥적인 방식이 아닌,
맥락있게 문제를 짚어내는 이들의 노력은 많은 이들에게 도움이 될 것은 분명합니다.


3.


제레미 러프킨 교수가 얘기한 <소유의 종말> 다음에 오는 사회는 접속의 시대입니다.


'접속의 시대'
이 그럴싸한 제목이 조금 낯설다면, '정보화 시대' '네트워크 시대' 라고 불러도 괜찮겠습니다만,
<제3물결>의 앨빈 토플러는, 이런 단어들이 모두 마음에 안든다면서 '제3물결사회' 라고 뭉뚱그려버렸죠.


뭐 사회의 변화라는 것이 일부분에 한정되어 일어날 수 없다는 점만 이해하시면,
앨빈 토플러님과의 갈등은 피할 수 있겠습니다.


사실 밤낮 연구만 전문적으로 하는 학자가 아닌 바에야,
사회 전반적인 변화까지 바라본다는게 쉽지 많은 않은 일이고,
직접 느끼지 않으면 별로 다가오지 않는 법이니까요.


당장 우리가 느끼는 것이야,
요즘엔 안정적인 직장이란 없다더라는 정도,
요즘엔 근면 보다는 창조적인 사고가 좀 더 대우를 받는다더라 정도,
요즘엔 재테크를 다들 일찍일찍 시작한다더라 정도겠죠.


뭐 그럼 여기서 시작해보는겁니다.


사회 분위기가 분위기인 만큼 할 때 하더라도,
왜 그런지 정도는 알고있어야 하니까요.


4.


안정적인 직장을 제공하지 않는 것도,
창조적인 사고를 더 크게 인정해주는 것도 모두 기업이니 만큼,
기업의 입장에서 생각하는 것이 빠르겠죠.


이를 단순히 보면,
기업의 생산방식이 변화했기 때문이라고 할 수도 있는데,
예를 들면, 구조조정 같은거요.


요즘 기업들은 최대한 덩치를 줄이려고 하죠.
운영과 브랜드, 마케팅, 판매망을 제외하고는 될 수 있는 한 소유하지 않으려고 합니다.


뭐 유명한 회사 중 하나인 Nike만 보더라도,
Nike는 생산공장을 하나도 가지고 있지 않은 회사니까요.
대신, 입지가 좋은 해외업체와 생산계약을 맺죠.


우리나라의 현대자동차 역시도,
실제 생산라인에는 현대자동차 직원이 반, 하청업체 직원이 반 이러니까요.


그렇다면, 이런 식으로 기업의 생산방식 자체가 변화하고 있기 때문에 고용의 문제가 발생한다?
고 결론 내릴 수 있을까요?


제가 보기엔 한번 더 생각하셔야 할 것 같아요.
왜냐하면, 기업의 생산방식이란 하늘에서 떨어지는게 아니니까요.


고용의 좌지우지 하는 것이 기업이라면,
기업을 좌지우지 하는 것은 시장이죠.


결국, 고용을 좌지우지 하는 것은 시장이 되는 셈입니다.


5.


뭐 시장이란게 그렇습니다.
빵집이 잘된다더라 하면 우 빵집으로 몰려갔다가,
PC방이 잘된다더라 하면 우 PC방으로 몰려가죠.


물론, PC방으로 사람들이 몰려간 것은,
빵집 장사가 이미 포화상태에 이르렀기 때문이기도 하죠.
빵제조업이라는 시장이 포화상태에 이른 것입니다.


산업분야야 다양하지만, 사람은 더욱 다양한 법.
이렇게 만들어낸 여러 시장이 포화상태에 이르는 것은 금방이겠죠.


이런 식으로 시장이 포화상태에 이르게되면,
즉, 동네에 빵집이 있을 만큼 있다면,


이제 빵집이 있다는 것 만으로는 먹고살기 힘듭니다.
빵집을 차리긴 했는데, 장사가 안될 수 있는겁니다.


빵집 차리는 문제가 끝나면,
이제 문제가 옮겨가기 시작합니다.
빵을 많이 만드는 문제로, 빨리 만드는 문제로.
그리고, 또 옮겨갑니다.
빵을 맛있게 만드는 문제로, 빵을 배달해주는 문제로.
계속 옮겨갑니다.
빵 판매 이벤트의 문제로, 문제로 문제로..


제가 위에서 말씀드린 수많은 빵의 문제들을 다시 한번 보시면 산업의 이동이 보입니다.
제조업(빵집 차리기, 빵 많이 빠르게 만들기) - 서비스업(빵 배달하기) - 마케팅산업(빵 팔기 이벤트) 까지,
빵 산업의 변천이라고나 할까.


뭐 그뿐 아닙니다.
이렇게 이동하는 빵집 사장님의 고민에 따라 빵집 종업원들도 달라질 수 밖에 없는겁니다.
사장님은 이제 면접에서 이런걸 물어보니까요.
" 자네 1분에 빵 몇개 만들 수 있나? " 가 아니라, " 자네라면 빵을 어떻게 팔겠나. "


그리고, 시간이 지나면, 빵집 사장님은 빵공장을 팔아버릴 수도 있겠죠.
빵 기계니 배달이니 다른 빵집과 크게 차별화 할 수 없는 것들은 별로 중요하지 않을테니까.


6.


빵에 관한 이 복잡다단한 문제들을 곰곰히 보면,
사실 특별할게 없습니다.
그저 빵을 팔기 위해서였죠.


빵집 사장님의 모든 행동에는 이유가 있었습니다.
'(나는 빵을 팔기 위해서)' 라는 수식어가 생략되어 있습니다.


결국, 시장의 문제라는겁니다.


빵집 사장님의 고민이 무엇이건, 빵집 종업원의 고민이 무엇이건,
노동의 시대건, 접속의 시대건,


결국은, 빵을 팔기위한 일대 헤프닝,
즉 시장의 문제입니다.


러프킨 교수의 풍부한 근거자료와 세심한 전개논리 속에 소외되어 있는 것도,
바로 이점입니다.


그는, 빵집 사장님의 심리 변화와 각 빵집의 판매전략 판매조건 등을 각양각색하게 분석하고 있으며,
우리 동네 빵집 뿐만 아니라 옆 동네 윗 동네 빵집들까지 모조리 조사하고 분석하지만,
결국은 시장의 문제를 얘기하지 않습니다.


그의 저작 <노동의 종말> 이 빵집 종업원들의 애환을 담은 것이라면,
<소유의 종말> 은 이제 빵집 브랜드로 체인사업을 벌이는 빵집 사장님과 그렇게 빵집 사장님과 멀어진 빵집 종업원의 애환을 담고 있는 것입니다.


수많은 경영 컨설턴트 - 피터 드러커와 같은 - 의 명언에 혹하지 맙시다.


그의 명언도 결국 이게 전부니까요.
" 우리에게 중요한건 빵집이 아니다. 빵을 사는 고객일 뿐이다. "


경제학자들에게도 기죽지 맙시다.
" 우리는 빵을 먹기 위해 만드는 것이 아니다. 팔기 위해 만들 뿐. "


7.


여튼,
제가 러프킨 교수의 글을 읽으면서 느꼈던 불편함도 이 때문인 것 같습니다.
문제는 잡히지 않으면서 예시만 무지하게 많으니까요.


여튼, 시장이라는 가장 중요한 문제를 뺀체 제방업계에 대해서 장황하게 서술한 러프킨 교수 종말시리즈의 결론은,
'제3부문 비시장경제'<노동의 종말> '지역 문화의 활성화'<소유의 종말> 입니다.


그런데, 원인이 빠져있는 문제 분석에서 올바른 결론이 나올 수 있겠습니까.
결국, 그의 결론은, 제도와 의식 변화를 촉구하는 관념의 길로 접어드는 것입니다.


" 이렇게 이렇게 변했는데 이게 문제니까 이제 이렇게 하자? "


그래서, 다시 한번.
열심히 책을 읽고 난 독자의 한마디.
" 그게 말처럼 그리 쉽간디? "


8.


왜 어려운지 차근차근 얘기해보겠습니다.
빵 얘기를 하려던건 아니었는데, 빵 얘기가 나온 김에 계속 빵 얘기로.


'제3부문 비시장경제'란 이런겁니다.


예전에 10명이 필요하던 빵공장에 제빵기계가 들어오면서 이제 제빵기계 운전하는 1명만 필요하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9명은 빵 포장하는 일로 바뀌었는데, 또 포장기계가 나와서 8명은 다른 일로.


뭐 이런 식으로 하다보면, 아무리 다른 일로 사람을 돌려도 한계가 있죠.
결국 빵집에서 나와야 하는데, 그러다보니 빵집 종업원들의 생계가 걱정이 되는겁니다.


그래서, 빵집 종업원들에게 새 일을 주는겁니다.
다름 아닌, 노인정 봉사활동!


빵집에서 한달에 100만원을 받던 갑동이는 노인정 봉사활동의 필요성을 강의받은 후, 봉사활동을 하면서, 50여만원의 사례금을 지급받죠. 그리고, 생계비 지원 명목으로 세금 면제, 혹은 교통비 면제도 이루어지구요.
국가의 재정 지원은 세금 확충을 통해서 해결합니다.


결국, 세금을 통한 생계 지원.
서유럽 복지국가들의 모델과 큰 차이가 없는 것이 제3부문 비시장경제이죠.


하지만, 리프킨 교수가 제3부문 비시장경제라는 대안을 담은 <노동의 종말>을 발표하고, 학계 경영계에 바람을 넣은 것이 95년인데,
아이러니하게도 그 이후 서유럽 복지국가들은 꾸준히 복지정책을 축소해왔으니까요.


( 오해가 생길까봐 말씀드리는데, 서유럽 복지국가의 사례는 저 역시 충분히 다루어보지 못했지만,
90년대 중반 이후의 분위기 부터, EU 로의 결속이 더해지는 오늘까지의(엊그제 헌법 발표했대요.) 변화는 리프킨 교수의 모델과는 괴리가 있는 것 같습니다. 나중에 좀 더 자세히 )


[보탬]


<소유의 종말> 독서후기를 쓰려고 하다가 얘기가 장황해졌네요.
나름대로, 리프킨 교수의 글을 읽으면서 느꼈던 불편함을 글로 풀어가는 과정이었습니다.


다음 후기에는 그의 예민한 지적들을 담아보고 싶습니다.
예를 들어, '소유와 접속' 이라는 관념에 대한 다방면적인 접근들은 굉장히 뛰어났던 것 같거든요.


그리고, '소유의 종말' 이라는 화두에 대한 우리나라의 실정도 돌아보고 싶고.
정보산업이라는 고부가가치 산업의 허구성에 대해서도, 최근 지적재산권에 대해서도,
러프킨 교수가 던져주는 문제의식은 참 많습니다.


아 결국 후기는 못쓰고 잡담만 늘어놓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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