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확실성의 시대 범우사상신서 4
죤 K.갈브레이드 / 범우사 / 199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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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불확실성

<불확실성의 시대> J.K.갤브레이스

책의 제목이 유난히 눈에 띄는 것은,
확실한 것 좋아하는 사람들의 심리를 은근히 자극하기 때문인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이 제목이야 말로,
경제학자 갤브레이스 교수의 사상을 가장 잘 나타내는 그것임에 틀림없습니다.

" 전세기의 경제 사상 속에 깃든 확고한 확실성을 현대의 여러가지 문제가 직면하고 있는 씻을 수 없는 불확실성과 대비시킬 수가 있었던 것입니다.
전세기에서는 자본가는 자본주의의 번영에, 사회주의자나 제국주의자는 각기 사회주의와 제국주의의 성공에 확신을 가지고 또 지배계급은 스스로 지배자로서의 운명을 타고났다고 인식하고 있었다.
그러나, 그와 같은 확실성은 지금은 거의 남아있지 않다. 인류가 현재 직면하고 있는 제 문제의 복잡성을 고려한다면 전세기의 확실성이 남아있다고 생각하는 쪽이 오히려 우스울 정도이다. "

서문에는 그의 문제의식이 간명하게 담겨있습니다.

# 나도 케인즈쯤은 안다

갤브레이스 교수를 모르는 분들도, 저 유명한 J.M.케인즈는 한번씩 들어보셨을 터.
갤브레이스는 다름 아닌 케인즈로 부터 사사받은 케인즈학파 경제학자입니다.

1차 세계대전이 끝날 무렵은,
갤브레이스 교수가 대학에 진학해 경제학을 공부하기 시작한 해이자,
J.M.케인즈가 <평화의 경제적 귀결> 이라는 책으로 승전국 협상단의 심기를 불편하게 했던 해이기도 했으니까요.

당시의 주류적인 경제학 - 기본적은 아담 스미스의 고전경제학, 당시는 마샬플랜(Marchal Plan)으로 익히 알려져있는 알프레드 마셜이 이를 주도하고 있었습니다. - 에 조금씩 금이 가기 시작했던 것도 바로 이때인데,
한참 혈기왕성했을 이 젊은 경제학도에게 케인즈의 '불완전고용균형'은 불황에 빠진 세계경제를 이해하는 소중한 열쇠와 같았을 것입니다.

갤브레이스 교수, 잘은 몰라도 그 후에 굉장히 왕성한 활동을 보였던 것 같습니다.
TV 프로그램 - 이 책을 낸 계기가 되었던 - 같은 방송활동 뿐만 아니라, 저술활동과 정계활동까지 옅볼수가 있습니다.
실제, 2차 세계대전 당시부터 마샬플랜(Marchal Plan)에 이르는 전시ㆍ전후기간에 정부 경제부처에서 일을 하기도 했구요.

왠만한 실력으론 어림없다는 <일반이론>의 케인즈.
그가 어렵다면, 갤브레이스 교수의 책을 참고할 것을 권하고 싶습니다.
케인즈가 생산자라면, 갤브레이스 교수는 케인즈의 경제학을 유통시키는데 크게 한몫 한 사람이니까요.

갤브레이스 교수에 대해서 잘 모르는 주제에, 너무 케인즈의 그늘에 가두어두는건 아니지 모르겠습니다만,
케인즈를 빼놓고는, 갤브레이스 교수 뿐만 아니라 당시의 경제학을 이해하기란 좀처럼 쉽지가 않습니다.

# 주류와 비주류의 갈등

<불확실성의 시대>는 격변의 1차ㆍ2차 세계대전을 몸소 겪은 갤브레이스 교수의 입담이 그대로 묻어나와,
주류에서 비주류가, 비주류가 주류가 되어가는 당대의 분위기를 정말 실감나게 그려주고 있습니다. 한국의 386세대가 걸어온 그것과 굉장히 흡사합니다.

얘기나온 김에 386 얘기를 좀 더 하면,
유시민씨는 얼마 전에 그가 속한 정당의 당면 5대 과제를 제시한 적이 있었는데,
그는 자신이 제시한 5대 과제를 중심으로 야당의 정책에 대해서 평가를 하는데, 두 야당 모두 자신이 생각하는 당면 5대 과제 중에 일부에만 치우쳐있다는 비판을 합니다.

5대 과제 중에 경제분야에 속하는 것 하나가, 시장경제의 확립이고,
모 야당은 이 과제에만 지나치게 몰두한 나머지 다른 과제들에 대해서 소홀하다는 비판을 받습니다.

이를테면, 시장경제의 확립은 두 정당의 교집합이 되는 것인데,
이는 케인즈 경제학에도 그대로 적용할 수 있습니다.

케인즈 경제학과 그 당시 주류이던 고전 경제학과의 교집합은 시장경제의 확립이었습니다.
두 집단은 각각 '불완전고용균형'과 '완전고용균형'이라는 단어를 사용했는데, 이 단어만 보더라도 그들의 공통점(교집합)과 차이점을 그대로 알 수 있습니다.

공통점은 고전경제학도 케인즈 경제학도, '고용균형'을 얘기하고 있다는겁니다. - '고용균형'이라는 단어가 들어가네요.
차이점은, 고전경제학은 이를 '완전'으로 수식하고, 케인즈 경제학은 '불완전'으로 수식한다는 것이구요.

두 집단 모두 완전고용은 가능하다고 생각했습니다.
다만, 케인즈 경제학은 고전경제학과 달리, 정부의 적절한 개입으로 이를 뒷받침해야 한다는,
일종의 옵션(option)을 붙인거죠.

올해 정부의 정책이 '경제활성화'로 천명되기 이전까지,
모 야당은 여당의 경제정책을 두고 한참동안 '정체성' 운운했던 것을 기억하실텐데요,
사실, 두 정당의 경제정책상의 차이는 고전경제학의 그것과 케인즈 경제학의 그것을 보는 것 같습니다.

큰 공통점과 작은 차이점이 있죠.
수식(adjective)의 차이입니다.

# 정체성 제대로 따지자

사람의 인격형성에 큰몫을 한다는 사춘기에 자신의 정체성을 세워나간다고 하죠.
사실, 정체성 운운하는 것은 좋은 것이고 중요한 일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체성 논란이 뭍 인상을 찌뿌리게 하는 것은,
다름아닌 정체성이 제대로 밝혀지지 않은 탓일겁니다.

케인즈가 등장할 때 당시에 주류 경제학자들이 보냈던 따가운 시선을 보냈으며,
오늘날의 경제정책 역시도 2년 가까이 당한 모진 수난을 받았습니다.
공통점 보다는 차이점이 부각되었고, 혹은 공통점이 무시되기도 했습니다.

<불확실성의 시대>에는 <경제사여행>에 없는 경제사 후일담들이 많이 담겨있느니 만큼,
케인즈 얘기를 좀 더 하면,

케인즈는 1차 세계대전 전후협상이었던 베르사이유회의에 영국 협상단 일원으로 참가해서는,
영국과 프랑스를 비롯한 승전국들이 패전국 독일에 물리우는 어마어마한 전쟁배상금을 보고는 협상단을 뛰쳐나와, <평화의 경제적 귀결>을 발표하게 됩니다.
한마디로, 승전국의 과도한, 혹은 우매한 전쟁배상금이 세계경제를 불황으로 몰고갈 것이라는 경고였는데,
이는 응당 승전국 협상단의 분노를 샀을 뿐만 아니라, 승전국 국민들의 패전국에 대한 분노와도 융합되기 힘든 성질의 것이었죠.

이를테면, 1919년 말에 영국 <Times>는 이렇게 보도했죠.
"케인즈씨는 재기 넘치는 경제학자인지도 모르며 재무성 직운으로서 유용한 인물이었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번 저서로 말미암아 그는 동맹국에 대해서 해를 끼쳤던 것이며 적은 틀림없이 이에 감사할 것이다."

훝날 세계를 지배한 경제학자가 되는 이 거물은 한때 따돌림을 당하는 수모를 감수해야 했습니다.
하지만, 잘난 그는 별로 개의치 않았고, 하버드 대학으로 들어가 <일반이론>을 집필하며 청장년층의 경제학자들을 매료시키기 시작합니다. - 아 물론, 온 사교계가 떠들석하게 발레리나 리디아 로포코바와 결혼식을 올린 것도 이 당시의 사건이었죠.

# 오해는 풀린다?

지난 몇해동안 우리가 목격한 정체성 논쟁도,
경제논리보다는 정치논리가 앞섰다는 점에서, 케인즈가 당한 그것과 비슷합니다. 그것이 우리의 인상을 구깁니다.

다시 케인즈로 돌아가보죠.
그의 명예?를 회복시켜준 것이, <일반이론>이나 그가 매료시킨 하버드 경제학자들 보다는 10년간의 경제대공황 - 오랜 불황으로 겪은 고통은 고전경제학파의 완전고용균형을 믿을래야 믿을 수 없게 만들었으니까요. - 이었던 것 처럼,
차이점보다 공통점이 많은 두 정당의 경제정책 역시도, 현실에서 그 공통점을 증명할 것입니다.

오해는 풀릴 것입니다.

# 손에 꼽을만한 경제사

후기가 다소 치우쳤습니다만,

갤브레이스 교수가 <불확실성의 시대>를 통해 조명하고자 했던 것은,
제가 언급한 바와 같이 고전경제학의 확실성을 케인즈 경제학이 대체해가는 과정만은 아닙니다.

오히려, 확실하게 자리잡았던 경제학 일반의 성립과 위기, 몰락의 과정 - 후일담을 읽는 재미도 상당합니다. - 을 특유의 입담으로 풀어내고 있는 경제사이죠.

당연히 고전경제학 뿐만 아니라, V.I.레닌에 이어 스탈린이 소련에서 시행했던 경제정책에 대해서도 등장하게 되며,
자본주의 최성기의 풍속이나 화폐의 성쇠, 법인기업에 대해서도 상당한 읽을거리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리오 휴버먼의 <자본주의 역사 바로알기>에 이어, 손에 꼽을만한 경제사로서 권해드리고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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릴케 현상 2005-03-12 23: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언젠가는^^;읽어볼게요 탱스투
 
남미가 확 보인다
이미숙.김원호 지음 / 학민사 / 200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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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치부 기자가 둘러본 남미경제

남미의 역사를 공부해보겠다는 허황된 포부로 준비없이 집어들었던 책이 <라틴아메리카의 역사와 사상>이었습니다.
그 동네에 대해서 꽤나 정통한 것으로 알려져있는 이성형 교수가 쓴 책이었죠.

그런데, 이 책은 워낙 인물 중심으로 쓰여진 책이었어요.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이었지만, 라틴학회의 학술대회에 제출된 논문을 묶어놓은 책이었죠.
준비없는 초보자에게는 여간 따분한 것이 아닐 수 없었습니다.
심기일전하자고 고른 책. <남미가 확 보인다>였습니다.

00년에 문화일보사 기획기사를 묶어놓은 것인데,
언론기사의 특성이 그렇듯이, 전문적인 무엇으로 따지자면 부족한 감이 있다지만 문제의식 만큼은 굉장히 민첩합니다.

사람들이 97년 외환위기의 악몽에서 충분히 벗어나지 못했던 00년.
여러차례 외환위기를 겪었을 뿐 아니라, 정치며 경제며 왠지 우리보다 못한 것으로 뵈이던 남미국가들을 반면교사로 삼고싶었던겁니다.

하지만, 이 책이 남미국가들의 경제에 대해서 심도있게 분석했으리라고 기대하지 않는 것이 좋겠습니다.

편견 보태 얘기하자면, 이 책의 저자인 이미숙씨는 정치부 기자.
시류나 경향에는 민첩하니만큼, 덕분에 남미 구경 한번 하는 것을 낙으로 삼아야겠습니다.
다행스럽게도, 국가별로 편집된 이 책 - 아르헨티나, 페루, 칠레, 베네수엘라, 브라질, 멕시코 - 에는 국가별로 두세명의 관계인 인터뷰가 있다는 사실.

후기는 책의 편집과는 달리, 이슈별로 써보았습니다.
책을 소개하기에는 감질맛이 나려나요.

# 민정이양의 의미

라틴아메리카를 한국경제의 반면교사로 삼고자 하는 배경에 대해서 좀 더 말씀을 드려야겠습니다.

남미는 소위 굉장히 잘 나가는 나라들이었습니다.
때는 바야흐로, 이 국가들이 스페인으로부터의 오랜 식민지 시절을 벗어나 소위, '개발도상국'의 반열에 오르던 시절의 이야기입니다.
이는 곧, 하나의 성장모델로 추앙받기 시작했구요.

그런데, 어느새,
'남미' 혹은 '남미병'이란, 정치, 경제, 사회의 만성적 위기증상으로 요약되고 있습니다. 엄청난 액수의 외채와 구제금융, 마이너스 경제성장률, 높은 실업률과 빈부격차.
이제 성장모델은 부정되기 시작합니다.

믿었던 자유시장경제의 배신이었습니다.
말미에 소개된 통계자료 - ECLAC(UN의 중남미경제위원회)에서 발간한 중남미사회보고서 - 에 의하면,
경제가 성장할 수록 고용불안이 가속화되고, 빈부격차가 커져, 중남미 인구의 45%에 해당하는 2억 2천만 명이 빈곤선 이하의 극빈층을 형성하고 있다고 하니까요.

여튼, 이제 이렇게 부정된 성장모델은 문제의 원인을 찾기 시작합니다.
물론, 여기에는 남미보다 다소 낳은 평가를 받고있는 한국의 성장모델도 고려되구요.

한국의 성장모델을 평가할 때 빠질 수 없는 인물이 바로 '박정희'이겠죠.
우리가 '박정희'라는 인물과 함께 응당 떠올리게 되는건 군정(軍政). 그리고, 이는 남미의 역사에서도 별반 다르지 않습니다.

남미의 국가들도 대부분 군정을 겪었고, 1900년대 말경에 이르러서야 민정(民政)을 열었습니다.
아르헨티나가 83년의, 브라질이 85년의 , 칠레는 89년, 페루는 85년. 한국은 87년을 기점으로 보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개발경제와 관련해서, 경제정책과 관련해서,
군정과 민정 사이의 경계선이 갖는 의미는, 시장경제의 본격적인 발달을 뜻합니다.
(칠레는 예외군요. 칠레는 73년부터 집권한 피노체트가 미국 시카고대학의 경제학을 직수입 비슷하게 합니다.)

국가마다 차이가 있지만, 경제개발의 대략적인 흐름이란 국가에서 시장으로 이동하니까요.
이 역시도 정도의 차이가 있지만, 한국의 경우만 봐도 알 수 있듯이 초기에는 국가가 중심이 되어 계획적인 발전을 추구하다가,
몇번의 경제위기를 겪으면서 상당부분 국가에 책임을 묻게 되고, 이제 본격적으로 시장의 비중이 높아지는 흐름.
군정과 민정의 경계선이 바로 거기에 있습니다.

# 인물과 인물

이런 관점에서 지켜봐야 하는 인물들이,
아르헨티나의 알폰신과 메넴, 브라질의 카르도수, 페루의 후지모리와, 멕시코의 폭스입니다.
칠레에서는 특이하게 군정인 피노체트를 꼽아야겠구요.

이제 위의 인물들은 이제, 민정이양과 동시에 시장의 힘을 키워갑니다.
시장을 기본으로 한 경제에서, 이를 개발하는데 있어 이슈가 되는 것은 국가와 시장의 비중.
이는 케인즈경제학과 신자유주의경제학의 차이이기도 합니다.

실제, 칠레의 피노체트의 경우,
신자유주의 경제학이 태동한 미국 시카고대학의 경제학자들이 제출한 개발안을 그대로 채택한 경우구요.
페루의 후지모리 역시, 한국의 박정희 모델과 칠레의 피노체트 모델 사이에서 갈등을 하다가 피노체트 모델 - 즉, 신자유주의 모델을 채택했다고 하구요.

# 국가와 시장의 저울질

군정에서 민정으로의 이양이 시장의 비중을 높였다는 사실 이후에, 또 한가지 흥미로운 점을 찾을 수 있습니다.
민정과 함께 시장의 비중이 현격히 높아진 이후의 경제위기를 바라보는 상이한 관점이 그것인데요,
이는 한국에서 70년대 경제개발 모델을 되돌아보며 이루어지는 논쟁과도 맞닿아 있습니다.

너무 도식화시키는 것 같긴 하지만,
상이한 관점이란, 시장 탓을 하느냐 국가 탓을 하느냐 라고 보여집니다.

이 대목에서,
국가에 무게를 두고있는 관점은 '포퓰리즘(populism, 인기영합주의)'이라는 단어를 만들어냅니다. 남미과 소개되면 항상 뒤따르는 단어이기도 하죠.
포퓰리즘의 원인으로 지목되는 것은 다시 두가지인데, 한가지는 페론이라는 인물이 대신 소개해 줄 것이요, 또 한가지는 한국과 굉장히 상이한 남미의 정치 풍토를 이해해야 할 것 같습니다.

페론 얘기부터 해보죠.
남미 정치인들의 포퓰리즘을 설명하기 위해서 빼놓을 수 없는 인물이 바로, 페론.
40년대에 집권한 아르헨티나의 대통령으로서, 그의 아내 에바 페론은 안토니아 반데라스와 마돈나가 주연한 영화 <에비타 Evita> 로도 익히 알려져있습니다.

남미라는 대륙 자체가 자원이 굉장히 풍부한 나라이기 때문에,
남미국가들은 개발초기에 쉽게 많은 돈을 벌어들일 수 있었습니다. - 이 점에서 한국은 선택의 여지가 좁았죠.

그런데, 페론의 경우 이 과정에서 벌어들인 수익을,
고스란히 임금향상이나 복지에 사용합니다. 별다른 경제전략이라는게 없었던겁니다.

한마디로, 이해집단으로부터의 압력에 의해 당장의 이해관계에만 치중한 나머지,
산업경쟁력을 개발할 기회를 잃었다는 것입니다.

두번째로 지목되는 원인도 이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데, '인물 중심의 정치풍토'입니다.
그 반대는 '정당정치'일텐데, 페론의 예에서 보여지듯이, 정책을 생산하고 집행하는 정당 없이 대통령 개인의 인기나 의사에 좌지우지되는 것을 뜻합니다.

저도 뒤늦게 알게된 사실이지만,
남미는, - 국가별 차이를 무시하자면 - 정당은 굉장히 많지만 실제 뚜렷한 정책을 가진 정당이 별반 없는 것으로 알려져있습니다.
선거에 출마하기 위한 수단에 불과한 정당이라 해서, 선거정당이라고도 하구요.

# 시시했던 필자의 결론

필자인 이미숙 기자가 책의 말미에 요약 제시한 교훈을 보면,
신자유주의 흐름에의 적극적인 결합, 공기업 민영화를 통한 경쟁력 향상, 집단이기주의 극복, 정당중심의 정치문화 확산, 인적자원의 개발까지,
제 표현을 빌리자면 - 모조리 '국가 탓'을 하고있는 셈입니다.

'시장 탓', 그러니까 시장에서 문제의 원인을 찾는 관점이란,
필자의 기획의도에느 포함되어있지 않고, 오히려, 책의 본문. 즉, 페루의 신임대통령 톨레도나 다른 인물들의 인터뷰를 통해서 드러나고 있습니다만, 그나마도 굉장히 미약한 수준입니다.

실제, 그는 이미숙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자신의 지향점을 밝히는데,
영국의 토니 블레어 총리, 독일의 슈뢰더 총리를 직접 지목하며, 유럽식 사회민주주의를 표방하고 있구요.
남미 내에서는 칠레의 라고스 대통령도 이와 흡사한 경제정책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 시시했던 이유

경제위기의 반면교사로서,
즉 남미와 같은 사회경제 전반적 혼란을 견제하기 위한 교훈은 충분히 나왔는가에 대해서는 다소 부정적입니다.

적절한 예시가 될런지 모르겠지만,
대충 반에서 3등 정도 하는 친구가 요즘 공부가 영 안되는데, 4등에서 5등으로 밀려난 친구를 보며 교훈을 얻겠다는 것과 같은 느낌을 받았거든요.

어차피, 필자가 주목하고있지 않은 베네수엘라나 쿠바를 제외하고는,
남미대륙 전체가 시장경제를 확고히 하고 있는데, 굳이 왜 남미를 반면교사로 택했는지.
뭐 저에겐 유익한 시간이었습니다만, 쉽사리 이해가 안됩니다. 같은 기획이라면, 오히려 서유럽 모델이나 신흥 국가들의 모델을 반면교사로 삼는 것이 낫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결론은 벌써부터 나와있었던 것 같아서요.

# 보탬 - '통화바스켓 제도'에 대한, 짧디 짧은 생각

사족 수준은 아닌데 본문과 적당치 않아 덧붙입니다.
아르헨티나의 1달러 1페소 정책이나 브라질의 '헤알플랜' - 지금은 대통령이 바뀌었으니 어찌 되었는지 모르겠습니다만 - 을 보면서 중국의 위안화가 생각났습니다.

아르헨티나에서는 집권 페론당이 아예 페소를 폐기하고 달러를 사용할 것을 공식적인 정책으로 주장하고 있다는데요.
반대편에서는 - 제가 보기엔 - 시시콜콜하게 화폐의 대미 종속을 우려하고 있다고 하네요.

'1달러 1페소'정책이나 '헤알플랜'이란,
일종의 고정환율제입니다.

원래 환율은 외환시장에서 달러와 자국화의 판매비율에 의해서 자유롭게 결정되는 것인데,
이렇게 되면 당연히 경제력이 약한 국가들의 경우는 화폐가치가 낮게 평가되어 엄청난 인플레이션에 시달려야 합니다.

이것을 우려한 저개발국들이 사용하는 것이,
자국화폐의 가치를 미국 달러에 고정시켜버리는 것입니다.

동남아에서도 태국이 통화바스켓이라는 유사한 제도를 사용했다가,
외환위기를 겪으며 폐기를 했고, 헤알플랜을 사용한 브라질의 카르도수 대통령도 결국 94년 외환위기를 통해서 이를 폐기하게 됩니다.

달러와 자유롭게 경쟁하자니 너무 저평가를 받아 인플레이션에 시달려야 하고,
달러에 고정시켜버리자니 너무 고평가되어 투자나 금융계가 불안해하고,
물가안정이 지상과제인 국가의 입장에서는 결국 버틸 때 까지 버텨보는 식입니다.

그나저나, 페소를 포기한다.
한국의 입장에서는 원화를 포기하고 달러를 사용한다.

기분이야 어쩔 수 없이 나쁜 일이겠지만,
글쎄요. 사실, '화폐종속'이라는 것 자체는 굉장히 새삼스러운 반론이라는 점은 지적하고 싶습니다.

페소화를 쓰느냐, 아예 달러화를 쓰느냐.
이 두가지의 갈림길에서 화폐종속여부란 직접적이냐 간접적이냐의 차이일 뿐이니까요.

세계화 된 경제에서, 화폐주권이란 그리 큰 차이가 아니라고 봅니다.
미국 환율을 그대로 쓰나, 미국 환율의 변화는 것 대로 자국의 환율을 조정하나.
차이란 미미한 것 아닐까요.

아 좀 더 공부하고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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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문학(17권)

▲ 고전시가선집 ▲ 연암산문선 ▲ 구운몽(김만중) ▲ 춘향전 ▲ 한중록 ▲ 청구야담 ▲ 무정(이광수) ▲ 삼대(염상섭) ▲ 천변풍경(박태원) ▲ 고향(이기영) ▲ 탁류(채만식) ▲ 인간문제(강경애) ▲ 정지용전집 ▲ 백석시전집 ▲ 카인의 후예(황순원) ▲ 토지(박경리) ▲ 광장(최인훈)

◇ 외국문학(31권)

▲ 당시선(이백시선.두보시선 포함) ▲ 홍루몽(조설근) ▲ 노신선집 ▲ 변신인형(왕몽) ▲ 마음(나쓰메 소세키) ▲ 설국(가와바타 야스나리) ▲ 일리아스.오딧세이아(호메로스) ▲ 변신(오비디우스) ▲ 그리스비극선집(소포클레스 등 포함) ▲ 신곡(단테) ▲ 그리스로마신화 ▲ 셰익스피어(Hamlet, Macbeth, The Tempest, As You Like it 등 포함) ▲ 위대한 유산(디킨스) ▲ 주홍글씨(호손) ▲ 젊은 예술가의 초상(조이스) ▲ 헉클베리핀의 모험(트웨인) ▲ 황무지(엘리엇) ▲ 보바리 부인(플로베르) ▲ 스완네 집 쪽으로(프루스트) ▲ 인간조건(말로) ▲ 파우스트(괴테) ▲ 마의 산(토마스 만) ▲ 변신(카프카) ▲ 양철북(그라스) ▲ 돈키호테(세르반테스) ▲ 백년동안의 고독(마르께스) ▲ 픽션들(보르헤스) ▲ 고도를 기다리며(베케트) ▲ 카라마조프 형제들(도스토예프스키) ▲ 안나 카레니나(톨스토이) ▲ 체호프 희곡선

◇ 동양사상(14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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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양사상(27권)

▲ 역사(헤로도토스) ▲ 펠로폰네소스 전쟁사(투키디데스) ▲ 국가(플라톤) ▲ 니코마코스 윤리학(아리스토텔레스) ▲ 고백록(아우구스티누스) ▲ 군주론(마키아벨리) ▲ 방법서설(데카르트) ▲ 리바이어던(홉스) ▲ 정부론(로크) ▲ 법의 정신(몽테스큐) ▲ 에밀(루소) ▲ 국부론(아담 스미스) ▲ 도덕 형이상학의 기초(칸트) ▲ 페더랄리스트 페이퍼(해밀턴 외) ▲ 미국의 민주주의(토크빌) ▲ 자유론(밀) ▲ 자본론 1권(마르크스) ▲ 도덕계보학(니체) ▲ 꿈의 해석(프로이트) ▲ 프로테스탄티즘의 윤리와 자본주의 정신(베버) ▲ 감시와 처벌(푸코) ▲ 간디 자서전(간디) ▲ 물질문명과 자본주의(브로델) ▲ 홉스봄 4부작: 혁명의 시대, 자본의 시대, 제국의 시대, 극단의 시대(홉스봄) ▲ 슬픈 열대(레비스트로스) ▲ 문학과 예술의 사회사(하우저) ▲ 미디어의 이해(맥루한)

◇ 과학기술(11권)

▲ 과학고전 Anthology(On the Revolutions of Heavenly Spheres (Copernicus), Dialogue Concerning the Two Chief World Systems (Galileo Galilei), The Principia (Newton) 등 포함) ▲ 신논리학(베이컨) ▲ 종의 기원(다윈) ▲ 과학혁명의 구조(토마스 쿤) ▲ 괴델,에셔,바흐(호프스태터) ▲ 부분과 전체(하이젠베르크) ▲ 엔트로피(리프킨) ▲ 이기적 유전자(도킨스) ▲ 수확의 확실성(클라인) ▲ 객관성의 칼날(길리스피) ▲ 같기도 하고, 아니 같기도 하고(호프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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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춘의 문장들 청춘의 문장들
김연수 지음 / 마음산책 / 2004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

서울 어디에서 줄곧 글을 써왔던 금주씨의 소개글이 참으로 멋스러웠기 때문만은 아니었다.

글의 틈새틈새에 본문의 한구절을 인용하던 그의 글쓰기 모양새 덕분에,

<청춘의 문장들>이 그리도 마음을 때렸던 것이다.

 

문장으로 옮기는 일, 문장으로 옮기는 일. 그것이었다.

글쓴이, 이 서른중반의 소설가의 이름보다 궁금했던 것은,

그가 문장으로 옮기고 싶었던 그저 그렇고 그런 삶의 자취, 그리고 옮겨진 문장들이었을게다.

 

#

오고가는 지하철 안에서 이틀만에 책장을 덮어버린 이 친구는,

어제오늘 때로는 책을 닫고 한숨을, 때로는 주위 풍경을 물끄러미 바라보게되었다.

 

청량리역에서 내려 시립대 언덕으로, 학교를 잠시 들러 다시 집으로 향하는 그 길지 않은 시간동안,

그의 시선은 대학시절 숱하게 서성이던 청량리 시계탑에도, 도로로 난 길보다 5분이 빠르다는 청량리 뒷골목에도, 몇해전 양차지부 - 철도노조 청량리차량지부 - 깃발을 들고 역내를 둘러다녔던 역사와 주욱 뻗은 철로에도, 그 언젠가 한국어를 전공한다던 중국인 친구와 식사를 했던 고기집에도, 네학번 선배의 이름이 적혀있던 학교 앞 사제 플랭카드에도, 학교 앞 신축상가공사장에도,

 

머물고 또 머물러 있었던 것이다.

펜과 종이 대신, 문장과 키보드 자판을 떠올리며.

 

#

길어야 두장을 넘어가는,  길지 않은 삶의 자취들.

그리고 시인이자 소설가 다운 예의 아름다운 문장들도 참 볼만 하지만,

<청춘의 문장들>을 읽은 이여, 우리도 문장으로 옮겨보자. 못할 것 무에 있는가.

 

그도 그럴 것이,

김연수 역시도 소유형용사를 빼고, 그저 '청춘의' 문장들이라 하지 않았는가.

 

그리고,

청춘을 사랑하는 이여, 청춘의 문장들일랑 오늘부터 써내리자.

놓치고 싶지 않은, 놓쳐서는 안되는 청춘의 그것을 문장으로 붇들어보자.

 

마지막으로,

시를 사랑하는 이여, <청춘의 문장들>을 읽어보자.

오래도록 시를 읽고 곁에 두어온 시인이 자신의 자취방과 벗어버린 넥타이와 아끼는 시집을 소개해 줄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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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형 교수의 <라틴아메리카의 역사와 사상> 은,

라틴아메리카 역사를 개괄적으로 접근하기에는 다소 적절하지 못한 책인 것 같다.

알라딘의 카테고리를 따라 라틴아메리카 관련 서적들을 둘러보려니,

베스트셀러에는, 예상대로 도덕적 낭만주의를 선전하는 체 게바라 평전들이 주를 이루고, 한편으로는 아즈텍과 마야, 잉카 문명에 대한 서적들이 주를 이룬다.

라틴아메리카의 역사와 문화, 그리고 금융위기로 비화된 경제정책들, 마지막으로 정치적 지형도 정도가 욕심이라면,

차라리, 까를로스와 푸엔테스가 지은 <라틴아메리카의 역사>, 그리고 라틴아메리카 각국의 정치적 지형을 그려내었을 <남미가 확 보인다> 정도가 괜찮을 듯 하다.

아 배고파서 책 못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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