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술을 잘 안 하는데 호남이 송별회로 예수전 식구들과 모처럼 얼큰해지도록 마셨다. 유쾌한 대화를 이어가는데 한 사람이 제 친구가 했다는 말을 꺼냈다. “선생님 글 읽을 때마다 ‘이분은 이렇게 철저하고 흔들림 없이 살려면 얼마나 힘들까’ 싶대요.” 내가 입을 떼기도 전에 몇이 입을 모아 말했다. “아닌데, 옆에서 보면 누구보다 편안하신데.” 나를 지사적 인간이라(혹은 지사연 하는 인간이라)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지만, 실제 나는 그쪽과는 거의 관계가 없다. 나는 철저하고 흔들림 없이 살지도 않거니와, 내가 여느 사람들과 조금이라도 다르게 사는 게 사실이라면, 그건 그렇게 사는 게 ‘옳기 때문’이 아니라 ‘편안하기 때문’이다. (출처: 김규항 블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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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저한 빈부격차가 존재하는 오늘날에도 필기시험을 통한 인재선발이 여전히 공평한 제도라고 주장하는 것은 무식의 소치이거나 이데올로기적 지향을 감춘 악의적 선동이다. (한국일보, 김기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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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 봄 미국 언어학자 조지 레이코프의 저서 <코끼리는 생각하지 마: 미국 진보세력은 왜 선거에서 패배하는가>가 국내에 번역·출간돼 언론이 비상한 관심을 보이고 국회의원들이 가장 많이 읽은 책이 되는 등 뜨거운 주목을 받은 적이 있다. 이 책의 논지는 우리 사회에 제대로 전달되었는가? 2년이 지난 지금에 와서 평가해보자면, 아무래도 아닌 것 같다. 지금 개혁·진보세력의 의제 설정은 여전히 ‘코끼리’ 생각에만 매달려 있기 때문이다.

레이코프는 그 책에서 “어떤 사람에게 ‘코끼리를 생각하지 말라’고 말하면 그 사람은 코끼리를 떠올릴 것이다”라며 “상대편의 프레임(생각의 틀)을 단순히 부정하는 것은 단지 그 프레임을 강화할 뿐이다”고 주장했다. 이는 단지 무엇에 반대하는 것만으론 부족할 뿐만 아니라 역효과를 내기 쉽다는 걸 의미하는 것이다.

언젠가 언론인 김중배 선생은 ‘신자유주의’를 잘못된 언어 사용이라고 질타한 바 있다. 보수 언론이건 진보 언론이건 언론이 그 말을 별 생각없이 수입해서 쓴 바람에 ‘신자유주의 타도’라는 구호는 단지 신자유주의 홍보 효과를 낼 뿐이라는 것이다. 어느 세월에 일반 대중에게 ‘자유주의 타도’와 ‘신자유주의 타도’의 차이를 설명해줄 수 있을 것인가?

지금 개혁·진보세력은 아직도 1970·80년대의 저항 프레임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궁극적으로 우리에게 무엇이 가장 중요한가 하는 관점에서 의제를 독자적으로 생산해내는 게 아니라 지금 당장 닥친 것들 중에서 무엇에 저항할 것인가 하는 관점에서 의제를 따라가는 수준에 머물러 있다.

(한겨레, 강준만 칼럼 일부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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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잃어버린 10년'이란 말은 1980년대의 거품경제 붕괴 뒤의 장기불황, 이른바 '헤이세이 불황'에 시달린 일본에서 유행한 말인데, 이를 한국에 수입한 자들은 전혀 다른 용도로 써먹었다. 한국 경제를 망친 것은 바로 그들 자신이었으며, 그 때문에 그들은 1997년 말 외환위기를 맞았고 대선에서 패배했다. 그들은 그렇게 해서 잃어버린 자신들의 권력 공백 10년을 적반하장격으로 '잃어버린 한국 경제 10년'으로 분칠해 자신들의 과오를 정적에게 덮어씌우는 농간을 부렸다."

(한겨레, 한승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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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수백 년간 인류가 공들여 쌓아올리고, 지난 수십 변 동안 민주화로 힘겹게 쟁취한 의사표현의 기본권을 오늘 한국 사회에서 일개 정권, 일부 검사들, 일부 언론들이 방자하게 흔들어대고 있다. 권력은 짧고 자유는 길다. 왜 이기지도 못할 싸움에 그토록 목을 매는가? 왜 스스로 역사의 조롱거리가 되지 못해 그토록 안달인가?"

(한겨레, 조효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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