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은 놀이하는 존재다. 만약 당신 주위에 섹스는 하지 않으면서, 다른 사람이 하는 섹스를 구경하기 위해 일주일에 한번씩 암스테르담에 가는 사람이 있다면 과연 정상이라 할 수 있겠는가? 마찬가지로 자기 신체를 사용한 놀이는 전혀 하지 않으면서, 스포츠 관람에만 넋을 빼는 사람이 있다면 그 역시 관음증 환자다.
스포츠가 개인의 건강과 육체를 향상시키려는 것이라면, 관음화된 현대의 스포츠는 그 정의에 맞지 않는다.

역설적이게도 육체가 제거된 관음화된 스포츠는 구경꾼을 잡담가로 타락시킨다. 스포츠 경기란 사익에 충실한 극히 개인적인 활동임이 분명한데도, 스포츠 잡담가들은 그걸 국력과 연관지으며 공적인 화제인 양 기만한다. 올림픽이 시작되고 대통령의 지지율이 30%에 육박한 이유다.

(한겨레, 장정일의 '책 속 이슈'중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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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들에 대한 그의 졸렬한 태도는 상처의 이기심을 먹고 살아가는 남자의 허영(내 상처는 보다 깊고 독창적이라는 허영)에 특징적인 것이다. (중략) 수현과의 합일을 통해 그가 또다시 증명한 진실은, 그의 현재를 구성하는 그 낡은 버릇 이외에 아무런 진실이 없다는 진실이다.

가족이나 연인과 같은 근본적·1차적인 사랑과 신뢰의 관계가 제공하던 정서적 지지가 없어지거나 훼손될 경우 그 당사자는 이후 단발적이며 피상적인 애정관계를 전전하게 된다고 한다. 그는 깊고 지속적인 정서의 관계를 믿지 않거나 혹은 아예 회피하는 쪽을 택한다. 세속에서 성숙한 주체로 살아갈 수 있는 능력은 곧 1차적 애정관계에 대한 근본적이며 진득한 신뢰에 의지한다는 주장이다.

(한겨레, 김영민의 '영화와 인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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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화할 필요는 있지만, 쫓겨서 진화할 필요는 없다.

(한겨레, <에고노믹스> 서평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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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은 고통을 줄이기 위한 감정의 경제학, 즉 감정의 위장술일 수 있지만 여기서 냉소나 풍자 같은 자기방어적인 날카로움을 찾아볼 수는 없다.

(<창작과 비평> 08 봄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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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밀성의 깊이, 커뮤니케이션의 평등성, 소통의 진정성 등을 따져 묻기보다 가족의 형식에 집착하는 편협하고도 폭력적인 이데올로기이다. 그럼에도 '정상적인 것' 혹은 '평범한 것'은 우리를 쓸데없이 예민하게 하거나 우울을 유발하기 쉽다. 타자의 인정 없이 자기를 긍정하기란 히말라야 설산을 넘는 것만큼이나 힘겨운 일이다.

(<창작과 비평> 08 봄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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