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 신기한 일이다. 도서관에서 보통 8-10권을 빌려와서 일주일을 같이 읽는데 아이들이 고르는 책은 1권 혹은 2권으로 압축된다. 이 세계도 독립된 하나의 우주여서, 이 우주만의 베스트셀러가 존재한다는 뜻일까. 그러니까, 그 책들은 <장수탕 선녀님>이었고, <우렁각시>였고, <팥죽 할머니와 호랑이>였고, <신기한 독>이었고, <두루미 아내>였고, <수박이 먹고 싶으면>이었으며. 저번 주에는 두 권이 경합을 벌였는데 <화 괴물이 나타났어!> <수박 수영장>이다.







































어제는 <수박 수영장>을 쓰고 그린 이가 ‘안녕달’이라는 사실을 알았고, 그녀/그의 필명을 기억해야겠다 생각하며 살펴보다가 헉! <초판 76쇄 발행>을 발견했다. 76. 6쇄 아니고 7쇄 아니고 76. 아이들이 그렇게나 좋아하는 책. 읽고나서 한 번 더 읽겠다 고르는 책. 이 책이 바로 그 책이다.






수박 수영장에 해가 둥실 떠올라 한참 더워졌을 때, 구름 아저씨가 도착한다. 아저씨는 구름 양산과 먹구름 샤워를 판매한다. 모두들 구름 양산과 먹구름 샤워를 좋아해서 줄을 서야만 구입할 수 있다. 성경을 읽어본 사람이라면 알겠지만, 구름 양산과 먹구름 샤워는 당연히 ‘구름 기둥’과 ‘불 기둥’을 생각나게 한다.



낮에는 구름 기둥, 밤에는 불 기둥이 백성 앞에서 떠나지 아니하니라 (출애굽기 13 22, 개역개정)






이집트에서 탈출한 이스라엘 백성은 광야를 방황한다. ‘이스라엘 백성의 불순종 때문에 3일 정도 거리의 광야를 40년 동안 헤맸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낮에는 타는 듯이 덥고 밤에는 한없이 추운 사막, 사막 한 복판에서의 광야 생활. 하나님은 이스라엘 백성들에게 구름 기둥과 불 기둥을 보내시고 구름 기둥과 불 기둥이 그들 앞에 서서 그들의 행로를 인도하게 하신다. 낮에는 구름 기둥이 시원하게, 밤에는 불기둥이 따뜻하게 이스라엘 백성들을 보호해준다.





수박 수영장의 구름 양산과 먹구름 샤워는 시원하게 햇볕을 막아 주고 간이 샤워실로 작동한다. 아름답고 신나는 명장면이 아닐 수 없겠다.  

















친구에게 <수박 수영장>76쇄다, 놀랍지 아니한가. 진짜 감동 실화다, 그런 이야기를 했더니 머리 속이 온통 푸코 뿐인 친구 왈. “맞아요, <감시와 처벌>24쇄 나갔대요. 철학 책 1000권이 팔리면 많이 팔린 거라고 (무려 한국에서)." 푸코 강의하시던 선생님이 그리 말씀하셨다고 한다. 웃으며 덧붙이는 말. 엄마는 베스트셀러만 읽어요그랬던 것이다. 그건 사실이었던 것이다. 나는 베스트셀러만 읽는 사람. 어제 읽은 <수박 수영장>76쇄이며, <감시와 처벌>은 인문학 슈퍼 스타의 최고 인기작.



















<여전히 미쳐 있는>을 뒤늦게 구매했는데 북펀드 후원자명에 아는 이름들이 보여 반가웠다. 나는 왜 북펀드를 몰랐을까, 나는 바빴을까, 를 생각하며, 지금이라도 다시 북펀드를 하게 된다면 이름을 어떻게 넣을까 고민하다가 역시 여전히 미쳐있는 단발머리가 제일 무난하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영장류, 사이보그 그리고 여자>의 북펀드 소식도 있던데 여기는 3개의 선택지가 있다.


1.     영장류 단발머리

2.     사이보그 단발머리

3.     여자 단발머리



이 중에 뭘로 결정할지는 밑에 알라딘 친구/이웃분들의 댓글을 보고 결정하도록 하겠다



















무라카미 하루키의 신작이 어제부터 배송되는 것 같더라. 살까 말까 기다릴까 그냥살까를 고민하고 있다. 이번에는 어쩐지 모르겠지만 평일에도 대형서점에 줄 세우는무라카미 하루키의 신작이라니. , 읽고 싶다. 그렇다. 그건 사실이었다. 나는 베스트셀러를 좋아한다. 근데 정보라 작가의 신작 소식이 있어 둘 중의 한 권을 사야 한다면 <정보라>, 이런 생각이 들기는 한다. 나는 줄거리 살짝 읽고도 내가 <저주토끼>를 못 읽을 사람이라는 걸 알았는데, 이 책 <고통에 관하여>는 읽을 수 있을 것 같다. 나는 정보라 작가의 책을 한 권도 안 읽었지만, 한 인터뷰 기사를 읽고 그의 팬이 되었다. 그 기사를 지금은 찾을 수가 없…… 가장 최근에 읽은 기사는 바로 이거다.



저주토끼정보라 작가 진짜 공포는 이 세상에 있다

(https://www.hani.co.kr/arti/culture/book/1051164.html)




감처라 불리는 베스트셀러 419쪽까지 읽었다. 마저 읽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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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자냥 2023-09-07 12:0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전 2로 했습니다.

단발머리 2023-09-07 12:14   좋아요 0 | URL
참고할게요^^ 나도 안경 끼니까 사이보그이려나요? ㅋㅋㅋㅋㅋㅋㅋㅋ

단발머리 2023-09-07 12:39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정보라 작가 인터뷰 중.... 요부분은 여기에 옮깁니다.


―작가님의 취미가 데모라고 알려졌는데요.

“그런 표현은 살기 위해 투쟁하시는 분들께는 모욕이 될 수도 있겠다 싶어요. 2013년 12월에 철도민영화 반대시위를 나갔는데 그게 평생 처음이었습니다. 세월호 참사 뒤엔 경기도 안산 올림픽기념관 임시 분향소에 갔는데, 그렇게 무서웠던 적이 없었어요. 젊은 영정 하나만 봐도 충격이었는데, 너무 많으니까, 근데 아직도 실종자가 더 남아 있다는 거예요. 너무 무서워서, 진짜 너무 무서워서 이렇게 말로 설명할 수는, 어떻게 이성으로 설명할 수 없는 공포였어요.”

소설보다 더한 현실의 공포가 도리어 그를 ‘세월호’로 이끌었다. 정 작가는 세월호에 탄 단원고 희생자 250명의 이름과 반을 모두 외웠다. “이제는 시간이 지나서 몇반인지 헷갈리는 것도 너무 죄송하다”고도 했다.



거리의화가 2023-09-07 12:56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저는 이번에도 제 원래 닉넴으로 신청했습니다. 펀딩 책 받고 나서 다른 분들 닉넴이 어떨지 나중에 보는 재미가 상당하더군요^^
음... 저도 셋 중에선 2가!ㅎㅎㅎ

단발머리 2023-09-08 17:35   좋아요 0 | URL
거리의화가님 닉넴도 꼭 찾아볼게요. 지금 분위기가 2번쪽인거 같기는 합니다만...... 하하하!

미미 2023-09-07 13:2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도 2번요!!ㅋㅋㅋ 단발머리님 덕분에 펀딩완료 했습니다.

단발머리 2023-09-08 17:36   좋아요 1 | URL
펀딩완료하셨고 2번이시면 ㅋㅋㅋㅋㅋㅋㅋ 사이보그미미 ㅋㅋㅋㅋㅋㅋㅋㅋ

독서괭 2023-09-07 13:2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도 2번에 한표요!!
수박수영장 좋아하는데 구름기둥과 불기둥은 전혀 생각 못했네요. 성알못이라 ㅠ
호 정보라 작가에게 관심이 가네요. 저주토끼.. 표지는 귀여운걸요?ㅋㅋ

단발머리 2023-09-08 17:37   좋아요 0 | URL
저주토끼가 워낙 유명세이기도 했지만 저는 원서 표지가 이뻐서 사 볼까 하고 대충 줄거리 보다가 허걱.... 하고 말았습니다.
전 작품은 안 읽었는데 정보라 작가의 삶이 너무나 궁금한 거 있죠. 진정한 참여 작가입니다.

다락방 2023-09-07 13:57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저 완전 잊고 있었는데 사이보그 다락방 갑니다. 슝 =3=3=3=3

단발머리 2023-09-08 17:37   좋아요 0 | URL
사이보그다락방, 축하드립니다. 겁나 두꺼워보여요^^

다락방 2023-09-07 14:0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아, 그리고 하루키 책은 저에게 지금 오는 중입니다. 후훗. 다음주 월요일 책탑을 기대하셔도 좋습니다!!

단발머리 2023-09-08 17:38   좋아요 0 | URL
월요일 책탑은 항상 기대만발이죠. 최근에 부진하셨던 거 기억하시고요 ㅋㅋㅋㅋㅋ
저 하루키 살까요. 아, 나도 읽고 싶은데...........

건수하 2023-09-07 14:1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안녕달도 베스트셀러 작가랍니다. 다작하는데 다 인기가 있는 신기한 작가... 전 그래서 오히려 좀 거리두게 되더라구요.
수박수영장 제대로 안 봤는지 구름 양산과 먹구름 샤워는 기억이 안나지만, 거기서 구름기둥과 불기둥을 떠올리는 사람이 아주 많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 단발머리님 덕분에 생각해보게 되네요. 출애굽기까지는 재미있게 읽었던 터라...


북펀드 별 생각 없었는데... 다들 하셨다니 고민해봐야겠습니다.
영장류 맘에 드는데 2번이 압도적이네요?

하루키 책은 어제 ‘품절 임박‘ 이라고 문자가 와서... 거부감을 느꼈어요. 전 청개구리니깐요 ㅋㅋ

+ 베스트셀러는 여전히 펴보지 못했습니다...

단발머리 2023-09-08 17:43   좋아요 1 | URL
아...... 안녕달이 베셀 작가군요. 전 그냥 도서관에서 책을 쑥쑥 뽑으면서 고르는 사람이라, 그리고 어린이책 안 읽은지 좀 되어서 전혀 몰랐습니다.

출애굽기 이후에도 재미있는 이야기가 계속 펼쳐집니다. 인간 진면목에 대한 진지한 고찰이 가득한 구약성경의 세계로 건수하님을 초대합니다 ㅋㅋㅋㅋㅋㅋㅋ

영장류도 괜찮기는 해요. 근데 분위기가 사이보그라 ㅋㅋㅋㅋㅋㅋ 저 사이보그단발머리로 갔습니다^^ 청개구리건수하님!

건수하 2023-09-08 19:39   좋아요 1 | URL
할머니의 여름휴가, 당근유치원, 안녕, 눈아이, 그리고 한두 권 정도 더 본 것 같아요. 당근 유치원이랑 할머니의 여름휴가를 특히 애들이 좋아하더라고요 ^^

제가 여호수아기까지 읽고 포기했던 걸로 기억합니다… 그 뒤엔 좀 재밌나요? :)

저는 영장류 건수하로 해볼까요? ㅋㅋㅋ

단발머리 2023-09-07 14:5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여러분! 죄송요 ㅋㅋㅋㅋ
서재에는 띄어쓰기 한 걸로 뜨고
북플로는 붙여쓴 걸로 뜨는데 ㅋㅋㅋㅋㅋㅋ

사이보그 단발머리
사이보그단발머리

밑에가 나아요. 그죠? 🤪🤪🤪

다락방 2023-09-07 16:15   좋아요 2 | URL
저 띄어쓰기 했는데 가서 다시 붙일수 있나 봐야겠네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단발머리 2023-09-07 16:48   좋아요 0 | URL
붙이는게 나아요.
사이보그다락방😘

난티나무 2023-09-07 21:0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영사여단발머리 😏

단발머리 2023-09-08 17:41   좋아요 1 | URL
어머! 이것도 좋네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러나 저는 사이보그로 다시 태어나 ㅋㅋㅋㅋㅋㅋ사이보그단발머리!!

책읽는나무 2023-09-07 21:0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영장류 단발머리랑 사이보그 다 맘에 드는데요. 전 영장류 단발머리 1번에 소신있게 한 표입니다.^^

수박 수영장 76쇄에 저도 가담했군요.ㅋㅋㅋ
그림책 예뻐서 작년 여름인가? 샀었어요.
덕분에 초등 조카 울 집 왔을 때 읽어줬었구요. 고모라면 집에 갈 때 읽으라고 선물 줬어야 했지만 전 그런 고모가 아녀서 제 책장에 고이 모셔놓았습니다.ㅋㅋㅋ
그래서 76쇄일까요?
어른도 뺏길 수 없는 그림책!!ㅋㅋㅋ
근데 수박 수영장 얘기 하는데 감시와 처벌도 24쇄 나갔대요.라고 응답하는 친구!!ㅋㅋㅋㅋ

단발머리 2023-09-08 17:44   좋아요 1 | URL
책나무님은 펀딩하셨는지, 하셨다면 뭐로 하셨을지 궁금합니다!!

수박 수영장이 집에 있으시다니 너무너무 부럽네요. 아이들이 이 책 너무 좋아해서 한 아이는 집에 가져가고 싶다고 하더라구요. 제가 학교 책이라 안 된다고 ㅋㅋㅋㅋㅋㅋㅋㅋ
머리 속에 푸코뿐인 그런 친구가 한 명 있습니다. 하하하!!!!!!!!!!

책읽는나무 2023-09-08 18:14   좋아요 1 | URL
펀딩하는 거 깜빡 잊고 있었네요.
금방 급하게 들어가 뭐로 하지?? 어떡하지?? 하다가 걍 도나짱 책나무로 적어서 제출했는데...카드앱 결제가 안되어 잠시 보류 중입니다.
이것은 사이보그로 대동단결하란 뜻인 건가? 잠깐 생각했네요.ㅋㅋㅋ
내일 다시 펀딩도전 하려구요.
도나짱
도나도나짱
사이보그
요 셋 중에서 고민 중입니다.ㅋㅋ

단발머리 2023-09-08 18:17   좋아요 1 | URL
아….. 도나짱도 괜찮네요!! ㅋㅋㅋㅋㅋㅋㅋㅋ 신선하고 좋은데여!
일단 다락방님 잠자냥님 저는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사이보그로 갑니다 사이보그단발머리 올림 ㅋㅋㅋㅋ

책읽는나무 2023-09-08 18:30   좋아요 1 | URL
사이보그 ㄷㄹㅂ
사이보그 ㄷㅂㅁㄹ
사이보그 ㅁㅁ
사이보그 ㅈㅈㄴ
요런 순으로 인쇄되겠군요?ㅋㅋㅋ
초성으로 인쇄되니까 늘 제가 꼴찌더군요?
억울합니다.ㅋㅋㅋ

아...연맹해야 하는 건가? 꼴찌를 벗어나야 하는 건가? 고민스럽네요.ㅋㅋㅋ

단발머리 2023-09-09 10:50   좋아요 1 | URL
저는 저번에 <다락방의 미친 여자>에서 알라딘 이웃분들 주르르~~~ 나오는 거 너무 좋기는 했어요 ㅋㅋㅋㅋ 하지만 원하시는대로 진행하셔야지요 ㅋㅋㅋㅋㅋ
글고 사이보그 시리즈는 띄어쓰기 ‘없이‘ 입니다 ㅋㅋㅋㅋㅋ 사이보그단발머리 올림 ㅋㅋㅋㅋㅋㅋ

책읽는나무 2023-09-09 17:42   좋아요 1 | URL
저도 사이보그책나무가 되었습니다.ㅋㅋㅋ
이번엔 모두가 사이보그로 대동단결!!!

단발머리 2023-09-09 18:24   좋아요 0 | URL







 
어떻게 이런 식으로 통치당하지 않을 것인가? - 푸코로 읽는 권력, 신자유주의, 통치성, 메르스 대안연구공동체 작은 책 - 인문학, 삶을 말하다
심세광 지음, 대안연구공동체 기획 / 길밖의길 / 201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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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저자는 프랑스 파리 10대학에서 <미셸 푸코에 있어서 역사. 담론. 문학>이라는 논문으로 박사학위를 받은 심세광이다.


심세광은 푸코가 권력을 군주의 권력, 규율 권력, 생명관리권력으로 나누어 설명했다고 보았다. 군주의 권력은 금지와 허용의 이분법적 구분으로 실행되는데, 한센병의 관리가 대표적인 사례다. (12) 규율 권력은 증상이 나타나지 않는 사람의 삶에도 개입하는 권력(13)으로 권력 행사의 대상이 되는 쪽에 조명이 비침으로 개인들의 모습이 가시적으로 드러난다(15). 생명관리권력은 확률과 통계를 도입함으로써 인구라는 개념을 만들어 냈는데, 가축을 돌보는 목자의 기술에서 비롯된 생명관리권력은 선제적인 예방 조치들에 집중(백신 접종)하면서 통계를 중시하는 행정을 통해 구성되는 권력으로 보았다(18).



<감시와 처벌>, 문제의 그 문단을 다시 읽어보자.



즉, 권력은 소유되기보다는 오히려 행사되는 것이며, 지배계급이 획득하거나 보존하는 '특권'이 아니라, 지배계급의 전략적 입장의 총체적 효과이며, 피지배자의 입장을 표명하고 때로는 연장시켜 주기도 하는 효과라는 것이다. 다른 한편, 권력은 '그것을 갖지 못한 자'들에게 다만 단순하게 의무나 금지로서 집행되는 것은 아니다. 권력은 그들을 포위공격하고, 그들을 거쳐 가고, 그들을 가로질러 간다. 권력은 그들을 거점으로 삼는데, 이것은 마치 권력에 맞서 싸우는 사람들이 권력에 대한 영향력을 거점으로 삼는 것과 같다. 바꿔 말하면, 이 권력의 이러한 관계들은 사회의 심층 속에 깊숙이 자리 잡은 것이지, 국가와 시민들 사이에 혹은 국가와 계급들의 경계 사이에 있는 관계들 속에 있는 것이 아니다. (<감시와 처벌>, 66쪽)

 


권력을 힘의 총체로서 보지 말 것, 즉 그것을 관계망으로써 이해해 보라는 푸코의 외침을, 나는 이미 접수했다. 내 관심은 권력을 갖지 못한 자들의 행위가 권력의 작동에 미치는 영향에 관한 것인데, 심세광은 이렇게 정리했다.



통치 행위 자체는 좋은 것도 아니고 나쁜 것도 아니다. 문제는 어떻게 현명하게 통치할 것인가, 또 어떻게 '참을 수 없는 통치' '전면적으로 예속화하는 통치'를 거부하고 '다른 통치'를 요구할 것인가이다. 그런데 '참을 수 없는 통치'에 대한 거부와 '다른 통치'의 요구 역시 타자에게 영향력을 행사하고자 하는 것이라는 점에서 바로 통치 행위에 다름 아니다. 그러므로 이 모든 과정을 선한 자' '악한 자'의 대결구도로 포착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어떻게 이런 식으로 통치당하지 않을 것인가?>, 45)



내가 알던 푸코는 <성의 역사>의 푸코였고, <말과 사물>의 푸코였다. 나는 최근에서야 세련되고 댄디하고 여유만만한 교수 푸코가 아니라, 거리의 투사 푸코를 알게 되었다. 이를테면 이런 사진 속의 푸코.







참을 수 없는 통치를 거부하고 다른 통치의 요구를, 푸코는 자신의 삶 속에서 실천했다. 이게 얼마나 어렵고 힘든 일인지. 대학을 나왔지만 이미 학력 인플레이션 대한민국 사회에서 가방끈이 짧은 나는, 감히 헤아릴 수조차 없다. 공부가 길어질수록, 사회적 지위가 높아질수록 핵심은 놓치고 말은 길어진다. 애매모호하게 말하고 그렇게 단순화할 수 없는 문제라고 말한다. 그래서요? 라고 나는 묻는다. 대답을 들을 수 없을 때가 많다. 답을 찾는 건 각자가 할 일이다. 답은 내가 찾아야만 한다. 이 일에 대한 답은.



용산 참사와 세월호 참사, 그리고 그 뒤 있었던 일련의 사태가 이를 잘 증거하고 있다. 앞서 이야기한 비판으로서의 통치, 통치로서의 비판을 위해, 그리고 통치자들을 우둔함 속에 빠뜨리지 않기위해 시민들은 정부로 인한 불의와 불행을 정부 측에 분명히 알릴 의무가 있다. 이제 시민들은 심정적인 차원의 분노와 슬픔은 시민의 몫이고, 대책을 세우고 실천하는 것은 정부의 몫이라는 진부한 역할분담 논리를 거부해야 한다. 정부와 통치자들이 독점하고 앉아 실정을 거듭하는 정치의 영역에 이젠 시민들이 비판하는 자의 자격으로, 타인을 배려하고 통치하고자 하는 자의 자격으로, 진실을 외치는 자의 자격으로 개입하고 참여해야 한다. (<어떻게 이런 식으로 통치당하지 않을 것인가?>, 62)




참을 수 없는 통치에 대한 거부, 다른 통치의 요구야말로, 피지배자인 내가 권력 중심에 들어서는방법이자 권력이 나를 거점으로 삼는 방식이다. 그런 실천이야말로 통치 행위에 다름 아니다’. 불의한 권력에 대한 거부와 다른 통치의 요구.



나는 오송 지하차도 사고, 정부의 부주의로 인한 이런 가슴 아픈 인재가 윤석열 정부 때문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하지만, 1029일 이태원에서의 참사는 지금 정부가 윤석열 정부이기 때문에 일어난 일이라고 생각한다. 문제는 사건이 발생한 이후다. 10. 29 참사는 물론이요, 오송 지하차도 희생자의 유가족들은 제대로 된 사과를 듣지 못함은 물론이요, 사고 발생에 대한 설명도 그에 대한 적절한 조사 결과도 아직 받아보지 못했다. 애도의 시간마저 송두리째 빼앗긴 가족들의 한이 하늘에 사무친다.




어떻게 이런 식으로 통치당하지 않을 것인가?



권력과 맞설 수 있는, 그런 힘을 가진 지식을 직접 생산해 냈을 뿐만 아니라 몸소 거리에서 자신의 지식을 실천했던 푸코의 말이기에 믿어주고 싶지만, 세상일은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




합법적으로 정권을 획득한 대통령과 수권 정당의 기만에 대해 그 폭압에 대해 무도함에 대해 뻔뻔함에 대해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란 도대체 무엇인가. 이토록 많은 사람이 거리에서 외치고, 부끄러워하고, 안타까워하는 일들을 적법한절차에 따라 민의의 반영 없이 밀어붙이는권력에 대해 무슨 일을 할 수 있단 말인가. 그들은 소유하고 획득한 그 무엇으로서 권력을 향유하고 있건만, ‘같이 만들어 가겠다는 내 생각은 주제 넘는 일이 아닌가. 불가능하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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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미 2023-09-05 16:23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어쩌면 이태원 참사 때 바로잡았어야 했는데 그걸 놓친 건 아닐까 생각했어요. 그 이후로 계속되는
무책임은 잘못 꿰어진 첫 단추를 외면한 결과가 아닐까 하고요.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켜야 하는
첫 번째 의무조차 이렇게 아무렇지 않게 방관하고 또 당당한 정부 어찌해야될지...

단발머리 2023-09-08 17:49   좋아요 1 | URL
저도 미미님 의견에 동의합니다. 이태원 참사 때 제대로된 진상 조사도 못 하고 애도도 못하고 지나갔던 일들이 이제 부매랑이 되어 돌아올 듯 합니다. 이 정부는 한계가 없어요........

독서괭 2023-09-05 19:04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오오 단발님의 푸코공부는 계속된다!! 저는 읽어도 어렵지만요.
참사는 언제든 일어날 수 있지만, 그 후의 과정에서는 사건을 바라보는 태도가 드러나는 법이지요. 이태원 참사를 기억이나 할런지 모르겠습니다...

단발머리 2023-09-08 17:50   좋아요 0 | URL
푸코 공부 얼른 끝내야 다른 책 읽을 수 있습니다! (불끈! 헉헉!)
행안부 장관 탄핵이 무효 되면서 더 당당해진거 같더라구요. 답이 있나요... 제가 보기엔 없습니다.

책읽는나무 2023-09-05 22:5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갑자기 생각납니다.
˝내가 지금 가봐야 달라지는 건 없다.˝
뭐든 손 놓고 관망만 하는...ㅜㅜ

단발머리 2023-09-08 17:51   좋아요 1 | URL
그럴려면 왜 대통령이 되었는지 도대체 알 수가 없습니다. 혹 그렇게 생각했다 하더라도 그렇게 대답할 수 없어야 되는 거 아닌가요? ㅠㅠㅠㅠ

공쟝쟝 2023-09-06 19:4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단발머리님의 파레시아....... ❤️❤️ (단순히 말하면 파레시아는 진실 말하기이다. 푸코의 파레시아(parrhesia)는 “마음의 솔직함과 개방, 말의 개방, 표현의 개방, 말의 자유”라고 정의된다.-검색복붙-) 용감한 말들이 많아져야하는 데, 말을 잃게 만드는 참담한 상황들만 계속되네요. 그래도 이런 글 자주 많이, 써주세요~!

단발머리 2023-09-08 17:52   좋아요 0 | URL
많이 자주 쓸려고 하지만 그것은 엄청 어려운 일이며...... 그래도 금요일 저녁 좋네요. 잠깐 숨 좀 돌리고요.
주말에 푸코 마저 읽으려고 책 가져 왔는데.... 아, 나도 하루키 읽고 싶네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나는 샬럿 브론테가 나한테 맞는다고, 나에게 맞는 소설가라고 생각한다. 나는 어두컴컴한 실내와 폭풍이 몰아치는 저녁과 끝없는 황무지를 사랑하고, 미친 듯한 집착과 멈추지 않는 광기와 그리고 간절한 애원에도 뒤돌아서는 그런 단호함을 사랑한다. 샬럿보다 더 어두운 영혼 에밀리 브론테의 내가 곧 히스클리프인 거야도 사랑한다. 물론 제인 오스틴의 반짝반짝함과 허위를 꼬집는 재치도 사랑하지만.   

 


<벨기에 에세이>를 읽는다. 일기를 쓰지 못하는(않는) 게으른 나는 부러워하며읽는다. 일기, 편지, 에세이 모음집을 읽는다. 앤 브론테의 목소리를, 에밀리 브론테의 목소리를 듣는다.


 

12시가 넘었다. 앤과 나(에밀리)는 말끔하게 챙겨 입지도 않았고, 침대 정리도 안 했고, 공부도 안 했지만 나가서 놀고 싶다. 우리는 저녁으로 삶은 쇠고기와 순무, 감자, 사과 푸딩을 먹기로 했다. 부엌은 잔뜩 어질러져 있다. 앤과 나는 나장조 피아노곡 연습을 끝내지 못했다. 태비(브론테가에 헌신했던 하인)는 내가 그녀 앞에 펜을 내려놓자마자 말했다. "거서 빈둥거리지 말구 감자나 좀 까?" 나는 "아이고, 아이고, 아이고 당장 하겠습니다요"라고 대답했다. 그러고는 바로 일어나서 칼을 집어 들고 껍질을 벗기기 시작한다 (감자 껍질은 다 벗겼다). (1834 11 24일 월요일)  

 


이 얇은 책에 선택된 일기 일부 중에 감자 껍질 벗기는 이야기가 얼마나 중요한지. 감자와 감자 껍질 이야기가 종종 나온다. , 에밀리, 샬럿이 감자 껍질 벗기는 에피소드. 버지니아 울프 산문선 1 <집 안의 천사 죽이기>에서 울프는 이렇게 쓴다.

 



















소설은 희곡이나 시보다 훨씬 쉽게 들었다 놓을 수 있다. 조지 엘리엇은 작품을 쓰다 말고 아버지를 간호했다. 샬럿 브론테는 글 쓰던 펜을 내려놓고 감자 싹을 도려냈다. 여성은 공용의 거실에서 사람들에 둘러싸여 살았던 만큼, 인물을 관찰하고 성격을 분석하는 데 눈이 뜨였다. 그녀가 받은 훈련은 시인이 아니라 소설가가 되기에 적합한 것이었다. (<집 안의 천사 죽이기>, 54)



돌봄 노동과 가사 노동은 여성의 삶을 얼마나 옥죄었던지. 글쓰기를 전문으로 하는 여성도 피해 갈 수 없는 효도의 의무와 식사 준비. 간호와 감자 껍질 벗기기. 자신이 먹을 것은 자신이 준비하는 게 윤리적이다. 그게 이 세상에 태어난 사람이 지켜야 할 최소한의 예의라고 생각한다. 문제는 그 윤리가, 그 예의가, 그 책무가, 그 의무가 여성에게만 부여된다는 데 있다.

 

 



 













지난주 금요일에 <The Bronte Sisters>의 중고 등록 알림이 왔다.  ‘중고 등록 알림을 배운 지(?) 얼마 안 되어 무척 놀라기도 했고 기쁘기도 했다. 네 권에 3만원이라니 이건 뭐, 바로 구매 각이다. <Villette> 원서로 가지고 있고, <Wuthering Heights>은 물론이요, <Jane Eyre>는 원서만 두 권이고, 이북도 다 있지만, 어머 이건 사야 해! 이렇게 촐랑대다가 다른 책이랑 같이 구입한다고 잠시 한눈파는 사이에 그만 판매종료되고 말았다. 이 책만 바로 결제했어야 했는데. 이 귀한 책 구매하신 이웃님! 누구신지 모르겠지만 매우 축하드립니다. 제가 많이 부러워하고 있어요.

 
















슬픔이 폭풍처럼 몰아치고 있을 때, 갑자기 내가 엄청 두꺼운 브론테 책을 가지고 있었다(?)는 기억이 밀려온다. 그래? 나한테 브론테 책이 있어? 사진첩에 들어가 검색에 ‘bronte’라고 쓴다. ! 맞아! 내가 이 책을 샀네. 친절하기도 하셔라, 2022 1 12일이구나. 근데 이 책 어디 있지? 어디 갔니, 브론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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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수하 2023-08-27 19:5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앗 아쉽습니다. 이웃님이 아닐지도요… ^^

단발머리 2023-08-27 20:11   좋아요 1 | URL
일단 수하님 아니시고요 ㅋㅋㅋㅋ 한 분 패쑤!!! 🤪

건수하 2023-08-27 20:20   좋아요 1 | URL
그럼요! 저는 원서는…. 😵‍💫

단발머리 2023-08-27 20:21   좋아요 1 | URL
🤣🤣🤣전 일단 구입만 ㅋㅋㅋㅋ

독서괭 2023-08-27 20:1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오 사진이 멋져요! 왼쪽 그림은 무슨 그림인가요?
저도 아뉩니다 ㅋㅋ
감자껍질 벗기기 ㅠㅠ <나의 사랑스러운 방해자>에도 창작에 끊임없이 방해당하는 얘기들 나오던데요 ㅠㅠ

단발머리 2023-08-27 20:29   좋아요 1 | URL
왼쪽 그림은 친구가 큰 사이즈 작은 사이즈 선물해 준.... 제가 앞으로 꾸미고 싶은 어떤 방의 모습입니다^^
그러나 현실은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나의 사랑스러운 방해자> 저도 가지고 있는데 엄청난 방해가 예상되고 있습니다. 사랑스러운데 방해하는 아가들....

잠자냥 2023-08-27 20:2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런 제가 좀 빨랐군요?!

단발머리 2023-08-27 20:29   좋아요 0 | URL
헐? 진짜요? 진짜에요????????????????

잠자냥 2023-08-27 20:38   좋아요 2 | URL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에이 아시면서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이런 장난 한번 해보고 싶었습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단발머리 2023-08-27 20:40   좋아요 1 | URL
아아아앙아ㅏ아아앙 저 사진 좀 올려주세여~ 댓글 달려고 대기 중이었는데 ㅋㅋㅋㅋㅋㅋㅋ 수하님 패쑤 독서괭님 패쑤 잠자냥님 패쑤 ㅋㅋㅋㅋㅋ 당신은 누구십니까…..

다락방 2023-08-28 08:3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 사진도 너무 멋있고 글도 너무 좋습니다. 저는 단발머리 님이 브론테 자매를 좋아하고 그걸 확신하며 말할 수 있다는 지점에서도 너무 좋아요. 저는 자신이 좋아하는 것에 혹은 그 일에 부끄러움이 없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누군가를 무언가를 좋아한다면 거기에는 나만의 고유한 이유가 있다고 생각하는 편이에요.

저느 이 글 읽으면서 단발머리 님이 생각하신 것처럼 ‘나에게 맞는‘ 작가가 누구인가 생각했는데 현재는 ‘줌파 라히리‘만 생각납니다. 크 -

단발머리 2023-08-30 20:48   좋아요 0 | URL
저는 브론테를 좋아합니다. 폐쇄된 공간, 환경 속에서 가족 밖에 없었고 더 이상 만날 사람이 많지 않았던 넉넉치 않은 생활의 브론테 자매, 남매들이 이룩해낸 업적을 존경합니다. 그 꼿꼿함을, 대담함을, 끈질김을 저는 사랑합니다.

다락방님께는 진짜 ‘줌파 라히리‘가 딱이네요. 그리고 이승우. 그리고 리 차일드.......
 



















지난주에는 정말 오랜만에 독서 모임 언니들을 만나기로 했다. 갈 사람들의 등을 떠밀어 서둘러 보내고, 빨래를 돌리고, 동작을 건너 뛰어가며 45분짜리 요가를 20분 만에 끝내고, 설거지를 하고, 빨래를 꺼내고 일부를 건조기에 넣고, 그리고 청소기를 한 바퀴 돌린 후, 샤워를 하면 나갈 수 있겠다 싶었다. 건조기에 들어갈 옷과 옷걸이에 걸어야 할 옷을 분리하면서, 나는 이 일을 모두 끝내야 언니들을 만나러 갈 수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서두르자, 얼른. 서둘러! 이 일을 다 끝내야 놀러 갈 수 있어. 팥쥐 엄마 없는데도 나는 콩쥐인가. 신데렐라도 아니면서 이 모든 일을 끝내야만 나가 놀 수 있다니.

 


 




오늘 퇴근하고 나서는 커피를 한입에 털어 넣고 엄마표 가지전을 씹으며 세탁기에 빨래를 넣었다. 아침에 깎아 둔 복숭아를 먹고 나서 바로 청소기를 꺼냈다. 청소기를 한 바퀴 돌리고 나면 빨래가 다 되었을 테고, 빨래를 꺼내 건조기에 넣고, 샤워를 하고 나면, 나는 다시 놀러 나갈 수 있을까.

 

 



<광기의 시대, 소통의 이성>을 읽고 있다. <감시와 처벌>로 가는 길이 이토록 머나먼 길인지 몰랐도다. 푸코에게 가는 길에 품이 이렇게 많이 들 줄 몰랐도다. 이틀 동안 읽고 이 문단을 주웠다.

 


푸코는 지식을 점진적으로 발전하는 연속적 실체로 보지 않는다. 다음으로 푸코는 지식을 이성적 사유 행위의 결과로 보면서 그 지식에 보편적 진리의 자격을 선험적으로 부여하는 계몽주의적 논리를 거부한다. 푸코에게 지식은 이성적 사유의 힘에 추동된 것도, 보편적 진리도 아니다. 그것은 오히려 시대에 따라 뚜렷한 차이와 단절을 보이는 불연속적인 것이며, 순수한 이성적 사유가 아니라 당대의 다양한 물질적, 비물질적 조건들의 결합으로 만들어진 것이다. 지식은 결코 시대를 뛰어넘어 절대적이고 보편적인 진리가 될 수 없는 것이다. (119-120)

 



지식은 결코 시대를 뛰어넘어 절대적이고 보편적인 진리가 될 수 없다는 푸코의 지식에 대한 관념은 페미니즘에 닿을 수밖에 없다. 여성은 생물학적으로 남성보다 열등하다는 생각, 여성은 천성적으로 모성에 적합하다는 통념, 여성은 성적으로 소극적이라는 믿음, 이러한 지식과 지식들은 그러한 지식이 만들어진 시대 상황 속에서진리로 작동한다. 여성은 남성보다 감정적이고 비이성적이라는 주장에 대해, 페미니즘은 아니야, 여성도 남성만큼 이성적이야라고 응대하지 않는다. ‘그 말을 한 사람이 누구야?’라고 묻는다. 그 지식이 만들어진 시대를 묻고, 그 지식이 사회와 문화, 종교와 관습에 의해 만들어진것임을 논증한다.

 

 



부지런히 읽어도 끝나지 않는 머나먼 길. 내게는 자갈치가 있으니. 푸코 헤어스타일을 참고해 일부러 고른 것은 아니었음을. 굳이 밝혀 두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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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괭 2023-08-25 09:45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푸코헤어스타일과 자갈치 ㅋㅋㅋㅋㅋㅋ 빵 터집니다 ㅋㅋㅋㅋㅋ
아휴. 그 많은 일 해치우고 잘 놀러 나가셨겠죠? 신데렐라가 따로 없네요. 토닥토닥.

단발머리 2023-08-26 19:39   좋아요 1 | URL
자갈치가 2+1이라 사왔더니 아직도 남아있네요. 즐겁습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 많은 일을 해치우고 저는 매우 즐겁게 놀다 왔습니다. 간만에 힐링 타임을 가졌지만 중간중간 갖게 되는 ‘열변의‘ 페미니즘 모먼트 ㅠㅠㅠ 그에 더해 한결같은 맘으로 직장맘들 존경합니다!!
맛있는 거 먹고 쉬는 일, 혼자 시간을 보내는 일.... 놓치지 마세요. 저도 그럴게요!!!

다락방 2023-08-25 11:5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푸코 멋있어 보여요! 그건 아마도 뒤의 책장 때문이 아닐까 싶습니다. 책 가득가득한 책장안에 폭 들어가 있는 푸코!!
역시 제 책구매는 아직 멀었다느 생각을 합니다.

저는 너무 어려워서 읽기를 다시 시도하지 않는 푸코이지만, 단발머리 님 화이팅 입니다!! 단발머리 님은 Hal Su It Da!!

단발머리 2023-08-26 19:41   좋아요 1 | URL
물론입니다. 뒤메질과 푸코는 책정리에 극과 극을 보여주지만, 중요한 건 우리의 책구매는 아직도 멀었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저도 오늘 책을 주문(?)하였으며 ㅋㅋㅋㅋㅋㅋㅋㅋ

너무 어려워도 성의 역사 완독하신 분이여서 제가 존경하고 사랑합니다. 화이팅은 감사해요. 화이팅 없으면 못 읽어요 ㅠㅠㅠ 히잉
 






 














방학 내내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과 씨름하고 있던 큰아이는 책을 사 준다면 열심히 읽겠다 큰소리를 쳤다. 최근에 쟝님이 추천해 준 <기억의 뇌과학>을 살짝 권했지만 자기는 이 책이 더 좋겠다 해서 그래라 그럼, 하면서 큰아이가 고른 <천 개의 뇌>을 구입해 주었다. 잘 보이는 곳에 진열되어 있었는지, 아롱이는 느닷없이 <현대사상입문>을 읽고 싶다고 했나 보다. 큰아이가 그 책은 집에 있어, 엄마 책, 이라고 말해서 아롱이는 책(구입) 없이 집으로 돌아왔다.

 
















큰아이는 1학기 때 기숙사에 있어서 집에는 주말에만 왔고, 나는 저 책을 주로 회사에서 읽었는데, 쟤는 언제 내가 저 책을 읽었던 걸 봤을까. 집에 오자마자 책을 찾던 큰아이는 <현대사상입문>을 아롱이에게 건넨다. 책을 손에 든 아롱이의 눈빛이 묘하다. 나란히 서서 책을 펼치며 큰아이가 말했다. 엄마는 진짜 베스트셀러 많이 읽어. 교보에 엄마가 읽던 책 많더라고.

 


아이야, 엄마가 베스트셀러만 읽는 건 아니란다. 그러니까 엄마는 이 책을 샀는데 말이지.

 


















지지난 주부터 <감시와 처벌>을 읽고 있다. 나는 '이해란 핵심을 찾아내는 능력이라고 생각한다. 줄여 말할 때의 위험에 충분히 동의하지만, 핵심의 도출, 요지의 산출이 그런 위험을 감수할 만하다고 생각한다. 내 생각에, 이 책의 요지는 이 문단이다.

 


, 권력은 소유되기보다는 오히려 행사되는 것이며, 지배계급이 획득하거나 보존하는 '특권'이 아니라, 지배계급의 전략적 입장의 총체적 효과이며, 피지배자의 입장을 표명하고 때로는 연장시켜 주기도 하는 효과라는 것이다. 다른 한편, 권력은 '그것을 갖지 못한 자'들에게 다만 단순하게 의무나 금지로서 집행되는 것은 아니다. 권력은 그들을 포위공격하고, 그들을 거쳐 가고, 그들을 가로질러 간다. 권력은 그들을 거점으로 삼는데, 이것은 마치 권력에 맞서 싸우는 사람들이 권력에 대한 영향력을 거점으로 삼는 것과 같다. 바꿔 말하면, 이 권력의 이러한 관계들은 사회의 심층 속에 깊숙이 자리 잡은 것이지, 국가와 시민들 사이에 혹은 국가와 계급들의 경계 사이에 있는 관계들 속에 있는 것이 아니다. (66-7)

 


이 문단을 여러 번 반복해서 읽었다. 권력이 지배 계급의 특권이 아니라 지배 계급의 전략적 입장의 총체적 효과라는 말은 이해가 되는데, 권력이 그것을 갖지 못한 자들을 포위 공격하고, 거쳐 가고, 가로질러 간다, 는 말이 좀 어려웠다. , 권력이 지배 계급의 으로서만이 아니라, 피지배계급의 입장을 표명하고 연장하는 효과로 작동한다는 게 무슨 말인지 잘 모르겠다 싶었다. 마침 10년 전에 이 책을 읽었다고 주장(?)하는 사람이 마주하고 있어서, 이 문단이 이해가 잘 안된다, 이 책은 어렵다, 이런 평범하고 무난한 불평을 늘어놓았다. , 번역 문제도 있고. 그런 경우 원서로 읽는 게 나을 수도 있어. 불어로? (나 불어 읽을 수 있는 사람이야? @@) 아니, 왜 불어로 읽어, 영어로 읽어야지. 그렇지? 영어로 읽어야겠지? 그래서, 나는 빛의 속도로 <Discipline and Punish : The Birth of the Prison>을 주문했고. 책이 도착하자마자 저 부분을 펼쳐서 읽어보았다.




 













 





천천히 읽었다. 이건 내 숙제가 아니고 과제도 아니고. 나는 급하지 않으니까. 혹시, 혹시나 내가 이해할 수 있을까 하는 기대감에. 그러나, 한글 번역은 거의 완벽에 가까운 직역이어서 어디 하나 고칠 곳이 없었고, 그 문장을 그대로 이해하면 충분한 것이었으며, 그게 바로 한글 번역본이었으니. 다시 찾아온 절망.

 



 












에 굴하지 않고, 광화문 교보문고에 딱 한 권 남은 <미셸 푸코의 <감시와 처벌> 읽기>를 구매했다. 나는 더 이상 후퇴할 곳이 없었고, 후퇴할 생각도 없었으니. 그러나, 빠밤!

 


권력은 소유되기보다는 오히려 행사되는 것이며, 지배계급이 획득하거나 보존하는 '특권'이 아니라, 지배계급의 전략적 입장의 총체적 효과이며, 피지배자의 입장을 표명하고 때로는 연장시켜 주기도 하는 효과라는 것이다. 다른 한편, 권력은 '그것을 갖지 못한 자'들에게 다만 단순하게 의무나 금지로서 집행되는 것은 아니다. 권력은 그들을 포위 공격하고, 그들을 거쳐 가고, 그들을 가로질러 간다. 권력은 그들을 거점으로 삼는데, 이것은 마치 권력에 맞서 싸우는 사람들이 권력에 대한 영향력을 거점으로 삼는 것과 같다. 바꿔 말하면, 권력의 이러한 관계들은 사회의 심층 속에 깊숙이 내려가 있는 것이다. (25-6)

 

 

25-6쪽은 <감시와 처벌>에서 내가 핵심이라고 생각하는 문단의 해설인데, 저 마지막 문장을 제외하고는 똑같다!!’ . 어쩌란 말인가. 절망했으되 포기를 모르는 나는, 다시 돌아간다. <현대사상입문>이다. 읽었지만 또 읽는다.  <3. 푸코 : 사회의 탈구축>  

 




김치냉장고 위에 푸코 올려놓는 사람이 이 지구상에 많지는 않을 거라 짐작한다. 김치 냉장고(식민 시대의 잔존을 청산하지 못한 비극적 분단국가인 대한민국 국민의 필수품) 위에(‘내 책상을 가지고 있지만 열대기후 시대 에어컨 문제로 아이들에게 단기 대여해서 현재 책상 없으니 어쩔 수 없이, 여기) 푸코(나의 숙제이며 또한 과제) 올려놓고 사진 찍는 사람도 흔하지는 않을 것이다. 한국인이며 서울 시민이고, 여성이며 기독교인이고, 주부이며 이제 노동자이기도 한 나의 푸코 읽기. 권력은 어떻게 작동하는가. 나는 그것이 궁금할 뿐이다.

 

 






얘들아. <현대사상입문>을 베스트셀러라고 할 수 있을지 없을지는 모르겠지만, 엄마가 베스트셀러만 읽는 건 아니란다. 그러니까, 그건 아니야. 그게 아니긴 한데, 완전 아니라고 할 수는 없겠지만. 그래도 아니긴 아니란다. 아니야, 그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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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이 2023-08-22 15:3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제가 만난 어떤 분도 이 책 읽고 계시더라구요. 우와, 푸코 영어로 읽어, 멋지다.

단발머리 2023-08-22 17:39   좋아요 0 | URL
끝까지 다 읽겠다는 말은 안 했습니다, 진짜에요. 확실합니다 ㅋㅋㅋㅋㅋㅋㅋ

바람돌이 2023-08-22 15:3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단발머리님네 베스트셀러는 기준이 달라요. 너무 너무 훌륭해요. 누가 현대사상입문을 베스트셀러라고 할까요? 그걸 베스트셀러로 취급할 수 있는 단발머리님댁은 우리나라 교양수준을 확 끌어올릴거예요. 모두가 본받아야 해요. ^^
이 글 읽으니 평소 심도있는 단발머리님 글이 어떻게 나오는지 알겠습니다. 공부는 이렇게 해야지요. 책 읽다가 모르는 문장 나오면 어쩌라구 하면서 오늘의 저를 또 반성하게 합니다. ㅠ.ㅠ

단발머리 2023-08-22 17:43   좋아요 0 | URL
<현대사상입문>이 베스트셀러는 아니겠지만서도 저희집이 그런 중차대한 역할을 하고 있다 믿어주셔서 제가 정말 감사합니다.
제가 친구들과 푸코 읽기를 하고 있거든요. 저는 딱 두 권‘만‘ 읽으려고 계획 중입니다. <감시와 처벌>이랑 <광기의 역사>인데요. 처음부터 삐그덕거리니 여기저기 기웃거리네요. 좋게 봐주셔서 감사해요, 바람돌이님!!

건수하 2023-08-22 18:34   좋아요 1 | URL
제가 아래 단 댓글도 이런 뜻이었어요. 단발머리님 댁은 왜 출판계가 어려운지 모를 것이다… ^^

단발머리 2023-08-22 18:44   좋아요 0 | URL
알게 되어야 합니다. 단발머리네집도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

건수하 2023-08-22 15:4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영어가 조금 더 직관적인 것 같기는 한데.... (먼 산).
<감시와 처벌> 읽기를 보루로 장만해뒀지만...


얘들아, 교보문고에 베스트셀러만 있는 건 아니야. 거긴 책이 엄청 많잖니. 그게 다 베스트셀러면 출판계가 왜 어렵겠..
(왜 출판계가 어려운지 이해가 안 되지?)

단발머리 2023-08-22 17:46   좋아요 1 | URL
영어 원서를 중심으로 읽어볼게요, 라고 댓글을 달고 싶지만 ㅋㅋㅋㅋㅋㅋㅋㅋ 읽는데까지 읽어보겠습니다.

큰아이 말로는 베스트셀러 코너가 아니라 가운데 넓은 통로에 놓여 있다고 해요. 교보문고에서 밀고 있는 힙한 책들을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거기 있는 책들 다 베스트셀러였음 좋긴 하겠어요. 더 많이 팔려야 좋은 작가들 많이 나오고.... 선순환...

2023-08-22 15:43   URL
비밀 댓글입니다.

단발머리 2023-08-22 17:50   좋아요 1 | URL
세상에.... 여러분!! 제게는 <감시와 처벌> 불어판을 확인해주는 친구가 있습니다. 비댓으로 하시면 어떡해요? 그럼 저만 공부되잖아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말씀하신 부분은 아마도 ‘피지배자의 위치를 보여준다 그리고 (지배자가 고정시킨(?)) 그 위치를 다시 만들어낸다’ 정도의 의미인 듯합니다. 그러니까 권력을 행사하는 자들이 피지배자의 포지션을 정해버리고 그걸 재생산-유지한다는 뜻 아닐까요?

귀한 댓글에 저의 이해도가 55% 상승되었음을 알려드립니다. 매우매우 심히 감사드립니다!!


다락방 2023-08-22 15:4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그 상황에서 책 없이 집으로 돌아오다니. 저였으면 그러면 다른 책을 다시 골랐을 것 같은데요. 기어코 득템하리라! 하는 마음으로다가 ㅋㅋㅋㅋㅋ 역시 제 욕심은 …

단발머리 2023-08-22 17:51   좋아요 1 | URL
책에 욕심 없는 1인은 이미 가슴팍에 뉴진스를 품고 있어서요. 하니로도 충분했던 거 아닐까 싶습니다.
참고로 집에 돌아와서 책을 펴고는 ‘흠....‘ 이라는 한 마디만 남기고 책은 펼치지 않았다는 소식입니다.

잠자냥 2023-08-22 15:4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단발머리님 김치냉장고 위에는 푸코가 있군요? 즤집 김치냉장고 위에는 2호가 있습니다.
아침 출근할 때 거기 있던데 지금도 있을 듯 ㅋㅋㅋㅋ

얘들아, 근데 베스트셀러조차 안 읽는 엄마들도 많단다;;;;

단발머리 2023-08-22 17:53   좋아요 2 | URL
아.... 김치냉장고 위의 2호라면, 푸코의 불어판이 오더라도 당장 자리 비켜줘야지요. 잠자냥님 댁은 좌석 지정제로 운영되나요?
아니면 한결 같은 마음으로 집사님들을 기다리는 걸까요? ㅋㅋㅋㅋㅋㅋㅋ

베스트셀러라도 읽는 엄마들이 더 많아져야겠다 생각하다가.... 책 제일 많이 사는 연령층이 3,40대 여성이라는 생각이 들기는 하네요. 출판계의 큰손들 ㅋㅋㅋㅋㅋㅋㅋ

건수하 2023-08-22 19:54   좋아요 3 | URL
그것은 애들책 문제집 때문에 그렇다고 하던데요… ㅠㅠ

책읽는나무 2023-08-22 20:44   좋아요 2 | URL
수하 님..ㅋㅋㅋㅋ
근데 맞을지도 모르겠네요.
30대 때는 애들 그림책,동화책
40대 초반까지는 애들 문제집...
저도 그랬던 것 같아요.ㅋㅋㅋ

단발머리 2023-08-22 21:14   좋아요 2 | URL
그럼에도 불구하고 ㅋㅋㅋㅋㅋ 여성들이 남성들보다 책을 많이 읽는 건 사실인 거 같아요. 문학 인문학 쪽도 그럴 거구요. 남자들이 자기계발서를 더 읽는 거 같기는 한데, 그래도 전체적으로는 여성들이 남성들보다 많이 읽는다고 알고 있어요.
기사 검색하다가 못 찾고 터덜터덜 돌아오는 중...... ㅠㅠㅠ

거리의화가 2023-08-22 16:4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글쎄요. 저 책이 베스트셀러인가?싶긴 합니다만(알라딘에서는 사회과학 23위군요! 하지만 제가 보기엔 저 입문이라는 글자에 궁금해서 사보시는 분들도 많을 거란 생각이...)!
지금까지 단발머리님께서 올려주시는 책들을 보면 대부분이 논리적 사유와 성찰이 필요한 것이었던 걸로 기억합니다. 오늘만 해도 <감시와 처벌> 저 책은 푸코의 대표작인데 책에서 이해 안가는 부분을 체크하고 원서를 뒤져 확인하고 생각하고 다시 다른 책을 뒤지는 과정들은 열의와 정성이 필요한 과정이지요. 공부가 그리 단순하다면 어찌 공부가 되겠습니까^^; 아무튼 단발머리님의 책 읽기는 늘 본받을 점이 많아요. 계속 응원합니다!ㅎㅎ

단발머리 2023-08-22 18:18   좋아요 1 | URL
저 책을 베스트셀러라고 볼 수는 없을 듯해요. 근데 저희집 아이들은 엄마가 ㅋㅋㅋㅋㅋ 쉽고 가벼운 이를 테면 ‘베스트셀러‘를 읽는다고 ‘생각‘하는 거 같아요. 아이들이 그렇게 생각한다고 해서, 제가 막 ˝아니야!!!!˝ 이렇게 외칠 수는 없고ㅋㅋㅋㅋㅋㅋ 저는 그럴 때, 그래 가벼운(?) 베스트셀러야, 편하게 읽어, 이렇게 말하기는 합니다.

저는 학교 다닐 때 열심히 공부하던 사람이 아니고 또 공부를 잘했던 사람도 아닌지라 ‘헤매이고 헤매이는‘ 시간이 많습니다. 목표가 없으니 더 그렇다는 생각도 들고요. 어설프고 부족한 저의 공부법을 응원해주시는 마음이 그대로 전해져서 막 뭉클합니다.
감사합니다, 거리의화가님!

건수하 2023-08-22 16:5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단발머리님 <감옥의 대안>이 2월에 나왔는데 이게 더 쉽다고, <감시와 처벌>이 너무 어려우면 일단 이거부터 읽으라고 하는 글을 방금 보았습니다 (...)

단발머리 2023-08-22 18:28   좋아요 1 | URL
가격이 착하네요. 구입할까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앗! 도서관에 있네요. 일단 도서관 책으로 읽어보겠습니다 (불끈!) 너무 감사해요, 수하님 짱!!

건수하 2023-08-22 18:43   좋아요 1 | URL
그러고보니… 핵심 문장을 파악하셨다는 것은 거의 읽으셨다는 뜻이군요… 그러면 저 책은 꼭 안 보셔도 될 것 같은데 ^^;;

단발머리 2023-08-22 18:45   좋아요 1 | URL
아니요, 수하님 ㅠㅠㅠ 저 이제 막 30% 지점 통과했습니다.
제 생각에는.... 이 문장이 핵심 문장인 거 같다고 현재에 판단하고 있습니다. 아닐 수도 있을 확률이 ㅋㅋㅋㅋㅋㅋㅋ
매우 높을 수도 있겠습니다!!

달자 2023-08-22 17:4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자녀분들께세 단발머리님의 독서 취향을 너무 모르시는 건 아닐런지~~ 베스트셀러‘만‘이라니 ㅎㅎ 깊은 독서를 하시는 단발머리님의 독서 습관 본받고 싶습니다!

단발머리 2023-08-22 18:29   좋아요 1 | URL
자녀들은ㅋㅋㅋㅋㅋㅋ 저의 독서 취향을 잘 알고 있습니다. 알라딘에 리뷰를 올리지 않는(못하는) 다른 책들에 대해서도요.
좋은 말씀 해주셔서 몸둘 바를 모르겠네요. 계속 정진하겠습니다! 뽜야!!

은오 2023-08-22 18:3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원서 사서 비교하고 번역엔 문제 없구나 하는 단발님 멋있어서 기절.. 얘들아 아니 자녀분들, 단발님을 제게 주십시오.
ㅋㅋㅋㅋㅋㅋㅋ

단발머리 2023-08-22 19:46   좋아요 0 | URL
우리집 애들은 그러게ㅋㅋㅋㅋㅋ 왜 그럴까 말입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

공쟝쟝 2023-08-22 19:01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단발머리님, 공부 잘하시는 분. 해당 문장에 별표. 형광펜. 밑줄. 가로 인덱스. 세로 인덱스. 모든 페이지를 통틀어 가장 많은 글씨들이 적혀있다는 것을 소신 알리오며. 저는 이런 문장들을 적어두었습니다.

푸코의 권력관으로 현실 세계를 이해하려면........ (사실 윗 문단의 번복인데요) ‘특권‘을 찾기 보다는 ‘관계망‘을 찾아내야 함. (저는 이 관점을 페미니즘 공부하고 정희진 책을 읽으며 직관적으로 이해했고요, 그건 참 인간을 낯설게 하고 무섭게 하더라고요. 그때 일기를 많이 썼습니다.. 모든 관계가 힘(권력)으로 보이거든요. 특히 부모-자식 관계와 사랑이말이지요.)
권력은 단순하게 의무나 금지로서 집행되는 것이 아니다 -> 친밀함, 설득, 협박, 좋아요, 영향력을 미치는 식으로 행사!

마지막으로 이런 문장을 적어뒀습니다. *권력을 ‘내면화‘하면 질서를 재생산하는 사람이 된다. 권력은 일면적인 것이 아님.* 이건 아마 제가 등록한 푸코 수업에서 선생님이 말씀 하신거 같아요.

그리고 사실 정말로 중요한 건 제 생각에는 뒷 페이지인데요.
<68p. 요컨대 ~ 69p.것이다.> 까지요. 저는 그 문단 읽다가 울컥했어요,
권력에대해 이해하기 위해 푸코가 포기해야한다고 말한 관념들을 적어보겠습니다. <폭력과 이념 대립, 소유권의 은유, 계약의 모델, 정복의 모델, 이해관계가 있는 것과 이해관계가 초월한 것과의 대립, 인식의 모델, 주체의 우월성.> 그러니까 이런 (근대적)사고방식을 우리가 포기할 수 있을까요? 포기해보자를 염두에 두고 읽어가긴 합니다.

이렇게 적으니까 불친절하네요.
같이 읽자고 한 사람이니까 친절하게 조금 더 해설된 책 텍스트 쳐서 가지고 올게요. 출처는 <처음읽는 프랑스 현대철학 미셸 푸코> 부분입니다. 이 책 재밌어요. 저는 모든 각종 해제들을 통틀어서 이 해제(?)가 가장 이해하기 수월했습니다.

264
푸코는 기존의 권력관이 자유주의와 사회주의를 막론하고 모두 권력을 하나의 실체, 하나의 *소유물*로 바라보는 관점이라고 비판합니다.
우선 권력이 실체가 아니라 함은, 기존의 국가 혹은 정당 단위의 거시적 정치만이 진짜 정치라고 바라보는 관점에 대한 비판입니다. 거시적 실체적 권력관에서 중요한 것은 국가의 전복 및 혁명 혹은 대통령 바꾸기와 같은 거시적 차원의 정치고, 개인의 정체성 투쟁, 가령 동성애, 장애인, 외국인, 여성주의 담론 등은 그에 종속된 것으로 이해됩니다. 그러나 푸코는 권력을 *근본적이자 미시적인 사소한 일상적인 것*으로 바라보기 때문에 이러한 거시적인 것에만 집중하는 관점은 하나의 오류라고 봅니다.
이에 관련된 또 하나의 오해는 이러한 푸코의 관점이 미시적인 작은 권력들에만 사로잡혀서 정작 중요한 권력의 거시적 차원을 방기한다 혹은 그러한 차원에 무력하다는 비판을 들 수 있는데, 이는 푸코의 미시 권력관에 대한 오해에서 기인하는 것입니다. 푸코의 미시 권력관은 미시적인 것에서 거시적인 것이 탄생한다고 주장하며, 거시적인 것은 이러한 무한하게 작은 미시적 권력들의 효과로서 드러나는 권력 현상의 *가장 가시적인 부분*이라고 말합니다. (중략) 거시정치를 바꾸려고 하는 동기나 이유 자체도 결국은 일상의 미시 정치를 바꾸고자 하는 관심에서 기인한다는 것입니다. (중략) 푸코가 권력-지식론을 통해서 수행하고자 하는 바는 정확히 *권력에 대한 이러한 경제주의적 관점을 벗어나고자 하는 것*입니다.

여기까지. 어딘가.. 익숙하죠?
˝가장 개인적인 것이 가장 정치적인 것이다˝ 우리의 페미온냐들이 말씀하셨습니다.
아..... 마지막으로 저는.. 이러한 권력관이....(어쩌면 낙관이며 비관인데요) 탄핵촛불 이후 한국 사회가 검토했어야하는 거라고 생각해요. 엄기호 선생님의 <리셋>에 나왔더라고요ㅎㅎㅎㅎㅎ

단발머리 2023-08-22 20:12   좋아요 1 | URL
˝푸코의 권력관으로 현실 세계를 이해하려면........ (사실 윗 문단의 번복인데요) ‘특권‘을 찾기 보다는 ‘관계망‘을 찾아내야 함. (저는 이 관점을 페미니즘 공부하고 정희진 책을 읽으며 직관적으로 이해했고요, 그건 참 인간을 낯설게 하고 무섭게 하더라고요. 그때 일기를 많이 썼습니다.. 모든 관계가 힘(권력)으로 보이거든요. 특히 부모-자식 관계와 사랑이말이지요.)
권력은 단순하게 의무나 금지로서 집행되는 것이 아니다 -> 친밀함, 설득, 협박, 좋아요, 영향력을 미치는 식으로 행사!˝

위의 문단을 읽으니까 조금 이해가 되네요. 제가 다시 풀어볼께요.

권력은 소유되기보다는 오히려 행사되는 것이며, 지배계급이 획득하거나 보존하는 ‘특권‘이 아니라, 지배계급의 전략적 입장의 총체적 효과이며, 피지배자의 입장을 표명하고 때로는 연장시켜 주기도 하는 효과라는 것이다. (66쪽)

; 권력은 하나의 실체가 아니고, 오히려 overall effects이다. 권력은 지배계급의 ‘소유물‘ 또는 ‘특권‘이 아니라 지배 계급의 전략적 입장이 만들어내는 ‘효과‘로 기능한다. (여기가 제가 어렵다는 부분.... ) 이러한 권력은 피지배계급의 입장을 표명하는 데에도 기능한다.

의문 ... 그렇다면 이런 구조, 이런 사회, 이런 문화의 총체로서의 권력이 작동하는데 피지배계급이 ‘동조‘ 내지는 ‘협조‘한다는 뜻인가. 권력은 일면적인 것이 아니라 하셨으니까요. 그런 권력의 작동을 원하는 주체에 지배계급 뿐만 아니라 피지배계급도 포함된다는 뜻인가. 아.... 그런 것 같기도 한데요. 윤석열이 우리나라의 최고권력으로 자리하는데에 기득권층 뿐 아니라 그렇지 않은 사람들의 요구가 있었으니까요. 우리는 그런 권력을 원했고, 그래서 그런 권력을 얻었다?!?!!!!!!!!!!!!

공쟝쟝 2023-08-22 21:02   좋아요 2 | URL
다시 정리하면 권력은 소유(쥐고 휘두르는 것)가 아니라 관계망이다. 어어....(최근에 푸코와 철학자들 이라는 책에서 마지막 심세광 선생님의 자기배려부분에서 읽어서 기억하고 있는데요.. 제가 이해한 바를 이야기처럼 풀면).. 권력이라는 그물이 촤라락~ 이렇게 펼쳐져 있으면 세상에 살고 있는 우리 모두는 그 망에 쌓여있어요. 일케일케 내가 옆에있는 사람이랑 같이 땡기고 욜케절케 움직여볼수 있다는... 뭐. 저항의 지점들은 언제나 있다는 이야기는 대충 그런 이야기고. 이 그물은 줄이 하나잖아요? 거미줄도 줄이하나이듯 ㅋㅋㅋ 부분들은 한 줄의 실로 엮여있는 거죠. ....... 하... 시각화 시키는거 싫은데.......(ㅋㅋㅋ) 시각화 시켜서 이해하면 좀 더 이해하기쉽죠 ㅋㅋㅋㅋㅋㅋ 언어로 아름답게 표현하고 싶으당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제가 좋아하는 희진샘의 표현은 이거예여. 권력을 다루는 것은 날선 장도의 꿀을 핥는 것과 같다. 달지만 조심해라. 혀 날라간다. 편협하게 읽고 치열하게 쓴다 <정희진 쓰기 3권>은 그런 푸코의 권력관을 샘 방식으로 소화해서 아름답게 써주셨더라고요. 그런데 푸코의 권력관을 이해하기 위해 또 이해해봐야하는 건 푸코의 몸에 대한 관점과 푸코의 인간에 대한 관점인거 같아요 ㅋㅋㅋ 끙... 공부는 끝이없고.... 긁적긁적...

단발머리 2023-08-22 21:18   좋아요 1 | URL
음음.... 읽으면서 쟝님 댓글 들여다보면서 찬찬히 살펴볼게요. 소유가 아니라 관계망이다. 근데 누구는 쥐고 흔들고 휘두르는 거 같던데요 ㅎㅎㅎ

공부는 끝이 없고 몸을 피곤케 한다고.... 제가 전에 그랬죠? 맞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독서괭 2023-08-22 19:0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워 <현대사상입문>이 베스트셀러예요? 깜놀~ 했는데 위에 댓글 보니 베스트셀러까진 아닌가 보네요 ㅎㅎ 아니 무려 <감시와 처벌> 읽는 엄마에게 베스트셀러만 읽는다고 하다니.. 아직 세상을 모르는군여 ㅋㅋㅋ
단발님의 이해하려고 파고드는 노력! 완전 멋집니다. 푸코는 제게 아직 너무 먼 당신이지만 저도 언젠가…..

단발머리 2023-08-22 20:21   좋아요 2 | URL
베스트셀러는 아닌데 좀 힙한 느낌이더라구요. 아주 잘 보이는 곳에 진열되어 있더라는 ㅋㅋㅋㅋㅋㅋㅋㅋ
엄마는 <감시와 처벌> 이외에도 다른 가벼운(?) 책들도 많이 읽고 있으며, 아이들은 그런 저의 현재를 알고 있습니다.
저에게도 너무 먼 당신입니다. 멀어요, 멀기는 ㅋㅋㅋㅋㅋㅋㅋ

책읽는나무 2023-08-22 20:5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을 읽는 큰 아이에겐 <현대사상 입문>책도 베스트셀러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어요.ㅋㅋㅋ
아이가 말하는 베스트셀러의 기준이 조금 다른 것 같단 생각이 들구요. 결론은 울 엄마 최고!의 눈빛을 쏘았을 것 같군요.ㅋㅋㅋ
우리들의 알라디너 2세들은 엄마의 책장이 보석장이란 걸 깨달아 뭔가 깊은 영감을 얻을 날이 올 것이란 생각이 듭니다.
저도 단발 님 본받아 울 집 김치 냉장고에도 저렇게 책을 멋지게 올려 놓아볼까..싶네요.
맨날 연체되어 독촉 문자 받고 있는 도서관 책들 뒤죽박죽 쌓아두고 다림질 할 옷들 쌓아두는 용도라 김치 꺼낼 때마다 옮기느라 귀찮아 죽겠는데 음....저렇게 멋있게....음....^^

건수하 2023-08-22 21:10   좋아요 2 | URL
김냉에 다들 다른 것들을 쌓아두시는군요… 전 먹을것 관련된 것들인데 ^^;;

책읽는나무 2023-08-22 21:15   좋아요 2 | URL
김냉 위엔 먹을 거 쌓아두는 게 정답이란 생각이 퍼뜩 듭니다.ㅋㅋㅋ

단발머리 2023-08-22 21:23   좋아요 2 | URL
책나무님 / 에궁 ㅋㅋㅋㅋㅋㅋㅋ 저희 아이들이 울 엄마 최고! 라고 생각했다기 보다는요. 엄마가 읽으니 나도 읽는다. 엄마가 읽으니 쉬워보인다. 저희집 애들은 그렇게 생각하는 거 같아요. 아주 가끔, 5년에 한 번 정도 집에 책이 많아 좋다는 이야기를 하기는 합니다. 그러나 각자 자기 책을 읽는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제가 책을 김치냉장고 위에 쌓아두는 이유는 말이죠. 어디 한 구석, 의지할 구석이 없기 때문입니다ㅋㅋㅋㅋ 사진을 찍을 수가 없어요. 앞에 뒤에 옆에 다들 어딘가에 뭔가가 있습니다. 전 김치냉장고에 쌀 넣어두었는데 밥 할때마다 이리저리 옮기느라 항상 바쁩니다 ㅋㅋㅋㅋㅋ

수하님 / 저 책들 옆칸에 먹을 것들이.... 쌓여 있습니다. (여러분에게는 보이지 않을테죠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쿠키와 커피, 그리고 기타 과자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레이스 2023-09-07 21:4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 저기 북클립이 눈에 확 들어오네요.
필요해서 여기저기 검색 중이었거든요.^^

단발머리 2023-09-10 12:48   좋아요 1 | URL
ㅋㅋㅋ 필요한 걸 찾으셨다니 기뻐요!!
저도 알라딘 친구 방에서 보고 검색해서 구입했다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