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주의 <문명과 야만을 넘어서 문화 읽기>를 읽었다. 왜 읽었냐면. 책장 정리하다가, 정확히는 책장 면을 3M 청소포로 닦다가 이 책을 보게 됐는데, 나는 내 책 아니면 관심을 두지 않는 사람이지만, 쨍한 보라색이 눈에 띄어 책을 꺼냈고, 꺼내보니 얇아서 함 읽어볼까, 이렇게 되어서 읽게 되었다고 한다. 책이라면 역시 보라색이 짱이다.

 


저자 이태주는 문화인류학을 공부하고 노동자 계급의 내부 분화 과정을 연구했는데, 이후 남태평양 피지 섬에서 장기간 머물면서 <피지의 식민지 전통과 변화 : 따마부아 마을의 추장과 바누아>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한글로 쓰인 사회과학서 혹은 철학서를 읽을 때의 장단점은 비교적 명확하다. 장점이라면 말 그대로 제대로 된설명을 한글로 읽을 수 있다는 점인데, 저자가 이해한 바를 저자 자신에게도 자연스러운 한글로 풀어주기 때문에 독자의 입장에서는 쉽게 이해되는 면이 있다. 단점이라고 한다면, 모든 책이 다 그렇겠지만 특히 개념을 다루는 학문에 있어서, 저자의 관점과 생각이 불투명하게스며든다는 점인데, 일단 그렇다는 걸 염두에 두고 읽어나가면 되겠다.


 

시작은 <문명과 야만>이다. 서구만이 이 세계를 문명과 야만으로 이해한 것은 아니지만, 이 책의 시작점은 서구의 시각이다. 이를테면, 유럽을 세계의 중심에 두고 다른 대륙보다 훨씬 더 크게 그리는 이른바 메르카토르Mercator식 지도 작성법이 유럽에서는 오랫동안 유행했는데(27), 영국이 인도만큼 크게 그려져 있고, 북방의 그린란드를 중국보다 두 배나 크게 그렸다. (실제로는 중국이 그린란드보다 네 배 크다) 지구 어디엔가 (유럽인들에게) 알려지지 않은 상상의 땅이 존재한다는 믿음과 동양을 서양보다 열등한 존재로 여기는 오리엔탈리즘이 세계 지도라는 형식으로 확정되었다고 할 수 있다.

 


저자가 특히 비판하는 지점은 유럽인들의 진화주의적 도식이다. 유럽의 진화론자들은 유럽 문명이 현존하는 가장 높은 단계의 발전한 사회라 굳게 믿었는데(이러한 믿음은 현재에도 공고해 보이기는 하다), 그런 믿음에 근거해 여타의 사회와 문화는 수준이 낮은 야만 혹은 미개한 사회라는 결론에 이르게 된다. 그들은 식민지 지배와 기독교 개종을 위한 제국주의적 침략을 이들 사회의 문명화를 위한 백인들의 책무(63)라고 포장했다. 식민 지배의 해악에 대해서라면 할 이야기가 끝도 없겠지만, 무엇보다 인종들 간 위계 서열의 강제는 식민주의의 근간이었다. 현재까지도 백인이 수립한 인종 질서는 전 세계에서 공고히 지켜지고 있어 식민시대가 끝났음에도 불구하고 백인/유럽/서구/남성에 의한 세계 지배는 당연시되고 있고, 다른 인종에 대한 편견과 차별 역시 의식적으로, 무의식적으로 정당화되고 있다.

 


챕터 3 <다양한 것이 아름답다>에서는 자문화 중심주의와 문화 상대주의를 다룬다. 문화상대주의는 인류학자들이 진화주의자들의 자문화 중심주의와 싸우면서 체계화된 인식론(107)으로서, 그 문화의 구성원들의 입장에서 문화를 이해해야 한다는 것이 문화 상대주의의 핵심이다(108). 한편으로 문화 상대주의는 도덕 상대주의 혹은 문화적 회의주의로 나타날 수도 있다(고 한다). 각각의 문화 속에서 반복되었던(, 전승되었던) 문화 행태는 무조건 옹호 받아야 하는가. 전통의 이름으로 행해지는 행위는 무조건 옳은 것인가. 문화 상대주의와 반문화 상대주의의 대립과 관련해 저자는 무슬림의 명예 살인과 아프리카의 여성 할례, 네팔 티베트의 아내 공유 풍습을 예로 들면서, 당신의 입장은 무엇인가,라고 묻는다.  

 


나는 무슬림의 명예 살인이 명예 살인이 아닌 친족 살해라 생각하며, 아프리카의 여성 할례는 잘못된 관념이 아프리카 여성들의 생존을 위협하는 극단의 사례라고 생각한다. 다만, 티베트의 아내 공유 풍습에 대해서는 실제로 그런 삶을 살고 있는 여성의 이야기를 들어본 것이 아니라면 그에 대한 판단은 유보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일부일처제가 더 문명적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지만, 티베트의 일처다부제가 더 행복할지에 대한 확신이 없기 때문이다. 사이 좋게 잘(?) 지내는 일부다처제 속 여성들이 존재할 수도 있겠지만, 죽음을 각오할 정도의 쟁투와 투쟁 역시 일부다처제 속에 상존하고 있음을, 상상하지 않아도 금방 알 수 있기 때문이다.

 

 


이제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쓰려고 한다. 가끔, 내가 잔인하다고 생각될 때가 있는데, 그건 내가 쉽게 불행을 비교하려고 할 때이다. 정확히는 남의 불행이다. 어떤 것이 더 힘든 일이었을까, 어떤 것이 더 견디기 어려웠을까. 많이 조심스럽기는 한데, 그래도 한 번 써보겠다.

 


얀 엘리엇이라는 아메리카 인디언 출신 사상가는 콜럼버스를 대량 학살자라고 말하고 있다. 콜럼버스 이후의 아메리카는 침략과 학살, 노예제, 환경 파괴, 광물자원의 착취로 점철된 역사이다. 그래서 아메리카 인디언은 기원전이라는 의미의 'BC'를 특별한 의미로 사용하는데, 그것은 그리스도 이전 before Christ 이 아니라 콜럼버스 이전 before Columbus의 평화롭던 시대를 뜻한다. (52)

 


콜럼버스가 위대한 탐험가가 아니라 사실은 거짓말쟁이에 사기꾼이었다는 것을 이제 모르는 사람은 없다. 그런데도 이런 구절을 읽을 때는 마음이...

 

 

콜럼버스는 첫 도착 후 페르난도 국왕과 이사벨 여왕 앞에 전시하기 위해 인디언 10명을 붙잡아 에스파냐로 보냈다. 그리고 2년 뒤에는 500명의 인디언을 붙잡아 노예로 팔기 위해 배에 실어 보냈으나 항해 도중 모두 병으로 죽고 말았다.(40)

 


이 인디언들은 어떤 인디언들인가. 그들 백인을 극진히 대접하고, 먹을 것을 나누어주고, 소심하고 두려워했으나 일단 안심하고 나면 편안히 대하는 순진하고 신실한 사람들이었다. 그들이 가진 것 어떤 것이라도 쉽게 내주는 이들이었다. (42) 콜럼버스는 그 인디언들을, 그 순하고 착한 인디언들을 배에 태워 유럽으로 보냈다. 노예로 팔기 위해. 선을 악으로 갚아버린 백인, 선의를 악용하는 콜럼버스.

 


어디에서 읽었던가. 북미의 인디언들은 자신들의 처지가 나락에까지 이르자 자식 낳기를 포기했다는 글을 읽었다. 그들은 생존을 거절하고 섹스를 거부했다. 그에 반해 아프리카에서 납치되어 배에 태워져 북아메리카에서 노예로 살게 된 흑인들은 온 가족이 뿔뿔이 흩어져 죽을 때까지 다시 만나지 못한 채로 영원히 가족을 잃어버리고 이역만리 타향에 홀로 남겨져 살게 되었음에도, 그럼에도 끝내 살아남았다. 살고 살려냈다. 자신들만의 문화를 보존하고, 이야기하고 또 이야기했다. 죽지 않았고 그리고 지금도 살아있다. 독특한 자기들만의 문화를 만들어 냈고 결국 구별된 하나의 공동체로서 살아남았다. 나는 북미 인디언들의 선택이 열패감의 발로였다거나 나약함의 증거라고 말하는 게 아니다. 어떤 사람은 삶을, 어떤 사람은 죽음을 선택한다. 어떤 이들은 미래를, 어떤 이들은 과거를 선택하는 것처럼 말이다.


 

놀라운 것은 흑인들이 자신들을 핍박하고 노예로 삼은 백인들의 을 자신의 것으로 받아들였다는 점인데, 아프리카의 전통문화와 기독교 간의 혼합 과정을 논외로 했을 때, 지배자의 종교를 자신의 것으로 받아들이는 선택은 그저 놀라울 뿐이다. 자신들을 억압하는 백인들의 신, 바로 그 신이 자신들을 그 억압과 핍박에서 구원해 줄 모세를 보내 줄 거라는 믿음. 그 믿음이야말로 하루하루를 절망 속에서 살아내야만 했던 그들에게 유일한 버팀목이었다. 그들은 지배자의 신을 내면화했고, 그리고 그 신에게 구원이 되어달라 요청했다.


 

한국인인 나는 외래 종교인 기독교를 믿는 사람이다. 기독교는 로마의 종교이고, 서구 유럽의 종교이며, 백인의 종교이며 또한 미국의 종교이다. 그걸 부인할 수는 없다. 그렇다면, 그 종교는 나의 것이 될 수 없을까. 그건 언제까지나 한국인인 나의 외부로서만 존재할까. 그렇다면 한반도에서 태어나 자란 나의 종교는 무엇이어야만 할까. 종교를 갖지 않는 무신론까지를 포함해 어떤 것이 나의 종교가 혹은 종교 아닌 것이 될 수 있을까. 어디까지가 우리의 원래일까. 샤머니즘 혹은 토테미즘이 우리의 원래일까. 고구려 소수림왕 시대, 한반도에 전파된 불교가 우리의 원래일까. 조선 시대를 지배하던 유교 이데올로기가 나의 원래일까.

 















다른 사람의 선택이 우리의 정체성을 구성하고, 그다음에는 우리 자신의 선택이 우리의 정체성을 구성하고 변화시킨다. 매일매일의 활동이 이러한 구성 과정을 지속시킨다. 이런 구성 과정을 정치의 관점에서 본다면, 우리는 정치적 선택을 하는 행위주체인 동시에 그러한 선택의 결과물인 행위 대상이기도 하다. 주체로서의 우리는 창조하는 동시에 창조된다는 말이다. 이런 방식으로 주체성은 언제나 과정 중에 있다. 그래서 우리의 주관적 정체성은 결코 대상의 고정성과 고체성을 띠지 않는다. (<호미 바바의 탈식민적 정체성>, 51)

 


그런 것 같기도 하지만 아닌 것 같기도 하여, 나는 호미 바바를 읽는다. 해설서라 조금 쉬울 거라 예상했는데 생각보다는 어렵고, 재미도 없다. 그래도 읽긴 읽는다. 진도는 계속 지지부진하지만 그래도 읽는다. 읽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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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23-11-15 07:4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호미 바바는 어려울 거라고 생각했지만 정말 어렵군요. (시무룩) 근데 저 저 책 있나요? 모르겠다.. 호미 바바는 또 우리가 읽어줘야 하는 그런 책 아닙니까?

하트 파이 저도 좋아합니다. ♡

단발머리 2023-11-17 11:26   좋아요 0 | URL
저는 <문화의 위치> 읽다가 원아웃 받았구요. 이건 해설서라 조금 기대했는데.... (먼 산)
어렵네요. 일단 읽는데까지 읽어보려고 하는데, 지금 ‘읽고 있어요‘는 <파묻힌 여성>이라는 점ㅋㅋㅋㅋㅋ

건수하 2023-11-15 10:0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이 날씨에도 얼음이 든 음료를 드실 수 있다니...
앞에 잘 읽고 왜 강한 인상은 마지막에 받는 걸까요.

아메리카 원주민과 아메리카에 정착한 흑인의 차이는 새삼 새롭네요. 저는 그런 상황에 어떤 것을 선택할까 생각해보게 됩니다.


수이 2023-11-15 15:55   좋아요 1 | URL
아마 잠 깨려고 아이스 주문하지 않았을까요? 라고 짐작해봅니다.

호미 바바 어려워서 전 아무 생각 못하겠습니다;; 읽으면서도 어렵다, 페이퍼;;;

건수하 2023-11-15 15:59   좋아요 0 | URL
아하, 그런 거였을까요...

저도 저 책은 못 읽을 것 같아요. 인용문만 봐도 넘 어렵..

단발머리 2023-11-17 12:13   좋아요 1 | URL
건수하님 / 저는 이 날씨에 아이스 마시는 사람이 되고자 하여 ㅋㅋㅋㅋㅋㅋ 전 흑인의 생명력만큼이나 인디언들의 포기에 대해 관심이 많아요. 굳이, 정말 굳이 가르자면, 저는 흑인보다는 인디언 쪽이거든요. 개미보다 베짱이, 도전보다 포기... 근데 요즘에 점점 흑인쪽으로 관심이 많아지네요.

수이님 / 어떻게 아셨는지 모르겠네요. 딩동댕! 정답입니다. 호미 바바 제가 읽어볼게요. 근데 어렵당@@

건수하 2023-11-17 12:38   좋아요 1 | URL
저도 인디언에 가까운 것 같아요. 그런데 단발머리님 글을 읽으니 그게 꼭 나쁜 것은 아니지만 흑인처럼 사는 방법도 있구나, 그런 것도 나쁘지 않겠구나 하는 생각이 드네요. 후세에 뭘 남기고 싶다는 생각은 아니구요, 좀더 적극적으로 살아보는 것도 괜찮겠다는 생각이요.

단발머리 2023-11-18 10:04   좋아요 1 | URL
저는.... 제가 아메리카 원주민 쪽에 가까운 삶의 태도를 가졌다고 생각하거든요. 건수하님도 그쪽이시라니 우리의 만남은 우연이 아니었음을 확인하게 되네요 ㅎㅎㅎ
전 페미니즘 공부하면서, 특히 남편 없이 아이를 혼자 키워내었던 수많은 흑인 여성들의 삶에 대해 조금씩 알게 되면서 삶의 끈질김에 대해 자주 생각했거든요. 살고 살리는... 절망과 아픔, 고통 속에서도 다시 오늘을 살아가는 그 마음에 대해서요. 저도 건수하님 말씀처럼. 좀더 적극적으로 살아보는 것도 괜찮겠다, 그런 생각을 하게됩니다. 아침 먹고 지금 쉬는 시간에 그 생각을 하고 있어요. 커피 마시고 아침 먹은 거 치우고 나도 책 좀 읽어볼까, 이런 건설적인 생각을 ㅋㅋㅋㅋㅋㅋ 하고 있습니다ㅋㅋㅋㅋㅋㅋ

수이 2023-11-18 10:26   좋아요 1 | URL
건설적인 방향으로 나아갑시다_ 근데 왜 정주영이 갑자기 떠오르는걸까? -.- 행복한 독서 타임 보내십시오 내 사랑

단발머리 2023-11-21 06:08   좋아요 0 | URL
유튜브 들어가서 ‘푸바오’가 엄마한테 들입다 맞는 영상 보고 있다는 거… 비밀로 해주세요!! ㅋㅋㅋㅋㅋㅋㅋ

책읽는나무 2023-11-15 15:1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호미 바바의 인용문...아! 어렵네요.ㅜ
어렵지만 계속 읽는 단발 님이 존경스럽습니다.
그리고 혼자 음료를 다 드시는 건가요?
찬 거와 따뜻한 거 동시에 다 드시면 이가 더 시릴텐데....음...이도 튼튼하시군요.
저의 불가능한 부분(어려운 책 읽기와 찬 음료 마시기)을 단발 님은 가능하신 일! 그래서 더더 존경의 눈빛을 발사합니다. 😻

건수하 2023-11-15 16:00   좋아요 2 | URL
아, 전 머그컵이 하얘보여서 물인 줄 알았는데... 아닐까요?

근데 단발머리님은 한 번에 두 잔씩 찍으신 적이 전에도 있었던 것 같습니다 :)


책읽는나무 2023-11-15 16:23   좋아요 2 | URL
아...전 머그컵이 하얘서 밀크티로 봤어요.ㅋㅋ
한 번에 두 잔씩 단발 님도 찍으셨던가요?
다른 분 서재에선 종종 봤었는데 단발 님은 처음 본 것 같아 두 분이서 드셔서 두 잔인가? 책을 읽으러 가신 것 같아 아닌가보다. 그럼 혼자 다 드셨?? 우와...
그렇게 빠른 결론을 내렸네요.ㅋㅋㅋ
근데 전 저 아바라? 아라? 단발 님꺼가 아닌 것 같아요.🤔

단발머리 2023-11-17 12:21   좋아요 2 | URL
책나무님 / 저는 아이스라떼를 시키고 따뜻한 물 한 잔을 받았습니다. 하트파이랑 몽땅 제가 다 먹었다지요.
가능한한 몇년은 아이스를 주문하고픈 단발머리입니다. 가능할까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건수하님 / 네, 얼른 답을 드렸어야 했는데 머그컵 안에는 따뜻한 물이 들어있습니다. 밥을 많이 먹고 음료까지 다 마시고 나니 많이 배불렀다지요 ㅎㅎㅎㅎㅎㅎㅎㅎ

독서괭 2023-11-15 18:3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호미 바바라니..그게 누군가여 ㅠㅠ 예상보다 어렵고 재미도 없는 책을 꿋꿋이 읽으시다니 대단.. 커피와 간식 없이는 힘든 일입니다, 암요.
어릴 때는 콜럼버스가 ‘신‘대륙을 ‘발견‘하고 ‘개척‘했다는 말을 그냥 당연하게 배우고 받아들여서, 나중에 알게 되었을 때 대충격이었어요. 제국주의를 제국주의 행한 자들 시선을 받아들여 배웠으니 ‘해가 뜨지 않는 나라‘ 영국이 멋있어보이고 뭐 그런 거겠죠.. 아프리카 노예들 처지는 학교에서 아무도 가르쳐주지 않았어요 ㅠㅜ

단발머리 2023-11-17 12:26   좋아요 3 | URL
호미 바바, 제가 한 번 포기한 적 있는대요. 지금은 일단 큰 부담을 내려놓고 읽고 있습니다. 푸코의 <감시와 처벌>과 아시스 난디의 <친밀한 적>이 읽기에 큰 도움이 되고 있다고 쓰고 싶은데.... 크게는 아니구요. 아무튼 연결되는 지점이 있기는 한대 아직 풀어쓰기에는 좀 어려운 거 같아요. 아무튼 되는데까지 함 읽어보겠습니다.

식민주의 뿐만 아니라 우리 안에는 ‘지배자의 시선‘이 내면화되어 있으니까요. 그걸 깨는건 엄청 어려운 일이면서도 시간이 많이 필요한거 같아요. 아무도 가르쳐주지 않은 아프리카 노예들의 처지 같은 것이 그렇겠지요. 전, 아프리카 노예선의 내부 그림을 보고 느꼈던 충격을 아직도 잊을 수가 없습니다. 사람이 사람을 동물로 대한다는게 어떤건지 그 그림을 보면서 느꼈던 것 같아요. 아직도 새로 알아야할 게 많아요, 그죠? 독서괭님?

독서괭 2023-11-17 13:22   좋아요 0 | URL
엄머 이제 보니 제가 해가 뜨지 않는 나라라고 써놨네요 뭥미 ㅋㅋ 해가 지지 않는 나라 ㅋㅋㅋ

단발머리 2023-11-18 10:05   좋아요 0 | URL
우앗 ㅋㅋㅋㅋㅋㅋㅋ 저는 독서괭님 말씀이라 그래도 믿어 버렸 ㅋㅋㅋㅋㅋㅋ ‘해가 뜨지 않는 나라‘ 영국 ㅋㅋㅋㅋㅋ 비가 많이 오고, 자주 흐리다면서요, 영국이 ㅋㅋㅋㅋㅋㅋㅋㅋ

syo 2023-11-18 13:0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처음 호미 바바라는 이름을 들었을 때가 생각납니다. 저는 그게 장난인 줄 알았거든요.

그러다 지금 저 책, 저 호미 바바 개론서 읽다가 아, 장난은 내가 장난이구나, 호미 바바는 장난이 아니구나.....

단발머리 2023-11-22 18:03   좋아요 0 | URL
ㅋㅋㅋㅋㅋㅋ 내가 장난이구나. 호미 바바는 장난이 아니구나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저 이번에 찾아보니 2019년에 그 이름을 알았더라구요. 이제 막 읽습니다, 호미 바바. 지금은 아니구요 ㅎㅎ
 



내가 살던 세계가 그랬다.

 


아이들이 아직 어리고 초등학교에 다닐 때, 전업주부 엄마들 중에서 아이들 독서 교육에 관심이 많았던 분들은 그러지 않았는데. 아이들을 학교에 넣어놓고는 아이들 교과 과정과 관련이 있는 도서들을, 학년별 필독 도서들을, 청구기호별로 정리해서는 쫘악 대출을 해서, 아이들에게 쭉쭉 읽히곤 했다. 내가 살던 세계는 그러지 않았다. 나는 운동화를 꺾어 신고 도서관에 들어가서는, 애들 칸에 가서 제목으로 훑으며 책을 고르고, 북카트에 올려진 책들을 훑으며 책을 골랐다. 금방 고르고 내 책 고르러 가야 해서 시간이 많지 않았다. 그렇다면 내 책도 필독서를 중심으로 골랐을까. 설마 그럴리가. 내 책도 그렇게 골랐다. 특별히 찾는 책을 제외하고는 슬슬 거닐다가 맘에 드는 책을 골라 들었다. 가끔, 집에 있는 책을 빌려오기도 했다.

 

 

그런 세계에서 내내 살아왔으니 지금이라고 다를까. 지금도 비슷하다. 나는 도서관에 가서 쓰윽 살피고 쭉 훑는다. 그렇게 골라와도 자주 교과 과정 속의 책들, 혹은 선생님들이 수업 시간에 활용하시는 책들과 겹치는 책들이 많아, 나는 혹 모범생인가 라는 생각을, 그런 쓸데없는 생각을 한 번씩 해보기는 한다.

 

 













저번주 내가 제일 밀었던책은 <그림으로 보는 거의 모든 것의 역사>였는데 아이들이 아무도 안 골라서 이제 곧 반납할 때도 다가오고 해서, 내가 읽었다. 나 혼자. 예전에 <거의 모든 것의 역사>를 읽었으니 이번에는 책 표제에 맞게 그림을 위주로 보리라 했는데, 유명하신 분 4분이 함께했다고 그러는데도, 내가 좋아하는 그림 스타일은 아니었다.

 













빌 브라이슨 책의 특징은 알고 있는 걸풀어서 쓴 책이라기 보다는 공부해서쓴 책이라는 점인데, 3년간 세계의 여러 과학자들을 찾아가 설명을 듣고 현장을 답사하면서 알게 된 것들을 정리했다고 한다. 빌 브라이슨의 유쾌한 글쓰기의 힘이 더해져 <거의 모든 것의 역사>는 스티븐 호킹의 <시간의 역사> 이래 최대의 화제가 된 과학 교양서가 되었다고 한다. (알라딘 책소개) (한편으로, <시간의 역사>는 화제의 과학 교양서라 하기에는, 너무 재미가 없지 않나, 라는 생각을, 집에 그 책이 있어도 내내 읽지 않고 있는 내가, 하고 있다.)

 


우주와 지구의 역사, 생물과 인류의 역사를 꼼꼼히 파헤친 책,이라고 할 수 있는데, 어디까지나 비전문가의 입장이지만 열심히 공부하고 자료를 찾아본 흔적이 촘촘하다고 할 수 있겠다. 내가 생각하는, 이런 종류 책의 장점이라면, 이 책을 한 사람이 썼다는 데 있다. 물론 감수받는 과정도 있었을 테고, 중간중간 편집자의 역할도 있었겠지만, 기본적으로 이 모든 정보를 취합하고, 정리하고, 그리고 문장으로 써 내려간 사람이 한 명이라는 건, 책 전체의 통일성은 물론 가독성에도 큰 영향을 끼친다고, 나는 생각한다. 읽는 사람의 입장으로 보자면, 한 사람의 이야기를 쭉 이어서 듣는 느낌.

 

 

눈길을 끌었던 부분은 여기, <단백질 스프>이다.

 



 



우리 몸을 구성하는 화학물질(탄소, 수소, 질소, 소량의 황, , 칼슘, )에는 특별한 점이 전혀 없는데, 이러한 조합이 어떻게 생명으로, 우리 인간으로 이어져 왔는가. 아미노산들이 정확한 순서에 따라 조합되고, 일종의 화학적 종이 접기를 통해 아주 특별한 모양으로 접혀야 하며, DNA의 도움을 받아야 하는데.... 빌 브라이슨은 이렇게 썼다. “우리가 그것을 생명의 기적이라고 부르는 것은 조금도 신기한 일이 아니다.” 내 생각도 그렇다.

 

 


이 책은 필독서 없는 세계의 베스트셀러인 <동그라미>. 










어느 날, 동그라미, 세모, 네모가 숨박꼭질을 한다. 규칙은 하나, 동굴 안에 들어가지 않기. 네모는 숨을 생각도 안 하고 멍하니 서서 세모가 동굴 안으로 들어갔다고 알려준다. 세모를 찾기 위해 어두운 동굴 속으로 들어간 동그라미. 세모를 보자마자 잔소리를 시전한다. , 왜 이렇게 규칙 안 지켜! 너 때문에 화나! 그리고는 미안해서 급사과. 그래도 너는 나의 좋은 친구야. 고마워, 세모가 동그라미 뒤에서 말한다. 그럼, 그럼.... “누구야, ?”

 



 













어제 만든 리스트를 째려보며 제일 먼저 살 책을 고르고 있다. 마음으로는 <유럽을 지방화하기>를 사고 싶은데, <자살의 이해>는 구입하자마자 바로 시작할 것 같아 고민 중이다. 지난주에 도서관에 신간 몇 권을 희망도서로 신청했는데, 올해 예산이 소진되어 내년 2월에 다시 신청하라는 문자가 왔다. 그러니까, 11월부터 2월은 책을 마음껏 사도 되겠으며............

 

 


필독서 찾아 읽지 않고, 베스트셀러에도 무덤덤한 세계이지만, <정희진 선생님 픽!> 필독은 읽어줘야 한다. 몰라도 읽어야 되며, 이해 안 되도 읽어야 되고, 없으면 사야 하고, 사서 읽을 때는 열심히 읽어야 하며.....

 


정신 집중 안 하고 홀랑홀랑 팔면 안 된다. 책정리한다고 팔아도 안 되고, 슈퍼바이백에 속아 넘어가서도 안 된다. 팔면 안 된다. 팔면 바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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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괭 2023-11-09 18:1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엄마는 베스트셀러만 읽는 거 아니었어요?ㅋㅋㅋ 근데 도서관에서 대충 골라도 필독서랑 많이 겹친다니, 촉이 좋으신 거 아닌가요? 출판사에 가셨어야!!
<법정에 선 페미니스트> 사셨군요? 이책 비싼데.. 저 반 넘게 읽었는데 멈춰있어요 ㅠㅠ 가독성이 별로예요. 백래시가 훨씬 두껍지만 훨씬 잘 읽히더라고요. 전문번역가가 한 게 아닌 탓도 좀 있는 듯 합니다. 번역도 하는 그 분야 전문가가 번역하면 최상이겠지만, 전문가/비번역가 와 비전문가/번역가 중에 고르라면 전 후자에다가 전문가가 감수한 게 젤 좋을 것 같아용
희망도서 안 된다니 할 수 없네요. 지르세요!!

단발머리 2023-11-09 18:51   좋아요 2 | URL
엄마는 베스트셀러만 읽는 건 아니지만 그 쪽을 많이 읽었던가 싶구요 ㅎㅎ 그래서 대충 골라도 필독서랑 많이 겹칩니다. 저는 이렇게 저의 안목을 의심하오며 ㅋㅋㅋㅋㅋㅋ

독서괭님~~~ 존경하고 애정하는 독서괭님! 저 사진은 6월 사진입니다ㅋㅋㅋㅋㅋㅋ무려 제가<왜 쓰는가>를 구입하고 나서 찍은 사진입니다. 필립 로스의 저 책을 홀랑 읽고 홀랑 슈퍼바이백으로 팔아버렸다는 거 아닙니까. 완전 새 책이었습니다. 그러면 뭐 할까요? 저는 저 책을 다시 사야합니다. 읽고 팔았는데 다시 사는 마음의 안타까움을 달래고자.... 사진을 올렸습니닼ㅋㅋㅋ

<법정에 선 페미니스트>는 가독성이 조금 떨어지기는 하지요. 저는 여성주의 같이 읽기 분들이랑 같이 읽어서 어영부영 완독을 했네요. 조금 아쉽기는 하지만 ‘읽었어요‘의 기쁨을 위해 완독을 추천드립니다.

이제부터는 어쩔 수 없이 ㅋㅋㅋㅋㅋㅋㅋㅋ 사야 됩니다. 사도 됩니다!!

독서괭 2023-11-10 19:10   좋아요 1 | URL
아 그렇군요! 이미 다시 사신 줄 알았어요 ㅋㅋㅋㅋㅋ

단발머리 2023-11-11 10:11   좋아요 1 | URL
ㅋㅋㅋㅋㅋ 사야 합니다. 사야 하는뎅 ㅋㅋㅋㅋㅋ 제가 8월쯤 팔았거든요. 잠자냥님 리스트 보고 중고매장 들어가봄 ㅋㅋㅋ 그 책 있으면 다시 사려고요! 🤪🤪🤪

다락방 2023-11-10 09:01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안녕하세요? 퇴근하고 싶은 08:55 의 다락방 입니다.

저는 어제 잠자냥 님이 정리해주신 글과 댓글들 읽으면서 제가 베스트셀러를 기피하는 것에 대해 이유를 알 수 있었어요. 그건 지나치게 보편적인 글인것 같기 때문인 것 같아요. 책 뿐만 아니라 블로그 글도 마찬가지로 마땅한 얘기인데 왜 읽기 싫은가, 생각해보니 역시 보편적인 것이었어요. 누구나 다 하는 얘기요. 그런 게 저는 재미가 없는데, 그건 아마 저는 저 나름의 입장을 갖고 있기 때문이겠죠.

저는 빌 브라이슨의 책 몇 권을 재미있게 읽었어서 <거의 모든 것의 역사>도 읽으려고 찜해두고 있는데 여태 안읽었네요. 공부해서 재미있게 썼다니. 빌 브라이슨은 트래킹 직접 하고 재미있는 글을 쓰기도 했는데(세상에, 어떻게 걷는 걸로 그렇게 재미있는 책을 써요?), 재미있는 건 그의 타고난 감각인가 봅니다.

<유럽을 지방화하기>와 <자살의 이해>는 알겠는데, 오오 그 가운데 끼인 책, <디페시 차크라바티, 유럽을 지방화하기> 이건 또 뭐죠? 오오.. 이것도 장바구니에 넣습니다. 알라딘 진짜 너무 좋네요. 사람들이 왜이렇게 지적이야.. ㅠㅠ

다락방 2023-11-10 09:44   좋아요 4 | URL
무료배송 쿠폰으로 <디페시 차크라바티, 유럽을 지방화하기> 샀어요. 우하하하하

잠자냥 2023-11-10 15:51   좋아요 1 | URL
맨날 사기만 하구...... ㅠㅠ

다락방 2023-11-10 16:22   좋아요 1 | URL
🥺

단발머리 2023-11-10 16:24   좋아요 2 | URL
책 사는 일에 제일 큰 영향을 끼친 사람…. (화살표 🏹🏹🏹) 잠자냥님!

은오 2023-11-10 19:05   좋아요 1 | URL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은오 2023-11-10 19:0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왜 쓰는가 생각보다 두껍고 책등도 엄청 멋지네요?! 😱😱😱 꽂아두면 마음이 아주 흡족하겠네요 마음에 듭니다.
팔기 전에 찍어두신 사진 ㅋㅋㅋㅋㅋㅋㅋㅋㅋ 눈물이...ㅠㅠ
저도 희진쌤 추천도서 얼른 하나둘 모아야겠습니다. 있는게 별로 없어요.. 급하다 급해! ㅋㅋㅋㅋㅋ

단발머리 2023-11-22 18:04   좋아요 1 | URL
책은 없고 사진은 남았습니다. 그래서 더 슬프고 아련한 이야기....
나의 로스여, 그대는 지금 어디에...........

은오 2023-11-22 19:30   좋아요 1 | URL
12일 만에 와주신 단발님..........
제가 더 슬프고 아련합니다. 얼마나 기다렸는지......

단발머리 2023-11-22 19:31   좋아요 1 | URL
ㅠㅠㅠ 죄송해요. 바로 달아야하는 귀한 댓글인데…. 위에만 보다가 그만 깜빡…
베리베리 쏴리!!

은오 2023-11-22 19:37   좋아요 0 | URL
ㅋㅋㅋㅋㅋ아니에요 단발님 완전 장난!! ㅋㅋㅋㅋㅋ 😆

단발머리 2023-11-22 19:41   좋아요 1 | URL
😳😳😳🤨🤨🤪🤪🤪

얄라알라 2023-12-31 01: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필독서나 권장도서 좌르르 꽂힌 서가 지나면서도 별 생각이 없다가 얼마 전부터 의식하게 되었어요. 단발머리님께서는 주입식 필독서 탈피 ˝맘가는대로˝독서법을 애정하시는군요.

마지막 흐뭇한 책탑 옆 노오란 고구마칩(?) 넘 맛있어보입니다. 포장도 차암 정갈하네요^^
 

 

잠자냥님 서재의 책, 올려주신 사진 속 책들 갈음해서 올린다. 다 못 읽을 수 있겠지만 정리는 해 둬야 한다.

 


 

<읽었어요>


페미니즘의 도전(3권 있음), 정희진처럼 읽기, 낯선 시선, 친밀한 적, 더 나은 논쟁을 할 권리, 오리엔탈리즘(은 읽은 걸로 해요ㅎㅎ), 검은 피부 하얀 가면, 천재를 키운 여자들





 










































<읽고 있어요>


포스트모던의 조건


 















<집에 있어요>  


완전한 영혼

 
















<얼른 사야해요>  



시작의 앎, 그 많은 개념어는 누가 만들었을까, 과학혁명의 구조, 나는 왜 쓰는가, 기후를 위한 경제학, 지속 불가능 자본주의, 섹스 앤 더 처치, 유럽을 지방화하기, 자살의 이해, 액체 근대, 수치, 가만한 당신  


 





























































<왜 팔았나>


왜 쓰는가



 














정결한 마음과 바른 자세로 깨끗하게 고이고이 읽고, 필립 로스 책 알라딘에 팔았다. 왜 팔았나. 다시 사야한다. 미쳤나. 왜 팔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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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오 2023-11-08 19:0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액체 근대>는 <액체 현대>로 필로소픽에서 다시 나왔어요! 개정판! 읽진 않았으나 갖고 있는 책이라 눈에 들어옵니다.
오잉 단발님이 필립 로스 책을 파시다니?! ㅋㅋㅋㅋㅋㅋㅋ 단발님도 책 정리 빡세게 하시는군요.....

단발머리 2023-11-08 19:13   좋아요 3 | URL
진짜요? 나도 품절 확인하기는 했는데 ㅋㅋㅋㅋㅋㅋ <액체 현대>가 진짜 <액체 근대>에요? ㅋㅋㅋㅋㅋㅋㅋ<액체 현대>로 바꿔야겠어요 ㅋㅋㅋㅋㅋㅋ

저... 로스 책 저거 하나 팔았어요. 로스 책 다 있는 건 아닌데.... 원서든 한글책이든 고이고이 보존하거든요. 근데 저 책은 한 번 읽고 나서 (인터뷰집이니까) 한 번 더 안 읽겠지, 해서 <페이백> 받으려고 기한 전에 팔았........ 미쳤는가, 내가.........

은오 2023-11-08 19:23   좋아요 2 | URL
네 같은 책이에요!! 제가 댓글달기전에 혹시나해서 한번더 확인해보고왔습니다! ㅋㅋㅋ

바우만의 이 저작은 2009년 ‘액체근대’라는 제목으로 국내에 소개된 이래, 학계에서부터 일반 독자층에게까지 존재감을 발휘했으나 한동안 독자들을 만나지 못했다. 이제 원서의 2012년 개정판에 기초한 한편, ‘액체 현대’라는 새 제목에서도 보이듯 한층 세심해진 번역으로 다시 새롭게 독자들과 만난다.

하 슈퍼바이백의 유혹..... 그거 참기 힘들긴 합니다. ㅋㅋㅋㅋㅋ

다락방 2023-11-08 19:23   좋아요 2 | URL
액체 현대, 나는 왜 쓰는가.. 메모메모.
이 페이퍼 찜이네요.
아 알라딘 너무 좋아 ㅠㅠ 천재 여성들이 가득해 ㅠㅠㅠ

단발머리 2023-11-08 19:26   좋아요 1 | URL
아니... 나 방금 <페이백>이라고 했어요? 슈퍼바이백 생각 안 나서?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엥?

난 아까 <액체 근대> 품절인거 보고, <액체 현대> 봤는대도 짝퉁인줄 알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둘 사이의 연관성을 가늠하지 못했.......일단 천재 여성..... 저는 아니네요.



은오님, 천재 여성 확실시됨.... <액체 현대> 보유한 것으로 밝혀져 충격.............

잠자냥 2023-11-08 20:00   좋아요 2 | URL
먹는 데 천재 다락방

잠자냥 2023-11-08 20:01   좋아요 2 | URL
헤 난 액체 근대 읽었지롱

다락방 2023-11-08 20:11   좋아요 4 | URL
심지어 액체 근대를 읽은 잠자냥 님.. 이곳 알라딘은 도대체 뭐하는 곳인가..

단발머리 2023-11-08 20:16   좋아요 3 | URL
아…. 홈런인가요? 액체 잠자냥…..

잠자냥 2023-11-08 20:31   좋아요 4 | URL
너드 소굴

독서괭 2023-11-08 20:39   좋아요 2 | URL
아니 액체 근대 이런 책도 있나 했는데 심지어 읽었다니…

잠자냥 2023-11-08 20:46   좋아요 3 | URL
바우만 그걸로 유명한데.. 거기서 아류작으로 나온 책들 많아요. 리퀴드 러브 막 이런 거

잠자냥 2023-11-09 14:18   좋아요 0 | URL
흠흠/ 락방아 나 얼마 전 너가 읽고 싶다고 담아둔 <뺏벌>도 읽었다?
97년인가 96년인가 그때였을 거야.... 총여 언니들로부터 의식화교육당하던 그 시절 ㅋㅋㅋㅋ
팟빵에서 쌤이 이 책 이야기하실 때 어깨에 힘 좀 줘봤다. ㅋㅋㅋㅋ

단발 님 저 연타석 홈런인가요!? ㅋㅋㅋㅋㅋ

단발머리 2023-11-09 14:50   좋아요 1 | URL
연타석 쓰리런 홈런이에요! 괴물 타자인가? ㅋㅋㅋㅋㅋ 이 무슨 일 ㅋㅋㅋㅋ 전 락방님 방에서 처음 보았는데 말이에욬ㅋㅋㅋㅋ

다락방 2023-11-09 15:03   좋아요 2 | URL
대박 뺏벌도 읽었다니!!

음..

저는
저는

선생님 이번호 매거진에서 언급하신 <행복한 엠마 그리고 돼지>는 봤습니다. 오만년전에 씨네큐브에서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그때 거기에 잠자냥 님 계셨습니까? ㅎㅎ

잠자냥 2023-11-09 15:19   좋아요 0 | URL
ㅇㅇ 그거 책이랑 영화 다 본 자....잠자냥
단발 님 저 만루홈런인가요? ㅋㅋㅋㅋ

독서괭 2023-11-09 15:22   좋아요 1 | URL
뭐야 잠자냥이 안 읽은 건 뭐야!!
아 그 무수한 베스트셀러 안 읽었겠죠.. ㅋㅋ

잠자냥 2023-11-09 16:27   좋아요 0 | URL
괭/ ㅇㅇ 음.... 근데 쌤이 베스트셀러 안 읽어도 된다고 했삼. ㅋㅋㅋㅋㅋ(오프 더 레코드)
베스트셀러란 ˝사회적 합의가 이미 이루어진 책˝이므로 새로운 사유를 하는 데 크게 도움이 되지는 않는다고... 그래도 굳이 읽고 싶다면,,,, 좀 시간이 흐르고 나서 읽으라고.

잠자냥 2023-11-08 20:4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필립 로스 책 판 거 진짜 놀라운데요?!

단발머리 2023-11-08 21:27   좋아요 0 | URL
에구 ㅠㅠㅠ 내가 슈퍼바이백에 눈이 멀었지… 13000 얼마에 팔았어요 ㅠㅠㅠ 한 번 더 안 읽을 줄 알고…. 바부 ㅠㅠ

잠자냥 2023-11-08 20:45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가만한 당신은 3권 추천합니다.케이트 밀렛 언니에 관한 글 등등 절절하게 와닿는 글이 가장 많았어요!

단발머리 2023-11-08 21:28   좋아요 0 | URL
1권부터 다 읽을거지만 3권 먼저 읽겠어요. 이것도 3권 다 읽은 거에요? 헐!!!!

잠자냥 2023-11-08 21:41   좋아요 3 | URL
아니 2권에 속하는 <함께 가만한 당신>은 안 읽었습니다. 그런데 1과 3중에는 3이 더 좋았고요. 페미니스트 등 더 관심 가는 사람 이야기가 많았습니다.

단발머리 2023-11-08 21:48   좋아요 1 | URL
적어요, 적어!
1과 3중에는 3이 더 좋음. 2권은 패쑤함.
은오님? 다 적었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다락방 2023-11-09 11:38   좋아요 2 | URL
저는 가만한 당신 1권 읽으면서도 좋았거든요? 역사적으로 약자의 편에 섰던 사람들은 모두 페미니스트였구나, 를 깨닫게 한 책이었어요. 훌륭한 사람들은 페미니스트가 아닐 수 없었구나, 라는 당연한 깨달음이요. 물론, 3권도 엄청 좋았고요. 이상하게도 저 역시 2권은 패쓰했습니다. 왜인지는 모르겠네요? 하하하하하.

은오 2023-11-09 13:01   좋아요 2 | URL
단발님/ 네!!! 안그래돜ㅋㅋㅋ 어제 댓글 보고 보관함에서 1권 빼고 3권으로 교체 ㅋㅋㅋㅋ

햇살과함께 2023-11-08 23:5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가랑이 찢어지겠어요:;;;

은오 2023-11-09 13:00   좋아요 1 | URL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전이미 찢어진거같아요ㅠㅠ

잠자냥 2023-11-09 13:23   좋아요 1 | URL
수면바지 안 그래도 찢어졌더라.

햇살과함께 2023-11-09 13:39   좋아요 0 | URL
ㅋㅋㅋㅋㅋ 책 말고 수면바지도 사주시려고?

잠자냥 2023-11-09 13:56   좋아요 0 | URL
ㅇㅇ ㅋㅋㅋㅋㅋㅋㅋ

단발머리 2023-11-09 14:51   좋아요 1 | URL
ㅇㅇ 이것은?!?!
응응! 아니면 오야~~ ㅋㅋㅋㅋㅋㅋㅋ

다락방 2023-11-09 11:3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니, 필립 로스 저 책 왜이렇게 비싸요? 저 한 권 사도 무료쿠폰 사용해서 사려고 했는데 쿠폰이 필요 없는 책이네요? 껄껄.

단발머리 2023-11-09 18:53   좋아요 0 | URL
저 책이 그런 책입니다. 두껍고 훌륭하고 아름답고 소장해야 하며 비싼 책.... 제가 그런 책을 팔았다구요. (어흑)
 




 












지난 토요일에는 <! 윌리엄!>을 읽었다. 하루 종일 그 책만 읽었고, 덕분에 다른 책은 하나도 못 읽었다. 내 인생의 모토가 대충대충인 줄 나도 알고는 있지만, 이렇게 느슨하게 읽었는지 몰랐다. 아니면 원서로 읽어서 그럴 수도 있겠다(자기 고백). 아무튼 다시 읽는 <, 윌리엄>은 참 좋았다. 나는 루시를, 윌리엄을 좋아한다.

 

 

<! 윌리엄!>을 읽고 썼던 페이퍼를 읽어봤는데, 여기 쓰려고 했던 말이 그대로 있었다. 아하.... 자기 복제의 시간

I am 단발머리, a kind of replicant.

 


William is the only person I ever felt safe with. He is the only home I ever had. (<Oh, William!>, 38p)

 


나는 한 번도, 어떤 남자에게서도 이런 느낌을 받았던 적이 없다. 안전하다고 느낀 적이 있고, 편안하다고 느낀 적도 있지만 이런 표현이라니. 글쎄, 난 잘 모르겠다. 하지만 그랬던 사람, 내게 집 같았던 사람과도 헤어질 수 있다.

 

 

이번에 <, 윌리엄!>을 다시 읽으면서 왜 루시가 그렇게 말했는지를 이해하게 됐다. 그건 <, 윌리엄!> 168쪽에 나오는데, 내가 이 책 <Lucy by the sea>에서 발견하는 윌리엄의 모습과 완전히 겹친다. 또한 윌리엄에 대한 이런 느낌과 생각, 감정이 어쩌면 허상일 수도 있다는 루시의 깨달음은 <, 윌리엄!> 294쪽에서 그려지는데, 나는 그 부분이 아주 마음에 들었다. 그것은 실제가 아니고 허상일 수 있다는 점. 진실에 가깝지만, 진실은 아니라는 점.




 











한편으로 이런 생각도 든다. 결혼 이후 만들어지는 여성의 경험은 이주 여성의 그것과 아주 비슷하다. 최근에 알라딘 이웃님들이 함께 읽으셨던 <Story of the World Vol. 1 : History for the Classical Child : Ancient Times>를 통해 로마 초기 약탈혼에 대해 알게 됐다. 재생산이 부족의 존립과 유지를 위해 중요한 가치임은 말할 것도 없거니와(저출산에 대한 이 호들갑을 보라!), 여성은 재생산을 위해 반드시 확보해야만 하는 소중한 재산이었다. 여성은 교환과 무역의 대상이었고, 바로 그런 이유로 약탈의 대상이 되기도 했다. 약탈혼을 통해 전혀 다른 언어를 사용하는, 전혀 다른 민족 속에서 가족의 일원으로 살아가야 했던 여성의 경험은 시댁(시월드)’라는 새로운 세계에 진입하는 여성의 경험과 비슷하다. 같은 민족이고 동일한 언어를 사용하는 것은 그리 큰 차이가 아닐 수도 있다. 각 가정 안에는 그들만의 문화가 존재한다. 말 그대로 새로운 세계, 이방인의 세계가 열리는 것이다.

 

이방인의 세계에서 여성이 의지할 수 있는 사람은 딱 한 사람, 남편뿐이다. 나를 사랑한다고 말하고 나를 그곳으로 안내한 사람. 여성은 오직 그 사람과 함께 있을 때만 안전하다. 그는 전혀 예상치 못하는 일들이 벌어졌을 때, 그 일을 내게 설명해 주는 유일한 사람이며, 현재 발생한 그 문제를 신속하게 해결할 수 있는 유일한 사람이다. 그건 그가 유능해서가 아니라, 그가 바로 그 세계에 속한사람이기 때문이다.

 

 


루시의 경험이 조금 더 강렬했던 이유는 그녀가 식탁 위에 소금과 후추도 둘 수 없었던가난한 가정의 출신이기 때문이다. 루시를 처음 레스토랑에 데리고 간 사람이 윌리엄이다. 루시를 처음 영화관에 데리고 간 사람도, 그녀에게 팝콘을 사 준 사람도 윌리엄이다. 루시는 이렇게 말한다.

 


This man had brought me into the world, is what I am saying. As much as I could brought into the world, William had done this for me. (<Lucy by the sea>, 286p)

 

 


복잡한 심경이야 이루 다 말할 수 없지만, 결국 나는 노선을 정했다. (대통령 장모 집으로 통하는 노선 아님) 작은 여행 가방을 가지고 차를 몰아 내가 있는 곳으로 서둘러 오고 있는 그 사람을.

 

 


나는 안아준다.

나는 윌리엄을 안아준다.

나는 루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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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23-11-08 11:2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윌리엄은 루시에게 세상을 보여주고 세상으로 데리고 가 준 사람이네요. 그런 사람을 어떻게 좋아하지 않을 수 있겠어요. 어떻게 잊을 수 있겠어요. 결국 함께 살다 서로 헤어졌다해도, 그 사람이 내게 준 것, 해준 것을 잊을 순 없을 것 같아요. 저는 루시 바이 더 시 번역본 나오면 읽으려고 대기중인데 아, 단발머리 님 페이퍼 보니까 그냥 도전해볼까 싶네요. 그렇지만 그냥 도전해볼까 싶은 원서가 너무 많아서.... 결국 아무것도 못보고 있답니다?

그런 한편,
엘리자베스 스트라우트는 어떻게 루시를, 윌리엄을 만들었을까요? 어떻게 이런 이야기를 썼을까요? 정말이지 좋아하지 않을 수 없는 작가입니다.

단발머리 2023-11-08 12:03   좋아요 0 | URL
윌리엄이 가정을 버리고 불륜의 미로 속에 빠져있었을 때, 루시가 그걸 알았을 때, 죽을 거 같다... 그랬잖아요. 그렇게 내게 ‘온 세상‘이 되어준 사람이 변심했을 때의 절망에 대해서도 잠깐 생각해 봤구요. 탈출한 거 잘했다고 생각해요. 그것만이 살길이며..... 근데 그 사람이 또 나를 구해줍니다. 내 생명을 자기의 생명보다 더 소중히 여겨 ㅠㅠㅠㅠ

할말은 많으나 하지 않겠습니다. 저는 노선을 정했거든요. 애정 노선으로요 ㅋㅋㅋㅋㅋㅋㅋㅋ

근데, 저도 그 생각했는대요. 모델이 있지 않을까요? 윌리엄, 루시에 대한 모델이요. 전 진짜 길 가다가 윌리엄 보면 알아볼거 같거든요. 표정도 막 그려지고요. 정말 대단한 작가님이십니다, 스트라우트!!!

바람돌이 2023-11-08 16:2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스트라우트의 책은 다시 읽기 좋은책인듯.... 읽을 때마다 새로운 감정이 생길 거 같아요. ^^
저도 루시가 윌리엄에게 느끼는 저 감정 뭔지 알거 같았어요. 좀 짠한데 왜냐하면 그런 감정의 애정이 완전히 끝까지 행복하게 가는 경우가 좀 드물더라구요. 그래서 저는 그런 윌리엄 입장에서의 글도 보고싶다는 생각을 햇었어요.
참 단발머리님이 소개해주신 책 친밀한 적 반쯤 읽다가 지금 살짝 던져놨어요. 번역이.....ㅠ.ㅠ 그래도 좋은 책이라 조만간 다시 읽겠습니다. ^^

단발머리 2023-11-12 16:23   좋아요 0 | URL
네, 맞아요. 바람돌이님! 스트라우트 책은 다시 읽어도 참 좋네요.
저는 그런 ‘짠한‘ 기분, 그런 감정에 휘둘리지 않는 사람이고 싶고, 또 그런 사람이라 생각하는데, 이 책을 읽으면서는 나도 모르게....
그러니까 제가 스트라우트에게 말린 셈이죠. 저는 윌리엄을 안아주고야 말았습니다.

<친밀한 적> 번역이 좀 그렇기는 하죠 ㅠㅠㅠ 바람돌이님의 읽기 응원합니다. 리뷰도 남겨주시구요!!

유부만두 2023-11-08 17:0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의 최애 스트라우스 소설은 <내 이름은 루시 바턴> 이에요. <모든것은 가능하다>로 그 세계의 연장선을 보았지만 전작에 대한 제 마음을 방해하는 것 같아서 그 다음 시리즈는 안 읽었어요. 그런데 윌리엄이 생각이 안나요?;;; 분명 루시 남편이니 어느 정도 비중이 있는데. 아 맞다 루시가 병원에 있는 동안 바람 났었나 그랬죠?
그런데 단발님은 애정노선 해주신다고요. 음… 궁금해지네요.

공쟝쟝 2023-11-08 22:33   좋아요 1 | URL
저도요! 저는 제목만 떠올려도 저작근이 뻐근해지는 몸의 반응이 있어요.

단발머리 2023-11-12 16:25   좋아요 0 | URL
유부만두님 / 전 말씀하신 그 두 권을 읽지 않았......................... 그래서 이전 세계로 돌아가는 일이 더 걱정스럽기는 합니다.
윌리엄은 바람을 핍니다. 저는 애정노선으로 정했구요. 유부만두님도 읽어주세요. 저만 혼란스러울 수 없다니까요!!

공쟝쟝님 / 뻐근하다 못 해 찌뿌둥!!
 





 













<Lucy by the Sea>를 읽고 있다. 사연이라면 이렇다. 나는 올해 초, 첫 영어책으로 <Oh William!>을 읽었는데, 너무 좋았다. 이렇게 표현하면 안 된다는 걸 알지만 다른 말이 떠오르지도 않는다. <, 윌리엄!>을 읽는 시간이 참 좋았다. 푹 빠질 수 있는 작품을 만난 것도 좋았고, 읽으면서 중간중간 친구들과 이야기 나눌 때도 즐거웠다.

 


현재는 오더블 구독을 하고 있는데, 오더블 구독을 하면 한 달에 크레딧을 한 개씩 받는다. 사 놓고 안 들었던 오디오북이 많아 해지 상태였는데, 한 달에 0.99달러 3개월 행사를 한다고 안내 이메일이 와서 다시 구독했다. 암튼 해지 전에 크레딧 정리하면서 <Oh William!>도 구입해 두었더란다. 한 번 더 읽어야지, 의 마음. 책을 꺼내서 읽기 시작하는데, …… 역시나 좋다.  2장을 읽은 찰나, 그다음 이야기가 담긴 책이 집에 있다는 생각이 퍼뜩 들었다. 겉에서 보면 수납장이지만 문 열면 책장인, 사 놓고 안 읽은 원서가 그득한 원서 칸을 살피니 이 책이 있다. <Lucy by the sea>. 그래, 그러니까. 이 책이 집에 있네. 그렇게 책을 펼치고, 그리고 나는 이 책만 읽는다.

 


이 글은 제목을 먼저 정해놓고 쓰기 시작했는데, 원래 제목은 <윌리엄 욕하기 (feat. Lucy by the sea)>였다. 나는 윌리엄을 욕하고 싶었다. 그가 얼마나 나쁜 사람인지 쓰고 싶었고, 그의 행동이 얼마나 비열한지 쓰고 싶었고, 그의 악행이 얼마나 의도적이었는지 쓰고 싶었다. 하지만, 나는 그럴 수 없었는데, 이 책을 읽어가면 읽어갈수록 나는 윌리엄을

 


윌리엄을 좋아하게 됐다. 이해하게 된 건 아니지만, 그의 어떤 행동에 감동을 받았다. 싫으면서도 좋은, 미우면서도 좋은. 그렇게 내 고민은 시작되었다.  

 


인간은 다면적이고 중층적인 존재라는 걸 안다. 정체성이라는 건 사람들이 붙여놓은 이름이라는 걸 안다. 임무나 역할이 아니라, 사람 존재 그 자체로서 그 사람을 대해야 한다는 걸 안다. ‘이 아니라 그 사람의 행동이 더 중요하다는 걸 안다. 하지만, 윌리엄에 대한 나의 감정이 복잡해질 때, 나는 어떻게 하면 좋을지 모르겠다. 나는 윌리엄이 좋은 사람이면서 나쁜 사람이라는 걸 안다. 루시에게 과 같은 사람이었으면서, 루시 안의 튤립 줄기를 툭 꺾어버린 사람이란 걸 안다. 좋은 아버지이고 다정한 남편이었으면서 바람둥이였다는 걸 안다. 실패한 후에도 다시 일어설 줄 아는 사람이라는 걸 안다. 정확한 판단을 빨리 내릴 줄 아는 사람이면서, 루시의 말을 귀담아듣지 않는 사람이란 걸 안다. 그러니까, 나는 윌리엄의 양면적 혹은 다면적인 모습을 알고, 그걸 그대로 이해하고 받아들인다. 적어도 그는 소설 속 가상 인물이 아닌가. 하지만, 하지만!!! 그에 대한 내 감정이 이렇게 복합적으로 작동하는 건 참을 수가 없다. 윌리엄은 85% 정도로 좋은 남편이었지만 바람을 피웠으니 나쁜 남편이다. 오엑스. 그가 불륜을 저지르고 가족들에게 너무 큰 고통을 주었지만, 루시를 구해주었으니 결국은 좋은 사람이다. 오엑스. OX.

 


그러면서 생각한다. 나는 감정 이분법에 빠진 사람인가. 호감 아니면 비호감. 호 또는 불호. 사실 나는 애증이라는 말이 정확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애와 증이 공존한다면, 그 상태의 핵심 정서는 애가 아니라 이라고 생각한다. 하얀색과 파란색이 함께 한다면, 하얀색과 파란색이 그대로 있는 게 아니라, 하늘색으로 변하듯이 말이다. 하늘색은 하얀색이 아니라 파란색에 가까우니 말이다. 양가감정이란 말도 그렇다. 두 가지의 상호 대립되거나 상호 모순되는 감정이 공존하는 상태를 가리키는 양가감정 중, 정서적 양가는 조현증의 일반적 특징이기도 하다. 나는 정리하고 싶다. 정하고 싶다.

 


 

나는, 담백하게 윌리엄을 미워하고 싶다. 그를 미워하고 싶다. 그런데, 이 책을 읽으면 읽을수록 그게 안 된다.

 


 

그런 사람도 존재한다는 걸 안다. 어떤 사람은 마음의 크기가 한없이 드넓어서 여러 사람을 사랑하고 아껴줄 시간과 체력과 에너지를 가지고 있다는 걸 말이다. 이를테면 이런 식이다. 여기 윌리엄의 마음이 있다. 윌리엄은 자신의 마음을 나누어 준다. 첫번째 부인 루시와 세 번째 부인 에스텔에게 준다. 세번째 결혼에서 얻은 10살짜리 딸 브리짓과 첫번째 결혼에서 얻은 장성한 딸들 크리시와 베카에게 나누어 준다. 마음을 이렇게 나누어 준다.


 

 



그러면서 생각한다. 나는(소설을 읽을 때 나는 루시가 되니까), ‘루시인 나는 윌리엄의 마음 전부를 원하는가. 그를 온전히 소유하기 원하는가. 그의 마음 전부가 내 것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하는가. 그건 불가능한데그건 불가능한데, 난 그걸 원하는 걸까. 괜찮아 보이는, 혹은 근사한 모습의 윌리엄이 온전히 내 사람이기를 원하는 걸까. 짜증날 때도 있고, 가끔 떨어져 있을 때 기쁘기도 하지만, 그가. 그 윌리엄이 내 것이길 원하는 걸까.

 

 


 

나는 노래를 좋아해서 자주 흥얼거리는 편인데, 정확히는 흥얼거리기 보다는 좀 크게 부르는….. 편이다. 설거지할 때도 운전할 때도 거리를 걸어 다닐 때도 노래를 부른다. 나는 항상 아멘이라서 찬양도 많이 부른다. 어떤 노래가 꽂혔을 때는 그 노래듣는다. 열 번, 백 번, 이백 번. 그 노래만 듣는다. 요즘에 꽂힌 노래는 스텔라장의 <L’Amour, Les Baguettes, Paris>이다.

 


나는 노래방에 가지는 않아 그쪽 세계는 잘 모르지만, 노래를 많이, 자주 부르는 사람들은 안다. 자신의 음색과 음역대와 잘 어울리는, 즉 노래를 불렀을 때 좋은(?) 효과를 내는 노래가 따로 있다는 걸 말이다. 화사, 심규선, 스텔라장 같은 몽환적 목소리는 따라 하기도 쉽지 않고, 따라 한다고 그대로 되지도 않는다. 어쩔. 나는 스텔라장의 노래를 부른다.


 



 








파리를 닮은 여인, 한여름 땡볕에 썬탠을 하고 한껏 섹시해진 프랑스어 잘하는 친구 만나면 한글 발음 좀 써달라고 해야겠다. 라무흐, 레 베게트, 파리. 이것밖에 모르겠다.


 

L’Amour, Les Baquettes, Pari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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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오 2023-11-04 16:5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단발님이랑 윌리엄 얘기 하려면 저도 오 윌리엄을 얼른 읽어야겠어요! 루시바턴 읽고 윌리엄은 아직 남겨뒀는데......

공쟝쟝 2023-11-04 21:59   좋아요 2 | URL
그 전에 <무엇이든 가능하다!> ! 전 루시 바턴 세계관 계보도 그렸는데. 다음 기회에 올리도록 하겠어요.

단발머리 2023-11-07 17:45   좋아요 1 | URL
은오님 / 그래서 제가 제 옆자리 앉으시는 분께 <오, 윌리엄> 권했다는거 아닙니까. 어제도 점심 시간에 루시 이야기 나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공쟝쟝님 / 전 두 권 남았으요. <내 이름은 루시 바턴(반 읽음)>이랑 <무엇이든 가능하다> 뒤쪽을 먼저 읽는 편 ㅋㅋㅋㅋ

공쟝쟝 2023-11-04 22:3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1. 감정이 지표라고. (물론 어떤 생각이 굳어지면 그것이 감정의 작동 원리가 되기도 하죠) 감정이야 말로 몸에 새겨진 그 사람의 흔적이라고 생각하는 저로서는 내 감정의 결이 이토록 세세하구나를 헤아릴 수 있는 소설을 좋아하고, 그런 소설을 읽을 때는 단발님 말씀대로 뭐라고 표현하기가 힘들어지는 것 같아요. (그걸 표현하고 싶은 욕망을 가진 사람이 작가가 되는걸까요) 나 자신을 아는 데는 감정이 중요하지만, 그 이상을 알고자 하면 감정을 잠시 내려 놓을 필요도 있죠. 정말로 지식의 확장은 그럴 때 이루어지는 것 같기도 하고요.

2. + 애와 증이 있을 때 증이 더 본질적이라는 말에 대해서. 내 감정을 정리하고 싶다는 ‘말‘(욕망)에 대해서. 제가 가진 지성을 총동원해서 내리게 된 어떤 결론을 하나 놓고 가자면....... 감정, 그것은 ‘변한다‘입니다. 어떤 방식으로 변할지는 ... 모른다는 것. 다만 내 몸에 기입되는 관계-지식과 아주 멀리 있지는 않은 것 같아요. 저는 내 감정을 느끼는 데 미련하고, 썩 좋은 감정 상태에만 살고 있지는 않아요. 다만 좋은 감정을 느끼는 일을 많이하면서도, 미래의 나를 위해서 지금 나의 성급한 판단을 중지시키는 방법도 책을 읽으면서 배우고 있습니다. 나와 다른 몸들에서 나오는 감정들과 지식들을 더 이해하고 싶어졌어요.

3. 저는 단발머리님이 말씀하시는 것 처럼 소통의 불가능성에 대해서 숙고해 본 적이 있습니다. 알고 계실지도? ㅎㅎㅎ 여기까지 적고 나니 갑자기 좋아하는 문장 긁어 오고 싶은 충동.

˝(152) 가령 ‘네가 나를 이해할 수 있을까?’와 ‘나는 너를 이해할 수 있을까?’라는 두 문장은 문장의 주어만 다를 뿐 의미론적으로는 동일한 문장이다. 그러나 어떤 두 사람이 각기 이러한 생각을 품고 10년을 살았다면, 이 두 사람은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되었을 확률이 매우 높다. 네가 나를 이해할 수 있을까라는 물음을 묻는 사람은 타인이 나를 이해할 수 없음에 초점을 맞추어 타인을 그리 신뢰하지 않는 사람이 되었을 확률이 높다. 한편, 내가 너를 이해할 수 있을까라는 물음을 묻는 사람은 다른 사람의 말을 보다 경청하는 사람이 되었을 확률이 더 높다.˝

책의 출처는 허경 선생님의 <내맞너틀>입니다. 주말 잘 보내세요.

단발머리 2023-11-08 08:58   좋아요 0 | URL
1. 전 윌리엄에 대한 제 생각을 반드시 정리하고, 한 쪽으로 밀어내겠어요. 이쪽 아니면 저쪽이요. 저도 이 혼돈을 참을 수가 없으니까요.

2. 감정은 변하지요. 맞습니다. 성급한 판단을 중지시키는 방법도 있죠. 다만 저는.... 애가 5, 증이 7일 때는, 마이너스 2라는 계산이, 저는 안 된다는 거에요. 저는 그런 사람인가봐요. 찍히면 죽는다, 아시죠? ㅋㅋㅋㅋㅋㅋㅋㅋ 애가 5, 증이 7일 때, 제 계산법은 마이너스 38입니다. 다시는 안 만나죠. 안 만날 거에요. ㅋㅋㅋㅋㅋㅋㅋ

3. 저도 이 책을 읽었다죠 ㅋㅋㅋㅋ 기억은 안 나는데.... 인용해주신 문장은 잘 기억해둘게요. 나도 써먹을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