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유혹하는 글쓰기     

내가 스티븐 킹을 얼마나 좋아하는지 스티븐 킹은 모른다. 아쉽다. 내가 스티븐 킹을 좋아하면서 끝까지 읽은 그의 소설이 하나도 없다는 것도, 스티븐 킹은 모른다. 다행이다. 『유혹하는 글쓰기』는 예전에 읽었는데, ebook를 통해 한 번 더 읽었다. 귀로 읽는 건 색다른 재미를 준다. 쾌감 때문에 쓰고 또 써서 현재의 스티븐 킹이 되었다는 이야기는 동화같지만, 계속 쓰기 위해 그가 겪었던 생활의 고충에 대해 알고 난 후라면, 그의 말이 그리 허황되게 들리지 않는다.


글쓰기의 목적은 살아남고 이겨내고 일어서는 것이다. 행복해지는 것이다. 행복해지는 것.







       2.     자본론을 읽다

마르크스 읽기라면 줄 서 있는 책들이 꽤 많은데, 4월에 유유출판사 10년 대여 행사에서 구입한 이북이 있어 가벼운 마음으로 시작했다. 사회주의는 이미 실패한 실험이라는 걸 부인할 수 없는 시대에도 분배가 바로 『자본론』의 핵심이다”, 이런 부분에서 조금은 설렌다.








3.     네메시스

네메시스의 켄터 선생님은 대놓고 오이디푸스왕과 비슷하다. 자신 앞에 펼쳐진 운명과 재앙을 피해 멀리 도망쳤지만 결국 그 모든 비극의 원인이 자신이라는 점에서 그렇다. 사랑하는 아이들을 영원히 앗아가 버린 그 잔인한 악은 폴리오 균이 아니라 그 균을 만든 신이라는 언설은 특별하다. 신이라는 존재는 아주 아주 못된 천재라는 그의 결론에 동의하지는 않지만, 켄터 선생님의 절규가 마음에 와 닿는 것 또한 사실이다. 바닥끝까지 파헤쳐 진저리나게 하는 로스 특유의 밀어붙임이 다른 작품에 비해 상대적으로 약한 책. 나는 필립 로스를 사랑한다.



그의 분노의 대상은 이탈리아인이나 집파리나 우편물이나 우유나 돈이나 악취가 나는 시코커스나 무자비한 더위나 호러스가 아니라, 도무지 앞뒤가 맞지는 않지만 사람들이 두려움과 혼란 때문에 유행병을 설명하기 위해 내어놓는 그 모든 원인이 아니라, 심지어 폴리오 바이러스가 아니라, 그 원천, 그 창조자 바이러스를 만든 신이었다. (130)



       

       4.     세상이 잠든 동안 


       Agalma님의 알라딘 굿즈 페이퍼를 읽다 보면, 나를 위한, 나를 겨냥한 페이퍼가 아닌가 싶을 때가 많다. 부러움을 배가시키는 질투 유발 페이퍼다. 나는 알라딘 굿즈에 매달리지 않는 쿨한 사람이어서, 알라딘 머그컵, 알라딘 독서대, 알라딘 북파우치 정도에 만족하는 사람인데, Agalma님 페이퍼를 읽다 보면 뭐든 하나 사야겠다는 내면의 목소리가 너무 크게 들린다. 가장 최근에 소장한 알라딘 책베개. 알라딘 굿즈와 깔맞춤을 위해 같은 페이지를 읽는 수고. 알라딘 굿즈는 커트 보니것도 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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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부만두 2018-06-01 17:4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스티븐킹.. 미저리, 정말 무서운데 정말 재밌어요. 그분도 제가 이러는 거 모르세요. ^^

단발머리 2018-06-01 18:43   좋아요 1 | URL
제가 읽다 포기한 스티븐킹 작품은 닥터 슬립이었었죠.
70페이지 정도 읽다가 정말 순수하게 너무 무서워서, 포기했어요ㅠㅠ
미저리,는 길이 남을 명작이라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죠. 근데 역시 무서워서.... ^^

syo 2018-06-01 18:0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어떤 사람들은 분배가 아니라 생산 과정에 숨어 있는 자본의 해독을 파악하는 게 《자본론》의 핵심이라고 보기도 하더라구요. 역시 위대한 책은 여러 갈래로 읽히나 봅니다.

단발머리 2018-06-01 18:44   좋아요 1 | URL
위대한 책에게까지 가기 위해 초간단 준비 운동을 하면서도
이 위대한 책의 위대한 점이 마구마구 느껴지네요.
기대가 큽니다, 저는요...
금방 포기할찌라도 일단 기대에 부푼~~~^^
 





















아내와 헤어진 알았던 니노가 아내와의 관계를 끝내지 않았다는 , 정확히는 관계를 정리하려는 아무런 노력도 하지 않았다는 , 오히려 니노의 아내가 임신 7개월에 들어섰다는 사실을 레누가 알게 된다. 니노가 말한다. 나는 엘레오노라와 헤어질 없고, 없이 없어. 레누의 마음을 돌리기 위해 애쓰는 니노. 패닉 상태에 빠진 레누. 



레누는 대학시절 자신의 애인이었으며 지금은 시누이의 애인인 프랑코에게 자신의 상황을 이야기한다. 레누의 이야기를 들어주던 프랑코가 말한다. 



Why, then, did he drive from Naples to Milan, why did he travel all night, why did he humiliate himself, accusing himself, why did he beg you not to leave him? All that should signify something. It signifies, I cried, that he is a liar, that he is a superficial person, that he is incapable of making a choice. And he kept nodding yes, he agreed. But then he asked: What if he loved you, seriously, and yet knew that he could love you only in this way? (108) 




너를 정말 사랑하지만 이런 식으로밖에 사랑하는 법을 모르는 거라면?” 


나를 사랑한다 했으면서, 결혼 생활을 끝장냈으면서, 자신의 아이를 임신한 아내와 헤어지지 하겠다는 남자를, 여자를 모두 갖겠다는 남자를, 나는 계속 사랑해야 하는가. 계속 사랑할 있는가. 




사랑하는 사람을 독점하고 싶은 마음이 잘못된 것인가.  



일부일처제는 여자에게만 유리한가. 아내가 낳은 아이가 자신의 아이라는 것을 확인해야 하기에 남자들은 본성에 어긋나게 일부일처제를 받아들이는 것인가. 가능하다면, 니노처럼 가능하다면 여자가 아니라, 여자, 여자도 마다하지 않을 텐가. 그런 사랑에 행복한가. 여자들은 어떤가. 함께 사는 남자가 나의 정신적, 육체적, 경제적 필요를 채워줄 있다면 남자를, 내가 사랑하는 남자를 다른 여자와 공유할 있는가. 사람과 나의 관계에 있어서배타성이라는 측면, ‘절대성이라는 측면을 완전히 배제할 있는가. 



여기까지다. 


여기까지가사랑은 지독한, 그러나 너무 정상적인 혼란』 읽기 , 준비 작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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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18-05-30 12: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단발머리님, 응원합니다.
저는 몇 해전에 사랑은 지독한...읽으려고 사뒀다가 몇 장 읽고 다시 팔아버린 사람입니다. 포기한 1인....
완독하시길 진심으로 응원합니다. 빠샤!


그건그렇고, 오랜만에 개놈(죄송) 니노 만나네요. 후훗.

단발머리 2018-05-30 12:58   좋아요 0 | URL
정희진샘 <혼자서 본 영화>에서 본 책이고, 미네님 페이퍼 (미네님, 안녕하세요^^)에서도 본 책이라 이번에 도전해요.
저도 얼마만큼 읽을지는 모르겠지만 ㅎㅎㅎㅎㅎㅎㅎ 일단 준비운동 들어갔습니다. 다락방님 응원에 힘입어 완독 함 해 볼께요.

그나저나....
니노 ㅅㄲ 나쁜 ㅅㄲ 입니다.
보고 또 봐도 그렇죠~~~~~
 
















단발머리 대통령. 단번에 눈길을 끈다. 일단, 나는 단발머리다. 헤어스타일이 단발머리가 아니라 닉네임이 단발머리다. 가끔 알라딘 닉네임으로 사인을 받을 때가 있는데, 그럴 때마다근데 단발머리 아니시네요.”라는 말을 듣는다. 사실 닉네임을 정할 때도단발머리 아니었던 같다. 평범하면서도 기억에 남는 닉네임을 만들고 싶었는데, 옆에 앉아 있던 아이의 머리가 단발머리여서 충동적으로 그렇게 정했다. 


지정곡도 따로 있고. 나름 괜찮은 같다. 










세월호 사건 이후 대통령의잃어버린 7시간 대한 이야기가 한참이었을 , 박근혜 올림머리를 만드는데 시간이 얼마나 걸리느냐에 대한 말이 많았다. 기자는 박근혜가 애용하는 미용실을 찾아가 대통령의 헤어스타일과 똑같이 머리를 매만지는데 얼마만큼의 시간이 걸리는지 직접 체험하기도 했다. 국민이 사건의 발생과 정부의 무대응을 생중계로 보고 있었음에도 박근혜는 미용사 자매가 도착해 머리를 매만져 주기 전까지 청와대를 나설 없었다. 박근혜에게 올림머리는 특별하다. 박정희의이자 육영수의대타였던 박근혜에게 올림머리는 결코 양보할 없는 무엇이다. 




박근혜 헤어스타일이 워낙 회자되다 보니, 이런 뉴스까지 생산되었다. ‘해외 정상들, 이유 있는 단발머리 사랑’. 정치적인 + 단발머리 스타일 = 여성 정치인 머리 스타일. 이런 기사는 좀 억지스럽다. 정치인 뿐만 아니라, 모든 영역의 직업인들에게여성이라는 이유로 갖가지꾸밈노동 요구하면서, 이제는특정한헤어스타일이 특정 직업군의 여성들에게적합하다고 제안하는 자체가 코미디다. 박근혜처럼 꾸밈노동에 사로잡혀도 되겠지만, 그렇다고이런 좋겠다 훈수 역시 받아들이기 싫다.   







이야기를 해보자면, 제목 자체가 책이 보여주고자 하는 것을 거의 보여준다고 있다. 얼굴에 맞는 단발머리 헤어 스타일. 책을 이유라면, 셀프 스타일링의 팁을 가르쳐준다는 것인데, 따라할 있느냐 여부는 각자의 손재주 여부에 달려있다. 




그래, 작년 추석 이후로 미용실에 가지 않아 제멋대로 길어버린 머리카락을 자르러 가기는 가야할 같다. 이번에는 단발머리 대통령 묘정의 안내에 따라 진짜단발머리 도전해 봐야겠다. 목표는 이와 같지만 







, 나는 단발머리 대통령이 아닌 것을. 나는 그냥 단발머리인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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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페미니스트는 (남성에게) 무해한 개념녀라는 천사의 날개를 스스로 부러뜨리고 헬조선이라는 진창으로 추락한 존재입니다 자신을 짓누르는 자기검열과 자기혐오의 족쇄였던 날개를 폐기해 버린 이들은 더는 가부장제 천당에 머무는 착한 천사를 꿈꾸지 않습니다. 마찬가지로 이들은 진창과도 같은 현실과 거리를 두고 관념적 자기만족에 머물던 페미니즘의 타성으로부터도 깨어났습니다. 스스로지옥Hell 페미니스트라는 이름을 붙인 순간부터 그렇습니다. (28) 



나는 헬조선에서 가장 극렬한 전투 가운데 있는 헬페미니스트들을 지지하고 응원한다. 가장 앞장 있는 그녀들에게, 그녀들의 용기와 헌신에 박수를 보낸다. 그녀들의 희생이 있음으로 해서, 많은 여성, 나를 포함한 많은 여성들의 삶이 1센티라도 전진하고 있다고 믿는다. 



페미니즘 모먼트 사람마다 다르다. 나는, 결혼하기 전까지, 아이를 낳기 전까지, 내가 여자라는 이유로 제약 받고 있다는 사실을 인지하지 했다. 내게 강요된 제약의 일부를 ‘82년생 김지영처럼 무의식적으로 수용했고, 다른 일부는 내게 와서 닿지 않았다. 지금에 와서야 생각한다. 그것이 얼마나 기적같은 일이었는지. 나는 결혼하고 나서야, 결혼 후에 남편과 나에게 주어진 역할과 위치가 완벽하게 다르다는 인식했다. 9 넘게 동거하다가 아이를 갖게 자신에게 일어난 변화를 말하던 퀘백의 소설가 니콜 브로사르처럼 말이다.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깨달으면 물론 화가 나고, 그것에 저항하고, 현실을 바꾸는 일에 활발히 참여하게 됩니다. 예를 들어서 저는 어머니가 되고 나서야 내가 여자임을, 대부분의 여자들에게 요구되는 것을 하도록 요구받고 있음을 갑자기 깨달았어요. , 저는 임신을 했을 페미니즘 책을 읽기 시작했지요. 시몬 보부아르의 『제2 성』, 필리스 체슬러의 『여성과 광기』, 버지니아 울프의 3기니』, 슐라미스 파이어스톤의 『성의 변증법』, 케이트 밀레트의 『성 정치학』 읽었어요. 물론 많은 여자들처럼 저는 페미니즘이 인생을 바꾸었다고 생각합니다. (207) 

















『여성의 신비』 내게 특별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책이 지닌 한계, 책의 저자가 가진 한계에도 불구하고, 책은 안의 고민을 밖으로 꺼내어 주었다. 결혼을 하고, 아이를 갖고, 아이를 낳고, 아이를 키우는, 행복하고 즐거운 일상 속에서, 나는 만족하지 하는가. 다른 사람들은, 다른 여자들은, 다른 엄마들은 다들 그렇게 적응하고 사는데, 나는 그게 되는가. 계속 무언가를 잃어버린 같은 기분이 드는가. 다른 책들은, 내가 읽었던 다른 책들은 설명해 주지 했다. 




침대를 정리하면서, 식품점에서 물건을 사면서, 의자 커버를 씌우면서, 아이들과 땅콩버터 샌드위치를 먹으면서, 아이들을 소년단과 소녀단으로 태우고 다니면서, 그리고 밤에 남편 옆에 누워 있으면서 조용한 물음 – “이것이 과연 전부일까” – 자신에게조차 던지기 두려워했다. (54) 




가사노동에 대한 깨달음은 실비아 페데리치에게서 왔다. 『캘리번과 마녀』, 『혁명의 영점』 각별한 이유다. 재료를 준비해 음식을 차리고, 차린 음식을 먹고, 먹이고, 치우고, 정리하고. 빨고 널고 개고 정리하고. 털고 밀고 닦고 정리해도, 내가 하고 있는 일이 아니다. 내가 하는 일은 아무 일도 아니다. 전업주부. 전업으로 주부. 주부의 말고는 하는 일이 없는 사람. 하는 일의 대부분이 가사노동인 사람. 일하고 있는데도 사회적으로 나는노는사람이다. 나의 노동은 사회적으로 문화적으로 인정받지 한다. 나는 일하지 않고 먹는 사람이다. 힘들다고 말할 없었다. 한가한 소리, 배부른 소리라는 말을 들을 뻔했다. 일을 하겠다고 말하는게 두려웠다. 돈을 버는 일과 돈이 되지 않지만 살아가는데 필요한 일을 동시에 만한 체력이 나에게는 없었다.  




정희진 선생님이 말씀하셨던앎의 위치성 대해서 생각한다. 앎은 위치에 의해 결정된다. 나는, 나의 욕망과 현실, 그리고 나의 사회적 위치가 정해준 영역 안에서 사고하고 판단한다. 서울에 사는 비장애인. 가부장제에 편입한 기혼 여성. 이성애자이며 기독교인. 그리고 전업 주부. 나는 내가 있는 위치에서 보이는 만큼 이해할 있을 뿐이다.



페미니즘이 워낙 스펙트럼이 넓고 방대한 학문이기도 하지만, 나의 주된 관심사는가내부불노동’, ‘노동으로서 가사 활동이다. 아이 출산 현재까지 전업 주부로 살고 있는 현재의 나와 밀접한 관계가 있기 때문이다. 분야를 깊이 있게 공부할 있다면 분야를 공부하고 싶다.





그런데 오늘 아침에는 이런 기사를 보게 됐다. 



잠갔는데 뚫렸다여자 화장실구멍 진실 


<http://news.mt.co.kr/mtview.php?no=2018052308303973371, 머니투데이 2018. 5. 27>



여자화장실 문짝 안쪽으로 의심스러운 구멍들이 있는데 남자화장실은깨끗하다는 기사다. 새로 지어져 깨끗하게 관리되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유독 여자화장실에만 구멍이 있다. 신촌의 편입학원, 여행사가 밀집한 종로 빌딩, 컴퓨터 학원이 위치한 강남 빌딩. 시공업자들도 이유를 없는 백여개의 구멍들.  










내가 제일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문단은 여기인데 차마 옮길 수가 없어 사진으로 대신한다. ‘여자에게 기눌릴 화장실 몰카를 봐라 일부다. 









방향 없이, 목표 없이 이리저리 헤매는 페미니즘 공부이지만, 복수 전공해도 된다면, ‘자본주의 발전 과정에 있어 여성의 가사 노동 대한 연구에 더해, 여자에게 기눌릴  '화장실 몰카 보며 자신감을 회복'한다는 심리를, 해괴한 심리를 추적하고 싶다. 




인간은 언제 인간인가. 


가장 사적이며 가장 내밀한 공간에 침투해, 배설의 순간을 엿보며 내면을 안위하려는 심리는, 그러한 인간의 심리는 도대체 무엇인가. 도대체 뭔가. 



언제 인간인가. 

언제 인간이었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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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18-05-28 14: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지하철역 화장실에서 옆칸에 들어가 저를, 정확히는 제 항문을 훔쳐보려돈 놈과 눈이 마주친 경험이 있지요. 거기서 뭐하느냐, 당장 나가라고 소리를 질러놓고, 밤이었기에, 정작 저는 나가지 못하고 화장실 안에서 벌벌 떨던 적이 있었어요.

얼마전에 sns 에서 한 남자사람이 ‘기술적으로 화장실 문에 나있는 구멍안에 카메라 설치 안된다는 걸 모르나, 그걸 왜 두려워하나‘고 하더라고요.... 여자들은 몰카의 공포에 떨고 있는데 ‘그건 불가능해!‘라고 말하는 사람이라니.... 미쳐 날뛰는 세상이죠. 저는 심지어 실제의 남자와 마주치기도 했는데요. 뭘 더 냉정하고 객관적으로 가르치고 싶은걸까요? 어디다대고 무얼 가르치려는건지....

계속 갑시다. 함께 계속 갑시다, 단발머리님.

단발머리 2018-05-28 16:27   좋아요 0 | URL
아..... 눈 마주치는 상황이라니.... 여자들은 잘못한 게 없는데도 두려움에 떨고, 남자들은 아무것도 무섭지 않고 아무것도 두렵지 않은 이런 상황을 도대체 뭐라하면 좋을까요.
오늘 아침에 이 기사를 보고는 참.. 답이 없는 이 미친 세상을 어쩌면 좋을까요.

그냥 길게 말할 게 아니라 간단히, 더 간단히 가면 어떨까 싶어요.
화장실 몰카 설치, 유통, 판매, 구매자 모두 강력 처벌.... 이런 것도 말해야 하는 입이 아파요.

힘내요, 우리.
다락방님, 우리 뚜벅뚜벅 걸어서... 같이 가요.

비로그인 2018-05-29 01: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저 기사 봤어요... 돌겠더라고요. 거기다 무고죄 특별법 청원이 10만이 넘었다는 기사는 제목만 보고도 소름이 끼쳤어요.
이 모든 게 과정이라고 되뇌이면서도, 기가 차네요. 페미니즘 책은 거의 안 읽었는데 하나하나 또박또박 읽어가려고요. 좋은 책들 많이 소개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단발머리 2018-05-29 12:41   좋아요 0 | URL
가끔은 우리가 사는 세상이 맞나, 이건 정말 상상 속의 일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어요.
idahofish님 댓글 읽다 보니, <백래시>도 생각나고요. 시소처럼 앞으로 뒤로 가는 것 같지만,
읽기로 연대하고 같이 말하고 소리치면 조금은, 아주 조금은 나아질 거라 생각해요.
전... 그렇게 믿어요. 자주 뵈어요^^
 

  


















놀이터 감독 캔터 선생님이 가장 아끼던 아이 앨런이 죽었다. 앨런 마이클스. 



곳에도 폴리오를 퍼뜨려야지라며 놀이터에 나타나 한가득 침을 뱉고 돌아간 이탈리아인들 때문인지, 시드 가게의 핫도그 때문인지, 원인이 무엇인지도 정확히 알지 못한 채로 앨런은 목이 뻣뻣해지고 열이 오르더니 사흘 만에 그렇게 가버렸다. 



바랄 있는 가장 훌륭한 아이. 숙제를 하고, 자기 엄마를 돕고, 안에 이기적인 뼈라고는 하나도 없었던 아이. 그런 아이가 죽었다. 내가 아니라 그애가 죽었냐는 앨런 아버지의 물음에 캔터 선생님은 답을 없다. 장례식 , 앨런의 삼촌 아이사도어 마이클스가 울음을 참으며 추도 연설을 한다. 







앨런의 삶은 끝났지만,” 그는 말을 되풀이했다. “그렇지만 우리는 슬픔 속에서도 아이가 살아 있는 동안은 삶이 무한했다는 것을 기억해야 합니다. 호기심 때문에 앨런에게는 하루하루가 무한했습니다. 다정함 때문에 앨런에게는 하루하루가 무한했습니다. 앨런은 사는 동안 행복한 아이였고, 무슨 일을 하든 일에 자신의 최선을 다했습니다. 세상에는 그보다 훨씬 나쁜 운명도 있습니다.” (72)




앨런이 자꾸로스 읽힌다. 


그의 삶은 끝났지만, 그의 호기심, 그의 열정, 그의 다정함은 그를 아는 모든 사람들에게 기쁨을 주었다. 그의 삶은 끝났지만, 그의 작품은 남아 무한의 시간을 산다. 


계속해서네메시스』 읽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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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lanca 2018-05-26 14: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로스의 죽음을 이틀 뒤에 알고 너무 놀랐어요. 아직 마지막 작품을 쓰지 않았다 여겼는데... 필립 로스도 죽는구나, 생각하니 삶이 더 허무하게 느껴집니다. 저는 이런 사람은 불멸이라고 생각했나 봐요. 네메시스 인용해 주신 대목 너무 좋네요.

단발머리 2018-05-26 14:43   좋아요 0 | URL
저도 그래요, blanca님~~
저 역시 필립 로스님의 책 한 권 또는 두 권 정도 더 나올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었는데...

필립 로스는.... 늙어감에 대해서, 죽음의 대해서, 세월 앞에서 인간의 무력함에 대해 그렇게 많이 말하고 썼는데...
저도 그렇게 생각했어요. 필립 로스는 오래 살 것이다. 그는 오래오래 살 것이다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