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스 마플이 울던 새벽
김살로메 지음 / 도서출판 아시아 / 201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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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천 글자 미니 에세이미스 마플이 울던 새벽』 각각 사람, 생활, , 일상, 글의 다섯 장으로 나뉘어져 있다. 책에 대한 부분을 먼저 읽는다. 폴란드 시인 비스와바 쉼보르스카, 남자인 알았던 여자 시인 쉼보르스카에 대한 이야기가 좋았다. 지독하게 추운 날씨. 장갑을 시를 쓴다는 폴란드 시인을 머릿속에 그려본다. 가끔 달빛이 온기에 겨워 장갑을 벗는다는 폴란드 시인은 쉼보르스카 자신이기도 할테니, 장갑을 끼고 시를 쓰다 달빛에 장갑을 벗는 쉼보르스카를 상상한다. 



『숨그네』 책을 읽으며 찾아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던 소설이다. 몽환적이며 비약적인 문체, 직설적이고 사실적인 이야기의 조합이 헤르타 뮐러를 통해 가능하다는 말에 금방 솔깃해진다. 롤랑 바르트의애도일기』 그렇다. 어디까지가 문학일까. 어디까지가 사적인 기록일까. 사람들은 유명인의 개인적이고 내밀한 기록을 궁금해한다. 롤랑 바르트는 메모지에 어머니에 대한 단상을 적어가면서 어떻게 생각했을까. 이야기는 고백으로서만 자리할것인가. 이야기는 문학이 것인가. 그의 애도일기는 교통사고 후유증으로 롤랑 바르트의 죽음이 앞당겨짐으로 해서 가공되지 않은 독자들에게 전달되었다고 한다. 나도 롤랑 바르트를 읽고 직접 확인하고 싶다. 그의 기록은 고백이 되었을까. 아니면 문학이 되었을까.




책에 대한 글들을 재미있게 읽었지만 책에서 내가 제일 좋아했던 집밥이라는 글이었다. 『타임푸어』 문단이 떠오르기도 했다. 



집안의 먼지가 없어지고 냉장고가 때까지 기다리지 말고 그냥 친구들과 시간을 보내자. 케첩으로 만든 스파게티와 좋은 사람들만 있으면 충분하다(<타임푸어>, 454) 




외지에 떨어져 있는 아이들이 돌아오는 주말, 엄마는(저자는) 중복되지 않게 식단을 짠다. 아침엔 초밥, 점심엔 냉면, 저녁엔 피자, 다음날 아침엔 고깃국, 점심은 스파게티, 저녁은 삼겹살. 엄마로서의 임무를 끝내고 뿌듯해하는 찰나, 아들이 속내를 말한다. 집밥이 그리웠는데, 엄마가 차려준 집밥이 아니라 요리였다나. 아들이 바란 더도 말고 덜도 말고 소박한 밥상이란다. 구수한 된장찌개에 시원한 열무김치, 고등어 토막. (31) 몸에 땀이 범벅이 되고서도 다음 끼니를 걱정하는 어머니에게서 한참이나 불량 엄마지만, 끼니 걱정하는 마음만은 똑같이 품고 사는 1인으로서 그녀의 노고에 박수를 보낸다. 한편엄마, 제가 정말 바라는 소박한 밥상이예요라고 말하는 아들이 너무 예쁘다. 예쁘게 말하는 아들은 듬직하게 자란 멋진 청년이 분명하겠지만 엄마가 차려주는 집밥의 참맛을 아는 아들은, 예쁘다. 




부모가 자식에게, 자식이 부모에게, 친구가 친구에게 바라는 이런 아닐까, 생각한다. 사람이 사람에게 바라는 것도 그런 아닐까 한다. 소박하고 평범한 밥상, 도란도란 마주앉아 오늘 하루의 일을 이야기하고, 마주 보고 웃고, 그리고 이야기하는. 



김살로메 작가의 에세이를 읽었다. 집밥 같은, 마음이 편안해지고, 속이 편안해지는. 든든한 끼가 되고 피와 살이 되는 그런 글을, 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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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로 2018-06-16 12: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읽고 싶은데 아직 받지 못했어요. ㅠㅠ

단발머리 2018-06-16 13:02   좋아요 0 | URL
아하..... 어쩌죠. 미국 알라딘 조금 더 힘내주시기 바랍니다.
라로님이 간절히 기다리고 있답니다^^

cyrus 2018-06-16 13: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엄마의 재봉틀’이라는 글도 저의 마음을 편안하게 해준 수필이었어요. 어린 시절 부정적인 추억으로 남은 재봉틀 소리를 긍정적으로 소환하는 작가의 글쓰기가 정말 좋았고 부러웠습니다. ^^

단발머리 2018-06-16 14:30   좋아요 0 | URL
저에게도 읽는 즐거움을 맘껏 느낄 수 있던 좋은 시간이었어요. 새로운 책들도 알게 됐구요.
cyrus님도 저처럼 마음 편안한 시간을 보내셨군요^^

2018-06-16 15:1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8-06-17 08:04   URL
비밀 댓글입니다.

프레이야 2018-06-17 10: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랑스러운 책에 사랑스러운 리뷰에요.

단발머리 2018-06-17 19:53   좋아요 1 | URL
사랑스러운 리뷰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ㅎㅎㅎㅎㅎㅎㅎㅎ
사랑스러운 책인거는 확실해요.
책 표지랑 크기랑 디자인이 너무 이뻐서 저는 밖에 나가 읽을 때는 ‘북커버‘에 얌전히 넣어서 이동했습니다.

감사해요, 프레이야님~~~~~~~~~~~~~~~~^^
 




아침에 일어나서는 기도를 했다. 



6-7 전인가 스무 남은 앞에서 짧은 발표를 하는데도 전날부터 그렇게나 떨리고 잠이 오고 그랬더랬다. 취재진만 5천명, 세계 수억 명의 사람들이 지켜 보는 가운데 김정은 위원장은 오늘 세계 무대에 등장한다. 아버지도 할아버지도 하지 했던 일을 이제 시작한다. 



트럼프가 북미 정상회담을 엎어버리겠다고 했을 문재인 대통령님께 만나자 4 정상 회담을 하고 헤어지는 장면에서 의지하고픈 마음을 읽은 사람이 혼자는 아니었을테다. 즉흥적이고 예측 불가능한 트럼프를 상대로 자신의 안전과 체제 전체를 걸고 모험을 한다. 이상 물러설 길이 없다.  




북미 정상 회담의 성공을 기원한다. 


우리 힘으로 우리 뜻대로 한반도에 평화와 안전을 가져올 있다고 쉽게 말하지 하는 시대, 한반도에

그래도 평화의 기운이 조금 살아나기를. 



아침에, 기도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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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겟타 2018-06-14 13: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안녕하세요. 단발머리님.
저도 지금 현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사람이지만. 북-미가 만나다니! 놀라움의 연속이네요. (김정은의 셀카도 말이에요!!)
불과 1년전? 아니 몇달전만 해도 우스갯 소리로 이렇게 서로에게 으르렁하고 있는 트럼프와 김정은이 전격적으로 만난다면? 이란 발칙한 상상에 불과했던 게 현실이 될줄은...
그럼에도 있을 수많은 난관을 헤치고 결국 해피엔딩으로 이어졌으면 좋겠어요.
우리가 겪고 있는 이 2018년이 나중엔 어떻게 기록되어질지도 궁금하네요.

단발머리 2018-06-15 14:53   좋아요 1 | URL
불과 1년전이 어떠했는지 기억이 안 나는지, 미흡하다 부족하다 하는 사람들 보면... 참 물어보고 싶어요.
어디까지 어떻게까지 해야 마음에 들겠냐고요.

역사에 길이 남는 2018년이 되지 않을까 싶어요. 보고도 믿기 어려운 트럼프 & 김정은 투샷도 그렇고요.
오늘의 매일매일이 역사라는 생각이 듭니다.
오랜만이라 더 반가워요, 블랙겟타님^^
 



















책표지 왼쪽 날개. 박사 논문 작업을 위해 만난 저자 사람은 어느 곰브리치 세계사』 아이들에게 읽어주다가 책에 여성들의 이야기가 거의 등장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역사책에서는 남자들만 전쟁을 하고 나라를 세우고 영웅이 될까? 세상을 바꾼 아이디어가 탄생하는 순간에, 혁명의 자리에 여자들은 보이지 않는 걸까? 이런 궁금증이 책을 계기가 되었다고 한다.


여성의 기록으로서 오늘날 우리가 읽을 있는 기록 가장 오래된 것은 엔헤두안나의 것이다. 메소포타미아지역 하나인 사르곤 왕은 엔헤두안나를 달의 난나와 결혼시켜 우르의 대제사장으로 만들었다. 사원에서 신을 경배할 낭송하는 찬가를 직접 짓는 대제사장의 임무 이외에도 그녀는 많은 글을 남겼다. 지극히 개인적인 , 고통과 아픔, 인간적인 실수, 신과 자신의 관계에서 대해서도 글로 적었으며, 흔치 않게 많은 문서에 자신의 이름을 집어넣었다. (29) 나는 대제사장이었다. , 엔헤두안나는


이집트의 하트셉수트는 왕이 죽은 미성년 아들의 대리인 자격을 넘어 직접 왕위를 계승해 왕좌에 올랐다. 왕위에 오른 것을 정당화하기 위해 그녀는 가짜 수염을 붙이고 남장을 했다. 최고의 교육으로 아들의 왕위 계승 준비를 도왔고, 무역을 통해 국가의 부를 증대시키고, 나라 곳곳에 화려한 건축물을 지었는데, 하나는 자신의 신전이었다. 하지만 그녀가 세상을 후에는 직접 왕좌를 차지한 그녀의 행동을 두고 오랜 시간 격론이 벌어졌으며, 그녀가 세상을 100년이나 지난 , 아멘호테프 3세의 왕비 티예가 신전 벽에 새겨진 하트셉수트의 그림과 이름을 지우라 명해 하트셉수트의 흔적을 모조리 제거했다. (39)


기독교에서 인간이 낙원에서 추방되었던 상황에 대한 해석은 다양하다. 지식과 인식이 인간을 자신의 부족함을 아는 불행한 존재로 만들었다고 말하기도 하며, 다른 편에서는 여자의 무지몽매함이 이런 결과를 가져왔다고 주장한다. 인류를 불행으로 이끈 장본인이 이브라는 것이다. 여성과 원죄, 죄가 서로 뒤엉킨 이러한 연상 작용의 효과로 수백 동안 학자들은 원죄를 들먹이면서 여자를 믿어서는 된다는 증거로 활용했다.(56)


여성 혐오의 원산지로 저자들은 그리스를 꼽는다. 아테네의 민주주의는 노예가 아닌 남자에게만 허용되었다. 남자로 태어나면 농부도, 상인도, 수공업자도, 시인도, 철학자도 오늘은 연극을 하고 내일은 전쟁터로 나가 싸우고, 모레는 평의회에서 정치 현안을 논의할 있었다. 하지만, 여자는 아니었다. 여자는 민주주의에서 배제되었고 공식적인 논의에 참여하거나 발언할 없었다. 여성들의 장소는 집이었다. 가장 중요한 임무는 천과 옷을 만드는 일이었는데, 양털이 실이 되고 실이 다시 천이 되려면 물레는 거의 쉬지 않고 돌아가야 했다. 작가 크세노폰은 물레질이여성에게 가장 명예롭고 가장 적합한 이라고 말했다.(76)


여성의 활동범위를 가정으로 제한하고, 국가와 사회적 역할을 하지 못하도록 규제한 것은 로마나 중국, 페르시아 모두 똑같았다. 많은 수의 여성들이 황제의 어머니, 아내, 딸이 되어 물리적으로는 권력의 핵심부에 위치해 있었으나, 여성의 역할은 조력자로서만 한정되었다.



정말 놀라운 일이다. 무슨 혁명이든 혁명이 끝나고 나면 여성들은 대대로 내려오던 부엌의 자리로 돌아갔다. 기독교 교회가 여성에게 일체의 공동 발언권을 빼앗았을 때도 그랬다. 프로테스탄트가 마리 당티에르 같은 여성 사상가의 입을 틀어막았을 때도 그랬다. 루소처럼 계몽주의의 대표들이 자유와 권리는 여성에게는 해당하지 않는다고 주장했을 때도 그랬다. 마지막으로 프랑스혁명 역시 올랭프 구주를 처형해 여성들에게 경고장을 던지는 것으로 마침표를 찍었다. 여자가 집을 나와 정치에 끼어들면 어떻게 되는지 너희 눈으로 똑똑히 보아라! (396)



여성에게는 자녀를 출산하고, 물레를 돌려 천과 옷을 만들고, 밥을 하고 빨래를 하고 청소를 하고, 아이를 돌보고 아이를 교육하는 일만 허용되었다. 이를 거부할 경우이상한 여자’, ‘미친 여자 취급 받았고, 정치적인 의견을 표명하는 것은 더더욱 금지되었다. 공장에서 수백만 노동자가 노예가 되었다고 비판하던 위대한 사상가 마르크스조차 여성이 가정에서 추가로 무임금 노동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보지 못했다. 그는 가정에서 아내의 위치가 노예와 다를 없음을 알아채지 했다.



나폴레옹 민법전에는 이런 조항이 있다. “미성년자, 결혼한 여성, 범죄자, 정신박약자는 법적 권리가 없다.” 민법전은 여성이 남편의 소유물이라고 정했다. 따라서 남편에게 아내를 때릴 권리가 있었다. 법적으로 여성은 범죄자나 정신 박약자와 동등한 지위였으므로, 어찌 보면 당연한 규정인 듯했다. (397)



여성 참정권을 요구했던 최초 운동의 여성 주역들은 돌을 던지지 못했다. 특히 에멀라인 팽크허스트는 돌팔매질이 형편없기로 유명했다. 하지만 그녀의 거실에서 결성된여성사회정치동맹 Women’s Social and Political Union’에는 돌을 던지는 추종자들이 충분히 많았다.



투쟁은 거기서 그치지 않았다. 여성들은 정치집회를 급습해 의자에 올라가여성에게 참정권을!”이라고 적힌 플랜카드를 펼쳤다. 가꾼 골프장 잔디에 산을 부어 글자를 새겼고 편지함을 폭파했으며 열차의 좌석을 칼로 긋고 불을 지르고 폭탄을 던지고 창문을 부수었다. 다우닝가 10번지 영국 수상 관저의 창문도 무사하지 못했다. 하나, 사람을 향한 폭력만은 절대 쓰지 않았다. (440)





내가 특별히 마거릿 애트우드를 좋아하는 이유는 소설 속에서 그녀가나는..’이라고 말할 때의 무게 때문이다. 이를 테면시녀이야기』






만에 하나 기회가 닿는다면, 미래에든 천국에서든 감옥에서든 지하에서든 다른 어떤 곳에서라도 당신을 만나거나, 당신이 탈출했을 내가 당신의 이야기를 들어줄 테니까. 미래, 천국, 감옥, 지하, 거기가 어디든 여기가 아닐 것은 분명하다. 무슨 이야기라도 털어놓다 보면, 적어도 당신이 존재한다는 것을, 거기 있어서 말을 듣고 있다는 것을, 구체적인 사실로 믿을 있다. 이야기를 당신한테 털어놓음으로써, 당신이 존재할 것을 의지로 명하는 바이다. 나는 이야기한다, 고로 당신은 존재한다. (458)










6 9 지난 토요일에 있었던 혜화역 집회 관련 뉴스를 찾아 읽는다. 여성 참정권에 대한 투쟁이 없었다면 여성들은 이번주 수요일에 기초광역의원, 교육감을 선출하는, 그대로 고도의 정치적 행위에서 완전히 배제되었을 것이다. 말하고 소리지르고 함성을 지르는 행동들은 결국 새로운 변화를 만들어낼 것이다. 갖은 방법을 동원한 여성의 역사 지우기는 계속될 테지만.









그럼에도, 여성들은 쉬지 않고 말하고 쓴다.


여성의 역사는 지워지지 않는다.


그렇게 우리는 역사가 된다. 






이렇듯 중국은 변화를 이루어냈지만 실제로 바뀐 것은 아니었다. 여전히 우주 질서를 논한 공자의 가르침이 통했고, 공자는 여자에게도 자리를 딱 정해주었다. 통치 형태와 국가 철학이 수천 년 동안 그대로 유지된 곳에서 여성 문제가 거론될 리 만무했다. 예로부터 돈 많은 남자는 첩과 정부를 두었고, 한나라의 황제들이 그랬듯 청의 황제들 역시 수천 명의 여성에게 에워싸여 살았다. 정부는 남성의 소유물이어서 사고팔고 선물로 주었다. 유명한 한 학자는 여성은 남성의 욕망을 채워주어야 하지만 남성은 그러지 않아도 되는 이유를 다기 세트에 비유했다. "찻잔 넷에 다관은 하나이다. 찻잔 하나에 다관이 넷인 경우를 보았는가?" (402쪽)

여성은 태어날 때부터 주부와 엄마가 아니다. 돌아보면 우리 주위엔 주부와 엄마의 의무를 진심으로 좋아하지 않는 여성도 많다. 그러나 수백 년에 걸친 사회 교육은 대부분의 여성을 주부와 엄마로 만들었다. 그런 관념은 남자들에게도 마찬가지로 걸림돌이 된다. 예를 들어 남자가 주부와 아빠가 되려면 출세를 포기하지 않으면 안 된다. (50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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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 2018-06-11 18: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단발머리 님, 좋은 글 잘 읽고 갑니다 ;)

단발머리 2018-06-11 19:02   좋아요 1 | URL
김유나리님에게 적게라도 도움이 되었다면 저도 무척 기쁘네요.
댓글 남겨 주셔서 감사해요^^
 


















집에서 떨어진 도서관. 구석에 선다. 이른바페미니즘 코너’. 『페미니즘 : 주변에서 중심으로』부터 시작해한국 남성을 분석한다』, 『우리에게도 계보가 있다』까지 읽을 사람을 기다린다. 자리가 부족해 겹쳐져 있는 책들 가운데서 익숙한 제목의 책을 꺼내 든다. 



한참 알라딘서재에서페미니즘 공부열풍이 불었던 2015 초여름. 나도 여기저기 알라딘 이웃님들 서재에 가서는 댓글로 줄을 섰는데, 처음 읽었던 책이 책이다. 2015 6월이니까, 3년이 지났다. 중학교 통째. 고등학교 통째의 시간. 고개도 가누고 누워만 있던 아이가 만지고 뛰어다니고 꼬박꼬박 말대꾸를 시작하는데 필요한 시간 36개월. 3년의 시간이 너무 멀게 느껴져 책을 다시 읽는다. 



어느 오는 오후, 반스앤드노블에서 저자가여성의 신비』 다시 읽게 되면서 책은 시작된다. 2세대 여성주의를 촉발시킨 책이지만 1963년에 출간되어 이미 고전 중의 고전으로 인식되던 책을 다시 읽으면서 그녀는 놀라운 기분에 사로잡힌다. 결혼하기 위해 열아홉 살에 대학을 그만두고 아이를 키우는 어느 여성의 이야기, 대학생 때에는 다른 나라 사람 이야기로만 여겼던 여성의 사연이 바로 지금의 자신과 다를 없음을 깨달은 것이다. 바너드 여대의페미니즘 고전 연구수업 청강을 허가 받은 , 일주일에 번씩 아침 기차를 타고 뉴욕에 도착해 수업을 듣고 바로 기차를 타고 집으로 돌아오는 생활을 시작한다. 책은 그녀의 페미니즘 고전다시 읽기. 




추천 도서 중에서 아직 읽지 못한 & 관심이 가는 권을 추려본다. 



























































속에 소개된 페미니즘 고전을 해석함에 있어 저자는 자신이 비평가나 학자로서가 아니라일반 독자로서 접근했음을 강조한다. ‘매우 개인적 소회이상의 무엇인가로 읽히지 않기를 바란다고도 했다. 강의를 들은 2 동안 훌륭한 책을 많이 만났지만, 여기에 소개된 페미니즘 고전들은 자신이 처했던 상황과 밀접한 관련이 있음도 밝혔다. 개인적인 이야기가 많이 포함될 밖에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이를 테면, 저자의 어머니는 전형적인 워킹맘이다. 



어머니는 대학을 우등으로 졸업하고 분자 생물학 박사 학위를 받은 분야에서 최고의 자리에 올랐다. … 내가 생후 1개월 무렵일 어머니는 일터로 다시 돌아갔다. 그때부터 가족 이외의 사람들과 지내는 삶이 시작된 셈이다. (237) 



나는 나를 낯선 이의 손에 맡겨야 했던 부모가 어떤 대가를 치러야 했는지는 말할 없지만 남의 손에 자란 내가 어떤 대가를 치러야 했는지는 말할 있다. 어머니와 아버지 분이 출장을 떠날 때마다 나는 원인 모를 고열에 시달렸다. 학교가 파한 빈집에 들어갈 귓가에 울리는 발자국 소리가 왠지 서글펐던 기억, 초등학교 학예회 관중석 어디에도 부모님이 없다는 사실을 알면서 <주여 오소서> 부를 느낀 외로움 등이 내가 치러야 했던 대가였다. 나는 연극이 끝난 무대 뒤에서 이웃 아주머니가 자기 자식에게 주려고 가져온 꽃다발에서 뽑아 송이를 건네받은 적도 있었다. (238)  




생후 1개월된 아이를 두고 직장으로 돌아가는 엄마. 현관문 열쇠를 목에 걸고 다니는 아이. 그래서 어떻게 되었을까. 그녀는 자신의 아이를 낳은 일을 하면서 아이를 돌볼 있게 프리랜서로 일하기로 결정한다. 



하지만 나는 아이의 기대에 눈빛에 매번 녹아 내리고 마는 엄마였다. 해야 일들을 옆으로 밀어 놓은 책을 읽어 주거나 실비아가 만들었다는 노래를 들어주기 일쑤였다. 나는 아이들이 세상을 원색으로만 본다는 사실을 끊임없이 자신에게 주지시켰다. 정규직을 버리고 프리랜서를 선택한 데는 다른 이성적 동기도 영향을 주었지만 사실 감정적 동기가 가장 영향을 끼쳤다. 시간을 유동적으로 있는 일을 하면서 실비아가 필요로 때마다 옆에 있는 엄마가 되고 싶었다. 어린 시절의 나처럼 부모님의 부재로 인한 결핍을 느끼게 하고 싶지 않았다. (242)  



그녀는 한결같이 자신이 어머니를 얼마나 존경하는지 말한다. 하지만, 엄마를 그리워했던 자신의 마음, 어린 시절의 자신을 애도하는 마음을 감추지 않는다. 직업적 성공을 위해 밤새워 글을 쓰고, 새로운 일거리가 있나 거듭 출판사에 전화하는 그녀가 선택한다. 아이가 자신을 필요로 곁에 있어주는 엄마가 되기로 말이다. 


『잠깐 애덤 스미스 , 저녁은 누가 차려줬어요?』 에서 카트리네 마르살은 아이가 14 정도 되고, 식기세척기가 없고, 천기저귀를 날마다 마당에 있는 커다란 솥에서 삶아야 되는 경우가 아니라면 가정 내의 엄격한 분업을 유지하는 것이 비효율적이라고 말했다. 동의한다. 나는 ‘700 전업 주부 시대 마지막이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모든 아이들이 스테파니와 같지 않더라도, 스테파니처럼 외로움과 고독을 마음 속에 숨긴 자랄 있음을 말하고 싶다. 유아 시절의 특정한 결핍이 이후의 성장 과정에서 오히려 그녀/그를 다른 방식으로 이끌 있다는 안다. 다만, 나는 엄마를, 아빠를, 외할머니를, 혹은 의지할 누군가를 그리워하는 어린 아이의 마음을 헤아리는 또한 어른의 일이라고 생각한다.  


모든 여성에게 모성을 강요하는 것은 폭력적인 일이지만, 아이를 낳고 기르며 행복하다고 느끼는 감정, 아이를 위한 선택, 함께 있기로 하는 결정 또한 존중받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나는 남성과 여성, 아버지와 어머니가 일을 함께 있다고 생각한다. 열쇠를 목에 아이들이 엄마와 아빠를 계속 그리워하지 않으면서 정서적으로 충만함을 느끼며 성장할 있는 방법을 찾을 있다고 생각한다. 주위의 엄마들 중에공무원, 교사 국가에 직접 고용된 엄마들은 비교적 눈치 보지 않고 육아휴직을 사용하는 것을 보게 된다. 일반 직장으로서는 상상하기도 어려운 일인데, 연속해서 육아휴직3년을 사용하는 경우도 있고, 아이들이 어릴 2년을 사용하고, 아이가 초등학교에 입학하는 시점에 육아휴직을 신청해 아이의 학교 생활을 가까이에서 돕기도 한다. 초반에는 사회적 비용이 발생하고, 혼란스러울 수도 있겠지만,  육아휴직 3강제’, 아빠 육아 휴직 1강제등의 방식으로 시작해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된다면, 여성에게만 육아를 강요하지 않으면서 어린아이를 키우는 일에 엄마와 아빠, 사회와 국가가 협력할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나는 여성들과 남성들이 반세기 전에 그랬듯이 함께 노동시간을 단축하기 위한 새로운 전국적 운동에 나서는 모습을 보고 싶다. 40시간 노동을 위한 투쟁은 이제 30시간이 돼야 테고, 합쳐서 80시간을 노동하면 되는, 아이를 키우는 남성과 여성의 요구를 충족시켜야 것이다. 아이들이 학교에 있는 동안 노동하는 부모들에게는 하루 6시간 노동이 알맞고, 젊은 남성과 여성은 교육과 심화 훈련의 기회를 노동과 결합할 있어야 것이다. 60세가 넘는 사람들은 집안일만 돌보기보다는 자신들의 경험을 통해 계속 사회에 기여할 있는 방법을 찾을 있어야 한다. 모든 사람에게 좀더 많은 일자리가, 그리고 여성과 남성에게 새로운 성공의 기준이 주어져야 한다. (<여성의 신비>, 16) 



결국, 어느 것에 중점을 두는가에 달려있다고 생각한다. 아이를 낳아 키우며 행복하고 즐거운 순간들을 함께 하고, 먹고 마시며, 웃고 뛰며 이야기하는 일들을, 사회적 성공이나 물질적 성취보다 소중하게 여긴다면, 그런 사회가 된다면, 그런 사회 분위기가 조성된다면, 많은 엄마, 아빠들이 육아휴직을 통해 아이, 아직은 엄마와 아빠를 그리워하는 어린 아이들과 많은 시간을 보낼 있지 않을까 싶다. 



이제는 커버려 엄마를 찾지 않는 아이의 엄마가,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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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18-06-07 17:59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저는 단발머리님을 응원합니다. 힘차게 응원합니다. 제가 내미는 손에 힘이 실려있음을 알아주시기를 원합니다.
단발머리님의 엄마로서의 삶, 여자로서의 삶, 그리고 공부하는 사람으로서의 삶, 서재인의 삶 모두 응원합니다. 이것들이 복합적으로 섞일 때 자주 나타나는 내적 갈등도 응원합니다. 우리는 어떤 역할을 맡든 내적 갈등에 시달릴 수밖에 없는 것 같아요.
고민하고 갈등하고 분열하면서 앞으로 나아가는 것, 그것이 성장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빨래하는 페미니즘, 오래전에 읽은 책인데, 오늘 단발머리님의 페이퍼를 보니 하나하나 다 새로워요. 다시 읽으면 또다른 의미가 되겠구나 싶습니다.

제가 가는 길에 단발머리님과 함께라고 생각하면 외롭지 않습니다. 우리 오래 함께 가요.

단발머리 2018-06-07 19:54   좋아요 3 | URL
뭐랄까. 다락방님의 응원은, 아주 아주 더운 날, 얼음이 동동 띄워진, 아이스 자몽 허니 블랙 티 같다고 할까요.
새로운 용기와 희망을 뽐뿌하는 응원이예요.

저는, 제 위치와 자리를 항상 잊지않으려고 해요.
저의 고민과 갈등들이 한가한 전업주부의 ‘역겨운 페미니즘‘이 되지 않기를 바라고요. 그러면서도 현재 저의 삶에서 ‘여성‘의 삶이 어떤 식으로 제한되고 규정되는지에 대해서도 해석하고 분석하고 싶어요.
결국에 우리가 바라는 세상은,
여자가 사람으로서 살 수 있는 세상이니까,
포기하지 않고 한 걸음, 한 걸음 나갈때,
다음 세대의 여성들이 그리고 또 남성들이
정말 사람이 살만한 세상에 살 수 있을 거라 생각해요.

무엇보다,
전 분노하고 소리치는 페미니스트들의 용기 있는 행동에 항상 감동해요.
지금 제가 누리는 소소한 행복과 기쁨도 사실은 그녀들에게 많이 빚지고 있다는 걸 요즘에 더 많이 느껴요.
토요일 집회, 잘 다녀오세요.
같이 못 가서 미안하고, 그리고.... 고마워요, 다락방님....

syo 2018-06-07 23:28   좋아요 1 | URL
전 대체 뭐건대 두 분 댓글을 읽으며 눈물이 피잉 돌까요..... -_ㅠ히잉

단발머리 2018-06-08 08:39   좋아요 0 | URL
우리 모두 같은 마음이라 그럴까요.
syo님~~~~~ 토닥토닥^^

2018-06-08 13:3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8-06-10 06:42   URL
비밀 댓글입니다.
 




   

1. 유혹하는 글쓰기     

내가 스티븐 킹을 얼마나 좋아하는지 스티븐 킹은 모른다. 아쉽다. 내가 스티븐 킹을 좋아하면서 끝까지 읽은 그의 소설이 하나도 없다는 것도, 스티븐 킹은 모른다. 다행이다. 『유혹하는 글쓰기』는 예전에 읽었는데, ebook를 통해 한 번 더 읽었다. 귀로 읽는 건 색다른 재미를 준다. 쾌감 때문에 쓰고 또 써서 현재의 스티븐 킹이 되었다는 이야기는 동화같지만, 계속 쓰기 위해 그가 겪었던 생활의 고충에 대해 알고 난 후라면, 그의 말이 그리 허황되게 들리지 않는다.


글쓰기의 목적은 살아남고 이겨내고 일어서는 것이다. 행복해지는 것이다. 행복해지는 것.







       2.     자본론을 읽다

마르크스 읽기라면 줄 서 있는 책들이 꽤 많은데, 4월에 유유출판사 10년 대여 행사에서 구입한 이북이 있어 가벼운 마음으로 시작했다. 사회주의는 이미 실패한 실험이라는 걸 부인할 수 없는 시대에도 분배가 바로 『자본론』의 핵심이다”, 이런 부분에서 조금은 설렌다.








3.     네메시스

네메시스의 켄터 선생님은 대놓고 오이디푸스왕과 비슷하다. 자신 앞에 펼쳐진 운명과 재앙을 피해 멀리 도망쳤지만 결국 그 모든 비극의 원인이 자신이라는 점에서 그렇다. 사랑하는 아이들을 영원히 앗아가 버린 그 잔인한 악은 폴리오 균이 아니라 그 균을 만든 신이라는 언설은 특별하다. 신이라는 존재는 아주 아주 못된 천재라는 그의 결론에 동의하지는 않지만, 켄터 선생님의 절규가 마음에 와 닿는 것 또한 사실이다. 바닥끝까지 파헤쳐 진저리나게 하는 로스 특유의 밀어붙임이 다른 작품에 비해 상대적으로 약한 책. 나는 필립 로스를 사랑한다.



그의 분노의 대상은 이탈리아인이나 집파리나 우편물이나 우유나 돈이나 악취가 나는 시코커스나 무자비한 더위나 호러스가 아니라, 도무지 앞뒤가 맞지는 않지만 사람들이 두려움과 혼란 때문에 유행병을 설명하기 위해 내어놓는 그 모든 원인이 아니라, 심지어 폴리오 바이러스가 아니라, 그 원천, 그 창조자 바이러스를 만든 신이었다. (130)



       

       4.     세상이 잠든 동안 


       Agalma님의 알라딘 굿즈 페이퍼를 읽다 보면, 나를 위한, 나를 겨냥한 페이퍼가 아닌가 싶을 때가 많다. 부러움을 배가시키는 질투 유발 페이퍼다. 나는 알라딘 굿즈에 매달리지 않는 쿨한 사람이어서, 알라딘 머그컵, 알라딘 독서대, 알라딘 북파우치 정도에 만족하는 사람인데, Agalma님 페이퍼를 읽다 보면 뭐든 하나 사야겠다는 내면의 목소리가 너무 크게 들린다. 가장 최근에 소장한 알라딘 책베개. 알라딘 굿즈와 깔맞춤을 위해 같은 페이지를 읽는 수고. 알라딘 굿즈는 커트 보니것도 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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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부만두 2018-06-01 17:4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스티븐킹.. 미저리, 정말 무서운데 정말 재밌어요. 그분도 제가 이러는 거 모르세요. ^^

단발머리 2018-06-01 18:43   좋아요 1 | URL
제가 읽다 포기한 스티븐킹 작품은 닥터 슬립이었었죠.
70페이지 정도 읽다가 정말 순수하게 너무 무서워서, 포기했어요ㅠㅠ
미저리,는 길이 남을 명작이라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죠. 근데 역시 무서워서.... ^^

syo 2018-06-01 18:0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어떤 사람들은 분배가 아니라 생산 과정에 숨어 있는 자본의 해독을 파악하는 게 《자본론》의 핵심이라고 보기도 하더라구요. 역시 위대한 책은 여러 갈래로 읽히나 봅니다.

단발머리 2018-06-01 18:44   좋아요 1 | URL
위대한 책에게까지 가기 위해 초간단 준비 운동을 하면서도
이 위대한 책의 위대한 점이 마구마구 느껴지네요.
기대가 큽니다, 저는요...
금방 포기할찌라도 일단 기대에 부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