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블리아 고서당 사건수첩 4 - 시오리코 씨와 두 개의 얼굴 비블리아 고서당 사건수첩 1부 4
미카미 엔 지음, 최고은 옮김 / 디앤씨미디어(주)(D&C미디어) / 201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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쉬운 내용은 아닌데 금방 읽었다. 4편이 나오길 기다린 보람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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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블리아 고서당 사건수첩 4 - 시오리코 씨와 두 개의 얼굴 비블리아 고서당 사건수첩 1부 4
미카미 엔 지음, 최고은 옮김 / 디앤씨미디어(주)(D&C미디어) / 201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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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블리아 고서당 사건수첩>은 내가 신간이 나오길 기다리면서 읽는 몇 안 되는 시리즈 중 하나다. 신간 <비블리아 고서당 사건수첩 4>는 가마쿠라의 고서점 '비블리아 고서당'의 사장 시노카와 시오리코와 책을 읽고 싶어도 못 읽는 아르바이트생 고우라 다이스케가 오래전 시오리코와 아야카 자매를 버리고 떠난 시오리코의 어머니 시노카와 지에코가 얽힌 사건에 휘말리면서 벌어지는 일들을 담았다. 이번 4편의 특이한 점은 지난 1,2,3편과 달리 몇 개의 독립된 에피소드가 나열되는 것이 아니라 하나의 사건이 이야기 내내 진행된다는 점이다. 게다가 다뤄지는 작가도 단 한 명, 일본을 대표하는 미스터리 소설 작가 에도가와 란포뿐이다. 하나의 사건에 집중해서 이전 시리즈보다 몰입이 잘 되었고, 한 작가를 집중적으로 파헤쳐서 훨씬 재미있었다. 4편이 나오길 기다린 보람이 있다.

 

 

사실 이 시리즈를 처음 읽을 때만 해도 서브 컬처 중 하나인 라이트 노벨을 낮게 보는 마음이 없지 않았다. 그런데 <비블리아 고서당 사건수첩>을 읽으면서 바뀌었다. <비블리아> 시리즈는 일본의 젊은 독자들에게는 고전의 재미를 알려주고, 외국 독자들에게는 일본 문학의 매력을 알리는 데 톡톡히 공헌하고 있다. 이 시리즈를 읽고, 적어도 이번 4편을 읽고 일본 문학, 특히 에도가와 란포의 작품을 읽어보고 싶은 마음이 들지 않는 독자가 있을까? 잊혀져가는 명작들을 알리는 데 웬만한 홍보나 마케팅보다 나은 역할을 하는 이런 작품이 우리나라에서도 나왔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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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의 궤적
시오노 나나미 지음, 김난주 옮김 / 한길사 / 201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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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을 대표하는 역사작가 시오노 나나미의 에세이집 <생각의 궤적>은 1975년부터 2012년에 이르기까지 그녀가 다양한 매체에 기고한 글들을 모은 일종의 '잡문집'이다. 별로라는 평을 많이 들었는데 직접 읽어보니 생각보다 좋았다. <로마인 이야기>, <바다의 도시 이야기> 등 대표작에 얽힌 후일담도 있어서 다시 읽어보고 싶어진 책도 여러 권 된다. 역사, 정치, 문화, 예술, 영화 등 그녀의 관심사를 총망라하는 점도, 다른 에세이집에서는 말하지 않은 사적인 이야기도 종종 보여 좋았다. 그녀가 영화감독 구로사와 아키라를 존경한다는 사실도, 일본의 역사속 인물 중에서는 오다 노부나가를 좋아한다는 사실도 이 책을 읽고 알았다(오다 노부나가를 좋아할 것 같았다).  

 

 

1937년생인 그녀는 스물여섯 살이 되던 해에 돌아오는 대로 부모님이 소개해주는 남자와 맞선을 봐서 시집가겠다고 약속한 뒤 1년 일정의 유럽 여행을 떠났다. 그런데 막상 로마에 도착해보니 일본으로 돌아가고 싶은 마음이 들지 않을 만큼 좋았고, 아예 그곳에서 평생을 살기로 마음을 정했다. 부모는 물론 그 누구도 응원하지 않는 삶을 사는 대가는 냉혹했다. 가쿠슈인을 졸업했을 정도이니 원래는 부잣집 딸이었을 터. 그러나 이탈리아에서 그녀는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생활비를 벌었고, 대학이나 연구기관에 적을 두지 않고 독학으로 이탈리아의 언어와 역사를 공부했다.  저자의 말대로 '제대로 된 일본 남자를 만나 제대로 결혼해서 제대로 유한마담이 되는 길'을 택하지 않았다는 것만으로도 그녀의 삶은 혁명이고 파격이었다. 그런데 작가로까지 성공했으니 사람은 정말 사는 대로 생각하게 되고 생각하는 대로 살게 되는 것 같다.

 

 

혹자는 그녀의 글에 왜곡이 많고 편견이 심하다고 비난하지만, 내 생각은 다르다. 일단 그녀는 역사'학자'가 아니라 작가다. 심지어는 대학에서 역사를 전공하지도 않았다. 그녀의 작품을 <해를 품은 달>, <성균관 스캔들> 같은 팩션이라고 말하기는 어렵지만, 애초부터 학계에서 객관적으로 인정받은 자료가 아닌, 그녀가 독립적으로 수집하고 연구한 자료에 기반을 두고 쓰다보니 역사적 진실과 정확히 들어맞지 않는 것은 어쩔 수 없다. 이는 그녀 자신도 인정한다. 심지어는 가짜 사료를 만든 적도 있다고 한다. 그런 그녀의 작품을 두고 왜곡이 많다, 편견이 심하다고 욕하는 것은 픽션을 픽션으로 보지 못하는 오류다.

 

 

또한 그녀는 지극히 마음에 충실한 사람이다. 정확히는 성적인 욕망. 수많은 나라들 중에 이탈리아에 끌린 것은 호방하면서도 낭만적인 라틴계의 남자들을 좋아했기 때문이고(라틴계의 핏줄을 잇고 싶어서 일본인이 아닌 라틴계 남자와 결혼했다는 고백을 한 적도 있다), 여자로서는 드물게 역사와 정치, 전쟁, 군사 같은 주제에 끌린 것, 패션과 영화에 해박한 것, 축구를 좋아하는 것 모두 남자를 이해하고 남자들과의 대화를 원활하게 잇기 위해서였다. 세상에는 부와 명예 또는 사회적인 시선 같은 외부의 영향에 좌우되는 사람이 많으며, 이는 글을 쓰는 사람들도 예외가 아니다. 그러나 시오노 나나미에게 글은 내면의 소리, 즉 끌어오르는 사랑과 애정을 표현하기 위한 일종의 러브레터같은 것이었다. 이런 글을 어찌 미워할 수 있으랴. 역시 나는 시오노 나나미가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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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아한 거짓말 창비청소년문학 22
김려령 지음 / 창비 / 200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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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중생, 여고생의 이름으로 학창시절을 지나온 사람이라면 뜨겁게 공감할 이야기. 선의가 선의가 아니었음을 왜 그땐 몰랐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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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아한 거짓말 창비청소년문학 22
김려령 지음 / 창비 / 200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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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하하하, 아 씨 ...... 나, 간다!˝ 만지는 손바닥으로 눈을 마구 비비며 일어섰다. 손등으로 눈물이 흘렀다. 가방을 메는 순간에도, 눈물은 멈추지 않았다. ˝미라야, 우리 만지 바래다주고 오자.˝ ˝오지 마. 니들 보니까 열 받아. 다른 집 자매도 다 니들 같은 거 아니지? 나란히 음식 하고 언니가 숟가락 주면 동생이 젓가락 주고, 콜록대면 등 두드려주고, 그런 거 아니지?˝ ˝응.˝ ˝나오지 마.˝ 만지가 현관문을 열었다. ˝잘 가라......˝ ˝안녕히 가세요.˝ 미란과 미라는 현관에 서서 마중했다. 밖으로 나간 만지가 문을 닫았다. 미란과 미라는 다른 가족들에 대한 환상이 없었다. 사람 사는 거 다 같을 거라고 자신들의 비루한 삶을 위안했다. 그리고 오늘 보니 그 생각이 영 틀리지 않은 것 같았다. 하지만 더 이상 위안은 되지 않았다. (p.138)

 


영화를 즐겨보는 편이 아니라서 매주 어떤 영화가 개봉되는 지 일일이 관심을 쏟지 않는데, 영화 <우아한 거짓말>은 몇 주 전부터 보도자료나 배우들 인터뷰를 눈에 띄는 대로 챙겨보고 있다. 김희애와 고아성, 김유정 같은 배우들의 팬이라서도 아니요, <완득이>를 좋아해서도 아니다(아직 못봤다). 매주 챙겨듣는 창비 팟캐스트 <라디오 책다방>의 제45회 게스트가 <우아한 거짓말>의 원작 소설을 쓴 김려령 작가님과 영화감독 이한 님이셨는데, 김려령 작가님의 말씀 중에 계속 마음에 남는 대목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지난 주말에 소설을 사서 읽었고, 이번 주말에는 극장에서 영화를 볼까 한다. 작가님 말씀을 들으면서, 소설을 읽으면서 그랬듯 영화를 보면서도 분명 펑펑 울어버리겠지만.

 

 

<우아한 거짓말>은 평범한 여중생 천지의 자살로부터 시작된다. 천지가 죽은 후 마트에서 일하는 어머니와 중학교 3학년 만지 모녀는 아무말 없이 먼저 간 천지를 그리워하기도 하고 원망하기도 하면서 하루하루를 살아간다. 그러던 어느 날, 언니 만지는 착하고 밝기만 했던 동생 천지가 죽음이라는 극단적인 선택을 한 데에는 이유가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고, 천지가 남긴 흔적들을 끈질기게 좇은 끝에 천지의 단짝 친구인 줄로만 알았던 화연의 실상을 알아낸다. 여자 중학교가 배경이라서 자연히 그 시절이 떠올랐고, 나는 천지같은 아이를 내버려둔 적이 없었나, 화연같은 행동을 한 적은 없었나 돌아보았다. 겉보기엔 무난한 학창시절이었고, 천지처럼 극단적인 선택을 하거나 화연처럼 대놓고 친구를 괴롭히는 아이를 본 적은 없지만, 여자아이들 간의 오묘한 신경전과 선의를 가장한 경쟁이나 다툼은 흔히 있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렇다고 해서 이 소설을 청소년 소설로만 치부해서는 곤란하다. 작가는 단순히 가해자 화연이 나쁘고 피해자 천지와 그 가족들이 안됐다는 식으로 구별짓지 않았다. 오히려 열네살 여중생이 자살이라는 극단적인 선택을 하게끔 내버려둔 가정과 학교가 겉보기엔 무탈하고 화목했다는 데 주목한다. 가정에서 어머니와 언니는 천지를 그저 착한 딸, 귀여운 동생으로만 여겼지, 그녀의 깊은 속내를 알려고 하지 않았다. 학교에서도 천지는 대놓고 괴롭힘이나 따돌림을 당하는 학생은 아니었지만, 화연이라는 단 한 명의 친구에게 괴롭힘을 당하는 상황을 주변 친구들은 내버려두었다. 뉴스에 나오는 것처럼 심각한 일은 벌어지지 않았지만, 그렇기에 천지는 대놓고 나 힘들다, 죽고싶다고 말할 수 없었다. 이런 일은 여자 중학교뿐 아니라 우리 사회 곳곳에서 비일비재하게 벌어지고 있다. 힘들면 남의 마음에 생채기를 내면서까지 표현하는 화연은 괜찮다. 하지만 천지는? 힘들어도 말 못하고 제 속만 태우는 천지같은 아이를 우리는 눈여겨보지 않는다. 그저 착하다고, 성실하다고 칭찬하며 입에 재갈을 물린다.

 

 

그래서 처음부터 내내 씩씩하기만 했던 언니 만지가 미란과 미라 자매 앞에서 처음으로 눈물을 보였을 때, 나도 따라 울었다. 천지가 살아있었더라면 미란과 미라처럼 '나란히 음식 하고 언니가 숟가락 주면 동생이 젓가락 주고, 콜록대면 등 두드려주'며 오손도손 살았을 만지. 누구보다 여리고 착했던 동생을 가장 가까이에서 보면서도 끝내 지켜주지 못한 언니 만지의 마음이 얼마나 아팠을까. 내가 괜찮으니까 너도 괜찮을 거라고, 나는 힘내고 있으니까 너도 힘내라고 말했던 것이 결과적으로 충고나 조언, 응원이나 격려가 아니었음을 깨달았을 때 얼마나 괴로웠을까. 힘들 때 누군가에게 힘들다고 말할 수 있음이, 그 말을 들어줄 수 있음이 서로를 지키고 버티게 해두는 힘이라는 사실을 너무 늦게 깨달은 이들이 안타깝고 또 안타깝다. 이 안타까운 마음이 퍼져 이 세상의 힘든 사람들, 아픈 사람들이 덜 힘들고 덜 아팠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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