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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책 - 하버드 학생들도 몰랐던 천재 교수의 단순한 공부 원리
조지 스웨인 지음, 윤태준 옮김 / 유유 / 2014년 1월
평점 :
일반적인 책 표지와 다르게 '하버드 학생들도 몰랐던 천재 교수의 단순한 공부 원리. 초등학생은 미리미리, 중고생은 지금부터, 대학생은 늦게나마, 일반인은 더 늦기 전에'라는 소개 문구가 제목만큼 큼직하게 쓰인 것이 키치스럽고 쇼킹하기까지 하다. 게다가 제목은 <공부책>. 공부의 모든 것을 알려줄 듯 대담한 제목과 달리, 책 크기는 미니 노트만하고, 두께도 서문, 목차, 역자 후기까지 더해 150쪽을 조금 넘을 정도로 얇아서, 읽으면서도 '정말 이 책으로 공부의 모든 것을 알 수 있을까?' 반신반의 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이 책으로 공부의 모든 것을 알 수 있는지, 결론부터 말하자면 글쎄다 싶다. '공부하기 전에 무엇을 알고 있는지, 혼자 어디까지 도달할 수 있을지 생각해 보라', '남의 도움을 받지 말고 스스로 공부하라', '책 몇 권을 철저하게 읽는 것이 여러 권을 수박 겉핥기식으로 읽는 것보다 훨씬 더 낫다' 등의 조언에는 깊이 공감하지만, '무엇보다도 먼저 마음가짐이 올발라야 한다', '읽은 것을 이해하라' 등 대부분의 조언들이 애매모호하고, '사전을 활용하라', '학생이라면 누구나, 반드시, 논리학을 체계적으로 배워야 한다' 같은 팁은, 저자가 강조하는 의미는 알겠지만, 현재 한국의 학생, 학부모들이 받아들일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구체적이고 당장이라도 실천 가능한 팁을 구한다면 이 책보다는 추천사를 쓴 서울대 황농문 교수의 <몰입>, <공부하는 힘>이 나을 것이다.
그래도 이런 시각은 신선했다.
"어떤 시험이든 합격선이라는 것이 있다. 그 선을 넘는 사람은 시험에 통과하고 넘지 못하는 사람은 떨어진다. 그러나 시험에 합격한 사람이 떨어진 사람보다 항상 능력이 뛰어난 것은 아니다. 그런데도 시험에 합격했다는 이유로 자신의 단점과 약점을 개선할 기회를 잃어버린다. 반대로 시험에 떨어진 사람은 자신의 단점과 약점을 개선해 실력을 더 키울 수 있다." (pp.112-3)
어떤 시험이든 빨리 합격할 수록 좋은 줄 알았는데, 시험에 불합격하면 다시 한번 제대로 공부할 수 있는 기회를 얻는 것이니 합격하는 것보다 낫다니. 그동안의 믿음이 와르르 무너지는 기분이다. 그야 단기적으로는 빨리 합격하는 게 경제적인 비용이나 시간 활용 면에서는 이익이다. 하지만 무턱대고 합격하는 것보다는, 잠깐 유예 기간을 얻었다고 생각하고 스스로를 점검해 보는 시간을 가지거나 어설프게 공부한 지식을 다시 한번 확실하게 다지는 기회로 삼으면 장기적으로는 훨씬 이득일지도 모른다.
"자기가 잘못된 방식으로 공부하고 있거나 자신에게 맞지 않는 길을 가고 있다고 너무 성급하게 결론지어서는 안 된다. 그럴 때는 친구들, 선생들과 솔직하고 진지하게 상담해 볼 필요가 있다. 그리고 어떤 경우에도 좌절하거나 낙담해서는 안 되며, 어떤 방향으로든 결국은 성공을 거둘 능력을 자신이 이미 지니고 있다는 사실을 믿고 자신감을 가져야 한다." (p.147)
얼마나 많은 이들이 책상 앞에 앉아 공부를 하는 그 순간에도 공부가 나와 맞지 않는다든가 잘못하고 있다는 생각에 회의를 한다. '칼을 뽑았으면 무라도 썰어야 한다'는 말도 있듯이, 일단 공부를 시작했으면 자기 자신을 의심하지 말고 공부에 몰입하는 것이 가장 낫다는 뜻이 아닌가 싶다. '어떤 방향으로든 결국은 성공을 거둘 능력을 자신이 이미 지니고 있다'는 말이 마음에 든다. 공부란 결국 내 안의 능력을 확인하는 것인데 그걸 모르고 밖에서만 구하니 늘 제자리 걸음을 하는 듯한 느낌인 것은 아닐까. 구체적인 팁이나 획기적인 아이디어는 얻지 못했지만, 이런 몇 줄의 문장을 구한 것만으로도 짧은 시간 동안 읽은 것치고는 괜찮은 수확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