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파서블 크리처스 : 하늘을 나는 소녀와 신비한 동물들
캐서린 런델 지음, 김원종 옮김 / arte(아르테) / 2024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맬에게는 남들에겐 없는 특별한 능력이 있다. 그것은 바로 하늘을 날 수 있는 능력이다. 아주 어릴 때부터 하늘을 나는 꿈을 가졌던 맬은 자신이 태어났을 때 예언자가 남기고 간 어른 사이즈의 코트를 입고 열심히 나는 연습을 했다. 이웃들은 그런 맬을 보고 비웃었지만 맬은 굴하지 않고 더욱 더 연습에 몰두했다. 결국 아홉 살이 되던 해에 하늘을 나는 데 성공했고, 몇 년이 지난 지금은 바람이 불면 하늘을 나는 것이 맬의 일상이자 맬이 사는 마을의 흔한 풍경이 되었다. 맬을 걱정한 고모할머니는 집 정원과 근처 들판에서만 하늘을 날기로 맬에게 약속을 시킨다. 하지만 더 넓은 세계를 보고 싶은 맬의 호기심에는 끝이 없다.


크리스토퍼에게도 흔치 않은 능력이 있다. 그것은 바로 가는 곳마다 동물들이 찾아와 그를 따르는 능력이다. 동물들을 좋아하는 크리스토퍼로서는 싫지 않은 능력이었지만, 크리스토퍼의 어머니가 세상을 떠난 이후로 성격이 날카로워진 크리스토퍼의 아버지는 그의 능력을 탐탁지 않게 여긴다. 스코틀랜드에 사는 외할아버지를 뵈러 혼자서 길을 떠난 그날도 크리스토퍼가 가는 곳마다 동물들이 그를 따랐다. 겨우 집에 도착한 크리스토퍼에게 외할아버지는 집 안팎에서 무엇을 해도 좋지만 언덕 너머에는 절대 가지 말라고 신신당부를 한다. 대체 그 너머에 무엇이 있기에 이러는 걸까.





영국 작가 캐서린 런델의 소설 <임파서블 크리처스>는 작가의 첫 책이지만 처음이라는 것이 믿기지 않을 정도로 전개가 흥미진진하고 내용이 탄탄하다. 소설의 두 주인공 맬과 크리스토퍼는 각자의 '금기'를 깨면서 위험에 빠지고 모험을 시작한다. 고모할머니가 금지한 숲 위에서 날다가 자신을 노리는 살인자의 눈에 띈 맬은 살인자를 피해 도망치다 그리핀을 잃어버린다. 언덕 너머로 가지 말라는 경고를 무시한 크리스토퍼는 호수에서 생전 처음 보는 동물을 발견한다. 얼마 후 나타난 소녀가 그 동물이 그리핀이라고, 자신이 사는 아키펠라고에는 그리핀 말고도 더 다양한 동물들이 산다고 알려준다.


그렇게 아키펠라고로 떠난 맬과 크리스토퍼는 맬을 찾는 살인자를 피해 달아나는 동시에 아키펠라고에서 벌어지는 수상한 일들을 해결하기 위해 노력한다. 아키펠라고에서 벌어지는 수상한 일들 중에 하나는 그리핀을 비롯한 다양한 생명체들이 점차 사라지고 있다는 것이다. 소설의 앞부분에는 '수호자의 야수 도감'이라는 제목으로 켄타우로스/켄타우리드, 키메라, 용, 그리핀, 히포캠프, 크라켄, 머메이드 ,스핑크스, 유니콘 같은 동물들의 일러스트와 설명이 나와 있다. 이 동물들의 공통점은 이른바 신화 속 동물 또는 상상 속 동물이라는 것인데, 이 동물들이 신화도 상상도 아닌 세계에 공존하는 이야기가 매혹적이다.





소설의 전반부가 서로 다른 세계에 살았던 맬과 크리스토퍼가 각자의 세계를 연결하는 공간에서 만나기까지의 내용을 담고 있다면, 소설의 후반부는 살인자를 피해 달아나다 항해 중인 배에 올라탄 두 사람이 뱃사람 피덴스 나이트핸드를 만나 함께 아키펠라고의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는 여정을 그린다. 나이트핸드는 투박한 외모와 거친 성미를 지녔지만 누구보다 솔직하고 정의로운 태도를 지녔으며, 넉넉한 인품으로 두 아이에게 의지할 만한 어른이 되어준다는 점에서 <해리포터> 시리즈의 해그리드를 연상시킨다.


<임파서블 크리처스>는 2023년 영국 워터스톤스 올해의 책, 브리티시 북어워드, 올해의 작가상, 포일스 올해의 도서상 등을 수상했고, 영국 아마존 베스트셀러 1위, 뉴욕 타임스 베스트셀러 1위 등을 기록했다. 이 책을 읽은 독자들은 판타지 문학의 원점이자 최고작인 <반지의 제왕>, <나니아 연대기> 등의 계보를 잇고 <해리포터> 급의 인기를 누릴 만한 소설이라고 평가했다고 한다. 나 또한 이 책을 읽으며 신비한 동물들이나 마법의 땅 같은 기존 판타지 문학의 요소를 차용해 정통성을 지키면서도, 다양한 구역을 여행하며 미스터리를 해결하는 과정이 마치 게임의 전개처럼 느껴져 신선하고 흥미로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7)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사자왕 형제의 모험 - 아스트리드 린드그렌 장편동화 재미있다! 세계명작 4
아스트리드 린드그렌 지음, 김경희 옮김, 일론 비클란드 그림 / 창비 / 2015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못생기고 병약한 소년 카알의 우상은 잘생기고 건강한 형 요나탄이다. 카알은 요나탄처럼 씩씩하게 뛰어놀고 싶지만 날이 갈수록 카알의 병세는 심해진다. 죽음을 앞둔 카알에게 요나탄은 이런 이야기를 들려준다. 사람은 죽으면 '낭기열라'라는 곳으로 가게 되는데 그곳에선 아무도 아프지 않고 매일 즐겁게 놀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 이야기를 들려주고 얼마 안 되어 요나탄이 먼저 세상을 떠난다. 불이 난 집에서 카알을 업고 뛰어내렸다가 죽은 것이다. 


요나탄의 뒤를 이어 카알도 죽고, 형제는 낭기열라에서 만난다. 카알은 요나탄을 다시 만난 것이 기쁘고, 당장이라도 요나탄과 놀고 싶어 한다. 하지만 요나탄은 카알에게 지금 놀 때가 아니라고 말한다. 낭기열라에 자유를 억압하는 독재자가 나타났으니 지금 당장 그와 싸우러 가야 한다는 것이다. 죽어서 건강한 몸을 되찾았는데도 놀지 못한다니. 카알은 아쉬웠지만 요나탄을 따라 나서고, 그렇게 형제는 긴 모험을 떠나게 된다. 


<사자왕 형제의 모험>은 <내 이름은 삐삐 롱스타킹>으로 유명한 스웨덴의 동화작가 아스트리드 린드그렌의 장편 동화다. 이 책은 여느 동화와 다르게 '죽음'을 다룬다. 주인공 형제가 첫 장면부터 죽고 마지막 장면에서도 죽는다. 아이들이 읽는 동화인데 주인공이 한 번도 아니고 두 번이나 죽다니. 근데 다음 생이 있다는 걸 알기 때문인지 주인공이 죽을 때마다 슬프기보다는 다음 생이 궁금하고 기대된다. 죽음은 또 다른 삶이라는 걸 자연스럽게 믿게 된다. 


이 책에는 소설가 한강의 추천사가 실려 있는데, 이 글을 읽고 책을 다시 읽으면 느낌이 새롭다. 추천사에서 한강 작가는 <사자왕 형제의 모험>에 나오는 두 형제가 어리지만 용감하게 독재자에게 맞서는 모습이 1980년 5.18 광주 민주화 운동 때 계엄군에 맞섰던 시민들의 모습과 닮았다고 썼다. 죽음이 두려워서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바뀌는 것은 없다.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고 무엇이라도 해야 나도 바뀌고 세상도 바뀐다. 죽음을 이야기하지만 결국 삶을 이야기하는 책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최애의 아이 - 샛별의 스피카
아카사카 아카 지음, 요코야리 멘고 그림, 타나카 하지메 글 / 대원씨아이(만화) / 2024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인기리에 연재 중인 만화 <최애의 아이>는 요절한 천재 아이돌 호시노 아이가 생전에 낳은 쌍둥이 남매가 자신들의 어머니의 죽음을 둘러싼 미스터리를 파헤치는 과정을 그린다. 만화를 보면서 호시노 아이의 아이돌 시절 활약상에 대해, 그중에서도 호시노 아이가 속한 아이돌 그룹 'B코마치'에서의 생활에 대해 궁금증을 많이 느꼈는데, 그런 궁금증을 풀어줄 책이 나왔다. <최애의 아이>의 스토리를 담당하는 원작자 아카사카 아카가 감수하고 직접 집필한 단편도 수록된 소설집 <최애의 아이 ~ 샛별의 스피카>다.


이 책에는 본편에 해당하는 1화부터 3화까지의 소설과 에필로그, 아카사카 아카의 단편 <시점 B>가 실려 있다. 본편에서 호시노 아이는 B코마치에 가입하고 열심히 활동을 이어가던 도중, 기획사 사장인 사이토 이치고에게 은퇴를 선언한다. 아이와 다른 멤버들의 사이가 좋지 않은 걸 알고 있었던 사장은 아이를 어딘가로 데려가 마음을 달래주려고 한다. 지방의 한 병원에 장기 입원 중인 사리나는 B코마치의 라이브를 보려고 병원을 몰래 빠져나오다 새로 온 수련의 아마미야 고로에게 붙잡힌다. 사리나는 그에게 호시노 아이의 매력을 열심히 어필하는데, 생각보다 이 수련의가 자신의 '영업'에 잘 따라온다.


아카사카 아카가 직접 집필한 단편 <시점 B>는 멤버 교체가 잦았던 B코마치에서 한동안 멤버로 활동했던 '나'가 십여 년 전 호시노 아이에게 받은 특별한 추억을 회상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B코마치는 센터인 호시노 아이를 중심으로 운영되는 팀이었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주목을 받지 못하는 다른 멤버들의 불만이 컸다. '나'역시 호시노 아이에 대한 열등감과 질투심을 품고 있었고, 아무리 노력해도 아이를 따라잡을 수 없다는 생각에 괴로워하다 결국 탈퇴를 결심한다. 그런 '나'가 어느 날 밤 우연히 공원에서 아이와 마주치고 그로 인해 인생이 바뀌는 이야기. 만화만큼 감동적이니 <최애의 아이> 팬이라면 꼭 보시길.


댓글(0) 먼댓글(0) 좋아요(7)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매일의 감탄력 - 평범한 세상에서 좋은 것을 발견하는 힘
김규림 지음 / 웨일북 / 2024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얼마 전 유튜브 알고리즘에 의해 김규림 작가님의 유튜브 채널을 보게 되었고, 그 일을 계기로 김규림 작가님의 저서를 쭉 따라 읽었다. 유튜브도 보고 책도 읽으면서 작가님은 참 밝고 긍정적인 분 같다고 생각했는데, 올해 초에 출간된 책 <매일의 감탄력>을 읽고 작가님에게도 힘든 시간이 있었다는 걸 알게 되었다. 원하는 회사에 들어가기 위해 학부 때부터 열심히 노력했고, 덕분에 대기업 마케터로 취직해 즐겁게 일했지만, 언제부터인가 자신의 삶에 일, 일, 일 밖에 없고 정작 나는 없는 기분이 들었고, 종국에는 번아웃이 와서 퇴사를 하셨다고.


가장 심하게 우울이 왔을 때의 증상은 틈만 나면 스마트폰으로 오락성 콘텐츠를 소비하는 것이었다. 스스로 생각해도 시간이 너무 아깝고, 아까워 하면서도 계속해서 그걸 소비하는 자신이 한심했다. 결국 심리 상담 선생님을 찾아갔고, 선생님은 쉴 때는 일 생각 하지 말고 몸도 마음도 철저히 쉬라는 처방을 내렸다. 하지만 일하면서 놀고 놀듯이 일하는 '일놀놀이'의 주창자인 저자에게 그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일을 하지 않는 시간은 낭비로 느껴지는 것이 한국인의 '종특'이다 보니 이른바 '거룩한 낭비'를 스스로에게 허용하는 일이 쉽지 않았다. 그래서 지금도 잘 쉬는 법, 보다 완전히 철저하게 쉬는 법을 찾고 있다.


책의 주제인 '매일의 감탄'은 수시로 우울과 절망에 빠지는 우리 자신을 구하기 위한 일종의 팁이다. 상태가 좋을 때의 저자는 회사에서 별명이 '김과장'이었을 정도로 작은 것에도 감탄하기를 잘하고, 자신을 감탄시킨 것에 관해 사람들에게 이야기하기를 좋아한다. 저자의 오랜 관심사이자 덕질 대상인 문구가 대표적이다. 조금만 색다른 문구를 접해도 남들보다 유별나게 감탄하고, 자신을 감탄시킨 문구에 관한 이야기를 블로그와 인스타그램, 유튜브 등을 통해 하다 보니 어느새 '문구인'으로 불리게 되었고 이는 퇴사 이후에도 저자를 수식하는 호칭이 되었다. 나도 나를 감탄시킨 것들에 관해 더 기록하고 이야기해야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9)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일놀놀일 - 일하듯이 놀고 놀듯이 일하는 마케터의 경계 허물기
김규림.이승희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22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일놀놀일>의 저자 김규림, 이승희는 몇 년 전 한 회사에서 동료로 만났다. 동료에서 친구가 되는 경우가 전혀 없는 건 아니지만, 두 사람은 여러 면에서 죽마고우처럼 잘 맞았다. 특히 일과 삶에 대한 태도가 그랬다. 책에서 두 사람은 '일놀놀일(일하면서 놀고 놀듯이 일하다)'이라는 개념을 소개한다. 두 사람은 친구들과 수다를 떨거나, 새로 생긴 음식점에 가거나, 이른바 핫 플레이스에 가거나 등등 이른바 '놀이'의 영역으로 분류되는 상황에서 일의 영감을 얻는 경우가 자주 있다. 일하면서 만난 사람, 배운 지식, 얻은 교훈 등을 일상의 영역으로 끌어와 자기 자신을 발전하는 데 사용하는 경우도 많다.


이 책은 두 사람의 '일놀놀일'에 관한 생각을 규칙, 꼰대, 동료, 마감, 성장, 시간, 업데이트, 자괴감 등 총 25가지 키워드를 통해 소개한다. 김규림 작가는 그림(만화)으로, 이승희 작가는 글로 각자의 생각을 풀어낸 점도 신선하다. 인상적인 대목이 많은데, 가장 기억에 남는 건 '시간'이라는 챕터에 나온 "시간은 '어쨌든' 흐른다. 내가 뭔가를 하든, 하지 않든."이라는 문장이다. 뭔가를 할까 말까 고민하는 순간에도 시간은 흐른다. 고민할 시간에 차라리 뭐라도 했다면, 그렇게 한 일들이 쌓여서 3년 후, 5년 후, 10년 후의 나를 바꿀 것이다. 그러니 지금 이 순간에도 미래를 위한 씨를 뿌리는 사람이 되자.


같은 챕터에서 이승희 작가는 이런 글을 인용한다. "인간에게는 시간을 자각하는 능력이 없다. 그렇기에 생각하면서 흔적을 남겨야 한다. 이렇게 주절주절 무언가를 쓰고 있는 건 그래서인지도 모르겠다." (김동조 <모두 같은 달을 보지만 서로 다른 꿈을 꾼다> 중에서) 저자는 매일 보고 듣고 느낀 것을 적었고, 그 기록이 자신의 진로를 바꾸고 커리어를 발전시키고 여러 권의 책을 출간하는 데 이르렀다고 설명한다. 기록의 대가인 김규림 작가 역시 '규칙'이라는 챕터에서 그 날 있었던 일을 하나쯤은 꼭 써두고 자는 습관이 자신으로 하여금 더 나은 삶을 살고 더 나은 사람이 되고 싶게 했다고 썼다. 닮아보는 것으로.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