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유의 빛
강화길 지음 / 은행나무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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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면서 한 번도 '미용체중'이었던 적이 없고 늘 정상 체중과 과체중 사이를 오갔지만 다이어트를 결심해 본 적 또한 없다. 남들에게 예뻐 보이고 싶은 욕망보다 배고픔을 해소하고 싶(다기보다도 맛있는 음식을 배불리 먹고 싶)은 욕망이 항상 더 컸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른 사람들에게 예뻐 보이고 싶고 그러기 위해선 살을 빼야 하고 다이어트를 해야 한다고 스스로를 다그치는 마음이 뭔지는 안다. 그리고 그 마음이 어리고 예민한 청소년 시기에 더 크고 강력한 영향력을 가진다는 것도 안다. 


강화길의 장편소설 <치유의 빛>의 주인공 '지수'의 경우가 그렇다. 삼십 대 여성 직장인인 지수는 명절을 맞아 엄마가 사는 본가에 방문한다. 말랐다며 끊임없이 음식을 내오는 엄마를 보면서 지수는 복잡한 기분을 느끼는데, 그도 그럴 것이 청소년기에 지수는 비만이었고 그런 딸을 엄마가 부끄러워했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기 때문이다. 어린 시절 작고 마른 몸이었던 지수는 열다섯 살 때부터 식욕이 폭발적으로 증가하면서 몸도 자동적으로 커졌다. 작고 마른 몸은 어린아이들 사이에서 약점으로 작용했기에 불편했지만, '여자치고' 너무 큰 키와 뚱뚱한 몸 역시 불편하기는 마찬가지였다. 


커진 몸 때문에 단 한 가지 좋은 점이 있었으니, 그것은 오랫동안 지수에게 동경의 대상이었던 '해리아'의 눈길을 끌었다는 것이다. 외모도 예쁘고 공부도 잘하고 운동도 잘하고 성격까지 좋았던 해리아는 그 당시 지수뿐 아니라 전교생의 우상이었다. 단 하나 문제가 있다면 해리아가 동네에서 사이비로 소문이 자자한 '조칠현 교회'의 신자였다는 것이었다. 조칠현 교회는 나중에 목사가 신도들의 돈을 가지고 도망가면서 동네에서 세를 잃는 듯했으나, 지수가 어른이 된 후 오랜만에 동네에 와서 보니 교회의 잔존 세력이 여전히 동네에서 세를 떨치고 있었다. 


지수는 과거의 일을 떠올리게 하는 것들과 거리를 두고 무시하려 애쓰지만, 언제부터인가 원인 불명의 통증을 겪으면서 치료를 위해 조칠현 교회와 관련이 있는 민덕병원이 운영하는 채수회관이라는 곳에 들어가 일종의 치유 수련을 하게 된다. 수련의 지도자는 통증을 야기한 '최초의 기억'을 찾으면 나을 수 있다고 말하고, 지수는 오랫동안 자신을 괴롭힌 수영 수업의 기억을 떠올린다. 그날 지수가 그토록 동경하고 좋아했던 해리아가 다쳤을 때 가장 가까이 있으면서 구해주기는커녕 지켜만 보고 있었던 이유는 뭘까. 누군가를 부러워하는 마음의 이면에는 사실 그 대상을 부숴 버리고 싶은 마음이 있는 걸까. 


여성이 다른 사람들 눈에 예뻐 보이고 싶고 날씬해 보이고 싶다고 할 때 남성의 시선을 의식한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은데, 실제로는 엄마나 자매, 친구 등 동성인 여성의 시선을 의식하는 경우도 많다. 여성이 자신의 몸에 대해 느끼는 복잡한 감정을 남성이 아닌 다른 여성과의 관계로 풀어낸 점이 이 소설의 장점이고, 그래서 많은 여성 독자들이 이 소설에 공감과 지지를 보내지 않았나 싶다. (사이비 느낌 나는) 힐링 프로그램에 참가한 사람이 과거의 트라우마와 대면하는 이야기라는 점에서 리안 모리아티의 소설 <아홉 명의 완벽한 타인들>이 떠오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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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밤의 모든 것
백수린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2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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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은 예측불허다. 그래서 괴롭지만 그래서 즐겁기도 하다. 백수린의 소설집 <봄밤의 모든 것>에는 인생의 예측불허한 면 때문에 기대하지 않은 경험을 하고 예상하지 못한 감정을 느끼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다양하게 나온다. <아주 환한 날들>의 70대 여성 '옥미'는 사위가 맡기고 간 앵무새 때문에 뜻밖의 시간을 보낸다. 처음에는 사이도 좋지 않은 딸 부부가 혼자 사는 자신의 집에 낯선 새를 맡기고 간 게 마뜩잖았다. 하지만 오랜만에 정성을 다해서 생명을 돌보는 시간을 가지니 오래전 딸을 키우던 때가 생각이 나기도 하고, 앵무새와의 산책 시간이 스스로 기다려지기까지 한다. 


<빛이 다가올 때>의 '나'는 뉴욕에서 간호사로 일하며 바쁘게 지내고 있다. 대학교수인 여덟 살 위의 사촌 언니도 마침 뉴욕에 오게 되어 자주 만나 시간을 보낸다. '나'는 어릴 때부터 공부를 잘해서 늘 비교 대상이 되었던 언니에게 열등감을 느끼는 한편으로, 아픈 엄마를 간병하느라 젊은 시절을 다 흘려보낸 언니를 불쌍하게 여기는 마음도 있다. 그런 언니가 자신보다 한참 어린 외국인 남성을 좋아하고 있다는 걸 알게 되자 '나'는 복잡한 감정을 느낀다. 언니가 힘들게 찾은 사랑을 지지해 주고 싶지만 지지해 주고 싶지 않은, 지지해 줄 수 없는 이 마음의 정체는 무엇일까. 


<봄밤의 우리>의 '나'는 프랑스 유학 생활을 마치고 한국에서 직장 생활을 하고 있다. 유학 시절 '나'는 한 일본인 남성과 가깝게 지냈는데, 그는 부모님 간병을 이유로 유학 생활을 접고 급하게 귀국했다. 당시 '나'는 창창한 미래를 포기하고 떠나는 그를 이해할 수 없었는데, 오랜 세월이 흘러 자신도 반려견을 무지개다리 너머로 떠나보내는 경험을 하고 나니 그의 선택이 이해가 된다.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진정으로 소중한 존재가 생긴 사람에게는 돈이나 커리어 같은 보편적으로 선호되는 가치가 중요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것을 뒤늦게 깨달은 사람의 이야기로 읽혔다. 


<흰 눈과 개>도 비슷하다. 이 소설의 화자인 중년 남성은 스위스에 사는 딸을 만나러 간다. 오래전 그는 딸이 결혼하겠다는 남자가 마다가스카르 출신 입양아라는 이유로 결혼을 반대했고, 그 때문에 오랫동안 딸과 소원했다. 관계를 회복하기 위해 딸 부부의 집을 방문했지만, 여전히 딸과는 어색하고 사위는 마뜩잖다. 그런 그가 우연히 들른 한 카페에서 다리 하나가 없는데도 하얀 눈밭을 신나게 뛰어다니는 개를 보고 어떤 깨달음을 얻는다. 삶에는 내 마음에 드는 일만 있을 수 없고, 내 마음에 들지 않는 일도 받아들이고 즐겁게 사는 것이 최선이라는, 그런 깨달음이 아니었을까. 


삶은 유한하고 불행은 도처에 있으므로 기쁨이나 즐거움을 느끼는 순간이 그만큼 귀하고 소중하다는 생각은 이어지는 작품들에서도 읽힌다. <호우>의 '소희'는 관심을 가지고 지켜보던 집의 노인이 고독사했다는 말을 듣고 깊은 상실감을 느낀다. <눈이 내리네>의 '다혜'는 대학 시절 하숙을 했던 이모할머니 집을 오랜만에 방문해 세월의 흐름을 느낀다. <그것은 무엇이었을까?>의 대학 친구 넷은 네 살 된 딸을 잃은 주미가 독일 체류 중에 겪은 기묘한 사건에 관해 듣는다. 어두운 벽장 안에서 소음을 일으키는 어떤 것처럼 우리는 자신의 삶에서 일어날 일을 모두 알 수 없고, 안다 해도 그 의미를 깨닫는 건 나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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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 손가락 현대문학 가가 형사 시리즈 개정판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양윤옥 옮김 / 현대문학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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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리 소설의 재미는 뭐니 뭐니 해도 범인이 누구인지 모르는 상황에서 여러 가지 단서를 조합해 범인이 누구인지 알아내는 것이다. 히가시노 게이고가 2006년에 발표한 소설 <붉은 손가락>은 이 재미를 포기한 듯하면서 포기하지 않는 독특한 작품이다. 무슨 이야기인가 하면, 이 소설은 초반부터 범인이 누구인지 독자에게 확실히 알려준다. 그러면 범인이 누구인지 찾는 재미는 포기했구나 싶은데, (범인이 누구인지 아는 독자들과 달리) 아직 범인이 누구인지 모르는 형사가 뒤늦게 나타나 범인이 누구인지 추적하기 시작한다. 그러니까 이 소설은 범인과 형사의 추리 대결인 동시에 범인이 누구인지 아는 독자와 형사의 추리 대결이기도 한 셈이다. 


그래서 결국 형사가 범인 찾고 끝,이라면 히가시노 게이고가 지금의 명성을 얻었을 리가 없다. 다양한 방법으로 범인의 정체를 감추기 위해 노력한 범인의 가족은, 경찰의 수사망이 거의 다 좁혀진 것을 눈치채고 범인이 아닌 다른 인물을 범인으로 내세우는 대담한 수를 쓴다. 이것만 해도 상당한 반전인데 얼마 후 하나의 반전이 더 나온다(!!). 그전까지 솔직히 좀 뻔하다는 생각을 하면서 심드렁한 기분으로 이 소설을 읽던 나도 이 반전 앞에서는 무릎을 치지 않을 수 없었다. 반전의 내용상 단순히 독자를 놀래키려고 이런 반전을 생각해냈다기보다는, 타인을 완전히 이해하는 일은 불가능하다는 걸 알면서도 타인의 심리에 대해 알고 싶어하고 그걸 통해 자신도 무언가를 얻을 수 있을 거라고 믿는 인간 심리의 일면을 보여주려고 한 것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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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이라 그랬어
김애란 지음 / 문학동네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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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들이 찬양할 만큼 훌륭한 인격의 소유자는 못 되어도 스스로 생각할 때 부끄럽거나 창피한 일은 없는 삶을 살고 싶다. 그러나 살다 보면 모르고 그런 실수를 저지를 때도 있고, 알지만 이러저러한 이유로(아무도 안 보니까, 남들도 다 하니까, 돈이 되니까, 귀찮으니까 등등) 옳다고 생각하는 행동을 하지 않거나 옳지 않다고 생각하는 행동을 할 때가 있다. 김애란 작가가 8년 만에 발표한 다섯 번째 소설집 <안녕이라 그랬어>에는 그러한 상황이 다양하게 나온다. 


<홈 파티>의 '이연'은 이른바 '사회적 주류'라는 사람들의 모임에 초대되어 그중 한 명인 오 대표의 집에서 열리는 홈 파티에 참석한다. 이연은 대화에 드러나는 그들의 가치관이나 신념에 온전히 공감하진 못했지만, 손님으로 온 처지이기도 하고 일에 도움이 될 수도 있겠다고 생각해 시종 온화하고 중립적인 태도를 유지한다. 그러나 대화가 어느 대목에 이른 순간 결국 참지 못하고 자신의 생각을 털어놓고 찜찜한 기분으로 자리를 뜨게 된다. 이연이 입을 닫고 가만히 있었다면 그들에게 '좋은 사람'으로 기억될 순 있었겠지만 이연 자신이 스스로를 '좋은 사람'으로 생각할 순 없었을 터. 스스로에게 부끄럽지 않기 위해 포기해야 하는 것과, 반대로 부끄럼을 모르는 사람들이 얻는 것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는 소설이었다. 


<숲속 작은 집>의 '은주'는 결혼 후 계속해서 미룬 신혼여행을 대신해 남편과 동남아로 한 달 살기 여행을 떠난다. 한국보다 적은 비용으로 훨씬 더 여유롭게 생활할 수 있음에 만족해하던 은주는 예상치 못한 문제를 겪는다. 매일 숙소를 관리해 주는 메이드에게 팁을 주어야 하는지, 준다면 얼마를 줘야 하는지 모르겠는 것이다. 이 문제를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남편과 달리, 은주는 메이드가 자신과 나이가 비슷한 데다가 메이드를 볼 때마다 청소 일을 하며 자신을 키워준 어머니가 생각이 나서 잘해 주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다. 그러나 은주가 호의를 베풀수록 은주가 기대한 것과 다른 상황이 펼쳐지고, 은주는 자신의 선의가 그들의 존엄을 건드렸을 수도 있음을 깨닫고 부끄럼을 느낀다. 


이어지는 단편 <좋은 이웃>에서는 독서지도사로 일하는 '나'가 내심 자신의 가족보다 형편이 안 좋다고 여겼던 학생의 가족이 넓은 평수의 아파트로 이사 간다는 걸 알고 시기한다. <이물감>에는 전처의 인스타그램을 염탐하고 직장 후배들에게 꼰대짓을 하면서도 스스로 부끄러운 줄 모르는 은행원 '기태'가 나온다. <레몬케이크>의 '기진'은 자신이 운영하는 책방의 중요한 행사 날짜가 시골에 사는 엄마가 병원 검진을 받으러 오는 날짜와 겹치는 걸 뒤늦게 알고 불편한 기분을 느낀다. 스스로를 좋은 사람이라고 여기고 좋은 사람답게 행동하려고 했던 사람이 결코 좋은 사람이라면 가질 수 없는 감정이 올라왔을 때 느낄 법한 당혹감, 실망감을 잘 보여주는 작품들이다. 


이 책에서 작가는 돈이나 계급 앞에서 작아지는 사람들의 모습을 주로 보여주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들 또한 보여준다. <안녕이라 그랬어>의 '은미'는 원어민 강사 로버트와 화상 영어 수업을 하면서 제한된 시간과 한정된 단어로도 마음과 마음이 통하는 경험을 할 수 있음을 알게 된다. <빗방울처럼>의 '지수'는 묵묵히 자신이 맡은 일을 해내는 도배사의 모습을 보면서 삶을 이어갈 용기를 얻는다. 부끄러운 일이 많다는 건 말 그대로 부끄러운 실수나 잘못을 많이 저질렀다는 뜻일 수도 있지만, 부끄럼조차 느끼지 않는 사람들에 비하면 아직 나에게는 부끄럼을 느끼는 양심이 남아 있다는 의미일 수도 있다. 소중히 여기며 살아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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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벽한 케이크의 맛 마음산책 짧은 소설
김혜진 지음, 박혜진 그림 / 마음산책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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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 하고 후회하는 것보다 하고 후회하는 것이 낫다'는 말도 있지만, 어떤 일들은 안 하고 후회하는 편이 하고 후회하는 편보다 낫다. 대표적인 예가 '말'이다. 감사나 칭찬처럼 상대를 기분 좋게 만드는 말이라면 얼마든지 해도 좋지만, 거절이나 비난, 지적처럼 상대를 기분 나쁘게 만드는 말은 웬만해선 안 하는 편이 좋다. 그러나 살다 보면 상대가 기분 나빠질 걸 알면서도 어떤 말을 해야 할 때나 상대가 기분 나빠질 걸 모르고 그런 말을 할 때도 있고, 그런 말을 듣는 때는 훨씬 더 많다. 김혜진의 소설집 <완벽한 케이크의 맛>에는 그런 말과 그런 말이 빚은 상황이 다양하게 나온다. 


<강사의 자질>에서 팬데믹 기간 중에 어렵게 학원 강사로 취직한 '나'는 비염으로 인해 재채기를 할 때마다 학생들에게 안 좋은 눈초리를 받고 급기야 원장으로부터 호출을 당한다. <밀 베이커리>에서 '나'는 단골로 다니는 빵집을 아이가 다니는 수영 강습반 부모들에게 추천했다가 식중독 사건이 일어나 본의 아니게 공범자 취급을 당한다. <재택근무>의 '나'는 아파트 단지에서 소음을 일으키는 할머니에게 이웃과 함께 항의하러 갔다가 할머니의 사정을 알고 찜찜한 기분을 느낀다. <모르는 일처럼>의 '나'는 직장 내 갑질을 고발한 인턴사원의 글을 읽으며 자신이 그에게 했던 말이나 행동을 반추한다. 


어떤 사람과는 만나지 않는 편이 만나는 편보다 낫고, 어떤 관계는 지속하지 않는 편이 지속하는 편보다 낫다. 그런 만남, 그런 관계를 보여주는 소설도 있다. <십 년>에서 대학 친구인 두 사람은 우연히 연락이 닿아 오랜만에 서울역에서 만나기로 하고 좋은 시간을 보내지만 다음 만남은 없을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한다. <안강에서>의 '나'는 오래전 가족과 절연한 고모를 아버지와 함께 만나러 갔다가 아무리 혈육이라도 세월의 간극을 메울 수는 없다는 걸 깨닫는다. 상대에 대한 호감이나 존중이 전혀 없는 관계를 억지로 이어가면, <수국>의 친구들처럼, 시간이 흐르면서 관계가 나아지기는커녕 더 추해질 수도 있다. 


하고 싶은 말을 참는다는 건 충동을 조절하는 능력이 있다는 뜻이고, 그만큼 자제력과 인내력이 있는 사람이라는 의미다. 그런 사람의 미덕을 보여주는 소설도 있다. 친구의 식물을 돌보다 손을 다쳐도 굳이 말하지 않는 배려(<극락조>), 이따금 친구 이상의 감정을 느끼지만 관계를 망치지 않기 위해 고백을 참는 우정(<완벽한 케이크의 맛>), 상대에 대한 감정이 확실해지기 전까지 섣부른 판단을 삼가고 서로에게 좀 더 기회를 주는 여유(<호린>). 무엇이든 하는 것이 좋고 많이 하면 더 좋다고 여겨지는 세상에서, '하지 않음'의 긍정적인 면을 보여주는 소설들을 읽으니 신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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