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받을 권리 - 이유 없이 상처받지 않는 삶
일레인 N. 아론 지음, 고빛샘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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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인생을 방해하는 가장 큰 적은 누구일까? 부모? 형제? 상사? 애인? 친구? 베스트셀러 <타인보다 더 민감한 사람>을 쓴 미국의 심리학자 일레인 N. 아론의 책 <사랑받을 권리>에 따르면, 나를 못살게 괴롭히는 가장 큰 적은 다름 아닌 자기 자신이다. 사람들이 나를 칭찬하면 "왜?"라고 생각하고, 걸핏하면 남들과 나를 비교하며 열등감을 느끼고, 도전하고 싶은 일이 있어도 "힘들 거야.", "내 주제에 무슨..."이라며 포기하는 주체는 결국 나이기 때문이다.


이 책은 사람들이 자기 자신을 평가절하하는 이유를 분석하고, '못난 나'라는 인식으로부터 벗어나는 방법을 소개한다. 사람들이 끊임없이 남들과 나를 비교하고 스스로의 가치를 평가절하하는 이유는 대체로 심리적인 방어 기제가 작동한 것으로 보면 된다. 패배나 좌절 후에 따라오는 수치심이나 굴욕감은 신체적 고통과 동일한 수준의 상처를 뇌에 남긴다. 자라면서 부모나 형제, 친구나 애인으로부터 받은 크고 작은 상처들이나 학교나 직장, 사회에서 겪은 패배나 좌절 등의 기억이 반복적으로 '못난 나'를 상기시키고 자기 자신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것을 막는다.


자기 자신을 있는 그대로 보지 못하고 실제보다 더욱 못난 사람으로 인식하는 사람은 비슷한 특징을 보인다. 예를 들면 시험에 떨어지는 것이 두려워서 아예 시험을 보지 않는다거나, 성적이 낮은 건 교수님 때문이라고 남 탓을 한다거나, 갈등을 일으키는 것이 싫어서 고생을 자처한다거나, 인정 욕구가 지나쳐서 과도하게 성취하려고 한다거나, 초라한 현실을 받아들이고 싶지 않아서 허세를 부린다거나, 열등감을 자극하는 사람을 혐오한다거나 하는 식이다.


책에는 시도 때도 없이 나를 통제하고 억압하는 '내면의 비판자'를 길들이는 방법도 나온다. 내면의 비판자의 목소리가 들릴 때는 순종하지 말고 적극적으로 반론해야 한다. 예를 들어 회사에서 발표를 한 후 머릿속에 '발표를 망친 것 같아'라는 생각이 든다고 해보자. 내면의 비판자가 "네가 그러면 그렇지.", "너는 잘 하는 게 없구나.", "회사에서 잘리겠다." 같은 말을 하면, 지지 않고 열심히 다른 장점들을 언급하자. "그래도 저번 발표보다는 나았어.", "피피티는 잘 만든 것 같은데.", "설마 이것 때문에 회사에서 잘리겠어?"라는 식으로 말이다.


책에는 방어 기제가 심했던 사람이 저자에게 심리 상담을 받고 적극적 상상 기법을 이용해 트라우마를 극복한 사례가 나온다. 적극적 상상 기법이란 심리학자 칼 융이 개발한 것으로, 무의식에 살고 있는 순진무구한 어린 시절의 자아를 불러내 대화를 나누고 친해지면서 종국에는 트라우마를 극복하는 방법이다. 적극적 상상 기법을 연습하다 보면 트라우마가 남게 된 상황과 그때 느꼈던 감정을 돌아보게 되고, 성인이 된 지금까지 자신을 괴롭히는 문제의 원인을 확인할 수 있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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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실 따위는 중요하지 않다 - 거짓과 혐오는 어떻게 일상이 되었나
미치코 가쿠타니 지음, 김영선 옮김 / 돌베개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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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3년부터 2017년까지 <뉴욕타임스>의 서평을 담당한 미치코 가쿠타니의 책이다. 전부터 미치코 가쿠타니의 서평을 읽어보고 싶었는데, 주로 미국 문학을 평론하고 영어로 쓰여있다 보니 읽어볼 엄두가 나지 않았다. 그러던 차에 미치코 가쿠타니의 신간이 우리말로 번역, 출간되어 얼마나 반가웠는지 모른다. 정통 문학 평론이 아니라 정치, 사회 평론인 점은 아쉽지만, 우리말로 그의 글을 읽을 수 있다는 사실에 감사한다.


이 책에서 저자는 현재 미국 사회 전역에 거짓말과 가짜 뉴스, 반지성주의, 혐오 등이 판치고 있으며, 그 중심에는 미국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가 있다고 지적한다. 잘 알려져 있다시피 트럼프는 미국 대통령이라는, 세계에서 가장 중요한 자리에 있음에도 불구하고 거짓말을 일삼고, 우파 언론과 손잡고 가짜 뉴스를 양산하며, 고등 교육을 받은 엘리트를 조롱하고, 여성, 소수자, 이민자, 외국인에 대한 혐오를 조장한다. 저자는 이러한 흐름 속에서 '진실 따위는 중요하지 않다'는 식의 믿음이 팽배해졌고, 그 결과 대다수의 사람들이 자기 입장에 부합하는 의견만을 취사선택하며 극단주의로 향하고 설명한다.


물론 이러한 흐름이 트럼프 대통령 당선 이후에 비로소 발생한 것은 아니다. 저자는 이른바 포스트모더니즘이라는 말로 통칭되는 상대주의, 해체주의, 주관주의, 반이성주의 등의 흐름이 확장되는 과정에서 트럼프라는 괴물이 탄생했으며 점점 그 흐름이 강해지고 있고 있다고 분석한다.


문학도 예외가 아니다. 윌리엄 포크너, 버지니아 울프, 블라디미르 나보코프 등의 작가들이 만들어낸 다중시점, 신뢰할 수 없는 화자, 뒤엉킨 이야기 구성 등의 장치는 오늘날 줄리언 반스, 길리언 플린, 로런 그로프, 돈 드릴로 같은 현대 작가들의 작품에서 더욱 세련된 방식으로 발전되었다. 어디에도 진실이나 정의는 없고, 삶은 그저 허무하고 무의미하다는 식의 사고방식은 문학뿐만 아니라 대중문화 전반에 퍼져 있다. 저자는 미셸 우엘벡의 소설과 영화 <파이트클럽>,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 HBO <트루 디텍티브> 시리즈 등을 예로 든다.


이 책의 해제는 여성학 연구자 정희진이 썼다. 정희진은 미치코 가쿠타니의 관점에 완전히 동의하지는 않지만, 많은 사람들이 이 책을 읽고 저자가 제기한 문제에 대해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트럼프 지지자들은 트럼프의 잘못을 비판하기보다는, 그런 잘못을 저지르고도 최고의 부와 권력을 누린다는 사실에 열광하며 그를 '욕망한다'. "모두가 트럼프가 되기 전에" 이 책을 읽어야 한다는 정희진의 말이 마음에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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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짜 자존감 권하는 사회 - 우리 모두의 진짜 자존감을 찾는 심리학 공부
김태형 지음 / 갈매나무 / 201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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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존감이 뭔지도 모르면서 자존감이라는 단어를 쉽게 사용해왔다는 생각이 든다. 이 책을 읽으니, 자존감이란 단순히 자기 자신을 존중하는 마음이 아니라 타인을 배려하고 사랑하는 마음까지 포함한다고 한다. 그러고 보니 옆에서 사람이 아파서 죽어가는데도 "나는 괜찮아.", "나는 나를 사랑해." 이런 말을 되뇌는 사람이 건강한 자존감의 소유자일 리가 없다.


저자는 언제부터인가 한국 사회에서 자존감 쌓기가 마치 학벌이나 연봉 같은 스펙 쌓기 경쟁처럼 변질된 것 같다고 진단한다. 자존감을 쌓기 위해 힐링이나 치유 같은 단어가 들어간 책을 읽고, 요가나 명상, 드로잉 같은 활동을 해보지만, 그런다고 없던 자존감이 생겨나거나 회복될 순 없다. 자존감이란 원래 자기 스스로 만드는 것이 아니라 타인과의 관계를 통해 생성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저자에 따르면, 자존감을 개인의 책임으로 돌릴수록 가짜 자존감이 판치는 세상이 될 것이다. 서로 연대하고 협력하지 않고 각자 자신의 문제에만 골몰하는 이기적인 사회가 될 것이다. 타인을 혐오하고 차별하는 것으로 자신의 정당성을 확보하고 자신을 방어하려 드는 사람들이 늘 것이다. 너는 틀리고 나만 옳다는 식의 사고방식을 지닌 사람들이 늘어나는 사회라니 무섭고 끔찍하다. 어쩌면 이미 그런 사회인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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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변환 시대의 한국 외교 - 포스트 팍스 아메리카나와 우리의 미래
이백순 지음 / 21세기북스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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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대학 시절 국제정치학을 배울 때만 해도 미국 주도의 국제 정세가 한동안 지속될 거라는 예측이 우세했다. 당시에도 중국이 눈부신 경제성장을 구가하고 있었지만, 중국이 아무리 빠른 속도로 경제 성장을 하고 하드파워를 키워도 외교, 안보 상에서는 여전히 미국이 우위를 차지하며 문화, 예술 분야의 소프트파워를 이길 수 없다는 분석이 대다수였다. 이백순 대사의 책 <대변환 시대의 한국 외교>를 읽으니 그동안 국제 정치의 흐름이 많이 바뀌었다는 생각이 절로 든다.


저자는 이 책에서 중국의 부상과 미국의 상대적 퇴조가 두드러지며, 이로 인해 국제 역학 관계가 크게 바뀌었으니 한국의 외교, 안보 전략도 수정, 보완되어야 한다고 설명한다. 특히 한국은 미국, 중국과 군사적, 정치적, 경제적으로 큰 관련을 맺고 있는 나라이므로 그 어떤 문제보다 이것이 중요하다고 역설한다.


저자는 책에서 '팍스 아메리카나'의 퇴조를 설명한다. 팍스 아메리카나란 과거 로마 제국이 전 세계를 호령하던 '팍스 로마나' 시대처럼, 현재 미국이 전 세계의 군사 안보 및 경제 질서까지 좌우하고 있음을 일컫는 국제정치 용어다. 2차 세계대전 이후에는 미국과 소련이 세계 패권을 양분했고, 소련 붕괴 이후에는 미국이 유일한 패권 국가로서 세계 질서를 주도해 왔다. 현재는 중국의 부상과 미국의 상대적 약화로 인해 미국과 중국이 또다시 세계 질서를 양분하는 체제로 접어들 가능성이 농후하다.


중국의 부상은 그렇다 쳐도, 미국의 상대적 약화는 어떻게 해서 일어난 현상일까. 국제정치학에서는 패권국이 패권의 지위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일정 수준의 비용을 감수해야 한다고 설명한다. 실제로 그동안 미국은 패권의 지위를 유지하기 위해 우방국에 군대를 파견하고 재정 적자를 감수하는 등 적지 않은 비용을 치러왔다. 하지만 트럼프 행정부 이후 미국은 전 세계에 파견한 미군의 규모를 축소하고 무역 적자를 줄이는 등 패권국이라는 지위에 어울리지 않은 행보를 보였다. 이러한 추세가 계속된다면 미국이 패권을 잃고 다른 국가가 패권을 차지할 것이 뻔한데, 현재로서는 유럽의 재부상을 기대하기 힘드니 중국이 가장 강력한 후임자다.


그렇다면 한국은 어떻게 해야 할까. 저자는 위기일수록 원칙을 지켜야 한다고 설명한다. 여기서 원칙이란 기존의 동맹인 미국에만 의존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 스스로의 전략적 판단과 우리 자체의 능력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것을 일컫는다. 국제정치에는 영원한 우방도 영원한 적도 없다. 국가의 생존이라는 외교 및 군사의 일차 목표를 사수하기 위해서는 가장 먼저 국가의 군사 안보 능력을 키우고 경제 체질을 개선하는 것이 중요하다.


저자는 또한 한국의 외교, 안보 역량의 대부분이 북한에서 오는 도전에 대응하는 데 소모되는 바람에 그 외의 분야에는 역량을 쏟지 못하고 있음을 지적한다. 국제정치학 전공자로서 저자의 지적에 크게 공감한다. 한국에도 우수한 외교, 안보 인재가 많은데 대부분이 특정 분야의 전문가, 연구자로 육성되지 못하고 공직이나 언론 등의 분야로 유출된다. 이 밖에도 깊이 새겨들을 만한 현직 외교관의 귀한 조언이 많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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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시작하는 인문학 공부 - 인문학의 첫걸음 <천자문>을 읽는다
윤선영 편역 / 홍익출판사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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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자문> 공부를 해보는 건 어떨까.' 뜬금없이 이런 생각을 한 건, 얼마 전 <여자 둘이 같이 살고 있습니다>를 쓴 김하나 작가의 SNS에서 동거인인 황선우 작가와 함께 <천자문> 공부를 하고 있다는 내용의 글을 읽었기 때문이다. 한국이 한자문화권이기도 하고, 한자를 배워두면 나중에 혹시라도 중국어를 배울 때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어서 <천자문> 공부를 시작했는데, 막상 해보니 여러모로 도움이 되고 새롭게 알게 된 것들도 많다고 하셔서 나도 이참에 <천자문> 공부를 시작해볼까 하는 마음이 들었다.


이런 나의 마음을 읽기라도 한 듯이 맞춤한 책이 나왔다. 단국대학교에서 한문학을 전공하고 현재는 국립고궁박물관에서 연구원으로 재직 중인 윤선영의 책 <다시 시작하는 인문학 공부>이다. 이 책은 오래전부터 유소년들의 한자 학습과 쓰기 연습에 교본으로 사용되었던 <천자문>을 주로 다룬다. <천자문>에 담긴 1000개의 한자를 한 자 한 자 차분히 소개하고, 각각의 문장과 구절이 의미하는 바를 상세하게 해설해, 예부터 어른들이 아이들에게 가르치고자 했던 인간의 도리와 인생의 섭리, 우주의 원리 등을 자연스럽게 익힐 수 있도록 구성되어 있다.


<천자문>을 제대로 공부해본 적 없는 사람도 "하늘 천 땅지 검을 현 누를 황" 정도는 외울 것이다. 저자에 따르면 "하늘 천 땅 지"에서 하늘[天]은 포괄적인 자연 운행을 의미하고, 땅[地]은 인간이 거주하는 환경을 뜻한다. "검을 현 누를 황"에서 검다[黑]는 것은 우주에서 본 검은 하늘을 의미하고, 누렇다[黃]는 것은 습기를 머금은 촉촉한 진흙으로 된 땅을 뜻한다. 이를 종합적으로 풀이하면 하늘과 땅, 양과 음이 조화된 세계를 의미하는 문장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책은 <천자문>의 원문을 최대한 충실하게 다루면서 <주역>, <중용> 등 관련된 중국의 유명 고전들도 함께 다룬다. 현재 중국의 역사와 문화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만한 배경지식도 많이 있다. 중국을 다른 말로 '중화(中華)'라고 부르는데, 여기서 '화(華)'는 중국의 황하(黃河) 유역 일대의 중원 지역을 가리키는 말이었던 '화하(華夏)'에서 비롯된 말이다. 또한 중국의 다선 명산을 '오악(五嶽)'이라고 부르며, 오악 중 태산을 으뜸으로 친다.


한국인들이 자주 사용하는 단어들과 관련된 고사나 해설도 실려 있다. 산을 등지고 물을 바라보는 지세를 가리켜 흔히 '배산임수(背山臨水)'라고 한다. 배산임수와 유사한 단어로 '배망면락(背邙面洛)'이라는 말이 있는데, 이는 동경인 낙양이 망산을 등지고 낙양을 바라보고 있음을 의미한다. '조강지처(糟糠之妻)'에서 '조강(糟糠)'은 술지게미와 겨를 의미한다. 가난해서 쌀조차 구할 수 없을 때 형편없는 음식으로 끼니를 해결하며 고락을 함께한 아내라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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