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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 균 쇠 (무선 제작) - 무기.병균.금속은 인류의 운명을 어떻게 바꿨는가, 개정증보판
제레드 다이아몬드 지음, 김진준 옮김 / 문학사상 / 2005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헐,,, 내가 '총,균,쇠'를 끝까지 다 읽었다니 스스로 대견하고 자랑스럽다는 느낌이 든다. 이렇게 방대한 책을 처음부터 끝까지 인내심을 갖고 - 한편으로는 무척이나 재미있게 - 완독을 했다는 사실로 이 책에 대한 더이상의 리뷰는 필요가 없다고 생각할 정도로 단순히 책을 읽었다는 점만으로도 이 책에 대해서는 할 말이 없다고 할 수 있다. 이게 무슨 말인가하면 사진에 있는 '명저'라는 말이 정말로 어울리는 책이다.
도대체, 어디서부터 어떻게 이 책에 대한 리뷰를 해야 되는지 모를 정도로 '총,균,쇠'의 내용은 방대하다. 어설프게 리뷰를 하겠다고 달려들었다가는 삼천포로 빠질 위험도 있고, 자세하게 쓰려고 하면 리포트가 될 수 도 있을 정도다. 내 리뷰 쓰는 스타일이 책을 다 읽은 후에는 앉아서 책을 다시 들쳐보지 않고 오로지 생각나는 대로 마구 마구 써 내려간다. 가끔 막힐 때는 책 제목만 다시 한 번 보면서 쓰는 스타일인데 이 책에 대해서 지금부터 어떤 생각들이 내 머리속에 들어가고 소화되었는지 써 봐야 알 듯 하다.
책 초반에 나온 잉카제국의 아타우알파가 스페인의 파사우에 너무나 어이없고도 쉽게 잡히는 장면에서는 전율이 일면서 측은하다는 생각마저 들었다. 잉카제국이 망했다는 사실은 알고 있지만 그토록 허무하게 몇 명 되지도 않는 인물들에 의해 생포되었다는 사실이 얼마나 황당하던지 저절로 책을 읽으며 그 당시의 상황이 상상되면서 '내가 아타우알파였다면' 도대체 어떤 생각이 들었을지에 대해 궁금했다.
그런 생생한 묘사후에 그러한 상황에 펼쳐진 이유에 대한 자세한 설명을 읽으면서 어떠한 역사이든 우연이라 보이는 사건이나 필연이라고 보이는 사건들은 하나같이 사건이 일어나기 전에 그 사건이 일어나기 위한 많은 에피소드와 이유들로 이루워졌다는 사실을 알게된다.
역사에 관심을 많고 재미있어 하지만 - 고등학교 시절에 선택으로 남들이 방대하다고 안 하는 세계사를 선택했으니 - 내가 읽고 봤던 세계사들은 한결같이 서구 중심의 세계사라 아프리카나 아메리카에 대한 자세한 역사를 알지도 못하고 어떠한 이유로 그들이 유럽인들에 의해 정복을 당했는지 알지 못했다. 보다 정확한 표현은 알려고 하지 않았고 알 필요도 없었다.
'총,균,쇠'에는 그 이유에 대해 정확하게 나온다. 당연히 총이라고 대변되는 무기가 아프리카나 아메리카 원주민들에 비해 월등했기 때문에 무기로 정복했을 것이라고 생각을 했지만 총으로 대변되는 무기보다 더 강력하고도 무시무시한 무기가 바로 인간이였다. 원래 인간이란 무서운 존재이며 충분히 무기로써의 역할을 한다고 할 때의 그 무기가 아니라 실제로 인간의 내부에는 어마어마한 무기를 내재하고 다녔다는 것이다.
그것은 바로 '균'이라고 하는 것이다. 말라리아, 매독, 에이즈, 페스트등의 각종 질병에 인간은 멸종 위기까지 몰릴 때도 있었지만 이런 질병을 이겨낸 인간들의 유전자는 후세에 전달이 되고 그에 맞서 싸워 균들은 새롭게 변종되어 인간에게 다시 침투하고 인간은 다시 피해를 입지만 이를 이겨내는 방법으로 단련이 되었던 것이다.
이 '균'들은 인간에게 정복이 되었을지 몰라도 사라진 것은 아니다. 인간 내부에 존재하다는 무서운 사실이 바로 인간이 무기라고 표현한 이유다. 우리가 열대지방을 갈 때 말레리아 접종을 하고 가야 하는 것처럼 그 지역에서 생기는 균에 대한 저항력을 갖지 못한 인간은 그 균과 접촉했을 때 굴복할 수 밖에 없다. 운좋게도 강력한 항균체를 이미 보유한 사람들은 살아 남을 수 있지만 그렇지 않은 대다수의 인간들은 눈에 보이지 않는 이 '균'에 의해서 소리 소문도 없이 존재가 사라지는 것이다.
이러한 '균'을 갖고 있는 서구 유럽인들이 아프리카와 아메리카 원주민들과 접촉했을 때 유럽인들의 의도와는 전혀 상관없이 - 당연히 그들의 의도는 원주민들을 물리치거나 굴복시키는 것이였지만 - 균에 노출된 원주민들은 이유도 모르고 자신뿐만 아니라 주변 원주민들까지 질병에 걸린 이유에 대해 알지도 못한 상태에서 죽었다. 정말로, 황당하고 처참하고 암담한 상황이 아니였을까 싶다. 아마도 서구 유럽인들이 원인이 아닐까 하는 추측은 하지 않았을까 싶다.
여기서부터 이 책의 근본적인 질문에 대한 답을 찾아간다. 유럽인들의 균에 의해 실제적으로 아프리카와 아메리카의 원주민들이 정복을 당했다면 역으로 아프리카와 아메리카의 원주민들에 의해 유럽인들은 정복을 당하지 않은 이유는 무엇일까에 대한 기나긴 여정을 떠나게 된다.
우선, 수렵채집민 생활에서 식량을 생산하는 정주형으로 변화가 실질적인 역사의 시작이라 할 수 있다. 이러한 사실은 누구나 다 알고 있다. 여기서 인간은 일부 야생동물을 가축으로 만들었고 이로 인해 인간의 역사는 발전을 거듭했지만 가축화는 시점부터 인간에게는 생각하지 못했던 각종 균이 새롭게 생겼다. 우리가 이야기하는 대부분의 큰 질병들이 동물에서부터 인간에게 전염되었다는 것이다.
동물의 대변을 통해 오염되기도 하고 동물과의 육체적 접촉을 통해 - 인간이란 참,,,, - 전염이 되어 숙주가 된 인간은 균이 살아남기 위해 모든 인간에게 균이 퍼지면서 더이상 퍼지지 못할 정도로 모든 인간을 전염시킨 후에 균에 완벽하게 적응한 새로운 인간이 등장하며 한때 인간들을 공포에 떨게 만들었던 균은 사라지지 않고 소강상태에 접어들고 다시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여 인간을 숙주로 삼아 창궐한다.
식량을 생산하고 가축을 키우는 환경이 비슷한 위도에 몰려있는 유라시아에서는 발달할 수 있었지만 기후와 환경이 천차만별인 다른 대륙들은 수렵채집만으로도 먹고 살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어 있기 때문에 청천지역이 되어 인간이 살기에 역설적으로 안전한 환경을 제공하고 있었기에 유럽인들과의 접촉에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 밖에 없다. 눈에 보이지 않는 균에.
이러한 이유로 유럽인들도 쉽게 정복할 수 없는 지역이 있었다. 그들이 적응되고 익숙하지 못한 질병이 있는 지역은 지속적으로 침범을 하지만 그들의 월등한 무기에도 불구하고 소리없이 자신들을 무력화시키는 질병에 굴복할 수 밖에 없었다.
결국에는 우수한 무기를 누가 더 갖고 있었느냐는 싸움이 아니라 질병과 질병의 대결에서 더 많은 질병은 몸속에 간직하고 있었던 서구유럽인들이 이긴것이다. 이렇게 보면 더 많은 항체를 갖고 있는 우수한 인간이라고 볼 수도 있지만 오염이 훨씬 많은 인간이라 할 수도 있다. 여기서 든 생각은 외계인들도 쉽게 우리를 정복할 수 없을 것이라는 뜬금없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 쉽게 인간과 접촉할 수 없지 않을까 말이다.
인간들은 자신이 살고 있는 환경에 적응하여 발전을 했다. 그런 측면에서 보면 억울 할 수도 있다. 아프리카나 아메리카같은 경우에는 자신들의 환경에 적응하여 발전을 거듭했을 뿐인데 말이다. 이 대륙들은 동서로 넓게 펼쳐지지 못하고 상하로 이뤄져서 여러가지 제약으로 유러시아대륙이 서로 발전시킨 문물을 상호교환할 수 있었는데 각자 자신의 지역을 벗어나 다른 원주민들과는 접촉이 제한되어 있어 더더욱 발전이 더디게 진행될 수 밖에 없었다.
다시 궁금하게 생각되는 것이 똑같이 동서로 펼쳐지고 식량을 생산하고 가축을 키운 유럽과 중국은 어떻게 해서 지금과 같은 상황이 생긴 것일까? 서로 발전을 거듭하며 앞서거니 뒤서거니 했던 경쟁자 관계에서 힘의 균형이 한쪽으로 기울어 졌을까에 대한 궁금증이 생긴다. 그 이유에 대해서도 설명을 한다. (책이 얼마나 방대한지 원..)
처음에 인간들은 무리를 이루고 그 후에 부족을 만들어 생활한 후에 본격적으로 식량생산과 가축을 기른 후부터 추장 사회를 거쳐 지금의 국가를 이룩하게 된다. 국가들은 이합집산을 반복하는 과정에서 중국은 하나의 국가로 유지가 되었지만 유럽은 다수의 국가들이 뭉치고 흩어지는 것을 반복했다. 초기에는 강력한 하나의 국가인 중국이 더 큰 발전을 이룩하지만 역사를 볼 때 고여있으면 정체되고 만다.
유럽은 지속적으로 다양한 국가들이 경쟁적으로 더 좋은 환경과 국가를 이룩하기 위해 발전에 발전을 거듭한다. 중국은 단일 국가로 모든 결정이 한 번 내려지면 일사분란하게 처리되지만 잘못된 결정이 내려지면 더이상의 발전이 없다. 유럽에서는 한 국가의 결정이 그 국가에서만 유효하고 다른 국가에서는 다른 방식으로 결정된다.
책에서는 중국에서 거대한 선함을 이끌고 바다로 나갔지만 환관과 관료들의 싸움에 결국에는 한 번 내려진 결정으로 해외진출이 완전히 끝나는 대목에서 보면 역사에 가정은 없다고 하지만 세계 역사는 완전히 변해있을 것이라는 추측은 어렵지 않다. 유럽에서는 콜럼버스가 여러 나라에서 거절을 당했지만 오로지 딱 하나의 국가에서만 허락과 지원을 했어도 이를 통해 지금의 서구열강이 된 것이다.
'안나 카레니나의 법칙'이라는 용어가 설명된다. 행복한 가정은 다 엇비슷하지만 불행한 가정은 그 이유가 다 제각기다'라는 톨스토이의 작품 안나 카레니나에서 아마도 처음 시작하는 문구라고 생각하는데 엄청나게 심오하고 너무나 지극히 평범한 진리이다. 우리가 숱하게 일상적으로 보고 듣는 이야기이다.
이러한 '안나 카레니나의 법칙'은 우리가 지금까지 본 역사에서도 수없이 목격된다. 지금 성공한 나라들과 가난한 나라들을 볼 때 이 법칙은 어김없이 적용할 수 있다. 또한, 지금도 아프리카와 남아메리카나 뉴질랜드와 같은 곳에서는 여전히 자신들만의 방법으로 살고 있는 수많은 부족들이 있다. 그들이 부족에서 추장사회와 국가로 발전하지 못한 이유는 너무 다양하다.
새로운 개정판에는 일본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데 혹시 우리나라 출판을 염두에 두고 실었는가 했는데 전혀 상관없이 일본만의 독특한 환경에 관심을 갖고 초판에는 미처 관련자료들을 충분히 갖고 있지 못해 개정판에 새롭게 실은 듯 하다. 뭐, 우리나라에서는 좋아 할 만한 결론을 내린다.
슬슬 이 책에 대한 리뷰를 쓰는 것이 힘들다. 이런 식으로 계속 쓸 수도 있겠지만 서서히 한계를 느낀다. 책이 워낙 방대하고 좋은 내용들이 가득해서 쉽게 읽을 수 없다는 단점이 존재한다. 좋은 약이 쓰다고 하지만 좋은 약을 달게 만들면 될 것을 이라는 생각을 하지만 이 책은 자신의 사고의 확장을 불러일으켜 준다.
단순하게 새로운 사실을 알았고 덕분에 좋은 내용을 읽었다는 정도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세상에 대한 새로운 시선을 장착하게 되었고 우리 주변에서 벌어지고 있는 많은 사건과 현상에 대해 눈 앞에 벌어지고 있는 피상적인 모습이 아니라 그 이면까지도 고민하게 만들 수 있는 뷰를 갖게 되지 않을까 싶다.
어떤 책이 사람에게 영향을 끼치게 될 까는 그 사람이 그 책을 읽을 당시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그 책을 읽을 당시의 지적 수준과 환경이 강력한 영향을 미친다. '총,균,쇠'라는 책을 아마도 지금 시점에 읽은 것이 나에게는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예전에 읽었다면 지금의 이 순간만큼의 지적 충적을 못 이룰 가능성이 크고 나중에 읽게 되었다면 어디선가 읽었다는 느낌으로 그칠 수도 있지 않을까 싶다.
그나저나, 재레드 다이아몬드의 '문명의 붕귀'라는 책도 흥미로운데 이 책 역시 두께가 장난이 아니다. 언제 읽게 될지는 모르겠다. 확실한 것은 올 해 안으로는 읽지 않을 것 같다. 용량을 초과하는 지식은 들어오지 않고 흘러 넘치기 때문에 천천히 조금씩 쌓아가는 내 스타일 상 이번에 읽은 '총,균,쇠'라는 책을 통해 갖고 된 지적허영을 당분간은 충분히 만긱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