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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의 물건 - 김정운이 제안하는 존재확인의 문화심리학
김정운 지음 / 21세기북스 / 2012년 2월
평점 :
품절
참 '거시기'하다. 대부분의 남자들은 '남자의 물건'이라는 제목을 보고서는 거의 십중팔구 거시기를 떠 올렸을 것이다. 그렇지 않았노라도 자신있게 이야기하는 남자가 있다면 자랑스러워 할 것이 아니라 남자의 정체성에 대해 고민을 해야 한다. 이런 식으로 쓰는 것이 바로 김정운 교수의 스타일이다.
솔직하게 자신의 이야기를 꾸미지 않고 어려운 용어와 설명없이 있는 그대로 철학적인 이야기를 인간이 갖고 있는 심리에 대해 한국적인 표현으로 알려준다. 결코 전체하지 않고 읽으면서 어렵다는 생각이 전혀 들게 하지 않는다. 분명히 심리학자라고 하니 얼마나 자신이 알고 있는 것을 - 끊임없이 이야이한다. 30년이나 심리학을 공부했다고 - 폼나게 말하고 싶은 욕망이 있을까마는 꾹꾹 눌러 앉히고 쉽게 이야기한다.
우리가 갖고 있는 교수라는 고정관념을 탈피하여 오히려 재미있는 캐릭터로 대중에게 알려져 있는 김정운교수는 대 놓고 '남자의 물건'이라며 필연적으로 떠 올릴 수 밖에 없는 물건에 대해 사람들에게 알려준다. 그것도 여자의 물건이라고 하면 어딘지 어울리지 않지만 남자의 물건이라는 표현으로 하면 무척 친숙하고 자연스럽다.
게다가 제목의 글자체도 무척 멋스럽고 있어 보인다. 어지간한 책에서는 볼 수 없는 글자체이다. 멋드러진 것이 책의 품위성을 더욱 높히고 있다. 약간 미묘한 표정으로 정면을 바라보고 있는 남자의 얼굴과는 다르게 말이다. 남자는 저자이고 글씨체는 신영복교수가 선물한 글자라고 한다. 이 책으로 인해 '처음처럼'이라는 소주의 글자가 신영복 교수가 만든 것이라고 알게 되었다.
책은 두 파트로 나눠져 있다. 전반부는 이 땅의 - 정확하게 한국에서 살고 있는 한국 남자들 - 남자들이 겪고 있는 문화적인, 심리적인 사회적인 면에 초점을 맞춰 문화심리학자이자 여러가지문제연구소의 소장으로써 자신의 주장이자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후반부는 전반부에 이야기한 설명을 근거로 이 땅에서 그래도 성공했거나 자신만의 길을 가고 있는 사람들에게 중요한 것은 무엇인지에 대해 이야기하고 그걸 대표로 하는 물건에 대해 소개를 한다. 한 마디로 물건이 그 물건이 아니라 아무때나 볼 수 있는 물건이다. 아,, 이렇게 적고 보니 그 물건도 아무때나 볼 수 있기는 하다.
김정운 교수의 - 정작 자신은 교수라는 직책을 좋아하지 않는다고 하지만 뽐난다고 하는 걸 보면 좋아한다 - 가장 최대 장점은 바로 '지식의 저주'에 빠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우리나라 교수들의 한결같은 문제점은 자신들만 알고 있다는 것이다. 자신들 전공 학생들에게는 전문용어를 써가며 설명하는 것이 맞겠지만 정작 일반인들에게 그들은 다른 나라 사람이고 잘난체 하는 사람이다.
그 이유는 자신들은 늘 쓰는 용어이고 자신들이 만나서 이야기하는 사람들과는 보편적인 용어이고 단어이겠지만 일반사람들에게는 그렇지 않다는 것을 모른다는 것이다. 그러니, 아무리 좋은 이야기를 해도 재미없고 지루하고 따분한 거다.
그런 반면에 김정운은 정확하게 자신만의 언어를 한다. 결코 어려운 전문용어나 지루하고 따분한 설교적인 이야기를 하지 않는다. 늘 자신의 사례를 들어 설명하고 어려운 용어도 한국적인 말로 풀어 설명한다. 그러니 귀에 쏙쏙 들어오고 단어가 눈에 착착 감긴다. 똑같이 심오하고 어려운 인간의 내적 외적 행동에 대한 심리학적인 설명을 재미있게 설명한다.
마음에 와 닿는 것들이 꽤 많은데 그 중에서도 "제발 '나 자신'과 싸우지 마라!", "성공하려면 왜 꼭 참고 인내해야만 할까", "시간이 아주 많은 어른이 되고 싶었다"등등 같은 이야기들은 따로 그 부분에 대해서 나도 글을 써 봐야지 하는 생각이 들면서 깊히 공감을 했다.
김정운 아저씨의 내공은 장난이 아니라고 느낀다. 볼수록 내가 알고 있던 교수님과 참 많이 닮아 늘 친근하게 느껴지고 정말 그 분이 아닐까하는 착각마저 들게 하는데 전반적인 문화, 심리와 같이 현대인들에게 갈수록 중요하게 여겨지는 분야에 대한 자신만의 철학과 내공은 그 어떤 사람과도 떨어지지 않을 것이다. 더구나, 쉬고 싶을 때 쉬기까지 하니 부럽다고 해야 할 것이다.
후반부에 나오는 인물들은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인물도 있고 잘 모르는 인물도 있다. 나만 그런 것일 수도 있다. 그래도 다행히 나온 인물들에 대해 다 알고있는 인물이였다. 각자 자신만의 물건에 대해 이야기를 하는데 처음에는 깊히 공감하면서도 나에 대해 생각을 하게 되었다.
나는 왜 저들과 같이 그런 물건이 없는 것일까하는 생각을 했다. 어쩌면 약간의 자괴감이 들 수도 있고. 저들은 그래서 성공했거나 자신만의 삶을 재미있고 멋있게 살고 있구나라는 생각을 했다. 세상을 살면서 자신만 갖고 있는 물건이 있고 사람들에게 보여 줄 수 있는 물건이 있다는 사실은 어디가서도 이야기할꺼리가 풍부하다는 뜻도 된다.
그에 비해 나는 아무리 생각해도 내 물건이라고 할 만한 것이 없었다. 그러다 다시 한 번 생각하니 왜 굳이 그래야 하는가하는 결론을 내렸다. 내 성격은 지금까지 굳이 따지자면 무소유에 가깝다. 꼭 가져야 하고 정성을 들이고 내 시간을 온전히 투자해서 소유하려고 하는 것은 없었다. 아니, 앞으로도 없을 것이다.
누군가는 사진만 있으면 찍고 그것으로 만족한다고 한다. 그럼, 사진을 갖고 가지 못하면 불안할 수도 있을 것이다. 누군가는 모자를 수없이 많이 갖고 있으면서 쓰고 다닌다고 하니 없으면 허전할 것이다. 나는 모자를 쓰지 않으니 그런 감정이나 경험을 할 필요가 없다. 누군가는 만년필을 그렇게 갖고 있다고 하는데 굳이 무엇인가 있어야 할 필요는 없다. 그저 쓰기 위한 도구일뿐이다. 누군가는 머그컵을 그렇게 수천개를 갖고 있다고 하는데 그런 물건을 놓을 장소도 없고 귀찮게 그런 것을 사고 집에 올 생각도 없다.
이렇게 따지자면 상당히 심심하고 무미건조한 삶인듯 하지만 지금까지 그렇게 살아왔고 꼭 무엇인가를 소유하려고 하지 않았기에 이 책에 나온 남자들처럼 무엇인가를 간직하기 위한 편리하기 위한 추억하기 위한 물건은 갖고 있지 않았다. 지금에 와서 굳이 그렇게 할 필요는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심지어 핸드폰도 필요한 일이 있어 갖고 있지 않다면 필요없다고 생각을 한다. 그러면서도 7만원이나 되는 요금을 내며 스마트폰을 갖고 있는 모순이 존재하지만.
솔직히 부럽기는 하다. 무엇인가 자신만의 물건을 간직하고 소유하고 수집하면서 삶의 의의를 찾고 기쁨을 느끼고 추억에 잠기며 남들과 이야기할 수 있는 꺼리가 있다는 것에 대해서. 하지만, 이제와서 그러고 싶지도 않고 무엇인가를 꼭 간직하고 수집한다는 것이 나는 싫다.
책에서 말한 남자의 물건의 의미가 꼭 그런 것은 아니다. 이 땅을 살고 있는 대부분의 남자들이 얼마나 불행하고 힘들게 살고 있는지를 문화심리학적으로 설명을 하고 그렇지 않은 인물들에 대해 설명하기 위해 하나의 매개체로 물건을 보여 줄 뿐이다.
한편으로는 나도 이런 종류의 책을 하나 집필했으면 좋겠다는 뜬금없는 생각도 들었다. 어쩌면 그것이 내 물건이 될 수도 있겠다. 아니면, 모든 책을 읽고 이렇게 올린 서평이 바로 내가 말할 수 있는 남자의 물건이 될 수도 있을 것 같다.
이렇게 이야기 해보니 나도 나만의 물건이 있구나라는 생각도 든다. 비록, 남들에게 물건으로 보여 줄 수 없다는 차이가 존재하지만. 없다고 생각하고 글을 쓰다보니 마지막에 가서 뜬금없는 이 왠 깨달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