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에 관한 생각 - 우리의 행동을 지배하는 생각의 반란!
대니얼 카너먼 지음, 이진원 옮김 / 김영사 / 2012년 3월
평점 :
절판


행동 경제학이라는 것을 알고 열심히 책을 읽을 때 궁금했던 점은 바로 행동 경제학이라는 것을 통해 노벨 경제학상을 받았다고 하는 대니얼 카너먼의 책을 발견 할 수 없다는 것이였다. 행동 경제학이라고 되어 있는 책이 있어 순진하게도 당연히 대니얼 카너먼이 저술한 책이라 생각하고 읽었는데 아니였다. 그 당시에는 대니얼 카너먼의 이름을 정확히 몰랐다.

 

드디어, 바로 그 대니얼 카너먼이 직접 저술한 책이 나왔다. 그동안 숱한 책을 읽었다. 행동 경제학이라는 이름으로 나온 책들이 수없이 많고 읽은 책들도 두자리가 될 정도로 많다. 어지간한 행동 경제학에 대한 이론이나 이야기들은 다 알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중요한 것은 그렇다고 내 삶이 특별히 변한 것은 없다는 것이다. 알고 있는 것과 실천을 하는 것의 괴리는 엄청나다.

 

이미 익숙하고 잘 알려져 있어 이제는 그다지 새로운 것이 없다는 생각이 들지만 여전히 파생된 이야기들이 행동경제학과 관련되어 많이 있다. 이제는 인지 심리학같은 분야로도 전이(??)되어 분야가 다양해지고 있다. 이런 와중에 비록, 노벨경제학상을 받은 당사자라고 해도 얼마나 더 특별한 이야기를 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어느정도 의문이 들기도 했다.

 

책을 읽으면서 역시나 노벨 경제학상을 받은 사람은 다르다는 것을 깨달았다. 이미 많은 것들이 알려져 있다. 알려진 것들 중에 많은 것이 대니얼 카너먼의 직접 연구하고 내용을 만든 것들이다. 자신이 직접 그 과정을 알려주고 또한, 자신이 하지 않았지만 다른 사람들에 의해 알려진 것들도 이 책에 포함하여 친절하게 설명한다.

 

무엇보다 이미 익히 알려진 내용들이지만 대니얼 카너먼은 분명히 같은 이야기지만 본인만의 언어와 개념으로 완전히 새로운 이야기인 마냥 들려준다. 행동 경제학이라는 분야에 대한 이야기를 들을 때면 항상 우리는 합리적인 인간이 아니라 감정에 치우친 행동을 하고 정말로 바보 같은 짓을 너무 당당하게 한다. 더구나, 그런 행동이 바보같다는 것을 눈치채지도 못한다.

 

대니얼 카너먼은 시스템1과 시스템2라는 표현을 한다. 시스템1은 즉각적이고 말초적이고 보이는대로 믿고 생각한다. 시스템2는 이와 반대로 느리고 이성적이고 노력을 해야만 알 수 있다. 보통 우리를 지배하는것은 바로 이 시스템1이다. 평소에는 시스템1이 항상 우리를 반응하게 만든다. 시스템2가 조언을 하고 경고를 해도 그 소리는 들릴 듯 말 듯해서 귀 기울일 수 없다.

 

말하자면 기존 경제학자들이 이야기한 합리적인 인간은 바로 시스템2라고 할 수 있다. 행동경제학에서 발견한 인간은 바로 시스템1이다. 고로 합리적인 인간이다 아니다는 중요한 것이 아니라 인간은 양면성을 다 같고 있다는 것이다. 문제는 시스템1이 대부분 우리를 지배할 뿐이고 시스템2가 발동하기도 전에 이미 시스템1이 먼저 반응을 한다.

 

많은 책을 읽었지만 여전히 합리적으로 행동하지 못하고 바보같은 행동을 여전히 반복하고 있는 나 자신을 이야기했다. 이런 멍청한 행동을 반복하지 않기 위해서는 시스템1이 발동할 때 마다 시스템2를 기억하고 꾸준히 노력해야 한다. 그렇다고 책에서나 나오는 합리적인 인간이 되는 것은 아니지만 그러한 노력을 통해 좀 더 바보같은 행동을 줄 일 수 있다.

 

책에서 끊임없이 나오는 개념이 바로 시스템1, 시스템2와 WYSIATI라고 하는 것이다. WYSIATI는 What you see is all there is 라는 영어의 약자로 당신에게 보이는 것이 세상의 전부다라는 말로 굳이 풀어보자면 보이는 것만 보인다는 이야기로 우리가 흔히 보고 싶은 것만 본다는 내용이다. 아무리 누가 무엇이라고 해도 사람은 자신이 보이는 것만 보면서 믿는 것만 믿는다.

 

생각을 해 보면 행동경제학에서 이야기하는 모든 오류(??)가 결국에는 인간은 보고 싶은 것만 본다는 카이사르의 이야기와 일맥상통한다. 이미 행동경제학이라는 거창한 학문으로 파고 들어갈 필요도 없이 예전부터 사람들은 알고 있었다는 뜻이다. 그럼에도 여전히 변함이 없다는 것이 바로 인간이 인간답게 살 수 있는 법칙이라 보인다.

 

모든 인간이 어떤 결정을 하든 합리적이고 이성적으로 판단하여 반응을 한다면 우리가 사는 세상이 지금보다 더 발전될지는 모르겠지만 재미없고 따분하고 무미건조한 사회가 될 수 있다고 본다. 적당히 멍청한 행동을 하고 본인은 깨닫지 못하면서 당당하게 저지르는 많은 일들이 오히려 역설적이게도 우리 사회를 발전시키고 세상을 긍정적이며 재미있게 만든다는 생각이 든다.

 

이렇게 써 놓았지만 그래도 나만은 좀 합리적이고 똑똑하게 세상을 바라보고 행동하여 이익을 보고 싶다는 것이 바로 어떻게 보면 기존 경제학에서 이야기하는 합리적인 인간이 아닐까 싶은데 어찌보면 경제학자들이 자신들은 그래도 똑똑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끝까지 합리적인 인간을 고수하는게 아닌가 싶기도 하지만 이제는 거의 대부분 경제학자들도 인간이  합리적이지 않다는 것을 인정한다.

 

마지막에는 행복에 대해서도 이야기를 한다. 진정으로 행복에 대해서 우리가 겪는 경험이 중요한 것인지 특정 사건이나 기억이 중요한 것인지 등에 대해서도 이야기해 준다. 지금 이 세계를 살고 있는 사람들의 화두라면 화두라고 할 수 있는 것이 바로 개개인의 행복에 대해서인데 이 행복에 대해서 정의가 새롭게 규정되기도 하는데 - 그렇다고 특별하게 새롭지는 않고 최근에 많이 이야기하는 행복에 대한 규정 - 대니얼 카너먼이 최근에 연구하고 있는 분야로 보이는데 책에 나온 이야기가 상당하게 긍정을 하게 만든다.

 

책의 두께도 상당하고 나온 내용들도 무척이나 방대하다. 게다가 여타의 책들이 행동경제학에 대한 다양한 사례와 그에 따른 결과와 우리가 대처해야 하는 방법에 대해 설명하는데 반해 이 책은 그 사례를 어떻게 자신과 동료들이 연구해서 만들었고 그 후에 벌어진 여러 사건들에 대해서 보강을 해 주며 행동경제학이라는 분야를 창시한 사람다운 이야기들로 가득차 있다.

 

행동 경제학에 대해 참 많은 책을 읽었지만 갖고 있는 책은 없다고 볼 수 있는데 '생각에 관한 생각'은 직접 구입해서 갖고 있어야 할 책으로 보인다. 이미 읽어서 실제로 구입할지는 자신없지만 갖고 있으면서 두고 두고 보면서 다시 한 번 생각할 만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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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의 물건 - 김정운이 제안하는 존재확인의 문화심리학
김정운 지음 / 21세기북스 / 2012년 2월
평점 :
품절


참 '거시기'하다. 대부분의 남자들은 '남자의 물건'이라는 제목을 보고서는 거의 십중팔구 거시기를 떠 올렸을 것이다. 그렇지 않았노라도 자신있게 이야기하는 남자가 있다면 자랑스러워 할 것이 아니라 남자의 정체성에 대해 고민을 해야 한다. 이런 식으로 쓰는 것이 바로 김정운 교수의 스타일이다.

 

솔직하게 자신의 이야기를 꾸미지 않고 어려운 용어와 설명없이 있는 그대로 철학적인 이야기를 인간이 갖고 있는 심리에 대해 한국적인 표현으로 알려준다. 결코 전체하지 않고 읽으면서 어렵다는 생각이 전혀 들게 하지 않는다. 분명히 심리학자라고 하니 얼마나 자신이 알고 있는 것을 - 끊임없이 이야이한다. 30년이나 심리학을 공부했다고 - 폼나게 말하고 싶은 욕망이 있을까마는 꾹꾹 눌러 앉히고 쉽게 이야기한다.

 

우리가 갖고 있는 교수라는 고정관념을 탈피하여 오히려 재미있는 캐릭터로 대중에게 알려져 있는 김정운교수는 대 놓고 '남자의 물건'이라며 필연적으로 떠 올릴 수 밖에 없는 물건에 대해 사람들에게 알려준다. 그것도 여자의 물건이라고 하면 어딘지 어울리지 않지만 남자의 물건이라는 표현으로 하면 무척 친숙하고 자연스럽다.

 

게다가 제목의 글자체도 무척 멋스럽고 있어 보인다. 어지간한 책에서는 볼 수 없는 글자체이다. 멋드러진 것이 책의 품위성을 더욱 높히고 있다. 약간 미묘한 표정으로 정면을 바라보고 있는 남자의 얼굴과는 다르게 말이다. 남자는 저자이고 글씨체는 신영복교수가 선물한 글자라고 한다. 이 책으로 인해 '처음처럼'이라는 소주의 글자가 신영복 교수가 만든 것이라고 알게 되었다.

 

책은 두 파트로 나눠져 있다. 전반부는 이 땅의 - 정확하게 한국에서 살고 있는 한국 남자들 - 남자들이 겪고 있는 문화적인, 심리적인 사회적인 면에 초점을 맞춰 문화심리학자이자 여러가지문제연구소의 소장으로써 자신의 주장이자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후반부는 전반부에 이야기한 설명을 근거로 이 땅에서 그래도 성공했거나 자신만의 길을 가고 있는 사람들에게 중요한 것은 무엇인지에 대해 이야기하고 그걸 대표로 하는 물건에 대해 소개를 한다. 한 마디로 물건이 그 물건이 아니라 아무때나 볼 수 있는 물건이다. 아,, 이렇게 적고 보니 그 물건도 아무때나 볼 수 있기는 하다.

 

김정운 교수의 - 정작 자신은 교수라는 직책을 좋아하지 않는다고 하지만 뽐난다고 하는 걸 보면 좋아한다 - 가장 최대 장점은 바로 '지식의 저주'에 빠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우리나라 교수들의 한결같은 문제점은 자신들만 알고 있다는 것이다. 자신들 전공 학생들에게는 전문용어를 써가며 설명하는 것이 맞겠지만 정작 일반인들에게 그들은 다른 나라 사람이고 잘난체 하는 사람이다.

 

그 이유는 자신들은 늘 쓰는 용어이고 자신들이 만나서 이야기하는 사람들과는 보편적인 용어이고 단어이겠지만 일반사람들에게는 그렇지 않다는 것을 모른다는 것이다. 그러니, 아무리 좋은 이야기를 해도 재미없고 지루하고 따분한 거다.

 

그런 반면에 김정운은 정확하게 자신만의 언어를 한다. 결코 어려운 전문용어나 지루하고 따분한 설교적인 이야기를 하지 않는다. 늘 자신의 사례를 들어 설명하고 어려운 용어도 한국적인 말로 풀어 설명한다. 그러니 귀에 쏙쏙 들어오고 단어가 눈에 착착 감긴다. 똑같이 심오하고 어려운 인간의 내적 외적 행동에 대한 심리학적인 설명을 재미있게 설명한다.

 

마음에 와 닿는 것들이 꽤 많은데 그 중에서도 "제발 '나 자신'과 싸우지 마라!", "성공하려면 왜 꼭 참고 인내해야만 할까", "시간이 아주 많은 어른이 되고 싶었다"등등 같은 이야기들은 따로 그 부분에 대해서 나도 글을 써 봐야지 하는 생각이 들면서 깊히 공감을 했다.

 

김정운 아저씨의 내공은 장난이 아니라고 느낀다. 볼수록 내가 알고 있던 교수님과 참 많이 닮아 늘 친근하게 느껴지고 정말 그 분이 아닐까하는 착각마저 들게 하는데 전반적인 문화, 심리와 같이 현대인들에게 갈수록 중요하게 여겨지는 분야에 대한 자신만의 철학과 내공은 그 어떤 사람과도 떨어지지 않을 것이다. 더구나, 쉬고 싶을 때 쉬기까지 하니 부럽다고 해야 할 것이다.

 

후반부에 나오는 인물들은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인물도 있고 잘 모르는 인물도 있다. 나만 그런 것일 수도 있다. 그래도 다행히 나온 인물들에 대해 다 알고있는 인물이였다. 각자 자신만의 물건에 대해 이야기를 하는데 처음에는 깊히 공감하면서도 나에 대해 생각을 하게 되었다.

 

나는 왜 저들과 같이 그런 물건이 없는 것일까하는 생각을 했다. 어쩌면 약간의 자괴감이 들 수도 있고. 저들은 그래서 성공했거나 자신만의 삶을 재미있고 멋있게 살고 있구나라는 생각을 했다. 세상을 살면서 자신만 갖고 있는 물건이 있고 사람들에게 보여 줄 수 있는 물건이 있다는 사실은 어디가서도 이야기할꺼리가 풍부하다는 뜻도 된다.

 

그에 비해 나는 아무리 생각해도 내 물건이라고 할 만한 것이 없었다. 그러다 다시 한 번 생각하니 왜 굳이 그래야 하는가하는 결론을 내렸다. 내 성격은 지금까지 굳이 따지자면 무소유에 가깝다. 꼭 가져야 하고 정성을 들이고 내 시간을 온전히 투자해서 소유하려고 하는 것은 없었다. 아니, 앞으로도 없을 것이다.

 

누군가는 사진만 있으면 찍고 그것으로 만족한다고 한다. 그럼, 사진을 갖고 가지 못하면 불안할 수도 있을 것이다. 누군가는 모자를 수없이 많이 갖고 있으면서 쓰고 다닌다고 하니 없으면 허전할 것이다. 나는 모자를 쓰지 않으니 그런 감정이나 경험을 할 필요가 없다. 누군가는 만년필을 그렇게 갖고 있다고 하는데 굳이 무엇인가 있어야 할 필요는 없다. 그저 쓰기 위한 도구일뿐이다. 누군가는 머그컵을 그렇게 수천개를 갖고 있다고 하는데 그런 물건을 놓을 장소도 없고 귀찮게 그런 것을 사고 집에 올 생각도 없다.

 

이렇게 따지자면 상당히 심심하고 무미건조한 삶인듯 하지만 지금까지 그렇게 살아왔고 꼭 무엇인가를 소유하려고 하지 않았기에 이 책에 나온 남자들처럼 무엇인가를 간직하기 위한 편리하기 위한 추억하기 위한 물건은 갖고 있지 않았다. 지금에 와서 굳이 그렇게 할 필요는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심지어 핸드폰도 필요한 일이 있어 갖고 있지 않다면 필요없다고 생각을 한다. 그러면서도 7만원이나 되는 요금을 내며 스마트폰을 갖고 있는 모순이 존재하지만.

 

솔직히 부럽기는 하다. 무엇인가 자신만의 물건을 간직하고 소유하고 수집하면서 삶의 의의를 찾고 기쁨을 느끼고 추억에 잠기며 남들과 이야기할 수 있는 꺼리가 있다는 것에 대해서. 하지만, 이제와서 그러고 싶지도 않고 무엇인가를 꼭 간직하고 수집한다는 것이 나는 싫다.

 

책에서 말한 남자의 물건의 의미가 꼭 그런 것은 아니다. 이 땅을 살고 있는 대부분의 남자들이 얼마나 불행하고 힘들게 살고 있는지를 문화심리학적으로 설명을 하고 그렇지 않은 인물들에 대해 설명하기 위해 하나의 매개체로 물건을 보여 줄 뿐이다.

 

한편으로는 나도 이런 종류의 책을 하나 집필했으면 좋겠다는 뜬금없는 생각도 들었다. 어쩌면 그것이 내 물건이 될 수도 있겠다. 아니면, 모든 책을 읽고 이렇게 올린 서평이 바로 내가 말할 수 있는 남자의 물건이 될 수도 있을 것 같다.

 

이렇게 이야기 해보니 나도 나만의 물건이 있구나라는 생각도 든다. 비록, 남들에게 물건으로 보여 줄 수 없다는 차이가 존재하지만. 없다고 생각하고 글을 쓰다보니 마지막에 가서 뜬금없는 이 왠 깨달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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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를 크게 키우는 말 vs 아프게 하는 말 - 부모 & 아이 대화 사전
정윤경.김윤정 지음 / 담소 / 201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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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가 된 후에 가장 어려운 것은 올바르게 키우는 것이다. 올바른 것에 대한 정의는 사람마다 다를 수 있다. 누군가에게 올바른 것이 누군가에게는 동의하지 않을 수 있다. 또한, 내가 올바르다고 생각하는 행동이나 사고가 아이가 볼 때는 전혀 그렇게 느껴지지 않을 수 있다. 이런 부분이 더욱 아이를 키우는데 어려움이다.

 

내가 하고 싶은 것이나 하고 싶었던 것이나 하지 못했던 것을 아이에게 강요하지 않고 아이가 하고 싶어 하는 것을 반대하거나 발목잡지 않는 것이 내가 생각하는 가장 중요한 이이에 대한 기본적인 철학이다. 나는 내 삶이 있었고 앞으로도 있을 것이고 내 자녀들은 그 아이들의 삶이 있을텐데 그 부분에 나를 투영하기 보다는 자신들만의 것을 투영해서 살아가기 바랄 뿐이다.

 

유전이라는 것은 무서워서 나중에 보면 내가 생각하지 못했는데 아버님이 했던 행동이라는 것을 깨닫는 것처럼 지금의 자녀들도 나중에 내가 하고자 했던 것을 하게 될 수도 있을 수도 있다. 김훈 작가가 했다는 말로 기억하는데 아들에게 돈을 많이 벌어서 많이 쓰고 살라고 이야기를 한다. 나는 알아서 내가 벌어 살테니. 이 이야기가 맞다고 본다. 아들이 지 갈길을 알아서 가야 부모로부터 독립하고 도움을 받지 않는 것이고 나도 아이들에게 짐이 되지 않기 위해 노력하는 것.

 

좌로도 우로도 치우치지 않고 내 아이만 특별하다는 생각으로 바라보지 않고 예의에 어긋나는 행동을 하지 않으며 자라나도록 하는 것이 참 어렵다. 근본적인 것은 내 아이라는 것이 개념 자체에서부터 출발하는 듯 하다. 내 것이라는 자아가 아이에 대한 감정이입을 하지만 아이는 물건이 아니라 나처럼 감정을 갖고 자신만의 생각을 갖고 있다.

 

이 점을 무시하고 나도 모르게 아이를 내 것으로 생각하고 말을 하고 지시를 하고 일방적인 훈육을 할 때 문제가 생긴다. 아이에게만 생기는 문제가 아니라 부모인 나 자신에게도 문제가 생긴다. 내 맘대로 안되는 것이 당연한데도 내 것이라는 관념이 나를 지배하다보니 내 맘대로 컨트롤하려고 하는 마음이 강해질 때 아이는 삐뚤어지고 부모는 부모대로 상처를 받는다. 문제의 원인은 자신에게 있다는 것 자체를 인정도 인지도 하지 못한채.

 

어쩌다 만나는 사람은 최대한 예의를 갖추고 언어를 조심해서 사용을 한다. 매일같이 만나는 사람들과는 좀 더 친숙하게 언어에 대한 예의가 사라지지만 내가 아닌 타인이라는 생각으로 조심해야 할 것은 조심한다. 이에 반해 식구들은 타인이 아니라는 생각에 언어에 대해 그다지 큰 생각을 하지 못하고 나오는 대로 내 뱉는 일이 잦다. 이런 점이 바로 가족간에 상처를 입게 되는 것이다.

 

아이와의 행동에서도 특히 그런 면이 크다. 아이가 아무리 자란다고 해도 어떻게 보면 아이 앞에서 나는 절대 권력자이다. 내가 하는 그 어떤 말도 힘을 갖고 행동하게 만든다. 이런 이유로 나도 모르게 아이의 감정이나 마음은 생각하지 못하고 불쑥 불쑥 내 뱉는 말에 아이는 상처를 입을 수 있다.

 

아이를 크게 키우는 말, 아프게 하는 말은 부모와 아이가 서로 하는 말에서 어떤 말은 자주 해야 하고 어떤 말은 가려야 하고 어떤 말은 조심해야 하는지에 대한 것을 알려준다. 읽다보면 이런 말은 내가 평소에 하는 말이구나라고 위안을 삼기도 하고 어떤 말은 그럴 수 있겠구나라면서 조심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고 어떤 말은 정말로 아이에게 저런 말을 한단 말인가하면서 놀라기도 하고 어떤 말은 무척이나 낯간지럽지만 필요할 것 같다는 생각도 든다.

 

당연히 책에 나온 모든 말에 동의를 하지는 않는다. 전문가가 쓴 책이라 오랜 연구와 조사를 통해 알려주는 것이니 내가 동의를 하지 않아도 그렇게 해야 하겠지만 내 생각에 내 교육철학(??)과는 좀 다른 부분도 있다. 그렇다 해도 이 책에 나온 다양한 사례는 충분히 참고하고 부모로써 노력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전반부는 아이를 크게 키우는 말이 어떤 것이 있는지 사례를 통해 아이들에게 해 주라고 이야기를 한다. 후반부는 아이를 아프게 하는 말들이 어떤 것이 있는지 알려주는데 후반부에 나오는 이야기들이 오히려 더 주의 깊게 보고 하지 않도록 노력을 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몇 몇 부분은 가능할까라는 생각도 드는데 한 가지를 들면 100점을 맞으면 장난감을 사 주라는 이야기를 하지 말라고 한다. 아이 스스로 공부를 하고 싶고 성취감을 느껴야 하는데 인센티브를 통해 공부하면 안된다는 것이다. 하지만 내 생각에 과연 초등학생들에게 그런 것이 가능할까라는 생각이 든다. 어느 정도 습관이나 자신이 해야 한다고 느끼기 전까지는 부모로써 습관을 들여주는 것이 할 올바른 일로 보인다. 무조건 강요를 할 수는 없어도. 그럴려면 어느 정도의 동기부여를 할 수 있는 것을 줘야하지 않나하는 생각을 한다.

 

오랜 연구와 조사를 통해 아이에게 좋은 것이 어떤 것인지 알고 있는 분의 이야기지만 그런 몇 몇 부분에 대해서는 여전히 그냥 내 아집과 편견을 갖고 가야 하지 않을까 하는 부분도 있었다.

 

책을 읽다보면 스스로 아이들에게 그리 칭찬에 관대한 편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다고 변하지는 않겠지만. 단, 아이를 아프게 하는 말은 거의 하지 않고 있다는 위안이 들었다. 이 부분은 아이에게 물어보는 것이 가장 정확하겠지만. 아니, 그보다는 내가 아이랑 하는 이야기를 녹음해서 나중에 들어봐야 확실할 것이다.

 

부모로써 어떻게 그런 말을 할 수 있을까하는 말도 있다. 어느 누구도 연습을 통해 아이를 키우는 것이 아니라 특별한 준비없이 아이와 함께 성장을 한다. 다만, 하다보면 의식하지도 못하고 아이에게 상처를 줄 수 있는 말을 할 수 있고 하게 된다. 부모가 스스로 상처를 줄 수 있다는 것을 전혀 깨닫지 못하고 일상적으로 할 수 도 있다. 그런 면은 이 책을 읽으면서 '이런 말은 최소한 조심하도록 노력해야겠구나'라는 생각이 든다면 그것으로도 충분하지 않을까 한다.

 

칭찬에 인색한 부모보다 칭찬을 잘 하는 부모가 당연히 좋은 부모이지만 너무 과한 칭찬은 아이를 올바르게 키우지 못하게 된다고 본다. 그보다는 아이에게 상처를 주는 말을 하지 않도록 하는 것만으로도 아이를 올바르게 키울 수 있지 않을까 싶다.

 

결국 아이에게 가장 좋은 스승이자 평생 보고 배울 사람은 부모이다. 부모 자신의 행동과 생각이 아이를 올바르게 키우느냐의 핵심일 것이다. 자신도 하지 못하는 것이나 못한 것으로 아이에게 일방적으로 하라고 하는 것은 아니라고 본다. 부모 스스로 아이의 한계를 설정하는 우를 범하면 안되겠지만.

 

여전히 아이가 내 마음에 쏙 들게 한다는 것은 이미 내가 아이를 조정하려고 하는 마음이 존재하고 시도하려는 것으로 생각된다. 아이를 아이로써 받아들이고 그가 하려는 것을 받아들이고 인정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자녀에 대한 교육만큼 어렵고 힘들고 까다로운 것은 없다. 그저 매일같이 기도한다. "우리 아이들이 지혜롭고 건강하게 자라도록 해 달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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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의 수용소에서 (양장) - 빅터 프랭클의
빅터 프랭클 지음, 이시형 옮김 / 청아출판사 / 200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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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의 생명이 예정되어 있는것은 누구에게나 똑같은 조건이다. 불사의 생명을 갖고 태어나는 인간은 없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치의 병에 걸려 자신의 생명이 얼마남지 않았다는 것을 알게 되면 이전과는 다른 차원의 삶을 살게 되는 것이 인간이다. 불치의 병에 걸린 사람들의 이야기는 어느정도 알려져있어 대략적인 유추가 가능하지만 언제 죽을 지 모르는 수용소와 같은 특수한 환경에 처한 사람들의 이야기는 흔하지도 않고 유추하기는 더더욱 힘들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나치 시대의 아우슈비츠 수용소에서 수용되어 있는 인물들이다. 이들은 인간이 유한한 존재라는 것을 알고 있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자연스럽게 죽음을 맞이할 때나 가능한 내면의 심리상태를 가질 수 있는 것이지 이와 같이 특수하게 언제 내가 죽을지 모른다는 상황에 놓여 있을 때 갖게 되는 인간의 심리는 우리가 알 수 없다.





여기서 내일이라는 것은 존재하면서도 존재하지 않는다. 그렇다고 흔히 말하는 오늘을 열심히 살아야 한다는 성공지상적인 당위성도 존재하지 않는다. 오늘을 열심히 산다고 내일 내 의지와 상관없이 죽게된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내일 죽으나 오늘 죽으나 똑같다는 심정으로 내 목숨을 함부로 할 수도 없는 것이 당장 시키는 대로 하지 않는다면 육체에 가해지는 고통이 내 의지와 심적인 혼란과는 상관없이 즉각적으로 오기 때문이다.





자살을 생각할 수도 있을 것이지만 인간은 우습게도 이런 극한 상황에서는 끝까지 살아 남아야 한다는 선택을 하게 된다. 자신이 선택할 수 있는 자유는 그 어느 것도 없다. 단 한가지도 마음대로 할 수 있는 여건이 없다. 잠을 자고 싶어도 무얼 먹고 싶어도 떠들고 싶어도 내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것이 단 한가지도 존재하지 않는 곳이지만 각자 내면에 갖고 있는 선택의 자유마저 꺾지는 못한다.





죽음의 수용소은 실제로 정신과 의사가 아우슈비츠 수용소에서 생활(??)하며 경험한 이야기를 책으로 펴 낸 실화이다. 정신과 의사라는 직업적인 특수성은 실제로 이 곳에서 아무런 빛도 장점도 되지 못한다. 수용소에서 자유를 획득한 후에 그때를 다시 한 번 돌아보며 책을 쓸 때의 상황과 내일이 오지 않을 수 있다는 불안한 심리상태에 놓여있을 때 남들과 똑같은 조건에서는 아무런 차별성을 갖지 못하기 때문이다.





작가는 정신과 의사이자 종교인으로써 수용소에서 나름대로 자신의 생존을 터득했다. 그것은 바로 외부 환경과는 상관없이 내 스스로 선택할 수 있는 자유를 갖고 있다는 것이다. 어떠한 것을 선택하든 그것은 인간이 갖고 있는 유일한 의지이다. 그 의지는 그 누구도 간섭하거나 변경할 수 없다. 단, 영향을 줄 수는 있을 것이다.





모든 사람들이 똑같은 조건에서 똑같은 환경으로 살아가고 있다. 그곳에는 그 어떤 사람도 다른 사람과 구별되는 점은 없다. 오로지 유일하게 있다면 번호로 명명되는 호칭만 있을 뿐이다. 한결같이 부족한 잠과 부족한 식량으로 언제 질병으로 쓰러질지 모르는 환경이다. 그런데도 신기하게도 겨우 바람만 막을 수 있을 정도의 옷을 걸치고 있어도 그 추위에 감기에 걸리지 않고 동상에 걸리지 않았다고 한다. 그 이야기는 특별히 선택받은 누군가만 우월한 사람이 되는 것이 아니라 인간은 어떤 환경에서도 다 적응을 하는 존재라는 것이다. 그 누군가를 부러워하지 말고 똑같은 인간이라는 것이다.





죽음의 수용소는 인간에 대한 깊은 성찰과 인간 행동에 대한 비밀 아닌 비밀을 보여주고 있다. 아무리 똑같은 조건과 환경에 처해 있어도 어떤 선택을 하느냐는 인간 스스로 할 수 있는 자유라는 것이다. 불행히도 당시에는 그 선택에 대한 판가름이 나지 않지만 결국에 올바른 판단은 당장 편하게 해결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당장은 힘들어도 보이지 않는 미래를 선택하는 것이다.





우리들은 비록 수용소에서 살고 있지 않지만 오늘 죽을지 내일 죽을지 모르는 것과 같은 상황이 아니라도 지금 우리가 선택하고 행동하는 것들이 어떻게 될지 모르는 삶을 살고 있다. 이 점에는 수용소에서 언제 죽을지 모르는 사람들과 별 차이가 없다. 하지만, 누군가는 살아 남았고 누군가는 생을 마감했다. 단지 운만으로 그런 결과가 나온 것이 아니다.





바로 내 자신이 선택을 한 결과로 나온 종말이다. 어떤 선택을 하든 그것은 내 자유의지이다. 우리 인간은 부족하기 때문에 눈 앞에 보이는 찰나의 쾌락을 추구할 수 밖에 없지만 - 그것이 죽음이라는 선택이라도 - 그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책 문구중에 '그렇게 힘든데 왜 자살을 하지 않으시나요?'라고 물어보면 한결같이 그 질문에 자살할 생각을 갖고 있는 사람도 자살을 하지 않는다고 한다. 역설적인 질문이 오히려 그 사람의 강박관념을 풀어 버린다고 한다. 무엇인가에 대해 두려움을 갖고 있으면 감추려 하지 말고 차라리 그것을 더 사람들에게 알려야겠다는 마음을 먹는 것만으로도 해결 가능한 일이 많다는 것이다.





자살을 선택하는 사람들이 많다. 인구 구성비율로는 많지 않지만 동물과 비교하면 자살을 선택하는 인간이 많다. 그들에게는 말 못할 사정이 있다. 불치의 병을 갖게 된 사람들중에는 자살을 선택하는 사람은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 이건 너무 역설적이다. 죽음을 눈 앞에 둔 사람은 생존을 선택하고 생존할 시간이 아직도 많이 남은 사람들은 - 비록 내일 당장 어떻게 될지 모르는게 우리의 인생이지만 - 죽음을 선택하는 이 아이러니는 현대사회의 모순일 수 있다.





수용소에서 탈출 할 수 있는 기회가 왔을 때 하지 않은 것이 기사회생인 경우도 있다. 탈출은 목숨을 담보로 해야 하지만 실행을 하려 할 때 자신에게 맡겨진 책임을 다하다보니 수용소가 미군에 점령되어 전화위복이 되거나 행정착오로 다른 수용소로 가지 못하는 - 현재 있는 것보다 더 좋은 환경의 수용소 - 일이 벌어 졌을 때 담당자들도 미안해하고 본인도 깊은 실망에 빠져 있었지만 그 수용소는 오히려 화재로 인해 전원이 살아남지 못한 결과를 알게 되었을 때를 보면 인간은 현재의 결과가 향후 어떻게 될지 모르는 것이다.





이런 엄청난 경험후에 책의 저자인 빅터 플랭크는 로고테라피라는 자신만의 독창적인 이론을 사람들에게 알리고 실제로 적용하여 많은 도움을 주었다고 한다. 프로이드와는 달리 편안하게 누워 자신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라 의자에 앉아 환자들이 큰 소리를 들어야 한다는 농담을 하는 이론이지만 결국 인간은 극한의 한계까지 가면 다 똑같다는 사실에 근거한 이론으로 보인다.



책의 마지막 단락은 비극속에서 낙관이라는 주제로 이야기한다. 아무리 비극적인 상황에서도 중요한 것은 자신이 어떤 선택을 하느냐에 달려있다는 것이다. 언제 죽을지 모르는 내일이 없는 상황에서도 포기를 선택하는 대신 알 수 없는 내일을 선택한 사람들이 결국에는 살아 남았다.





특별히 우월한 사람이 존재할 수 없고 동일한 조건으로 똑같은 음식에 노동에 잠을 잤기 때문에 겉으로 보이는 모든 것이 동일하지만 각자 그 내부에 있는 선택에 따라 산자와 죽은 자가 결정되었던 것이다. 죽은 자는 말이 없기 때문에 산 자의 논리로 볼 수 있지만 그렇게 보기에는 무리가 있어 보인다. 눈에 보이는 어떠한 선택도 없고 할 수도 없는 환경이지만 눈에 보이지 않는 내면의 선택이 바로 진정한 우리의 힘이기 때문이다.





과연, 이와 같은 환경에 처해 있을 때 나는 어떤 선택을 하게 될 것인가? 분명히 내 자유의지로 선택할 수 있지만 내 자유의지가 내가 처한 환경과 압박을 극복할 수 있는 선택이 될 것인지에 대해 솔직히 의문이 들지만 그렇다고 굴복할 수는 없지 않을까 한다. 인간이 평소에 생각을 한대로 살지도 못하고 아무리 미리 예상을 한다고 해도 현실 앞에서 다른 행동을 하는 것이 인간 본성의 속성이지만 미리 미리 조금이라도 각오를 하고 있다면 그나마 올바른 선택을 할 가능성이 크지 않을까 한다.




우리에게는 선택할 수 있는 자유가 있다. A를 택하든, B를 택하든지 아니면 갑을 선택하든지 을을 선택하든지 그에 대한 선택과 그에 따른 책임의 결과의 몫은 어디까지나 온전한 내 몫이다. 최소한 남들에게 손가락질 받는 선택이 되어서도 안되겠지만 내 스스로 부끄러운 선택이 되지 않도록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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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지 않는 고릴라 - 우리의 일상과 인생을 바꾸는 비밀의 실체
크리스토퍼 차브리스.대니얼 사이먼스 지음, 김명철 옮김 / 김영사 / 201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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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학 책을 꽤 많이 읽었다. 그렇다고 정통 심리학을 공부하거나 책을 많이 읽은 것은 아니다. 대부분 인지심리학이나 행동경제학과 관련된 분야를 읽었다. 심리학을 본격적으로 공부하자면 프로이트나 그를 추종했다가 반기를 든 융부터 시작하는 정통 심리학을 공부하다보면 그게 또 더 거슬러 올라가 소크라테스 플라톤을 공부하고 그러다보면 외국의 눈으로만 보는 것이 아닌 우리 동양의 주자학같은 것을 또 공부해야 하는데 그렇게까지 거창할 생각은 없다.

 

어느 정도 내가 원하고 필요한 심리학 책은 다 읽었다고 생각하고 더 이상 새로운 책이 나오더라도 읽지 말아야지라는 생각을 했기때문에 이 책이 출판되었을 때 기존 책에서 읽은 내용이라 보여 큰 관심을 갖지 않았지만 사람은 아는 사람들의 추천이나 누군가의 추천에 약해지기 마련이라 다시 마음을 바꿔 관심을 갖고 있다 도서관에 떡하니 새책이 있어 내 의지와 상관없이 이미 대여해서 집에 갖고 온 내 자신을 발견했다.

 

결론적으로 이야기하자면 대여해서 보기를 정말 잘했다. 지금까지 나온 인지 심리학의 결정판이자 총집한판이라 모든 것을 집대성한 내용에 이미 알고 있는 내용에 더 자세하고 깊게 들어간 내용이 나를 사로잡았다. 여타의 책과 달리 기존의 이론이나 사람들에게 알려진 내용들을 더 깊게 파고 들어 조사한 끝에 내 놓은 자료들은 저절로 고개를 끄덕이게 만든다. 게다가 설렁하게 넘어가면서 읽을 부분이 거의 없을 정도로 구성도 탄탄하다.

 

예를 들면 기존에 농구공의 패스 숫자를 말해야 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패스 횟수에 집중하느라 고릴라가 나타난 것을 보지 못했지만 대부분의 농구선수들은 그 고릴라를 보았다. 여기까지는 이미 다른 책에서 알려진 내용이다. 자신에게 익숙한 환경에서는 충분히 대처할 수 있는데 이 농구선수들도 조건을 아주 약간만 변경하면 변화된 환경에 적응하지 못하고 일반인들과 별 다를 것이 없다는 것이다.

 

이 책에는 나오지 않지만 영어를 잘하는 사람과 못하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뇌검사를 할 때 잘 하는 사람은 뇌에서 열량이 거의 나오지 않지만 못하는 사람은 엄청난 열량이 발생하는데 그건 평소에 얼마나 익숙하느냐의 관점이다. 그렇기 때문에 익숙하게 만드는 전문가와 같은 것이 중요한데 여기서 책은 다시 한번 전문가들이라도 다시 믿을 것이 못된다는 이야기를 해 준다.

 

아무리 죽었다 깨워나도 운전하면서 통화를 할 때 위험하다는 일화와 같은 내용으로 보이지 않는 고릴라로 시작한 호기심내지 인간 심리에 대한 탐구가 꼬리를 물고 계속 이어져서 우리에게 기존에 알고 있던 상식을 뒤집어 놓는다. 책을 읽다보면 정말로 집요하게도 끝까지 물고 늘어져서 조사하고 탐구하고 그 역에 대해서 다시 조사하여 자신들의 이론을 확정하려 한다는 느낌이 든다.

 

다른 책에서 알지 못했던 이야기 중에 인상적인 것은 모짜르트에 관한 것이다. 지금도 여전히 모짜르트가 태교 좋다는 이야기는 산모들에게 신앙처럼 받아들여지고 있다. 그러나, 이것은 잘못된 허구라는 것을 이 책은 밝히고 있다. 모짜르트가 영재를 만든다는 이론은 불확실한 조사와 탐구를 통해 발표되었지만 거대자본과 결탁된 후에는 이미 사실이 된 과학으로 탐바꿈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몇 해 전까지만 해도 열심히 광고로 나온 닌텐도를 통해 우리의 기억력이나 인지능력을 개선할 수 있다는 것도 완전히 거짓말이라는 것이 많은 연구를 통해 밝혀졌다. 한 마디로 그 역에 대한  실험을 통과해야 하는데 통과하지 못한 것이다. 오히려, 전혀 상관없을 것 같은 하루에 30분 걷기가 우리의 인지능력을 향상시킨다는 실험 결과가 나왔다. 고로, 노화를 방지하고 우리 머리를 지키기 위해서는 유산소 운동을 매일같이 해야 한다. 유산소 운동은 못해도 몇 분 정도의 스트레칭은 하려고 하는데 스트레칭은 전혀 도움이 되지 못하고 오로지 유산소 운동만 개선 효과를 보인다고 한다.

 

우리는 우리가 본 것은 틀림없다고 믿는다. 자신이 본 것을 믿지 못한다면 어떤 것을 믿을 수 있단 말인가? 그럼에도 우리는 기억의 왜곡과 잘못된 자신감이나 믿음으로 얼마든지 착각하고 오판할 수 있다고 한다. 강간을 당한 한 여인이 범인을 분명히 기억하기 위해 많은 시도를 통해 분명히 기억했고 그 범인을 보자마자 파악하여 지목하여 법정을 통해 감옥에 보냈지만 몇 년후에 그 사람은 범인이 아니라는 것이 밝혀졌다. 당연히 당사자는 엄청난 충격과 최책감이 시달린 것은 말할 것도 없고 말이다.

 

우리 주위에는 리더라고 불리는 사람들이 있다. 중요한 것은 이 들이 결코 우리보다 실력이 뛰어나서 리더가 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성격적이 면이 많이 좌우된다. 어떠한 상황에서 그가 내린 선택이나 결론이 틀렸다 해도 자신있게 주변 사람들에게 최초로 말한 사람이 바로 리더가 된다는 것이다. 고로 능력과 리더는 전혀 다른 것이라 우리는 리더라는 사람들을 믿으면 안된다고 볼 수 도 있다.

 

책을 통해 얻은 결론은 이렇다. 그 어떤 것도 쉽게 믿으면 안되고 끈임없이 의심하고 또 의심해야 한다. 이렇게 결론을 내리면 이거 어디선가 많이 들은 내용이다. 그렇다. 철학이다. 데카르트나 칸트를 통해 익숙한 내용이다. 인간은 철학으로 다시 돌아가는 과정을 이렇게 과학적인 방법을 통해 가는 것일까? 그건 내가 모르겠다.

 

인지 심리학은 우리 인간이 얼마나 잘못된 것을 올바르다고 믿고 행동하는 지에 대해 알려준다. 그것도 과학적인 방법을 통해 제시하고 있기 때문에 과거에는 믿음으로 해결한 것들을 현대인들의 새로운 믿음인 과학을 통해 알려주는데 한편으로 과학이라고 하는 믿음을 통해 다시 근본으로 돌아가는 것은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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