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을 배우다
전영애 지음, 황규백 그림 / 청림출판 / 201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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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을 배우다/전영애/황규백/청림출판]인생과 문학, 그 인연에 대하여…….

 

 

그림이 있는 에세이다. 삶과 풍경을 그려낸 그림에 시선이 먼저 간다.  깊은 생각과 일상에 대한 성찰을 하게 된다. 모두 사물의 서정성을 판화로 표현해낸다는 황규백 작가의 솜씨다. 작가의 작품이 뉴욕근대미술관, 파리현대미술관, 빅토리아 앨버트 미술관 등에 소장되어 있다고 한다. 그림을 마주하고 있으면 책 제목과 절묘하다는 생각이 든다.

인생을 배우다.

 

 

저자인 서울대 교수 전영애는 독일 명작, 특히 괴테 연구자라고 한다. 2011년 세계독문학, 문화 분야의 최고 영예인 독일 바이마르 괴테학회의 괴테금메달을 수상한 최초의 한국인이다.

이 책은 저자가 독일과 한국을 오가며 배우고 가르친 과정에서 맺은 인연들, 작품들, 깨친 철학에 대한 이야기다.

 

 

 

 

프란츠 카프카.

<변신>, <시골의사> 등의 작품을 남긴 카프카는 인간의 고독과 불안을 자신만의 문체로 담은 작가다.  그의 인형의 편지가 유쾌하고 훈훈하다.

 

죽음을 앞에 둔 어느 날, 카프카는 동네 공원을 산책하다가 슬피 우는 어린소녀를 보게 된다. 그리고 그 소녀가 아끼던 인형을 잃어버렸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네 인형은 말이야, 그냥 여행을 떠난 거란다.

-나한테 편지를 보내서 그렇게 말하던걸.

-잘 있대요? 편지는 어디에 있죠?

-편지를 마침 집에 두고 왔구나. 내일 다시 여기로 오면 내가 가져다주마. (17)

 

집에 돌아 온 카프카는 인형의 편지를 대신 썼고, 다음 날 글을 읽지 못하는 어린 소녀를 위해 인형의 편지를 읽어주었다. 3주일이 넘게 인형의 사랑, 인형의 약혼, 인형의 결혼 등 인형의 이야기를 편지로 전했다고 한다.

작가다운 발상이지 않나. 어둡게만 보이던 카프카에게 이런 유머와 재치가 있다니, 색다른 매력이다. 병들고 가난했던 시절이었지만 작가로서의 행복을 느끼지 않았을까.

 

 

 

저자가 글을 쓰기 위해 마련한 시골 마을의 낡은 집에서의 이야기다. 열 집도 채 살지 않는 작은 마을, 작은 카페에서 아이들을 위한 음악 연주회를 열었다. 그리고 시를 읽어주며 삶을 나눈 이야기다.

문학적 혜택, 문화적 도움과는 거리가 먼 시골 아이들에게 혼신의 힘을 다해 피아노를 치던 유학생, 전문 연주가는 아니지만 멋진 연주를 해준 의대생, 이들의 이야기를 듣고 아이들은 얼마나 꿈과 희망을 키웠을까. 소박한 울림이지만 훈훈하고 따뜻한 이야기다.

  

이 책은 저자가 독일과 한국을 오가며 배우고 가르친 과정에서 맺은 인연들, 살면서 스친 소소한 이웃들, 배우며 익히다가 만난 작품들, 그렇게 깨친 인생철학에 대한 이야기다. 아직도 끝나지 않은 인생과 문학, 그 인연에 대한 따뜻하고 멋진 이야기들이다.

 

평생을 배우며 열정적으로 가르쳐온 학자의 삶 속에도 비온 뒤에 굳어지는 진흙땅을 보게 된다. 배우고 나누는 속에 더욱 견고해진 세상을 가짐을 본다. 그렇게 인생은 배움의 연속, 나눔의 연속, 철듦의 연속인가 보다.

 

언제부턴가 인생은 알아가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미지의 세상에서 하나씩 배우며 나를 채워가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렇게 배우며 선택하는 중에 고난과 고통, 기쁨과 행복, 절망과 좌절, 환희와 행운을 만나는 거라고 생각했다. 그 세월 속에 더욱 단단해지고 튼튼해지는 거라고 생각했다. 책을 읽으면서 더욱 그런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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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먼 자들의 국가 - 세월호를 바라보는 작가의 눈
김애란 외 지음 / 문학동네 / 201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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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먼 자들의 국가/문학동네]1:29:300 법칙인 하인리히 법칙을 생각하게 하는 세월호 이야기~

 

 

노벨문학상 수상자인 주제 사마라구의 <눈먼 자들의 도시>가 연상되는 제목이다. 디스토피아의 미래를 그린 참담한 거대 수용소 이야기 같아서 일까. <눈먼 자들의 국가>는 세월호를 겪으면서 느낀 작가들의 시선이다.

 

 

김애란, 김행숙, 김연수, 박민규, 진은영, 황정은, 배명훈, 황종연, 김홍중, 전규찬, 김서영, 홍철기 등 12 명의 작가들이 들여다 본 우리 사회의 자화상이다. 착한 가격만큼이나 수익금을 전부 기부금으로 쓴다니, 착하고 감동적인 책이다.

 

진도 팽목항. 세월호 참사. 지금 218일째.

듣기만 해도 먹먹해지는 단어다. 참으로 어이없고 황당하고 기가 막힌 일이 한순간에 일어나다니! 거대한 배가 가라앉는데도 아무런 대책을 세울 수가 없다니! 최첨단의 국가 대한민국에서, 모든 것을 빠르게 진행하던 한국에서 배의 침몰에 대해 우왕좌왕하는 모습들이 뭔가 낯설었다. 비현실적 상황이었다. 마치 드라마 각본 같았다. 하지만 대형 참사는 믿기지 않은 현실이었고, 슬픈 현실이었기에 분노하고 또 분노했다. 전 국민이 얼마나 기도했던가. 그저 사실이 아니기를, 모두 살아서 돌아오는 반전이 있기를 빌고 또 빌었는데…….

 

사고의 원인을 누구에게 돌릴 수 있을까. 직접적으로는 세월호 선장을 비롯한 승무원들이지만 읽혀있는 책임자들이 어디 한 둘인가. 열악한 근무조건, 과잉 적재 등을 책임져야할 세월호 관련 회사, 정부 기관, 정치인, 모 종교 집단 그리고 우리 모두다.

 

하인리히 법칙인 1:29:300 법칙이 있다.

 

1:29:300 법칙은 재앙과 위기 앞에 무수히 많은 전조들이 있음을 말한다.

허버트 윌리엄 하인리히는 90년 전에 사고와 징후들의 상호 인과관계를 연구했다고 한다. 미국의 여행자보험회사에 근무하면서 다양한 사고 통계를 분석하고 사고의 인과관계를 계량화 했다. 한 번의 증상이 발생하기 전에 29번의 경상이 있었고 더 전에는 부상인 발생하지 않은 300번의 가벼운 사고가 있었다는 사실을 밝혀낸 것이다. 그가 내린 결론은 '1:29:300 법칙'이었고, 이를 '하인리히 법칙'이라고 한다. 또한 그는 '2:10:88법칙'을 말하기도 했는데, 산업재해의 88%는 인간의 불안전한 행위 때문에, 10%는 안전하지 못한 기계적·신체적 상태 때문에, 2%는 불가항력적인 이유 때문에 발생한다는 것이다.

 

1번의 사고에는 29번의 경고가 미리 주어지고 300번의 징후가 무수히 나타난다니! 결국 모든 사고와 사건은 88%가 인재라는 말이다. 모든 재난과 위기를 맞지 않으려면 29번의 경고에 귀를 기울이고, 300번의 재앙 예고를 놓치지 말라는 말이다.

 

조금만 더 주변에 귀 기울이고, 조금만 더 배려했다면, 조금만 더 원칙을 지켰다면 이런 참사는 막을 수 있었을 텐데.....

 

얼마 전, 영화 <카트>를 보면서 우리 사회의 약자들이 당하는 모습을 처참하게 지켜봤다. 비정규직 노동자들에 대한 대기업의 추태를, 이기적이고 사악한 갑의 욕망을, 기본적인 인간적 대우조차 기대할 수 없는 비정규직의 애환을 볼 수 있었던 영화다. 어두운 구석에서 행해지는 모순된 우리들의 모습을 보면서 침통하고 슬프고 부끄러웠다.

 

하인리히 법칙, 영화 <카트>가 아니어도 사실 우리의 부조리와 비리는 어디에서나 찾아 볼 수 있다. 조금만 주의를 기울이고, 조금만 관심을 집중한다면 알 수 있는 인재의 요인들을 찾을 수 있다.

 

 

작가들의 글을 읽으며 다시 다짐하게 된다.

뒤늦은 후회지만, 이젠 원칙대로 정직하게 세상을 살고 싶다. 순간의 유혹에 현혹되지 않고 주변의 아픔을 같이 나누며 그렇게 제대로 살고 싶다.

 

이제 바다는 더 이상 낭만과 추억의 바다가 아니다. 슬픔과 분노의 바다다. 기쁨과 환희의 바다가 아니라 무능함과 죄책감의 바다다. 언제쯤 낭만과 추억이 서린, 기쁨과 환희가 가득한 바다가 될까. 지금 218일째라는 숫자가 너무나 슬프다.

 

세월호 참사 희생자들의 명복을 빕니다.

 

 

* 한우리북카페에서 책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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찰리의 자전거 세계일주 1 : 중국편 - 너와 나, 우린 펑요 찰리의 자전거 세계일주 1
찰리(이찬양) 글.사진 / 이음스토리 / 201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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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찰리의 자전거 세계일주/ 이찬양/이음스토리] 자전거로 중국 여행간 사나이~

 

 

경험은 때론 비싼 수업료와 많은 피와 땀을 요구하지만 경험이야말로 인생의 가장 확실한 스승일 것이다. 그 중에서도 여행은 가장 폭넓은 인생 경험을 쌓게하는 스승일 것이다.  어디든 간만큼 보이고 겪은 만큼 내 것이 됨을 늘 체득하게 된다. 특히 여행을 통한 세계 확장은 돈으로도 바꿀 수 없는 값진 경험일 것이다.  그래서 여행 에세이가 더욱 끌리는 지도 모른다.

 

세계여행을 하는  방법이 참으로 다양해지고 있다. 트레킹으로 하는 세계여행, 자동차나 배, 트럭, 비행기, 자전거 등 탈 것을 이용하는 세계여행 등...... 그중에서도 자전거로 여행하는 이들의 에세이를 가끔 만나게 된다. 예전에는 자전거로 떠난 신혼부부의 세계여행 에세이를 만났는데, 이번에는 남자 홀로 떠나는 자전거 세계여행기다.

 

 

저자는 이라크 파병을 갔다가 제대를 한 뒤 자전거를 타고 전국일주를 했고, 25세에 자전거를 타고 세계일주를 떠난 이찬양(찰리)이다. <찰리의 자전거 세계일주>의 첫 번째 이야기는 중국편이다.

 

젊어서 1년은 늙어서 10년과 같다며 걱정하는 집안의 반대를 뒤로하고 늙어서 10년과 같은 보람찬 1년을 보내고 싶어서 떠난 세계여행이었다. 6천 달러로 시작해서 세계를 보았고 막판에는 마음 맞는 짝도 만나 결혼까지 성공했다고 한다.

 

여행의 출발선은 인천 제2국제선 여객선터미널이다. 찰리는 이곳에서 애마인 자전거를 싣고 서해를 건너 중국 롄윈강(連雲港)에 도착했다. 그리고 중국 국도를 달리며 시골 중국인들을 만나게 된다. 중국에서 만나는 후한 인심이야기가 이 책의 대부분을 차지할 정도다.

 

 

3인용 텐트에 자전거와 함께 야외에서 밤을 보내고 길거리 음식으로 배를 채우는 저렴한 여행이지만, 그가 길 위에서 만나는 중국인들의 인심은 순박하고 넉넉한 시골인심이다.

 

 

국도를 달라다가 만난 수박 장수는 수박 반쪽에 5위안을 주기로 흥정했는데 사진을 찍어서 뽑아줬더니 돈도 받지 않는다. 출출한 배를 채우러 어느 시골 구멍가게에 들어가서 빵과 과자를 사고 나오려는데 이번에는 식사 중이던 주인아주머니가 식사를 권한다. 슈퍼마켓에서는 영어를 하는 주인아저씨의 아들과 통하는 바람에 공짜 식사 대접을 받기도 한다. 자전거 동호회를 하는 할아버지를 알게 되면서 방송 인터뷰도 하고 신문에 실리기도 한다.

 

 

덤으로 주린 배를 채울 수 있도록 인심을 베푸는 식당 주인들의 후한 인심들, 배를 타고 양쯔 강을 건널 때 매표소를 몰라 표를 내지 않았는데도 그냥 넘어간 적도 있다. 가난한 자전거 여행자의 형편을 배려해서 일까. 저자가 선량해 보여서일까. 아니면 특유의 친근함과 붙임성 덕분일까. 어쨌든 어느 여행기보다 인심 좋은 사람들을 많이 만난 에세이다.

 

 

옛날 항저우 여인들은 자신의 몸단장이나 유희에만 신경을 쓰고 가사나 육아는 암자들의 몫이었다니, 처음 듣는 이야기다. 지금도 일부에서는 그런 풍습이 습관화 되었다고 한다. 중국 남자들이 전반적으로 가사 일을 많이 돕는 편이라고 들었지만, 쉬는 아내와 집안일 하는 남편의 휴일 풍경이 상상이 가지 않는다.

 

짐승 같은 자전거 여행에서 인간다운 대접을 받기도 하고, 좋은 인심들을 만나 그들의 일상 속으로 들어가 보기도 한 에세이를 보니 느긋하고 후한 시골 중국인들의 모습이 그려진다. 우리네 시골 인심 같다.

 

인천에서 출발해서 롄윈강(連雲港), 상하이, 항저우, 닝더, 푸저우, 푸텐, 푸안, 광저우, 홍콩, 마카오, 잔장, 둥씽, 하이코우, 산야에 이르는 여정들이 쉽지 않지만 그래도 좋은 사람들을 만난 즐거운 세계 여행이다. 아메리카나 유럽, 아프리카 여행에서도 좋은 인심들을 만날 수 있을까. 궁금해진다.

 

저자는 1998년 유럽여행을 계기로 배낭여행, 자동차 여행, 기차 여행, 여객선 여행, 자전거 여행, 출장, 파견 등 54개국을 다녔고 자전거 세계일주를 통해서 현재까지 모두 110개국을 다녔다고 한다. 7년간의 세계일주를 정리하는 시점이지만 아직도 끝나지 않은 여행길이라고 한다.

 

모든 길은 통한다지만 길 위에는 국경도 있고 산이나 바다 같은 장애물도 있고, 언어가 다른 각양각색의 사람들이 있을 것이다. 자전거가 친환경의 저렴한 교통수단이어서 일까. 그가 만난 사람들의 모습에서 후한 인심을 많이 볼 수 있어서 유쾌한 에세이다. 두 개의 바퀴로 달리는 자전거 세계여행, 그 배짱도 멋져 보인다.

 

책의 부록에는 찰리의 여행 장비들에 대한 꼼꼼한 소개가 친절하게 적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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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국은 어쩌면 가까이 - 슬픈 날에도 기쁜 날에도, 제주
허지숙 & 허지영 글.사진 / 허밍버드 / 201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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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국은 어쩌면 가까이/허밍버드] 힐링이 되는 천국 같은 제주 탐험~

 

파랑새를 찾아 멀리멀리 갔더니 파랑새가 집에 있었다는 동화를 읽다 보면 행복은 늘 가까이에 있음을 되새기게 된다. 어쩌면 우리가 찾는 사랑, 행복, 평화, 천국도 가까이에 있을 지도 모른다. 지금 바로 이 자리처럼.

 

 

한국에서 가장 천국 같은 땅을 추천하라면 나는 내 집 주변을 추천한다. 걸어서 갈 수 있는 곳에 작은 산도 있고 작은 시내도 있고 공원도 있고 역사와 유적이 깃든 곳이 즐비하기 때문이다. 물론 걸어서 갈 수 있는 곳에 도서관, 영화관, 대형 쇼핑센터, 전통 시장, 백화점 등 이 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도 오랜 세월 함께 했던 추억의 땅이기에 어디를 가든 편안해지는 곳이다. 정들고 익숙해지면 천국이 아닐까.

 

저자들은 제주 서귀포에서 대대손손 모여 사는 허 씨 집안의 두 딸들이다. 언니는 서양화, 동생은 일본화를 전공해서 일까. 사진관을 하셨던 외할아버지, 그림을 그리고 도자기를 구운 어머니의 영향을 받았기 때문일까. 이들이 직접 담아낸 제주 사진들의 풍경과 색감이 남다르게 다가온다. 이색적이지만 편안한 사진들이다.

 

 

천연기념물 수월봉 화산쇄설층은 이름처럼

화산 폭발 때 날아온 화산재가 겹겹이 쌓여 생긴 것이다.

주름진 제주의 속살을 마주하면

그 폭발이 얼마나 격렬했는지

그 세월이 얼마나 깊은지 그대로 전해진다.(58)

 

화산섬 제주도의 풍경 중에서 가장 색다른 것이 화산재, 용암, 화산돌 등 일 것이다. 긴 세월 바람을 맞으며 파도와 맞서온 제주의 생명력을 상징하는 화산 폭발의 흔적들일 것이다. 뜨거운 내부의 힘을 밀어올리고 남긴 지구 내부의 분비물들. 때론 층층이 지층을 남기고 때로는 작은 조약돌로 남기고 때로는 거대한 짐승모양 돌로 남긴 마그마의 자취들......

 

 

제주 우도는 엄마 섬에 딸린 애기 섬이랄까. 제주에서 배를 타고 가는 섬이다. 해녀들의 역사와 함께 한 우도에는 아직도 해녀들이 산다. 우도 해녀들의 수가 점점 줄고 있다는데, 제주 해녀 문화의 미래는 어떻게 될까.

 

제주에서 태어난 제주 자매들의 제주 이야기다. 천국 같은 제주의 음식, , , , 바람, , 여자, 숲 등을 봄, 여름, 가을, 겨울에 따라 사진에 담은 책이다. 사진이 하나같이 멋지고 사랑스럽다.

 

천국이 어디 따로 있을까. 내 마음 둘 곳이 천국일 텐데...... 그래도 제주의 사계절 풍경은 천국 같다. 책 제목에 공감 100개 꾹 누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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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소중한 것들이 말을 건다 - 연필이 사각거리는 순간
정희재 지음 / 예담 / 201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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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소중한 것들이 말을 건다/정희재/예담]연필 테라피를 아시나요?

 

흑연은 다이아몬드와 성분이 같지만 결정구조가 달라 가치가 달라진다고 합니다. 그러나 다이아몬드가 할 수 없는 것을 흑연은 해냅니다. 연필로 쓰면서 우리는 내면의 고유하고 빛나는 부분을 발견하게 되죠. 연필 테라피에는 분명 그런 힘이 있습니다. (15)

 

연필 테라피, 처음 듣는 말이지만 동감이다. 책을 읽으면서 중요한 단어에 동그라미 하거나 감동적인 문장에 밑줄을 쓱쓱 칠 때 나 역시도 마음이 편해진다. 책에 나온 그림을 백지 위에 연필로 베낄 때에도 사각거리는 느낌에 괜스레 기분이 좋아지고 푸근해진다. 커터 칼을 들고 직접 연필을 깎을 때면 초등학교 시절이 생각나기도 해서 흐뭇해진다. 초등학교 시절 이후로 잘 사용하지 않는 연필이지만 가끔 연필 사용을 즐기는 이유는 나 역시 연필의 아날로그적인 감성이 주는 평안 때문이다

 

   

 

핸드백에 연필을 넣어 다니기 위해 연필집도 만들었다. 광목으로 만든 에코 연필집이랄까. 연필심이 부러지지 않게 하려고 만든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연필집이다. 사진 찍을 일이 있는 줄 알았으면 자수도 넣을 걸......

 

 

  

이면지가 비어 있는 날에는 서운함을 달래기 위해 짧은 시나 책속의 구절이라도 옮겨 적는다.

어느 날은 앙드레 지드가 <지상의 양식> 맨 앞에 붙인 제사를 쓰기도 했다.

 

오랫동안 잠들어 있던 나의 게으른 행복은 이제 눈을 뜨도다. -하피즈

 

다 쓴 뒤 게으른 행복밑에 두 줄을 그을 때, 그야말로 고양이처럼 느긋한 만족감이 뼛속까지 차올랐다. 게으른 행복은 아무것도 기대하는 바 없이 행위 그 자체를 즐길 때 찾아온다. (49)

    

다이어리나 공책보다 하얀 이면지에 쓰는 걸 나도 좋아한다. 오죽했으면 프린트 용지를 몇 박스나 샀을까. 연필로 쓰기도 하고 볼펜으로 그리기도 하며 여백을 채우는 기쁨을 즐긴다. 그런 날은 여백이 꽉 차오르듯 온 몸에 세로토닌도 꽉 채워짐을 느낀다.

 

연필의 역사는 처음 접한다.

흑연이 처음 발견된 시기는 1500년대 초반이다. 영국 컴벌랜드 지역에 태풍이 불면서 나무들이 뽑혔고 그 밑에 있는 검은 액체를 발견한 목동이 자신의 양에게 흑연으로 표시를 했다거 한다. 그리고 1610년까지 문구처럼 흑연을 팔았다. 연필심의 원조는 프랑스인 콩테가 발명한 콩테기법으로 탄생한 것이다. 그는 흑연과 점토를 혼합해 고온에서 구운 흑연 심을 만들었다. 그땐 대단한 발명이었을 테니, 콩테는 얼마나 전율했을까.

 

연필의 종류, 연필의 역사, 작가와 연필의 인연에 대한 것도 처음 접한다. 작가나 화가처럼 연필을 오래 쥐고 작업하는 사람들은 각진 연필을 부담스러워 한다는 것도 처음 알았다.

   

 

소설가 존 스타인벡은 하루 여섯 시간씩 연필로 글을 썼다. 그는 육각형 연필로 하루 종일 쓰고 나면 손가락이 갈라진다.”며 원통형 연필을 선호했다. (166)

 

존 스타인벡이 하루에 부러뜨린 연필이 60자루가 될 정도로 엄청난 연필을 사용했다니, 대단한 작가다. 작가의 노벨문학상 수상의 영광을 부러진 연필들에게 보내야 하지 않을까. 그는 에른하르트 파버사의 블랙윙과 몽골 연필원통형 480 2를 최고로 쳤다고 한다. 몽골 연필과 블랙윙을 저자도 있다고 하니, 정말 연필마니아다. 개인적으로 구경도 못해본 연필들이다.

 

헤밍웨이도 하루에 연필 두 자루는 닳아 없어져야 하루 일을 충분히 한 것 같았다고 한다. 대단한 작가들의 엄청난 습작 분량이다.

 

오래두어도 변함이 없는 연필은 많은 예술가들의 창작 시간과 함께 했을 것이다. 인간의 변심이 없다면 늘 곁에 있어주는 의리의 연필은 많은 작가들의 습작 시간과 함께 했을 것이다. 연필은 그렇게 문학 작품과 그림, 제품과 건축물, 노래와 연극의 탄생 순간들과 함께 했을 것이다.

얼마나 많은 이들의 연필 끝에서 위대한 인류 고전이, 유물이, 유산이 만들어 졌을까. 연필은 지구 역사와 예술, 위대한 유산과 함께한 인간의 동반자였지만 앞으로도 미래의 인류와 함께 하지 않을까. 절대 시시한 연필이 아님을 절감하게 된다. 어마무시한 존재감이 느껴지는 순간이다.

   

연필 마니아의 연필 테라피를 읽고 있으면 곁에 있는 연필을 다시 보게 된다.

소박하지만 추억이 서린 존재인 연필을 어찌 무시할 수 있을까, 때로는 괄시받기도 하는 존재지만 때로는 향수를 자극하는 물과 공기 같은 사물인 연필이 그저 든든해 보인다. 때로는 마음 속 깊은 곳의 감성을 끌어올리는 재주가 있는 물건이기에 기특해 보인다.

    

개인적으로도 연필로 쓸 때의 경쾌한 또각거리는 소리, 연필심 깎을 때의 씩씩한 서걱거리는소리에 진정 위로를 받는 경우가 많았다. 연필을 통해 위로와 평안을 느꼈기에 나로서도 연필 테라피를 해왔던 셈이다. 이젠 연필에 대한 공학과 디자인의 역사를 추적한 헨리 페트로스키 박사의 <연필> 읽고 싶다. 연필에 대한 오마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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