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운 것은 모두 달에 있다 - 권대웅 시인의 달 여행
권대웅 지음 / 예담 / 201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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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운 것은 모두 달에 있다/권대용] 힘과 위로가 되는 감성 충만한 달 여행,,

 

하얀 그믐달이 뜬 분홍빛 밤하늘, 라벤더마저 분홍으로 물든 표지가 몹시 끌린다. 세계 어디에서나 볼 수 있는 달이지만 풍경과 역사에 따라 달의 이야기는 달라지나 보다. 권대용 시인의 달 여행은 색다른 유쾌함과 특별한 감성 충만을 선물했기에 무척이나 매력적이다. 책 속에서 만나는 부드러운 파스텔 톤의 달 그림이 밤의 운치를 살리기에 설렘까지 선사한 책이다. 은은한 달빛이 비추는 창가에서 읊조리며 읽어야 할 분위기 돋는 책이랄까. 작은 전등 하나에 의지해 달빛 머금은 밤에 읽으면 더욱 좋을 책이 아닐까.

 

 

 

 

텅 비어 있으면서도 가득찬 소리

따르고 따라 부어도

떨어지지 않고 끊임없이

나오는 달 항아리

(35)

 

 

 

 

같은 그림, 같은 글이라도 배경색에 따라 감동은 달라진다. 바탕색에 따라 모든 사물은 따뜻하거나 차가운 이미지, 부드럽거나 냉정한 이미지로 변한다. 처해진 환경에 따라 주어지는 역할이 다르듯, 주변 분위기 따라 달라지는 마음이 꼭 달 항아리 같다.

 

 

 

 

치열했전 종교전이 벌여졌던 유고 내전의 중심지 모스타르. 다리를 사이에 두고 가톨릭교를 믿는 크로아티아인과 이슬람교를 믿는 보스니아 헤르체고비나인이 서로 총질을 하며 보스니아인 30만 명이 학살된 격전지다. 지금은 평화롭지만 마음의 앙금은 어떻게 씻어 냈을까. 두 개의 마을을 잇는 높이 솟은 다리의 아름다움에 취해 좋아했었는데, 그런 피비린내 나는 사연이 있었다니. 전쟁으로 얼룩진 상처들, 지금은 회복되었으면 좋겠다.

 

 

 

 

입김이었어. ! ! 두 마리 말이 마차를 끌고 가파른 언덕을 오를 때마다 온몸에서 나오는 하얀 소금 같은 입김이었어. 버텨야 해. 파르르 눈꺼풀이 떨리듯 구름 속에서 정전기가 일었어. 살아내는 것이란 내 안에 힘이 드는 마이너스 전자와 플러스 전자가 부딪히는 거야. 천둥소리인 거야. 슬프면 울어. 비가 오게. 꽃이 피고 강물이 흐르게. 입김이었어. 그 뜨거운 입김이 방전 되어 튀는 불꽃이었어. 그 힘이 지구를 돌리고 있었어. - <달에서 온 편지>전문(79)

    

달을 향해 목 놓아 울거나 한껏 웃으면서 스트레스를 날리고, 달빛 어린 꽃과 달을 숨긴 나무에게서 위로를 받을 수 있구나. 그렇게 하다보면 방전된 에너지가 달 기운으로 충전되나 보다. 정녕 그 힘으로 지구를 돌리듯, 그 힘으로 또 하루를 돌려 인생을 살아내나 보다.

   

달에 대한 시만 있는 줄 알고 펼쳤다가 세계 여행 중에 만난 달 이야기가 있어서 놀라웠다. 프라하, 코펜하겐, 베니스, 안데스 산맥의 인디오 마을의 보랏빛 라벤더 밭, 고흐가 머물던 노란집이 있던 모나코, 하노버, 아를, 니스, 아드리아 해, 계림, 사라예보, 타지마할, 하노이, 신길동의 달이 각기 다른 느낌으로 들어 있다. 시간과 장소에 따라, 누군가와 함께 하느냐에 따라 달라지는 달의 분위기가 흥미롭다.

 

 

 

 

시인이 달을 좋하는 이유, 달 항아리를 좋아하게 된 계기도 알 수 있는 달 여행이었다. 달 시, 달 에세이, 달 그림이 함께하는 시인의 달 여행이었다. 방전된 에너지를 달 기운으로 충전한 시간이었다. 야식으로 나온 달꽃밥을 먹고, 노오란 달 항아리를 기울여 술을 마시고, 분홍 달항아리의 꽃을 만지고, 달기타를 튕기며 노래하고픈 밤이었다. 둥근 세상, 둥근 달, 둥근 달항아리처럼 모나지 않고 둥글둥글하게 늘 그렇게 살아가고 싶게 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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쑥스러운 고백 박완서 산문집 1
박완서 지음 / 문학동네 / 201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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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쑥스러운 고백] 설레며 읽는 박완서 산문집, 꼴찌에게 보내는 갈채...

 

반갑고 고마운 일이다. 고 박완서 선생님의 작품을 꾸준히 만날 수 있다는 사실이. 선생님의 산문집을 많이 접하지 못했기에 더욱 설렘을 주는 행복한 만남이다. 이 책은 박완서 선생님의 산문집 꼴찌에게 보내는 갈채(평민사, 1977)를 재편집한 것이라고 한다.

 

처음에 나오는 꼴찌에게 보내는 갈채의 이야기가 선생님의 쑥스러운 첫 번째 고백이다.

신나게 환호하고 떠들고 웃고 싶었던 선생님은 박신자 선수의 국제 여자농구 경기를 그리워한다. 속이 후련하리만치 신나게 박수치며 응원하고 싶었던 걸까. 그러다 안내양이 있는 버스를 타고 가다가 마라톤 경기를 구경하게 된다. 마라톤 1등 주자를 보며 신나게 환호하고 싶었던 선생님은 1등 그룹이 아닌 꼴찌 그룹이 지나가는 것을 보게 된다. 꼴찌 그룹의 마라토너들의 얼굴을 보는 순간 마라톤을 매력 없고 우직한 스포츠라고 생각했던 선입견을 무지막지하게 깨게 된다.

 

나는 그런 표정을 생전 처음 보는 것처럼 느꼈다. 여지껏 그렇게 정직하게 고통스러운 얼굴을, 그렇게 정직하게 고독한 얼굴을 본 적이 없다. 가슴이 뭉클하더니 심하게 두근거렸다. 그는 20, 30등을 초월해서 위대해 보였다. 지금 모든 환호와 영광은 우승자에게 있고 그는 환호 없이 달릴 수 있기에 위대해 보였다. (16)

 

고독하지만 최선을 다하는 꼴찌 마라토너를 보며 우승주자를 만난 것처럼 응원을 했다고 한다. 꼴찌가 더 이상 우습고 불쌍한 존재가 아니라 위대한 승리자임을 확인하면서 말이다. 나도 국제대회 마라톤 경기에서 꼴찌 그룹에 속한 사람들을 보면 대단하기도 하지만 솔직히 안쓰럽다. 이야기 속에서 마주하는 지금은 사라진 버스 안내양의 이야기가 신선하다. 드라마에서나 만날 70년대의 흔적들이다.

 

책에서 마주하는 소소한 일상 속에는 그 시절의 세태가 담겨 있다. 퇴폐풍조를 막기 위한 장발 단속, 시장에서 닭 잡은 이야기, 초호화혼수 이야기, 군용 내복, 노상방뇨, 비로드 치마, 고추 값 파동, 시장 나들이, 아이들 교육 등 평범한 하루하루의 단상들이다. 산업화 시대를 치열히 살았던 할머니, 어머니의 이야기다. 40년 전의 모습과 함께하는 박완서 선생님의 산문집, 설레는 매력 있다. 박완서 선생님의 산문집을 별로 읽은 적 없기에 새롭고 흥미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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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연이 모여 인생이 된다 - 내가 먼저 좋은 친구가 되는 법 아우름 4
주철환 지음 / 샘터사 / 201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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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연이 모여 인생이 된다/주철환/샘터] 내가 먼저 좋은 친구가 되는 법!^^

 

친구란 오랫동안 가깝게 지낸 사람을 말한다. 나이를 넘어 친구가 되기도 하고, 공간을 넘어 친구가 되기도 한다. 친구란 주는 게 없어도 서로가 부담스럽지 않아야 하고, 그저 옆에 있는 것만으로도 서로 의지가 되고 힘이 되는 관계다. 그래서 친구라는 말만 들어도 힐링이 된다.

 

 

언젠가 인생 항해에 필요한 일곱 척의 배란 글을 쓴 적이 있습니다. 리더십, 프렌드십, 파트너십, 오너십, 멤버십, 스킨십, 스포츠맨십이 바로 일곱 척의 배라고 말이지요. 말장난 같지만, 우리가 타야 할 그 배들 중 프렌드십이란 배를 가장 좋아합니다. (21)

 

진짜 말장난 같은 이야기에서 재미있고 의미 있는 프렌드십을 꺼내다니, 재치 있는 작가다. 친구라는 배는 평생을 함께 타고 가야 할 인생의 배다. 기쁨을 나누어 두 배로 만들고 슬픔을 나누어 반쪽 배로 만드는 것이 친구다. 재미없는 이야기에도 맞장구쳐주는 친구, 언제나 쿵짝의 합을 맞출 수 있는 친구, 쓸쓸하고 허전한 빈자리를 채우는 것도 친구다. 해서 친구는 인생의 큰 자산이요, 인생의 보물이다. 하지만 친구와 관계 맺는 법이 예전만큼 쉽지가 않다.

 

어떤 친구를 사귀느냐의 문제는 삶의 방향과 같고, 어떤 친구가 주변에 있느냐는 현재의 내 모습을 그대로 보여주는 자화상 같을 것이다. 내 삶과 함께 한 친구는 인생의 동력이요, 활력소다. 그러니 좋은 친구를 사귀고 싶다면 내가 먼저 좋은 친구가 되어야 하는 법이다.

좋은 선생님이란 서로 친구를 만들어주는 선생님이란 말엔 박수를 보내게 된다. 요즘처럼 개인주의가 팽배한 시대에 아이들이 친구를 사귀는 법을 제대로 알면 왕따나 학교폭력의 문제도 수그러들지 않을까. 친구에 대한 저자의 모든 이야기에 공감이다.

 

남들에게 좋은 말을 해주는 저자와 그런 저자를 본 탤런트 김혜자 선생님과 나누는 대화가 의미 있다. “선생님은 왜 그렇게 빈말을 많이 하세요?” 라는 탤런트 김혜자 선생님의 말에 저자는 상대방을 정성껏 관찰한 후에 그 사람에게 적장한 덕담과 격려, 칭찬의 말을 한다는 말이지 빈말은 아니라고 한다. 사실 누군가가 자신을 세심히 관찰한 후에 발견한 자신의 장점을 이야기해준다면 비록 빈말이라도 힘이 되는 말이다.

 

사람을 사귀는 데 관찰과 대화가 중요한 요소라고 생각합니다. (65)

누군가에게 관심을 가지고 관찰했는데 그 사람도 내 관심과 관찰에 반응을 하면 관계를 맺게 되는 거예요. 제가 자주 화제를 삼는 인생사관학교라는 게 있습니다. 인생관계에서 ‘4이 중요한데, 4관은 관심, 관찰, 관계, 관리입니다. (66)

 

친구 사이에서 4관이란 서로에게 따뜻한 관심을 보이고, 상대방의 장단점을 세밀하게 관찰하고, 끈끈한 관계를 맺고, 지속적으로 관리를 하는 것이리라. 모든 관계에서는 4관이 중요할 것이리라.

 

저자가 말하는 충실한 삶을 위한 일곱 가지 습관이 흥미롭다. 이 책의 핵심정리 같은 이야기다. 이를 정리해보면 다음과 같다.

관심을 가지고 사람과 사물을 유심히 관찰하라. 귀를 열어 달콤한 말 뿐만 아니라 쓴 말도 경청하라. 나쁜 것을 날려 버리고 좋은 것을 기억해서 친구와 좋은 기억을 공유하라. 기록해 둔 단어와 문장을 연결해 책으로 만들면 추억이 되고 인생의 보물이 된다. 몸과 마음을 늘 자극하고 리모델링하면서 관리하라. 결합과 융합, 좋은 사람들과의 연대를 즐겨라. 자신과의 싸움에서 이기는 극기를 하라.

 

저자는 한때 방송 PD로 유명했던 아주대 문화콘텐츠학과 주철환 교수다. 국문학 전공자다운 말을 비트는 솜씨, 말장난으로 감동을 주는 솜씨가 일품이다. 개성, 품성, 지성, 근성, 정성이라는 5, 시각, 시선, 시점, 시야, 시력이라는 5시 등 모두 밑줄 쫙~ 긋게 된다.

 

 

이 책은 청소년을 위한 아우름시리즈다. 샘터 출판사의 아우름시리즈는 다음 세대에 말을 거는 인문교양 시리즈라고 한다. 아우름은 라틴어로 빛나는 새벽이라는 뜻이고, 우리말로 는 여럿을 하나로 모으는 것을 말한다. 그러니 아우름시리즈는 세대 간의 지혜와 이야기를 나누며 공감대를 형성해서 하나로 뭉치게 하는 힘을 담자는 책이다. 이 책의 판매 수익금 일부를 청소년의 꿈을 키우는 독서 동아리 꿈키움 독서광장지원에 쓰인다고 하니 착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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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는 아직도 여전히 - 엄마 박완서를 쓰고 사랑하고 그리워하다
호원숙 지음 / 달 / 201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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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는 아직도 여전히/호원숙]박완서 작가의 딸 쓰다. 엄마를 그리며…….

 

얼마 전 박완서 작가의 미발표 작품을 모았다는 에세이 노란집을 읽었다. 작가의 평소 생활과 성품이 묻어나는 글들이었기에 푸근한 느낌으로 읽었다. 오늘은 박완서 작가의 맏딸인 호원숙 작가의 에세이를 읽었다. 책을 통해 다시 선생님을 보는 듯해서 반갑고 즐거운 독서였다.

 

고 박완서 작가를 모르는 이는 드물 것이다. 늦은 나이 40세에 1970년 소설 나목으로 작가로 등단했고 죽을 때까지 부지런히 글을 쓴 한국의 대표작가니까. 웃음이 천진난만해서 보는 것만으로도 상대방을 완전무장해제 시키는 선생님의 모습이 아직도 그리운데……. 딸이 되어 엄마인 박완서 선생님을 그리워하는 마음이야 오죽할까. 그런 그리움을 담아 이렇게 책으로 펴냈기에 그저 감사할 따름이다. 책 속에서 선생님의 흔적을 보며 다시금 따뜻한 품성과 욕심없는 선한 마음을 만나서 위로와 감동을 받았으니 말이다. 어쨌든 그런 엄마를 둔 딸은 얼마나 행복했을까.

 

 

내가 엄마를 존경하는 것은 주어진 일정을 해내는 모습이 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흘러가 빡빡하거나 유난스럽게 보이지 않는 것이다. 엄마의 몸 움직임은 조용하고 작지만 빠르다. 손힘은 강하고 야무져서 항상 결과물은 놀랍도록 알차고 완벽하다. (17)

 

저자는 엄마의 어린 시절과 가족의 추억이 그리우면 그 많던 싱아는 누가 다 먹었을까그 산이 정말 거기 있었을까를 읽는다고 한다. 아버지의 모습이 그리울 때면 여덟 개의 모자로 남은 당신을 찾는다고 한다. 할머니가 생각날 때면 해산바가지를 읽는다고 한다. 책을 통해 추억을 곱씹을 수 있다는 건 엄마를 작가로 둔 딸이 누릴 수 있는 호강일 것이다. 엄마의 글을 통해 추억에 젖을 수 있다니, 부러운 호사다.

 

 

박완서 작가의 자녀교육 모습, 노후에 자식들과 문화생활을 함께 하는 모습에서 평온하고 행복한 작가의 모습이 그려진다.

자식들에게 자유를 주신 모습이나 자식이 선택하는 전공이나 연애과 결혼에 대한 자유의사를 존중하는 모습에서는 자식을 믿는 엄마의 마음이 느껴진다. 형제간의 우애를 강조하는 모습, 꽃을 가꾸길 좋아하는 모습, 문인들과의 교류에서는 삶을 사랑하며 충실히 살아가는 작가의 모습이 그려지고…….

 

유명한 작가를 엄마로 둔 딸의 글 쓰고 싶은 욕구를 슬며시 드러내는 모습에서는 모전여전이라는 생각이 들고, 작가 엄마의 글 쓰는 유전자를 물려받았으리라는 생각에 얼핏 부럽기도 하고.....

 

출산한 아기를 위해 쌀을 씻는 첫 바가지가 해산바가지임을 처음 알았다. 이런 옛 풍습도 만나고, 박완서 선생님의 생전의 일상도 만나고, 자녀교육의 지침도 알게 되고...... 여유롭게 읽으며 상상의 나래를 편 즐거운 독서였다.

 

 

바쁘게 사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 얼마나 충실하게 사느냐가 중요한 법이다. 선생님이 삶을 즐기며 충실하게 사는 모습, 할머니가 되어서도 호기심이 가득한 소녀 감성을 지닌 작가였음을 알게 된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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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피북 2015-02-27 07: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보고싶은 가족들을 책으로 만날 수 있다니 정말 부러운 호사라는 말씀에 공감합니다.
저두 박완서님에 대해 알고싶어 싱아 이후로 한 권씩 책을 모으고 있었는데 이 책도 구입하고 싶네요^~^

봄덕 2015-02-27 14:20   좋아요 1 | URL
그쵸?? 읽으면서 많이 부러웠어요. 그런 유전자, 그런 환경이... 그래도 지금의 부모님이 계신 것만으로도 감사하죠... ㅎㅎ
 
첫차를 타는 당신에게 - 마음을 다잡는 특별한 이야기들
서주희 지음 / 샘터사 / 201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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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차를 타는 당신에게/서주희/샘터]짧은 이야기, 긴 여운의 글들....

 

첫차를 타려면 남들보다 일찍 일어나야 한다. 남들이 자는 시간에 첫차를 타야 한다면 필시 사연이 있을 것이다. 부지런하다거나 멀리 간다거나, 아니면 남들보다 일찍 시작하는 업무이거나……. 아침 잠의 달콤함을 뿌리칠 수 있는 사람들은 어쨌든 결단력이나 실행력에서도 남들보다 뛰어난 사람들이다.

제목에서 느껴지듯, 책에서는 부지런하고 열심히 사는, 그래서 심심하거나 우울할 틈조차 없는 활기찬 사람들의 이야기다. 부지런히 실속있게 산 결과, 성공한 사람들의 이야기다.

  

남과 다른 습관 하나가 남과 다른 나를 만듭니다. (30)

 

걱정은 일어나지 않는 일을 두고 내가 나를 협박하는 방법이다. (270)

 

처음에 나오는 이야기다. 고사성어로 알고 있는 우공이산을 실제로 행동으로 옮긴 마운틴 맨이 있었다니…….그 주인공은 인도의 신문 <힌두타임스>에 소개되기도 했던 다시랏 만지. 만지는 자신의 아내가 심하게 다치자 산 너머에 있는 병원을 가기 위해 유일한 통로인 험준한 산을 올랐다. 하지만 가는 도중에 그의 아내는 죽어 버렸고 그렇게 죽은 아내를 기리는 마음으로 망치와 정을 싸서 돌산에 길을 내기 시작했다. 노인이 될 때까지 무려 22년의 세월동안 두 개의 벼랑 사이에 산길을 냈다. 이제 마을 사람들은 그 길을 따라 병원을 오간다고 한다.

우공처럼 산을 통째로 옮긴 것은 아니지만 둘러가야 할 병원 길을 지름길로 가게 만들었다니, 대단한 끈기와 집념의 노인이다.

 

마음을 열면 새로운 사람을 얻고 마음을 닫으면 알던 사람도 잃습니다.(285)

 

필요한 물건을 만드는 회사는 인기를 얻지만 공익을 위하는 회사는 존경을 받습니다. (321)

 

이 책의 제목과 어울리는 실제 인물이 있다. 첫차로 출근하는 남자 스기모토(가명) . 그는 화사에 출근하면서 매일 실천할 수 있는 작은 목표를 세웠다. 매일 첫차로 출근하기!

스기모토 씨는 새벽 5시 경에 집을 나서면 전철 안에서 책을 읽은 후 6시쯤에 사무실에 도착한다. 집에서 보온병에 담아 온 홍차를 마시고 간단한 식사를 한 다음에는 업무시간 전인 9시까지 번역 작업을 하는 것이다. 첫차로 출근한 그가 30년이 지나자 회사 중역이 되었고, 국립대학 교수직을 제안 받았다. 30년 동안 그는 일찍 시작하는 사람, 늘 준비된 사람이 되었고 독서와 번역은 덤응로 얻은 선물이 되었다. 실천할 수 있는 작은 목표를 세워 꾸준히, 어쩌면 평생 하다보면 뭔가가 달라지는 인생이라니......

  

어디서 들어본 적은 있으나 기억나지 않는 음악가 구스타프 말러.

어린 시절부터 음악적 소질이 있던 그는 <탄식의 노래>를 들고 빈 음악원의 베토벤 상에 도전했다. 하지만 수상에 실패하자 지휘자의 길을 가게 된다. 빈의 국립 오페라극장의 음악 감독 제안을 받기도 하고 뉴욕 필하모니 오케스트라 지휘자로 이름을 날렸지만 죽을 때까지 그의 곡들은 별다른 호응을 얻지 못했다. 하지만 그의 사후에 유명한 지휘자인 레너드 번스타인이 말러의 곡을 지휘하면서 그의 음악들을 재조명했고, 그의 곡들은 세기말의 절망적인 분위기를 잘 드러낸 곡으로 그 역량을 인정받았다. 자신이 좋아하는 일이 죽기 전에 인정받았더라면 얼마나 좋았을까. 시대가 받아주지 않더라도 자신의 재능을 믿고 꾸준히 작곡을 했던 말러의 삶에서 흔들리지 않는 중심, 자신의 곡에 대한 자부심을 느끼게 된다.

 

    

디지털 장의사, 햄버그 대학교 등 생소한 이야기도 있고 책에서 접한 익숙한 이야기도 있다.

하루 5분의 짧은 읽을 거리이지만 긴 여운을 주는 글이다. 모두 49가지의 희망을 주는 메시지들이다. 신새벽을 알리는 이들의 부지런하고 활기찬 이야기다.

 

대학 시절 내내 서울의 극과 극을 다니느라 첫차를 탄 기억이 많기에 추억을 떠올리게 하는 제목이다. 책을 읽다가 보니 이런 생각이 든다. 시간을 낭비하지 말고 아껴쓰자. 최선을 다하다보면 길이 만들어진다. ......

업무상이든 습관이든 일찍 일어나는 사람들은 남들보다 하루를 빨리 시작하는 사람들이다. 일찍 일어나되 그냥 시간을 바쁘게 사는 사람들이 아니라 시간을 정말 충실하게 보내는 사람들의 이야기다. 표지의 그림처럼 정원 49명의 첫차를 탄 사람들의 알찬 인생이야기에서 충실함을 떠올리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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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피북 2015-02-26 07: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걱정은 일어나지 않는 일을 두고 내가 나를 협박하는 방법이다는 말 꼭 제게 필요한 이야기라 웃음이 났어요 방송에서도 가끔 첫차를 타는 사람들에 사연을 소개하기도 했지만 첫차를 타는 그부지런함과 희망 토 열정등이 힘을주는거 같더라구요 이 책을 읽으며 그 에너지 다시 받아보고 싶네요^~^

봄덕 2015-02-26 12:24   좋아요 0 | URL
저는 무심코 읽다가 보면 감동 받는 책이 있어요. 이 책이 그런 책이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