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위에 새긴 생각
정민 엮음 / 열림원 / 201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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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시, 한문학과 관련된 최근의 도서를 조금이라도 읽어본 사람들이라면 정민 선생님(사실 교수님이라 불러야 마땅하겠지만 왠지 선생님이라는 용어가 더욱 친숙하게 느껴진다.)은 익숙할 것이다.

 

 『돌 위에 새긴 생각』은 한국을 대표하는 한문학자 정민 교수가 이미 지난 2000년에 출간했던 도서의 개정판으로서 이 책에 담긴 글들은  ‘학산당인보學山堂印譜’의 일부를 전각과 글, 그리고 정민 교수님이 덧붙인 평설을 담아내고 있는 책이다.

 

그렇다면 과연 이 책의 원문이라고 할 수 있는 『학산당인보學山堂印譜』란 무엇일까? 이는 명나라 말엽에 살았던 장호라는 사람이 옛 경전에서 좋다고 생각되는 글들을 간추려서 그 당시의 뛰어난 전각가들에게 그 글을 새기게 했고 이를 다시 엮은 책이라고 한다.

 

흥미로운 점은 정민 교수님은 이 '학산당인보學山堂印譜'의 원본을 마주할 기회가 있었는데 2000년 처음 이 책을 출간한 이후 2012년에 하버드대학교의 옌칭연구소에서 1년간 머무르며 그곳에 있던 희귀본 서가에서 이 글의 원본을 만났던 것이다.

 

오죽 좋았으면 이 책을 출간했을 정민 교수님이 원본을 보았을 때의 감격은 실로 대단했을테고 실제로 그 순간 한 장 한 장을 촬영해서 그중 새롭게 골라 낸 내용들을 이렇게 무려 17년이 흘러 추가해 개정판으로 탄생하게 된 것이다.

 

 

종이에 붓으로 글자를 써도 잘못 쓰면 새로운 종이에 다시 써야 하는 것인데 돌에다 새긴다는 것은 종이에 쓰는 것과는 차원이 다른 섬세함과 집중력이 필요할 것이고 또 그렇게해서 완성된 글귀가 가진 무게감은 확실히 남다를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책은 상당히 간결하게 구성되어 있다. 원문을 전각을 찍은 이미지와 그 아래 전각의 한자를 썼고 이를 다시 우리말로 뜻풀이 했으며 끝으로 정민 교수님의 평설이 나오는 순이다. 작품이라고 불러도 손색이 없을 수많은 전각의 이미지를 한 권의 도서로 만날 수 있다는 점도 한편으로는 상당히 매력적인 책이라고 생각되며 그중에는 그 뜻이 정신을 일깨우는 말들도 있어서 한자로 전각을 감상하고 한자를 읽어보고 그 의미와 평설을 읽음으로써 그 글이 지닌 가치를 여러 번 되새길 수 있어서 좋았고 무엇보다도 책에 실려 있는 전각들이 전부 다른 글씨체여서 이를 감상하는 것도 참 좋았던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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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의 온도 - 지극히 소소하지만 너무나도 따스한 이덕무의 위로
이덕무 지음, 한정주 엮음 / 다산초당(다산북스) / 201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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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도 간서치(책 바보)라는 별명 아닌 별명으로 더욱 익숙한 사람이 이덕무라는인물일 것이다. 그는 북학파 실학자로서 이미 여러 차례 도서 등을 통해서 그가 책에 대해 보여 준 애정을 만날 수 있었는데 '문재인 대통령의 롤모델'이라고 하여 더욱 유명해졌다는 조선 최고의 에세이스트이자 독서가인 이덕무의 글을 다시금 만나게 되었다.

 

이 책에 실린 문장들은 이덕무의 문집인 『청장관전서』에 수록되어 있는 『이목구심서』와 『선귤당농소』의 글을 편역자가 번역한 것으로 먼저 우리말 편역이 나오고 그 아래 한자 원문이 나오며 문장의 출처가 나온 뒤에 편역자의 이야기가 전해지는 구성으로 되어 있다.

 

하나 하나의 주제에 대해 짧은 생각들을 담아내고 있는 글이고 또 편역자가 쉽게 읽히도록 해놯기 때문에 현대인들도 결코 어렵지 않게 읽을 수 있는 책이라고 생각한다. 게다가 문장에 담긴 의미가 참 좋아 빠르게 읽어내려가기 보다는 한 장 한 장 마치 글의 따뜻한 온도를 음미하듯 읽어내려가는 것도 참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조선 영/정조 시대에 활약한 인물임에도 불구하고 지금 읽어도 충분히 어색하지 않은 문장들이 참 묘한 기분을 자아낸다. 마치 우리와 동시대를 살아가는 어느 에세이스트가 쓴 글을 읽는다고 생각해도 전혀 손색이 없을 글들을 보면서 시대를 불문하고 사람들의 공감을 자아내는 글, 그런 문장들의 힘을 다시금 깨닫게 되는것 같다.

 

주변의 풍경에 대해, 자신의 마음에 대해 솔직하게 담아내는 글은 역시나 시대가 흘러도 깊은 감흥을 선사하게 아닐까 싶으면서 아울러 최근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는 글쓰기와 관련된 방법론으로 접근해도 좋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실제로 이 책의 마지막 장을 보면 '온몸으로 글을 쓴다는 것'에 대한 이덕무식 글쓰기 방법론이 펼쳐지는데 천하의 에세이스트도 마음을 말과 글로 표현하기란 어렵다는 것을 절감하고 있는 걸 보면 쉽지 않겠지만 좋은 글을 많이 접해본다는 것도 좋은 글을 쓰기 위한 하나의 방법론일것 같아 이 책을 권해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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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과 인생의 진실 - 인생의 행복과 풍족함을 손에 넣기 위해서 아우름 26
혼다 켄 지음, 정혜주 옮김 / 샘터사 / 201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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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계 명사에게 ‘다음 세대에 꼭 전하고 싶은 한 가지’가 무엇인지 묻고 그에 관한 응답을 담는 인문교양 시리즈 ‘아우름’의 스물여섯 번째 도서는 현대인들에게 더욱 절실하게 와닿는 주제이기도 할『돈과 인생의 진실』이다.

 

돈이 인생의 전부는 아니지만 살아보니 돈이 있으면 분명 편리하긴 하고 없는 것보다는 훨씬 장점이 많다는 것이다. 너무 세속적이라고 해도 어쩔 수 없는 현실이다. 지금 세상사에서 일어나는 거의 모든 일들도 다 따지고 보면 이 돈과 뗄래야 뗄 수 없는 관련이 있고 이는 곧 한 사람의 인생은 물론 그 주변 사람들의 인생에까지도 큰 영향력을 미친다는 점에서 비교적 늦게 다루어지는 주제가 아닌가 싶어질 정도이다.

 

'돈 = 행복'이라는 공식이 100% 맞는 것은 아니나 돈이 있다면 분명 저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을텐데라고 생각할만한 일들이 너무 많이 일어나고 있다보니 100%까지는 아니더라도 상당히 높은 수치로 일치할 수는 있겠다는 생각도 사실 드는건 어쩔 수 없다.

 

그런 가운데 이 책에서 말하고자 하는 돈과 인생에 대한 진실이란 과연 무엇일까? 이 와중에도 돈보다는 정신적 가치가 더 중요하다는 식의 주장을 하고 있을까? 꼭 그렇지는 않다. 오히려 돈에 대해 잘 알아야만 이 돈이 무엇이고 또 어떻게 사용하고 이를 통해서 우리가 어떤 관계를 맺을 때 인생 역시도 행복과 풍족할 수 있는가 나아가 자유로워질 수 있는가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것이다.

 

단지 돈을 많이 벌면(돈을 많이 소유해서) 행복하고 자유로울수 있다는 말이 아니라 돈에 인생이 휘둘리지 않도록 하는 방법에 대해 이야기 하고 있는데 어찌보면 휘둘릴만한 돈도 없다고 말하는 사람들도 많을것 같아 한편으로는 현재의 경제 불황이나 실업 등의 어려운 사정 등에 씁쓸해지기도 하는게 사실이다.

 

이렇듯 돈에 의해 좌지우지 될 수 있는 것들이 많아지면서, 소위 가진 자들의 갑질이 만연해지면 돈이 '마물'이 되어버린 이유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는 2장은 흥미로울 수 밖에 없다. 딱 지금 우리가 살아가는 사회의 적나라한 모습을 서술하고 있는 셈이기 때문이다.

 

돈이 가지고 있는 실로 마법 같은 힘, 그래서 돈이 많은 사람에 대한 환상이나 이 하나만으로도 충분히 뜨거운 논쟁이 가능할것 같은 <‘돈으로 행복을 사는 것’은 가능할까?>와 같은 대목들은 확실히 눈여겨 볼만한 내용이 아닐 수 없다.

 

이후 저자가 밝히고 있는 돈의 정체에 대한 부분을 보면 우리가 깊이 생각해본적이 없을 돈의 본질을 상세히 꿰뚫는 이야기이기도 해서 흥미롭고 이런 돈에 대해 경제 관념을 어린시절부터 길러주어야 하는 필요성을 이야기하는 ‘돈의 설계도’ 편은 지금부터라도 눈여겨 보아야 할 이야기라고 생각한다.

 

풍요 속의 빈곤이라는 말처럼 세상은 전체적으로 풍요로워지고 또 삶의 질은 나아진듯 해보이나 오히려 한 개개인의 삶을 질을 생각해보면 과연 이것이 맞을까를 고민하게 되는 요즘이다. 그래서인지 그 어느 때보다 돈의 가치가 높아졌고 이를 위해서는 정의나 공공의 이익 보다는 사회 악과 사익도 마다하지 않아 문제가 되는 경우도 허다한데 이런 가운데 마주하게 된 『돈과 인생의 진실』이라는 책은 읽고 난 이후 오히려 더 많은 생각할 거리를 선사하는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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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생충이라고 오해하지 말고 차별하지 말고 - 기생충에게 마음을 열면 보이는 것들 아우름 25
서민 지음 / 샘터사 / 201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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샘터에서 출간된 ‘아우름’의 스물다섯 번째 도서는 『기생충이라고 오해하지 말고 차별하지 말고』이다. ‘아우름’이란 ‘다음 세대에 꼭 전하고 싶은 한 가지’가 무엇인지 묻고 그에 관한 응답을 담는 인문교양 시리즈를 의미하는 말로써 그동안 각계각층의 다양한 분들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어서 좋았는데 이번 도서의 경우에는 단연코 특이함에 있어서 만큼은 최고봉이 아닐까 싶다.

 

이 책의 저자인 서민 교수는 ‘기생충 박사’로 잘 알려진 인물이라고 한다. 대학시절 선택의학 과목으로 기생충을 선택했던 것이 인연이 되어 그 분야의 전문가가 된 셈인데 현재는 한 대학에서 관련학을 가르치고 있기도 하다. 그리고 글과 강연으로 기생충과 관련된(이렇게 말하니 어감이 묘하긴 하지만) 이야기를 대중들에게 전달하고자 한다는데 사실 기생충이라고 하면 대체적으로 부정적인 이미지가 강한 가운데 이런 기생충에게 마음을 열면 보이는 것들이 있다니 어찌 흥미롭지 않을 수 있겠는가.

 

주변의 인식에서 오는 당연하다는듯한 편견과 차별에 대해 기생충을 예로 들고 있다는 점이 상당히 독특하면서도 어쩌면 자신이 가장 잘 아는 분야를 통해 대중에서 새로운 시각을 전달하고 있으니 이또한 의미있는 일이 될 것이다.

 

보통 사람들이라면 기생충과 직접적(?)으로 대면할 일이 없으니 우리가 그들의 마음을 알리가 없다. 어쩌면 딱히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거나 따로 생각해본적도 없다는게 더 정확한 표현일 것이다. 그래서 마치 기생충을 의인화해서 하나의 인격체처럼 이야기하고 있는 책의 구성은 독특하지만 만약 그 대상을 우리가 평소 소위 알기도 전에 차별과 편견의 시선으로 바라 본 상대라면 의미가 또 달라질 것이다.

 

책은 크게 두 가지 내용으로 나뉘는데 1부에서는 기생충에 대한 이야기, 기생충을 통해 세상을 바라보는 이야기를 하고 있다면 2부에서는 이 책의 저자인 서민 교수의 삶에 대한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어찌보면 둘은 뗄래야 뗄 수 없는 관계이긴 하나 자신의 삶을 기생충의 생애(발달과정)으로 묘사하고 있는 부분은 확실히 예사롭지 않은 비유이자 기생충에 대한 사랑을 대중에게 전파하고자 하는 저자의 노력이 엿보이기도 하는것 같아 상당히 신선했던 책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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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 그곳 사람들 - JTBC 이가혁 기자가 전하는 현장의 온도
이가혁 지음 / 자음과모음 / 201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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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국 기자의 이름을 이토록 많이 들어본적이 있을까? 그래서 결국 이름과 얼굴이 매치되는 경우가 과연 있었던가?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JTBC의 손사장님이 참 많이도 불렀던 그 이름 이가혁 기자. 그분께서 쓰신 책 『그날 그곳 사람들』이 자음과모음에서 출간되었다.

 

세월이 참 빠르다는 생각도 들고, 한편으로는 참 파란만장한 시간을 보낸 대한민국이다 싶은 생각도 들게 한다. 너무나 많은 일들이 우리에겐 일어났다. '헌정 사상 유래없는', '사상 초유의'라는 말이 무엇인지를 제대로 느끼게 해준 일련의 사건들을 접하면서 시민들이 정치에 관심이 없으면 나라가 어떻게 되는지를 여실히 깨닫게 된 시간들이기도 하다.

 

그 힘들었던 시기, 아마도 많은 사람들이 거짓 뉴스가 난무하는 가운데 진실을 찾고자 JTBC라는 방송사의 뉴스를 많이 시청했을 것이다. 너무나 충격적인 사건들의 연속선상에서 놀라우리만치 현장밀착형 보도를 통해 팩트를 전달하기 위해 노력하는 많은 사람들의 열과 성을 느낄 수 있었는데 이 책은 그중에서도 이가혁 기자가 전하는 대한민국을 충격에 빠트렸던 사건들을 취재하러 다녔던 이야기를 담아내고 있다.

 

사건의 현장 속으로 달려가 그곳에 자리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생생히 전달하고자 노력한 이가혁 기자의 노고가 고스란히 담겨져 있는데 정유라를 찾기 위해 독일 프랑크푸르트로의 출장에서부터 덴마크 올보르로의 이동, 그리고 이화여자대학교 학생들의 본관 점거 사건 취재, 세월호가 드디어 물 밖으로 올려지고 진도 팽목항에서 출발해 목포신항에 도착했던 순간, 그리고 니 부모를 탓하라던 어처구니없는 갑질에서 시작된 겉잡을 수 없는 촛불의 물결이 모여들었던 광화문광장과 대통령 탄핵소추라는 국회 상황과 이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판결에 이르기까지 실로 영화보다 더 영화같은 순간순간들을 다시금 만날 수 있는 책이기도 하다.

 

21세기에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 또다시 사람들이 광장이 모이게 될 줄이야. 그 일련의 순간들을 보면서 우리나라에 살아 숨쉬는 진짜 민주주의를 느낄 수 있기도 했었다. 그리고 이야기는 태극기 집회 참가자들에게 전달되었다는 돈봉투에 대한 미완의 취재로 끝을 맺는다.

 

이 한 권의 책에 모두 담기에는 지난 시간 우리가 마주한 사건들은 너무나 충격적이였고 어쩌면 여전히 현재진행형에 가까울 것이다. 까도까도 끝이 없는 경악할만한 사건들의 연속선상에서 다시 그때로 돌아가지 않기 위해서라도 국민은 깨어 있어야 한다는 것을 되새겨보는 시간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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