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라틴어 수업 - 지적이고 아름다운 삶을 위한
한동일 지음 / 흐름출판 / 2017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사실 일반인이 라틴어를 사용할 일이 뭐가 있을까 싶을 것이다. 가끔 명언을 접하거나 아니면
좌우명을 정하고자 할때 좋은 글귀 등을 마음 속에 간직하고 싶을 때 정도로 그 사용이 제한적일테고 실제로 라틴어를 배운다거나 수업을 듣는 경우도
흔치 않을 것이기에 이렇게 국내에 제목 그대로 대학에서 라틴어 수업 강좌가 있었고 처음 그 시작은 미비했을지언정 이후로는 수백명의 학생이 수업을
듣고 이후로는 여러 대학으로 불길번지듯 번져서는 학점 교류가 안되는 학교에까지 확장되는가 하면 일반 청강생들도 들었다고 하니 과연 어떤
수업이길래 이토록 많은 인기를 얻었을까 순수하게 궁금해진다.
바로 이런 이유에서 『라틴어 수업』을 선택하게 되었다. 사실 이 책의 저자는 한국인 최초이자
동아시아 최초로 바티칸 대법원 로타 로마나(Rota Romana) 변호사 출신이다. 더욱이 그는 로타 로마나가 설립된 이래로 700년 역사상
930번째로 서서한 변호인이라고 하는데 지난 2000년에는 사제 서품을 받기도 했던 특이한 이력의 주인공이자 어쩌면 그이기에 이런 강의가
가능했을 것이라 수긍하게 되는 '라틴어 수업'에 그 누구보다 적격이라는 생각이 들게 하는 인물이다.
이후의 행보나 일궈낸 것들을 봐도 그 분야에서는 가히 전문가 중의 전문가라는 생각이
들고 식견이나 이해도 상당히 높아 보이는 인물인데 현재는 연세대학교의 법무대학원과 법학대학원에서 강의를 하고 있다고 한다.
이 책에 담긴 내용들은 저자가 2010년 2학기부터 시작해 2016년 1학기까지 서강대학교에서
강의를 했던 '초급·중급 라틴어' 수업 내용들을 강의를 그만 둔 이후 2년 여에 걸쳐서 정리한 것들로 처음 이 강의 역시도 우연한 기회에
시작되었고 시작과는 달리 오랜 기간 동안 사랑을 받았던 강의이며 강의를 하던 때에 책의 출간 제의를 받았다가 강의가 종료된 이후 정리해서 출간한
경우라고 한다.
서강대를 비롯해 여러 대학에서 강의를 했으나 그 수업을 직접적으로 들을 수 없었던 사람들에게는
좋은 기회가 될 것 같고 이미 그 수업을 들었던 사람들에게도 그때의 추억을 되살릴 수 있는 기회가 될것 같다.
강의는 서문을 시작으로 총 28 Lectio(라틴어로 '강의'라는 뜻이다)로 구성되어 있는데
비교적 많은 강의가 수록되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고 강의를 들어보지 못한 입장에서는 고마울 따름이다.
흥미로운 주제들로 진행된다는 점에서도 라틴어라는 부분에 멈칫할 수도 있는 독자들에게 부담감을
덜어주며 강의와 관련된 라틴어 글귀가 라틴어와 우리말 발음, 그 번역이 동시에 적혀 있어서 좋은 글귀의 경우에는 따로 메모를 해놓고 싶어진다.
라틴어 자체와 관련된 설명도 들을 수 있는데 어원이나 문법(물론 원론적인 내용을 파고들지 않기
때문에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등을 다루고도 있어서 제목에 충실하되 지나치게 이해불가능의 내용만을 다루지 않아 라틴어에 문외한인 사람들도 읽기에
결코 무리가 없어 보인다.
오히려 진짜 전하고자 하는 이야기는 라틴어 속에 담긴 '무엇을 위해 살아가는가'에 대한 품격
있는 응답이라는 점에서 조금은 고상한듯 하지만 충분히 읽어볼만한 가치가 있는 책이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