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누구든, 어디에 있든
김나래 지음 / 리스컴 / 201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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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 세계적인 도시이자 누군가엔 이상과 로망의 도시이기도 한 곳이다. 여행을 위해 뉴욕을 찾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고 또다른 이는 자신의 꿈을 위해 뉴욕에 가고자 할 것이고 또다른 이들은 막연하게나마 뉴욕에 대한 환상과 기대감으로 이끌리듯 뉴욕으로 향할지도 모른다.

 

그리고 『내가 누구든, 어디에 있든』의 저자에게는 어쩌면 가장 마지막 이유에 해당될 것인데 그녀는 20대의 반을 런웨이와 촬영장에서 보냈다는 모델로 활동했다고 한다. 처음 두 달여 동안의 미국 여행을 떠났던 때에 뉴욕에 있다 한국으로 잠시 들어갔던 친구가 다시 뉴욕으로 온다는 연락을 받고 그녀는 뉴욕으로 가야 한다는 충동과도 같은 결심을 하고 이를 실행에 옮기게 된다.

 

그렇게 고작 열흘의 시간을 보냈으나 뉴욕이라는 도시에 매료되기에는 결코 부족하지 않았다고 한다. 이후 일상으로 돌아온 뒤에도 여행을 떠나기 전의 의문과 고민거리들은 일상으로의 복구와 함께 지속되었고 그럴수록 현실에서 벗어나고픈 마음 역시도 커져갔더 중 TV에 방송되던 뉴욕을 배경으로 한 네 여자들의 이야기를 담은 미드를 보고 '떠나자'는 결심이 더욱 굳어지는 동시에 '그래, 지금이 바로 뉴욕으로 떠날 때야.'라고 생각하게 된다.

 

 

하지만 현실은 결코 쉽지 않았다. 비자를 받기 위해성 유학이라는 방법을 택해야 했지만 뉴욕에 가겠다며 일을 정리한 뒤였고 모델이라는 직업으로 인해서 혹시라도 뉴욕에 가서 모델일을 계속하려는 것이 아닐까하는 우려 역시도 비자 발급에 우려를 갖게 했던 것이다.

 

그러나 두 번째로 찾아간 유학원의 적극적인 도움과 철저한 준비로 우려와 초조함 끝에 무사히 비자를 발급받고 막연히 꿈에 그리던 뉴욕으로 향하게 된다. 혹시라도 힘든 상황에서 작은 핑계로 한국에 돌아올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가진 것을 모든 정리하고 돈 역시도 달러로 바꾼 뒤 여행 가방 하나만 챙겨들고 맨해튼에 둥지를 튼다.

 

처음 계좌를 개설하고 학교에 등록하는 등의 일을 순조롭게 해결했지만 정작 학교 수업은 영어를 제대로 말하지도 듣지도 못하는 그녀에게 뉴욕에 대한 기대감과 드디어 도착했다는 행복감을 넘어서는 좌절과 자괴감을 안긴다.

 

이런 상황은 점점 더 그녀를 홀로 있게 만들었고 이는 또다른 악순환으로 작용해 그녀를 점점더 우울하게 만든다. 따라가지 못하는 수업에서 창피를 당하기도 하는 등의 현실 앞에 그녀는 스스로를 합리화시키며 포기할까를 생각하지만 이를 무사히 극복하면서 영어로 말하는 것에 대한 두려움을 벗어나 실수할지라도 먼저 부딪혀보기로 결심한다.

 

첫날 많은 학생들 앞에서 혹평을 받았던 문학수업도 노력의 힘으로 점차 이겨내기 시작했고 이후 만점을 받고 장학생이 되었으며 훗날 다시 만난 그때 그 교수로부터 잊지못할 칭찬을 받기도 한다.

 

드라마나 영화 속 뉴욕은 환상적이다. 그래서 누군가에겐 아메리카 드림의 상징처럼 여겨질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런 로망만을 갖고 떠나기엔 뉴욕 역시도 사람들이 사는 일상적인 공간이 되어버리는 순간 치열함이 필요할지도 모른다.

 

뉴욕이라는 공간에 대한 적응이 결코 쉬워보이진 않는다. 그래서 알 수 없는 미래로 인해 불안하고 겁도 나겠지만 좌충우돌하는 가운데 실패도 하고 소위 깨지기도 하면서 조금씩 적응해가고 또 그만큼 성장해나가고 익숙해져 가는 이야기가 참으로 매력적으로 느껴진다. 여행자의 입장에서 쓰여진 책이라기 보다는 뉴욕에 거주하는 뉴요커로 변모해가는 모습을 만날 수 있는 책인것 같아 이또한 독자들에게는 매력적일것 같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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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한때 천사였다
카린 지에벨 지음, 양영란 옮김 / 밝은세상 / 201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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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국내에 출간된 카린 지에벨의 작품을 모두 읽었다 싶을 정도인데 처음에는 작가의 명성보다는 작품 그 자체에 끌려서 선택했고 이후로는 기욤 뮈소와 함께 프랑스 작가 중에서는 신간을 기다리게 되었다.

 

그런 카린 지에벨의 장편소설인 『그는 한때 천사였다』가 출간되었다. 기존에 출간된 작품들처럼 스릴러를 표방하고 있으나 확연히 차이가 나는 점이 있다면 사건을 해결하거나 이야기의 중심을 이끌어가는 존재가 경찰이나 탐정이 아니며 이번 책에서는 주변인 정도로만 활약한다는 것이다.

 

이 책의 주인공은 비즈니스 전문 변호사인 프랑수아 다뱅과 마피아 조직에서 킬러로 일하는 폴이다. 언뜻 현재의 두 사람의 처지를 생각하면 둘의 인생은 극과 극이다. 그러나 사실 프랑수아의 경우 어린 시절 풍족하지 못했던 집안 때문에 스스로 성공하기를 갈망했던 인물로 이제 그는 변호사로서 신분 계급의 최상위 층에 오르게 된다.

 

반면 폴의 경우에는 어린 시절은 프랑수아처럼 그다지 좋지 못한 상황에 놓여 있었는데 연이어 발생하는 불행으로 인해 지금은 범죄조직의 일원이 된 경우이다. 그런 폴은 조직에서 훔쳐낸 것으로 자신의 인생을 바꾸려고 하는데... 

 

프랑수아가 자신이 그토록 바라던 성공 가도를 달릴 수 있게 된 것은 법을 이용해 자신의 의뢰인인 기업에게 돈을 벌어다주었기 때문이다. 자세히 파헤쳐보면 그 역시도 파렴치한 인물로 어쩌면 기업들과 한편이라고 봐도 좋을 것이다.

 

그런 그가 성공을 제대로 맛보기도 전에 뇌종양으로 시한부 인생을 살게 된다는 것은 아이러니할 수 밖에 없다. 결국 인생의 마지막 여행에서 만나게 된 폴이 인생을 새롭게 살고자 할 때 도와주는 모습은 흥미로울 수밖에 없다.

 

여기에 불우한 가정환경 때문에 어렸을 때부터 온갖 범죄에 노출된 채 살아온 폴이 결국엔 마피아 조직의 킬러가 되는데 이는 홀로 잘 살아보겠다는 이기심이 아니라 어머니의 죽음 이후 고아원에 보낼 수 밖에 없었던 동생을 찾기 위함이라는 점에서 냉혹한 킬러와 동생을 그리워하는 형의 모습이 공존하는 장면이 아닐 수 없다.

 

힘든 상황에 놓여 있다고 해서 모두가 폴과 같은 인생은 살지 않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치 인생에서 그 어떤 방법도 없는것 같은, 마치 나쁜 일은 한꺼번에 찾아온다는 말처럼 연이은 불행 속에 놓이게 된 폴을 비난할 수만은 없을것 같기도 하다. 물론 그의 행동이 전부 정당화되지는 않겠지만 말이다.

 

두 사람의 로드무비 같은 이야기는 어쩌면 행복한 결말을 기대하기는 어려울지도 모르지만 인생을 살아가는데 있어서 필요한 진정한 가치를 생각해보게 만드는 책인것 같기도 해서 흥미로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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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가 있습니다 - 때론 솔직하게 때론 삐딱하게 사노 요코의 일상탐구
사노 요코 지음, 이수미 옮김 / 샘터사 / 2017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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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하게 말한다는 것은 100% 좋다고만 할순 없는 것이 때로는 그 솔직함이 부메랑이 되어 자신은 물론 주변사람들에게 상처를 주기도 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말하는 자신은 시원할지언정 오해를 불러일으키기도 해서 여전히 무슨 말인가를 하기 위해서는 주변을 생각해야 하는 것도 사실이다.

 

그렇기에 우리는 간접적으로나마 소위 사이다 발언을 하는 사람들에게 열광하게 되는데 이는 일종의 대리만족과도 같은 부분도 있을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볼 때『문제가 있습니다』는 그동안 여러 작품을 통해서 저자인 사노 요코가 보여 준 모습 중에서도 가장 그녀답다는 이야기를 듣는 에세이로 거창한 주제의 이야기를 하기 보다는 자신의 삶 구석구석을 훑듯이 써내려간 솔직담백한 이야기라고 할 수 있겠다.

 

물론 자기 스스로에 대한 이야기가 주를 이루지만 그중에서 저자와 그 주변인물들-가족이나 여러 인연으로 만난 사람들-과의 에피소드도 담겨져 있다. 어떠한 삶을 살았기에 그런 사람은 의례 어떠해야 한다는 고정관념이 우리에겐 있을수도 있지만 사노 요코의 경우에는 그래도 자신의 감정에 솔직한 이야기를 하고 있어서 그 부분이야말로 용기있는게 아닐까 싶기도 하다.

 

어쩌면 자신과 아버지의 치부일수도 있는 이야기 마저도 담담히 고백하는 모습을 보면 더욱 그러하다. 학교에서 서양사를 가르쳤던 아버지, 그런 아버지는 외국인을 다소 낮춰 부르는 단어인 게토라 불렀고 저자가 독일에서 홈스테이를 했던 주인집 할머니가 흥얼거렸던 “슈바르츠 헤르츠”라는 ‘검은 마음’에 대해 스스로는 분명 아버지의 슈바르츠 헤르츠를 물려받은 것이라는 표현을 하기 때문이다.

 

완벽한 인간이란 없다. 오히려 문제가 있다는 표현처럼 문제 많은 인생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는 스스로도 그런 사람이라고 고백하고 시작하는 것이기에 독자들은 그녀의 이야기에서 어떤 부분은 공감을 하게 될지도 모르겠다.

 

이야기는 어떤 소주제로 나눠지지도 않는다. 그래서인지 왠지 일간지에 매일 연재되는 글을 한 권의 책에 모아놓은것 같은 느낌이 들어서 처음부터 읽어도 좋고 눈길을 끄는 이야기부터 읽어도 좋을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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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면 내가 가장 듣고 싶었던 말 - 괜찮은 척, 아무렇지 않은 척했던 순간에도
정희재 지음 / 갤리온 / 201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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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거 아닌것 같아도 말이 끼치는 영향력은 비단 사람뿐만 아니라 식물에게도 크다. 실제로 실험을 통해서 밝혀진 바에 따르면 똑같은 조건의 두 식물에게 하나는 긍정적인 말을, 다른 하나에는 그 반대의 말을 했을 때 전자가 좋은 성장을 보였다는 사실을 들어 보았을 것이다.

 

이처럼 말 못하는 식물도 그럴진데 사람은 오죽할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평소 주변 사람들에게 하는 말을 제대로 신경 쓰지 않은 채, 어쩌면 막 해버리는 경우도 많을 것이다. 그래서 자신이 했던 말을 정작 본인은 기억하지는 못하더라도 그 말을 들은 사람은 오래도록, 어쩌면 평생의 상처로 남기도 하는데 이것이 비단 극적인 예가 아님을 알기에 말이라는 것의 소중함을 우리는 결코 잊어버려서는 안된다.

 

그리고 이런 경우에 대한 역지사지의 정신을 발휘해 보자면 우리는 자신이 듣기 싫은 말과 함께 그 반대로 듣고 싶은 말을 생각해볼 수 있다. 살면서 힘든 순간은 그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누구나 경험하게 될 것이다.

 

누군가와의 이별(사별), 좌절, 실패, 두려움 등의 감정을 느끼는 순간 우리는 스스로 그 감정에서 벗어나야 하지만 동시에 누군가의 도움을 필요로 하게 된다. 그때 상대방으로부터 어떤 명확한 해결방안이 도움이 되기도 하겠지만 때로는 그저 나의 이야기를 공감하며 들어주는것, 나아가 위로의 말을 건내는 것만으로도 우리는 실로 큰 힘을 얻게 되기 때문이다.

 

 

『어쩌면 내가 가장 듣고 싶었던 말』는 바로 그런 '말'들에 대해 이야기를 하고 있다. 먼저, 이 책은 이미 출간된 바 있는 『도시에서 살며 사랑하며 배우며』의 개정판으로서 책의 서두에 등장하는 열대의 새와 그날의 고백이 미친 영향으로 몇몇 글을 덜어내고 또 몇몇은 더하는 식으로 새롭게 단장했으며 아울러 그날 새에게 했던 것처럼 그 누구에게도 말한 적도, 글로 쓴 적도 없었던 이야기를 이 책 안에 고스란히 담아냈다고 한다.

 

저자는 자신이 듣고 싶었던 그 말들이 결국엔 보편적으로 많은 사람들이 듣고 싶어하는 말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담아낸 31가지의 이야기는 별거 아닌것 같아도 잔잔한 파문을 일으키듯 따스함으로 다가올 것이다.

 

작은 위로의 한 조각이라도 필요한 삶의 순간에 이 책은 분명 도움이 될 것이다. 바로 그런 책이기 때문이다. 찬찬히 읽다보면 나 역시도 내 주변의 소중한 사람들에게 이렇게 말해줘야 겠구나 싶어진다. 어쩌면 나의 별거 아닌것 같은 말 한 마디가 누군가에겐 삶을 이어갈 위로가 되어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드는 책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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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략난감, 꼰대 아버지와 지구 한 바퀴
정재인.정준일 지음 / 북레시피 / 2017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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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출간되는 여행기를 담은 책들을 보면 전문여행작가의 책들도 많지만 그 반대로 일반인들이 자신의 여행 이야기를 담은 책들이 더 많지 않나 싶을 정도로 다양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만날 수 있게 되었다. 더욱이 여행을 한 사람들이 혼자인 경우도 있고 때로는 친구, 가족의 경우 등으로 다양한데 그중에서 가족에 해당하는 사람들을 보면 어린 아이와 함께 떠난 경우도 많지만 유독 나이든 부모(두 분 중 한 분)와 역시나 사회생활을 하는 정도의 아들이나 딸이 함께 떠난 이야기가 눈길을 끈다.

 

그리고 이번에 만나 본 『대략난감, ‘꼰대’아버지와 지구 한 바퀴』는 정년을 4년 정도 앞둔 아버지와 전역을 3개월 앞둔 아들이 떠난 세계 여행기다. 놀랍게도 먼저 여행을 떠나자고 한 사람은 아버지로 무려 32년 동안 근무한 직장을 명예퇴직까지 하면서 서로 서먹하기 그지없는(아들의 표현대로라면) 아들에게 대뜸 전화를 걸어 제의를 한 것이다.

 

아들은 아들대로 전역을 앞두고 본격적인 취업전쟁에 뛰어들어야 하는 고민의 순간, 결코 빈말로도 서로 친하다고 할 수 없는 아버지의 뜬금 제안에 의아해하는 동시에 처음에는 그다지 긍정적으로 생각하지 않았으나 우연히 만나게 된 후배가 아버지가 돌아가셨다는 이야기를 듣고 진지하게 고민하게 된다.

 

 

그렇게 여러가지의 걱정과 우려 속에서 아버지와 아들은 200일 동안 40개국을 여행하게 된다. 아버지는 아버지대로 걱정이 컸을 것이다. 그러나 다리가 떨리기 전에 가슴이 떨릴 때 떠나겠다는 생각은 그런 것들을 뒤로 하고 세계 여행을 실행에 옮기게 했고 이 책은 두 사람의 여행기가 고스란히 담겨져 있다.

 

사실 사진을 보면 세월의 흔적만 묻어날 뿐 웃음마저 닮아버린 참 많이 닮은 두 사람이 함께 찍은 사진을 보면 상당히 행복해 보인다. 물론 그 과정에서 온갖 일들이 당연하다는 듯이 발생하기도 하지만 그래서 후일 이 때를 돌이켜보면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소중한 추억으로 자리매김할 것이란 생각이 든다.

 

우리네 아버지가 그러하듯 많은 형제자매 가운데 넉넉하지 않은 삶을 살았고 이후로는 가족들을 위해서 거의 한평생을 살아오셨던 이 책 속의 또다른 아버지가 그 모든 것들을 내려놓고 세계여행을 결심하는 것은 그래서 결연해보이기까지 하다.

 

한편 이야기는 '아들 편'과 '아버지 편'으로 나누어서 각자의 시선에서 여행기를 들려준다. 똑같은 곳을 여행했지만 제각각의 느낌으로 다가오는 여행기라는 생각이 들어서 이를 비교하면서 읽는 것도 흥미로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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