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 들여다보는 사람 - 한국화 그리는 전수민의 베니스 일기
전수민 지음 / 새움 / 201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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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달간 물의 도시 베니스에서 살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다면, 특히나 그 한 달이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할 수 있는 시간이라면 보통의 사람들은 이것이 마치 꿈처럼 느껴지지 않을까? 죽을지도 모른다는 다소 비장한 각오를 남기며 그 시간을 위해 떠난 이의 일기와도 같은 베니스에서의 한달 체류기를 담은 이야기가 바로 『오래 들여다보는 사람』이다.

 

자신이 원하는 것을 하면서 사는 사람은 분명 복 받은 사람이다. 모두가 그런 삶을 살지 않기에. 후자의 경우에 해당하는 사람들 중에서도 용기있는 이는 현재의 삶을 과감히 정리하고 더늦기 전에 자신이 원하는 꿈을 찾아 제2의 인생을 살기도 하지만 그것이 결코 쉽지 않다는 것은 많은 사람들이 알 것이다.

 

그런데 이 책의 저자인 전수민 작가는 그 어려운 일을 해낸 사람이다. 어려웠던 어린 시절을 보낸 저자는 꿈을 접어야만 했고 여러 직장을 거쳐야 했고 아이러니하게도 마지막 직장을 다니던 중 포기해버린 그림에 대한 꿈을 다시 꾸며 직장을 그만두어야 겠다고 생각하던 때에 주임으로 승진하고 한편으로는 무모해보이는 결단력으로 승진한 그날 직장을 그만둔다.

 

그리고 미대에 편입하고 지금은 전통 한지와 우리 재료로 그림을 그리는 화가로서의 삶을 살아가고 있다. 여러 번의 전시회도 한 그녀가 이 책에서는 후원을 받아 베니스 스튜디오에 입중할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되고 한 달 동안 머물면서 작품 창작의 기회까지 얻게 된 것이다.

 

 

책의 시작은 이렇게 베니스로 떠나게 된 배경과 함께 비행기의 연착으로 온갖 상상을 하며 예상보다 늦은 시간 힘들게 베니스의 스튜디오에 도착해서 그곳에서 원래의 목적대로 그림 그리는 작업을 하고 심각한 길치에 지도치임에도 불구하고 베니스 이곳저곳을 여행하면서 자신의 눈에 담아낸 베니스의 멋진 풍경, 그속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모습을 담아내고 있다.

 

마치 일기를 쓰듯이, 한편으로는 자신이 기억하고픈 소중한 사람들에게 편지를 쓰듯, 또는 그 누구보다 생에 대한 강렬한 열망을 담아내고 있는 유서를 매일매일 쓰는 심정으로 이 책에서 한 달 간의 이야기를 매일매일 기록하고 있는 것이다.

 

함께 스튜디오를 쓰게 된 사람들, 룸메이트들, 그림 작업 이야기, 베니스를 헤매다 길치치고는 상당히 계획적(?)으로 그속에서 탈출해 무사히 스튜디오로 돌아왔던 이야기, 그 사이사이에 전수민이라는 한 인간이 겪은 인생의 파노라마 같은 솔직담백한 이야기까지 참으로 많은 것들이 이 책 속에 담겨 있는것 같다.

 

멋진 베니스의 풍경을 볼 수 있다는 점은 훌륭한 덤이며 그녀의 그림이 수록되어 있다는 점은 이 책에 대한 감성을 더욱 배가시키는것 같다.

 

서둘러 둘러보고 다른 곳을 이동하는 여행자가 아니라 준거주자의 입장에서 바라 본 베니스의 풍경은 분명 여행지로서의 매력과는 또다른 이야기를 전하고 있다. 바로 이러한 점이 화가라는 직업을 가진 저자의 이야기와 잘 어울어져 멋진 콜라보로 돌아오는 그런 책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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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스의 여왕 1
이재익 지음 / 예담 / 201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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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는 라디오 PD로 더 익숙한 이재익 작가의 신작 『키스의 여왕』은 네이버 웹소설 미스터리 분야 역대 1위라는 놀라운 평가를 받은 작품으로 종이책을 통해서 처음 접하게 된 경우이지만 가독성에 있어서 만큼은 확실히 보장할 수 있는 책이라는 생각이 든다.

 

마치 한편의 영화를 보는것 같은 스토리의 진행이 무엇보다도 흥미로운데 국내를 넘어 아시아 최고의 여배우가 되어 세계적으로 주목받는 IT 업계의 재벌인 이선호와 결혼을 하게 되면서 전세계의 주목을 받게 된 손유리.

 

숱한 여성들의 부러움을 한몸에 받으며 선호의 약속대로 세상에서 가장 로맨틱한 허니문 여행을 떠난다. 선호의 요트를 타고 제주도 바닷가 근처에서 행복한 시간을 보내고 난 다음 날 그녀의 인생은 또다른 의미에서 세상의 주목을 받게 된다.

 

가장 행복해야 할 순간, 흔적도 없이 사라져버린 신랑. 요트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던 그녀는 망망대해서 감쪽같이 사라져버린 남편을 찾아볼 새도 없이 자신도 폭풍을 만나고 무려 열흘이 훨씬 지나는 시간동안 표류하다 극적으로 구조를 받는다.

 

여전히 선호의 행방이 모호한 가운데 주목받는 IT 재벌의 실종은 남겨진 미모의 아내인 유리와 연결되어 그녀의 결혼식보다 화제가 되고 이 사건에 대통령까지 나서서 잘 처리하기를 바라는 가운데 인생의 최종 목적이 50대에 대통령이 되고자 하는 야심만만한 문지환 검사가 맡게 된다.

 

게다가 선호가 사라진 배에서 그의 것으로 추정되는 다량의 피가 발견되고 유리와 선호가 마신 와인에서 약이 발견되면서 제3자는 누구도 본적이 없다고 고백하는 유리는 졸지에 증인에서 유력한 살인 용의자로 전환된다.

 

이에 연예는 물론 사회, 경제 분야의 기자와 외신까지 이 사건에 주목하게 되고 고립무원의 그녀에게 5년 전 헤어진 연인이자 이제는 국내 최고 로펌의 변호사가 된 도준이 나타나 변호를 맡게 된다. 하지만 검찰 출석을 하던 날 도준이 피격당해 의식 불명의 상태의 빠지고 로펌에서는 전혀 변호사처럼 보이지 않는 시원에게 유리의 변호를 맡기게 되면서 이야기는 또다른 방향으로 흘러가는데...

 

가장 행복해야 할 순간 남편을 살해한 암살의 여왕이 되어버린 미모의 여배우, 그녀를 둘러싼 옛 애인이자 변호사였던 도준과 현재의 변호사이 된 시원, 출세에 눈이 멀어 객관적으로 사건을 바라보기 보다는 마치 유리가 범인임을 기정사실화해놓고 몰아가는 검사, 선호의 누나이자 마스터라는 누군가와 이 모든 사건을 논의하고 계획하는 것 같은 보라, 누구보다 호의적이였으나 한순간에 악어떼처럼 변해 유리를 옥죄어오는 기자들, 여기에 생사조차 알 수 없는 이선호까지.

 

특히나 피격을 당하기 전 도준은 어쩌면 선호가 죽지 않았을지도 모른다는 가설을 세우기도 했었다. 무수한 사람들이 이 사건에 관련되어 있고 표면적인 사건 뒤에 가려진 진실이란 결코 간단하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게 하는 가운데 진실을 파헤쳐가는 과정이 너무나 흥미롭게 느껴지는 그런 책이여서 과연 2권에서는 이 사건이 어떻게 진행될지 더욱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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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긴 변명
니시카와 미와 지음, 김난주 옮김 / 무소의뿔 / 201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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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긴 변명』은 니시카와 미와의 작품으로 일본에서는 영화감독으로서도 인정받고 있는 재능있는 작가이기도 하단다. 작가와 영화감독일을 거의 동시에 진행하고 있다고 봐도 좋을 작가는 직접 쓴 각본을 영화로 만들고 이를 다시 소설로 만들기도 하는데 그동안 선보인 작품들을 보면 국내에서도 유명한 오다리기 조 등의 출연한 <유레루>를 비롯해 <우리 의사 선생님>이 있고 이 작품들은 역시나 원작소설로도 발표되어 영화도 소설도 모두 각 분야에서 여러 상을 수상하고 후보에 오르는 등의 인정을 받게 된다.

 

그런 가운데 선보인 『아주 긴 변명』은 역시나 제153회 나오키상 후보에 오르기도 했고 자신이 직접 감독을 맡아 동명의 영화로 제작해 토론토 국제영화제를 비롯해 부산국제영화제에서도 상영된 바 있다고 한다.

 

운명은 따로 있구나 싶은 생각이 들게 할정도의 커플인 사치오와 나쓰코는 대학 시절 동기였던 인물들로 이후 우연한 기회를 통해 다시 만나게 되고 결국엔 결혼에 이르게 된다. 결혼 이후 미용사였던 나쓰코의 헌신으로 사치오는 작가로서의 삶에 전념하게 되는데 결국 그녀의 노력이 헛되지 않았던듯 사치오는 작가로서 점차 명성을 떨치게 된다.

 

유명 작가가 되어 작품 활동은 물론 여러 방송에도 출연하면서 어쩌면 그의 유명세는 더해졌다고 볼 수 있을텐데 이제 성공을 거머쥔 그는 나쓰코가 모르는 가운데 출판사 편집자와 적절치 못한 관계도 맺고 있다.

 

이후 나쓰코가 사로로 죽게 되지만 사치오는 세간의 이목을 생각하며 여느 보통의 남편같지 않게 오열하지도 비통해하지도 않는다. 그러나 사치오의 이런 모습에 오히려 충격을 받게 되는 인물이 있었으나 그와 적절치 못한 관계를 맺고 있는 그녀는 사치오가 보여주는 모습을 통해서 두 사람의 관계에 대해 생각해보게 되고 사치오에게 있어서 자신은 어떤 존재인가에 대해서도 생각해보게 된다.

 

유명작가로서 자신을 오래도록 뒷바라지 해온 아내의 죽음은 세상 사람들의 눈에는 사치오를 비련의 주인공처럼 비치게 만들었고 이에 대해 사치오도 굳이 부정하지 않은 채 오히려 그들의 인정을 받아들이는 나날을 보내게 된다.

 

그러나 실상 그는 슬픔의 의미 느끼지 못하는, 어쩌면 그 감정을 제대로 깨닫지 못해 스스로도 나오지 않는 눈물에 슬픈 연기를 해야 했던 것이다. 그러던 어느 날 아내가 함께 떠난 여행에서 사고를 당해 역시나 운명을 달리한 아내의 친구였던 남편인 오미야 요이치의 가족과 만나게 된다.

 

자신과는 극명하게 다른 반응을 보이는 요이치. 그는 아내의 죽음에 오열하고 분노한다. 결국 사치오는 그를 대신해 요이치의 아이들을 돌보게 되고 그 과정에서 점차 아내인 나쓰코의 존재와 그녀의 죽음을 깨닫게 되는데...

 

너무나 당연하게 자신의 곁에 있는 존재의 소중함을 우리는 때론 잊고 살아간다. 어쩌면 사치오에게 있어서 나쓰코 역시도 그런 존재가 아니였을까? 아무 의미가 없는게 아니라 오히려 그 반대였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더욱 그 슬픔이 크게 와닿는 그런 이야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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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
가쿠타 미츠요 지음, 박귀영 옮김 / 콤마 / 2017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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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살아가는 동안에도 문득문득 '만약에...'라는 말로 과거의 어떤 선택의 기로에서 지금처럼이 아닌 놓쳐버린 그때 그것을 떠올린다. 만약 그때 이게 아닌 다른 걸 선택했더라면 내 인생도 지금처럼이 아니라 다르게 변할 수도 있지 않았을까하는 약간의 후회와 바람이 있는 것이다.

 

바로 그런 순간순간들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는 것이 가쿠다 미쓰요의 『평범』이다. 책속에는 총 6편의 단편이 수록되어 있다. 표면적으로 보자면 사랑 이야기에 관한 것으로 보이지만 사랑으로 보이는 그 이야기 속에서도 결국엔 다소 지나치게 이야기 하자면 '삶의 기로'에 놓인 사람들이 하나의 선택으로 자신의 미래를 만들어가는 이야기가 그려지는 것이다.

 

또 하나의 인생」은 결혼 8년차 커플인 후미코와 남편 마사토시가 또다른 커플인 고즈에와 에이치로와 함께 그리스 산토리니로 늦은 휴가를 떠난 이야기다. 고즈에와 에이치로는 후미코 커플의 결혼식에서 만난 커플로 각자의 가정이 있는 이른바 부적절한 관계를 오랫동안 이어오고 있다.

 

특히나 고즈에의 경우 대학시절부터 사귄 남자와 결혼을 했는데 그는 결코 가정적이지도 않고 오히려 다혈질에 폭력적인 남자에 가깝다. 그럼에도 주변의 권유에도 불구하고 이혼하지 않은 채 지금의 관계를 이어가는 고즈에는 산토리니로 여행을 떠나는 후미코에게 함께 여행을 떠나자며 부탁하고 결국 남편과의 불행한 결혼을 이어가는 고즈에를 안타깝게 생각해 어쩌면 에이치로와의 만남을 은연중에 응원했던 후미코는 마사토시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함께 산토리니로 향한다.

 

그렇게 떠난 산토리니에서 고즈에 커플은 어딘가 모르게 자기 부부와는 다른 격정이 느껴진다고 생각하는 후미코다. 고즈에는 지금의 관계가 또다른 인생이라고 표현하고 우연한 기회에 혼자 산토리니에서 시간을 보낸 후미코는 고즈에의 말을 곰곰이 생각해보게 되는 기회를 갖게 되는데...

 

「달이 웃는다」는 이제 결혼 6년차에 접어든 야스하루가 아내 후유미가 이혼을 해달라고 하자 어느덧 신혼초의 설렘은 사라졌으나 그래도 순풍만범(順風滿帆)이라 생각했던 하루하루의 생활이 순식간에 엉망진창이 되는 것을 느낀다.

 

제대로된 대화조차 하지 못한 상황에서 아내가 계속 이혼만을 요구하자 야스하루는 결국 흥신소를 찾아 아내의 뒷조사를 의뢰하고 이를 통해 아내에게 남자가 있음을 알게 된다. 처음에는 잘못이 자신에게 있지 않을까 전전긍긍했지만 아내에게 책임이 있음을 깨닫고 우월감까지 느끼지만 그의 생각과는 달리 아내와의 관계는 무엇도 달라지지 않는다.

 

그러다 과음을 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 우연히 탄 택시의 여기사가 들려주는 자신의 이야기를 통해 어린시절 당한 교통사고를 기억하고 그때 자신이 했던 선택을 돌이켜보게 된다. 사고 차량의 차주를 처벌하지 않기를 바란다는 선택이 불러 왔을지도 모를 결과를 떠올리던 그는 그때를 상기하며 마침내 아내에게 들려줄 자신의 선택을 결정짓게 된다.

 

「오늘도 무사 태평」은 딸과 성실하면서도 가정적인 남편과 살아가는 사토코는 '피요는 오늘도 무사 태평'이라는 블로그를 운영중인 가정주부이자 파트타이머다. 블로그에 거짓을 쓰진 않지만 어느 정도 잘 포장된 이야기로 점차 '레시피, 미식 일반'에서 비교적 상위에 랭크되어 있다.

 

어쩌면 지극히 평범해 보이는 일상 속의 사토코이지만 그녀가 블로그에 무사 태평이란 이름으로 자신의 이야기를 업데이트하면서 마치 사람들에게 행복하다는 것을 어필하고자 하는 데에는 다른 그 누군가에게 보이기 위함이 아닌 정작 자기 자신을 위로하기 위한, 나는 행복하다고 스스로를 다독이고 싶었던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보게 된다.

 

「주방 도라」는 한때 연인이였던 여자와 결혼하면 어떨까를 생각만 하다가 관계가 끝나버리자 이제는 이런 생각을 하기 전 직장에서 만난 사람과 결혼한 남자의 이야기로 결국 부인과도 이혼을 하고 우연히 듣게 된 전 연인이 오픈했다는 선술집인 '주방 도라'를 찾게 되면서 만약 그때 이 사람과의 관계를 생각만 하지 말고 결혼했다면 지금쯤 행복하게 살고 있지 않을까를 생각하며 주방 도라를 찾는 한 남자의 이야기가 그려진다.

 

「평범」은 남편과의 사이에서 아이가 없이 평범하게 하루하루를 살아가던 기미코가 어느덧 도쿄에서 유명한 요리 연구가가 된 고등학교 시절 친구인 하루카의 연락을 받고 자신을 만나러 오겠다는 그녀의 이야기에 잔뜩 설레하면서 시작된다.

 

그러나 사실은 하루카가 과거 자신이 사겼던 남자의 존재를 확인하러 왔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 실망하게 되지만 하루카의 진짜 의도를 듣게 되면서 '평범'하게 살아간다는 것에 대한 의미를 다시금 생각해보게 되는 이야기다.

 

「어딘가에 있을 너에게」는 남편과의 이혼 후 입양한 고양이를 잃어버린 니와코라는 여자가 자신의 고양이를 발견했다는 전화를 통해 만나게 된 아이라는 여성과의 만남이 그려진다. 아이는 사고로 아들을 잃었다. 그 대상은 다르지만 둘은 상실의 고통을 공감하는 사람들로 만약 그들이 다른 인생을 선택했다면에 대한 이야기는 앞선 다섯 가지의 이야기와 함께 '만약', '다른 선택', '다른 삶'이라는 세 가지의 요소가 그려지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삶의 행복하고 만족스러운 순간보다 그 반대의 경우에 우리는 어쩌면 만약 그때, 그렇게 하지 않았다면 내 인생이 어떻게 달라졌을까를 생각해보게 된다. 이 책은 바로 그런 이야기들을 그려냄으로써 오히려 역설적이게도 지금 이 순간 순간들을 후회없도록 살아야 겠다고 마음 먹게 만드는 책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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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 생애
이승우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1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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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 생애』는 이승우 작가가 5년만에 선보이는 신작으로 말 그대로 '사랑이 뭐길래'라는 생각을 해보게 만드는 책이다. 이승우 작가는 지난 1981년 『에리직톤의 초상』을 통해서 등단한 이래로 이상문학상, 대산문학상, 동서문학상, 황순원문학상 등을 수상했으며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도 좋은 평가를 받고 있는데 이번에 선보이는 작품을 통해서 사랑을 하는 과정에서 경험할 수 있는 다양한 상황들이 그려진다.

 

책에는 세 명의 남녀가 등장한다. 마치 세상 모든 평범한 사랑의 축소판 같은 이야기로 형배, 그의 대학 후배인 선희, 여기에 영석까지. 이들의 관계는 서로가 서로에게 조금씩 맞물려 있다. 먼저 선희는 과거 형배에게 사랑한다는 고백을 했었다. 그리고 형배는 이 당시 선희의 고백을 거절했고 이에 그녀는 가까스로 마음을 정리하게 된다.

 

그러나 선희의 고백으로부터 3년 가까이 지난 즈음 형배는 소위 뒷북치듯 그 사랑을 깨닫게 되고 이제는 오히려 그가 선희에게 고백을 하게 되는 것이다. 사랑은 타이밍이라는 말이 떠오르는 대목이 아닐 수 없다.

 

가장 좋은 상황은 선희가 형배에게 고백했을 때 형배도 그녀를 사랑해 두 사람이 서로 사랑하는 것으로 맺어진다면 좋았겠지만 애초에 그런 상황은 벗어난 셈이다. 게다가 여기에 영석이 등장한다. 뒤늦게 선희에게 고백하는 형배, 지극히 의도된 사랑 고백으로 인해 오히려 선희를 사랑하게 되어버린 영석, 그런 두 사람 사이에 놓인 선희. 완전히 끝나버렸다면 다행이였을테지만 뒤늦게 자기 멋대로 고백하고 어찌됐든 연결의 고리를 이어가는 선희와 형배의 모습에서 강한 질투심을 느끼게 되는 영석, 그리고 자신을 믿어주지 않는 영석에게 질린 선희는 그를 떠나게 된다.

 

참으로 엇갈린 세 사람의 사랑 이야기다. 사랑이 결코 쉬울수는 없겠지만 지나치게 무겁게 생각한 사랑은 오히려 사랑할 기회를 뺏어가버리고 믿음이 부족한 사랑은 또 상처로 돌아온다. 어찌보면 너무나 평범한 사랑 이야기, 엇갈리고 그 과정에서 고통받는 평범한 세 남녀의 사랑 이야기다.

 

어디에나 있음직한, 엇갈린 사랑이 한없이 안타까워 보이지만 한편으로는 왠지 모르게 '사랑이 원래 그래'라고 주억거리게 되는 그런 이야기여서 제목처럼 세 남녀의 사랑 이야기이지만 진짜 이야기는 마치 인간에게 기생하며 살아있는 사랑의 생애와 본질을 만나게 될 책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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