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미니즘의 도전 - 한국 사회 일상의 성정치학, 개정판
정희진 지음 / 교양인 / 201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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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페미니즘, 페미니즘, 용어만 많이 접해봤지 그 실체에 대해서는 잘 모르고 있었다. 페미니즘 하면 왠지 꺼려지고, 혼날까봐 두려운 느낌? 그리고 먼가 꼬치꼬치 따질 것 같은 불편함. 특히나 언어사용에 대해서 딴지를 걸 것 같은 느낌이 강했다.

 

 이 책을 통해서 처음으로 페미니즘에 대해 제대로 알게 되었다. 내가 가지고 있던 잘못된 인식이나 편견을 많이 수정할 수 있었다. 그리고 역시나 가장 두려운 것은 무지라는 것을 다시 한 번 깨닫게 되었다.

 

 어디에서 읽었는지는 기억나진 않지만, 우리는 무지에 의한 잘못은 괜찮다고 쉽게 생각한다. 나또한 그랬다. '몰랐으니깐 뭐. 이해해 주겠지.' 하지만, 무지에 의한 잘못은 알고 하는 잘못보다 더욱 나쁘다. 왜냐하면 잘못을 알면서 저지를 때는 그래도 한계선이라는 것이 존재한다. 누구나 양심이 있고, 어느정도 도덕심이 있으니깐 일정한 한계를 넘지는 않는다. 하지만 무지에 의한 잘못에는 한계라는 것이 없다. 무차별적이고 폭력적이 될 수 있다. 아무렇게나 한 말이 다른 사람에게는 큰 상처가 될 수 있다. 무심코 던진 돌에 개구리 맞아죽는다고 하지 않았는가. 무지에 의한 잘못은 때문에 더욱 나쁠 수 있다. 이때의 무지는 용서받을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무지는 죄다.

 

 페미니즘은 단순히 여성해방운동이 아니다. 페미니즘은 대화와 이해의 가치관이다. 인식의 확장이다. 우리의 사회는 아주 오랜기간 가부장적 사회였고, 남성중심사회였다. 지금도 아직 많은 부분에서 그러하다. 언어도 비장애인남성중심 언어이다. 여성과 장애인은 언어에서 배제된다. 언어에서 차별이 존재하면 인식에서도 차별이 존재하게 된다. 언어는 단순한 기호가 아니다. 사고관 자체이다. 그 사람이 쓰는 언어를 들으면 그 사람의 사고관을 엿볼 수 있을 것이다. 그만큼 우리는 언어에 의해 사고가 좌우된다. 페미니즘은 단순히 언어사용에만 그치지 않는다. 모든 것에 대한 페러다임의 전환을 요구한다. 차별을 거부한다. 서로 다른 사람, 다른 가치관에 대한 대화와 이해를 요구한다. 서구 남성 중심의 이분법적 사고에서 벗어나서 대화와 이해를 전제로한 사고로 전환을 요구한다.

 

 이분법적 사고관에는 폭력이 존재할 수 있다. 남성과 여성, 백인과 유색인, 장애인과 비장애인 등 차이에 대해 차별을 강요하게 된다. 차이에 가치판단을 내리는 순간 폭력이 발생한다. 페미니즘은 그것을 경계하는 가치관이다. 차이는 인정하되 차별은 인정하지 않는다.

 

 정희진씨는 페미니즘의 가치관으로 사회현상, 사회문제에 대한 이야기를 다룬다. 그녀의 글은 무겁고 어렵다. <정희진처럼 읽기>를 힘겹지만 재미있게 읽어서 이 책도 읽게 되었다. 역시나 정희진씨의 글은 어려웠다. 용어 자체도 낯설고 전문적, 학술적 용어가 많이 쓰이고 그리고 문법이나 문장구조 자체도 일상의 언어와는 조금 다르다. 때문에 그녀의 글을 읽기 위해서 정신을 집중했지만 가독성은 떨어지고 이해가 안되는 문장들에 부딪치게 된다.

 

 힘들었지만 그래도 재미있고 무엇보다 유익했다. 몰랐던 부분들과 간과했던 부분들에 대해서 알게 되서 좋았고, 앞으로 언어사용이나 인식, 행동에 대해서도 조심해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페미니즘에 대해 새롭고 좋은 점들을 알게 되어서 좋았다.

 

 

 

서구 백인 남성 중심의 사고는 낡았을 뿐 아니라, 무엇보다 현실을 파악하기에도, 변화시키기에도 불가능한 체계이다. 기존의 모든 국가, 공동체, 종교 등 정치적 행위자의 갈등은, 정확히 말하면 남성들 간의 갈등을 의미한다. 바꿔 말하면, 이제 더이상 남성의 시각으로는 성차별 문제는 물론이고, 빈부 격차, 환경 파괴, 폭력, 인종 증오, 근본주의 같은 인류가 직면한 고통을 해결하기 어렵다는 뜻이다. 남성 중심 사고의 기본 구조는, 세상을 인식자를 중심으로 대립적으로 파악하는 이분법이다. 이분법 사유에서는 독자적이고 자율적인 타자를 허용하지 않는다. 모든 타자성은 동일성의 틀 안에서 만들어지고, 우월한 것만이 자율적으로 기능한다. 2, 3, 4를 허용하지 않는 것이다.
(중략) 경계에 선다는 것은 혼란이 아니라 기존의 대립된 시각에서는 만날 수 없는 다른 세계로 이동하는 상상력과 가능성을 뜻한다. 대립은 서로를 소멸시킬 뿐이다. -p13

인간은 누구나 소수자이며, 어느 누구도 모든 면에서 완벽한 ‘진골’ 일수는 없다. 특히 한국 사회에서는 성별과 계급뿐만 아니라 지역, 학벌, 학력, 외모, 장애, 성적 지향, 나이 등에 따라 누구나 한 가지 이상 차별과 타자성을 경험한다. 중심과 주변의 이분법 속에서 자신을 당연한 주류 혹은 주변으로 동일시하지 말고, 자기 내부의 타자성을 찾아내고 소통해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모든 사회운동은 부분 운동이다. 민주주의를 위해 필요한 것은 서로 다른 각자의 처지(차이)를 이해하고 소통하는 연대이지, (남성 중심의) 단결이나 통합이 아니다. 어떻게 전체 운동이 따로 있고, 부분 운동이 따로 있을 수 있는가? 그리고 전체와 부분을 나누는 기준은 누가 정하는가? -p22

그러나 지금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우리는 사랑받을 때보다 사랑할 때, 더 행복하고 더 많은 것을 배운다. 사랑하는 고통으로부터 자신의 크기, 깊이를 깨닫는다. 자기 자신과의 대화를 포함해 모든 대화는 최음제이며, 인생에서 깨달음만 한 오르가슴은 없다. 상처와 고통은 그 쾌락과 배움에 대해 지불하는 당연한 대가이다. 사랑보다 더 진한 배움을 주는 것이 삶에 또 있을까. 사랑받는 사람은 배우지 않기 때문에 수업료를 낼 필요가 없다. 사랑은 대상으로부터 유래-발생하는 에너지가 아니라 사랑하는 사람 내부의 힘이다. 사랑하는 것은 자기 확신, 자기 희열이며, 사랑을 갖고자 하는 권력 의지다. 그래서 사랑 이후에 겪는 고통은 사랑할 때 행복의 일부인 것이다. -p23

여성주의는 차이나 차별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라 차이를 이해하는 방식이다. 차이가 차별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권력이 차이를 구성한다. 여성주의는 정치적 올바름, 통일성이나 단일성의 가치보다는 대화의 가치를 강조한다. 그리고 이럴 때, 여성뿐만 아니라 다른 타자들의 목소리도 들리게 된다. 다른 타자들의 목소리를 배제하지 않는 것, 이것이 ‘진정한 보편주의’ 정치학으로서 여성주의 언어가 지닌 힘이다. -p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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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리미 2016-01-14 00:3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고양이라디오님... 이 세상 책들을 다 읽어버리실 기세군요 ㅎㅎㅎ
여행 다녀오셨다더니 책만 읽으신겁니꽈? ㅋ 북플로 확인을 하다보니 자세히 못 읽은 게 많아서 나중에 서재로 다시 들르겠습니당 ㅎㅎ

고양이라디오 2016-01-14 00:44   좋아요 0 | URL
아니예요ㅎ 예전에 읽었던 책들 밀린 리뷰를 뒤늦게 쓰고 있습니다. 여행에서 못 읽으니깐 더 열심히 읽고 갔던 것 같네요ㅎ;;

오로라^^님의 방문을 기다리겠습니다ㅎ 좋은 밤 되시고 좋은 꿈 꾸세요~

singri 2016-01-14 07: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음 어러워보이는데 읽어보고싶어요 ㅎ

고양이라디오 2016-01-17 22:18   좋아요 0 | URL
저는 페미니즘에 대해서 잘 몰라서 좋았어요. 내용이 어렵지는 않지만, 낯설고 저자의 문체가 조금 어렵습니다ㅠ
 
뼛속까지 내려가서 써라
나탈리 골드버그 지음, 권진욱 옮김 / 한문화 / 201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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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굉장히 유명한 책이다. 글쓰기 관련 책을 읽으면 항상 언급되는 책이었고, 꼭 읽어야겠다고 생각하던 책이었다. 하지만, 나는 뼛속까지 내려가서 쓰고 싶은 생각은 별로 없었기 때문에 이 책을 미뤄두고 있었는데, 기억이 잘 안나는데 아무튼 어떤 책에서 다시 이 책을 보고 이제는 읽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리고 요즘 다른 북플친구분들의 글을 읽으면서 글 잘쓰는 분들을 보면 참 부럽고 멋지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던 것도 한가지 이유, 아니 주된 이유이겠다.

 

 <작가수업>만큼, 아니 그 이상으로 좋은 책, 훌륭한 책이었다. <작가수업> 처럼 삶과 글쓰기를 관통하는 진실을 담고 있었고, 선과 가르침, 선사의 지혜가 참으로 감사한 책이었다. 작가지망생, 작가 뿐만 아니라 모든 사람이 읽어도 좋은 책이다.

 

 이 책에서 이야기하는 글쓰기를 읽기 혹은 삶으로 대체해서 읽어도 전혀 무리없는 좋은 가르침들이 많았다.

 

 자기 자신을 믿을 것! 많이 읽고 많이 쓸 것! 좋은 조언과 방법론, 정신론에 이르기까지 깨달음을 주는 책이었다.

 

 그리고 저자 분의 글솜씨도 너무나 훌륭하고 글들이 너무나 좋았다. 정말 가슴을 울리는 글들, 그리고 아름다운 글들이 너무 많아서 글쓰기수업만큼 저자의 글을 즐기는 기쁨도 컸다.

그러니 우리가 누구이며 어떻게 우리 자신에게 이를 수 있는지 밝혀주는 작품을 읽고 또 읽어라. 이 과정 속에서 우리는 자신과 타인에 대한 연민을 키우고 다정한 마음을 갖게 되는 것을 거듭 체험하게 된다.

"아니요. 고독은 익숙해질 수 없습니다. 나는 매일 아침 냉수 샤워를 합니다. 그때마다 물의 차가운 기운에 펄쩍 놀랍니다. 하지만 나는 물줄기를 피하지 않고 계속 서있습니다. 고독은 언제나 우리를 물어뜯습니다. 우리는 익숙해서가 아니라 그 속에 서 있을 수 있는 법을 배우기 위해 고독을 받아들이는 겁니다." -카타리기 선사, p224

이 책은 글쓰는 사람들에 대한 나의 존경심을 더욱 높여 주었다. 글을 쓴다는 것이, 자유와 진실을 추구하고 세상과 자신에 대한 진정한 연민을 키워가는 끊임없는 훈련이라는 사실만은 분명히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작가가 아니라도 글을 쓸 수 있다는 점 또한 좋았다. -권진욱, p2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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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16-01-14 18:5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글을 계속 써야 실력이 늡니다. 그러면 글도 제법 잘 쓰게 되고, 많이 써서 알라딘 서재 달인이 됩니다. 이거야말로 일석이조! ^^

고양이라디오 2016-01-14 22:24   좋아요 0 | URL
네ㅎ 확실히 2년 전에 썼던 제 글을 읽어보면 조금 변화된 부분이 보이는 것도 같습니다.
서재에 달인도 되고 좋네요^^
 
1973년의 핀볼 - 무라카미 하루키 자전적 소설, 개정판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윤성원 옮김 / 문학사상사 / 200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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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루키의 자전적 소설, 첫번째 소설 <바람의 노래를 들어라>에 이어 두번째 소설인 <1973년의 핀볼>을 읽었다. <1973년의 핀볼>은 예전에 읽었던 책이지만, 지금 다시 읽어보니 나는 예전에 이 책을 전혀 이해하지 못했을 것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하루키의 모든 소설이 상실에 대해 이야기 하듯이, 이 책 역시 상실에 대한 이야기이다. 깊은 상실의 경험이 없이는 이 책을 읽을 수도 이해할 수도 없다. 사랑을 해본 적 없는 사람이 사랑이야기를 얼마나 이해할 수 있을까. 상실의 고통을 겪어본 적이 없는 사람이 상실에 대한 이야기를 어떻게 이해할 수 있을까.

 

 인식은 지식만으로 되는 것이 아니다. 감정과 감각또한 인식의 주된 주체이다. 우리는 경험하지 않은 감정을 이해할 수 없다.

 

 이 책은 주인공의 상실에 대한 이야기이다. 주인공은 핀볼기계를 찾아나선다. 그리고 마침내 핀볼기계와 재회한다. 그리고 대화를 나눈다. 낡은 전선의 장례식을 치룬다. 나는 예전에는 하루키 책을 읽으면서도 상징들을 이해하지 못했었다. 하루키의 소설 속에는 많은 상징들이 존재한다. 그리고 그의 소설을 다시 읽으면서 나는 이제 그 상징들을 이해한다. 마치 내 이야기인양.

 

 고마운 소설이었다. 정말 고마운 소설이었다. 아픔이 치유되는 듯했다. 이 책을 통해서 만나고 싶은 사람을 만나고 대화를 나누었다. 그리고 작별의 인사를 나눴다.

 

 '상실'은 나의 정체성의 한 축이 되어버렸다. 땔래야 땔 수 없다. 거부할 수도 무시할 수도 없다. 숨길 수도 없다. 그것은 항상 엄연히 내 안에 자리하고 있는 것이다. 하루키의 소설은 나의 '상실'을 마주하게 하고, 치유한다. 따뜻한 위안을 준다. 춥고 어두운 곳에서 나를 꺼내주고 담요를 덮어준다. '상실'을 밖으로 꺼내어 장례식을 치뤄준다.

 

 하루키의 소설이 참 고맙다. 하루키씨가 참 고맙다.

 

입구가 있으면 출구가 있다. 대부분은 그런 식으로 되어 있다. 우체통, 진공청소기, 동물원, 양념통. 물론 그렇지 않은 것도 있다. 예를 들면 쥐덫. -p20

모든 사물에는 반드시 입구와 출구가 있어야 한다. 그냥 그렇다는 얘기다. -p21

우리는 다시 한 번 입을 다물었다. 우리가 공유하고 있는 건 아주 예전에 죽어버린 시간의 단편에 지나지 않았다. 그래도 얼마 안 되는 그 따스한 추억은 낡은 빛처럼 내 마음속을 지금도 여전히 방황하고 있었다. 그리고 죽음이 나를 사로잡아서 다시금 무의 도가니에 던져 넣을 때까지의 짧은 한때를 나는 그 빛과 함께 걸어갈 것이다. -p231

<1973년의 핀볼>은, 삶은 우리가 주인이 되어 전원의 스위치를 올리는 것 외에 아무것도 아닌 것을 암시하는 소설이다. 입구는 출구요, 절망의 끝은 새로운 시작이다. 굳은 시체에 열정 불어넣기를 반복하지 않으면 우리는 그저 썩어가는 몸에 불과할 뿐이다. 우리는 환상을 끝없이 다르게 반복한다. 마치 핀볼 이야기를 반복하듯이. -작품해설, 권택영, p2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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낯설게 하기의 즐거움
움베르토 에코 지음, 김운찬 옮김 / 열린책들 / 200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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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움베르트 에코다! 우리 시대의 가장 영향력 있는 사상가 중 한 명이라는 에코를 처음으로 만났다. 하지만 그 영향력은 나에게까지는 미치지 못했다. 어려웠다. 우리말인지 외국어인지 헷갈릴 정도였다. 낯설었다...

 

 "그런데 왜 별점을 4개나 줬느냐?" "지적허영이냐 머냐?" 라고 하실지 모르겠다. 이 책은 굉장히 얇은 책이고 4편을 글이 수록되어 있는데, 그 중 한 편은 이해가 되고, 심지어 무척이나 재미있었다. 나머지 3편은 당최 알아들을 수가 없었고, 다시 읽어도 어차피 이해가 되지 않을 것임을 알기에 글과 씨름하지 않고 그냥 쭉쭉 읽어나갔다. 책 마지막에 역자해설이 있는데, 그 부분을 읽으면 조금 얼핏 이해가 가는 것 같기도 하다. 아니 적어도 에코가 무엇을 말하고자 하는지는 알 수 있었다.

 

 '캄파닐레: 낯설게 하기로서의 희극' 이란 두번째 글이 정말 재미있었다. 심지어 캄파닐레 작가의 책이 읽어보고 싶을 정도였다. 혹시나 이 책을 보시게 된다면 이 두번째 글은 읽어보시길 권해드리고 싶다. 그리 어렵지 않았다. 재미있었다. 기호로서의 언어의 특성에 대해 이야기하고 그 언어를 낯설게 하면서 벌어지는 유머, 웃기는 이야기들을 소개하고 해석해준다. 캄파닐레라는 작가의 글들을 인용하는데, 그 이야기들이 무척이나 재미있었다. 예를들자면 이런 식이다.

 

 "지금 몇시인지 아세요?"

 "네"

 

 "난 포스타치오입니다. 당신은요?"

 "난 아니예요."

 우리는 언어를 기호로서 서로 암묵적 합의와 규칙들에 의해서 사용하는데, 그것을 무시했을때는 저런 웃기는 상황들이 연출된다. 이런 것 말고도 재미있는 이야기들이 굉장히 많아서 그 이야기들을 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재미있을 것이다.  

 

 에코의 다른 책들도 '겁없이' 읽어보고 싶다. <세상의 바보들에게 웃으면서 화내는 방법>과 <논문 잘 쓰는 법>을 읽어보고 싶다. 혹시 에코의 쉽고 재미있는 책 아시는 분들은 이야기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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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galmA 2016-01-14 00:0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영국식 블랙 유머 같아요 ㅎㅎ
쉽다고는 못 하지만 이 책과 연결하자면 이번에 개정판으로 나온 움베르토 에코 <셜록 홈스, 기호학자를 만나다>를 같이 보셔야 하지 않나 싶네요 :)
저는 구판으로 갖고 있는데, 조만간 봐야 할 듯~

고양이라디오 2016-01-14 00:38   좋아요 0 | URL
알려주셔서 감사해요ㅎ 읽어보고 싶긴한데... 어려울까봐 벌써 걱정이네요ㅠ
 
왜 달러는 미국보다 강한가 - 달러 패권의 역사는 반복된다
오세준 지음 / 원앤원북스 / 201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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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이 책은 달러에 대한 책이다. 크게 두 부분으로 나뉘는데, 첫번째는 먼저 달러가 기축통화로서의 지위를 획득하는 역사적 과정을 서술하고 있고, 두번째는 투자의 관점에서 달러를 다룬다.

 

 첫번째 부분은 여러 책들을 통해 이미 알고 있었지만, 저자가 마치 미국이 달러를 기축통화로 만들기 위해 의도적으로 개입한 것처럼 그리고 있어서 흥미로웠다. 만약에 정말로 그러했다면, 엄청난 선견지명과 놀라운 천재적인 발상이었겠지만, 사실 역사의 과정 속에서 달러의 기축통화 획득은 의도했건 의도하지 않았던 그렇게 될 수 밖에 없는 운명이었다.

 

 기축통화란 세계 속에서 확고부종한 지위를 가지는 통화를 말한다. 가장 많이 거래되는 화폐를 일컫는다. 당연히 현재 기축통화는 달러다. 그리고 세계1차 대전 전에는 영국의 파운드화였다. 아시다시피 세계 1, 2차 대전을 거치면서 세계의 힘의 균형은 유럽에서 미국으로 넘어왔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달러는 세계의 기축통화가 되었다.

 

 두번째 부분은 바로 이런 달러를 투자의 관점에서 이야기한다. 달러를 헷지나 풋옵션으로 보는 관점은 직관적이고 유용했다. 헷지나 풋옵션은 위험에 대비하는 투자방식이라 생각하시면 되겠다. 세계 경제가 불안해지면 달러의 화폐가치가 커진다. 달러는 안전자산이다. 왜냐하면 기축통화이기 때문인데, 이 부분은 책을 읽어보시기를.

 간단히 설명하자면, 미국은 돈이 필요하면 달러를 찍어낼 수 있다. 미국의 경제력, 군사력이 달러의 기축통화로서의 지위를 확고히 한다. 미국이 어마어마한 부채를 가지고 있으면서도 결코 무너지지 않는 이유가 바로 그것이다. 돈이 필요하면 찍어내면 된다. 다른 나라에서는 돈을 찍어내면 그 돈의 가치가 떨어진다. 하지만 미국은 그렇지 않다. 돈을 찍어내도 그 돈의 가치가 떨어지지 않는다. 왜냐하면 그 돈의 가치가 떨어지는 것을 다른 나라들이 원치 않기 때문이다. 많은 국가들이 달러를 보유하고 있고, 미국 국채를 보유하고 있다. 달러 가치가 떨어지면 다른 나라들이 보유하고 있는 달러자산의 가치가 떨어지는 것이다. 때문에 미국이 달러를 찍어내면 다른 나라에서 그 달러를 구매한다. 미국 국채를 사들이는 것이다. 달러는 깡패다.

 

 외환위기때 그리고 2008년 금융위기 때의 환율을 기억해보시라. 외환위기 때 1달러당 2000원까지 갔었다. 그리고 2008년 금융위기 때 1500~1600원 까지 갔었다. 평소에 1달러당 천원이라고 생각해보면, 2배, 1.5배 원화대비 달러가치가 뛴 것이다.

 

 예를들어 만약에 1달러당 1000원일때 만달러를 사놨다고 하자. 우리나라 돈으로 1000만원이다. 세계경제가 불황이되면 우리나라 주가도 내려간다. 주가가 50% 하락 했다고 하자. 그리고 달러는 50% 상승했다고 하자. 1달러당 1500원이 되면 내가 사놓은 만달러는 1500만원이 된다. 나이스다. 자 이제 달러를 원화로 환전하자. 1500만원이 생겼다. 이 돈으로 주식을 사자. 1500만원 어치 주식을 샀다. 경기가 불황이다 보니 평소보다 50% 하락할때 샀다. 자 시간이 지나서 다시 주가가 원상복귀됐다. 원상복귀했다는 것은 50% 상승이 아니라 2배 상승이다. 100원이 50원 되면 50% 하락이지만 50원이 다시 100원으로 되면 2배, 즉 200프로 상승이다. 그러면 내가 사놓은 1500만원어치 주식은 3000만원이 된다. 불황을 겪었는데 자산이 3배로 불었다.

 

 물론 이것은 가상의 이야기이다. 그리고 과거의 이야기이다. 달러가 쉽게 쉽게 1500원 2000원 가지는 않는다. 세계경기 불황이 그렇게 자주 찾아오지도 않는다. 하지만, 보통 10년에 한 번은 찾아온다. 그 때 자산의 일부를 달러로 소유하고 있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의 차이는 클 것이다.

 

 지금은 미국이 금리인상을 하고 있는 시점이다. 달러의 가치가 오르고 있다. 그리고 세계의 신흥국에 풀렸던 돈들이 다시 미국으로 회수되고 있다. 바로 아까 예를들어 설명한 현상이 벌어지고 있는 시점이다. 이미 달러는 1200원을 돌파했다. 1000원일 때 사놨어야 하는데, 이 책을 너무 늦게 봤다ㅠ. 그리고 현재 중국상해지수나 코스피지수는 하락하고 있다. 하지만 앞으로는 어떻게 될지 모르겠다. 다시 달러가 약세로 전환되고 중국상해지수나 코스피지수가 상승할지, 아니면 달러가 계속 강세를 유지하고 중국상해지수와 코스피지수는 하락할지 모르겠다. 나는 장기적으로는 미국이 계속 금리인상을 하는 한 달러는 계속 강세를 유지할 것이고, 코스피지수와 중국상해지수는 하락할 것으로 본다.

 

 아무튼 달러에 대해 이해해야, 세계의 경제 흐름을 이해할 수 있고, 그리고 투자의 관점에서 달러를 이해하는 것도 훗날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이 책은 아주 쉽게 그 두 가지를 이야기해준다.

 함께 보실 책으로 <달러의 역설>, <왜 그들만 부자가 되는가>를 추천해드린다. 모두 아주 쉽고 재미있는 책이다. <달러의 역설>은 조금 어려운 부분이 있을수도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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