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격
아멜리 노통브 지음, 김민정 옮김 / 열린책들 / 2012년 11월
평점 :
품절



 아멜리 노통브는 우연히 알게된 작가이다. 김영하작가의 <살인자의 기억법>을 빌리려다 없어서 <살인자의 건강법>을 빌려보게 되었다. 기대치 않았는데 훌륭하고 재미있었다. 그 후로 <적의 화장법>을 봤는데, 재미있긴 했지만 너무 잔혹하고 사디즘이 묻어나서 뒷맛이 몹시 씁쓸했다. 또한 소설의 구조와 형식이 <살인자의 건강법>과 비슷한 것 같아서 '뻔한 작가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서 '더이상 아멜리 노통브의 책은 안 읽어야지.' 하고 생각했다. 그러다 우연히 지인이 이 책 <공격>을 빌려줘서 읽게 되었다. 지인은 아멜리 노통브의 팬이다. 책이 그리 두껍지 않아서 큰 기대없이 그냥 읽었다.


 재미있었다. 전에 읽었던 <살인자의 건강법>과 <적의 화장법>과 다른 느낌의 소설이었다. 아니 물론 아멜리 노통브의 스타일과 느낌은 물씬 풍기지만, 다루는 소재가 아름다움과 추함이고 그것을 풀어내는 방식이 기존의 진부함과는 전혀 달랐다. 알라딘 책 소개를 보니 이 소설은 <노트르담의 꼽추> 혹은 <미녀와 야수>의 현대판 재해석이라고 한다. <공격>에는 추남과 미녀가 등장한다. 여기까지는 전형적이다. 하지만 그 전개와 결말은 아멜리 노통브답다. 어린이들이 보지 말아야할 작가가 아닌가 싶다. 그러고보니 소설에는 연령제한이 없는 것 같다. '19세미만 구독불가' 이런 규제가 없다. 흐음, <공격> 같은 소설을 보면 동심이 너무 파괴될 것 같아서 걱정인데... 소설도 잔인하고 선정적인 내용을 닫고 있는데 왜 19딱지가 없는 걸까?


 이 소설은 세상의 미와 추에 대한 선입견과 통념에 대해 공격을 퍼붓는다. 아니 우리의 이중적인 잣대에 대한 공격이다. 우리는 타인이 우리를 외모로 판단하지 않기를 바라지만 우리는 타인을 외모로 판단한다. 타인이 나의 외모가 아닌 나의 내면을 사랑해주길 바라지만, 우리는 상대방의 내면보다 외면을 보고 사랑에 빠진다. <미녀와 야수>나 <노트르담의 꼽추>를 감명깊게 봤더래도, 현실 속에서 끔찍한 추남이 자신을 좋아한다면 어떤 반응을 보일까? 소설은 이 지점을 가차없이 공격한다. 공격 또 공격. 정말 공격을 좋아하는 작가다.

 

 마지막으로 아멜리 노통브의 인터뷰를 소개하며 글을 마무리 지으려 한다. 이 책을 계기로 아멜리 노통브가 더 좋아졌다. 그녀의 다른 작품들도 기대가 된다. 또 어떤 공격을 펼칠지 기대된다.


 아멜리 노통브의 한 마디

이 이야기는 문학계에 대한 은유이기도 해요. 요즘은 작가들도 모델들과 비슷해지고 있어요. 서로서로 닮은꼴들이 되어 가고 있죠. 말하는 방식이며 자기를 소개하는 방식이며 각종 미디어를 활용하는 방식까지……. 나는 문단의 카지모도가 아닐까요?엘르 지와의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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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식주의자
한강 지음 / 창비 / 2007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맨부커상 수상작에 빛나는 한강의 <채식주의자>를 읽었습니다. 워낙 핫한 책이라 도서관에서 빌리는 것은 포기하고 가족과 함께 읽으려는 생각으로 구입하였습니다. 단숨에 읽었습니다. 가독성이 뛰어납니다. 하지만 내용은 무겁습니다.

 이 책이 맨부커상을 받은 이유를 책을 읽다보니 깨닫게 되었습니다. 이 소설에서도 피냄새가 나더군요. 니체가 '오로지 피로 글을 쓰고 피로 쓰인 글들만을 읽어라' 고 말했듯이 이 책도 피로 쓰인 글, 피로 쓰인 책입니다. 책을 읽으면서 다자이 오사무의 <인간 실격>이 생각나기도 했습니다. 조금 과격하게 표현하자면, 자살하고 싶어지는 그런 책입니다.

 맨부커상, 많이 들어본 상이름은 아니었지만 세계 3대 문학상이라고 합니다. 세계 3대 문학상은 노벨문학상, 프랑스 콩쿠르상, 그리고 맨부커상입니다. 아무튼 세계적인 권위의 상을 우리나가 작가가 받아서 자랑스럽고 기뻤습니다. <직업으로서의 소설가> 에서 무라카미 하루키씨는 "상은 중요하지 않다." 라고 하셨지만, 이런 세계적인 문학상의 볼모지였던 한국국민으로서는 기쁜 것이 사실입니다. 물론 상보다 작품이 더 중요하다는 하루키씨의 말씀에는 일말의 반론도 제기할 맘이 없습니다. 하지만 상 덕분에 더욱 많은 사람이 관심을 가지게 되고 많이 읽히게 되고, 그리고 자부심도 느낄 수 있다면 그것은 좋은 일이 아닐까요?

 저는 사실 부끄럽지만 우리나라 문학을 무시했었습니다. 전혀 모르면서 무시했었습니다. 어차피 소설을 읽을 것이면 좀 더 좋은 소설을 읽고 싶다는 생각에 처음에는 주로 상을 받은 작품들을 선정해서 읽었습니다. 유명한 고전이라던지, 상을 받은 작품이라던지요. 우리나라 소설, 우리나라 문학은 제 시야에 들어오지 않았습니다. 우리나라 문학은 세계적인 문학상을 받은 작품도 없고, 세계적인 작가도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최근에 전남 벌교에 있는 조정래씨의 태백산맨문학관에 다녀왔었습니다.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작가분이시고, <태백산맥>, <한강>, <아리랑> 등은 주변에서 좋은 작품이라는 이야기를 누누히 들어왔습니다. 하지만 문학관에서 보니 우리나라를 제외하고 영국, 일본에서만 번역되었습니다. (문학관에서는 업데이트가 안되었나보네요. 방금 네이버에 검색해보니 중국어, 러시아어, 프랑스어 등으로도 번역이 되었네요) 아무튼 고은시인이 항상 노벨문학상 후보에 오르시긴 하지만, 전 고은시인의 작품은 본 적도 없고, 시에는 그리 관심이 가질 않습니다.

 저도 우리나라 소설 가운데 재미있게 본 소설들이 분명 있습니다. 하지만 최근에는 별로 없었던 것 같습니다. 외국 소설들을 주로 읽었습니다. 아무튼 오랜만에 만나본 한국소설이었고, 좋은 소설이었습니다. 앞으로는 한국작가들의 소설도 찾아 읽어보고 싶습니다. 한강작가와 정유정작가의 책들을 우선적으로 읽어보고 싶습니다. 

 너무 사설이 길었습니다. <채식주의자> 이야기를 해야겠습니다. <채식주의자>는 연작소설입니다. '채식주의자', '몽고반점', '나무불꽃' 세 편의 중편소설이 같은 주인공을 공유하고 각각 다른 화자의 시점에서 쓰여집니다. 때문에 우리는 주인공을 완전히 이해할 수 없습니다. 각각 다른 시점으로 바라볼 뿐입니다. 

 주인공은 '영혜' 입니다. 어느날 갑자기 채식주의자가 되기로 선언합니다. 하지만 가족을 포함해서 주위사람들은 그녀를 이해하지 못합니다. 이 소설은 모든 종류의 폭력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만약 누군가가 죽으려고 하는데 그것을 막는다면 그것은 폭력일까요 아닐까요? 혹시 차이를 인정하지 않고 자신의 관점이나 가치관을 상대방에게 강요하는 것은 모두 폭력이 아닐까요?

 저는 어제 회식을 했습니다. 저는 그다지 술을 즐기지 않습니다. 친구들과의 즐거운 술자리는 환영이지만, 원래 술체질이 아니라서 술을 적정량보다 많이 마시면 두통, 구토, 졸음 등의 증상이 발생합니다. 수면장애와 다음날 숙취는 말할 것도 없고요. 하지만 우리나라 사람들은 술을 권합니다. 술을 마시지 않는 것을 도통 이해하지 못합니다. 물론 술을 권하지 않는 사람들도 있지만 제 경험상 많은 사람들이 술을 권하고 술을 많이 마시기를 바랍니다. '내가 술을 마시니 너도 마셔야 한다.' 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습니다. 저는 도통 그 생각을 이해할 수가 없습니다. 그들이 '술은 각자 알아서 마시는 거지' 라는 생각을 할 수 없는 것처럼요. 때문에 저는 어제 억지로 술을 마셨습니다. 집에 돌아와서 두통과 불면을 겪으면서 다시 다짐했습니다. '다음부터는 절대 강요받은 술은 마시지 않겠다.' 라고요. 항상 이런 다짐을 하지만 워낙 기억력이 안좋아서 자꾸 까먹습니다. 술자리가 자주 있지 않다보니 이 다짐을 깜빡하게 됩니다. 그리고 술자리에서 술을 빼는 것도 참 힘듭니다. '차라리 한 잔 먹고 말지' 라는 생각으로 먹다보면 나중에 후회를 합니다. 

 차이를 인정하고 강요하지 않는것. 그것은 정말 어렵습니다. 우리는 모두 의식적으로든 무의식적으로든 폭력을 행사하고 있습니다. '채식주의자' 가 살기 힘든 세상입니다. 

 <채식주의자>는 폭력에 대해서도 다루지만, 인간에 대해서도 묻습니다. 어쩌면 둘은 굉장히 밀접히 연결되어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인간이란 도대체 무엇일까요? 도덕이란? 관습이란? 또 본능이란? 인간이 과연 다른 인간을 온전히 이해하고 받아들일 수 있는 걸까요? 소설에서 뿐만 아니라 현실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우리는 아주 가까운 가족이나 연인, 혹은 배우자를 진정으로 이해하고 있을까요? 그 사람들에 대해서 얼마나 알고 있을까요? 인간이 다른 인간을 이해한다는 것은 참으로 어렵습니다. 그 간극에서 폭력이 발생합니다. 무라카미 하루키의 <태엽감는 새>가 생각납니다.

 여러분도 한 번 읽어보시길 추천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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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16-06-14 18:2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어떤 조직 분위기에 적응하지 못한 사람은 주변 사람들로부터 ‘쓸모없는 식물’처럼 취급합니다. 더 심하면 인간 취급도 안 합니다. 조직 내에서 개인의 자유의사가 말살되는 상황이 무섭습니다.

고양이라디오 2016-06-14 19:03   좋아요 0 | URL
각자의 개성과 다양성을 존중해주면 좋을텐데요. 남북통일이 안되서 그런지 우리나라 사람들은 통일을 좋아하는 것 같습니다ㅠㅋ 아니면 상상력이 부족한 걸지도 모르겠습니다.

:Dora 2016-06-14 23:0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갑자기 전원 짜장시킬때 혼자 짬뽕 시키면 눈총 받는 그림이 떠오르네요

고양이라디오 2016-06-15 15:04   좋아요 0 | URL
남들과 다르다는 것은 불편한 일입니다ㅠㅋ

책친놈 2024-03-25 22:1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주인공을 완전히 공감할수 없다고 생각하면서 읽었어요. 영혜의 시점이 나오지 않은게 이런 의도 인가 하는 생각도 들었구요. 회식에 관한 내용도 공감하구요. 고양이 라디오님 리뷰를 보니 독서모임가서 이야기할 발제도 떠올랐어요. 스스로 어떤때에 채식주의자가 된다고 느끼는지 이야기를 나눠보면 재밌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잘읽고 가요~ ㅎㅎㅎ

고양이라디오 2024-04-01 16:13   좋아요 1 | URL
덕분에 저도 발제문 하나 얻었습니다ㅎ

독서모임에서 즐겁게 이야기 나누셨나요ㅎ?

책친놈 2024-04-01 18:33   좋아요 0 | URL
덕분이라니 좋네요 ㅎㅎㅎ 넵 이야기 할꺼리가 많은책이라서 즐거운 시간이었습니다 ㅎㅎ 추천해주신 <태엽감는새> 궁금하네요 읽어봐야겠어요:)
 
금전지성 - 돈과 시대의 흐름을 읽어내는 지적능력
이즈미 마사토 지음 / 씨앤톡 / 2007년 9월
평점 :
절판



 기술이 뛰어나다고 해서 장인이라 불리지 않는다. 장인은 마음가짐부터가 다르다. 어쩌면 그 마음가짐이 그를 장인으로 만들지 않았을까 싶다. 돈에 있어서도 각종 투자방법, 투자기법을 알려주는 책들이 판을 치지만 보다 중요한 것은 돈에 대한 마인드라고 생각한다. 이 책은 그 마인드에 대해 말하고 알려주는 책이다.

 이즈미 마사토씨의 책을 거의 대부분 보았다. 이 분도 카테고리를 하나 만들어야겠다. 소개도 해야겠다. '돈의 교양', '돈의 지성'에 대해 사람들에게 알리고 교육하는 분이다. 그리고 자신도 투자를 해서 부자가 된 분이다. 일본 최고의 경제금융교육 전문가이자 일본 파이낸셜 아카데미 주식회사 대표, 고베 슈쿠가와가쿠인 대학 객원교수, 매사추세츠 공과대학(MIT) 슬론경영대학원 이그젝티브 코스를 수료한 분이다.

 이 책은 그의 다른 책에 나와있는 내용들과 거의 흡사했다. <30대까지 10억 만들기 위한 106가지 머니 트레이닝>과 거의 같은 맥락과 내용의 책이다. 쉽게 금방 읽을 수 있는 책이다. 복습하는 마음으로 읽었다. 앞으로 그의 책들이 더 많이 번역되어 읽어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

 <사고신탁>은 도서관에 없어서 아쉽다. 중고책으로 나오길 기다려본다. <금전지성>도 가볍게 읽어보시길 추천드립니다. 이 분의 다른 책들도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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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오스에 대체 뭐가 있는데요?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이영미 옮김 / 문학동네 / 201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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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행, 하루키의 여행, 그리고 나의 여행을 생각해본다. 하루키의 여행집을 읽다보면 나도 어디론가 떠나보고 싶어진다. 다른 나라, 다른 문화, 다른 풍경, 그리고 다른 공기. 하루키의 말에 따르면 여행이란 거기에 뭐가 있기 때문에 가는 것이 아니고, 거기에 가면 뭔가가 있기 때문에 가는 것이라고 한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디로든 떠나도 좋다. 그곳에 가면 분명 우리를 감동시키는 무언가가 있을 것이다. 아니면 혹은 우리를 실망시키거나 힘들게 하는 무언가가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나도 여행을 좋아한다. 되도록이면 한 달 정도의 길고 자유로운 여행을 지향한다. 짧게 가는 것은 왠지 내키지 않는다. 때문에 학창시절에 방학을 이용해서 해외여행을 많이 가봤으면 좋았을텐데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책을 좋아하게 된 이후로는 여행 생각이 거의 없어졌다. 여행갈 시간에 책을 읽고 싶다. 여행가서 책을 읽으면 금상첨화겠지만, 그럴꺼면 차라리 집에서 편히 읽는게 낫지 않을까? 때문에 여행을 간다면 나는 분명 누군가와 함께 갈 것이다. 아직은 함께 가고 싶은 누군가가 없다. 혹은 가고 싶은 어딘가도 뚜렷치 않다. 

 가고 싶은 곳은 매우 많지만, 정말 간절히 가고 싶은 곳은 아직 없다. 대신 읽고 싶은 책은 너무 많다. 간절히 읽고 싶은 책도 매우 많다. 여유 시간은 오로지 책책책. 훗날 나는 어쩌면 또다시 후회하게 될 지도 모른다. '아아... 젊었을 때 책보다는 좀 더 여행을 다닐껄' 하고. 훗날 내가 후회할지 아니면 만족할지 어차피 모른다. 어쩌면 무엇을 하든 후회는 남을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그냥 지금 하고 싶은 것을 하는 것이 최선이다.' 라는 것이 나의 생각이다. 

 그렇게 여행을 떠나고 싶은 마음이 간절하지 않기 때문에, 이렇게 여행집을 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행복하다. 하루키의 이 책을 보면서 많은 곳을 간접적으로 경험했다. 춥지만 거대하고 따뜻한 온천이 있는 '아이슬란드',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조깅코스와 특유의 정체성을 가진 '보스턴'. 미식 여행을 떠나고 싶다면 '오리건 주 포틀랜드와 메인 주 포틀랜드'. 재즈애호가라면 '뉴옥의 재즈클럽', 거대한 메콩 강과 종교적인 무언가를 느끼고 싶다면 '라오스', 하얀 길과 붉은 와인의 '이탈리아'. 그 외 핀란드와 일본 구마모토까지. 다양한 곳을 하루키끼와 함께 했다.

 하루키씨의 인생과 삶이 정말 부럽다.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여행도 맘껏 다니고, 그 여행을 소재 삼아 글을 쓰고 책을 내고. 정말 꿈같은 삶이다. 내게도 그런 재능, 열정이 있다면 글을 쓸텐데. 아쉽게도 내겐 그런 열정도 재능도 없다. 글을 쓰는 것보다 읽는 것이 훨씬 좋다. 

 하루키씨처럼 인생을 제대로 즐긴 사람은 드물 것이다. 자신이 좋아하는 글쓰기, 책읽기, 음악감상, 달리기를 맘껏 하고, 그가 하는 모든 것들은 글이 되고 책이 된다. 글쓰는 직업이란 정말 멋진 직업이다. 나도 내가 좋아하는 일들을 하고 있으니 만족해야하는데, 항상 무언가가 조금씩 불만족스럽다. 그 불만족스러운 무언가를 계속 줄여나가는 것이 내가 앞으로 추구하고 가야할 길이다. 내가 원하는 삶이 내가 사는 삶이 되도록, 그렇게 살도록 노력해야겠다.


일본에서 라오스 루앙프라방으로 가는 직항편은 없으므로 어딘가에서 비행기를 갈아타야 한다. 방콕이나 하노이를 경유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내 경우는 중간에 하노이에서 1박을 했는데, 그 때 한 베트남사람이 미심쩍은 표정으로 물었다. "왜 하필 라오스같은 곳에 가시죠?" 그 말의 이면에는 `베트남에는 없고 라오스에만 있는 것이 대체 뭐길래요?` 라는 뉘앙스가 묻어 있었다.

자, 대체 라오스에 뭐가 있단 말인가? 좋은 질문이다. 아마도. 하지만 내게는 아직 대답할 말이 없다. 왜냐하면, 그 `무언가` 를 찾기 위해 지금 라오스에 가려는 것이니까. 여행이란 본래 그런 것이 아니겠는가. 때로 지치기도 하고 실망하기도 하지만, 그 곳에는 반드시 무언가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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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평점 9.6

 감독 나홍진

 출연 곽도원 황정민 쿠니무라 준 천우희 김환희

 장르 미스터리, 스릴러, 드라마 


 

 영화 <곡성> 입니다. 아마도 2016년 최고의 한국영화가 아닐까 조심스럽게 전망해봅니다. 일단 현재까지는 올해 제가 본 한국영화 중에는 최고였습니다. 그런데 올해 개봉한 영화 중 어떤 한국영화들을 봤나 찾아봤더니... 이 영화가 첫 영화네요. 저도 몰랐습니다. 일부러 한국영화를 피한 건 아니었는데... 어쩌다보니 6월달이 되어서야 처음으로 한국영화를 영화관에서 봤네요. <성실한 나라의 앨리스>를 올해 보긴 했지만 올해 개봉한 영화는 아닙니다. 이 영화도 좋은영화, 재밌는 영화였습니다.














 

 어쨌든 제가 높은 평점을 준 것으로 알 수 있듯이 재미있게 봤습니다. '절대 현혹되지 마라.' 라고 하는데, 감독이 작정하고 현혹시키는데 현혹되지 않을 사람이 과연 얼마나 있을까요? 정말 마지막까지 무엇을 믿어야 할지 알 수 없는 아주 잘 만든 재밌는 영화였습니다. 믿음에 관련된 좋은 영화로 <미스트>를 꼽고 싶습니다. 다른 영화도 머리 속에 떠오르긴 하지만 제목이 기억나질 않네요. 기억나는 배우로 검색을 해서 찾아냈습니다. <다우트> 입니다. 이 영화도 아주 재미있습니다.

















 <곡성>을 재밌게 보신 분이라면 이 두 영화도 자신있게 추천드리고 싶습니다. <미스트>는 스티븐 킹의 원작 소설을 영화화한 작품인데요. 감독도 거장입니다. <다우트>도 2009년 아카데미 5개 부분 노미네이트된 영화입니다. 메릴 스트립과 필립 세이모어 호프만의 연기대결이 정말 압권입니다. 


 다시 <곡성>이야기로 돌아가서, <황해>와 <추격자>의 나홍진 감독 작품입니다. 좋은 감독이 좋은 작품으로 돌아와서 기쁩니다. 그리고 요즘 주가를 높이고 있는 곽도원과 천우희, 이 영화에서도 포스를 맘껏 보여준 황정민과 그 외에의 조연들도 정말 좋은 연기를 보여줬습니다. 칸 영화제에서도 기립박수와 호평을 받은 작품이라고 하니 혹시 못 보신 분들은 챙겨보시기 바랍니다. 


 <곡성>을 보고 나서 '역시 인간은 믿고 싶은 것을 믿는구나.' 라고 생각했습니다. 물론 감독이 의도한 부분들이겠지만, 어쨌든 저를 포함해서 관객들은(아마도 대다수는) 쉽게 현혹되고 맙니다. 어떤 단서들을 보고 자신이 의심하고 있는 쪽으로 쉽게 단정짓습니다. 의심은 확신이 됩니다. 하지만 돌이켜보면 그저 믿고 싶은대로 해석하고 믿었을 뿐입니다.


 어떻게 하면 좀 더 명철하고 비판적이고 합리적으로 관찰하고 해석할 수 있는지 아직은 잘 모르겠습니다. 일단은 회의적으로 접근하고 감정과 선입견, 편견들을 잘 배제한체 자세하게 관찰하고 또 합리적으로 해석을 내려야할 것 같습니다. 그러한 훈련들이 더욱 잘 되어야 할 것 같습니다. 그리고 자신이 믿고 있는 것을 반례가 나오면 언제든지 버릴 수 있는 유연한 마음가짐도 중요합니다. 자신이 평생을 믿었던 과학이론이 틀린 것을 알게 되자 고맙다고 한 어느 노교수처럼 말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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