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부하다 생긴 일 - 만화 그리는 해부학 교수의 별나고 재미있는 해부학 이야기
정민석 지음 / 김영사 / 201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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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만화로 된 해부학 책이라. 쉽겠는걸? 오산이었다. 아니, 너무 얕잡아 봤었다.

 

 만화라서 좀 더 친숙하고 그림이 있어서 이해도 쉽고 좋다. 하지만, 역시나 책 안에 담긴 정보의 양은 무시할만한 수준이 아니었다. 아무리 그래도 역시 해부학은 해부학이었다.

 

 앞부분은 해부학에 관련된 여러 이야기와 에세이 형식이라면, 뒷부분 부록은 본격 해부학학습만화이다. 개인적으로 뒷부분 부록이 훨씬 좋았다. 앞부분은 차마 버티기 힘든 작가님의 7080 유머때문에 솔직히 힘들었다. 하지만 뒤로 가다보니 차츰 유머에 익숙해졌다. 그래서 속상했다.

 

 이 책 좋다. 재미있다. 작가가 이야기를 풀어가는 방식이 재밌다기 보다는 해부학 자체가 가지고 있는 재미가 있다. 유전학, 발생학, 진화론, 생물학에 이르기까지 잘 버무린 훌륭한 책이었다. 하지만 책 내용을 공부할 생각을 가지고 읽으면 금새 머리가 아프고 지루해 지기도 했다. 가볍게 부담없이 여러번 읽으면 좋을 책. 큰 재미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해부학에 관해서 이보다 쉬운 책이 있을까 싶다. 기본 상식과 교양측면에서 접근하고 읽어도 좋을 듯 하다. 해부학 뿐만아니라 다양한 학문이야기도 함께 연결되어 있어서 흥미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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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 내리는 그리스에서 불볕천지 터키까지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임홍빈 옮김, 마쓰무라 에이조 사진 / 문학사상 / 201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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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책은 <우천염천>의 개정판이다. 개정에 맞춰 여행사진도 수록되어 있다.

 

 하루키의 매력의 끝은 어디인가? 장편소설도 좋고, 단편소설도 좋고, 에세이도 좋고, 여행기도 좋다. 어느것 하나 우열을 가리기 힘들다. 모든 작품이 다 좋다. 정말 손에 잡히는 확실한 행복을 내게 선사해주는 하루키씨가 너무 고맙다.

 

 이 책에도 너무나도 아름다운 미문이 있어서, 굉장히 감동스러웠다. 정말 하루키의 글을 읽다보면 순간 나도 이런 멋진 글을 쓰고 싶다는 그런 불같은 욕망이 솟을 때가 있다. '이런 글을 쓸 수 있다면 당장 죽어도 좋아.' 라는 다소 과격한 생각까지 떠오른다. 생각해보니 너무 과격하다. 오로지 하루키의 글들만이 나에게 그런 생각을 하게끔 한다. 이번이 2번째였다. 첫번째는 아마도 <스프트니크의 연인>이었던 것 같다.

 

 마치 그리스와 터키에 다녀온 것 같은 느낌이다. 하루키씨는 너무도 생생하게 그리스와 터키의 풍경과 사람들, 그리고 그 공기까지 그려내서 나의 머릿 속에 어렴풋이 그 전경이 떠오르는 느낌이다. 그리스와 터키 꼭 여행가리라.

 

 아름다운 미문을 담아보며 글을 마친다.

 

 

 

거꾸로 말하면 모든 일이 원하는 대로 풀리지 않는 것이 바로 여행이다. 예상대로 풀리지 않기 때문에 우리는 여러 가지 재미있는 것, 이상한 것, 기막힌 일들과 조우할 수 있는 것이다. 그리고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여행을 하는 것이다.                                                     

                                                                                                                  -127p

 

 

 이것으로 우리의 아토스 여행은 드디어 끝이 났다. 우라노폴리스에 도착하자마자 우리가 제일 먼저 한 것은 타베르나에 들어가 차가운 맥주를 마음껏 마신 것이다. 맥주는 한순간 정신을 잃는 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맛있었다. 그리고 마음 내키는 대로 세속적인 식사를 즐긴다. 생선 수프와 감자튀김, 무사카, 정어리, 오징어, 샐러드를 주문한다. 그리고 차에서 라디오 카세트를 꺼내와 비치보이스를 들으면서 천천히 식사를 한다. 리얼월드다. 이제 누가 곰팡이가 핀 빵 따위를 먹을까 보냐 하고 생각한다.

 

 

 그런데 며칠이 지나자 이상할 정도로 아토스가 그리워졌다. 사실을 말하면 이 글을 쓰고 있는 지금도 왠지 모르게 그곳이 그립다. 그곳에서 살고 있던 사람들과 그곳에서 본 풍경과 그곳에서 먹은 것들이 너무나 실감 나게 눈앞에 떠다닌다. 그곳의 사람들은 가난하지만 조용하고, 농밀한 확신을 갖고 살고 있다. 그곳의 음식은 단순하지만 생생할 정도로 실감 있는 맛으로 가득했다. 고양이조차 곰팡이가 핀 빵을 맛있게 먹고 있었다.

나는 처음에 쓴 것처럼 종교적인 관심이라고는 거의 없는 인간이고 그렇게 쉽사리 사물에 감동을 하지 않는, 굳이 말하자면 회의적인 타입의 인간이라 할 수 있다. 그런데 아토스의 길에서 만난 야생 원숭이처럼 지저분한 수도사로부터 “마음을 바꿔서 정교로 개종을 한 뒤에 오시게” 라는 말을 들었을 때의 일을 묘하게도 너무나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다. 물론 내가 정교로 개종하는 일 따위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그 수도사의 말에는 이상한 설득력이 있었다. 아마 그것은 종교를 운운하는 것보다는 인간의 삶의 방식에 대한 확신의 문제라고 생각한다. 확신이라는 점에서는 전 세계를 찾아봐도 아토스처럼 농밀한 확신에 가득 찬 땅은 아마 없을 것이라는 느낌이 든다. 그들에게 그것은 의심의 여지가 없는 확신에 가득 찬 리얼 월드인 것이다. 캅소카리비아의 그 고양이에게 곰팡이가 핀 빵은 세상에서 가장 현실적인 것 가운데 하나였던 것이다.

 그렇다면 정말 어느 쪽이 현실 세계인가?

                                                                                                                   -147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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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등만 기억하는 더러운 세상 인터뷰 특강 시리즈 7
공지영 외 지음, 김용민 사회 / 한겨레출판 / 201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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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려계인터뷰특강시리즈 7번째. 우리나라에 만연한 1등주의에 대해 이야기한다.

 

 언제나 만족스럽지만, 이번에도 역시 좋았다. 세상에 맞서서 유쾌하게 자기만의 방식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굉장히 매력적이고 신선했다.

 

 특히 공지영씨의 이야기와 외국인 앤디 비클바움씨와 일본인 마쓰모토 하지메씨 이야기가 인상깊었다. 공지영씨는 소설과 영화로는 접해봤지만 이렇게 강연이나 인터뷰로는 아마도 첫만남이였던 것 같다. 공지영씨의 삶과 삶과 문학에 대한 자세를 들을 수 있었다.

 

 앤디 비클바움씨는 정말 웃기는 사람이다. 가짜 홈페이지를 만들어서 사람들을 속이는 그런 재미난 일들을 벌인다. 예를들면 가짜 삼성홈페이지를 만들어서 강연요청이 들어오면 강연을 나가서  직원들을 최대한 효율적으로 쥐어짜는 법. 노조를 못 만들게 하는 방법. 자본을 세금 안내고 자녀에게 승계하는 비법. 각종 사건 사고를 덮는 방법들을 강연하는 것이다. 어디까지나 예를들자면.

 

 일본인 마쓰모토 하지메씨도 참 재미난 분이다. 1등주의 세상에 맞서서 다같이 한가하고 재미나게 세상에 맞서는 법을 몸소 실천하시는 분이다. 아마 이 책의 취지에 가장 알맞는 분이 아닐까 싶다.

 

 자신만의 생각, 자신만의 삶의 방식으로 당당하게 세상을 살아가는 강연자들이

 너무나도 눈부시게 멋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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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인 6색 인터뷰 특강 인터뷰 특강 시리즈 6
금태섭 외 지음, 오지혜 사회 / 한겨레출판 / 200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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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난 한겨례 인터뷰특강 시리즈를 굉장히 좋아한다. 다양한 연사들을 통해서 다양한 분야에 대해서 알게 되어 좋다. 이 시리즈를 통해서 많은 지식인을 만났고, 다양한 분야에 대해서 알게 되었다. 그리고 이 시리즈를 통해 좋은 작가들에 대해서도 많이 알게 되고 덕분에 다양한 책들을 읽을 수 있었다.

 

 이번 시리즈의 주제는 '화' 이다. 그리고 가장 인상깊고 재미있는 인터뷰는 바로 김어준씨였다.

나는 김어준씨를 굉장히 좋아한다. <닥치고정치>나 <건투를빈다>는 정말 재미있게 읽었다. 이 두 책은 정말 추천해드리고 싶은 책이다. 특히나 <건투를빈다>는 대학생들이 꼭 읽었으면 하는 책이다. 이 책을 좀 더 일찍 읽었더라면 삶의 시행착오를 많이 줄일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게하는 책이었다.

 

 김어준씨의 삶에 대한 통찰이 담긴 인터뷰였다. 자기객관화와 타인에 대한 공감, 그리고 지성. 이 세가지가 끊임없이 순환하는 싸이클. 바로 훌륭한사람, 행복한사람이 되는 방법이다.

 

 "훌륭한사람이 행복한사람이 아니라 행복한사람이 훌륭한사람이다." 라는 김어준씨의 말이 기억에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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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신 - 카프카 대표 단편선 클래식 보물창고 8
프란츠 카프카 지음, 이옥용 옮김 / 보물창고 / 200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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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카프카의 <변신>을 2번째 읽게 되었다. 역시나 첫번째와 마찬가지로 재미가 없었다. 안타까웠다. 위대한 작가 중 한 명인 프란츠 카프카의 책이 재미가 없다니...(오히려 <변신>보다 이 책에 수록된 다른 단편들이 더 재미있었다.) 물론 수많은 위대한 작가와 작품들이 나를 기다리고 있으니 그렇게 상심할 필요는 없지만 그래도 아쉬운 건 어쩔 수 없다.

 

 이것은 마치 모든 사람이 맛있게 먹는 회를 먹고도 별 맛을 못느끼는 것과 같다. 물론 회가 싫으면 고기를 먹으면 된다. 하지만, 인생에서 회를 먹는 재미 하나가 사라져버린다. 어쩌면 영원히, 재미하나가 결코 잡을 수 없는 심연으로 가라앉아버린다. 물론 영원히라는 것은 조금 오버다. 어렸을 때는 회맛을 몰랐지만, 점차 초장맛을 알게 되고, 나중에는 회의 맛도 조금씩 알아가게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카프카에 대해서도 그런 희망을 가져본다.

 

 나는 책을 2분류로 나눈다. 재미있는 책과 재미없는 책. 그리고 이해가 되는 책과 이해가 안되는 책. 카프카의 <변신>은 내게 재미없는 책과 이해가 되는 책의 분류에 들어간다. 이 분류에 들어가게 되면 구원은 없다. 이해가 안되서 재미없는 책은, 이해가 되면서 재미있어지는 경우가 있다. 하지만 이해는 되는데 재미가 없는 책은 그 지점에서 종결되어 버린다.

 

 왜 재미가 없을까? 일단 <변신>을 읽기 전에 나는 <변신>의 내용을 어느정도 알고 있었다. 그레고리 잠자가 벌레가 되는 이야기. 너무나도 유명한 단편이기때문에 모를 수 없었다. 그렇게 문학사상 가장 충격적이고 파격적인 첫 문장은 내게 아무의미 없이 다가왔다. 그리고 전개되는 이야기도 그렇게 재미있지는 않았다. 밀란 쿤데라의 말처럼 상투적인 해석만 갖다붙이게 되었다. 현대인의 고뇌, 가족간의 소통의 단절, 카프카의 자전적 이야기을 담은 소설, 아버지의 억압 등등.

 

 아직 카프카라는 카드를 버리고 싶진 않다. 카프카의 다른 소설을 읽어보는 수 밖에 없다. 나의 문학적 감각수용체가 좀 더 발달하길 기대해보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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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eter 2015-08-12 10: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시골 의사>라고 하는 짧은 단편을 추천드려요. 아마... 페이지로 치면 10 페이지 정도 될 거예요.

고양이라디오 2015-08-12 11:32   좋아요 0 | URL
<시골의사>본것같아요ㅎ. 그 단편은 재밌었던거 같아요. 추천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