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끼고 아껴두었다가 이 책을 읽었다. <채소의 기분, 바다표범의 키스>는 무라카미 라디오 3부작 중 두번째 작품이다. 3권을 모두 이미 읽었지만 재독하고 있다. 세번째 작품도 어서 읽고 싶다. 긴장을 풀고 즐겁게 읽었다. 간만에 즐거운 독서였다. 


 재밌었던 글, 감동적이었던 글, 읽고 싶은 책, 보고싶은 영화를 소개하겠다.


 "지금까지 살아오며 즐거운 파티에 참석했던 적이 있나 기억을 더듬어봤지만, 유감스럽게도 한 번이 떠오르지 않았다. 그 대신이랄까, 즐겁지 않았던 파티라면 얼마든지 떠올릴 수 있다. 특히 문단관계 파티는 대부분 고문이었다. 거길 가느니 차라리 어둡고 눅눅한 동굴 속에서 거대 투구벌레와 맨손으로 격투하는 편이 낫다고 생각한 적조차 있다." -p26


 역시 하루키씨답게 비유도 굉장히 초현실적이고 소설적이다. 그리고 귀엽다. 어둡고 눅눅한 동굴 속에서 거대 투구벌레와 맨손으로 격투하는 하루키씨를 떠올리며 웃음지었다.


 















 조지 마틴의 회고록 <귀야말로 모든 것>을 읽고 싶었는데 아쉽게도 번역본이 없다. 조지 마틴은 비틀스의 프로듀서이자 전설적인 존재다. 


 아래는 하루키씨가 가장 기억에 남았던 사인회에 관한 이야기다. 


 "가장 기억에 남는 사인회는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한 것으로, 두 시간 가까이 했는데도 사람이 많아서 부족했다. 게다가 여자아이들이 책에 사인을 받은 뒤 "무라카미 씨, 키스해주세요" 라고 하는 바람에 나는 어쩔 수 없이(거짓말이다) 자리에서 일어나 뺨에 키스를 했다. 계속 그렇게 하니 시간이 걸리지 않을 수 없었다. 출판사 사람은 "시간 없으니 키스까지는 하지 마세요" 라고 했지만, 그런 기회는 흔치 않으므로 "아뇨, 작가로서 마지막까지 의무를 다하겠습니다" 라고 주장하며 원하는 대로 키스해주었다.

 사인하고 악수를 청하는 일은 흔히 있지만, 키스를 원한 것은 스페인뿐이다. 게다가 멋진 아가씨들이 많아서...... 아, 이 얘기는 이제 그만해야지. 세상의 미움을 한몸에 살 것 같다." -p110


 전 지금까지 하루키씨를 미워해본 적이 없었습니다. 그런데...(농담이고요) 아무튼 굉장히 부럽습니다, 하루키씨!

 

 


  












 폴 뉴먼 주연의 <명탐정 하퍼>입니다. 하루키씨가 몇 번이나 본 영화라고 합니다. 


 "말할 것도 없이 옛날이나 지금이나 폴 뉴먼과는 거리가 멀지만, 나도 그가 느끼는 바를 안다. '자유로워지다' 라는 것은 설령 그것이 잠깐 동안의 환상에 지나지 않는다 하더라도 역시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멋진 것이다." -175


 













 

 클린트 이스트우드 감독의 <미스틱 리버>입니다. 하루키씨는 엄청나게 재미있는 영화였다고 하네요. 저도 보고싶습니다. 클린트 이스트우드는 제가 좋아하는 감독이기도 하고 스릴러영화입니다. 오랜만에 스릴러 영화보고 싶네요.


 푸슈킨의 소설 중 <발사>라는 단편 재미있을 것 같더군요. 어떤 책에 수록되어있는지 모르겠네요.


 마지막은 책에서 가장 좋았던 구절입니다. 


 지금까지 인생에서 정말로 슬펐던 적이 몇 번 있다. 겪으면서 여기저기 몸의 구조가 변할 정도로 힘든 일이었다. 두말하면 잔소리지만 상처 없이 인생을 살아가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그러나 그때마다 거기에 뭔가 특별한 음악이 있었다, 라고 할까, 그때마다 그 장소에서 나는 뭔가 특별한 음악을 필요로 했다.

 어느 때는 그것이 마일스 데이비스의 앨범이었고, 어느 때는 브람스의 피아노 협주곡이었다. 또 어느 때는 고이즈미 교코의 카세트테이프였다. 음악은 그때 어쩌다보니 그곳에 있었다. 나는 그걸 무심히 집어들어 보이지 않는 옷으로 몸에 걸쳤다. 

 사람은 때로 안고 있는 슬픔과 고통을 음악에 실어 그것의 무게로 제 자신이 낱낱이 흩어지는 것을 막으려 한다. 음악에는 그런 실용적인 기능이 있다.

 소설에도 역시 같은 기능이 있다. 마음속 고통이나 슬픔은 개인적이고 고립된 것이긴 하지만 동시에 더욱 깊은 곳에서 누군가와 서로 공유할 수도 있고, 공통의 넓은 풍경 속에 슬며시 끼워넣을 수도 있는 것이라고 소설은 가르쳐준다.

 내가 쓴 글이 이 세상 어딘가에서 그런 역할을 해주었으면 좋겠다. 진심으로. -p218~219

 

 하루키씨의 진심을 읽을 수 있었습니다. 우리는 소설이나 음악을 통해서 자신의 아픔을 다른 누군가와 공유하고 공통의 넓은 풍경 속에 슬며시 끼워넣나 봅니다. 그것은 분명 매우 실용적인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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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galmA 2017-01-23 11:4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클린트 이스트우드 감독 영화의 서늘한 페이소스를 좋아합니다^^ 하루키 씨 키스 얘기 아하하ㅋㅋㅋ

고양이라디오 2017-01-23 16:11   좋아요 0 | URL
서늘한 페이소스~ 그렇군요ㅎㅎ 지금까지 하루키씨를 이렇게 부러워한 적이 없었는데 키스이야기 정말 부럽습니다ㅠ 작가의 의무를 다하다니요ㅠ!!

transient-guest 2017-01-23 13:1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좋아하는 작가를
따라가다가 보면 독서 음악 영화 여행 음식 등 여러 지평이 넓어지는 느낌입니다 ㅎㅎ
그런 의미에서도 하루키는 참 좋아요

고양이라디오 2017-01-23 16:08   좋아요 0 | URL
말씀에 공감합니다^^ 하나 더 추가하면 달리기까지도요^^

해피북 2017-01-23 16:0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책을 읽다보면 등장하는 영화나 음식, 음악을 찾아보곤 하는데 고양이라디오님도 이렇게 좋아하는 부분을 찾아 기록하시는게 좋았습니다. 저는 아직 하루키씨를 제대로 만나본 적이 없는데 글을 읽으니 막 이 책을 읽어보고 싶어지네요^^ 어서 빨리 만나봐야겠습니다 ㅎㅎ

고양이라디오 2017-01-23 16:14   좋아요 1 | URL
단편소설도 좋고, 장편소설도 좋고, 이런 소소한 에세이집도 좋고, 여행기도 좋아요~ㅎㅎ 꼭 만나보세요. 하루키씨와는 더러 안맞는 분들도 있더라고요. 왠지 해피북님은 맞으실거 같다는ㅋ

해피북님도 저랑 비슷하시군요. 저도 음식, 음악은 좀 덜하지만 책이나 영화는 찾아보는 편이예요ㅎ 특히 하루키씨가 추천하는 건 좀 더 우선순위를 두고요^^

북프리쿠키 2017-01-23 16:5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하루키 글은 맑은 장국처럼 맛있습니다.^^;

고양이라디오 2017-01-23 17:23   좋아요 1 | URL
하루키씨는 자신의 에세이를 맥주회사에서 만드는 우롱차라고 비유했는데요, 맑은 장국, 우롱차 그런 느낌이예요ㅎ

서니데이 2017-01-23 17:0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하루키 에세이는 소설과는 느낌이 또 다르고 재미있어서,
소설은 좋아하지 않지만 에세이는 좋아한다는 분도 계시더라구요.
고양이라디오님 추운날이예요.
따뜻하고 좋은 저녁시간 보내세요.^^

고양이라디오 2017-01-23 17:24   좋아요 1 | URL
소설보다는 에세이쪽이 아무래도 편안하고 대중적인것도 같아요ㅎ
네~ 오늘 무척춥네요. 서니데이님도 따뜻하게 보내세요~
 

1.

 어제 영화를 봤습니다. 최근 개봉한 화제작 <너의 이름은> 이었습니다. 주위 호평도 있고, 해피북님도 극찬하셔서 보게되었습니다. 기대했는데 기대를 가뿐히 뛰어넘는 명작이었습니다. 거장 신카이 마코토의 이름을 기억하게 되었습니다. <초속 5cm>의 감독입니다. 그의 작품을 모두 보고 싶습니다. 영상이 아주 감성적이고 좋았습니다. 스토리, 유머, 연출 등 모두 좋았습니다. 특히 감성을 자극하는 점이 가장 좋았습니다. 이 영화를 저의 인생영화로 등록했습니다. 엔딩크레딧이 다 올라갈때까지 자리를 뜰 수 없었습니다. 아참! 음악도 아주 좋습니다. 





























2.

 2월 2일 개봉하는 <컨택트> 기대됩니다. 팟캐스트 <지대넓얕>을 듣다가 알게되었는데 현존하는 최고의 SF작가 테드 창의 <당신 인생의 이야기>를 원작으로 한 작품입니다. 그리고 심지어 감독은 <시카리오>, <그을린 사랑> 의 영화감독 드니 빌뇌브입니다. 원작과 감독 모두 제가 너무 좋아하는 작품과 감독이라서 영화가 무척 기대됩니다. <시카리오>, <당신 인생의 이야기> 모두 강력 추천하는 작품들입니다. 후회안하실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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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르케스 찾기 2017-01-23 13:5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너의 이름은.˝ (이 영화는 마침표까지가 제목입니다ㅋ)와 벚꽃이 떨어지는 속도 ˝초속5cm˝는 저도 잔잔하게 잘 본 영화입니다 ^^
˝컨텍트˝도 미지와의 조우와 오래전 같은 제목의 영화 컨텍트도 생각나게 했던 영화구요ㅋㅋ
컨텍트는 다소 지겨울 법도 하겠지마는,, 사실 컨텍트라는 제목보다는 원작의 제목이 더 내용과 부합되지 않나,, 제 개인적인 생각입니다ㅋㅋ
컨텍트하면 왠지 액션이나 뭐 그런 느낌이 나서ㅋ ˝당신 인생의 이야기˝,, 란 제목의 느낌이 맞을 것 같아요. 차분하고 다소 지겨울 수 있는 분위기ㅋㅋㅋ
와~~ 시카리오, 그을린 사랑까지,, 보셨구나,,,
저도 재밌게 봤습니다 ^^

오늘도 감사히, 잘 읽고 갑니다 ^^

마르케스 찾기 2017-01-23 13:53   좋아요 1 | URL
요즘 영화관에 있는 영화 중에,,,
저는 ˝나 다니엘블레이크˝와 ˝라라랜드˝ 인도영화 ˝라이언˝(비슷한 내용의 인도영화 ˝카쉬미르의 소녀˝도 같이, 사실 라이언보다 이 영화가 더 좋았어요ㅋ) 요새 영화가 볼 만한 것이 없다 싶으실 때ㅋㅋ보시면,,,,

고양이라디오 2017-01-23 16:21   좋아요 0 | URL
크~ 영화추천까지 해주시고 감사합니다. <나 다니엘브레이크> 보고 싶은 영화인데 지방이라... 개봉관이 없어서 못봤어요ㅠㅠ <라라랜드> 재밌게 봤습니다.

인도영화 <라이언>, <카쉬미르의 소녀>도 기대되네요. 인도영화 좋아합니다^^ <내 이름은 칸>, <세얼간이>, <피케이>, <슬럼독 밀리어네어>, <파이이야기> 등 좋아합니다. <내 이름은 칸>, <파이이야기>는 인도영화가 아닌거 같기도 하지만요ㅎ 최근에 <무한대를 본 남자>, 인도의 수학천재 이야기도 재밌었고요.

저도 마르케스 찾기님 의견에 동의합니다. <컨택트>보다는 <당신 인생의 이야기>가 더 원작이랑 잘맞는거 같아요ㅎ 왠지 <컨택트>는 <콘택트> 팬들을 노린거 같다는. 저도 <콘택트>가 재개봉했나? 리메이크됐나? 하고 관심가지고 봤어요ㅎ

아직 <그을린 사랑>은 못봤어요ㅠ 보고싶은 영화입니다ㅋ

마르케스 찾기 2017-01-23 16:46   좋아요 1 | URL
풋풋했던 조디포스터 ˝contact˝ㅋㅋ
컨택트 콘택트,,,
이 영화 컨택트를 감독은 ˝arrival˝로 하려고 했다죠,,
그러게요 파이이야기와 내이름은 칸은 인도영화라기보다는 미국 물이 지나치게 많이 들어갔죠ㅋㅋ
카쉬미르의 소녀는 인도 본연의 영화 맞습니다ㅋ 라이언과 비교하며 보셔도 좋을 듯하여ㅋㅋㅋ
슬럼독, 무한대, 피케이, 세얼간이,,,그쵸!! 인도뿐아니라 세계각국에 좋은 영화가 수없이 많은 데, 영화관에는 온통 미국 헐리우드 상업영화만 상영관을 몇개씩 차지하고 있으니,,,
그래서 저는 영화제를 찾아다니며 보는 걸 좋아합니다 ^^

고양이라디오 2017-01-23 17:25   좋아요 0 | URL
정말 헐리웃영화만 판을 치는거 같아요. 프랑스라던가 유럽쪽 영화도 좋은 영화가 많더라고요. 영화의 세계도 책의 세계만큼이나 넓은 거 같습니다ㅋ

해피북 2017-01-23 15:5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살아가면서 인생 영화가 있다는 사실은 참 멋진거 같습니다. 좋은 영화를 공유할 수 있게 된 점도 좋고요 ㅎㅎ 엔딩 크레딧이 올라갈때까지 앉아 계셨다니 고양이라디오님의 감성도 느껴지는 듯 합니다 ㅎㅎ<당신 인생 이야기>는 저도 기회가 된다면 보겠습니다. 즐거운 오후 시간 보내셔요^^

고양이라디오 2017-01-23 16:22   좋아요 0 | URL
인생영화를 추가할 수 있다는 건 정말 멋지고 행복한 일이죠^^ 해피북님 덕분에 좋은 영화 잘 봤습니다! <컨택트>, <당신 인생 이야기> 모두 추천입니다. 즐거운 월요일 되세요^^
 

쇼팽을 기다리는 사람
박시하 지음, 김현정 그림 / 알마 / 2016년 12월












 좋은 문장들이 많았다. 더 많이 건져냈어야 하는데, 후반부는 급하게 읽어서 그러지 못했다. 역시 시인은 글을 참 잘 쓴다는 생각이 들었다. 좋았던 글들을 기록해본다. 박시하시인이 쓴 쇼팽의 삶과 음악이야기다. 시처럼 음악처럼 쓰인 산문이다.


 "음악의 이미지. 쇼팽의 이미지들은 흰색에 가깝다. 그의 음악이 하늘의 별처럼 검은 바탕 위에 하얀 빛으로 흩뿌려지는 것 같다는 생각을 종종 한다. 빛나는 음, 하얀 발로 검은 모래 위를 걸어가는 것. 선율이 그리는 그림" -p19


 앙드레 지드는 "쇼팽은 제안하고, 가정하고, 넌지시 말을 건네고, 유혹하고, 설득한다. 그가 딱 잘라 말하는 일은 거의 없다" 고 말했다. -p19


 "그러나 기다리는 마음처럼 굳건한 것이 또 있을까. 기다림의 기쁨은 대상이 왔을 때의 감격에 있기보다는, 오히려 기다린다는 행위의 그 끈질김에 있는 것 같다. 기다릴 무언가가 있을 때, 비로소 행복하다. 그 대상에 집중하며 모든 감각이 깨어나고, 모든 권태가 사라지고, 세계가 서늘하게 선명해진다." -p36


 아직 오지 않은 삶의 묘연한 순간들은 얼마나 많은가. 아직 내가 만나지 못한 나의 문장들, 나의 시를 기다린다. 쇼팽이 기다렸듯이, 하나하나의 빗방울들이 공중에서 맺혔다가 이윽고 땅으로 떨어지듯, 그렇게 나에게 다가올 많은 순간들을, 마치 "삶 속의 어린아기" 같은 순간들을. 


 온기가 빠져나간 사랑에 미련을 갖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지만, 이별은 사람으로 하여금 끝나버린 사랑의 장소에 다시 서 있게 만든다. 이별의 일은 그런 일이다. 이미 내려왔고 다시는 오를 수 없는 사랑의 언덕 주변을 끊임없이 서성대는 것. 한때는 늠름하고 무성하게 자라났지만, 모든 꽃을 떨어뜨리고 열매도 맺지 못한 채 이제는 죽어버린 나무에게 또다시 물을 주고, 소용없을 줄 알면서도 그 나무를 자꾸만 찾아가는 것. 다시는 잎이 돋을 리 없는 앙상한 나뭇가지를 한없이 쓰다듬는 것. -p104

 

 이 글이 가장 마음에 와닿고 좋았다. 이별의 일은 사랑의 언덕 주변을 끊임없이 서성대는 것. 


 "이별의 일은 슬픔의 골짜기를 헤매면서 버려진 나를 구원하는 일이었다." -p108


 안개를 통해 보이는 저 풍경 즐겁지 않은가.

 창공에 별 태어나고, 창마다 불이 켜지고, 

 강물 같은 검은 연기 하늘에 솟아오르고,

 파리한 달빛 흘리듯 쏟아진다.

 나는 이렇게 봄 그리고 여름 그리고 또 가을들이 오는 것 보리라.

 그리고 단조로운 눈이 내리는 겨울이 오면,

 온 방의 덧창을 닫고 휘장을 내려

 밤 속에 내 동화 같은 궁전을 세우리                                    -p116


  보들레르가 밤을 찬양한 시다. 이 책에서 가장 좋았던 시다. 창공의 별. 파리한 달빛. 동화 같은 궁전. 이미지가 그려지는 아름다운 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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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팽을 기다리는 사람 - 흰 건반 검은 시 활자에 잠긴 시
박시하 지음, 김현정 그림 / 알마 / 2016년 12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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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랜만에 시를 만났다. 이 책은 시로 쓴 산문이지만, 시처럼 음악처럼 느껴졌다. 시인 박시하. 그리고 그가 사랑한 천재 음악가 쇼팽. '활자에 잠긴 시'는 알마출판사에서 나온 산문시리즈다. 시리즈 중 첫 선을 보인 책이 바로 이 <쇼팽을 기다리는 사람>이다. 앞으로 어떤 작품들이 나올지 기대된다. 올리버색스는 나도 좋아하는 작가인데, 그가 시리즈로 나오면 보고 싶다.

 

 시인 박시하가 언어로 쇼팽을, 그의 사랑과 삶과 음악을 노래했다. 책을 읽으면서 유투브에서 쇼팽의 음악을 찾아들으면서 읽었다. 이 책은 이렇게 읽어야 한다. 시인이 이야기하는 쇼팽의 곡들을 따라들으면서 같은 감성으로 음악을 듣고 글을 읽었다. 쇼팽은 화려하다. 화려함 뒤에 슬픔이 감춰져 있다. 아니 슬픔을 감추지 않고 기쁨으로 승화시켜 노래한다. 고통을 행복으로 이야기한다. 쇼팽은 많이 아팠고 많이 슬퍼했지만 많이 사랑했다. 그의 음악에는 사랑이 담겨 있다. 음악에 대한 사랑, 조국에 대한 사랑, 여인에 대한 사랑. 자신의 운명에 대한 사랑. 실패한 사랑노래들. 슬프지만 희망이 담긴 노래들. 

 

 정말 오랜만에 시를 읽었다. 그리고 쇼팽을 들었다. 나는 책과 독서를 좋아하지만 시는 잘 읽지 않는다. 내게 시는 어렵고 낯설다. 시를 노래하는 시인의 감성에 젖어들기가 힘들다. 책에서 나는 감성과 운율보다는 정보와 지식을 탐색한다. 때문에 시는 읽기힘들다. 시는 속독이 불가능하다. 천천히 아주 천천히 읽어야 한다. 마치 노래하듯이 읽어야 한다. 감정을 담아서 읽어야 한다. 내게 아직 이런 독서는 익숙치 않고 어렵다. 나는 빠르게 좀 더 빠르게. 술술 책장을 넘기고 싶어한다. 브레이크를 걸고 책을 읽기 힘들다.

 

 하지만 오랜만에 시를 즐겼다. 조급함을 버리고 음악을 들으며 시를 감상했다. 언어의 떨림에 같이 떨었다. 역시 시인은 언어의 연금술사다. 박시하씨가 내뿜는 언어의 조합들은 신선하고 아름다웠다. 간결하고 다채로웠다. 조용하고 깨끗했다. 이렇게 좋은 시인이 있는지 몰랐다. 쇼팽의 음악을 몰랐던 것처럼.

 

 앞으로 시와 음악도 좀 더 즐기고 싶다. 빠르게만 읽는 것만이 독서는 아니리라. KTX, 비행기를 타고 목적지에 빨리 도착하는 것만이 여행은 아니리라. 때론 천천히 자연의 풍광을 즐기면서 걷고 싶다. 햇빛과 달빛을 감상하고 싶다. 가끔은 그런 독서를 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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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피북 2017-01-18 12:4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두 시가 어렵더라고요. 그런데 그 이유가 ‘정보‘와 ‘지식‘의 탐색 때문이란 말씀에 깊이 공감하게 됩니다. 책과 음악, 음악과 시 참 멋진 조합이네요 저도 훗날 천천히 음미 하며 만나봐야 겠어요 ^~^

고양이라디오 2017-01-18 14:05   좋아요 0 | URL
시 어려워요ㅠ 시인이 하는 말이 잘 이해가 안되면 답답해요. 차라리 시 해설서는 재밌게 읽을 것 같아요ㅠㅋ
 















 시간여행은 가능할까요? 우주가 여러 개 라는데 정말일까요? 현재 우주를 설명하는 세 가지 뛰어난 이론이 모두 다중 우주를 지지합니다. 양자물리학, 우주 인플레이션 이론, 그리고 끈 이론은 다중 우주의 존재가능성을 암시합니다. 현재 물리학자들의 90%는 다중우주론을 믿고 있다고 합니다. 하지만 일반인들에게 다중우주는 너무나 허황되고 믿기 힘든 개념입니다. 


 막스 테그마크는 물리학자 동료들의 다중우주 개념에 대한 반응이 "이건 말도 안 되고 나는 이 이론이 싫어" 에서 "나는 이 이론이 싫어" 로 바뀌었다고 말한다. 이는 물리학자들이 다중우주론이 너무나 터무니없어 보이기 때문에 별로 좋아하지는 않지만, 이런 생각에 충분한 근거가 있다고 마지못해 인정하고 있음을 말해준다. -p133


 인류는 점점 변방으로 밀려납니다. 한 때 지구가 세계의 중심, 우주의 중심인지 알고 인간이 신의 자녀라고 알고 있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지구는 태양의 주위를 도는 행성이며 태양계는 은하계의 구석이고, 우주에는 천억개 이상의 은하가 있습니다. 그런데 그런 우주가 수없이 많다니요? 도대체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세계는 얼마나 작은 걸까요? 아무리 상상력을 발휘해봐도 모르겠습니다. 우리는 티끌 오브 티끌 오브... 우주 앞에서 인간은 한 없이 겸손해집니다. 그러면서도 이처럼 작고 약한 존재가 거대한 우주를 이해하고 그리고 있다니 우쭐해지기도 합니다. 다중우주 다음은 무엇이 있을까요? 다중우주를 탄생시키는 수많은 모우주가 있지는 않겠지요? 흥미롭지만 저도 다중우주가 싫습니다! 직관적으로 이해가 되지 않으니까요. 이처럼 크고 거대한 우주가 사실은 수없이 많은 셀 수도 없이 많은 우주 중에 하나일뿐이라니요! 


 다음은 마이클 셔머가 정의한 과학입니다.


 입증이나 반증에 모두 열려 있는 시험 가능한 지식 체계를 구축할 목적으로, 과거나 현재에 관찰되거나 추론된 현상을 기술하고 해석하고자 고안된 일련의 인지. 행동 방법 -p196


 과학의 정의는 참으로 다양하지만 마이클 셔머의 정의 마음에 듭니다. 


 <스켑틱>에서는 책 리뷰도 있어서 좋습니다. 



 

 












 <내 안의 물고기> 유명한 책입니다. 물고기에서 인간까지 35억년의 진화를 이야기한 책입니다. 책 자체도 매우 재미있다고 합니다. 꼭 읽어보고 싶은 책입니다. 그리고 다큐멘터리도 매우 뛰어나다고 합니다. http://www.pbs.org/your-inner-fish/watch/ 에서 감상하실 수 있습니다.


 














더글러스 호프스태터의 <현상과 본질>을 읽고 싶었는데 아쉽게 번역본이 없네요. 대신에 유명한 <괴델, 에셔, 바흐>를 소개하며 글을 마칩니다. 저 책들 아마 저도 당분간은 읽지 않겠지만 매우 좋은 책들로 알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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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17-01-17 17:4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괴델, 에셔, 바흐》 전면개정판이 언제 나올까요? 전면개정판이 나올 때까지 읽고 싶어도 읽지 않을 겁니다.

고양이라디오 2017-01-17 17:59   좋아요 1 | URL
번역에 대한 악평이 상당하군요. 저도 그럼 개정판이 나올 때까지 기다려봐야겠습니다. 근데 과연 나올까요...? 좋은책 같은데 두껍고 어려울 것 같아서 두려운 책이네요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