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르부아르 오르부아르 3부작 1
피에르 르메트르 지음, 임호경 옮김 / 열린책들 / 201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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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가 그동안 책 리뷰를 못 썼던 것은 이 놈, 바로 이 책 때문이었다! 이 책의 리뷰를 어떤 식으로 풀어내야 할지 도무지 감이 오지 않았기 때문이다. 너무 좋았다. 너무 재미있었다. 인상깊었다. 이런 상투적인 표현들 말고, 쓸데없는 줄거리 요약이나 소개말고 이 책의 이야기를 제대로 풀어보고 싶었다. 하지만 역부족이었고, 이 책이 막히니 병목현상처럼 다른 책들은 기약없이 차례를 기다려야했다.

 

 리뷰를 못 쓴 또다른 이유는 이 책을 읽기 전에 붉은돼지님과 곰곰생각하는발님의 리뷰를 읽었기 때문이다. 두 분의 리뷰가 머리 속에 남아있다보니 내 리뷰를 쓸 수가 없었다. 좀 다른 리뷰를 쓰고 싶었다.

 

 그러다 최근에 읽은 김영하작가의 <읽다>에서 모티브를 얻었다. 바로 비극과 희극의 개념에 대해서였다. 아리스토텔레스에 따르면 비극은 잘난놈이 추락하는 이야기고, 희극은 모자란 놈이 잘 되는 이야기다. 고개가 끄떡여졌다. 못난 놈이 추락해봐야 얼마나 추락하겠는가? 잘난 놈이 잘나가다가 자만과 오만때문에 폭삭 추락해야지 비극적이지 않겠는가? 잘나고 똑똑한 한 나라의 왕이 살인자를 추리하다 자신이 살인자요, 아버지를 죽이고 어머니를 겁탈한 죄인임을 깨닫는 정도는 되야 비극이 아니겠는가? 또 잘난놈이 잘되는 이야기가 무슨 재미가 있겠는가. 좀 모자란 놈이 잘되야 희극아니겠는가?

 

 그런데 이 소설 <오르부아르>는 비극과 희극이 공존한다. 비극적 요소와 희극적 요소가 둘다 있다. 덕분에 못난 나도 이 소설의 리뷰를 쓸 힘을 얻었다.

 

 두꺼운 책. 말머리의 괴기한 책 표지. 도서관에서 이 책은 단연 눈에 띄었지만, 어떤 책인지 몰랐었다. 붉은돼지님의 리뷰를 통해서 이 책이 공쿠르상도 받고, 프랑스에서 흥행에도 성공했다는 것과 내가 좋아하는 작가 로맹 가리에게 바치는 책이라는 것도 알게 되었다..(로맹 가리 외 20명 이상에게 바치는 책이지만) 이정도면 충분히 읽어봄직하다. 서론이 길었다. 이제 책 내용이야기로 들어가보자. 

 

 소설의 배경은 세계 1차대전 막바지의 프랑스에서부터 시작한다. 프랑스와 독일의 전선. 곧 끝날 무렵의 전쟁. 병사들도 이 빌어먹을 전쟁이 곧 끝난다는 것을 안다. 여기서부터 죽음은 그야말로 개죽음이다. 병사들은 당연 죽고 싶지 않다. 몇 일 후면 집으로 돌아가는데 누가 총질을 해대고 싶겠는가. 그런데 야욕에 눈이 먼 미친 장교가 공격명령을 내린다. 소설은 그렇게 시작된다. (영화로 만들어도 정말 재미있고 좋은 영화가 나올 것 같다. - 역시나 영화화를 앞두고 있다고 한다.)

 

 소설의 주인공은 네 명이다. 전쟁에 참여한 2명의 병사, 그리고 야욕과 탐욕에 눈 먼 장교 1명, 마지막으로 2명의 병사 중 한 명의 아버지. 2명의 병사 중 한 명은 가난하고 소심한 알베르이고, 다른 한 명은 부잣집 아들이나 아버지에게 인정받지 못하는 에두아르이다. 알베르는 이 소설에 유머를 비롯한 희극적 요소를 가미해주고, 에두아르는 비극을 향해 맹렬히 달려간다. 장교는 욕심부리다 화를 자초하고, 아버지는 스스로 비극적 결말을 종결짓는다. 하지만, 묘하게도 그 결말이 비극적이면서도 희극적이다.

 

 설연휴는 이 책과 함께 했다. 틈만 나면 이 책을 펼쳐들고 읽었고 책에 빠져들었다. 유머러스한 문체도 좋았고, 세상을 향한 조롱과 풍자섞인 글들도 좋았다. 그리고 무엇보다 소설의 전개가 흥미진진해서 다음에 어떤 일들이 벌어질지 궁금해서 책을 손에서 놓을 수가 없었다. 영화로 만들어지면 꼭 보고 싶다. 사실적인 표현들도 좋았다. 가감없이 굉장히 현실적으로 인물들의 말과 행동을 표현했다. 주인공뿐만 아니라 조연들의 개성도 뚜렸하다. 특히나 가장 인상 깊었던 인물은 바로 에두아르와 알베르이다. 굉장히 다른 두 명이지만 서로의 목숨을 구해주면서 엮이게 된다. 두명이 동고동락하는 모습이 참 인간적이다.

 

 알라딘 책 소개에서 처럼 이 책은 정말 "희귀해진 종류의 비극" 이다. 희극을 내포한 비극이며, 희극적인 비극이다. 슬프고 아름다운 이야기다. 웃기고 처절한 이야기다. 빌어먹을 국가에 거대한 엿을 날리는 이 소설. 이런 소설 참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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곰곰생각하는발 2016-03-07 18:4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제가 김영하의 비소설을 좋아합니다. 요점 정리에 대해서 참 재주가 많습니다. 김영하 작가 말이죠... 그가 멜로드라마에 대해 정의한 것도 정말 기가 막혔죠. 멜로는 어긋남의 미학이다.텔레토비처럼 오고가다 자주 만나면 그것은 멜로가 아니다.. 뭐 이런 식이었는데 말이죠.. 탁월...

이 소설도 참 좋죠 ?


김영하 비극 희극 기준..좀 따겠습돠.. 아주 명쾌한 정의라서 말입니다..

고양이라디오 2016-03-07 23:39   좋아요 0 | URL
이 소설 참 좋았습니다ㅎ

저도 김영하씨의 비소설은 참 읽을만하다고 생각하고 좋아합니다.

비극과 희극의 개념정의도 귀에 쏙쏙 들어오더라고요. 그리고 모든 비극의 원인은 자만과 오만이라 하더군요.
저도 조심해야겠습니다ㅠㅋ

cyrus 2016-03-08 11:5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제일 재미있게 읽은 책이 서평을 작성하기가 어려운 것 같습니다. ^^

고양이라디오 2016-03-08 14:25   좋아요 0 | URL
네 맞습니다. 표현력도 부족하고 잘쓰고 싶은 마음때문에 그런 것 같습니다^^

은탱이 2017-02-02 08:3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생생한 후기네요 저도 구매해서 읽어봐야겠어요 좋은글 감사합니다^^

고양이라디오 2017-02-02 20:45   좋아요 1 | URL
두껍지만 자꾸 손이 가는 소설이었습니다. 리뷰를 다시 읽어보니 많이 부족해서 부끄럽습니다. 댓글 감사합니다^^ 딱 1년 전 작년 구정에 읽은 책이네요ㅎ
 

 

 평점 9.5

 감독 아담 맥케이

 출연 크리스찬 베일, 스티브 카렐, 라이언 고슬링, 브래드 피트

 장르 드라마

 

 2007-2008 서브프라임 모기지론, 리먼브라더스 파산, 세계 금융위기를 배경으로 한 영화이다. 아주 좋은 경제 교육 영화이기도 하고, 추악한 금융자본주의의 실체를 보여주는 영화이기도 하다. 그리고 역발상 투자를 한 괴짜천재들의 실화를 다룬 모험담이기도 하다.

 

 경제나 금융도 다른 전문분야와 마찬가지로 배경지식이나 관련 용어들에 익숙하지 않으면 전혀 알아들을 수 없는 먼나라 이야기처럼 느껴진다. 때문에 이 영화에선 배우들이 경제 관련지식을 해설해주는 방식을 부분적으로 취했다. 거품 목욕을 하고 있는 금발미녀나 쉐프, 혹은 라스베거스에서 블랙잭을 하고 있는 경제학자를 해설자로 내세워 쉬운 비유나 예를 들어서 설명을 해준다. 영화의 흐름이 끊기지 않고 적절하고 짤막하게 설명해주고 잘 넘어갔다.

 

 일단 배우진이 굉장히 화려하다. 크리스찬 베일, 스티브 카렐, 라이언 고슬링, 브래트 비트. 주연 조연 할 것 없이 모두 굉장히 연기가 좋았고 인상적이었다. 특히 마크 바움을 연기한 스티브 카렐역활이 좋았고, 크리스찬 베일의 연기도 좋았다. 그리고 이름은 모르겠지만 스티브 카렐의 부하직원으로 나온 짧고 동그란 머리의 아저씨도 연기가 굉장히 좋았다.

 

 금융자본주의의 폐해와 실패를 영상으로 만나보시길 권해드린다. 책으로 알던 지식과 달리 영화를 통해 보는 것아 사뭇 현실적으로 느껴졌다. 여전히 금융자본주의는 비대하고 탐욕에 눈이 멀어있으며 그 폐해는 국민들에게 돌아간다.

 

 혹시 영화를 보실 분들을 위해 배경지식에 대해 간단히 설명을 드리자면, 2007년-2008년 세계 금융위기의 원인은 서브프라임 모기지론 때문이었다. 더 본질적으로는 금융자본주의와 정부의 탐욕과 나태이지만, 일단 겉으로 드러난 현상만 이야기하겠다. 서브프라임 모기지론이란 신용등급이 낮은 사람들의 주택담보 대출을 뜻한다. 은행이나 증권사에서는 직장이 없거나 소득이 없는 CCC등급의 사람들에게도 마구잡이로 주택담보 대출을 해줬다. 그리고 이러한 담보대출을 묶어서 채권을 만들었다. AAA등급과 CCC등급을 섞어서 겉으로는 안전하게 보이게끔 만들었다. 이것이 채권담보증권 CDO이다. 그리고 무서운 것은 CDO로 구성된 합성 CDO를 만들어서 팔았다. 이렇게 합성상품이 합성상품을 낳고 하나의 CDO가 수백개의 합성 CDO로 둔갑해서 팔려나갔다. 주택가격이 오르는 추세였기때문에 사람들은 대출로 주택을 샀고 가격이 오를 것이란 기대로 저렴한 이자를 감수했다. 이자를 못내면 주택을 팔아서 원금과 이자를 모두 갚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주택가격이 계속 오를 수는 없는 노릇이고 주택시장은 포화상태가 되고 주택가격은 조금씩 떨어지기 시작한다. 신용등급이 낮은 사람들이 원리금을 연체하기 시작하고 결국은 은행과 투자은행이 파산하고 그 여파가 세계경제를 뒤흔들었다. 미국에서만 600만명이 집을 잃었다고 한다. 그리고 5조 달러가 증발했다. 달러당 천원을 잡으면 5000조 증발한 것이다.

 

 호러영화보다 무시무시한 실제 과거의 이야기다. 금융자본주의를 살아가는 사람들이라면 한번쯤 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p.s 영화를 보면서 느낀 점은 역시나 모든 문제의 핵심은 사람인 것 같다. 자본주의 제도가 아무리 좋아도, 사회주의 제도가 아무리 훌륭해도 결국 사람이 하는 일은 모두가 매한가지다. 부정과 부패, 어리석음과 이기주의. 탐욕과 속물성. 권위주의와 맹신이 있는한 어떠한 제도도 결국은 위험을 내포하고 있기 마련이다. 물론 이런 위험도 제도나 시스템으로 보완을 할 수 밖에 없지만... 종교나 정치나 경제까지 모두 결국은 사람의 문제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인슈타인의 말이 떠오른다. "무한한 것이 두 가지가 있는데, 하나는 우주고 다른 하나는 인간의 어리석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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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굉장히 오랜만에 알라딘 서재에 글을 쓴 것 같다. 겨우 10일만이라고 하면 할 말이 없지만, 굉장히 오랜만인 느낌이다. 최근에 읽은 책 <읽다>의 리뷰를 썼다. 그동안 책을 많이 읽었고 써야할 리뷰도 산더미만큼은 아니지만 꽤 쌓여있다. 글쓰기보다 책읽기를 더 좋아하는 탓에 리뷰쓰는 것을 미루고 책을 읽었다. 그리고 최근에 일이 있어서 서울에 다녀와서 바쁘기도 했다.  

 

 직장을 옮기게 되었다. 다음 달부터 옮기는데, 앞으로는 지금처럼 책을 많이 못 읽을 것이다. 그게 참 아쉽다. 일반서적보다 전공서적 위주로 봐야할 것 같고, 공부도 많이 해야 할 것 같다. 아직 읽고 싶은 책이 너무도 많은데... 아무리 읽어도 읽고 싶은 책은 늘어만 가고, 도저히 끝이 보이지 않는다. 어차피 가야할 길이라면 너무 서두르지말고 천천히 가야겠다.

 

 북플을 보다보면 일하시면서 책도 많이 읽으시는 분들이 보인다. 참 대단하게 느껴진다. 일과 공부와 책, 이 세가지를 잘 병행할 수 있을지. 나는 본래 극단적인 성격이라 하나만 하는 것을 좋아하는데, 균형을 잘 잡을 수 있을지 걱정이다. 내가 작가였다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러면 원없이 책을 읽을 수 있을텐데. 흠, 작가면 책을 써야되는구나. 책만 읽는 직업은 없나ㅎ? 일도 공부도 책만큼 재미있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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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장소] 2016-03-05 00:2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그러네요..책만 읽는 직업..이라..꿈같아요..읽기만 해도 먹고 살만하다면...^^

고양이라디오 2016-03-05 00:30   좋아요 1 | URL
생각해보니 씨알도 안 먹히는 꿈이네요ㅠ 북토피아에서 살고싶네요ㅠㅋ

[그장소] 2016-03-05 00:31   좋아요 1 | URL
저도 피니스아프리카에(꿈의 장서관) ㅡ에서 살고파요!^^

고양이라디오 2016-03-05 10:41   좋아요 1 | URL
꿈의 장서관이란 단어 멋지네요ㅎ

[그장소] 2016-03-05 10:49   좋아요 0 | URL
움베르토 에코의 소설 ㅡ 장미의 이름 중 수도원에 그 장서관 이 피니스아프리카에 ㅡ였죠?! 세상끝의 장서관 이라던가 ㅡ... 모든 책이 다 모이는 곳 ...그러니 꿈의 장서관 맞죠?!^^

비로그인 2016-03-05 08:3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는 도서관에서 사는 것이 저의 꿈입니다. `^^

고양이라디오 2016-03-05 10:41   좋아요 1 | URL
저도요ㅠㅠㅋㅋ 여유로운 학창시절에 책 좀 읽을껄 그랬어요. 게임만 했네요ㅠ

[그장소] 2016-03-05 10:51   좋아요 0 | URL
ㅎㅎㅎ도서관을 사시면 ㅡ살게될...지도!^^ (엉성한 라임 놀이..사는 것이 꿈 ㅡ여기에 맞춘 라임..이랄까요?^^ㅋ)

cyrus 2016-03-05 09:3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적어도 이삼 일, 길어야 일주일이 지나도록 여기 글을 남기지 않으면 자연스럽게 글을 쓰고 싶은 마음이 생길 겁니다. 저도 한때 학업에 집중한다고 거의 한달동안 알라딘 접속을 안 한 적이 있었습니다. 제가 컴퓨터 게임을 했었으면 알라딘에 글을 남기는 일을 다시 하지 못했을 겁니다. 아무리 바빠도 어떻게든 글을 쓰게 되더라고요. ^^

고양이라디오 2016-03-05 10:43   좋아요 0 | URL
네. 몇일 글을 안남기면 글을 쓰고 싶은 마음이 생기는 것 같아요. 꾸준히 리뷰를 쓰는 습관이 들어서요ㅎ 안쓰면 먼가 숙제가 밀린듯하기도 하고요. 요즘은 바빠서 자꾸 미루게 되네요. 그리고 이왕 쓸 꺼 잘 쓰려는 마음이 있다보니 또 쉽게 글을 못 쓰게 되고 그러네요ㅎㅎ

북다이제스터 2016-03-05 21: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직장 옮기셔도 잼있고 훌륭한 리뷰 계속 기다리갰습니다. ^^

고양이라디오 2016-03-05 23:46   좋아요 1 | URL
북다이제스터님 그런 말씀마십시오ㅎ 훌륭한 리뷰라니요. 그런 말씀하시면 더 리뷰쓰기가 두려워집니다ㅠㅋ

북다이제스터 2016-03-06 21:15   좋아요 0 | URL
직장 옮겨 자주 뵙지 못한다는 말씀에 아쉬워 남긴 글입니다. ^^
그럼에도 자주 뵙고 싶습니다. ^^

고양이라디오 2016-03-07 16:03   좋아요 0 | URL
북다이제스터님을 위해서라도 열심히 읽고 리뷰를 써야겠네요^^ 감사합니다.
 
읽다 (2015년판) - 김영하와 함께하는 여섯 날의 문학 탐사 김영하 산문 삼부작
김영하 지음 / 문학동네 / 2015년 11월
평점 :
절판


 

 왜 읽는가? 책을 읽는 사람들은 누구나 자신만의 이유를 가지고 있을 것이다. 그리고 아마도 다른 사람들은 왜 책을 읽는지, 어떤 책을 읽는지, 어떻게 읽는지 궁금할 것이다.

 

 이 책은 굉장히 읽고 싶었던 책이다. 책이 애용하는 도서관에 없어서 못 읽고 있었는데 다른 도서관에서 빌려 읽게 되었다. 나는 요즘 책을 별로 사지 않는다. 주로 소장하고 싶은 책과 전공도서 위주로 사려고 하다보니 대부분의 책들은 도서관에서 빌려 읽는다. 때문에 보고 싶은 책들을 이렇게 오랜시간 후에 읽게 되는 경우도 있다.

 

 김영하작가의 <말하다>를 굉장히 재미있게 읽었었다. 김연수작가의 <소설가의 일>만큼이나 좋았다. 작가가 이야기하는 문학이야기는 정말 재미있다. <말하다>를 읽고 김영하작가의 소설 <살인자의 기억법>을 읽었는데, 에세이 보다 별로였다. 매우 빠르게 읽히고 전반적으로 좋긴 했는데, 먼가 결말의 반전과 함께 책이 끝나버리는 느낌이었다.

 

 <읽다>는 오로라^^님의 리뷰를 보고 난 후 무척이나 있고 싶었었다. 오르한 파묵이라는 작가가 이야기한 '중심부 찾기'라는 개념이 굉장히 흥미로웠다. 소설가는 소설 속에 '중심부'를 숨겨 두고 독자는 책을 읽으면서 그 중심부를 찾아간다는 이야기였다. 하지만, 그런 중심부가 없는 소설들도 있다. <마담 보바리> 라던가, <롤리타>는 작가가 그런 '중심부찾기'를 거부하고 소설 그 자체, 이야기중심의 소설을 썼다. 진부한 교훈은 접어두고 소설 속 인물, 대화, 상황을 즐기고 음미할 수 있는 소설을 썼다.

 

 나는 개인적으로 소설에 '중심부'가 있든, 없든 모두다 좋다고 생각한다. 가끔은 '중심부'를 찾지 못해서 헤매도 좋고, '중심부'를 발견해서 기뻐해도 좋고, '중심부' 따위는 신경쓰지 않고, 소설을 즐기는 것도 좋아한다.

 

 <이방인>과 <좀머씨 이야기>는 중심부를 찾지 못하고 헤맸던 소설들이다. 무라카미 하루키의 소설들은 '중심부' 따위는 신경쓰지 않고 즐겁게 읽었다. 하지만 재독을 하게 되니 '중심부'를 발견하는 기쁨들도 누릴 수 있었다.

 

 도스토예프스키의 <죄와 벌>과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은 중심부를 발견했다고 생각했는데, 그 중심부가 미로인 경우이다. <죄와 벌>은 죄와 벌의 문제, 신앙과 구원의 문제, 정의의 문제 등의 중심부를 발견했는데, 그 중심부가 너무 크고 깊은 문제여서 오히려 중심부에서 헤매게 되었다. 하지만 <죄와벌>은 소설 그 자체만으로도 너무도 재미있었다.

 

 최근에 읽고 있는 스티븐 킹의 <언더 더 돔>도 '중심부' 가 조금 보이긴 하지만, 전혀 신경쓰지 않고 읽어도 너무도 재미있게 술술 읽히는 책이다. 왜 스티븐 킹이 베스터 셀러 작가인지 알게 되었다. 그의 책은 처음 읽어보았는데, 벌써 팬이 되었다. 그리고 스티븐 킹의 <유혹하는 글쓰기> 라는 책을 읽고 재미있는 소설이란 어떤 것인지도 알게 되었다. 나는 플롯 중심보다 스토리 중심의 소설을 훨씬 좋아하는 것 같다. 작가가 미리 전체적인 플롯을 짜고 이야기를 만든 것보다 등장인물과 초반의 이야기만 설정해 놓고 이야기를 만들어 간 것을 더 좋아한다. 스티븐 킹과 무라카미 하루키는 후자이다. 소설을 쓰면서 등장인물들이 자연스럽게 이야기를 만들어가고 이끌어 나간다. 결말을 미리 계획해 놓고 소설을 쓰지 않는다.

 반면에 <살인자의 기억법>은 플롯중심의 소설 같았다. 미리 결말을(반전으로) 정해놓고 소설을 맞추어 놓은 것이다. 이런 소설은 그 반전이 너무도 예상 밖이거나 충격적이지 않으면 크게 감흥이 오지 않는다. 영화 <식스센스>를 넘는 반전이 아닌 이상 모두다 식상할 뿐이다.

 

 총 6편으로 구성된 즐거운 문학수업이었다. 소설가의 소설이야기는 언제나 즐겁다. 이 책에 소개된 고전들을 읽어봐야겠다.

 

 독서는 왜 하는가? 세상에는 많은 답이 나와 있습니다. 저 역시 여러 이유를 갖고 있습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독서는 우리 내면에서 자라나는 오만(휴브리스)과의 투쟁일 겁니다. 저는 호메로스의 <오디세이아>와 소포클레스의 <오이디푸스왕>을 읽으며 '모르면서도 알고 있다고 믿는 오만'과 '우리가 고대로부터 매우 발전했다고 믿는 자만'을 발견하게 되었습니다. 이렇게 독서는 우리가 굳건하게 믿고 있는 것들을 흔들게 됩니다. 독자라는 존재는 독서라는 위험한 행위를 통해 스스로 제 믿음을 흔들고자 하는 이들입니다. 비평가 해럴드 블룸은 <교양인의 책 읽기>의 서문에서 이렇게 말한 바 있습니다. "독서는 자아를 분열시킨다. 즉 자아의 상당 부분이 독서와 함께 산산이 흩어진다. 이는 결코 슬퍼할 일이 아니다." -p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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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티븐 킹의 소설 <언더더 돔>과 동명 미드 모두 보신 분 혹시 있으신가요?

둘 다 보고 싶은데... 워낙 방대한 양이라 하나만 볼까해서요.

혹시 보신 분 조언 부탁드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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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다이제스터 2016-02-24 21:4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전 미드만 전부 봤습니다.
사람마다 취향이 달라 말씀드리긴 뭐하지만,
제게 별로인 미드였습니다. 개연성과 공감성이 무척 낮았습니다. 아무리 SF인걸 감안해도요.
미드 초반 한두 편 보시고 결정하시는 것도 나쁘지 않을 거 같습니다.

고양이라디오 2016-02-24 22:01   좋아요 1 | URL
답변 감사합니다ㅎ
책을 빌려서 읽어봤는데요. 1권 반쯤 읽고 있는데 앞으로 어떻게 이야기가 전개될지 궁금해서 계속 읽게 되네요ㅎ

북다이제스터 2016-02-24 22:13   좋아요 1 | URL
궁금증 유발이 그 미드, 그 책의 최대 장점일 듯 합니다. 즐건 독서 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