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점 9

 감독 크리스토퍼 놀란

 출연 핀 화이트헤드, 마크 라이런스, 톰 하디, 해리 스타일스, 아뉴린 바나드, 톰 글린 카니, 잭 로던, 배리 케오간, 케네스 브래너, 킬리언 머피

 장르 액션, 드라마, 스릴러, 전쟁

 

 

 최근에 개봉한 영화이니만큼 솔직한 리뷰를 써보자. 일단 내가 가장 좋아하는 감독은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이다. <메멘토>를 시작으로 그의 개봉 영화들을 전부 봤다. <다크나이트>, <인셉션>, <인터스텔라>는 내가 가장 좋아하는 영화들 중에 하나이다. 그런 그의 신작 영화였기에 기대가 컸다. 그래서 왕십리 CGV 아이맥스관에서 봤다. 놀란 감독 영화는 아이맥스관에서 보시길 추천드린다.

 

 영화의 배경은 세계 2차 대전 중 '덩케르크 탈출 작전' 이다. 독일군에게 밀려 해변에서 탈출하기만을 기다리고 있는 40만 명의 영국, 프랑스군. 점점 접혀오는 포위망에서 과연 그들은 탈출할 수 있을지.

 

 간단히 이야기하자면 재미있었다. 무척 재미있었다. 영상이 아주 생생했다. 현장감이 극에 달했다. 병사들의 공포와 전쟁의 무서움이 실감나게 다가왔다. 연출과 편집도 크게 칭찬해주고 싶다. (여기서부터 약간의 스포가 있습니다.) 이야기의 시점은 3가지 시점으로 각기 다른 시간대에서 출발해서 마지막 한 곳에서 만난다. 이 부분이 좋았다. 마치 옴니버스 구성 같았다.

 

 이 영화에 대한 불평으로 주연배우가 너무 많다는 불만이 있다. 뚜렷한 주인공 1인이 없이 많은 사람들이 주연급 배우이다. 같이 본 친구도 이 부분이 자신의 스타일과 맞지 않는다고 했다. 하지만 나는 오히려 이 부분이 좋았다. 전쟁을 표현하는 방식으로는 이 부분이 더 맞지 않을까?

 

 그럼에도 내가 그리 높은 평점을 주지 못하는 이유는 (9점이나 줬지만 놀란 감독의 영화치고 높게 주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약간의 전쟁미화라고나 할까? 감독이 전하는 메시지가 너무나 진부했기 때문이다. 물론 이부분이 감동을 자아내는 부분이긴 하지만 내게는 다소 진부하게 느껴졌다. (옆 자리 여성분이 계속 훌쩍거리셔서 오히려 상대적으로 더 그렇게 느낀게 아닌가 싶다.) '평범한 사람들이 진정한 영웅이다.' 라던가 '전쟁에서 패배해서 탈출했지만 살아남은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라던가. 물론 이런 메시지에 대해서 논하는 것은 아니다. 이런 메시지가 틀렸다던가 그런 문제가 아니라 놀란 감독이 이런 메시지를 던지는게 굉장히 어색하다는 것이다.

 

 지금까지 그의 작품은 메시지를 던져준다기 보다는 관객들이 스스로 생각하게끔 했다. 열린 결말이라던가 앞으로의 미래가 궁금하게 한다던가 철학적인 생각거리를 던진다던가 하는 방식이었는데 이번 에는 영화가 끝나는 순간 사고도 끝났다. 더이상 생각할 거리가 없었다. 재밌었다. 감동적이었다. 그걸로 끝나는게 조금 아쉬웠다.

 

 스펙타클한 전쟁영화를 기대하고 가시는 분들은 실망할 수 있을 것이다. 주인공 한 명이 독점적으로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영화를 기대하고 가시는 분들도 실망할 것이다. 진짜 피 튀기고 인간의 광기와 어두운 면을 보길 원하는 관객들도 실망하실 것이다. 하지만 그런 기대없이 가시는 분들은 만족하고 나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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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렇게 소설을 읽으면서 좋았던 부분을 다시 글로 써보니 좋습니다. 아래 305p 글은 마지 음악처럼 리듬감이 넘칩니다. 오랜만에 하루키의 장편 소설을 만나서 무엇보다 반가웠습니다. 이제 작별의 시간입니다. 다음 번에 좀 더 가벼운 에세이로 하루키를 만나볼까 합니다. <기사단장 죽이기>에 이어서 <저녁 무렵에 면도하기>를 읽을 생각입니다. 뭔가 라임이 맞네요.

 

 시간이 흐른 뒤 돌이켜보면 우리 인생은 참으로 불가사의하게 느껴진다. 믿을 수 없이 갑작스러운 우연과 예측 불가능한 굴곡진 전개가 넘쳐난다. 하지만 그것들이 실제로 진행되는 동안에는 대부분 아무리 주의깊게 둘러보아도 불가해한 요소가 전혀 눈에 띄지 않는다. 우리 눈에는 쉼없이 흘러가는 일상 속에서 지극히 당연한 일이 지극히 당연하게 일어나는 것처럼 비치는 것이다. 그것은 어쩌면 도무지 이치에 맞지 않는 일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치에 맞는지 아닌지는 시간이 흐르고 나서야 비로소 드러난다. -p95

 

 필요한 만큼 시간이 흐르면 그 정체를 절로 깨닫게 될 것이다. 그때까지 기다려야 한다. 전화벨이 울리기를 참을성 있게 기다리는 것처럼, 그리고 참을성 있게 기다리려면 나는 시간을 믿어야 한다. 시간이 내 편이 되리라고 믿어야 한다. -p294 

 

 우리가 부부관계를 정식으로 끝낸 뒤에도 친구로 지낸다는 것은 나로서는 도저히 생각할 수 없는 일이었다. 부부로 지낸 육년의 세월 동안 우리는 아주 많은 것을 공유했다. 많은 시간, 많은 감정, 많은 말과 많은 침묵, 많은 고민과 많은 판단, 많은 약속과 많은 포기, 많은 열락과 많은 권태, 물론 서로 입 밖에 꺼내지 않고 속에만 품고 있던 비밀도 없지는 않았으리라. 그러나 우리는 그렇게 숨기는 것이 있다는 감각까지도 제법 현명하게 공유해왔다. 거기에는 시간만이 배양할 수 있는 '자리의 무게' 가 존재했다. 우리는 그런 중력에 요령 있게 몸을 맞추고, 미묘한 균형을 잡으며 살아왔다. 도한 우리의 독자적인 '로컬 룰' 같은 것도 몇 가지 있었다. 그것을 모조리 없던 셈 치고, 그곳에 존재하던 중력의 균형이나 로컬 룰을 배제하고서, 그저 단순한 '좋은 친구' 따위가 될 수 있을 리 없다. -p305

 

  진실이 사람에게 얼마나 깊은 고독을 가져오는지 -p4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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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제는 즐거운 하루였습니다. 제가 가장 좋아하는 작가 하루키의 책을 다 읽고, 가장 좋아하는 영화감독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덩케르크>를 왕십리CGV 아이맥스관에서 관람했습니다.

 

 책을 빨리 읽는 것이 그렇게 좋은 일은 아닌거 같습니다. 예전에 <1Q84>를 읽었을 때는 3권이긴 했지만 훨씬 오랜 시간을 하루키 월드에서 보냈었는데, 이번에는 생각보다 일찍 하루키 월드가 끝나버렸습니다.

 

 <기사단장 죽이기>와 <덩케르크>를 본 감상 중 공통점은 '굉장히 재밌게 잘 봤지만 예전 작품들이 더 좋았다' 라는 점입니다. 다시 언제 그들의 새 작품을 감상할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생각만해도 기분좋고 설렙니다. 다음에 또 만나요^^

 

 

 아마다는 한숨을 쉬었다. "지금까지는 나 자신을 꽤 평범한 인간이라 생각하고 살아왔는데 말이야."

 "그건 좀 위험한 생각인지도 몰라."

 "스스로를 평범한 인간이라고 생각하는 게?"

 "나는 평범한 인간입니다. 라고 자기 입으로 말하는 인간을 믿어서는 안 된다고 스콧 피츠제럴드가 무슨 소설에 썼지."

 아마다는 한동안 내 말을 생각했다. "그 말은 '아무리 범용할지라도 대체할 수 있는 사람은 없다' 는 뜻이야?"   

 "그렇게 말할 수도 있겠지." -p305

 

 저도 스콧 피츠제럴드의 말에 동의합니다. 저도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평범한 사람은 한 번도 만나보지 못했습니다. 인간은 누구나 독특한 개성을 가지고 있고 대체불가능합니다.

 

  "요즘 들어 드는 생각인데." 유즈가 말했다. "나는 물론 내 인생을 살고 있지만, 그 안에서 일어나는 거의 모든 일은 나와 상관없는 데서 멋대로 결정되고 진행되는 건지도 모르겠다 싶어. 다시 말해 나는 언뜻 자유의지를 지니고 살아가는 것 같지만, 정말로 중요한 일은 무엇 하나 직접 선택하지 못하는지도 몰라. 임신해버린 것도 그런 현상 중 하나가 아닐까 싶어." -p581

 

 공감가는 말입니다. 저도 문득 그런 생각이 들 때가 있습니다. 과연 내가 선택하는 것이 나의 자유의지대로 선택하는 것인가. 지나놓고 보면 나에게 과연 다른 선택지가 있었나 싶을 때가 있습니다.

 

 "이 세계에 확실한 건 아무것도 없는지 몰라." 내가 말했다.

 "하지만 적어도 무언가를 믿을 수는 있어."

 그녀가 미소지었다. 그날 대화는 그렇게 끝났다. -p584

 

 <흰색 스바루 포레스터의 남자>가 소실된 사실은 딱히 아쉽지 않았다. 나는 언젠가 다시 한번 그 초상화에 도전할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나 자신을 보다 확고한 인간으로, 보다 큰 화가로 만들어야 한다. 다시 한번 '내 그림을 그리고 싶다' 는 기분이 들었을 때 나는 전혀 다른 방식과 전혀 다른 각도로 '흰색 스바루 포레스터의 남자' 의 초상을 그리게 될 것이다. 그 그림은 어쩌면 나의 <기사단장 죽이기>가 될지도 모른다. 만약 그런 일이 실현된다면, 나는 아마다 도모히코에게서 귀중한 유산을 물려받았다고 할 수 있으리라. -p592

 

 왠지 무라카미 하루키의 이야기처럼 들렸습니다. 그는 장편 소설을 쓰는 사이에 단편 소설이나 에세이, 번역 일을 합니다. 그러다가 장편 소설이 쓸 준비가 되면 장편 소설을 쓰기 시작합니다. 앞으로 하루키씨가 다시 재충전해서 새로운 작품으로 돌아오길 기대합니다. 그 작품이 그의 또다른 <기사단장 죽이기>가 되기를.

 

  그래도 나는 멘시키처럼 되지 않는다. 그는 아키가와 마리에가 자기 아이일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는 가능성의 밸런스 위에 자신의 인생을 구축하고 있다. 두 가지 가능성을 저울에 달고, 끝나지 않는 미묘한 진동 속에서 스스로의 존재 의미를 찾아내려 한다. 그러나 나는 그렇게 귀찮은(적어도 자연스럽다고는 하기 힘든) 작업에 도전할 필요가 없다. 나에게는 믿는 힘이 있기 때문이다. 비록 좁고 어두운 장소에 갇힌다 해도, 황량한 황야에 버려진다 해도, 어딘가에 나를 이끌어줄 무언가가 존재한다고 순순히 믿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것이 내가 오다와라 근교의 산머리 집에서 살면서 몇 가지 예사롭지 않은 체험을 통해 배운 점이었다. -p597

 

  이 문단이 이 소설이 이야기하고자 하는 바가 드러난다고 생각합니다. 작가 하루키가 소설의 형태를 빌려 이야기 하고 싶었던 건지도 모릅니다. 우리는 누군가와 연결되어 있다는 것. 어딘가에 나를 이끌어줄 무언가가 존재한다는 점. 그것을 저도 믿어보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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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키 작가의 팬입니다. 아직 완독하진 못했지만 거의 다 보았습니다. 친숙하면서 새로운 하루키 월드입니다. 덕분에 즐거운 독서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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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단장 죽이기 1 - 현현하는 이데아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홍은주 옮김 / 문학동네 / 201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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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쩌면 나는 하루키의 장편 소설을 애타게 기다려왔는지도 모른다. 그의 신간을 기다리면서 그 기다림을 달래보고자 그의 예전 작품들을 계속해서 읽었는지도 모르겠다. <1Q84> 이후 7년. 7년 밖에 시간이 안 지났다는 게 신기하다. <1Q84>를 읽던게 10년도 더 넘은 옛날 일처럼 느껴진다. 지난 7년을 돌이켜보니 정말 많은 일들이 있었다. 사랑, 이별, 상실이 있었다. 멈출 수 없는 운명의 수레바퀴처럼 계속해서.

 

 이번 작품 역시 훌륭하다. 훌륭한 이데아와 훌륭한 메타포로 무장했다. 늘 그렇듯이 그의 소설은 현실과 비현실을 넘나든다. 그리고 아내와의 이별이 있고 13살의 아름다운 소녀가 있다. 유부녀와 섹스를 하는 주인공이 있다. 그리고 마치 하루키를 닮은 듯한 주인공이 등장한다. 이번에 주인공은 화가다. 화가로써 그림을 그리는 주인공의 방식과 사고가 하루키의 작업 방식과 사고와 닮았다는 생각이 계속해서 들었다. 아무튼 이번에도 그는 화가라는 직업과 그림이라는 작품에 대해 더할나위 없이 잘 묘사했다. 마치 그가 음악가와 음악에 대해 묘사해왔던 것처럼.

 

 1권을 읽었고 지금 2권의 중반쯤을 읽고 있다. 엄청난 몰입감이나 긴박감이 있진 않다. 그래도 소설은 부드럽게 술술 읽힌다. 얌전하지만 확고한 저력이 느껴지는 작품이다. 결코 서두르지 않는다. 초반부는 천천히. 그리고 점점 빠르게.

 

 아직까지 소설의 전체상이 잡히지 않는다. 2권 까지 다 읽어야지 전체상이 그려질 꺼 같다. 어쩌면 예술에 대해 이야기한 소설인지도 모르겠다. 혹은 늘 그래왔듯이 상실과 재생에 대해서. 혹은 역시 늘 그래왔듯이 폭력과 사회시스템에 대해서.

 

 어쨌든 이야기는 폭발한다. 격렬하진 않지만 부드럽게 폭발한다. 이야기는 걷잡을수 없이 흘러간다. 현실에 비현실을 겹쳐서. 주인공은 사건에 휘말리지만 역시 제대로 중심을 잡고 스텝을 밟고 있다. 하루키 소설의 주인공들은 실로 멋지다. 평범해보이지만 신뢰할 수 있는 친구들이다. 제대로 자신의 퍼스낼리티를 가지고 있고 그것을 확고히 지켜나간다.

 

 역시나 부유하고 매력적인 인물이 등장하고 기묘한 감각을 가진 여자 아이가 등장한다. 모든 것이 익숙하지만 새롭다. 그것이 하루키의 매력이다.

 

 주인공은 초상화를 전문으로 그리는 화가이다. 아내에게 갑작스런 이별통보를 받고 방황한다. 그러다 친구 아버지의 집에 거처하게 된다. 친구의 아버지는 유명한 일본화 화가이다. 그는 지금 요양원에 있다. 주인공은 홀로 친구의 아버지의 집에 살게 된다. 그러면서 근처에 사는 이웃 멘시키를 알게 되고 이데아인 기사단장을 만나게 된다. 그러면서 이야기는 확대 된다.

 

 앞으로의 이야기가 어떻게 흘러갈지 좀처럼 감잡을 수 없다. 어쨌든 흥미로운 이야기 속으로 나를 끌고 갈 것은 자명하다. 글을 쓰다보니 다시 책이 읽고 싶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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