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와 질병X의 시대 스켑틱 SKEPTIC 21
스켑틱 협회 편집부 엮음 / 바다출판사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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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켑틱>은 내가 즐겨보는 과학잡지이다. 21호는 코로나에 대한 내용을 주로 다루고 있다. 재밌게 읽었다. 


 요즘 독서모임 때문에 문학작품을 많이 읽었더니 그에 대한 반작용으로 과학책이 무척 읽고 싶다. 그래서 요즘 주로 과학책을 읽고 있다. <스켑틱>도 더 읽고 싶은데 정가로 사기에는 부담스러워서 중고책들을 둘러봤다. 몇 권이 있었지만 다 다른 중고매장에 있어서 같이 주문할 수가 없다. 이제 중고책도 2만원 이상이어야지 무료배송이다. 2만원을 채우려면 3권 이상을 구입해야 되는데 쉽지 않다.


 최근 국민제안 1호로 도서정가제에 대한 의견이 올라왔다고 한다. 구간의 할인 예외 적용이나 도서정가제 폐지에 대한 내용이다. 국민의 95%는 도서정가제에 반대한다. 당연한 이치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할인을 많이 해주는 게 좋다. 예전에 도서정가제가 시행됐을 때 분개했지만 어쩔 도리가 없었다. 도서정가제가 꼭 개정되었으면 좋겠다. 구간은 할인 예외 적용을 해줬으면 좋겠다.


 누구를 위한 도서정가제일까? 어땠든 가장 많은 수혜를 본 집단은 인터넷 서점이다. 매출이 큰 폭으로 상승했다. 


 다시 중고책을 검색해보니 <스켑틱> 3권을 동시에 파는 중고매장이 있어 냉큼 주문했다. 이달의 당선작에 선정되어 받은 적립금으로 구매했다.(깨알 자랑)


 음, 스켑틱 1년 정기구독료가 5만원이다. 4권에 5만원 나쁘지 않다. 물론 중고책으로 구입하는 게 저렴하지만, 새책이고 따로 귀찮게 주문, 배송할 필요없이 볼 수 있다는 게 장점이다. 고민된다. 일단 기쁜 마음으로 구입한 <스켑틱> 중고책을 기다리고 읽어야겠다. 읽을 책들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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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코맥 매카시의 <더 로드>는 유명한 책이다. 2007 퓰리처상 수상작. 아마존.뉴욕 타임스 베스트셀러 1위. 오프리 윈프라 클럽 선정 도서. 스티븐 킹이 뽑은 올해의 소설 1위.


 근데 스티븐 킹이 뽑은 올해의 소설 1위가 맘에 걸린다. 내 기억이 잘못된 건가? 내 기억으로 <유혹하는 글쓰기>에서 스티븐 킹은 <더 로드>의 문장을 비판했었다. 나쁜 문장의 예로 들었었다. 그러면서 <더 로드>를 재미없는 책이라 했던 거 같다. 내가 이 사실을 기억하는 이유가 있다. 나도 <더 로드>를 봤는데 너무 지루하고 재미없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내가 감상을 잘못한 건가 하고 있었는데 스티븐 킹이 내 가려운 부분을 긁어줘서 좋았다. 이게 잘못된 기억인가? <유혹하는 글쓰기> 책을 찾아보고 싶지만, 수중에 없다. 인터넷에 검색해봐도 이 내용은 찾을 수 없다. 


 혹시 기억하는 분이 있을까 싶어 페이퍼에 올린다. 


 그런데 <더 로드> 읽어보신 분, 재미있으셨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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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감 2023-04-06 12:5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로드... 정말정말 재미없었습니다!

고양이라디오 2023-04-06 13:03   좋아요 1 | URL
정말 제 짧은 독서 인생에서 기억에 남는 ‘재미없음‘이었습니다!

2023-04-06 13:0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3-04-06 13:11   URL
비밀 댓글입니다.

새파랑 2023-04-06 13:2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로드는 좀 그랬습니다 ㅋ 성서까지는 좀 아니었던거 같아요 ㅋ

고양이라디오 2023-04-06 13:44   좋아요 1 | URL
네, 책 읽기 전부터 너무 기대를 펌핑하는 거 같아요ㅎ
 
무의미의 축제
밀란 쿤데라 지음, 방미경 옮김 / 민음사 / 201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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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시품절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독서모임 선정도서라 밀란 쿤데라의 <무의미의 축제>를 다시 읽었다. 세 번째 독서였다. 처음 읽었을 때는 아주 재밌었다. 즐기면서 봤다. 별점 4.5점. 첫 번째 독서 1년 후에 두 번째 독서를 했다. 왜 1년 후에 다시 읽었는지 모르겠다. 1년 후라 기억이 제법 생생해서 그렇게 재밌지 않았다. 별점 4점. 그리고 시간이 많이 흘러 대략 6-7년이 흘러 세 번째로 읽었다. 이번에는 분석적, 비판적으로 읽었다. 마지막에 김이 샜다. 별점 3.5점.


 밀란 쿤데라의 다른 책들을 읽고 싶지만 우선순위가 아니라 언제 읽을지 요원하다. 세상엔 재밌는 책, 읽고 싶은 책이 너무 많다. 밀란 쿤데라는 분명 후순위다. 


 독서모임에서 보니 의외로 밀란 쿤데라의 책을 읽은 분들이 많았다. 각기 달랐다. <농담>을 읽은 사람도 있고, <불멸>을 읽은 사람도 있고,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을 읽은 사람도 있었다. 밀란 쿤데라는 거장으로 인정받는 분위기였다. 제목이나 이름에서 이미 거장의 느낌이 난다. 노벨문학상 후보로도 여러 번 올랐던 거 같다. 


 논외지만 밀란 쿤데라 이야기를 하다 하루키 이야기가 나왔다. 그러다 하루키는 "작품성이 부족하다." 라는 발언이 나왔다. 아, 님은 저의 발작버튼을 누르셨습니다. 약간 흥분하면서 반박했다. 하루키는 이미 노벨문학상에 버금가는 세계적인 상들을 받았고 노벨문학상의 후보로도 여러 번 거론되었고, 하루키의 작품성은 이미 세계의 많은 작가와 독자들이 인정하고 있다. 라고 이야기했다. 역시나 하루키는 작품성이 부족하다고 말한 사람은 하루키의 <상실의 시대> 한 작품만을 읽어봤을 뿐이었다. 제발, 모르는 것에 대해서는 침묵하길. 그리고 상 따위가 중요한 게 아니라 얼마나 많은 사람에게 읽히고 사랑받느냐가 훨씬 중요하다고도 이야기했다.(하루키씨도 <직업으로서의 소설가>에서 이렇게 말했다.)  제발, 노벨문학상 받은 재미없는 책 따위 읽지 마시길. 뭐, 이건 개인적인 의견일 뿐이다. 


 <무의미의 축제>는 삶이란 무의미하다는 것을 인정하고 그럼에도 그 무의미하고 하찮은 것들을 사랑해야 한다고 말한다. 글쎄, 삶이 과연 무의미한 것일까? 왠지 반론하고 반박하고 싶었다. 삶에 어떤 의미나 목적은 없다. 우리는 무의미한 삶 속에서 의미를 찾아야 하는 존재, 혹은 무의미를 긍정하고 무의미한 것들을 사랑하며 살아가야 하는 존재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과연 삶 자체는 어떠한가? 삶 자체도 무의미한가? 우리가 가진 최초의 것, 우리가 가진 유일한 것이 삶이 아니던가? 하나뿐인 삶이 과연 무의미할까? 삶 자체로 이미 충분한 의미가 있는 것 아닐까? 그리고 무언가를 사랑한다는 것, 그게 삶이 됐는 머가 됐든 이미 무언가를 사랑한다는 것은 그것이 의미를 갖는다는 것이다. 무의미한 것-> 사랑 -> 의미있는 것(사랑하는 것) 이 된다. 우리가 사랑하기 전에 삶이든 사물이든 생물이든 일시적으로 무의미하다는 것을 받아들이는 것이 어떤 의미가 있을까? 우리를 좀 더 자유롭게 해주나? 이 모든 게 말장난같기도 하지만 아무튼 책을 읽고 이런 부분이 계속 머리 속에 맴돌았다.


 '삶은 무의미하다. 하지만 우리는 사랑해야 한다.' 라는 이 책의 관점보다. <죽음의 수용소에서>의 작가 빅터 프랭클의 관점이 좀 더 마음에 든다. (물론 밀란 쿤데라의 관점도 일리가 있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이렇게 말하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는지 크게 와닿지 않는다.)



 "삶의 의미는 늘 변할지 모르지만 절대로 사라지지 않는다. 이것이 바로 로고테라피의 명제이다. 로고테라피에서는 세 가지 다른 방식으로 삶에서 의미를 발견할 수 있다고 본다. 첫 번째, 무언인가를 창조하거나 어떤 행위를 함으로써. 두 번째, 무엇을 경험하거나 누군가를 만남으로써. 세 번째, 회피할 수 없는 어떤 고통에 대해서 우리가 취하게 되는 태도에 의해서다." <죽음의 수용소에서> 


 의미를 찾으려는 인간의 노력이 마음에 평온을 가져오기보다 긴장을 불러일으키는 것은 틀림없는 사실이다. 하지만 내면의 긴장은 정신 건강에 절대적으로 필요한 것이다. 삶에 어떤 의미가 있다는 것을 깨닫는 것보다 최악의 상황에서 효과적으로 살아남을 수 있는 방법은 없다. ‘왜 살아야 하는지 아는 사람은 어떤 어려움도 참고 견딘다˝ 라는 니체의 말에는 이런 예지가 담겨 있다. 이 말에서 정신 치료에도 유용한 어떤 좌우명을 찾을 수 있다.


 인간 실존도 마찬가지이다. 인간은 추상적인 삶의 의미를 추구해서는 안 된다. 사람에게는 누구나 구체적인 과제를 수행할 특정한 일과 사명이 있다. 이 점에 있어서 그를 대신할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으며, 그의 삶 역시 반복될 수 없다. 따라서 개인에게 부과된 임무는 거기에 부가돼 찾아오는 특정한 기회만큼이나 유일한 것이다. 

 



 아우슈비츠 수용소에 수용되어 있던 유대인들에게 과연 어떤 이야기가 더 설득력 있을까? 삶의 원래 무의미 하지만 작고 하찮은 것들을 사랑하라는 이야기와. 삶에 의미가 있다는 것을 믿고 적극적으로 삶의 의미를 찾고 추구해라는 이야기. 


 하나 뿐인 삶, 작고 하찮은 것 모두 의미가 있다고 믿는다. 의미의 축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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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레이스 2023-04-06 09:2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ㅋㅋ 발작버튼^^
저는 <농담> 읽으면서 그런 생각을 했어요.
농담이 참을수없는 보다 더 좋았습니다

고양이라디오 2023-04-06 10:04   좋아요 0 | URL
그레이스님 안녕하세요ㅎ

그런 생각이란 어떤 생각인가요ㅎ?

그레이스 2023-04-06 10:10   좋아요 1 | URL
고라님 회원분들이 하루끼 작품성에 대한 부분 지적하신것처럼 전 오히려 농담에서 그런 느낌을 받았거든요^^
그러나, 기의, 기표 그런것 아시죠?
작품성은 읽는자에게도 달려있다는!
의미를 알기 전까지는 작품성에 대해 의심하게 되지만, 의미를 알게되면 그보다 좋은 작품이 없죠!
농담도 그랬고 참을수 없는... 도 그랬습니다.^^

고양이라디오 2023-04-06 12:25   좋아요 1 | URL
기의, 기표 잘 몰라서 찾아봤어요.
아 <농담>이 작품성이 떨어진다는 느낌을 받으셨군요.
맞습니다. 작품성은 읽는 사람에게도 달려있습니다! 그래서 저도 작품성을 인정받은 작품인데 잘 모르겠을 때 일단 저를 의심하고 리뷰 찾아보곤 합니다ㅎㅎ

 
우리 딴 얘기 좀 하면 안 돼? - 아흔 살 넘은 부모 곁에서 살기, 싸우기, 떠나보내기
라즈 채스트 지음, 김민수 옮김 / 클 / 2015년 6월
평점 :
절판


 

 서친 분의 서재에서 보고 읽은 책이다. 역시나 좋았다.


 저자는 외동 딸이다. 90세 이상의 노부모를 케어하는 과정을 그린 만화이다. 지극히 현실적이고 진솔하게 다뤘다. 내게는 아직 먼 이야기지만 좋은 간접경험이었다. 아흔 살이 넘은 부모의 병치레를 한다는 것이 어떤 경험인지를 알고 느낄 수 있었다.


 죽음에도 돈이 든다. 생각보다 어마무시하게 든다. 병원비, 요양원 입원비, 거기에 24시간 간병인 비용까지. 부모가 평생을 알뜰하게 저축해놓은 돈은 그렇게 순식간에 사라져 간다. 이 책은 2014년 출간된 책이다. 잘 기억은 안나지만 마지막에는 한 달에 1400만원의 비용이 들어갔던 거 같다.(어머님 한 분에 대한 비용이다) 충분히 초조해질만한 금액이다. 


 노인 자살, 고독사가 이해가 됐다. 이렇게 비용이 많이 들다니. 아무도 자신의 노년에 정확히 얼마만큼의 비용이 드는지 모를 거라 생각이 든다. 


 저자는 이러한 과정에서 받는 스트레스를 구체적인 에피소드들을 통해 솔직하게 묘사한다. 알츠하이머성 치매를 앓고 있는 아버지. 자신의 주장을 굽히지 않는 기가 쎈 어머니. 


 죽음을 마주하는 딸. 죽음을 마주하고 싶어하지 않는 부모님의 이야기. 저자의 다른 책들도 읽어보고 싶다. 2014 전미비평가협회상 수상, 커커스 상 수상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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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칼 포퍼의 <삶은 문제해결의 연속이다> 를 읽었습니다. 오랜만에 지적 만족을 주는 즐거운 독서였습니다.



 시도는 정답은 아니지만, 정답을 향해가는 열정이자 겸손이며, 끊임없는 시도는 그 자체가 정답이다. -p8


 자신의 삶에서 '하지 말아야 할 것들' 즉 not-to-do 리스트를 하루에 하나씩 적어 10개 항목을 마음에 새기고 삶에서 제거한다면, 그는 이미 행복한 인간이다. -p9


 배철현님의 추천의 글 속 글들입니다. 추천의 글부터 좋았습니다. 



  "진보는 모든 역사에 명명백백히 기록되어 있다. 그러나 진보는 자연법칙이 아니다. 한 세대가 이룬 진보는 다음 세대가 얼마든지 잃을 수 있다." -p24, 역사가 H.A.L. 피셔의 말


 여기서 진보는 윤리적 또는 도덕적 진보입니다. 



 책을 읽으면서 칼 포퍼의 생각에 동의하지 못하는 부분도 있었습니다. 그 부분들은 소개하기 벅차서 생략하겠습니다.




 "우리는 아무것도 모른다." 이것이 나의 첫 번째 논지입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겸손해져야 한다." 이것이 두 번째 논지입니다.

 "모르면서 안다고 하지 말아야 한다." 이것이 세 번째 논지입니다. 

 이것이 내가 널리 퍼뜨리고자 하는 접근법입니다. 그러나 잘 되리라고는 기대하지 않습니다. -p141


 많이 아는 사람일수록 우리가 아는 것이 얼마나 적은지, 그리고 우리가 안다고 생각하는 것이 불확실할 수 있다는 것을 압니다. 함부로 확실성을 가지지 말고 비판적 회의주의적인 접근을 해야합니다.



 나는 아메바와 아인슈타인 사이에는 단 한 단계의 차이만 존재한다고 반복해서 말했습니다. 둘 다 시행착오 방법을 사용하는데, 아메바는 오류를 틀림없이 싫어할 겁니다. 오류가 제거되면 함께 사면하니까요. 그러나 아인슈타인은 오직 실수를 통해서만 학습할 수 있음을 알고 있으며, 그래서 새로운 오류를 포착하고 그 오류를 이론에서 제거하기 위해 새로운 시행을 감행하는 것을 주저하지 않습니다. 아메바는 취할 수 없으나 아인슈타인은 취할 수 있는 그 단계는 바로 비판적인 자세, 그것도 자기비판적 자세입니다. 비판적 접근법은 인간의 언어가 우리에게 남겨준 산물 가운데 최고의 미덕입니다. 나는 그것이 이 땅의 평화도 가능하게 해줄 것이라고 믿습니다. -p176 



 계몽주의자의 태도와 자칭 선지자들의 태도를 표면적으로 구분해주는 게 무엇일까요? 바로, 언어입니다. 계몽주의 사상가는 최대한 단순하게 이야기합니다. 상대방이 자신의 말을 알아듣기를 바라기 때문이죠. -p200

 

 어렵게 이야기하는 사람, 전문용어를 남발하는 사람은 경계해야 합니다. 



 유럽 문명은 자연과학을 낳은 유일한 문명이며, 자연과학이 중대한 역할을 한 유일한 문명이기도 합니다. 그런데 자연과학은 합리주의의 직접적 산물입니다. 고대 그리스 철학의 합리주의가 낳은 최대의 산물인 것입니다. -p208 


 이 글을 보며 왜 동양에서는 자연과학이 발생하지 않았는지, 왜 합리주의가 발달하지 않았는지 궁금했습니다. 권위주의 때문일까요? 형이상학적인 동양철학이나 종교 때문일까요? 고대 그리스는 참으로 놀랍습니다. 민주주의, 과학의 뿌리가 모두 고대 그리스에서 태동했습니다.



 사실 국가 통치의 형태는 두 가지밖에 없습니다. 하나는 피를 흘리지 않고 현 정부를 교체할 수 있는 형태이고, 다른 하나는 그럴 수 없는 형태이지요. (중략) 피를 흘리지 않고 정권을 교체할 수 있다면 누가 통치하느냐는 중요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언제라도 전복될 수 있음을 아는 정부는 국민이 만족하는 방향으로 움직이려는 강한 동기를 부여받습니다. 그리 쉽게 쫓겨나지 않음을 정부가 알면, 그 동기는 사라집니다. -p217


 불완전하고 때론 불만족스럽지만 그래도 민주주의는 현재 우리가 가진 최선의 국가 통치 형태라 생각합니다. 



 나는 마르크시즘이 말하는 사상적 근거를 비판적으로 검증한 적이 없었습니다. 그저 다른 사람들의 승인에 의존하는 정도로 그쳤고, 그들은 또 (나를 포함한) 다른 이들의 판단에 의존했지요. 이는 모든 협력자가 지적으로 파탄 나고(무의식중에)서로를 거짓으로 인도하는 상호보험입니다. 나는 내가 이러한 함정에 빠졌음을 깨달았습니다. 가장 단단히 빠진 것은 두말할 것 없이 당 지도자들이었습니다. -p245


 사실 우리가 믿는 거의 모든 것이 이렇습니다. 다른 사람이 믿기 때문에 우리도 믿습니다. 우리는 우리가 믿는 것을 하나하나 검증하지 않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잘못된 믿음으로 다함께 향해가기도 합니다. 그 끝은 대부분 파멸일 것입니다.



  "모든 역사는 계급 투쟁의 역사이다." -p292

 

 마르크스 이론의 기본을 이루는 개념입니다. 



 행복이란 어느 정도 우리의 사고방식에 달린 것입니다. 그러나 역사학자로서 말하건대 나는 우리가 살고 있는 열린사회가 역사상 가장 좋은 사회이자 가장 공정한 사회라고 봅니다. -p299

 

 우리는 역사상 가장 좋은 사회이자 가장 공정한 사회에서 살고 있습니다. 저도 이 의견에 동의합니다. 하지만 우리가 가장 행복한 사회에서 살고 있을까요? 과거보다 현재를 살아가는 사람들이 더 행복할까요? 이것은 잘 모르겠습니다. 더 생각해 볼 문제인 거 같습니다.



 역사는 오늘에서 멈춥니다. 우리가 역사로부터 배울 수는 있습니다. 그러나 미래는 과거의 연장이 아니며, 과거를 바탕으로 추정할 수 있는 것도 아닙니다. 미래는 아직 존재하지 않습니다. 우리에게 지워진 가장 큰 책임은 바로 우리가 미래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사실, 우리가 최선을 다하면 미래를 더 나은 것으로 바꿀 수 있다는 사실에 있습니다. 그렇게 하려면 과거로부터 학습한 모든 것을 적용해야 하는데, 우리가 배웠어야 마땅한 가장 중요한 교훈은 바로 겸손입니다. 

-p302


 칼 포퍼는 마르크스 역사관과 헤겔의 역사관을 부정합니다. 모든 미래에 대한 예측이나 예언을 부정합니다. 역사가 과거로부터 현재, 미래로 흘러가는 강이라는 관점도 좋아하지 않습니다. 칼 포퍼는 미래는 과거의 연장이 아니라고 말합니다. 미래는 우리가 만들어가는 것이라 말합니다. 역사적인 관점이 아닌 한 개인의 관점에서도 대단히 바람직하고 좋은 관점입니다. 우리의 미래는 정해져있지 않습니다. 우리는 우리의 미래를 더 나은 것을 바꿀 수 있습니다. 여기에 필요한 덕목은 겸손과 낙관주의, 용기입니다.


 

 칼 포퍼의 주장에 반박하고 비판하고 싶은 부분도 몇 있었는데 그러면 칼 포퍼의 주장도 소개해야 되고 해서 너무 힘들 거 같아서 그 부분은 페이퍼에 담지 않았습니다. 독서모임에서 그 부분들은 이야기해보고 싶습니다.


 칼 포퍼의 핵심 주장, 이 책의 핵심 주장도 페이퍼에 소개하지 못했습니다. 이는 따로 리뷰에서 이야기해보겠습니다.


 칼 포퍼의 책은 더 읽고 싶습니다. 너무 좋았습니다. 마지막 계몽주의자, 과학철학에 지대한 공헌을 한 철학자, 평생을 연구하고 공부한 학자. 평생 비판적으로 사색하고 자기 비판적이었던 인간. 칼 포퍼를 만나서 행복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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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YDADDY 2023-04-05 13:3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총,균, 쇠의 관점에서 보면 유럽지역 문명의 시작은 운좋게 좋은 부동산에서 시작했기 때문이고, 과거와의 단절을 주장하며 그리스 철학의 합리주의에서 뿌리를 찾는 것은 상호 모순인 것처럼 보입니다. 하지만 그것이 칼 포퍼가 주장한 전부는 아니기에 비판적, 회의주의적 접근으로 그의 책을 읽어봐야 할 것 같아요. 좋은 책 소개해주셔서 감사합니다. ^^

DYDADDY 2023-04-05 15:05   좋아요 1 | URL
올려주신 문구로 판단한 내용이라 제가 오독했을 가능성도 있지만 208페이지의 내용은 유럽 문명에 대한 자부심으로 느껴졌어요. 그 자부심은 소크라테스 이전의 자연철학자 혹은 아리스토텔레스에서 오는 것 같은데 그런 문명이 꽃피울 수 있었던 것은 농경과 가축이 다른 지역에 비해서 먼저 시작할 수 있는 지리적인 운좋음에 기인한다는 것입니다.
역사로부터 배울 수는 있으나 미래는 과거의 연장이 아니라는 302페이지에서 과거와 단절을 주장한다고 생각했어요. 하지만 조금전의 208페이지의 그리스 철학의 합리주의에 대해 말하는 지점에서 상호 모순이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기존에 받아들여지던 사상과 철학에 대해 비판적 합리주의를 주장하며 회의론적으로 바라봐야 한다는 것은 칼 포퍼의 주장 또한 동일한 시각에서 바라봐야 하지 않을까 라는 의문에서 댓글을 달았어요.
모순이 없는 이론과 사상은 없지만 너무 원론적인 것 같아 제가 오독했을 가능성도 있고 제 편향이 담겼을 수도 있어요. 그래서 이 책을 읽어봐야겠다고 했어요. 제가 말씀드린 것은 책을 읽으신 고양이라디오님이 더 잘 판단하시리라 생각해요. ^^

고양이라디오 2023-04-05 16:14   좋아요 1 | URL
아, 무슨 말씀이신지 이해했습니다. 댓글 감사드립니다ㅎ

먼저, 208페이지 내용이 유럽 문명에 대한 자부심이 드러나는 문장일 수도 있겠으나 어쨌든 사실이라 생각합니다. 충분히 자부심을 가질만하다고 생각하고요. 물론 총, 균, 쇠의 관점에서 보면 운이 작용한 것은 맞습니다. 하지만 같은 운이 작용한 다른 지역에서는(4대 문명 발생지 등) 자연과학이 발달하지 않았다고 생각합니다. <총, 균, 쇠>에서는 이를 동양과 서양으로 구분하여 다양한 사상이나 해결책이 상호작용할 수 있는 환경의 차이로 설명한 부분이 있는데요. 아무튼 저는 이런 부분에 대해 더 궁금합니다.

302페이지의 내용은 과거와의 단절을 주장한다기 보다는, (‘역사는 오늘에서 멈춥니다.‘ 라는 문장이 단절을 떠올리긴 하지만) 과거와의 단절이 아닌 우리는 과거로부터 학습한 것들은 바탕으로(그리스 철학이 될 수도 있겠지요) 더 나은 미래를 만들어 갈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칼 포퍼는 미래가 과거의 연장이 아니며, 과거를 바탕으로 추정할 수 있는 것도 아니라고 말합니다. 이는 마르크스 역사관을 비판한 내용입니다. 역사는 과학법칙이 아니며 정해져 있지 않다는 이야기입니다. ‘사회주의 혁명은 필연‘ 이라는 주장은 전혀 과학적인 주장이 아니지요.

때문에 그리스 철학을 말하는 게 상호 모순은 아닌 거 같습니다.

DYDADDY 2023-04-05 16:21   좋아요 1 | URL
오독이나 편향적인 부분을 잡아주셔서 고마워요. 역시 다 읽어야 제대로 평가할 수 있을 것 같아요. 독서모임에서 오갈 이야기도 궁금해집니다. 나중에 리뷰에서 소개해주시길 바라요. ^^

고양이라디오 2023-04-05 16:46   좋아요 1 | URL
문맥이나 맥락없이 인용된 부분만 보면 오해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의견 주셔서 감사합니다^^

독서모임 후기도 올릴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ㅎ

고양이라디오 2023-04-05 15:5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DYDADDY님 다시 설명해주시겠어요. 이해가 잘 안됩니다ㅠ

‘과거와의 단절을 주장하며 그리스 철학의 합리주의에서 뿌리를 찾는 것‘ 이건 누구의 주장인가요? 칼 포퍼인가요? 총, 균, 쇠의 관점인가요?

과거와의 단절은 무엇인가요?

유럽지역 문명의 뿌리를 그리스 철학의 합리주의에서 찾는다는 말씀인가요?

부연 설명 부탁드립니다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