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평점 7.5

 감독 조지 밀러

 출연 틸다 스윈튼, 이드리스 엘바

 장르 멜로/로맨스



 빅재미는 없었지만 소소하게 볼만했다. 흥미로운 이야기들과 과거가 실감나고 아름답게 그려져서 좋았다. 이드리스 엘바의 키가 궁금해서 찾아봤는데 189cm로 틸다 스윈튼보다 10cm크다. 영화에서는 30cm이상 차이나는 거인으로 나오는데 CG인가 신기하다. 영화를 보면서 틸다 스윈튼도 키가 큰 걸로 알고 있어서 이드리스 엘바는 2m가 훨씬 넘는 거인인가 했다. 감독은 <매드 맥스>의 조지 밀러 감독이다.


 세계의 신화나 전설 등의 이야기를 연구하는 서사학자 틸다 스윈튼이 우연히 호리병의 정령 '지니'를 소환한다. 지니는 그녀에게 세 가지 소원을 들어주겠다고 한다. 둘의 대화가 사실감있어서 좋았다. 지니의 과거 이야기들이 재밌고 흥미로워서 좋았다. 


(스포일러 있습니다.)


 지니의 과거 이야기에 빠져 중후반까지 재밌게 보다가 틸다 스윈튼과 이드리스 엘바의 로맨스가 시작되면서 왠지 김이 새면서 흥미가 떨어졌다. 둘의 연애는 영화의 주제라던가 결말 등 영화에 필요한 부분이고 중요한 부분이다. 그렇지만 왠지 김이 샜다. 뒷이야기가 예측이 안되던 흥미롭던 이야기가 갑자기 뻔하게 흘러가는 느낌? 이게 다 하루키씨 때문이다!?


 김이 샌 게 왜 하루키씨 때문이냐고? 하루키씨의 에세이 중 이런 내용이 있다. '작가가 작위적으로 스토리를 진행시키면 독자들이 눈치를 채고 그러면 이야기의 힘이 떨어지고 김이 새버린다.' 뭐 대충 이런 내용이었다. 나는 크게 두 가지 소설 작법이 있다고 생각한다. 스토리의 결말과 교훈, 주제까지 이야기를 정해놓고 소설을 쓰는 방식과 그런 거 없이 소설 속 인물들을 따라가며 소설을 쓰는 방식이다. 간단히 요약하자면 끝이 어떻게 끝날지 소설가가 알고 쓰는 경우와 모르고 쓰는 경우이다. 전자의 방식은 단편이나 추리 소설 등에 많이 쓰일 것이고 후자는 장편 소설에 많이 쓰일 것이다. 


 소설의 결말을 모르는 데 소설을 어떻게 쓸 수 있냐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을지 모르겠다. 스티븐 킹과 하루키는 명백히 후자의 방식으로 소설을 쓴다. 이 둘은 한 목소리로 말한다. 끝을 알고 있으면 소설가가 소설을 도대체 왜 쓰겠냐고 무슨 재미로 쓰냐고 말한다. 단편 소설은 시작과 결말을 정해놓고 쓸 수 있다. 장편 소설은 그렇지 않다고 말한다. 등장인물이 어떻게 행동할지 어떤 결말을 향해 나아갈 지 하루키나 스티븐 킹 같은 소설가들은 소설을 쓰기 전까지 모른다. 


 어쨌든 하루키의 이 이야기를 읽고 난 후부터는 에전보다 더 이런 부분에서 예리해지고 엄격해진 거 같다. 소설을 읽거나 영화를 보다가 이렇게 김이 새버린다. 그리고 왜 김이 샜지 하고 생각하면 혹은 김이 샘과 동시에 '아 이 부분은 소설가가 미리 정해둔 거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3000년의 기다림>을 보면서 나는 그렇게 느꼈다. 틸다 스윈튼이 램프의 정령 '지니' 에게 사랑에 빠진 순간, 그리고 자신을 사랑해달라고 소원을 비는 순간 왠지 김이 샜다. 뒷 이야기가 그렇게 궁금하지 않았다. 그리고 뒷 이야기는 뻔한 수순으로 흘러갔다. 심지어 대사들도 뻔한 대사들이 많았다. 사실 영화는 소설로 치면 단편이나 중편 소설 정도의 분량이다. 끝을 정해놓고 썼다고 해서 머라 할 수는 없다. 그리고 각본가가 끝을 정해놓고 썼는지 아니면 내가 그냥 그렇게 느낀 건지도 모른다. 90% 정도의 확신으로 하는 이야기이다. '지니'의 과거의 이야기들은 실은 다양한 사랑 이야기들이며 틸다 스윈튼이 이드리스 엘바에게 사랑에 빠져야 이야기는 완성된다. 이는 이 영화 속 아주 중요한 포인트로 틸다 스윈튼이 사랑에 빠지지 않으면 이 영화가 성립하지 않을 정도다. 아무튼 영화의 서사 구조에 틸다의 사랑은 아주 중요했지만 그만큼 설득력 있게 그려지진 않아서 아쉽다. 내가 눈치가 없어서 그럴 수도 있지만 약간 뜬금없이 느껴지고 억지로 짜맞춘 느낌이 살짝 들었다. 


 아무튼 용두사미로 끝난 거 같아 아쉽다. 전반적으로 볼만해고 재밌었다. 흥행에는 참패하고 관객들의 평점도 그리 좋진 않다. 조금 안타깝다. 그런데 나는 무슨 소원을 빌까? 




 평점 10 : 말이 필요없는 인생 최고의 영화. 

 평점 9.5: 9.5점 이상부터 인생영화. 걸작명작

 평점 9 : 환상적. 주위에 강력히 추천하고 싶은 영화. 수작

 평점 8 : 재밌고 괜찮은 영화. 보길 잘한 영화. 

 평점 7 : 나쁘진 않은 영화. 안 봤어도 무방한 영화. 범작

 평점 6 : 아쉬움이 많이 남는 영화. 6점 이하부터 시간이 아까운 영화. 

 평점 5 : 영화를 다 보기 위해선 인내심이 필요한 영화. 

 평점 4~1 : 4점 이하부터는 보는 걸 말리고 싶은 영화. 망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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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렉싱턴의 유령>은 하루키가 무서운 이야기를 써보고자 작정하고 쓴 이야기들이 아닐까 싶다. 공포도 여러 종류가 있다. 잔인하고 과격하고 깜짝 놀라게 하는 뜨거운 공포가 있는가 하면. 처음에는 모르지만 곰곰히 생각해보면 가슴이 서늘해지는 공포, 오랫동안 지속되고 벗어날 길이 없는 차가운 공포가 있다. <렉싱턴의 유령>은 후자다. 얼음처럼 차가운 공포다. 


 나를 사랑해주는 사람이 이 세상에 아무도 없다는 공포. 자신의 사랑이 거부당하고 존재까지 부정당하는 공포. 집단 따돌림. 결혼이라는 새장에 갇힌 공포. 사별의 공포. 죄책감이라는 공포. 소중한 기억을 잊어버린다는 잊혀진다는 공포.



 "우리 인생에서 정말로 무서운 건, 공포 그 자체는 아닙니다. 공포는 확실히 인생의 내부에 있습니다. 그것은 여러가지 형태로 나타나서 때로는 우리의 존재를 압도해 버립니다. 그러나 무엇보다 가장 무서운 것은, 그 공포를 향해서 등을 돌리고 눈을 감아버리는 것입니다. 그렇게 함으로써 우리는 자신 안에 있는 가장 소중한 것을, 무엇인가를 주어버리게 됩니다. 내 경우, 그건 바로 파도였습니다." -p199



 이 책 독서모임 선정도서로 추천해봐야겠다. 공포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다. 인생 내부에 도사리는 수많은 공포들에 대해.




<침묵>


  "한마디로 고독이라고 말했지만 고독에도 여러 종류가 있습니다. 신경이 갈기갈기 찢기듯 쓰리고 아픈 고독이 있습니다. 그리고 그렇지 않은 고독도 있습니다. 그런 고독을 얻기 위해서는 자신의 육신을 깎지 않으면 안 됩니다. 하지만 노력하면 그만큼 돌아옵니다. 그것이 내가 권투에서 배운 것 중의 하나였습니다." -p61


 내가 정말 무섭다고 생각하는 건, 아오키 같은 인간이 내세우는 말을 무비판적으로 받아들여 그대로 믿어버리는 부류의 사람들입니다. 스스로는 아무것도 만들어내지 못하고, 아무것도 이해하지 못하는 주제에, 입맛에 맞고 받아들이기 쉬운 다른 사람의 의견에 놀아나 집단으로 행동하는 무리 말입니다. 그런 사람들은 자신이 뭔가 잘못된 일을 저지르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은 손톱만큼도 하지 않습니다. 자신이 한 무의미한 행동이 누군가에게 결정적인 상처를 입힐 수도 있다고는 짐작도 하지 못하는 무리들이지요. 그들은 그런 자신들의 행동이 어떤 결과를 초래하든 아무런 책임도 지지 않습니다. 정말 무서운 건 그런 부류의 사람들입니다. -p94 


 <침묵>은 어린 시절 따돌림을 당했던 한 남자의 이야기다. 그 남자는 그것을 버텨냈고 이겨냈다. 그는 복싱으로 단련된 체력과 멘탈이 있었고 그리고 어느 정도 강인한 정신을 소유했기 때문에 버텨낼 수 있었다. 죽어버릴까하는 아슬아슬한 지점까지도 갔다. 인간이 느낄 수 있는 고통 중에 집단에서 소외되는 따돌림은 정말 큰 고통이다. 주인공이 말하듯 따돌림을 앞에서 주도하는 사람보다 무서운 건 아무 생각없이 그에 따르는 대다수의 사람들이다. 히틀러에 동조했던 수많은 국민들이 생각난다. 보통의 사람들. 아무것도 비판할 줄 모르는 사람들. 아무것도 생각할 수 없는 사람들. 그 사람들이 정말 무섭다. 



 

 













 존 포드가 감독한 <아파치의 요새>란 영화 이야기가 나왔는데 무척 재밌다고 한다. 보고싶다. 



 


   

 












 나쓰메 소세키의 <열흘 밤의 꿈>은 <렉싱턴의 유령>처럼 오컬트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고 한다. 이런 류의 이야기를 좋아하는 나로써는 한 번 읽어보고 싶은 단편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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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파랑 2023-05-30 17:4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는 <렉싱턴의 유령> 하루키 표지모델 버젼으로 읽었었는데 ㅋ 이 표지가 더 좋은거 같습니다 ㅋㅋㅋ 표제작 완전 좋았던 기억이 납니다 ^^

고양이라디오 2023-05-30 18:33   좋아요 1 | URL
처음 읽었을 때는 표제작이 가장 좋았는데 다시 읽으니 <토니 타키타니>가 가장 좋더군요. 영화까지 보고 싶어졌습니다^^ㅎ
 
렉싱턴의 유령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임홍빈 옮김 / 문학사상사 / 2006년 1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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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년의 시간이 흘러 다시 읽었다. 읽으면서 기억이 살아나는 부분도 있었고 처음 읽는듯이 새로운 부분도 있었다. 가장 큰 차이점은 처음 읽었을 때보다 깊은 감명을 느끼지 못했다는 것이다. 그럴 때면 왜 일까를 고민하게 된다. 요즘 피곤하고 컨디션이 안 좋은 탓일까? 나이가 든 만큼 감성이 무뎌졌나? 9년 전에 느꼈던 환희, 즐거움을 느끼지 못했다. 그 때는 책을 다 읽고 눈이 반짝였는데, 이번엔 그렇지 못했다. 감정이 메마른 탓일까?


 7편의 단편이 실려있다. 알라딘 책소개에는 6편이라고 되어있는데 7편이 맞다. <장님 버드나무와, 잠자는 여자>가 어째서 인지 빠져있다. 하나하나 짧은 감상을 적어본다. (스포 있습니다.)


 표제작 <렉싱턴의 유령>은 처음 읽었을 때는 굉장히 충격적이고 인상적이었다. 마치 직접 경험한 일을 서술하는 듯이 이야기해서 더욱 기묘하게 느껴졌다. 한 밤 중 대저택을 찾아와서 파티하는 유령들. 공포와 호기심으로 이 사건을 경험하는 주인공. 처음 읽었을 때는 정말 생생하고 신기했다면 두번째로 읽었을 때는 이미 알던 내용을 확인하는 느낌이었다. 잊고 있었지만 유령이야기만이 아니었다. 저택의 주인에 관한 이야기가 있었다. 어딘가 쓸쓸한 이야기였다.


 두 번째 작품은 <녹색 짐승>이다. 하루키의 에세이에서 이 소설이 언급되서 <렉싱턴의 유령>단편집을 찾아보게 되었다. 상당히 기괴하고 예상 밖이고 약간 난해하다. 집에 홀로 있는 여성의 집에 땅 속에서 온 녹색 짐승이 침입한다. 처음에 여성은 공포스럽지만 이 녹색 짐승과 텔레파시로 대화를 나누다 보니 그리 나쁜 짐승은 아닌 거 같다. 오히려 녹색 짐승은 여자를 좋아해서 오게 되었다고 말한다. 여성이 거절하고 잔인한 상상을 할 수록 녹색짐승은 작아지고 괴로워한다. 이윽고 녹색 짐승은 소멸한다. 이게 무슨 이야기지 싶었는데, 굳이 의미나 교훈을 찾으려면 못 찾을 건 없지만 그러면 이야기가 시시해진다. 그냥 기존 클리세를 여러 번 비트는 독특하고 재밌는 이야기다.


  세 번째 작품은 <침묵>이다. 책은 세번째 작품부터 더 재밌어졌다. 어린 시절 학교 따돌림을 경험했던 남자의 독백으로 이루어진 작품인데 상당히 재밌었다.


 네 번째 작품은 <얼음 사나이>다. 얼음사나이와 결혼한 한 여자의 고독함 체험담이다. 결혼하면 어찌됐든 한 쪽이 희생하게 되는 것일까?


 다섯 번째 작품은 <토니 타키타니>다. 처음 읽을 때는 몰랐는데 다시 읽으니 매우 좋았다. 이 책에서 가장 좋았다. 옷을 광적으로 구매했던 아내가 죽은 이야기이다. 일본에서 동명의 영화가 제작되어 호평을 받았다. 처음에는 이 소설이 영화화 되었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는 왜 이 소설을 영화화했지? 내용도 별로고 영화화 하기에는 할 이야기도 없지 않나? 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다시 읽으니 충분히 영화화할 만했다. 재발견해서 기뻤던 소설.


 여섯 번째 작품은 <장님 버드나무와, 잠자는 여자>이다. <상실의 시대>의 모티브가 되기도 한 소설이다. 한 쪽 귀가 잘 안들리는 사촌동생과 병원을 방문하는 이야기다. 처음 읽을 때는 사촌동생도 사랑스럽고 은근히 사촌동생을 아끼는 주인공도 사랑스러웠는데 두번째 읽을 때는 그런 부분이 느껴지지 않았다. 나의 감정이 메마른 걸까?


 일곱 번째 소설은 <일곱 번째 남자>이다. 이 소설이 가장 따뜻한 소설이었다. 일생 동안 끔찍한 기억으로 괴로워했던 남자의 이야기다.      

 


 <렉싱턴의 유령>을 첫 번째로 읽기 전에 나는 이미 하루키가 가장 좋아하는 작가였다. <렉싱턴의 유령>을 읽고 하루키가 더 좋아졌으며 하루키의 단편소설의 진면목을 알게 되었다. 그렇게 좋았던 기억이 있었는데 두 번째로 읽으니 그런 느낌이 안나서 다소 아쉬웠다. 그래도 이렇게 리뷰를 쓰면서 하나하나 떠올려보니 역시나 좋았다는 생각이 든다. 다음에는 <TV피플>과 <도쿄기담집>을 읽어야겠다. 이 책은 처음보다 좋기를. 하루키는 이런 기묘한 단편을 참 잘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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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리의 힘>의 저자 팀 마샬의 신작이다. 역시나 지리를 바탕으로 세계 속의 장벽들에 대해 심층적으로 알려준다. 중국의 '인터넷 검열 방화벽' 부터 영국의 브렉시트까지 다양한 장벽 이야기들을 들려준다. 중동이나 아프리카 부분은 약간 흥미가 떨어졌지만 전체적으로 재밌게 읽었다. <지리의 힘2>도 마저 읽어야겠다. 



 범죄가 반드시 이민과 연결되지는 않지만 빈곤과는 연결되며, 둘 다 아프리카 전역에 널리 퍼져 있다. 통계가 보여주듯이, 범죄율과 관련해서, 특히 살인사건 발생률과 관련해서 아프리카는 미국에 이어 세계 2위이다. 2012년 세계 범죄율에 대한 국제연합 보고서에 따르면 그 해에 43만7000건의 살인 사건 중 36퍼센트가 미국에서 발생했고, 31퍼센트가 아프리카에서 발생했다. -p235


 최근에 알게 된 사실이 하나 있다. 미국의 살인범죄율이 세계 1위라는 것이다. 총기자유도 하나의 원인이겠지만 총기 자유만의 문제는 아닌듯하다. 캐나다도 총기 자유화국가이지만 거의 총기살인사건이 없는 수준이다. 


 

 가자지구 장벽, 방글라데시 주변의 장벽, 헝가리와 세르비아 사이의 철조망은 우리의 감성을 해치고, 우리가 차이를 해결하지 못함을 증명한다. 

 장벽을 세우는 추세를 비난하기는 쉽다. (중략) 장벽은 일시적이고 부분적으로 문제를 완화할 수도 있다. -p334


 저자는 <장벽의 시대>에서 세계에 세워진 여러 장벽들과 장벽들이 세워진 지리적, 역사적 원인에 대해 알려준다. 물론 장벽은 우리에게 갈등과 분리를 상징하는 불쾌한 요소이다. 하지만 저자는 중립적으로 장벽에 대해 이야기한다. 장벽이 세워진 것은 그것이 효과가 있기 때문이다. 역사적으로 볼 때 우리는 만리장성을 비롯하여 언제나 장벽, 울타리를 세워왔다. 장벽은 현실이다. 장벽을 없애자는 단순히 순진하고 이상적인 시각으로만 접근할 수 없는 문제이다. 당장에 본인의 집 문을 없앤다 생각해봐라. 



 대부분의 언어에 "좋은 울타리는 좋은 이웃을 만든다"는 격언이 있다. 이것은 진부한 속담이 아니다. 그것은 물리적이고 심리적인 한계에 관한 피할 수 없는 진실을 담고 있다. 우리는 최선을 희망하고 최악을 두려워하기에 미래를 위해 계획하며, 두려움 때문에 장벽을 세운다. 

 그러나 그것이 인간성에 대한 암울한 견해로 보인다면, 긍정적인 면도 있다. 생각할 수 있고 만들 수 있는 우리의 능력은 또한 우리에게 장벽 사이의 공간을 희망으로 채울 수 있는 -다리를 놓을 수 있는- 가능성을 준다. -p345  


 우리에게 필요한 건 장벽을 연결해주는 다리이다. 그리고 장벽을 통과할 수 있는 문이다.



 아래는 옮긴이의 글에서 발췌했다. 이 책에 대해 설명해주는 글이다.


 이 책 <장벽의 시대>는 전 세계에 걸쳐 국가 간에 세워진 장벽들을 통해 얼마나 많은 분쟁과 분열, 갈등이 벌어졌는지를 생생하게 보고한다. 그 분쟁과 분열, 갈등은 국가 사이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한 국가 내에서도 종교적, 계급적, 민족적, 부족적 차이 등을 이유로 끊임없이 벌어지고 있다. 

 이 책에서 다루는 내용의 큰 줄기는 다음과 같다. 중국에서는 외부 세계와 분리된 '거대한 방화벽', 미국에서는 멕시코와의 국경선 장벽과 내부의 인종적, 정치적 분열, 중동 지역에서는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분쟁, 수니파와 시아파 사이의 대립, 남아시아에서는 인도와 그 주변 국가들 간의 분쟁과 이주민 문제, 아프리카에서는 끊임없는 국가적, 민족적, 부족 간의 갈등, 유럽에서는 유럽 통합 세력과 민족주의적 분리 세력의 갈등과 난민 문제, 영국에서는 브렉시트를 둘러싼 갈등과 내부적 분열. -p3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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얄라알라 2023-05-27 22:4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장벽의 시대]
꽂아만 두고 아직 ....^^
고양이라디오님께서 2권 읽으실 때까지 전 과연 1권을 읽을 수 있을까요?

˝미국의 살인범죄율이 세계 1위˝ 그럴 거라고 짐작했어도 막상 공식적인 선언처럼 들으니 다시금 무섭네요.
수년 전 읽었던 책에서 청소년 범죄가 영국의 경우는 칼, 미국은 총....그런 유형이 있다 언급했던 게 생각나요
총이 문제일까요?^^;;;

고양이라디오 2023-05-28 00:46   좋아요 1 | URL
<지리의 힘> 재밌었습니다. 추천입니다ㅎ

총도 이유 중에 하나겠지만 빈곤, 빈부격차, 인종차별, 복지의부족 등 다양한 원인이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캐나다도 총기자유국이지만 총기살인범죄율이 거의 없다시피 하거든요ㅜ

그레이스 2023-05-31 13:5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자살폭탄 테러에 동원되던 가자지구의 청소년들, 감옥같은 그 지역으로부터 죽음으로라도 벗어나고 싶은 절망감, 분노를 느낀다고 들었어요 ㅠ

고양이라디오 2023-05-31 18:14   좋아요 1 | URL
현존하는 가장 최악의 장벽이 가자지구 장벽이 아닐까 싶습니다. 화해하고 같이 살면 좋을텐데ㅠ 해결이 요원해보입니다. 안타깝습니다ㅠ
 
도쿠가와 이에야스 세트 - 전13권
야마오카 소하치 지음, 요코야마 미쓰테루 그림, 이길진 옮김 / AK(에이케이)커뮤니케이션즈 / 200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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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만화 <도쿠가와 이에야스>는 야마오카 소하치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한다. 소설 <도쿠가와 이에야스>는 총 32권으로 일본역사소설 중 1위에 해당하는 작품이다. 도쿠가와 이에야스는 일본인이 가장 좋아하는 역사 속 인물로 1위를 차지한다. 그는 전국시대의 마지막 무장으로 오다 노부나가, 도요토미 히데요시를 이어 일본을 통일했다. 그는 인내심의 대가로 알려져 있다. 섣불리 이길 수 없는 싸움을 하지 않고 조용히 때를 기다리는 모습은 많은 이들에게 귀감이 될 터이다. 


 만화 <도쿠가와 이에야스>는 총 13권이다. 만화가 요코야마 미츠테루의 작품이다. 그는 60권 짜리 <전략 삼국지> 만화로 우리에게 친숙한 만화가이다. 일본 국민만화가이다. 


 일본인이 가장 사랑하는 영웅, 일본인이 가장 사랑하는 역사소설을 만화로 만났다. 오래 전부터 만나고 싶었던 인물이다. 그리고 전국시대도 항상 궁금했는데 이번에 접하게 되서 좋았다. 


 이 작품은 재미도 재미지만 리더의 자리에 있는 사람들이 보기에도 좋은 책이다. 우리나라 CEO, 정치가들이 많이 보는 책이라고 한다. 책을 보면 왜 그런지 알 수 있다. 리더의 자세에 대해 배울 수 있다.


 도쿠가와 이에야스는 존경하지 않을 수 없다. 우리나라로 치면 세종대왕과 이순신 장군을 합친 듯한 인물이다. 군략에도 밝았고 정치도 잘했다. 만화에서 미화된 건지 아닌지는 알 수 없지만 그는 난세를 없애고 평화를 지키려는 영웅의 모습으로 그려진다. 인정이 많지만 대의를 위해 가슴아픈 선택을 하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한다. 특히 사랑하는 아들을 파면하고 자신의 마지막 순간까지 대면을 허락하지 않은 모습은 가슴아팠다.


 만화를 보면서 가장 크게 느낀 것은 만화에서 그려지는 시대의 모습, 사람들의 모습과 지금 모습이 참 많이 다르다는 것이었다. 그 시대는 충성이 정말 큰 가치였다. 주군을 위해서는 목숨을 아까워하지 않는 모습들이 내게는 신기하게 느껴졌다. 그리고 죽을지 알고 패할지 알고 전투에 나서는 장군들의 모습을 보면서 아무것도 모르고 전투에 참가해 죽는 병사들이 불쌍하게 생각됐다. 죽으려면 혼자 죽을 것이 아무것도 모르고 죽는 병사들은 무슨 죄람ㅠ


 13권이지만 재밌어서 금방 읽힌다. 요코야마 미츠테루의 역사 만화들을 더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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