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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생물학자 스티븐 제이 굴드의 <판다의엄지>를 즐겁게 읽고 있습니다. 오래 전에 그의 저서 <다윈 이후>를 재밌게 읽고 그의 책을 더 읽어봐야지 했는데 한동안 잊고 있었습니다. 이 책을 시작으로 다시 그의 책들을 읽고 싶습니다.


 아래에 이 책을 읽고 좋았던 부분들을 소개해보겠습니다. 재밌었던 내용들이 많았습니다. 아주 일부만 소개하겠습니다. 



 그러나 다윈은 만약 생물이 역사를 가지고 있다면, 현재의 생물에 선조의 여러 단계의 '흔적' 이 남아 있을 것이라고 추론했다. 현재의 상황에서는 의미를 갖지 않는 과거의 흔적들, 즉 무용한 것, 기묘한 것, 특이한 것, 불균형한 것들이 역사의 존재를 입증할 수 있는 징후인 것이다. 그것들은 세계가 지금의 형태로 만들어진 것이 아님을 입증하는 증거이다. 만약 역사에 끝이 있고 세계가 완성될 수 있다면 그런 흔적들도 사라질 것이다 -p35


 창조론자들은 모든 생물 종이 처음 창조된 이래 변화하지 않았다고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다윈은 이런 주장에 반박하기 위해 근거들을 찾아야 했습니다. 그는 진화의 가장 인상적인 결과, 즉 환경에 완벽하게 적응한 생물을 찾지 않았습니다. 대신 정반대의 일을 했습니다. 그는 기이한 것, 불완전한 것, 쓸모없는 것들을 찾았습니다. 현재에는 필요없지만 과거에는 필요했으리라 생각되는 그런 흔적들을 찾았습니다. 우리에게도 이런 흔적들이 존재합니다. 


 

 자연 선택설은 자연계의 많은 사실로부터 능숙하게 귀납해서 얻은 것이 아니며, 또한 우연히 맬서스의 책을 읽은 덕분에 다윈의 잠재 의식이 촉발되어 번개처럼 떠오른 것도 아니다. 실제로 그것은 여러 곳으로 가지를 뻗었지만, 그 자체로 질서 있는 방식으로 이루어진 의식적이고 생산적인 탐색의 결과였다. 그 탐색은, 다윈 자신의 생물학과는 거리가 먼, 여러 분야에서 얻은 놀랄 만큼 폭넓은 범위의 통찰과 자연학의 수많은 사실을 기반으로 이루어졌다. 다윈은 귀납주의와 유레카주의 사이에서 중용의 길을 걸었다. 그의 재능은 범속하지도 않았지만 그렇다고 아무도 가까이 갈 수 없을 만큼 비범한 것도 아니었다. -p85


 그루버는 다윈이 끊임없이 여러 가지 가설을 생각해 낸 다음 그것들을 시험하고 잘못된 가설을 폐기시켰고, 그 과정에서 결코 사실들을 이것저것 맹목적으로 긁어모으는 식으로 수집하지 않았따는 것을 보여준다. 다윈은 새로운 종이 처음부터 결정된 수명을 가진다는 개념을 포함하는 기발한 공상적 가설에서 출발했다. 그리고 종이 생존 경쟁의 세계에서 경쟁에 의해 멸종한다는 개념에, 가끔 멈추기도 했지만 점차 접근해 갔다. 다윈이 맬서스의 <인구론>를 읽었을 때 느꼈던 희열에 가까운 느낌을 기록하지 않은 것은, 그때 이미 그 조각 맞추기 퍼즐은 한두개의 조각만 더 맞추면 완성되는 단계에까지 와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p86


 자연 선택설은 합리적인 경제를 추구한 애덤 스미스의 기본 주장을 생물학으로 창조적으로 옮겨놓은 것이었다. 다시 말해 자연의 균형과 질서는 고도의 외재적(신에 의한)통제나, 전체에 직접적으로 작용하는 여러 가지 법칙을 기반으로 발생하는 것이 아니라, 각자의 이익을 추구하는(오늘날의 용어로 이야기하자면, 생식에서 각 개체가 거두는 성공의 편차에 따라 유전자를 미래 세대로 전달하기 위해) 개체 사이에 벌어지는 투쟁의 결과로 나타나는 것이다. -p89


 5장 중용을 취한 다윈이란 글을 정말 멋졌습니다. 다윈이 진화론을 어떻게 발견했는지에 대한 설명뿐 아니라 과학의 본질에 대해서도 이야기해주는 멋진 에세이였습니다.


 과학은 무수한 사실로부터 이론을 도출하는 단순한 귀납주의가 아닙니다. 그리고 불현듯 천재적인 생각이 떠로르는 유레카적이지도 않습니다. 그 중간에 있습니다. 또한 창조성은 여러가지 분야의 새로운 사실들의 결합이 중요하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다윈은 맬서스의 <인구론>과 애덤 스미스의 경제학의 기본 이념을 흡수했습니다. 



  만약 천재성에 어떠한 공통 분모가 있다면, 나는 관심의 폭과 여러 분야 사이에서 유용한 유사성을 이끌어 내는 능력을 우선 꼽고 싶다. -p87

  

 무척 공감가는 말입니다. 저도 100% 동의합니다. 폭넓은 호기심은 천재의 징표입니다. 



 많은 사람들은 위대한 통찰의 일차적 원인을 행운이라는 막연한 현상으로 돌리기 위해 이렇게 주장한다. 즉 다윈이 부유한 집에 태어난 것은 행운이며, 비글 호에 동승하게 된 것도 행운이며, 우연히 맬서스 목사의 저서를 읽게 된 것도 행운이라는 것이다. 결국 그는 시기적절하게 적재적소에 있었던 것뿐이다. 그렇지만 사물을 이해하려고 애쓴 다윈의 개인적인 고투, 그의 관심과 연구의 폭넓음, 진화의 메커니즘에 대한 그의 탐구의 방향성 등에 대한 많은 문헌을 읽으면서, 우리는 왜 루이 파스퇴르가 "준비된 사람에게는 운이 따른다." 라는 유명한 경구를 만들어 냈는지 이해할 수 있게 된다. -p90 



 아래는 저자가 도킨스의 이론에 대해 비판한 글입니다. 스티븐 제이 굴드와 도킨스는 앙숙이였습니다. 진화론에 대해 하나부터 열까지 견해가 상충했습니다. 저는 한 때 도킨스의 책만 읽어서 도킨스의 주장만을 받아들였었습니다. 굴드의 책을 읽으니 도킨스의 주장을 비판적으로 바라볼 수 있습니다. 그리고 지금의 제 견해는 굴드 쪽에 더 기울어져 있습니다.


  결국 나는 도킨스의 이론이 주는 매력이 서구의 과학적 사고에 얽혀있는 몇 가지 악습(우리가 원자론, 환원주의, 결정론 등으로 부르는 태도를 말한다. 이런 전문 용어를 사용하는 것을 용서하기 바란다.)에서 유래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것은 전체란 모두 '기본' 단위로 분해시킬 때에만 이해할 수 있다는 식의 사고 방식, 미시적 단위가 가지는 고유한 성질이 거시적 결과의 거동을 낳으며, 동시에 설명할 수 있다는 사고 방식, 그리고 모든 사건이나 사물은 명백하고 예측 가능하고 결정론적인 원일을 가진다는 사고 방식이다. 이러한 사고 방식은 몇 개의 작은 구성 요소로 이루어져 있고 과거 역사의 영향을 받지 않는 단순한 현상을 연구하는 데에는 유효했다. 지금 나는 가스 스토브의 손잡이를 돌리면 불이 붙을 것이라고 확신한다.(실제로 불이 붙는다.) 여러 가지 기체 법칙은 분자에서 시작해서 그것보다 큰 예측 가능한 부피에서도 마찬가지로 작용한다. 그러나 생물은 서로 합병한 유전자들 이상의 무엇이다. 생물은 역사라는 중대한 요소를 가지고 있고, 몸의 여러 부분은 복잡한 상호 작용을 한다. 생물의 몸은 협동하며 작용하고, 환경의 영향을 받으며, 선택에 노출되는 부분과 그렇지 않은 부분으로 번역된다. 물과 그것의 물리적, 화학적 성질을 결정하는 분자들이라는 비유는 몸과 유전자의 관계와는 빗댈 수도 없는 형편없는 것에 불과하다. 내가 나 자신의 운명에는 정통하지 못할 수 있지만, 최소한 전체성에 대한 나의 직관은 생물학적 진실을 반영하고 있을 것이다. -p125



 아래는 과거의 잘못된 과학들을 비판하는 글 중에 좋았던 부분입니다. 우리는 현재의 시각으로 우생학이나 골상학을 어리석은 해프닝으로 여깁니다. 하지만 현재의 시각으로 과거를 판단하면 사태를 올바르게 이해할 수 없습니다. 과거의 시점에서 다시 이해해 봐야 합니다. 우리가 현재 가지고 있는 지식들, 믿고 있는 사실들이 먼 훗날에는 웃지 못할 해프닝으로 판단될 수 있다는 사실또한 명심해야 됩니다. 아래의 해프닝이랑 과거의 인류학자들은 뇌의 크기가 지능에 비례한다고 보았고, 그로 인해 동료 학자 모자의 크기를 지능의 판단 근거로 보고 벌어진 격론을 이야기합니다. 


 겉으로 보연 이 이야기는 한바탕 웃어넘길 해프닝처럼 들린다. 프랑스 최고의 인류학자들이 세상을 떠난 동료 학자의 모자가 가지는 의미를 둘러싸고 격론을 벌였다는 사실은 역사에 대해 가장 범하기 쉬운 위험한 추론, 즉 과거를 소박한 얼간이들의 영역으로 보고, 역사의 글을 진보로 보고, 그리고 현재를 세련되고 개화된 세계로 보는 관점과 직결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그러나 만약 이런 이야기를 그저 비웃어 넘겨 버리면 우리는 결코 사태를 올바로 이해할 수 없다. 지금 단계에서 우리가 이야기할 수 있는 것은 인간의 지적 능력은 지난 수천 년 동안 변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만약 옛날의 지적인 사람들이 현재의 우리에게는 어리석어 보이는 문제에 엄청난 정력을 기울였다면, 잘못된 것은 그들의 세계에 대한 우리의 이해이지 그들의 왜곡된 인식 자체가 아니다. -p200 



 절반을 읽고 좋았던 부분들을 소개했습니다. 나머지 절반 재밌게 읽고 재밌난 이야기들을 소개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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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윈 이후 사이언스 클래식 14
스티븐 J. 굴드 지음, 홍욱희.홍동선 옮김 / 사이언스북스 / 2009년 1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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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윈 이후 최고의 진화생물학자이자 위대한 고생물학자 스티븐 제이 굴드를 드디어 만났습니다. 감개무량합니다. 예전부터 이 분의 책을 읽어야지 읽어야지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리처드 도킨스의 책 읽기에도 바뻐서 미뤄두고 있었습니다. <이기적 유전자>를 마침내 읽고, (사실 우연히) 도서관에서 이 책이 눈에 띄어 빌려 읽었습니다. 리처드 도킨스의 평처럼 기품과 깊이가 느껴지는 글이었습니다. 그리고 넓은 포용력과 과학을 즐기고 사랑하는 마음 또한 느껴졌습니다.


 이 책은 1980년에 미국에서 출간된 과학교양서입니다. 다윈에 대한 오해를 풀고 이해를 도와주는 책입니다. 그리고 사회 속의 과학과 인간 본성의 과학도 다루어서 더욱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1980년대라서 시차가 꽤 많이 느껴졌습니다. 지금은 당연하게 받아들여지는 과학적 사실들이 그당시에는 아직 발견되지 않았거나 이제 막 알려지고 있던 시기였습니다. 36년의 시차가 크게 느껴졌습니다. 때문에 초반에는 책에 몰입하기 힘들었습니다. 비유하자면 이런 느낌이었습니다. 저는 이미 원빈과 이나영이 사귀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 누군가가 "놀라운 뉴스가 있어! 원빈이랑 이나영이랑 사귄대!" 라고 말하면 '그걸 이제 알았어? 나는 이미 진작부터 알고 있었다고. 흥미롭지 않은 뉴스군.' 이런 심리상태가 되어버립니다. 제게 이 책은 처음에 그렇게 다가왔습니다. "장동건이랑 고소영이랑 결혼한데!!" 라던가, "이승기랑 윤아랑 사귄대!!" 라던가, 모두 흥미롭게 느껴지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점점 이야기가 깊이를 더해가고 디테일해짐에 따라 저도 조금씩 관심이 생겼습니다. "원빈이랑 이나영이 처음에 어떻게 만났냐면 말이야." 부터 시작해서 첫데이트는 어땠으면 등등 몰랐던 사실들이 들어나면서 흥미로워졌습니다.

 스티븐 제이 굴드와 리처드 도킨스는 서로 다른 과학적 견해를 가지고 있어서 숙적이라 불립니다. 둘 모두 과학의 대중화에 이바지하고 앞장 선 분들입니다. 유전자가 진화의 기본단위라는 부분, 진화가 점진적인지 급격하게 일어나는지, 혹은 진화와 진보와의 관계에서도 둘은 서로 조금씩 혹은 크게 견해를 달리합니다. 때문에 리처드 도킨스의 책을 읽으면 스티븐 제이 굴드를 까는 내용이 상당히 많이 나옵니다. 물론 도킨스는 제이 굴드는 깊이 인정하고 존중하고 존경합니다만 견해가 다를 때는 가차없이 깝니다. 하지만 둘은 무신론자이기 때문에 종교를 상대로는 함께 의기투합하기도 합니다. 그런데 스티븐 제이 굴드의 책에서는 도킨스를 까는 내용은 둘째치고 도킨스에 대한 언급조차 없습니다. <이기적 유전자>가 1976년에 출판되었으니 이미 읽어봤을텐데 말입니다. 한마디로 도킨스씨는 개무시당합니다ㅠ; 

 저는 여기에 스티븐 제이 굴드와 도킨스의 차이가 있다고 봅니다. 제이 굴드의 글과 사고는 훨씬 포용력있으며 배려깊습니다. 과거에 잘못된 이론들도 그 이론의 배경과 시대상, 그 당시의 과학 수준 등을 면밀히 고찰해서(고생물학자 답습니다.) 때론 옹호해주기도 합니다. 진정한 과학자는 자신이 믿고 있는 것을 강하게 믿지만 언제든지 반대되는 사실이 발견되면 가차없이 그 이론을 버릴 준비가 되어있습니다. 제이 굴드는 그런 자세를 보여줍니다. 물론 도킨스도 그렇지만, 제이 굴드의 글에서 더욱 강하게 그런 느낌이 나타납니다. (물론, 어디까지나 제 느낌일 뿐입니다.) 제이 굴드도 어리석은 사람들을 비판하고 풍자하긴 하지만, 도킨스보다 한층 여유롭습니다. 도킨스는 아주 가차없이 신랄하게 풍자하고 비판합니다. 사실 이런 부분이 속 시원하고 재미있기도 합니다. 도킨스의 매력이자면 매력입니다. 도킨스는 깔 땐 까고, 찬양할 때는 찬양합니다. 항상 느끼는 거지만 도킨스의 글은 날카롭습니다. 그에 비해 칼 세이건, 제인 구달, 스티븐 제이 굴드는 부드럽습니다. 

 스티븐 제이 굴드의 글에서는 기품이 느껴집니다. 생생하게 느껴집니다. '아, 이 사람 정말 기품있구나.' 그게 너무 자연스럽고 리얼하게 느껴집니다. 글과 문체란 참 신기합니다. 멋진 과학자를 또 한 명 알게 되어서 기쁩니다. 스티븐 제이 굴드와 리처드 도킨스의 논쟁에 대해서 좀 더 알고 싶으신 분은 장대익의 <다윈의 식탁>이나 킴 스티렐니의 <유전자와 생명의 역사>를 읽어보시기 바랍니다. 

 고품격 과학교양서 <다윈 이후> 추천합니다!
 
 

리처드 도킨스 (옥스퍼드대 석좌교수, 《만들어진 신》과 《이기적 유전자》 저자)  
: 스티븐 굴드의 글은 기품과 깊이와 재치와 일관성, 그리고 설득력이 있다. - 리처드 도킨스('이기적 유전자','눈먼 시계공'의 저자, 진화 생물학자)

스티븐 킹 (소설가)  
: 그는 아이의 마음으로 질문을 받아들이는 사람이었다. 나는 나의 일생에서 그와 연이 닿았던 것을 기쁘게 생각한다. 그의 불꽃이 사위어 버린 것이 안타깝다. 
- 스티븐 킹('미저리','쇼생크 탈출'의 원작자,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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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16-09-29 14:3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에드워드 윌슨 옹도 잊지 말아주세여... ㅠㅠ 만약에 도킨스와 굴드 중에 가장 선호하는 학자의 글을 고르라면 누굴 고르시겠습니까? ^^

고양이라디오 2016-09-29 15:40   좋아요 1 | URL
아직 에드워드 윌슨 옹의 저서는 못 만나봤습니다. <통섭> 부터 읽어봐야할까요?

나중에는 모르겠지만, 굴드의 책은 이번이 처음이라서 아무래도 도킨스 쪽입니다ㅎ 도킨스는 정답을 제시해주는데 굴드는 독자 스스로 정답을 내리도록 한 발 물러서는 느낌이었습니다. 그런 부분에선 도킨스가 편했지만, 문체의 따뜻함은 굴드가 좋았습니다ㅎ 가끔씩 도킨스의 글을 읽다보면 `이거 너무 심한거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기도 합니다.

cyrus 2016-09-29 15:51   좋아요 1 | URL
그렇군요. 저는 굴드의 책을 못 봤어요. ㅎㅎㅎ 제가 질문을 잘 한 것 같습니다. 고양이라디오님이 굴드와 도킨스의 차이점을 쉽게 알려줬으니까요. ^^

윌슨 옹이 나이를 먹으면서 진화에 대한 관점을 수정했어요. 그래서 발표 연도순으로 읽으면 윌슨의 생각을 이해하기 쉬울 겁니다. 최근에 나온 책부터 읽기 시작해서 그다음으로 예전에 나온 책들을 읽으면 내용이 헷갈립니다. 저는 <인간 본성에 대하여>, <통섭>, <지구의 정복자>, <인간 존재의 의미> 순으로 읽었습니다.

고양이라디오 2016-09-29 21:54   좋아요 0 | URL
캬 좋은 정보 감사합니다. 윌슨 옹이 집단선택으로 빠져서 도킨스랑 굴드한테 많이 까이셨더라고요ㅠ

곰곰생각하는발 2016-09-29 17:2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개인적으로 저는 굴드가 과학자 중에서 가장 기품 있는 글을 쓰는 과학자가 아니라 그냥 글 잘쓰는 사람 중에서도 가장 기품 있는 글을 쓰는, 뛰어난 글쟁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제가 굴드 빠입니다. 왠만한 책은 다 읽어봐았는데 정말 글을잘써요.. 김훈보다 글이 뛰어납니다..

고양이라디오 2016-09-29 21:57   좋아요 1 | URL
굴드빠시군요! 저도 굴드의 저서 더 많이 읽어봐야겠습니다. 정말 그렇습니다. 신기하더라고요. 글에서 기품이 품격이 느껴져요. 지금껏 만나보지 못한 높은 품격이었습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6-09-30 09:3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힘내라 브ㅗㄴ토사우루스 읽어보세요. 끝내줍니다. 이게 진정한 과학 에세이입니다.

고양이라디오 2016-09-30 11:09   좋아요 0 | URL
다음 굴드 책으로 읽어보겠습니다. 좋은책 추천 감사합니다^^
 















 스티븐 제이 굴드를 만나기까지 참 오래 걸렸습니다. 리처드 도킨스의 책을 보면서 자연스럽게 그와 견해차이로 논쟁을 벌였던 스티븐 제이 굴드를 알게되었습니다. 한 번 봐야지 봐야지하며 미루다가 우연히 도서관에서 다른 책을 빌리려다 옆에 이 책이 있어서 큰 맘 먹고 꺼내들었습니다. 생각보다 재밌고 편하게 읽을 수 있는 책이었습니다. 대중들에게 과학을 알리는 저자답게 읽기에 불편함이 없는 글이었습니다. 


 1980년도에 출간된 책입니다. 상당히 오래된 책이라서 해묵은 지식들이 담겨있지만, 그래도 그것을 풀어내는 저자의 솜씨 덕분에 책을 즐겁게 읽었습니다. 

















 리처드 도킨스와 스티븐 제이 굴드 사이의 흥미로운 논쟁을 정리한 책 <유전자와 생명의 역사> 입니다. 둘의 견해 차이를 더욱 자세히 확인해보고 싶습니다. 


 아래는 다윈의 자연 선택에 대해 아주 잘 정리된 글이라서 소개해보겠습니다.


 다윈은 자신이 생각했던 자연 선택의 매커니즘을 다음과 같이 네 가지 과정으로 정리했다.

 첫째, 자연계에서는 기하급수적 증가의 원리에 따라 항상 생존 가능한 개체수보다 더 많은 개체가 탄생한다. 둘째, 대부분의 자연 개체군에는 변이가 존재하며 변이 중에서 어떤 것은 유전된다. 셋째, 개체들 사이에서는 생존을 위한 투쟁이 벌어지고 각 생물들은 서로서로 경쟁하게 된다. 넷째, 이러한 생존을 위한 경쟁이 약간이라도 이로운 특성을 계속 누적시켜 새로운 종이 생겨나도록 작용한다. -p404



 책을 읽으면서 가장 재미있었던 부분에 대해 이야기해보겠습니다. 매미는 땅 속에서 17년 혹은 13년 동안 살다가 여름이 되면 한꺼번에 땅위로 올라와서 잠시 살다갑니다. 도대체 왜 이런 생존방식을 택한 걸까요? 전에 어떤 책에서 매미는 13년 혹은 17년의 생존주기는 있어도 12, 14, 15. 16년이나 18년은 없다고 굉장히 신기하다고 했던 글을 읽었었습니다. 그 저자는 아마도 이 책 <다윈 이후>를 읽지 않았나 봅니다. 가설이긴 하지만, 이 책에서 매미의 생존방식과 생존주기에 관한 멋진 가설을 소개해주고 있습니다. 매미의 생존방식을 '포식자 포만' 전략이라고 합니다. 짧은 시간 동안에 홍수처럼 쏟아져나와서 포식자들이 미처 다 먹어치우지 못하게 하는 방법입니다. 우리도 만약 한 끼 식사에 몇 십, 몇 백, 몇 천인분이 나오면 아무리 많이 먹는 푸드 파이터라도 대부분은 먹지 못하고 남기게 될 것입니다. 이런 전략을 포식자 포만 전략이라고 합니다. 다음은 생존주기에 관한 가설입니다. 본문을 인용하겠습니다.


 매미의 주기에는 13과 17년은 있어도 12, 14, 15, 16년이나 18년은 없는데 그 이유는 무엇일까? 13과 17은 공통적인 성질을 지니고 있다. 그 둘은 어떤 포식자의 수명보다도 길면서 동시에 소수(1과 자기자신으로만 나누어지는 수)이다. 다수의 잠재적인 포식자들은 2년에서 5년까지의 생활 주기를 가지고 있다. 그들이 주기 매미의 출현을 고려해 그와 같은 생활 주기를 결정한 것은 아니지만(그들의 절정기는 매미가 출현하지 않는 해인 경우가 많다.) 매미의 주기와 그들의 주기가 일치하는 시기에는 매미를 열심히 먹어 치울 것이 분명하다. 생활 주기가 5년인 포식 동물을 예로 생각해 보자. 매미들이 15년마다 나타난다면 번번이 포식 동물에게 잡아먹히게 될 것이다. 매미는 큰 숫자의 소수를 주기로 택해 주기가 일치할 가능성을 극소화 한다. 13과 17년 주기는 그보다 작은 숫자로는 따라 잡히지 않는다. -p140  


 의문점이 완전히 가시는 것은 아니지만 너무나 멋진 가설입니다. 리처드 도킨스의 책 제목 <현실, 그 가슴 뛰는 마법>처럼 매미의 생존 주기는 가슴 뛰는 현실입니다. 포식자들을 피하기 위해 자신들의 주기를 큰 소수로 선택했습니다. 물론 매미가 의도적으로 선택한 것이 아니고 자연이 그렇게 선택한 것입니다. 자연선택, 진화, 너무나 멋집니다!


 이 책에는 이런 재미있는 과학과 진화에 관련된 에피소드들이 소개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사회과 과학과의 관계에 대해서, 과거에 엉터리 이론들에 대해서도 재조명해줍니다. 도킨스와 다른 점은 도킨스는 엉터리 이론들에 대해 맹렬히 공격하고 조롱하는 타입이라면 스티븐 제이 굴드는 한 발 물러서서 그들이 왜 엉터리 이론을 전개할 수 밖에 없었는지를 이야기합니다. 물론 조롱할 때도 있지만 엉터리 이론도 그 당시에는 합리적인 이론이었다는 것을 이야기해줍니다. 도킨스보다 훨씬 포용적이고 부드러운 어투과 글이었습니다. 아주 훌륭한 과학 책입니다. 앞으로 스티븐 제이 굴드도 자주 만나게 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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