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역을 맡은 자의 슬픔 - 사회 귀족의 나라에서 아웃사이더로 살기
홍세화 지음 / 한겨레출판 / 200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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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사회의 뒤틀린 헤게모니를 걱정하는 홍세화씨의 시선은 정말 냉철하고 날카롭다. 그러나 그의 눈길은 애정으로 가득하다. 지울 수 없는 비참함만을 안겨 주었던 조국에, 잊을 수 없는 과거를 안고 돌아온, 우리 큰 형으로 다가오는 그의 글들은, 그가 정말 평범한 소시민은 아님을 새삼 느끼게 한다.

우리 사회의 권력과 그 권력들의 이합집산, 조선일보를 중심으로한 거대 담론들의 허구적 극우. 이 책을 읽는 동안 그동안 악역을 맡아 퇴장당했던 슬픈 눈을 한 영혼이 당당하게 한국에 입성했지만, 아직도 슬픔을 느낄 수 밖에 없는 현실이 안타까웠다.

그러나, 난 믿는다. 역사는 진보한다고. 그리고 인간은 올바른 방향으로 역사를 끌고나갈 수 있을 거라고. 지금의 강대국 미국도 어느 순간부터는 하강 곡선을 그리는 나라가 될 것이고, 우리 나라의 혼란스러움도 자연스럽게 앞선 나라의 여유를 갖고, 서로 반목하지 않는 똘레랑스로 가득한 풍요로운 나라를 그려보고 싶다.

앵똘레랑스의 칼날들만 판치는 지구에서, 똘레랑스를 보는 것은 지금 이라크에 폭격을 퍼붓는 미사일에 대항하여 각국에서 달려온 인간방패들의 삶과 죽음에 다름 아니다.

우리는 좌절할 것인가. 일어설 것인가. 국지전을 벌일 것인가. 전면전을 벌일 것인가. 헤게모니를 쟁취하기 위해서는 비관할 것인가, 낙관할 것인가. 홍형, 우리 낙관합시다. 아직은 국지전에 머무는 현실이 비관스럽더라도, 전면전을 벌이며, 지난 6월의 뜨거운 가슴으로 살 수 있는 낙관을 가집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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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친구 마키아벨리 시오노 나나미의 저작들 2
시오노 나나미 지음, 오정환 옮김 / 한길사 / 200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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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오노 나나미가 그토록 열중하는걸까.호기심 반, 질투 반으로 나나미의 친구 마키아벨리를 읽었다.다소 따분하고, 시오노 나나미의 입담이 아니라면 끝까지 읽지 못했을 종류의 책이다. 나의 연인 나나미의 덕택에 이 따분한 책을 읽으면서 르네상스 시대의 피렌체 두오모를 바라보다가 돌다리를 건너기도 하고 맞은 편 언덕의 옛 별장터에서 그루터기에 걸터앉아 빙긋이 웃을 수도 있게 되었다.마키아벨리즘. 하면 냉혹하고, 목표를 위해서라면 수단을 가리지 않는다 라고 르네상스와 함께 세계사 시간에 배운 것 같다. 그런데 나나미가 이 책에서 마키아벨리의 유년기, 공직 생활기, 그리고 저술활동기로 나누어 자세히 집필한 이 책을 읽고서는 그의 사상이 무엇이었는지 구체적으로 알기 어렵다. 다만 이 책을 읽고 나니, 나나미가 집착하는 뭔가가 이 남자에게 있다는 정도뿐. 그리고 앞으로의 독서 지도가 그려질 뿐이다.

앞으로 읽어야 할 책은 역시 나나미의 '체사레 보르자 혹은 우아한 냉혹'을 읽어야 할 것이다. 참, 그 전에 우선 마키아벨리의 '군주론'만이라도 읽어 보아야 되겠다. '정략론'이나 '전략론' 까지는 독파하지 못하더라도.그리고 여유가 되면 피렌체 뿐만 아니라 이탈리아 통일 전까지 가장 강대국이었던 물의 도시 이야기, 베네치아의 이야기도 읽어 보아야 겠다. 요즘엔 나나미의 로마인 이야기 11권도 나와서 읽기 시작해야 되는데... 나나미의 가슴엔 어떤 남자가 들어 차 있을까. 나나미의 책들을 읽어 나가노라면, 카이사르처럼 완벽한 남자의 또 한 전형으로 마키아벨리를 들고 있다. 카이사르는 로마인 이야기의 두 권을 바쳐서 그려냈지만, 마키아벨리는 이 책 한 권인데, 카이사르처럼 업적과 칭찬 위주로 그린 것은 아니고, 뭔지 애정어린 손길로 두둔하는 입장이다. 카이사르는 객관적으로 높게 평가받는 사람인 반면, 마키아벨리는 호도되는 경향이 짙다는 느낌인 모양이다.

나도 '목적을 위해 수단을 가리지 않는' 마키아벨리즘이 냉혹함엔 의아하지만, 자기 도시(국가)를 수호하기 위한 이라는 조건절이 붙은 글을 읽고 나서는, 우리가 알지 못하는 무언가가 있다고 느끼게 되었다. 우리가 모르는 사이에 마키아벨리의 생각은 편집된 상태로 우리에게 주입되었는지도 모른다. 나나미의 정신을 따라 내 독서의 향연 - 사치의 극단인 - 은 계속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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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소유 - 양장본
법정스님 지음 / 범우사 / 199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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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자는 법정(法頂) 스님이 모순된다고들 한다.그분의 가장 잘 팔리던 베스트셀러가 '무소유'였지만, 기실 그의 이름은 '불법의 정점'이라는 것이다.한자로 보면 그럴만도 하다.
그러나, 법정 스님의 가벼운 글들은 결코 우리의 삶이 가볍지 만은 않고, 우리의 삶들이 지고 나갈 의무들을 챙겨 나가고 있다. 인간으로서의 도리, 바르게 사는 함께 사는 삶의 아름다움. 사회인으로서의 행동하는 지성의 길을 살고 있기 때문에 그분의 웅변은 가볍지만은 않다.비꼬지 않고, 진실되게 말하면서 인생의 진리를 툭툭 건드리는 그런 죽비의 소리로 우리 곁에 남아 있는 것이다.'설해목'이란 수필이 맘에 꼭 든다. 눈의 무게를 견디다 못해 꺾여 부러지는 나무들. 그 나무들은 거센 비바람에도, 눈보라에도 결코 꺾이지 않지만, 그 부드러운 눈의 가벼운 무게에 쓰러진다는 것이다. 북풍과 해님 이야기의 다른 목소리다.스님의 가르침보다는 훈계나 꾸짖음보다는, 그저 인간의 무게를 그 소중함을 일깨워주던 큰스님의 모습은 '달마야 놀자'에서도 큰 스님의 모습으로 나타나 일갈하지 않았던가.사람은 사람으로 볼 일이다. 지위나, 가진 것으로 그 가벼운 것으로 느끼지 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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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민 선생님이 들려주는 한시 이야기 - MBC 느낌표 선정도서, 보급판 진경문고 5
정민 지음 / 보림 / 200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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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민 선생님이 쓰신 한시이야기, 잘 읽었습니다.좀 아쉬운 점이 있다면, 한시의 아름다움을 드러내기엔 너무 시 원론에 치우쳤다는 점입니다.물론 용사(用事)라든지, 정운이라든지 한시 용어도 들어가서 다소 어려운 부분도 있었습니다.소재를 한시에서 따와서 설명하신 방식은 우리가 중고등학교에서 어렵다고 생각하던 한시를 우리 삶 바로 곁에서 그 깊이와 넓이를 느끼게 해 줬다는 점에서는 훌륭한 책입니다.한시의 맛을 감칠맛있게 표현한 다양한 시들을 더 많이 접하지 못한 것이 아쉬운 점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무덤 가에서 종일 술 마시다 술 취해 돌아오는 할아버지 이야기라든지, 연잎에 굴러들어가는 물방울 이야기라든지, 버들잎에 얽힌 이야기 등은 우리 조상들의 삶이 낡고 고루하기만 했던 것이 아니라 가치있는 삶이었다는 것을 가르쳐 주시는 재미난 이야기였습니다. 이번 책을 시작으로 앞으로도 꾸준히 한시의 깊이와 넓이를 느끼게 될 책들을 써 주셨으면 합니다. 정약용의 민중의 아픔을 옮긴 시라든지, 이제현의 사리화, 선승들의 게송과도 같은 깊이를 오롯이 느낄 수 있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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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십세 문예출판사 세계문학 (문예 세계문학선) 10
잉게보르크 바하만 지음, 차경아 옮김 / 문예출판사 / 199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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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학교 교과서에 실린 김종길의 '성탄제'에 보면, 위와 같은 싯구가 등장한다. 서른 살은 정말 서러운 나이일까.어찌 보면 어른과 아이의 가름이 서른 무렵인 것 같기도 하고.
잉게보르크 바흐만의 삽십 세에는 삼십세가 갖게 되는 좌절과 힘겨움이 당시의 관념들과 얽혀서 일반적으로 우리가 접하기에는 상당히 난해하게 구조화되고 있다.삼십세는 방황하는 심리와, 안정되려는 가족, 가정의 출발과 특히 여성으로서는 구속과 자아 발전 사이의 갈등을 재촉하게 되는 나이인 것이다.그녀의 소설에서 등장하는 다양한 사람들의 삼십세는 물론 현대 사회의 우리와는 판이하게 다른 조건인 듯 하지만, 어떤 면에서는 우리의 삼십대나 그들이나 크게 다르지 않은 것 같다.양희은이 부른 노래 중에 '내 나이 서른이라면 얼마나 좋을까' 날개 달고 날고 싶어...라는 노래가 있다. 마흔이 되어서 바라 본 서른 살은 무엇이든 못할 것이 없는 나이지만, 인생을 다 살아버린 나이에서 서른은 서럽기 시작하는 나인지도 모른다.난 서른을 정신없이 아이 돌보며 시작했다.이젠 서른이라기 보다는 마흔에 훌쩍 가까워졌는데도, 아직 난 내가 늙어간다는 걸 모른다.
서른의 열정보다 내가 더 뜨겁다고 착각하고 있는 지금도 내 혈관 속의 붉은 피는 조금씩 식어가는 줄도 모르는 이 철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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