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행 1 - 하버드에서 화계사까지
현각 지음, 김홍희 사진 / 열림원 / 199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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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벽안의 스님이 구도의 길을 걷게 된 이야기. 이 책을 읽다 보니 두 가지 감정이 교차된다. 우선 한국 불교의 깊이와 크기의 불가사의함. 우리는 얼마나 우리 것을 모르고 부끄러워했던지. 숭산 큰 스님같은 세계적 스승을 모르면서 절집 입장료나 올려대는 욕심꾸러기 스님들의 모습에 대한 부끄러움. 그러나 한국 불교의 깊이가 들려주는 깊은 울림에 숙연한 느낌이 들었다. 큰 스님의 '선의 나침반'을 구해 읽어보고 싶었다.

다른 하나의 감정은 역시 외국인의 시각이 객관적이다는 것이다. 우리가 얼마나 여러 뭉치로 조각난 민족인지 우리는 나뉘어 있으면서 느끼지 못하지 않았는지. 남과 북으로 빈과 부로 가진자와 못가진 자로 즐기는 자와 즐기지 못하는 자로 새로 뽑힌 노무현 대통령을 믿는 자와 불안에 찬 시선으로 바라보는 자로, 진리를 찾는 이와 독선적 교회에 빠진 사람들로...

우리의 자존을 지키면서 분열상을 극복하기에 도움이 되는 고마운 책이었다. 다만 그의 화려한 출가 이전이 계속 부럽고 조금 아까운 것은 진리를 모르는 나의 어리석음의 소치일 것이다. 달빛은 못 물을 뚫어도 젖지 않고, 대나무 그림자 뜨락을 쓸어도 먼지는 일어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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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마음속의 그림
이주헌 지음 / 학고재 / 199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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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가장 좋아하는 그림은 루누아르의 '독서'다. 특별한 이유도 없이 그 주황빛 화폭의 집중, 정밀함은 나를 선의 세계로라도 끌어주는 느낌이다. 이주헌씨도 나만큼이나 그 작품을 좋아해서 좋았다. 그런데 이 책은 좀 일관성이 없다는 단점이 있다. 전문적 미술 공부를 한 작가로서는 분명한 이유가 있는 그림들을 다루었겠지만, 아름다운 그림을 설명듣기 원하는 일반 독자로서는 조금 난삽한 내용이 많았다.

다만 그가 지면을 많이 할애한 경계 허물기의 이철수 판화, 3*3인치의 그림의 강익주, 오브제의 장인 안규철에 대한 애정어린 해설은 한국 현대 미술의 이해에 큰 도움이 되었다. 운서 주굉의 '죽창수필'의 일대목이 감동적이다. 무릇 고인의 어록 문자를 읽을 때, 일문 일답과 일념 일송의 기봉이 날카롭고 언어가 미묘한 것으로 내 마음에 흡족히 여겨 이야깃거리로 삼아서는 안될 것이요, 반드시 저가 어떻게 하여 이렇게 크게 깨달을 수 있었는가 하는 것을 살펴 보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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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삶을 바꿀 수 있는 힘, 내 안에 있다 틱낫한 스님 대표 컬렉션 3
틱낫한 지음, 진우기 옮김 / 명진출판사 / 200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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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이쉬고, 내쉬고, 깊게, 천천히, 조용히, 편안하게, 웃으면서, 놓아 버리고, 지금 이순간, 행복한 순간. 지금 이순간, 최고의 순간. 수업 시간에 아이들과 숨쉬기 운동을 가끔 한다. 마음을 안정시키고 편안하게 공부하기 위해서다. 아이들도 곧잘 따라 한다. 운전하다 보면 욕도 많이 하고 신경질도 자주 낸다. 그럴 때 숨쉬기를 한다. 그러면 용서가 된다. 끼어드는 차는 이유가 있겠지.

설사 아무 이유없이 성질 못된 운전자가 끼어든다 한들 내가 저 차 뒤에 간들 내 인생이 뭐가 변하겠는가. 그러다가 신호에 걸리면 신호 한 번 뒤에 간들 내 인생이 얼마나 늦겠는가. 안정에는 큰 도움을 받았다. 이 책이 틱낫한 스님의 방한이 계기가 되어 출간되었고, 책에 별다른 내용이 없어 보일 수도 있다. 책장사라고 화낼만도 하다.

그러나, 모든 것은 사람의 마음이 정하는 것. 그냥 웃으면서 내 주머니에 돈 만원 없어진들 그게 대수랴. 한 순간만이라도 웃으며 놓아버릴 수 있다면 만원이 돈이랴. 술값으로 날리는 돈 만원은 아끼지 않는 현대인들이 책 만원주고 산 뒤에, 영화 육천원 주고 본 뒤에 별 말들이 다 많다. 감사할 따름이라야 하지 않겠나. 지금 이순간, 행복하게 해 준 책과 영화가 있다면. 감사, 감사, 또 감사하며 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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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울
원성 스님 지음 / 이레 / 200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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圓性. 이름 그대로 둥근 성품. 이름도 둥글고 얼굴도 둥글고, 그림도 둥글고, 글도 둥글다. 그의 심성 조차도 가을 달처럼 둥글고 투명하실까. 동심의 동심원이 잔잔한 파문을 던지는가 하면 불심의 울림이 종파를 뛰어넘는 삶의 진리로서 울려 온다. 늘 감사하고 평화롭게 마음을 유지할 수 있다면 이미 그는 수행자가 아닌 부처의 경지이리라. 어린 아이가 천국에 간다고 했던가. 그의 그림 속의 동자승들처럼 밝고 투명한 동심을 간직하고, 참된 '나'를 찾는 과정은 비단 스님들의 수행만은 아닌 것이다. 우리 사는 일생길도 이에 다름 아닐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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걷기예찬 - 다비드 르 브르통 산문집 예찬 시리즈
다비드 르브르통 지음, 김화영 옮김 / 현대문학 / 200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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걷기는 정말 좋은 운동이다. 그리고, 가장 쉬운 운동이다. 자기 몸을 ㅅ 자로 움직여 나가는 연속 동작만 반복하면 되니까. 특히 이 작품은 번역이 뛰어난 작품이다. 원래 아름다운 프랑스어로 쓰여진 책이겠지만, 전문가의 솜씨로 번역한 결과가 사랑스런 책이다.
책의 외견과 함께 읽다 보면 정말 사랑스런 길들이 많다. 도시의 골목길, 시골의 진흙탕길, 탄탄대로에서 바닷가 시원한 길. 우리가 걷지 못할 곳은 없고, 우리가 간 곳은 모두 길이 된다. 걷기와 관련된 자료가 뒷부분에 몇 편 있는데 이 부분은 재미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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