엽기적인 그녀 -전반전
김호식 지음 / 시와사회 / 200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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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이 영화를 계속 안 보고 있었다. 아니 볼 기회가 없었다. 유치해 보이고, 또 그런 류의 영화가 다 너무 가벼우니깐... 그러다가 우연히, 아주 우연히 시나리오라면 시나리오고, 통신에 오른 가십이라면 가벼운 유머인 이 이야기를 읽게 되었다. 상큼한 유쾌가 돋보이는 문체였고, 재미있었다. 다소 필연성이 떨어지는 구성에도 불구하고, 전지현이란 모델이 갖는 상큼함과 엽기적인 소재들의 연속성에 이야기의 탄력성은 떨어지지 않는다.
마지막 부분의 인위적인 결말이 시시하지만, 지하철 속의 그녀와 달려오는 견우, 기차를 탄 그녀와 굴러떨어진 견우, 그리고 결국 운명적인 만남의 이야기.

재미있는 이야기꾼의 재치있는 이야기였다. 죽음은 우리에게 삶의 또 다른 면을 보여준다. 그리고, 삶의 아름다움을 일깨워주기도 하고, 죽음과 대척점에 우리가 살고 있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살고 있는 과정이 곧 죽음에의 과정임을 보여주기도 한다. 그녀가 잊지 못하는 죽음은 그녀가 삶에 대한 애착이 그만큼 강했음을 보여 주는 것이고, 새로운 나무를 심어 줄만큼 애정이 강한 견우의 설정도 죽음에 이은 삶과 죽음의 과정에 다름 아니다.

운명적인 만남을 위하여 헤어질 수 있는 용기가 있다면,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는 길을 택할 수 있으리라. 시대를 거스르지 않고 사랑하는 마음들이 얽힌 이야기는 언제나 슬프다. 오늘 우연히 ocn의 영화를 보았다. 마지막에 괜시리 눈물이 났지만, 젊은이들의 아름다운 모습이 보기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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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밀밭의 파수꾼 소담 베스트셀러 월드북 28
J.D. 샐린저 지음, 김재천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0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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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래희망이 호밀밭의 파수꾼인 그 사람. 주인공 홀든 코울필드. 세상과 사회전반에 걸쳐서 그리고 가족에게도 불만이 많은 사춘기소년. 담배를 피우고 술을 마시며 어른들이 가는 부정한 곳도 여기저기 기웃거리는. 그러면서도 순수하고 순진하고 겁많고 마음이 약한 소년. 우리의 사춘기를 생각해 보자.

질풍노도의 시기, 어린이도 어른도 아닌, 어느쪽에도 낄수 없는 '주변인'의 존재였던 사춘기. 사람마다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이성에 대해서 관심을 가지고 그 호기심을 직접 충족하기도 했고 억누르기도 했었던, 그렇게 지내왔던 사춘기 시절, 눈을 떠보니 눈깜짝할 사이에 어른이 되어있었다. 이제껏 우리들이 입밖에 내기를 꺼려했던 수많은 거짓들과 분노와 불신, 그리고 진실을 그는 솔직하게 털어놓는다. 그의 이야기를 들으며 우리는 공감을 하고 고개를 끄덕거리며 홀든이 나와 닮았다고 생각하게 된다.

주인공 홀든, 소설 도입부에서 그는 학교에서 퇴학을 당한다. 단지 그가 공부를 게을리해서 성적이 나쁘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퇴학당한 후 집으로 가는길에 만난, 모순에 가득찬 사람들, 자기 합리화를 내새우는 사람들. 그나마 아직 순수하고 사랑스러운 이가 있다면 바로 자신의 여동생 '피비'. 어리고 아직 세상물정 모르는 어린애일 뿐이지만 홀든은 자신의 고민을 여동생에게 털어놓기도 한다.

홀든에 있어서 '피비'는 순수를 상징했을 것이다. 그래서 그는 삶에 지치고 괴로울때마다 동생을 생각한다. 그리고 '호밀밭의 파수꾼'을 생각한다. 언젠가는 훌륭한 파수꾼이 될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세상의 더러움에 알아버린 홀든에게는 그런 생각들을 하는 것이 크나큰 위로가 되었을 것이다

소설의 마지막 부분에서 홀든은 자신의 과거이야기를 한다. 그리고 자신이 미워하고 증오하고 경멸했던 모든이들을 떠올리며 그립다고 말한다. 그리고 누구에게든 아무말도 하지 말라고. 말해버리고 나면 그 모든 것들이 그리워 지기 시작할 거라고. 홀든은 이 한마디를 끝으로 자신의 이야기를 끝맺는다.

우리의 일제 시대에 태어난 샐린저의 소설 속에는 그럭저럭 살아갈 수 있는 가정에서 태어났지만, 세상에 적응하지 못하는 한 부랑아같은 인간의 심리를 의식의 흐름 기법을 통해서 쏟아 내고 있다. 아마도 그 당시에는 상당한 인기를 끌었을 법하다.그러나 현대를 사는 우리 아이들에게 그의 문체와 이야기 속의 묘사들은 너무도 진부하고, 재미가 없을 거다.

솔직하게 말하면, 이 책을 학생들에게 읽으라고 할 자신이 없다. 너무나도 재미가 없기 때문이다. 그나마 내가 별표를 세 개 친 것은 샐린저에게라기 보다도, 우리의 젊은 시절 이야기를 떠올리게 해 준 시대와 하느님께 바치는 별표이다.

우리 지난 시절을 우리 아이들에게서 발견할 때 부모들이여, 화내지 말 지어다. 그리고, 선생들이여. 절대로 아이들을 비난하지 말 지어다. 아이들은 어른의 스승인 법이니. 우리 어른보다 완벽함에 가까운 존재가 아이들이다. 다만, 그들은 아직 세상에 물들지 않았으매, 누군가의 사랑을 독차지하려는 매력 덩어리임을 기억하라. 우리로 하여금, 파수꾼이 될 수 밖에 없도록 이끄는 어트랙티브, 잇셀프! 어린이들. 휘트니 휴스턴의 'The greatest love of all',의 처음을 아는가. I believe the children are our future!!! 임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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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09-07 11:54   URL
비밀 댓글입니다.

글샘 2005-09-07 12: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글읽기에 고수가 있나요... 저도 읽기라면 이골이 난 사람이지만, 읽기 싫은 책도 있고, 무슨 말인지도 모르는 책도 숱하게 많답니다. 지루하지만, 의미는 담긴 책이죠.
 
시나리오란 무엇인가 - 뉴미디어총서 3
사이드 필드 지음, 유지나 옮김 / 민음사 / 199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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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곡은 많이 읽어 봤지만, 시나리오는 구해 읽기가 어렵더군요. 그리고 우리가 자랐던 시절에는 시나리오는 교과서에 있지도 않았고요. 최근들어, 10년 전 서편제의 100만 이루로 쉬리의 600만, 친구의 800만, 이런 한국의 블록버스터가 연타석 홈런을 터뜨리면서 가문의 영광같은 코믹물도 500만을 넘기고요, 역시 영화의 감동작은 살인의 추억 아니겠습니까. 살인의 추억을 보면서 두 시간 내내 심장이 벌떡거려서 혼났습니다. 한국 영화의 발전에 소름끼쳐하면서 말이죠. 사실 쉬리 유명해 지고 나서 혼자 보면서 시시해서 혼났고, 친구도 유명해 진 뒤 보면서 내 나이 또래나 공감할 이야기에 젊은 고딩들이 쏠린 걸 보고 하품난다고 여겼는데...

한국 영화의 발전 밑바닥에 있는 시나리오의 공부에 참 좋은 책이더군요. 전에는 시나리오 관련 책을 뒤적거려도 너무 전문적이라서 강의를 듣기 위한 책이란 냄새가 많이 났는데(사실 강의용 책은 허술해도 되잖아요. 강의에서 메워야 하니깐, 강의용 도서는 엉성한 게 정상이고) 판매용 도서에는 완벽한 설명이 들어가야 하는데, 그 많은 시나리오 관련 서적 중에 이처럼 내 맘에 꼭 드는 설명은 처음 만났답니다. 그렇지만, 그건, 내가 시나리오를 같이 읽어 나가면서 이 책을 읽어서 그런 도움을 받은 거 같습니다. 시나리오를 계속 읽으면서 이 책을 읽으니깐, 정말 좋은 책이란 느낌이 들었어요.

좋은 책과 좋은 선생님의 공통점. 좋은 선생님에게서 배우면 그 과목 공부를 잘 하고 싶잖아요. 좋은 책을 읽으면 그대로 따라 살고 싶고. 이 책을 읽으면서, 시나리오도 읽고, 또 써보고 싶은 욕구가 생겼거든요. 물론 적다 보니 진도가 안 나가지만, 좋은 선생님을 만났으니깐, 한 번 해 볼 겁니다. 선생님 말대로 좋은 시나리오가 첫 작품에 나올 수는 없겠지요. 그러나, 해 보고 싶습니다. 좋은 책 만난 기념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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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길
김인숙 지음 / 문학동네 / 199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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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는 강아지를 사랑한다. 자기 새끼로 여기고... 나는 그런 그녀를 이해할 수 없다. 그러나, 세상은 그렇게 변하고 있다. 애완견을 출입시킬 수 없는 곳에도, 자기 새끼는 출입시킬 수 있는 당당함을 가진 사람도 있을 수 있는 세상으로. 그녀가 살아온 시대와 내가 살아온 시대가 겹쳐지므로 우리 386세대가 가진 정서의 상처와 감정적 세련되지 못함과 이념적 과격성과 논리적 만족을 위한 탐구가 상당 부분 공감 가는 작가였다. 그러나, 그 위대한 누군가가 말하지 않았던가. 인간의 하부 구조는 상부 구조를 결정한다고...

우리의 하부 구조가 변화하고 있다. 식민지 경제에서 원조 경제에로, 자본주의 신식민지 시대에서, 자본주의 신경제주의로, 공산-자본주의의 대립의 시대에서, 화해의 마스크를 둘러쓴 페레스트로이카와 노스트글라스(개혁, 개방)을 빙자한 공산주의 몰락의 시대로 경제적 하부 구조가 변하면서, 우리의 지적 욕구를 만족시켜 주던 상부구조로서의 문학의 가치는 신경제정책(자본주의적 패권주의의 다른 이름)을 외치는 팍스-아메리카나의 저주스런 군홧발 아래서, 거대한 수레바퀴에 대항하는 어리석은 당랑(사마귀)이 되지 않으려고 착각하면서, 병신같은 삶을 살아가고 있지 않은가.

각각의 인간은 파편화된 채고. 남들이야 피투성이로 쓰러져 있건, 노숙자 몇 쯤 굶어 죽건 말건... 나는 개 한 마리 안고, 중국으로 가기도 하고, 먼 길 떠나서 정신적 자위를 하며(혹자는 이런 걸 플라토닉 러브라고 했던가? 플라스틱 러브라 했던가.) 헛 인생을 살고 있지 않은가. 어느 땅에 살아간들, 그 나라가 물리적 거리가 얼마나 된들, 정신적인 왕따는 회복이 불가능하다. 우리 나라를 정말 사랑할 수는 없는 것일까. 멀고 먼 길을 떠나서도 애증에 한스런 푸념으로만, 유리창 밖 어슴프레 떠오르는 새벽 불빛에 떠오르는 마네킹 대가리들 보면서나 월하에 공동묘지 얽힌 전설을 떠올리며 살거나.

참 슬프게 하는 소설이었다. 소설 속의 인물들은 누구 하나 처절하게 슬퍼보이지 않는데, 나 혼자 슬퍼서 가슴 젖은 오후... 이십년 전 농활 가서 쫒겨나면서 흘리던 눈물이 아직도 가슴에 젖어 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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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마뱀
요시모토 바나나 지음, 김옥희 옮김 / 민음사 / 199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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닮은 점이 많은 소설이라고 읽었다. 요시모토 바나나라는 인물에 대해서는 이름을 몇 번 들은 적이 있지만...몇 년 전인가, 하루키이 소설을 읽고 당황한 적이 있다. 일본과 우리의 거리가 엄청나구나. 이런 소설이 일본인들의 마음에는 어필할 수도 있구나, 하고. 그렇지만, 바나나의 소설은 정말 작은 이야기이다. 이 글들을 읽다 보면, 나의 운명, 삶과 이 세상, 죽음과 저 세상, 우리가 추구하는 가치로운 것들의 의미 같은 것들을 불현듯 만나게 된다. 우리에게 아무 것도 가르치려고 하지 않지만, 그가 보여주는 단편적인 삶의 조각들에서 우리는 어떤 삶이 가치롭다고 단정지으려고 하는 우리들에게 우울함을 보여주어 상쾌하게 만들기도 하고, 절망을 비쳐 주면서, 사는 것의 희망을 언뜻 번뜩이기도 한다.

절망하지 않은 사람이 갖는 희망은, 절망해 본 사람이 갖는 희망과 의미가 다른 것이므로, 그녀의 이야기가 주는 희망의 메시지는 후자의 희망을 잘 보여주는 거다. 매일 희망을 가졌다가, 절망하고, 다시 절망을 벗어나 희망차려고 힘쓰는 사람에게는 가끔 휴식이 필요하다. 그러나 휴식할 여유가 없다고 핑계대면서 아무 대책없이 피곤에 찌들려 절망 속에 살다가, 희망 속에 잠든다. 일본인의 가벼운 삶의 터치가 죽음과 운명이란 무거운 주제와 조화를 이룬 뛰어나지 않지만, 삶에 대한 무당(巫)적 해석이 강한 소설이다. 일본의 전형적인 인생관이 잘 드러났다고 볼 수 있다. 바나나의 별 거 아닌 소설을 원문으로도 읽고싶다. 일본이 잘 보일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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